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화. 시사회 참석하러 왔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잡혀 있던 스케줄은 영화 <가족>의 VIP 시사회였다.
하지만 그 전에 사전에 한 번 들려야 할 곳이 있었다. 그건 바로 IN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었다.
회사의 보컬룸.
그리고 보컬룸에 가 사자를 만나게 되면 다시 한번 확인해볼 계획이었다. 혹시나 능력이 통하는지 아닌지.
“그래서, 뉴욕은 잘 다녀왔고?”
“······.”
사자가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그런 사자의 생각에 집중해본 결과, 역시나.
들리는 건 없었다.
‘뭐지, 도대체 뭐가 다른 거지?’
혹시 사자마다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왜 그래?”
“아뇨. 잘 다녀왔어요. 뉴욕.”
“아, 무대 궁금했는데. 개인적으로 너희 그룹 무대 꽤 좋아해.”
사자가 그렇게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렸다.
우선 뉴욕에서 있었던 일은 함구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상, 그때 일은 함부로 발설하기 뭐했다.
‘직접적으로 묻는다고 해도 솔직하게 대답해줄지도 의문이고.’
혹여 사자마다 뭔가 다른 게 있는 거라면, 그걸 인간인 내게 솔직하게 답변을 해 줄지도 의문이었다.
애초에 사자는 그쪽에 관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발설하지 않는 편이니까. 오직 능력과 부작용에 관한 것만 오직 화두였다.
그렇기에 뉴욕에서 만났던 사자와의 관계를 묻는 것도 일단은 보류였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섣불리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나에 관한 이야기가 따봉 사자가 아닌 다른 어디선가로부터 퍼진 거라면···.’
그럴 가능성도 꽤 높았다.
일단 사자는 기본적으로 나와의 커넥션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그리 내켜하지 않았다.
그러니 본인의 입으로 나에 관한 걸 떠벌리고 다닐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어디서···.’
또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와 동시에 지끈거리는 두통이 다시 도지는 것 같았다. ···머리 아픈 일투성이군.
일단 이 일은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이후에 사자를 떠보든가 해야지.
그러다가 문득 보컬룸 내부에 있는 시계에 시선이 걸렸다. 아, 벌써 시간이.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어, 벌써 가려고?”
“오늘 중요한 스케줄이 있어서요.”
“중요한 스케줄? 뭔데?”
그와 동시에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보컬룸의 문고리를 잡았다.
“우리 형 시사회요.”
* * *
오늘 진행되는 VIP 시사회는 서울에 있는 어느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다.
‘괜히 긴장되네.’
평소와 달리 조금 긴장이 되었다.
일단 형을 응원하기 위해 온 거고, 이건 형 작품이고···또, 형 작품은 잘 돼야 하고.
물론 내가 응원한다고 해서 잘 되리라는 보장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많이, 아니 훨씬 많이 잘 됐으면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연락하라고 했었지.’
그러던 도중, 문득 떠올랐다.
형이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었는데.
“세현아, 이대로 들어갈 거지?”
“아뇨. 잠시만요. 연락 한 통만 하고요.”
이에 매니저 형에게 극장에 진입하는 건 조금만 미뤄달라고 전했다. 무조건 들어오기 전에 연락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형 때문에.
[우세현]
: 형 나 지금 도착했어
그리고 그 즉시 ‘1’이 사라졌다.
[형]
: 알겠어
······?
답장은 그게 다였다.
하도 신신당부하길래 뭔가 더 있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냥 확인차 보내라고 했던 건가.
“형, 이제 들어갈게요.”
“그래? 연락은 다 했고? 형한테 한 거야?”
“네. 형한테요.”
그러자 매니저 형이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도현 씨, 왠지 엄청 좋아할 것 같은데.”
“뭐, 그렇겠죠.”
그거 보려고 가는 거기도 하니까.
“포토월에 서는 것도 알고 있지?”
“네.”
더불어 입장 후엔 포토월에 설 예정이었다. 시사회 자체가 처음인 만큼 포토월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다.
‘그냥···자연스럽게 서면 되나.’
생각해보니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그런 걸 좀 알아가야 할 것 같았다. 보통은 어떤 식으로 찍지.
그리고 그대로 영화관 안으로 진입했다. 이후엔 예상했던 대로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 저게 포토월인가.’
스텝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니 그대로 거대한 포토월이 보였다.
이번 시사회는 공개 시사회라서 그런지 주변으로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분들도 상당수 계셨다.
“X친, 세현이야!”
“세현? 윈썸 세현?”
동시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럽게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포토월 위로 올라섰다. 그냥 보기에도 눈앞의 카메라가 상당했다. 정말로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세현 씨, 여기 봐주시면 됩니다.”
“이쪽이요. 이쪽도요!”
“아, 진짜 존잘이네. 세현.”
“비율 봐. 미쳤어.”
올라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막상 여기 올라서 들으려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준비한 포즈를 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처음은 평범한 손가락 하트.
그리고 중앙에 서 나름 준비한 포즈를 하나씩 하려던 찰나, 이상하게도 주변이 더욱 술렁였다.
“뭐야? 뭐야?”
“헉!”
“X친?”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했다. 꽤나 놀란 표정으로.
‘뭐지?’
더불어 앞에 있던 기자들 역시 놀란 얼굴들을 보였다. 혹시 다른 누가 온 건가. 이렇게나 주목받을 사람이···.
그리고 그때, 사람들이 보고 있던 방향으로부터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이내 얼굴을 보였다.
‘아.’
이윽고 그 걸음은 내 앞에서 멈췄다.
