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97화 (397/413)

397화. 결국 붙은 건가

갑작스럽게 터진 등에 의해 스텝은 물론이고 시설 관리인 등이 함께 나와 현장을 잠시 통제했다.

등이 제대로 터진 통에 현장 주변으론 여기저기 날카로운 잔해가 흩뿌려진 상태였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 일단 우리는 그대로 밴을 타고 공연장을 벗어났다. 운전은 매니저 형인 은석이 형이 맡았다.

- ‘아무래도 근처에 있었던 것 같군.’

사자가 말했다.

이에 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자가 말한 대로 방금 전 그 장소엔 분명 이쪽이 찾는 령이 있었다. 그것도 꽤 가까운 곳에.

형체를 가지고서.

‘···결국 붙은 건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령’이 누구에게 붙었는지를.

‘조금 더 확인을 해야 해···.’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조금 더 확실한 확인이 필요했다. 누구인지 알기에 더더욱.

조금 전, 그 ‘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령’이라 추측되는 생각을 들었다. 주변 인물로부터.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 더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정말로 ‘령’이 그 사람에게 붙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

그리고 곧바로 그 확인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체할 새가 없었기 때문에.

호텔에 도착한 이후,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 나는 그대로 매니저인 건희 형을 불렀다.

“건희 형.”

그리고 그런 내 부름에 건희 형은 등을 돌려 나는 바라봤다.

“내일 무대 전에도 언제나처럼 부탁해요.”

“뭐?”

“커피요. 저 그때 항상 마시잖아요.”

“아, 맞다. 그랬었지. 어, 그래. 알겠다.”

그러자 건희 형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처럼 아메리카노로 부탁드릴게요.”

“그래, 알겠어. 아메리카노로.”

이내 건희 형이 답했다.

그리고 그런 건희 형에게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인사를 한 뒤, 방으로 이동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 순간, 드는 확신에 나도 모르게 몸의 힘이 빠졌다.

‘···역시 건희 형이구나.’

원래라면 무대를 앞두고선 웬만해선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목이 건조해지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건희 형이었다. 여기에 부탁한 메뉴가 아메리카노라는 것도.

“아아.”

그렇게 다가온 확신에 나는 그대로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령’. 그것은 우리 매니저 형인 건희 형에게 붙어 있던 바였다.

* * *

건희 형을 처음 의심스럽게 느끼게 된 건, 안지호와 함께 대기실로 돌아온 직후였다.

그때 내게 다가왔던 건희 형의 생각.

그 생각을 우연히 듣게 됨으로써 알게 되었다.

[“이 새X, 이거 언제 치지?”]

우연히 듣게 된 그 짧은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를 향한 말투와 표정은 언제나와 같은 것이었지만, 생각만큼은 전혀 달랐다.

그 생각만큼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분노가 직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여차하면 거기서 그냥 날 칠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만큼 상대는 분노에 차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일부러 건희 형에게 운전시키지 않은 것도 있고.’

원래 이대로 호텔로 귀가하는 길의 운전은 건희 형이 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조금 바꾸었다.

“건희 형. 그러고 보니 아까 한성이 형이 형 찾던데요.”

그리고 그사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매니저 형인 은석이 형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 이후, 일이 터진 거다.

건희 형과 한성이 형이 돌아왔을 때.

- ‘땅이 꺼지겠군.’

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저기요.’

- ‘왜.’

‘만약 누군가에게 붙은 걸 알았을 땐,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그다음이라면, 처리를 묻는 건가, 그게 아니면 단순히 떼어낼 방법은 묻는 거야?’

‘둘 다 묻는 걸로 하죠.’

그러자 사자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다시 내게 물었다.

- ‘걱정이 되는 건가? 그 숙주가.’

숙주.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빙의된 사람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는 건 아니죠?’

- ‘그건 아니야. 단순히 벌레를 떼어내는 것에 불과하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이전에도 그런 적을 한번 본 적 있었지만, ‘령’이 떨어지고 난 다음엔 어떻게 됐는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으니.

‘그렇다면 됐어요.’

- ‘뭐?’

그런 거라면 됐다.

그나마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그 벌레를 떼어낼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하시죠.’

- ‘뭘?’

‘알아냈어요. 어디 있는지.’

- ‘···알아냈다고?’

‘네.’

그러자 사자는 또다시 잠시 대답이 없었다. 느끼기엔 앞선 내 말에 꽤 놀란 듯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무대 위는 아닌가.

그리고 나는 곧바로 폰을 들어 건희 형의 번호를 찾았다. 그렇게 신호음은 얼마 가지 않아 끊어졌다.

“건희 형.”

─ 어, 세현아.

“이따가 잠깐 시간 좀 내주세요.”

손가락, 지금이라도 튕겨야 하나.

* * *

장건희는 지금, 자신의 호텔 방에서 앞으로 올 손님 한 명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제 발로 찾아온다고 했었지.’

그런 그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는 지금 장건희였지만, 장건희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령’이 붙어 존재하고 있었다.

‘죽일까? 아니, 바로 죽이면 안 되지. 바로 죽게 둘 수는 없지.’

동시에 장건희의 입가에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

그런 그의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곧 있어 올 손님을 괴롭히면 좋을지 그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미리 자신과 함께 방을 쓰던 동료 또한 내쫓아 놓은 상태였다. 아마 한동안은 돌아오지 않을 거였다.

‘처음엔 배를 걷어찰까? 이 새X,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줘야 하는데.’

