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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94화 (394/413)

394화. 잡으려다 실패했다

순간 보이는 익숙한 남자의 얼굴에 그대로 잠시 멈칫했다. 어제와 같은 후드. 분명 그 남자였다.

저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정황상 사자였지.

‘잠깐, 근데 사자가 여기 있다는 건···.’

그리고 그 즉시 다시 스텝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게 역시나 겁을 먹고 있었다.

동시에 스텝의 손이 그대로 주먹을 그린 채로 작게 떨리는 게 보였다.

[“젠장!”]

굳이 생각을 읽을 필요도 없었다.

눈앞의 스텝의 표정이 지금 상황을 무엇보다 잘 설명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사이 후드를 쓴 남자, 그러니까 사자가 마침내 스텝의 등 뒤로 섰다. 동시에 깊은 침묵이 일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침묵이.

- 휙!

그때였다.

눈앞의 스텝이 그대로 내가 있는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려던 찰나, 뒤에 있던 사자가 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 건.

“윽!”

이윽고 사자의 팔이 스텝의 목을 강하게 결박시켰다. 꼼짝없이 잡혔다.

스텝과 사자의 덩치 차이는 약 2배 가까이 되어 보였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붙잡힌 스텝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도록.”

그렇게 바둥거리는 스텝을 향해 사자가 조곤조곤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사자의 말에도 스텝은 여전히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당장이라도 말려야 하는 모습이었다. 영락없이 두 사람이 몸싸움을 하는 꼴이었으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런 일반론은 적용되지 않았다. 저 사자가 지금 스텝을 잡으려는 이유는 안 봐도 뻔했다.

이전에도 몇 번 봤던 그 ‘령’이라는 것과 관련된 거겠지.

지금 저 스텝 안에 있는 건.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이 과정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엔 앞에 있는 사자의 눈엔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적어도 당황한 기색 정도는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선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마치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는 것마냥.

‘물론 진짜로 움직일 생각은 없지만.’

괜히 방해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그리고 이내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적당히 말리는 시늉을 하려던 찰나, 갑작스레 붙잡힌 스텝이 소리를 내질렀다.

“으악!”

- 휘익!

그리고는 찰나의 순간,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의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기도 세기지만, 속이 울렁거렸다.

‘아, 젠장···.’

불쾌하고도 기분 나쁜 바람이 그렇게 한순간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몸에 힘이 빠지며 순간이지만 몸이 휘청였다.

[“이 새X!”]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잠깐. 마치 바람과 함께 스치듯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이에 급하게 옆에 있던 벽을 짚고 섰다. 그 덕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 일은 없었지만,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벽을 짚은 손이 나도 모르게 작게 떨려왔다.

“아아.”

그때였다.

사자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렸다.

이에 무거운 고개를 힘겹게 들어 올렸다.

들리는 목소리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섞인 듯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불안함이 가중됐다.

“놓쳤군.”

···놓쳤다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다리가 풀릴 뻔한 걸 간신히 붙잡았다.

* * *

사자가 이내 작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잠시 골치 아프단 얼굴로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었다.

‘···방금 분명 저놈을 놓쳤다는 얘기 같은데.’

이에 나도 모르게 표정을 구길 뻔한 걸 간신히 참아내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다 잡은 걸 놓치는 거냐.

그 상황은 누가 봐도 다 해결될 만한 상황으로 보였는데!

“귀찮게 됐군.”

사자가 혀를 찼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그렇게 눈앞의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휘청휘청거리는군.”

동시에 그대로 벽을 짚던 손을 거두었다. 미세한 반동으로 인해 아직까지 골이 울렸다.

“···휘청휘청은 아닙니다만.”

“아마 방금 도망친 것 때문이겠지. 알지는 모르겠지만, 놈의 절반이 이 인간을 벗어나 달아났어.”

사자가 아직까지 자신의 팔 안에 있던 스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이 스텝은 기절해버린 상태였다.

‘절반이···달아났다고?’

앞서 놓쳤다는 말로 봤을 땐, 그저 놓친 줄로만 알았는데 방금 전 사자는 분명 ‘절반’이라는 말을 언급했다.

‘설마 완전히 놓친 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사자가 말한 그 절반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귀찮게 꼼수를 썼어. 그대로 자신을 두 개로 분리하는 수는 쓸 줄은 몰랐는데. 아마 남은 절반은 저 어딘가 허공을 떠돌고 있을 테고.”

이내 사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그 귀신인지 유령인지 하는 게 자신을 두 개로 분리했고 그 분리한 것 중 하나가 도망을 쳤다는 말인가.

‘결국 놓쳤다는 말이잖아.’

이러나저러나 위험 요소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상당히 골치 아파졌군.”

사자가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난 그런 사자를 향해 말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사자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하는 게 느껴졌다. 여기선 당연히 모른 척이다. 사자의 존재를 알고 있어선 안 되니까.

그리고 사자는 그런 날 가만히 쳐다보는 듯하더니 이내 말했다.

“상황 판단은 얼추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단순히 모른 척인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단 그 쓰러지신 분을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최대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황하고도 다급하게.

그러자 곧 사자가 붙잡고 있던 스텝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귀찮아하는 얼굴이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어차피 엮이게 되어 있어.”