그대로 보이는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에 나는 그저 멍하니 눈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왔어?”
형이었다.
* * *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형이었다. 그리고 그런 형 주변으론 여전히 어마어마한 양의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다.
‘형이 왜 여기 있어?’
···라고 묻고 싶었으나, 지금 주변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차마 물을 수 없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앞에 있는 형을 향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 것뿐.
그와 동시에 형이 그런 나를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저 얼굴은 분명.
“같이 찍자.”
그러더니 곧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 같이 포토월에 선다.
그리고 그 타이밍과 동시에 이를 놓칠세라 앞에서부터 다시 한번 플래시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도현 씨! 세현 씨! 여기 봐주세요!”
“이쪽이요, 이쪽!”
“아, 너무 좋네요!”
이전보다 플래시 세례가 더욱 강해졌다. 정말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세기였다.
이제는 정말 반경 50m, 아니 그 이상으로 안 찍는 사람이 없이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쪽을 찍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플래시 세례에도 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익숙하게 서 있었다.
‘형이 포토월에 직접 나올 줄이야···.’
보통 주연 배우가 초대 손님을 반긴다고 포토월에 직접 나서지는 않으니.
‘그럼 이것 때문이었나.’
그렇게 언제 오냐고 묻던 게.
이제야 왜 그렇게 도착 ‘전’에 연락을 하라고 강조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같이 하나 할까?”
형이 나를 보며 말했다.
같이 포즈 하나를 취하자는 말이었다.
아니, 무슨 포즈를 같이 해.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당연히 그건 말 못 했다.
“하트로 하자.”
이왕 할 거 무난하게 하트가 좋았다. 그리고 그런 내 제안에 형은 좋다며 곧바로 손을 올렸다.
그대로 내 볼 옆으로.
“······?”
“하트.”
요즘 유행하는 손으로 볼 하트를 만드는 걸 같이 하자 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평범하게 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게 편하잖아!
“아, 너무 좋네요~”
···그렇지만 당연히 볼 하트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형과 열심히 몇 개의 포즈를 취한 뒤에서야 비로소 나는 포토월을 내려올 수 있었다.
* * *
- 윈썸 세현, <가족> 시사회 참석! 형 응원하러 직접 방문
- 도현-세현,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형제! 우도현이 직접 동생 보러 포토월로~
- 우도현과 윈썸 세현, 함께 사랑스러운 볼하트 포즈!
- 우도현, “제 동생 예쁘죠?” 훈훈했던 # <가족> 시사회
└ ㅁㅊㅋㅋㅋㅋ우도현 포토월에 직접 나와서 섰음?ㅋㅋㅋㅋㅋ
└ 와 이건 예상 못했다 설마 동생이랑 사진 찍겠다고 직접 나올 줄은ㅋㅋㅋㅋ
└└ 보여주기식인 거 아님?
└└└ ㄴㄴ 표정을 봐 우도현은 진심이야
└ 근데 왜 세현이 볼에 하트를 하고 있는 건뎈ㅋㅋㅋㅋ와중에 ㅈㄴ 해맑아서 더 골 때림ㅋㅋㅋㅋㅋㅋ
└ 하 진짜 둘다 개존잘이네 (기절)
└ 근데 우도현 옆에 있으니까 확실히 세현도 동생 같다ㅋㅋㅋ걍 강쥐 같네ㅋㅋ
기사가 터졌다.
그것도 아주 빵빵 터졌다.
불과 몇십 분 전인데도 불구하고 방금 전 형과 섰던 포토월의 기사가 마치 파도마냥 올라오고 있었다.
“어, 이거 타이틀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당사자인 형은 옆에서 태평한 얼굴로 기사를 열심히도 정독하고 있었다.
“무슨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건데?”
“형 바보 윈썸 세현, 귀엽게 볼 하트로 응원.”
동시에 형이 나를 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형 바보?
“사진도 잘 나온 것 같고. 이건 하트 각도 잘 잡아줬네. 마음에 든다.”
“그것보다 갑자기 무슨 볼 하트야. 평범하게 그냥 손으로 하면 되지.”
“볼 하트가 마음에 들어서.”
그럼 형 볼에 하던가!
하지만 그런 내 말에도 형은 여전히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기사를 볼 뿐이었다.
“근데 형, 이대로 계속 나가는 거야?”
“어딜?”
“포토월.”
이렇게 한 번 나왔으니 이제 다른 초대 손님이 올 때마다 나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러자 형이 곧 미간을 좁힌 채 답했다.
“왜?”
“응?”
“내가 왜 나가. 너도 없는데.”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투였다.
아, 그래. 결국 안 나간다는 거군.
근데 그래도 되는 건가.
“밥은? 먹고 왔어?”
“응. 대충.”
“대충?”
“아니. 많이.”
그러자 형이 곧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 충분히 많이 먹고 왔다니까.
“도현 씨.”
그런데 그때, 누군가 형과 내가 있던 테이블 앞에 섰다. 낯이 조금 익은 얼굴이었다.
“아, 동생분이랑 계셨네요.”
“예. 그렇습니다만.”
형이 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누군가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인사했다.
“그럼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안녕하세요, 배우 최성윤입니다.”
이내 앞에 있던 남자가 서글서글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최성윤.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배우 최성윤이었군.
요즘 나름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리고 이번 <가족>에 주연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기억하기론 가족 중에서 셋째 아들 역할을 맡았었다. 막내 역할인 형의 손위 형제.
이에 나 역시 그런 최성윤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윈썸 세현입니다.”
그러자 최성윤이 이전보다 꽤나 밝아진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반가워요. 나 진짜 윈썸 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