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399화 (399/413)

399화. 아주 쓸모가 많을 것 같아

윈썸의 무대가 끝나는 순간, 그대로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이제껏 나온 함성중에서도 가장 단연코 가장 큰 함성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달아오른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았다. 그것은 멤버들이 무대를 내려간 이후에도 끝을 모른 채 계속되었다.

- 와 애들 진짜 이번에 미쳤어ㅠ

- 윈썸 케이오 무대 봤어? 독기 장난 아님

- 윈썸 케이오 이번에 개 레전드

- 다키스트 이 곡 북미 쪽에서 반응 쩔었던 거 맞구나 함성 너무 커서 놀람

- 직캠 언제 올라오냐 직캠 빨리 직캠으로 보고 싶다ㅠ

여기에 그런 윈썸의 다음 무대로는 체이스가 등장하였다. 그리고 역시나 감탄할 만한 무대와 함께 상당한 함성이 뒤따라왔다.

- 역시 체이스도 함성ㄷㄷㄷ

- 윈썸이랑 체이스로 끝이라더니 찐으로 둘로 반응 끝이네ㅋ

- 근데 체이스보단 윈썸이 더 반응 좋았던 것 같음

└ 방구석에 있으면서 뭔 반응 차이를 느껴 내가 볼땐 비슷한데

└ ㅇㅈ 나도 그렇게 느끼긴 함 확실히 윈썸 때 반응이 다름

└ ㅋㅋㅋ함성 감별사들 나섰네

그리고 KO-CON이 모두 막을 내린 뒤 올라온 각 무대별 직캠.

그 직캠이 올라왔을 땐, 다시 한번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는 이와 관련하여 떠들썩해졌다.

- 윈썸 직캠 봄? 라이브 지림

- 3곡 내리 연달아하는데도 우리 애들 라이브 진짜 장난 아님ㅠ 현장 반응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단번에 이해완

- 애들 다 눈에 독기가ㅠㅠ 특히 세현이랑 지호랑 마주보면서 화음 하는 부분 그 부분 진짜 쾌감 쩔어ㅠ

- 다키스트는 진짜 아련 섹시란 말이 딱이야ㅠㅠㅠ

그렇게 윈썸의 미국 KO-CON의 무대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어떠한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윈썸의 직캠은 어느새 500만뷰를 넘어서고 있었다. 올라가는 수치가 심상치 않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역시 무대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에 올라오는 직찍들 역시 가히 레전드라고 불릴 만큼 이곳저곳에서 회자가 되고 있었다.

- [HOT!] 이번 KO-CON 레전드 직찍을 형성한 아이돌.jpg [456]

특히나 우세현의 직찍은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는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핑크빛 머리를 흩날리며 그대로 눈가를 살짝 찌푸린 채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이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게 그것은 마치 초봄과 같은 분위기를 선사해주었다.

└ 와 세현 뭐야? 핑머 존나 예쁘네

└ 핑머에 수트 ㄷㄷㄷ ㅈㄴ 천재 아이도루 같다

└ 세현이 진짜 너무 잘생쁨이야ㅠ 어떻게 이렇게 분위기 있지ㅠ 뒤에 보이는 시계도 사진 분위기랑 개 잘어울려

└ 중간에 선빈이랑 어깨 잡으면서 교차하고 있는 사진도 숨멎이다 얼굴합 보소

└ 저장저장저장 무조건 저장

└ 조회수 넘어가는 거 봐라ㅋㅋㅋ진짜 반응 투명하다ㅋㅋㅋㅋㅋㅋ

└ 은찬이 카메라 아이컨택하는 거 모야 완전 fox가 따로없네

└ 선빈아 오늘도 잘생겼구나 축하해

그렇게 그날 윈썸의 KO-CON 무대는 세간을 다시 한번 집중시키고 있었다.

* * *

KO-CON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눈앞에서 함성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텐션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상당히 기분 좋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으니까.

“오늘 함성 진짜 쩔었다.”

“아, 중간에 형 얼굴 봤어요. 엄청 신나 있던데요?”

“재밌었어. 재밌었어.”

그대로 백은찬이 물을 한 병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내게도 한 병을 건넸다. 그대로 목을 적시는 물이 시원했다.

‘좀 많이 흥분했나.’

