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90화 (390/413)

390화. 무조건 루트 팬이었지.

- 악개들 진짜 구씹 좀 그만 만들어라ㅗㅗㅗㅗㅗ

- 선빈이 저렇게 음악에 진심인데ㅠ 연기연기 그만 좀 하길

- 선빈이 진짜 멤버들이랑 무대 서는 거 좋아하는 구나ㅠㅠ 활짝 웃는데 너무 진심이라 넘 찡했어ㅠㅠ

- 그래도 이렇게 한번 언급해줘서 좋다 안그래도 자꾸 구씹 돌아서 짜증났는데

└ 난 몰랐는데 그렇게나 돌았어? 연기 얘기가?

└└ 까들이 건수 하나 잡고 근래 ㅈㄴ 깠잖아 눈빛이 어쩌고 무대 설렁설렁 어쩌고

└ 걍 ㅂㅅ들이 하는 말이었음 멜로우라면 다 알지 선빈이가 얼마나 무대에 진심인지

앞선 연기 이야기를 언급한 이후, 일전의 나왔던 루머에 관해서는 조금씩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

‘차선빈이 IN 엔터테인먼트에 연기 활동을 요구했으나 소속사에선 이를 주기적으로 거절하고 있다.’라는 그 루머.

앞선 언급으로 인해 그 말도 안 되는 루머를 어느 정도 가라앉힌 것이었다.

- 연기 소취많은 건 알겠는데 지금 활동 열심히 하는 애한테 붙어서 별의별 억까 만들어내니까 진심 짜증남

- 안 그래도 그 구씹 때문에 멤버들이랑 사실 사이 별로인 거 아니냐는 둥, 팀 활동에 애정이 없다는 둥 얘기 ㅈㄴ 많이 나와서 어이 없었음

- 선빈이 웃는 거 보니까 내가 다 기분 좋다ㅠ 진짜 우리 애들 아껴주자ㅠ

이후로도 차선빈의 라이브는 계속됐다. 나름 먹방 라이브였다. 이야기도 하면서 볶음밥도 열심히 먹는.

“이렇게 된 거 후식 들고 다 같이 들어갈까?”

그리고 중간엔 멤버들과 함께 여기에 난입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백은찬이 말한 후식은 당연히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렇게 짧은 사이,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기로 했다.

“백은찬.”

“왜?”

“메로나로.”

“오케이. 그거라면 당연히 알지.”

백은찬이 그대로 알겠다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선빈이 최애 아이스크림 중 하나가 메로나라서.

“물은 왜 없냐고요? 아, 그러고 보니 물이 없···.”

- 똑똑!

“물 왔습니다. 형님.”

- 하람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

- 하람이랑 도운이다!!!!!!!!!!

- 와 근데 타이밍 뭐야?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한 번에 들어가는 건 좀 힘들 것 같아 나눠서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들어간 건 하람이와 도운이 형이었다. 백은찬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서 가장 늦게 들어갈 예정이었고.

“우리도 뭐라도 들고 가야 할 텐데.”

그대로 안지호를 향해 말했다.

다음은 나와 안지호가 들어갈 차례였다.

“차선빈은 그냥 들어가도 좋아할걸.”

“아, 저기 티슈 없나. 티슈라도 좀 들고 들어갈까.”

“지금 티슈 찾았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로 화면 속 차선빈이 티슈를 집고 있었다. 아, 이런.

“됐고, 그냥 따라와. 이러다가 끝난다.”

이에 그런 안지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라이브를 시작한 지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선빈아. 우리도 왔다.”

그리고 그대로 안지호와 함께 들어갔을 때, 이내 차선빈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다.

- 세현이랑 지호도 왔다ㅠㅠㅠㅠㅠㅠ

- 애들 다 모이네ㅠㅠㅠㅠㅠ 다 회사에 있었잖아ㅠㅠㅠㅠㅠ

- 애들 혹시 뭐하는 건가?

- 은찬아ㅠㅠㅠㅠㅠ너도 와라ㅠㅠㅠㅠ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라는 말과 함께 백은찬이 들어왔다.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서.

“애기들 주려고 내가 간식도 사 왔지.”

“허튼소리 말고 가져온 거나 내놔.”

“지호야, 아이스크림이 안 먹고 싶구나.”

백은찬이 여유로운 얼굴로 그대로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그런 백은찬을 안지호가 어이가 없단 얼굴로 쳐다봤다.