“···예?”

“아, 혹시 내 존재에 관해서가 의문인 건가. 그렇다면 상황 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

동시에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곧 다시 한번 나와 시선을 마주한 채로 말했다.

“지금, 저승사자가 귀신 잡으려다 실패했다. 이렇게 설명하면 되나?”

* * *

후드의 사자는 그렇게 본인의 입으로 직접 본인 정체를 까고 있었다.

뭐라 할 새도 없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치 정말로 당연한 걸 말하듯이.

그리고 그 바탕엔 분명 내가 그 사실을 의심치 않을 거라는 어떠한 확신이 존재했다.

“저승사자라고요···.”

“그래. 보아하니 보진 못하는 것 같고. 어느 정도 느끼는 정도인 것 같은데, 그런 걸 느낀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본 존재겠지.”

···이것저것을 느낀다고?

설마 이 사자, 내가 귀신이라도 보는 재주를 가진 줄 아는 건가.

“여전히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전 뭔가를 느끼거나 하지 않아요.”

“글쎄. 내 눈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후드의 사자는 전혀 믿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솔직히 이것만은 진실이었다. 뭘 느낀다니.

설령 느낀다고 해도 그건 뭔가 불쾌하다 정도의 감각이지 사자가 말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사자의 말에 한 번 더 반박을 하려던 찰나, 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건 분명 한 번 치러 오겠지.”

“···예?”

“앙갚음을 하러 올 거란 말이야.”

동시에 사자가 나를 향해 말했다.

“너한테.”

그 말에 순간 숨을 멈췄다.

전혀 이해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앙갚음을 하러 온다고? 나한테?

그리고 그렇게 말을 멈추고 있자 사자가 부연 설명을 하듯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게 네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여기 오기까지 네가 붙잡고 있었잖아. 그놈.”

“제가 붙잡···아.”

붙잡기는···붙잡았었지.

“만약 단 몇 초라도 그놈이 먼저 이곳을 벗어났거나 했다면, 그놈은 날 만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그놈과 내가 조우하게 된 건 전적으로 네 탓, 아니 네 덕이라 이거지.”

사자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되는 거냐.

솔직히 잠깐이라도 붙잡아두려 한 건 맞았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게 이런 방향으로 연결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하지만 설령 알았다고 해도 같은 행동을 했으려나.’

어떤 류든 위험한 거라면, 여기서 잡히는 게 베스트니. ···그렇지만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여버린 듯했고.

동시에 그 순간, 떠올랐다.

조금 전 그 ‘령’이 이곳을 빠져나가기 직전 외쳤던 한 마디가.

- 이 새X!

···그건 결국 나를 향해 하는 말이었나.

“어떤 방식으로 앙갚음을 하려는 지는 몰라. 갑자기 머리 위 구조물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일부러 사고를 낼지도 모르지.”

확실히.

상대는 어떤 이상한 존재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혹은 더 나아간다면, 네 주변으로 옮겨붙을 수도 있는 일이고.”

“···옮겨붙는다고요?”

“네 주변 인물들에게 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 항상 함께 있는 인물들. 혹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들.”

그걸 듣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순간, 가슴이 철렁였다.

최악이다.

그건 정말, 최악이었다.

“안달이 난 상태지. 그러니 뭘 할지 모르는 상태고.”

말의 내용치고 꽤나 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젠장!’

괜히 오지랖 넓게 끼어드는 바람에···.

다른 것보다 정말로 멤버들에게 붙거나 한다면···혹은 멤버들에게 뭔가 피해를 입힌다면···.

가정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 그대로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놈을···.

“뭐, 사실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붙어야겠어. 너한테.”

···붙는다고?

“한 편이라도 먹자는 말인가요?”

“그렇지. 어차피 그놈의 도착지는 정해져 있어. 그러니 그걸 아는 이상 나도 거기서 기다려야 하지 않겠어.”

일리 있는 말이었다.

놈의 도착지는 어떻게 보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자의 말 대로라면.

“인간이랑 손을 잡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넌 감이 좋은 것 같으니.”

적당히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어떻게 되든, 늦든 빠르든 놈은 내 주변에 나타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대로 사자에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 사자를 믿을 만하냐는 거지.’

좋게 포장했지만, 결국은 이쪽을 미끼로 쓰겠다는 말과 같았다. 동등한 관계로 손을 잡자는 말이 아니다.

필요하지 않으면 버릴 생각도 있는 거다. 당연하게도 주저 없이.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쓸데없이 주체했다간 정말로 멤버들이 위험한 상황으로까지 갈 수 있다.

‘미끼가 된다고 해도 결국 잡으면 그만.’

지금 중요한 건 결국 그놈을 잡는 거였다.

“···좋습니다.”

“그래. 머리 회전이 빠른 것도 괜찮군.”

사자는 내 능력과 다른 사자와의 관계 또한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적당히 그런 쪽으로 감이 좋은 걸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러니 협력한다고 해도 이 부분은 철저하게 감춰야만 했다.

“그보다 이제야 순순히 인정하는군. 아까는 그렇게 그런 감은 없다고 하더니.”

사자가 나를 보며 히죽거렸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래, 사실 처음 만해도 그렇게 끝까지 잡아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사자는 처음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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