평소보다 땀을 좀 더 흘린 듯했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도 저마다 땀을 꽤 흘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분은 좋았다.

마음 같아선 3개가 아닌 5개는 하고 싶을 정도로. 무대를 내려오는 게 그만큼 아쉬웠다.

“세현아, 수건.”

차선빈이 그대로 내게 가지고 있던 수건을 건넸다. 여전히 함성이 큰 걸 보니 밖은 여전히 체이스의 무대가 한창인 듯했다.

예정된 무대를 모두 마쳤으니 이제 남은 건 호텔로 돌아가는 일뿐이었다.

‘사자는···아직 있나.’

어제 일이 해결된 이후, 사자와는 그렇게 여지없이 헤어졌다.

목적이었던 령을 처리하는 일도 마무리되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무색하게 후드의 사자와 한 번 더 마주하게 되었다. 돌아간 호텔에서.

“Hey.”

···여전히 태평한 얼굴로 말을 걸고 있었다.

* * *

마주한 사자는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창백한 얼굴에 여전히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또 보는군.”

사자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직도 여기 머물고 있는 건가.

다행히 멤버들이나 매니저 형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뒤였다. 물론 사전에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나에게 말을 건 걸 테지만.

“이미 가신 줄 알았는데요.”

“항상 일은 차고 넘치니까. 굳이 이곳을 떠날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설마, 이 주변에서 뭔가 또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나와 관계가 없었다.

어차피 우린 앞으로 몇 시간 뒤면 공항에 가 있을 테니.

“이제 가는 건가?”

“그렇습니다만.”

“그거 꽤 안타까운데. 이왕이면 이곳에 아주 오래오래 머물러 있었으면 했는데 말이야.”

소름 돋는 소리를 진지하게도 하고 있었다. 순간이지만 간담이 서늘할 뻔했다. 무슨 의미인지 알기에 더더욱.

“이왕이면 농담조로 해주시죠.”

“농담이 아니었는데. 내가 볼 땐, 넌 아주 쓸모가 많을 것 같거든.”

마치 도구처럼 말하는군.

역시나 사자들은 하나 같이 나사가 조금씩 빠져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조금이 아닌가.

“그렇게 질색할 필요까진 없잖아. 애초에 그렇게 된다고 해도 공짜로 부려 먹을 생각도 없고.”

“뭐든 사양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전혀 이쪽엔 이득이 되는 게 없어 보여서요.”

“여전히 까다롭군. 뭐, 신중한 건 좋은 거지.”

사자가 그렇게 픽 웃었다.

신중이고 뭐고 떠나서 아예 생각이 없다니까. 이제 보니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사자의 특징인 듯했다.

“참, 괜찮은데 말이지.”

그와 동시에 사자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내 사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게 보였다.

기분 나쁘게 뻔뻔한 것도 그 사자랑 비슷···.

[“이 녀석이 설마 그 녀석일 줄이야.”]

···어?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나는 환영이니까.”

그렇게 사자는 한 번 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 그리고 시야에서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앞서 들은 사자의 생각. 그 생각으로 인해.

‘···이 녀석이 그 녀석?’

그건 마치 사전에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의미와 같았다.

* * *

머릿속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다.

앞선 사자의 말.

그건 마치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어디서?’

그것보다 뭘 어떻게 들은 거지?

‘···설마 따봉 사자와 아는 사이인가.’

나에 관해 아는 거라면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따봉 사자로부터 뭔가를 들었을 가능성. 저 사자와 따봉 사자가 서로 알고 있을 가능성.

‘잠깐, 그렇다면 애초에 내가 사자와 연관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는 얘기잖아.’

그 사실을 어느 시점에서 눈치를 챘는지는 모르겠다만, 결국 내가 다른 사자와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다.

‘설마 그래서 그런 말을 한 건가.’

앞서 도움을 더 원한다는 투의 말을 했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알고서.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그걸 알았는지는 역시 알 수 없었다.

일단 처음 협력을 할 때만 해도 다소 못 미덥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니 처음부터는 아닐 거다.

‘···일을 해결한 직후인가.’

그때 이후로 묘하게 태도가 조금 변한 듯해 보였으니.

‘···온오프까지 들킨 건 아니겠지.’

일단 능력을 들킨 건 어쩔 수 없는 방면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온오프의 존재 여부였다.