“자, 우리 세현이는 초코 아이스크림~”

이윽고 백은찬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건네주었다. 제대로 잘 사 왔네. 그리고 그대로 백은찬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물었다.

한편, 저쪽에선 아이스크림을 두고 또다시 이런저런 토론을 시작했다.

“콘보단 막대지.”

“막대를 누구 코에 붙여요.”

“그러면서 막대랑 콘을 다 들고 있어?”

이내 하람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표정을 보였다.

“어허, 아이스크림은 컵이지.”

동시에 백은찬이 가지고 있던 컵을 들어 보였다. 와중에 토론의 요소를 하나 더 늘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거, 상당히 시끄러워질 듯했다.

* * *

그날 라이브는 잘 끝났고, 아니나 다를까 차선빈과 관련된 루머도 그대로 잘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회사 역시 고소를 진행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때는 정말 놀랐다. 차선빈이 그렇게 바로 말하고 갈 줄은.”

“오히려 난 당연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것보다 시작 전에 메뉴를 설명하길래 놀랐는데.”

“아, 그건 세현이가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요.”

차선빈이 말했다.

아···그렇긴 했었지.

“아, 우세현이 살짝 컨트롤을 한 거구만? 그래도 그 뒤로는 그냥 차선빈이더라. 근데 속 시원하고 좋았어.”

이에 차선빈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얘기는 뭐였냐?”

“어떤 거?”

“너희 둘이 거실에서 무슨 얘기하고 있지 않았냐?”

백은찬이 물었다.

아, 그때 백은찬도 뒤늦게 나왔지.

“내가 예전에 Aboys 선배님들 팬이었거든.”

“뭐? 너 Aboys 팬이었어?”

백은찬이 놀란 표정으로 반응했다.

“언제, 언제 팬이었는데?”

“초등학생 때쯤.”

“아, 그때 진짜 Aboys 대단했지.”

“그래요? 전 아예 기억이 없어요.”

“넌 유치원생일 때니 모르긴 하겠다.”

“근데 그때, 루트도 좀 인기 많았는데.”

그때, 그런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왜 그러는데?

“아, 그렇지. 루트도 많았지. 엄청 많았지.”

“응. 루트도 많았어.”

“우세현은 백퍼 루트 팬이었지.”

“팬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니긴. 너만큼 루트 무대 줄줄 꿰고 있는 사람도 없을걸.”

그건 순전히 무대가 좋아서고.

또, 노래도···좋아서고.

“최애는 혹시 신도하 선배였냐?”

“뭐?”

“왜 니가 놀라냐. 안지호.”

그런 백은찬의 타박에도 안지호는 여전히 굴하지 않은 채 진짜냐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왜 내 최애가 신도하 선배야.”

“아, 그래서 아니다?”

당연히 아니지.

근데 어떤 이유에서 자꾸 내 최애가 신도하라고 추측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물론 신도하의 곡이 취향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그렇네. 우세현 최애는 신도하 선배라기보단 형님에 더 가깝지.”

동시에 백은찬이 장난기 섞인 얼굴로 웃었다. 이번엔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튀는데.

“안지호, 넌 없냐?”

“뭐가.”

“좋아했던 그룹. 아, 너도 혹시 루트?”

“아닌데.”

대답 한번 단호했다.

“그럼 너도 ABoys 야?”

“아니.”

“뭐야, 그럼 다른 그룹 누가 있더라.”

“딱히 없었어.”

이번에도 역시 단호했다.

아, 딱히 없었군.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대답이 의외이거나 하진 않았다.

“와, 없었어? 그럼 노래는? 많이 들은 노래는 있을 거 아니야.”

“적당히 골고루 들었다.”

“그래, 그럴 것 같긴 한데 그럼 어쩌다가 오디션은 본 건데?”

어, 저건 나도 궁금했던 건데.

마침 백은찬이 대신 물어주고 있었다.

“당연히 노래를 잘해서지.”

“누가?”

“내가.”

이토록 단호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근데 그게 또 맞긴 하다.

“아니, 그래서 봤다고?”

“어.”

“그걸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놀랍네.”

“항상 가장 잘한다는 소릴 들어서요. 나보다 잘하는 애는 보통 본 적이 없···.”

그와 동시에 안지호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안지호가 이내 ‘아.’하는, 뭔가 깨달음의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말을 말았다.

방금, 나보고 그런 것 같은데.