머리 위로 조명이라도 떨어뜨릴까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제 발로 이렇게 저를 찾아와준다니, 이보다도 좋은 상황은 없었다.

‘분명 꿈에도 모르겠지.’

자기가 지금 어디로 오고 있는 건지.

그렇게 장건희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입가엔 여전히 섬뜩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 띵동!

기다리던 손님이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이에 장건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향했다. 그 발걸음이 가벼웠다. 여기에 미리 준비된 장치도 한번 확인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로 장건희는 문을 열었다. 동시에 그의 눈앞으로 보이는 한 사람의 인영.

“······!”

하지만 그 인영을 발견한 장건희는 그대로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였기에.

“Hey.”

지금 그의 앞에는 우세현이 아닌, 후드를 뒤집어쓴 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 * *

사자는 그대로 빠르게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그 앞에 있던 ‘령’은 어떠한 힘에 의해 순간적으로 크게 나뒹굴었다.

그냥 보기에도 엄청난 힘이었다.

‘살살 좀 해라. 살살.’

그리고 나는 그런 사자와 ‘령’의 모습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건희 형과는 정해진 시간에 묵고 있는 방으로 찾아가겠다고 사전에 말을 해둔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건희 형과 함께 묵고 있던 다른 룸메이트 매니저 형은 그 시간이 되기 전에 급하게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남아 있던 건희 형을 그대로 사자가 기습. 이게 정해진 수순이었다.

‘···슬슬 나도 가봐야겠군.’

하지만 이를 계속 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기습한 사자를 따라 나 또한 건희 형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문이 전부 다 닫히기 직전,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반응을 보니 이쪽이 정답인가 보군.”

사자가 말했다.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 말을 온전히 믿지 않던 사자였다. 분명 먼저 치러 오면 왔지, 절대로 숨어만 있지는 않을 거라면서.

“···이런, 씨X!”

그리고 사자와 마주한 순간, ‘령’은 쫄리기라도 한 것인지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서둘러 몸을 피하기 바빴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그저 붙잡기만 한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지난번과 같이 느슨할 일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와 동시에 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 발짝 움직였다. 그리고 이를 본 ‘령’의 표정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젠장, 창문 쪽으로 날라야 하나···.”]

“창문도 막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자 ‘령’이 흠칫 놀란 얼굴로 날 봤다.

“아, 그렇군. 그쪽을 막아야겠군.”

-쿵! 쿵! 쿵!

그와 함께 창문이 작게 진동하더니 이내 무언가가 겹치듯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뚫리지 않도록 강화라도 한 건가.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같은 일 두 번 하는 거라.”

그럼 처음부터 잘했으면 되지 않나.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순간 사자와 눈이 마주쳤다. 본인도 찔리나 보다.

이내 시선을 거둔 사자가 다시금 앞에 있는 ‘령’을 향해 다가갔다. 독 안의 든 쥐. 딱 그 꼴이었다.

‘그러니 이대로 잡기만 하면···.’

그런데 그 순간, ‘령’의 생각이 갑작스럽게 들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와라.”]

조금만?

그건 마치 이대로 사자가 더욱 가까이 오기를 종용하는 듯한 말투였다.

뭔가 있다.

그 순간, 느낌이 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 령은 이곳에 분명 뭔가를 설치해두었다.

‘멈춰야 해.’

이대로 사자가 더 이상 령에게 가까이 가게 두어서는 안 됐다. 그렇게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그대로 사자를 향해 멈추라는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그와 동시에 사자가 발을 한 번 더 내디뎠다.

그때였다.

- 슈웅!

“······?!”

사자의 발밑으로 뭔가 빛이 나더니 이내 뭔가가 나타나 그런 사자의 다리를 휘감았다.

동시에 사자의 다리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움푹하고 꺼졌다. 말도 안 되지만, 마치 바닥이 사자의 다리를 흡수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하!”

그 모습을 보며 령이 웃기 시작했다.

한껏 기세등등한 얼굴로.

“트랩에 잘도 걸렸군! 한번 X되 봐라!”

그리고는 이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나이프였다.

그렇게 령은 나이프를 든 채로 트랩에 걸려든 사자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젠장!’

별 같잖은 수도 다 쓰네!

동시에 옆에 보이는 쿠션을 하나 집어 들었다. 솜이 가득 차 있는 게 딱 좋았다.

안에 든 건 다르지만, 어찌 됐든 건희 형의 몸이다.

‘그러니 되도록 조심해줘야지!’

동시에 그대로 돌덩이처럼 단단한 쿠션을 령을 향해 힘껏 던졌다.

- 퍽!

“으악!”

아주 제대로 명중이었다.

내가 던진 쿠션은 그대로 령의 얼굴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이내 갑작스러운 쿠션 공격에 시야가 막힌 령이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붙잡은 채로 주춤거렸다.

아, 좀 세게 던졌나.

“이, 이 자식···!”

령이 그대로 얼굴을 구긴 채 나를 노려봤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놓쳤던 나이프를 다시금 빠르게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향해 돌진할 듯한 태세를 취했다. 이에 나는 곧바로 긴장을 한 채 그런 령을 바라보았다.

“아아.”

그때였다.

사자가 붙잡혀 있던 결박에서 풀려난 것은.

이어서 사자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령을 향해 눈을 번뜩였다. 조금 전과는 다른,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

그리고 그 순간, 령은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마치 돌이 된 것 마냥.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한순간에, 단 한 순간에 상황이 정리됐다.

이내 트랩을 벗어난 사자가 그대로 발을 공중에 조금 띄웠다.

“쓸데없는 짓 할 생각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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