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89화 (389/413)

389화. 검색하니까 뜨던데

차선빈의 그 말에 나는 그대로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 연기. 그러니까, 연기.

지금 말하는 연기 이야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그 연기 이야기가 맞는 건가?

“연기를 원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

···그래, 그게 맞구나.

와중에 제대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지금 차선빈이 말한 그 말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동일했다는걸.

“···그건 어떻게 알았어?”

“검색하니까 떴어.”

“뭘 검색했는데?”

“윈썸.”

“혹시 너튜브에서?”

“응.”

차선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망할 렉카 때문이군.

듣자 하니 직캠을 보는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모양이었다.

요즘은 그룹명만 쳐도 일부러 서치가 걸리게끔 하는 놈들이 많으니까.

“봤어?”

“굳이 보진 않았어. 어차피 허위 사실이니까.”

그래. 잘했다.

그런 건 당연하게도 볼 필요 없다.

어차피 자극적인 부분만 짜깁기해서 만든 허구에 불과하니.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응. 어차피 연기는 생각도 없어서.”

그 말이 꽤나 단호했다.

확실히 다시 한번 느끼지만, 차선빈은 연기의 ‘연’자도 생각이 없었다.

늘 굳건했다.

차선빈이 바라보는 방향은.

흔들림이 없었다.

‘일단 신경 쓰지 않아 다행이군.’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차선빈은 확실히 무대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춤추는 걸 좋아하고, 작사하길 좋아하고. 음악을 많이 좋아한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그런 와중에 문득 그런 생각에 들기도 했다.

근데 어떤 계기로 무대를 좋아하게 됐는지 그걸 물어본 적이 없네.

“세현 씨. 마저 준비 들어갈게요.”

그러던 중, 다시금 준비를 하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다. 옆에선 차선빈이 그런 나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컨셉 잘 어울릴 것 같아.”

“나 말고 니가 제일 잘 어울려.”

그러자 차선빈이 그대로 쑥스러운 듯 한 번 머리를 긁적였다. 이를 보고 있으려니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예쁘게 세팅된 머리 만지면 안 된다.

* * *

차선빈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당연한 사실이고.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껏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차선빈이 어떤 계기로 아이돌을 희망하게 됐는지, 그런 거 말이다.

‘일단 큰 계기는 길거리 캐스팅인 것 같긴 한데.’

9살 때 있었던 길거리 캐스팅.

하지만 원래 캐스팅을 당한다고 해도 뜻이 없으면 거절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근데 바로 수락했다는 걸 보면, 혹시 이전부터 이미 뜻이 있었거나 한 걸까.

그리고 때마침, 거실에 혼자 나와 물을 마시고 있는 차선빈이 보였다. ···한번 물어볼까.

“어떻게 하게 됐냐고?”

“응.”

그리고 결국 물었다.

그, 다소 갑작스럽긴 하지만.

“길거리 캐스팅으로야.”

“그건 당연히 알고 있지.”

“기억하고 있었어?”

“응.”

그러자 차선빈이 왠지 모를 뿌듯한 얼굴을 보였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 그걸 잊어버릴 리가.

“캐스팅됐을 때 고민 안 했나 해서. 오디션도 아니고 길거리였잖아.”

“응. 고민은 전혀 안 했어.”

역시. 고민은 전혀 없었군.

그랬을 것 같긴 했다.

“원래도 관심이 있어서. 이쪽에.”

“어렸을 때부터?”

“응.”

이내 차선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춤추는 걸 좋아했어?”

그러자 차선빈이 다시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보이더니 이내 답했다.

“응. 춤이 좋았어.”

굉장히 확고한 대답이었다.

아, 그렇군.

차선빈의 계기는 다른 것 없이 그냥 ‘춤’, 이거 하나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간단명료한 게 차선빈답긴 했지만.

“넌?”

“뭐?”

“세현이, 넌 왜 하게 됐어?”