“뭔데, 왜 말을 하다 말아?”

“···없진 않고, 아무튼 노래 잘한다는 소리 많이 들어서 그래서 봤다.”

“뭔가 지호 형답네요.”

하람이가 그대로 입꼬리를 올린 채 덧붙였다.

“전 그냥 춤추는 게 좋아서 들어온 건데. 그래도 무조건 IN 엔터였어요.”

“왜 무조건 IN 엔터였는데?”

“사옥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요.”

“그 이유였어?”

“넹.”

“그것도 너 다운데.”

안지호가 조용히 덧붙였다.

이에 하람이가 그대로 모른 척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옥, 그때 회사 사옥이 어땠더라.

지금이랑은 좀 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세현이 형은 왜 IN 엔터예요?”

“난 그냥 하려던 시점에서 IN한테 제안받아서.”

“오. 우리 회사 타이밍 좋았네.”

전혀. 오히려 타이밍 좋았던 건 내 쪽이지. 정말 타이밍 좋게 그 시점에서 온오프를 얻었으니까.

생각해보면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마침 IN 엔터에서 남자 그룹을 계획하고 있을 때였고.

“아, 맞아. 그것보다 너희 다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지?”

“네? 뭘요?”

“뭐긴 뭐야. 우리 다음 주에 미국 가는 거지.”

“아, 그거라면 당연히 하고 있죠.”

그러자 도운이 형이 영 미덥지 못하다는 눈으로 그런 백은찬을 쳐다봤다.

“그래서,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짐 쌀 준비요.”

이에 백은찬이 씨익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이를 본 도운이 형이 이윽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럼 그렇지.

다음 주 목요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정도 뒤엔 뉴욕에서 케이팝 콘서트 행사인 KO-CON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나가게 됐고.

마찬가지로 그 라인업엔 체이스 역시 이름을 올렸다. 체이스 역시 해외 파이가 좋은 터라.

‘오랜만에 케이팝 행사군.’

나 역시 슬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 * *

- 이번 미국 케이오콘 라인업 괜찮네 일단 텅텅콘은 아닐 듯

└ 당연히 아니지 일단 윈썸이랑 체이스가 있는데

└ 체이스보단 윈썸이 큼

└ 알못이네ㅋ 누가 더 좋고 없음 체이스도 RA라 해외가 탄탄해서

- 이번에 미국 케이오콘 재밌을 것 같다 일단 윈썸 개같이 기대중

└ 난 체이스 기대중 체이스 노래가 북미권에서 반응 좋은 것 같음

- 얘들아 미국 조심히 잘 다녀와ㅠㅠ 애들 한국에 없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쓸쓸..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공연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출국했다.

이내 약 14시간의 비행 후, 뉴욕에 도착. 이후엔 호텔로 직행이었다. 다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치 비가 올 듯 어둑어둑한 날씨였다.

“공항에 사람 장난 아니더라.”

“오늘 출국하는 그룹들 꽤 있어서 그럴걸.”

“아까 이것도 얼떨결에 받았어.”

백은찬이 그렇게 작은 인형 하나를 들어 보였다. 하얀 강아지 모양의 인형이었다. 크기가 대략 10cm 정도 되어 보이는.

“너랑 닮았는데?”

“나랑 닮았으니 주신 거겠지? 사실 약간 긴가민가했어. 너 같기도 해서.”

이에 백은찬의 손에 있던 인형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나보단 백은찬인데.

“난 아니야.”

다시 봐도 확실히 아니었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게 이건 확실하게 백은찬이었다.

“그냥 봐도 너잖아.”

“이렇게 귀엽다는 거? 에잉.”

“······.”

에잉?

“쟤가 과하게 귀여운 거야.”

“그게 그거지. 아, 얘 이름 뭘지 궁금하네. 뭔지를 모르니 검색도 못 해보겠어.”

인형마다 대충 대표 이름이 있었다.

예전에 형 인형 중엔 그, 뭐였더라. 유명 인형도 하나 있었는데. 그래서 집에도 데려오고 그랬었지.

“강아지잖아. 백뭉이, 찬뭉이 이런 걸로 쳐봐.”

“오케이.”

이에 백은찬이 폰을 들었다.

집에 있는 그 인형은 이름이 뭐였지. 워낙 오래된 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무튼 백은찬 인형 이름이 그렇게 단번에 나올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헐. 야, 나왔다.”

?

···나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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