387화. 예쁜 꽃 들고 갔네
솔로로 나서는 첫 콘서트.
신도하는 그렇게 고척돔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넓군.’
이보다 넓은 무대를 수도 없이, 이미 수차례에 올라섰던 그였지만 오늘은 유독 눈앞의 무대가 더 넓게만 느껴졌다.
콘서트니까.
많은 무대 중에서도 콘서트는 그 느낌이 조금 달랐다.
이 큰 공간을 오로지 자신 혼자 채워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이 작게나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적응이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큰 공연장에서 무대를 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그렇게 신도하는 쉽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분명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신이 없군.’
다만, 조금 예민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무대에 오를 것이고, 노래를 부를 것이었다. 늘 그렇듯, 언제나 그렇듯.
─지이이잉!
[세현이]
: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도착한 메시지 하나.
이를 보던 신도하가 이내 작게 미소 지었다. 동시에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게?”
“잠깐 바람 좀 쐬러요.”
“근데 뭐 기분 좋은 일 있어? 싱글벙글이네.”
매니저가 신도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신도하는 별다른 대답 없이 그대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신도하는 약속의 장소로 향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그리고 그런 신도하의 입가엔 여전히 작게 미소가 걸려 있는 채였다.
* * *
이야기를 마친 이후엔 그대로 신도하의 차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했다. 사실 차까지 얻어 탈 생각은 없었다.
콘서트 막 끝낸 사람을 대화하자고 이 시간까지 붙잡아놓은 것도 그런데, 거기에 운전까지 맡기는 건 아니니까.
“혼자서는 못 보내서.”
하지만 결국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그래서 그렇게 신도하의 차를 탄 채로 숙소까지 가게 되었다.
‘그나저나 기억을 보는 감각은 여전히 좋지 않군.’
남의 기억을 본다는 것.
원치 않던 부작용이 결국 다시 번졌다.
거기에 이 기억이 정말로 실제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면, 그 무게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너무 선명해.’
와중에 이전보다 기억의 장면이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정말로 눈앞에서 실제 벌어진 일인 것마냥.
그리고 그 기억을 받아들인 탓인지 그 기억과 관련된, 내게 있던 다른 기억들 역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양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앞선 신도하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고.
‘···이대로 평생 가는 거겠지.’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상, 계속해서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심 여전히 가슴 한켠이 답답했다.
“무슨 생각해?”
“예?”
“표정이 심각하길래.”
“아뇨, 그냥 좀 바깥 풍경이 좋아서요.”
“그래?”
이에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신도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숙소 앞에 도착했다.
“사탕 사진, 꼭 보내줄게.”
“감사합니다.”
“세현아.”
그때, 재차 들리는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사탕 좋아해?”
“예?”
“사탕. 다음엔 내가 줄게.”
갑작스러운 이야기였지만, 일단 그대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동시에 신도하가 작게 웃었다.
“그럼 편히 쉬어.”
그렇게 신도하의 차가 숙소 주차장을 떠났다. 당장 연달아 콘서트를 한 사람치곤 상당히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신도하도 체력이 좋은가.
갑자기 사탕을 준다는 얘기는 왜 꺼낸 건진 모르겠지만, 단순히 앞선 사탕 이야기로 인해 떠오른 걸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그 사진도 올리겠네.’
콘서트가 끝난 뒤, 신도하와 찍은 대기실 방문 사진. 사진 하니 떠올랐다.
선물한 꽃다발을 든 채 나란히 사진을 찍었었다. 그러니 그 사진도 조만간 SNS에 올라가겠지.
그게 뜨면 나면 역시나 여러 가지로 시끄러울 게 예상이 됐다. 하지만 그 사진이 뜨기도 전에 이미 커뮤니티는 시끄러운 상태였다.