차선빈이 나를 향해 물었다.

아, 계기.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너무도 간단했다.

“난 루트 무대 보고서.”

“아, 그렇지. 선배님들 무대가 멋있긴 하지.”

그걸 보며 나 역시 서고 싶었다.

그 무대에.

“그래서 나도 그렇게 무대 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때 내 눈에 비친 루트 멤버들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었으니. 그렇게 나도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었다.

“완벽하게?”

동시에 차선빈이 되물었다.

그리고 난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그렇게 잘하고 있어.”

그렇게 차선빈이 새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마워.”

“근데 그러고 보니 나도 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 같긴 해. 좀 사소하긴 해도.”

차선빈이 문득 말했다.

어, 다른 계기가 있었나.

“뭔데?”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춤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분명 아버지의 일로 인해 가족이 6살 때 호주로 이민을 갔었다고 했었지. 그리고 돌아온 게 2년 뒤인 8살이라고 들었다.

“8살 때 호주에서 한국으로 다시 올 때. 그날은 기분이 굉장히 좋았거든. 다시 한국을 가게 돼서.”

그렇게 차선빈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날의 일은 아직까지도 생생해. 그날의 분위기나 그때의 기분 같은 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어렸긴 했지만. 그리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연히 노래 하나를 들었어.”

“노래?”

“응. 어떤 남자 아이돌 노래였는데, 공항 스크린을 통해 나오고 있더라고. 그런데 그 노래가 너무 좋았어.”

동시에 차선빈이 작게 미소 지었다.

마치 그때를 떠올리듯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계속 넋 놓고 봤던 것 같아. 멋있더라고. 무대 위에서 춤추면서 노래하는 게. 그게 많이 인상 깊었어.”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때의 차선빈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대략적이지만 알 것 같았다.

“그때 그 아이돌이 누군지는 기억해?”

“응. 집에 와서 찾아봤거든. 나도 누군지 궁금해서. 다행히 스크린에 이름이 커다랗게 써 있어서 찾는데 어렵지 않았어.”

어, 이런 생각하기 좀 그런데.

···루트는 아니었겠지?

“Aboys라는 그룹이었어.”

아.

“그리고 다시 듣는데 여전히 좋더라고. 왠지 모르게 설레기도 하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 건.”

그리고 차선빈은 말했다.

“그때부터 쭉, 무대 위에 있고 싶었어.”

그 말에 담긴 마음이, 생각이 내게도 마찬가지로 전해져 왔다. 굉장히 강하게. 더불어 여전히 알 것 같았다. 차선빈의 그 마음을.

그리고 그걸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지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누구였어?”

“뭐가?”

“세현이 네가 가장 좋아했던 루트 선배님.”

가장 좋아하는 선배님···아, 이거 최애를 묻는 것 같은데. 솔직히 최애 같은 건 없었다. 그때도 그냥 열심히 봤을 뿐이고.

“그건 딱히 없을···걸.”

“신도하 선배님인 건 아닌가 싶어서.”

“뭐?”

···왜 얘기가 그렇게?

“세현이 넌 노래를 좋아하니까. 혹시나 해서 말해본 거였어. 표정 풀어, 세현아.”

아.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구기고 있었나 보다. 애초에 신도하를 최애로···아니, 말만으로도 벌써 이상하다.

“아니라니 다행이네.”

그리고 차선빈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 와중에 묘하게 안도감 같은 게 섞인 듯한 얼굴이었다.

“당연히 아니지. 애초에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항상 신도하 선배님 무대엔 유독 집중하길래. 근데 그렇다면 됐어.”

그건···그냥 일종의 습관 같은 거다.

그러니까 루트 무대를 워낙 오래전부터 보다 보니.

“그건 그냥 습관 같은 거야.”

“아, 습관.”

이에 차선빈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렇다면 습관을 한 번쯤은 바꿔 보는 게···.”

“···혹시 신도하 선배 별로야?”

