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화. 주변 인물들에 주의하도록
“그때 그 호텔에 있었다고요?”
“그래.”
사자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협력이 성사된 이후엔 곧바로 현재 상황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그 호텔에 해당 령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여기저기서 옮기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그럼 그때도 놓친 건가요.”
“워낙 재빠른 놈이라. 어쩔 수 없었어.”
결국 놓쳤다는 이야기군.
다소 뻔뻔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리고 그렇다면 조금 전, 리허설 때 느꼈던 바람도 역시 령과 관련된 거였겠군.’
그때 그 기분 나쁜 바람.
사자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것 역시 ‘령’과 관련된 걸로 보여졌다.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면, 이제 조금 구체적인 논의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
그리고 그 말에 다시 한번 사자와 마주했다.
“사실 그렇게 크게 할 건 없어. 어차피 내가 내내 붙어 다니면서 마크할 거니까.”
“별도의 신호 같은 건요?”
“굳이 필요 없어. 정말로 24시간 마크할 생각이라.”
사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그래야 할 상황인 건 맞는데, 막상 이렇게 들으니 정말로 되도록 빠르게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24시간까지는 갈 필요도 없다.
오늘 안에, 아니 못 해도 반나절 안엔 바로 잡아야 한다.
“곧바로 접근만 해준다면 그걸로 게임 오버야. 어떤 방식으로도 포획하는 게 가능하지. 귀찮아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다른 사람한테 붙는 경우 말이군요.”
“맞아. 인간에게 붙는 경우, 곧바로 대응하기가 힘들어.”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전에 사자가 내게 도움을 구했을 때도 그런 상황에서였으니까.
예측하기론 사람에게 붙은 경우엔 판단은 가능하나 그 판단이 바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도 예의주시하도록 해. 지금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네 주변 인물이니까. 당연히 곧바로 알 방법은 없지만.”
“적어도 멤버들이라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로?”
“네.”
그러자 사자가 조금 의아하단 얼굴을 보였다. 그게 정말 가능한 거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사실 능력을 사용한다면, 멤버들 외에도 바로 구별이 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우리 멤버들만큼은.
“멤버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그러자 사자가 그대로 잠시 나를 조용히 응시하는 듯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그쪽은 그렇게 하면 되겠군. 혹시나 뭔가 알게 된다면 곧바로 말하도록 해.”
“그 연락 수단은요?”
아무리 근처에 상주한다고 해도 허공에 대고 말할 순 없었다. 무대에 올라가야 하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그 연락 수단이 필요하군. 당연히 그쪽은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더니 곧 고민하는 기색을 보인다. 설마, 이 사자도 따봉 어쩌고 이런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하지.”
그리고 결론을 냈다는 얼굴로 말했다.
“손가락을 튕겨.”
“···예?”
“할 줄 모르나?”
그럴 리가 있나.
다만, 너무 정상적이고 평범한 방법이라 놀랐을 뿐이다. 역시 따봉 사자가 어딘가 좀 이상한 게 맞군.
“혹시나 상대를 특정한다면, 그 길로 곧바로 신호를 보내. 상대의 앞에서. 그럼 바로 조치를 취할 테니까.”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을 튕기는 정도라면, 설명 무대 위에서라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당분간은 주변인들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어떤 인간에게 붙어 있을지 모르니까.”
한 마디로 직접적인 접촉은 삼가는 게 좋다는 말이었다.
“휘청거리는 게 그대로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바로 얼굴을 보게 될 것 같아서 말이지.”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적어도 한 방에 가진 않을 거예요.”
그러자 사자가 여전히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애초에 한 방에 갈 생각도 없지만, 그 한 방을 받아줄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대처 방안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어떻게서든 먼저 그걸 찾는 것이었다.
“솔직히 너한테 그리 큰 기대는 없어. 그저 휘청거리지만 말라고.”
사자가 말했다.
실제로 기대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다. 오히려 방해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게 컸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튕길 일이 없는 것이었다.
* * *
후드 사자와의 대화가 끝난 후엔 사자는 곧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근처에 있던 장식이 조금 흔들렸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하게 옆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리고 난 그 길로 대기실로 향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만 했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한 번 인간에게 붙을 경우 일반적인 ‘령’ 상태보단 또다시 다른 몸에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기에.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멤버들을 찾아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야, 우세현. 너 도대체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백은찬이었다.
이내 나를 발견한 백은찬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왔다.
“사원증은?”
“잘 찾아줬어. 생각보다 멀리 갔더라고.”
“그냥 매니저 형한테 부탁하지. 한참 기다렸잖아.”
“미안.”
그리고 그런 백은찬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에 백은찬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확인.
빠른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백은찬.”
“왜?”
동시에 그런 백은찬을 향해 나는 팔을 벌렸다. 그러자 백은찬은 곧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봤다.
“화해의 포옹.”
“뭐?”
그렇게 무턱대고 포옹을 요구했다.
그러자 백은찬은 이내 그게 뭔 소리냐는 듯한 얼굴을 보였으나 이를 무시한 채로 일단 직진하고 봤다.
“갑자기 뭐야?”
“아무래도 내가 미안해서.”
이에 백은찬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결국 픽-하고 한번 웃어 보였다.
“그런 거라면 받아줘야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찬가지로 팔을 벌려 한번 안았다.
‘···일단 아니군.’