- 윈썸 세현 오늘 신도하 콘서트 옴
* * *
- 신도하 솔콘에서 세현 목격함
관계자석 근처에 앉아서 우연히 봤는데 얼굴이 진짜 조막만한 사람이 있는 거야 와중에 존잘미가 넘쳤음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윈썸 세현ㅋ 응원봉 들고 열심히 응원하는데 진심 잘생겼더라
- 세현 오늘 신도하 콘서트 왔는데 노래도 다 따라불렀다고 함 아 그리고 실물 완전 존잘
- 신도하랑 세현이랑 진짜 친한가보네 콘서트까지 온 것 보면 게다가 세현이 열심히 응원했다는데 이렇게 된 거 둘이 뭐라도 찍었으면 좋겠다
- 신도하 SNS엔 뭐 안 올라왔어? 세현이랑 찍은 사진 같은 거
└ 아 제발 뭐라도 남겼길
└ 내가 볼 땐 초대 같은 거 아니고 걍 순수 콘서트 즐기러 간 것 같던데
└└ 뭔소리야 당연히 초대로 간 거겠지
└└ ㅋㅋㅋ당연히 초대로 간거겠지 그럼 세현이 티켓팅해서 갔을까봐?ㅋㅋㅋㅋ
└ 저 좌석 자체가 초대석인데ㅋㅋ
어느새 내가 신도하의 콘서트에 갔던 일이 커뮤니티에 퍼진 상태였다. 일단 사진이 안 찍힐 리 없으니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그 직후, 곧바로 신도하의 별스타그램이 업데이트되었다.
@DOHA_S
: 응원하러 와준 고마운 우리 세현이
[사진 1.jpg]
[사진 2.jpg]
[사진 3.jpg]
- 신도하 별스타에 우세현 사진 올라왔네 근데 눈에서 완전 꿀 떨어짐
└ ㅁㅊ 심지어 우리 세현이란다
└└ 헐 몰랐는데 ㄹㅇ 우리 세현이네 둘이 잘 지내는 거 보기 좋다ㅠ
- 세현이 사진 올라온 거 봤어? 넘나 귀엽다ㅠ 주말에 선배님 콘서트 보러 갔다왔나봐ㅎ
- 신도하가 사진 세 장 올리는 거 첨본다 맨날 한 장씩만 올려서 난 한 장밖에 못 올리는 줄
└ ㅋㅋㅋㅋㅋㅋ야너두?ㅋㅋㅋㅋ
└ 사진이 마음에 들었나보네 근데 둘다 잘 나오긴 했음 특히 세현 귀엽게 나옴
- 근데 저거 꽃 세현이가 선물한 거겠지? 우래기 안목도 좋아 (눈물)
- 신도하랑 우세현이랑 많이 친해? 난 몰랐는데 반응보면 다들 아는 눈치네
└ 일단 전 멤버 동생인데 친하겠지
└ ㅇㅇ 친함 둘이 프로그램도 몇 번하구 신도하가 우세현 언급 많이함
└└ 어디서 언급했어? 나도 보고싶어
└ 언급을 하도 많이 해서 윈썸 파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뎈ㅋㅋㅋ
└└ 우세현이라기보단 윈썸 언급이지 않나
심지어 SNS 실시간 트렌드에도 들 정도였다. 신도하의 별스타 팔로워가 워낙 많다 보니 당연하게도 이곳저곳으로 많이 옮겨갔다.
- 솔콘 세현만 온 거야? 다른 멤버들은 안 왔고?
└ ㅇㅇ 다른 멤들은 목격 없음 세현이만
└ 세현 왔다길래 혹시 우도현도 왔을까 했는데
- 근데 다른 루트 멤버들은 안 왔어?
└ 권해진은 첫날 왔더라
└ 권해진만 왔어? 다른 멤버들은?
└└ 다른 멤버들은 안 옴
여기에 멤버들의 콘서트 참석 여부 또한 많은 관심사였다. 그리고 콘서트에 온 멤버는 권해진이 유일했다.
- 왜 권해진만 온 거야? 다른 멤버들은 뭐 있었어?
└ 시겸이는 지방 촬영중이랬음 신도하가 직접 알려줌
└ 우도현은?
└└ 우도현도 촬영중 새로 영화 들어간 것 때문에 한창 바쁘던데 주말에도 강행군이라고 스텝 별스타에 올라옴
└ 우도현은 자기 대신해서 세현 보낸 거 아니야?
└└ 대신은 무슨 대신이야 걍 신도하랑 친해서 간 거지
└ 애초에 우도현 얘기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
아마 형한테도 당연히 표를 주긴 했을 것 같은, 그렇다 해도 형은 가지 못했을 거다. 스케줄이 한창 있던 터라.
