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96화 (396/413)

396화. 여러 가지로 이해가 힘들군.

“근데 무슨 일이야?”

“뭐?”

“여기까지 나왔길래.”

차선빈이 물었다.

“아, 뭐 좀 빌리려고.”

“뭐 빌리려고?”

“보조배터리.”

그렇게 대충 얼버무렸다.

사실 보조배터리 같은 건 이미 가방에 잘 가지고 있었지만.

“아, 보조배터리.”

“응.”

그대로 차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제 그만 풀어도 되는데···.”

대화는 하고 있지만, 자세는 여전히 안긴 채였다. 아니, 사실 안긴 쪽은 내 쪽이긴 했다. 아무래도 내가 덩치로는 밀리다 보니.

“그래?”

“응.”

그러자 차선빈이 그대로 몸을 한 발짝 뒤로 뺐다. 일단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차선빈은 차선빈이었다.

“아, 근데 방금은 미션 같은 거 아니야.”

“방금? 아, 미션.”

그러자 차선빈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근데 이렇게 되면 차라리 미션이라고 하는 편이 나은 거 아닌가.

그쪽이 오히려 설명하기 자연스러울 것 같고.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또 스케일이 조금 커지는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미션이라고 생각 안 했어.”

“어, 그래?”

“응.”

이내 차선빈이 덤덤하게 답했다.

“표정이 꽤 진지해 보여서. 오히려 무슨 일 있나 했어.”

···표정이 그랬나.

아무래도 급한 마음에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은 없는 거지?”

“응. 전혀.”

그렇게 차선빈을 향해 한 번 웃었다.

확인했으니 이제는 괜찮다.

“근데 안지호 어딨는지 알아?”

“지호···아까 매니저 형이랑 있는 거 본 것 같아.”

“어디서?”

“이 근처에서 봤는데. 아마 그리 멀리 안 갔을 거야.”

이 근처란 말이지.

그렇다면, 혹여 더 멀어지기 전에 한 번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했다.

아니, 엇갈릴 수도 있으니 그냥 이대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게 나은가.

“근데 세현아.”

“응.”

“혹시 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뭘?”

“허그.”

또···필요한 일이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나중에 한 번 더 확인할 때 괜찮을지도. 생각해보니 지금 괜찮다고 나중에도 괜찮으란 법은 없으니.

그리고 옆에서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차선빈을 향해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에 차선빈 역시 살짝 미소 지었다.

“근데 왜 한지는 안 궁금해?”

“글쎄. 근데 이유는 별로 안 중요해서.”

“왜?”

이해하기 힘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보통은 중요하지···않나?

“그냥. 별로 안 중요해.”

그리고 그렇게 차선빈은 한 번 더 명확하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방금 전 그 말 안에서, 그 한마디 안에서 어떠한 강한 믿음 같은 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믿음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좀 좋아졌다.

* * *

그대로 차선빈과 함께 대기실에 돌아갔지만, 역시나 안지호는 보이지 않았다. 듣자 하니 잠깐 왔다가 다시 나갔다는데.

‘오늘따라 답지않게 돌아다니네.’

아무래도 한 번 더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왠지 느낌이 그다지 좋지가 않아서.

- ‘이리저리 잘도 돌아다니는군.’

동시에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렸다.

사자의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한 번 있었지.

‘이런 것도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른 척.

근데 이것도 가능하다면, 굳이 손가락을 튕길 필요가···아, 내 쪽에선 먼저 말을 걸 방법이 없나.

- ‘그것보다 왜 이렇게 직접 접촉을 하는 거지? 내가 분명 그건 좋지 않다고 했을 텐데.’

‘굳이 피하고 싶지 않아서요.’

- ‘뭐?’

멤버들에게는 뭐든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머리를 굴리거나 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부딪혔다.

- ‘내가 볼 땐 그저 무모해 보이던데.’

‘상관없어요.’

바로 알 수 있다면, 혹은 바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것보다 그게 중요하니까.

물론 사자의 입장에선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모르니 더더욱 무모해 보였을지도 몰랐다.

- ‘여러 가지로 참 이해가 힘들군.’

사자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굳이 이해할 필요도 이해하지 않아도 됐다. 그냥 그렇게 한 거니까.

- ‘저쪽에 있는 창고 근처에 가보는 게 어때. 왠지 그쪽이 좀 끌리는데.’

창고 근처.

사자의 말 대로 근처엔 소품 창고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 다다랐을 시점, 눈앞으로 또다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안지호였다.

드디어 찾았다.

“안지···.”

그런데 그렇게 안지호를 부르려던 순간, 눈앞에 있던 안지호와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어.’

그런데 평소와 달리 느낌이 조금 달랐다.

왠지 모르게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에 다리를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동시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에 가슴이 뛰었다.

‘···설마.’

하지만 내가 그런 안지호에게 다가가는 것보다 안지호가 내게 오는 게 조금 더 빨랐다.

“안지호!”

그렇게 성큼성큼 다가온 안지호가 이내 내 눈앞에 섰을 때, 한 번 더 안지호를 불렀다.

그런데 그때, 돌아오는 것은 대답이 아닌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순간, 안지호가 내 팔을 빠르게 잡았다.

잠깐, 설마···!

“어딜 돌아다니다가 이제 와!?”

“···뭐?”

“한참을 뒤졌잖아.”

···뭐?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그저 그렇게 벙찐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뒤졌다고?”

“너 찾느라 뒤졌다고. 물건만 갖다주고 오겠단 놈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으니까.”

아···그 말이었나.

“팔은?”

“어? 팔?”

“팔은 괜찮냐고.”