이전에 ‘명’이라는 사자 역시도 사전에 내 능력을 알고 있었으나 온오프까지는 알지 못했다.

전에 따봉 사자가 들키지 않도록 주의한 것도 이 온오프였으니까.

‘복잡하네.’

사실 따봉 사자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했다. 어쩌면 다른 방면으로 알 수도 있었다.

이에 나는 당장이라도 그 사자를 쫓아 이것과 관련된 것을 묻고 싶었으나 이미 한발 늦은 상태였다.

복도 어디에서도 후드 사자의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거기에 어떻게 물어야 할지도 문제고.’

설령 사자가 눈앞에 있다고 해도 방금 생각에 관해 직접적으로 물을 수 없었다.

앞선 그 말은 어디까지나 사자의 ‘생각’의 불과했다.

사자가 나에 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내 능력에 관해서는 함부로 발설할 순 없었다.

‘···머리 아픈 것투성이군.’

그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

그런데 그러던 도중, 문득 어떠한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읽었지, 나.’

방금 그 사자의 ‘생각’을 내가 읽었다는 사실이었다.

* * *

사자의 생각을 읽었다는 그 행위 자체.

이전에도 한 번 시도한 적이 있었다. 따봉 사자의 생각을 읽으려 시도한 적이.

‘하지만 그땐 읽을 수 없었어.’

그땐 분명 사자의 생각이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그렇지만, 이번엔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사자인 게 분명한데도.

‘뭐가 다른 거지?’

분명 그때와 뭔가 다른 게 있을 터였다. 혹은 뭔가가 변했거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때와 뭐가 다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떠한 장면 하나가 머릿속에 스쳤다.

‘···그러고 보니 아예 읽지 못했던 건 아니었어.’

분명 따봉 사자의 생각도 읽은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에.

“우세현.”

“어?”

“출발했어.”

그 순간, 백은찬이 창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밖을 보니 어느새 비행기가 상공에 뜬 게 보였다.

“아, 이륙했구나.”

“출발한다고 한 지가 언젠데.”

그와 동시에 백은찬이 내 목에 익숙하게 목베개를 걸었다. 잠깐 딴생각 좀 하느라 다른 건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한참 멍때리고 있던데. 뭘 생각하길래 그래?”

“아, 잠깐 딴생각 좀 하느라.”

“아하, 혹시 그거 생각하는 거야?”

이내 백은찬이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그러면서 입가를 묘하게 씰룩인다.

그러니까 뭔데 그게.

“형님 시사회.”

아, 형 시사회.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곧바로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인 <가족>의 VIP 시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형이 이번에 찍은 그 영화.

“거의 돌아가자마자 참석이잖아. 그거 갈 생각에 지금 들뜬 거 아니야?”

“전혀 들뜬 건 아닌데.”

“내가 볼 땐 엄청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며칠 전부터 날짜 확인하고 있었잖아.”

···확인이야 당연히 해야지.

형 영화가 개봉하는 건 오랜만이니까.

“3주 전부터인데? 3주 전부터 확인을 했는데? 아니다. 한 달 전인가?”

“···3주다.”

그러자 백은찬이 다시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웃었다. 굉장히 얄미운 표정이었지만···한 주 뻥튀기 하지 말라고.

“한 달이나 3주나 그게 그거지.”

안지호가 말했다.

잠을 자려고 했던 건지 그대로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한 주차이야.”

“그렇지. 무려 7일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래도 뭐 우세현이 21일 전부터 형님의 시사회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 변함이 없지만.”

굳이 21일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마라.

“그래도 우리 중에 시사회 참석하는 건 세현이가 처음이잖아.”

도운이 형 말대로 멤버들 중에 시사회에 참석하는 건 내가 처음이었다.

“근데 영화가 굉장히 기대되긴 해. 예고편 올라온 거 봤는데 재밌더라고.”

“나중에 같이 보러 가.”

“그래서 몇 회차 할 생각?”

“몰라, 나도.”

그냥, 많이 할 생각이다. 많이.

그리고 그렇게 여전히 입가를 씰룩이고 있는 백은찬을 보며 다시 창가로 눈을 돌렸다.

이대로 다시 몇 시간 뒤면 한국에 도착이었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면, 할 게 아주 많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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