지난번 형에게 연락했을 때 그렇게 말했으니. 여기에 콘서트와 관련해서 가도 되냐는 물음을 간접적으로 던졌었다.
“다녀 와. 가고 싶잖아.”
형은 기꺼이, 아니, 기꺼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녀오라고 말해주었다. 그, 표정과 말이 따로 놀긴 했는데···.
“대신 대화는 세 문장 이상 안 돼.”
“대화를 어떻게 세 문장 이상 안 해?”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지하게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서 좋았다. 역시 무대는, 콘서트는 재밌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그 사탕 사진도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앞서 별스타를 올린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보낸 시간만 보면, 정말 그대로 자택에 도착하자마자 찍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게 보내온 사진은 분홍색 포장지에 쌓인 긴 막대의 사탕 하나였다.
‘···기억나네.’
확실히.
사진을 보니 그 당시의 기억이 더욱 뚜렷해졌다. 막상 그때 그 사탕을 이렇게 직접 보고 있으려니 새삼 기분이 묘했다.
새삼 그때의 신도하의 표정이 얼핏 다시 한번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 * *
“우세현, 예쁜 꽃 들고 갔네.”
백은찬이 그대로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콘서트?”
“엉. 엄청 화려하네. 이거 미리 주문한 그거지?”
“응.”
그러자 백은찬이 곧 그대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콘서트에 갔다 온 이야기는 이미 멤버들에게도 한 바였다.
“같이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옆에 있던 차선빈이 덧붙였다.
가지 못한 것을 조금 아쉬워하는 것도 같았다. 의외로 신도하에 관심이 있었나.
“그래서 보고 왔더니 어땠는데.”
“당연히 좋았지.”
“그렇게 좋았냐?”
“확실히 콘서트 라이브는 다르니까.”
이에 안지호가 그대로 뚱한 표정을 보였다.
“근데 형님도 오시는 거 아닌가 했는데.”
“형은 그때 스케줄 때문에.”
“어, 이 사진 되게 잘 나왔다.”
동시에 백은찬이 화면을 바라보며 웃었다. 뭔데, 무슨 사진인데.
“열심히 응원하는 우세현.”
“······.”
손에 쥔 신도하의 응원봉을 그대로 내가 빠르게 흔드는 사진이었다. 사실 그렇게 가까이서 찍은 게 아니라서 표정까지 자세히 나온 사진은 아니었다.
응원봉을 흔드는 건 아주 잘 나왔지만.
“어디, 어디? 아, 이 사진 나도 봤어. 열심히 흔들어서 귀엽던데.”
“표정은 안 보여도 보이는 것 같은데요? 왠지 환하게 웃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환하게는 아니었어.”
그냥 평범했다. 평범.
근데 표정도 잘 안 나온 이 사진이 이상하게도 인기 게시글로 올라 돌아다니고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응. 귀엽게 나왔어.”
차선빈이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다.
“어, 아, 근데 대본 봤어? 개인기 하는 코너 있던데.”
“그거라면 이미 봤지. 개인기도 이미 준비를 해뒀고.”
백은찬이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라디오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단체 라디오 스케줄.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방송국으로 향한 바였다.
근데 백은찬의 개인기를 다 아는 사람으로서 저렇게 의기양양 해할 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쨌건 그렇게 라디오가 시작됐다.
“네, 하인혁의 음악 라디오,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게스트는 아주 놀랄 만한 분들인데요. 요즘 이분들 이야기 빠질 수가 없죠.”
오늘 DJ를 맡으신 하인혁 선배는 우리보다 한 세대 정도 위의 ‘Before’이라는 그룹의 멤버였다. 차분하고 나긋한 이미지에.
“네, 바로 윈썸 분들입니다! 어서 오세요.”
“Keep in mind! 안녕하세요, 윈썸입니다.”
방송은 낮 시간대 라디오로 인해 저녁 시간대보다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였다.
“그럼 이제 청취자분들이 보내주신 간단한 목격담을 살펴볼 텐데요. 어디 오늘은 어떤 목격담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