포옹과 동시에 백은찬의 생각을 확인해본 결과, 그렇게 예상 범주를 벗어나는 반응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의 멤버들의 반응. 그리고 그에 따른 생각.
평소라면 드러나지 않았을 생각이어도 이럴 땐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백은찬은 아니었다.
‘···한시름 놓았군.’
그리고 앞으로 남은 멤버들도 이런 방식으로 한 번씩 확인을···.
“···뭐 하냐?”
“왜? 계속 이러고 있자는 거 아니었어?”
와중에 백은찬이 포옹을 한 채로 이제는 어깨에 턱까지 올렸다. 아, 역시 키가 더 컸어야 한다.
“됐어, 화해의 포옹 끝났어.”
“난 아직 화해가 다 안 됐는데.”
“안은 시점에서 이미 끝이야!”
그렇게 힘겹게 늘어지는 백은찬을 떼어 놓았다. 그 과정도 순탄치가 않았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와중에 팔에 힘을 단단히도 줬다. 가만 보면 백은찬도 힘이 보통이 아니다.
“···너 요즘 운동하냐?”
“운동이야 평소에도 하고 있지.”
대답과 동시에 백은찬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하는 짓이 평소의 백은찬이 분명했다.
“이거 좋다. 앞으로도 화해는 이렇게 할까?”
“한 번으로 끝이라고. 한 번으로.”
“한 번이 두 번 되는 거고, 두 번이 세 번···.”
그래도 백은찬의 입을 막아 버렸다.
···일단 다행이다.
“형들,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요?”
“얘들이 안 하던 짓 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니지.”
동시에 도운이 형과 하람이가 보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편안한 자세로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좋아, 이번에도 바로 간다.
이번엔 두 사람을 한 번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뭐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도운이 형과 하람이 사이로 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어깨를 감쌌다.
“우리 아까 리허설한 거. 이 부분, 괜찮다. 박자 제대로 맞네.”
“당연히 괜찮아야죠. 근데 세현이 형, 너무 가까운 거 아니에요?”
그와 동시에 하람이와 도운이 형이 그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돌려 나를 봤다.
“어, 그런가.”
그리고 그 순간 들여다본 생각 역시 특별할 게 없었다.
“아, 알겠다. 혹시 뭐 미션 받았어요? 아까부터 안 하던 스킨십을 하네.”
“깜짝 카메라?”
“맞네. 세현이 형, 이거 또 어디 카메라 있는 거죠?”
하람이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꽤 귀여웠지만, 어쨌건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괜찮다는 게 중요했다.
“야, 미션 아니지?”
“뭐?”
와중에 백은찬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와, 미션이면 너무 서운하잖아.”
“미션 아니야. 카메라 없어.”
“진짜?”
“응.”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자 백은찬은 그제서야 표정을 풀었다. 미션은 아니지만, 나름의 확인 방법이긴 한데.
근데 또 그런 백은찬의 반응을 보니 괜히 미안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 못 믿겠으면 한 번 더 해도 되고.”
“지금 하면 안 되지. 나중에 해야지.”
“왜?”
“우세현, 쫄리게.”
동시에 백은찬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백은찬은 진짜, 정말, 완전 아닌 게 확실하다!
“어, 나 진짜 할 건데.”
“···그것보다 다른 애들은 어딨어?”
“다른 애들? 아, 차선빈, 안지호?”
“응.”
차선빈, 안지호가 안 보였다.
같이 대기실에 있을 줄 알았더니.
“아까 둘 다 어디 나가는 것 같던데?”
“나갔다고?”
어딜 나갔다는 거지.
“선빈이는 아까 화장실 간다고 나간 것 같던데.”
그리고 매니저 형의 말을 따라 곧바로 차선빈이 갔다는 화장실로 향했다. 사실 대기실에 있어도 만나겠지만, 괜히 급한 마음에.
‘분명 이 근처라고 했는데.’
대기실에서 나와 오른쪽.
그렇게 가다 보니 얼마 안 가 매니저 형이 말한 대로 화장실이 나왔다.
동시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차선빈이었다.
“선빈아!”
동시에 눈앞에 있던 차선빈이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평소와 같은 덤덤한 얼굴이었다. 일단 겉보기엔 전혀 다른 게 없었다.
이에 나는 그런 차선빈을 향해 나는 팔을 벌렸다.
“어, 포옹 한번 할까?”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이거 이렇게 보니 정말로 남이 보기엔 무슨 미션수행 하는 줄 알 것 같다.
그런데 그때, 그대로 나를 보고 있던 차선빈이 다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차선빈에게선 어떠한 생각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이쪽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여전히 이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시선은 줄곧 앞을 향해 있었다. 올곧이 앞만을 향해 있었다.
그렇게 난 여전히 차선빈의 생각의 집중했다. 앞으로 들려올 목소리에.
그리고 이내 다가오던 차선빈이 내 앞에 섰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엄습해왔다. 평소보다 다소 차분해 보이는 분위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
이에 다시 한번 살짝 긴장되려던 찰나, 그 순간 차선빈이 그대로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왜 불렀어?”
평소 차선빈의 목소리였다.
내가 알고 있던 그 목소리가 맞았다.
가장 중요한 생각의 흐름 또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왠지 어떤 표정일지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 깊은 속에서부터 다시금 깊은 안도감이 들었다. 평소의 차선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