안지호가 붙잡은 내 팔을 그 순간 더욱 강하게 붙잡았다. 팔···무슨 팔···?

“멍든 거.”

“아.”

멍든 거.

그거라면 당연히 괜찮다.

“어, 당연히 괜찮···.”

그 순간, 대답과 동시에 안지호가 다른 손으로 멍이 든 부분을 꽉 붙잡았다.

“아!”

“괜찮기는 무슨.”

안지호가 이내 어처구니없는 얼굴을 보였다. 아니, 그렇게 누르면 아픈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욱신거렸지?”

“···조금.”

동시에 안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말투에 나도 모르게 실토했다.

“야, 이거 당장 발라.”

그리고 그때, 안지호가 내게 뭔가를 건넸다. 연고였다. 멍에 좋은 연고.

“이건 어디서 났어?”

“매니저 형한테 부탁해서 하나 사 왔어. 표정 보니 찜질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그럼 이것 때문에 찾아다닌 거야?”

“······.”

그러자 안지호는 대답이 없었다.

동시에 시선을 살짝 돌리는 게 보였다.

이것 때문에 찾아다닌 거다.

“다른 말 말고 얼른 바르기나 해라.”

“지금?”

“미쳤냐?”

아니, 나도 그래서 물은 거라고···.

멍든 위치가 어깨에 다소 가까운 위치라. 바르려면 아무래도 보는 눈이 적은 대기실이 나았다.

“당연히 대기실이지. 따라 와, 얼른.”

그대로 안지호가 따라오라는 듯이 나를 향해 고개를 까닥했다.

그리고 그런 안지호를 따라나서려던 찰나, 순간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안지호. 화해의 포···.”

“뭐?”

“아니. 아니야.”

이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안지호는 여전히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뭔 말을 하다 말아.”

[“뭔 말을 하다 말아.”]

그래. 똑같다.

아주 똑같다.

똑같은 게 안지호가 맞았다.

이 이상의 확인은 생략하는 걸로.

“빨리 안 와?”

“알겠어.”

그리고 그렇게 안지호를 따라 우리 대기실로 향했다. 손에는 여전히 연고를 쥔 채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같은 것이었다.

* * *

아무래도 안지호는 나를 찾겠다고 나서고 나는 그런 안지호를 찾느라 한동안 엇갈렸던 것 같다.

그리고 안지호를 따라 멤버들에게 들키지 않게 그대로 팔에 약을 바른 뒤, 대기실 한쪽 구석 의자에 몸을 기댔다.

‘다행이다.’

가장 먼저 번진 생각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름의 확인의 과정을 거친 결과, 멤버들에게 붙지 않았다. 그 순간, 안도감이 빠르게 밀려왔다.

그대로 힘이 조금 빠졌다.

다행이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냥 안심할 수도 없지.’

언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니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순 없었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멤버들이나, 그 주변이나.

혹은 사람이 아닌 다른 것도 역시나 주의해야만 했다. 물론 그쪽은 사자가 알아서 하겠지만.

“세현아, 이제 대기실 나가야 해.”

그렇게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어느새 건희 형이 내 앞에 와 서 있었다.

보아하니 이제 대기실을 비우고 호텔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본무대는 내일이니까.

이에 그대로 옆에 두었던 연고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현아, 이것도 챙겨야지.”

이내 건희 형이 저편에 두었던 마스크를 내게 건넸다. 출근할 때 썼던 마스크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고개를 들어 건희 형을 한번 바라봤다.

“왜?”

“아뇨. 형, 고마워요.”

그대로 마스크를 건네받았다.

이어서 손에 든 마스크를 가방 안에 잘 챙겼다.

“우세현. 아까 안지호랑 어디 있다 온 거냐?”

“잠깐 그냥 복도에서 얘기한 게 다야.”

“근데 잘 기억하고 있지? 포옹.”

“아니. 기억 안 나는데.”

“괜찮아. 내가 기억하잖아.”

백은찬이 그렇게 씩 미소 지었다.

···이거 제대로 잘못 걸린 느낌인데.

그리고 그때, 멤버들보다 조금 앞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건희 형이 보였다.

“아, 건희 형. 그러고 보니 아까 한성이 형이 형 찾던데요.”

“어? 그래?”

“네.”

나는 그렇게 저편에 있던 다른 매니저 형인 한성이 형을 가리켰다. 그러자 곧 건희 형이 가던 걸음을 돌려 그쪽으로 향했다.

“얘들아, 어서 타.”

이후엔 곧바로 주차장으로 들어서 벤 앞에 섰다.

“아, 리허설인데도 피곤하다.”

“형, 이번에 힘 꽤 많이 들어갔던데요.”

“그러는 너도 장난 아니던데.”

“저는 원래 맨날 장난 아니었죠.”

그리고 그렇게 하람이가 벤에 올라타려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뭔가 큰 소리가 났다.

-펑!

“어, 뭐야.”

이에 백은찬이 놀란 눈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근처에 있던 등이 하나 그대로 하나 터졌다.

그와 동시에 깨진 등에서부터 작게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터졌어.”

“뭐 튀진 않았지?”

“네. 그런 건 없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그게 크게 번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이에 매니저 형인 은석이 형이 빠르게 근처에 있던 스텝에게 이를 알렸다.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 낫더라면, 위험했겠는데.’

만약 여기서 조금만 더 가까운 등이었더라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었을 수도 있었다.

잘못하다간 유리 파편이 그대로 위에서부터 쏟아졌을 수도 있는 위치였다.

- ‘저거 그냥 터진 게 아닌데.’

동시에 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사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했다.

조금 전 터진 등.

그건 지금 우리가 찾고 있는 ‘령’이 저지른 일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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