“···굉장히 멋있는 선배라고 생각해.”

마냥 그렇다기엔 앞에 이상한 공백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보다 곧 한다고 했었지?”

“어떤 걸?”

“라이브.”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라이브.

그 길로 곧바로 회사에 이야기해서 컨펌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물론 그 논란 이야기하자고 키는 건 아니었고, 다른 이야기도 하면서 그에 관해서도 흘러가듯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괜히 논란에 초점을 맞추면, 분명 이걸로도 걸고넘어지는 놈들이 있을 테니.

사실 회사에서도 굳이 직접 나서 해명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지만, 차선빈의 굳은 의견에 의해 그냥 흘러가듯 언급 정도는 하기로 했다.

여기에 라이브는 차선빈 혼자 하게 되었다. 나는 그대로 밖에서 이를 지켜보기로 했고.

“라이브는 어디서 하려고?”

“회사에서 하려고.”

그럼 그때 시간 맞춰서 같이 가면 되겠군. 그리고 그 뒤로 예정됐던 일정에 맞춰 차선빈은 라이브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 * *

라이브가 시작된 이후, 나는 우리 작업실에서 그런 차선빈의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차선빈, 오늘 잘생겼네.”

와중에 그런 내 옆에 한 사람이 더 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은찬이었다.

차선빈이 라이브를 한다는 걸 듣자마자 그 길로 현장에 갈 것을 결정했다. 여기에 다른 멤버들 역시 함께 왔다.

이번 할 라이브의 내용을 당연하게도 알고 있을뿐더러,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간이 협소한 터라 작업실에 다들 몰려 있는 거지만. 차선빈이 있는 공간과 우리 작업실의 거리는 고작 1분 거리에 있었다.

[밥은 드셨어요?]

앞서 백은찬이 말 한대로 확실히 오늘따라 더 잘생기긴 했다. 그런 차선빈은 세팅 안 된 차분한 머리에 회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제가 볼 땐, 이 후드티인 것 같아요.”

“후드티가 왜?”

“잘생김 업그레이드. 선빈이 형이랑 잘 어울려요.”

하람이가 와중에 진지하게 이를 고찰하고 있었다. 이에 백은찬은 자신도 오늘 후드티라며 말을 덧붙였다.

- 저녁 같이 먹으려고? 머먹엉?

- 메뉴 모야모야

- 선빈이 오늘 진짜 존잘이다

그리고 그런 차선빈의 앞엔 도시락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으면서 라이브를 할 예정이라.

- where’s other member?

그런데 그놈의 다른 멤버는 어딨냐는 말은 오늘도 어김없이 올라오는군.

[메뉴는 간단하게 볶음밥입니다.]

이윽고 차선빈이 앞에 있던 볶음밥을 카메라를 향해 한번 들어 보였다.

앞서 시작하면 간단하게 메뉴를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를 잘 수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굳이 그 이야기를 한 이유는 혹여 시작하자마자 그 얘기부터 시작할까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해서였다.

그와 동시에 차선빈이 화면을 잠시 조용히 응시했다. 일단 시작은 잘···.

[그러고 보니 요새 그런 말이 많더라고요. 연기에 관해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니, 잠깐.

생각보다 빠른 화제 타이밍에 나는 물론이고 옆에서 지켜보던 멤버들 역시 조금 놀란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로 바로 직진이었다.

그리고 그때, 차선빈이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을 이었다.

[근데 전 연기에는 아직 뜻이 없어서요. 조금 더 윈썸에, 무대에 집중하고 싶어요. 요즘 작사를 하는 게 더 재밌어졌거든요.]

[전 멤버들과 무대에 서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차선빈이 화면을 향해 웃었다.

보는 사람이 놀랄 정도의 잘생긴 미소였다.

[그럼 이제 먹도록 하겠습니다.]

[멜로우도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그제서야 젓가락을 들었다.

차선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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