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화. 둘이 얼굴합이 괜찮네?
한원준은 오늘 <가족> VIP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원준이 이와 같은 VIP 시사회에 참석하게 된 것은 <가족>의 공동 집필자인 작가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다.
한원준, 그는 현재 식품 관련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 중 한 명이었다. 정확히는 유명 커피 브랜드의 회사.
‘<가족>, 이거 꽤 재밌을 것 같은데.’
그리고 <가족>은 한원준이 상영 전부터 꽤나 기대를 했던 영화였다.
일단 캐스팅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해당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터라 더 기대한 것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한원준의 가까운 자리에는 연예인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익숙한 얼굴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들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한원준의 대각선하고도 3~4번째 정도 앞좌석의 신도하와 우세현이었다.
그런 두 사람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신도하야 당연히 그 신도하니 눈에 들어오는 게 당연했지만, 그 옆에 있던 우세현 역시 한원준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잘생겼네.’
요새 한창 라이징하고 있는 윈썸이었다. 아니, 이제는 라이징을 넘어 명실상부하게 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시사회장에 우세현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환호성은 가히 대단했다.
그 대단한 환호성에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누가 온 거냐며 한 명씩 고개를 돌릴 정도였으니.
‘잘생겼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진짜 잘생겼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외모였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따금씩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근데 저 두 사람, 엄청 친한 사이인가?’
옆자리에 앉아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대화를 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친한 사이인 듯했다.
거기에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신도하는 대화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그에 비해 우세현의 얼굴은 각도상 신도하에 비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밝은 얼굴이었다.
‘엄청 친한가 본데?’
이내 한원준은 그렇게 납득했다.
‘하긴, 우도현이 있으니.’
루트 시절, 같은 멤버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친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예상보다 훨씬 친해 보인달까.
‘근데 저 두 사람, 얼굴합이 괜찮네?’
그리고 그와 함께 드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보니 얼굴합이 괜찮았다.
대표적인 온미남인 신도하와 냉미남 계열의 우세현. 그런 두 사람은 확실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신도하나 우세현이나 스크린에서 봐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외모들이었다. 신도하의 경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연기는 전혀 안 하고 있지만.
‘···음, 꽤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이번에 새로 나온 자사 커피 제품이.
그리고 그걸 홍보할 광고 모델을 한원준은 꾸준히 찾고 있던 중이었다.
‘신도하와 우세현이라.’
그에 관해서는 여러 후보들이 오르내리고 있었으나 오늘 이렇게 보니 비로소 괜찮은 광고 모델감을 발견한 듯했다.
- 팟!
그리고 그때, 상영관 안의 불이 꺼졌다. 동시에 주변은 어둠에 잠겼고, 스크린은 빛을 발하였다.
한원준의 시선 역시 눈앞의 스크린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회사로 돌아가면, 이와 관련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 *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어머니를 죽은 범인을 찾는다는, 미스터리 추리물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마냥 어둡지 않고 간간이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는 게 가볍게 보기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형의 분량이었다.
전 펜싱 국가 대표이자 가족의 막내인 형은 그 안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했다.
여기에 어머니를 죽은 범인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은 것도 문은후였다.
그 과정에서 범인과의 몸싸움도 있었는데, 그때 문은후의 펜싱 경력을 보여주는 장면 또한 상당히 임팩트 있었다.
‘그 장면은 진짜 연습 많이 했겠는데.’
촬영도 촬영이지만, 연습 또한 많이 했을 듯했다. 대역은 쓰지 않은 것 같았으니까.
“영화, 괜찮다.”
“네. 재밌었어요.”
“특히 그 부분이 좋더라고. 끝에 있던 몸싸움 장면.”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은가.
신도하 역시 그 부분이 인상이 깊었다고 이야기했다.
“도현이가 워낙 운동 신경이 좋으니까. 예전에 아이돌 체육 대회할 때도 그렇게 날아다녔지.”
“형이 원래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해서요.”
“그렇지. 도현이는 뭘 하든 평균 이상은 하지.”
신도하가 웃으며 동의했다.
내가 볼 땐, 문은후는 확실히 임팩트가 있었다. 그러니 이거 반응이 꽤 좋을 것 같은데.
마음 같아선 그대로 나가는 관객들에게 평을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나 또한 질문을 받긴 했다.
“영화는 어떠셨나요?”
상영관 퇴장로에 이미 카메라와 함께 인터뷰어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어요.”
“도하 씨는 어떠셨나요?”
“저 역시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신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인터뷰도 신도하와 같이 나갈지도 모르겠군.
“세현 씨는 특히 형이 나오는 영화인데, 느낌이 좀 더 색달랐을 것 같아요~ 도현 씨의 연기 어떻게 보셨나요?”
“형이야 늘 잘하죠. 늘 멋있고. 형뿐만 아니라 출연하시는 다른 배우분들도 굉장히 멋있으셔서 보는 내내 감탄했던 것 같습니다.”
“네, 좋은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영화 감상과 관련된 인터뷰는 그렇게 짧게 끝이 났다. 이후에 신도하 역시 짧은 질문에 답한 뒤, 그대로 퇴장했다.
‘이제 형을 기다려야 하는데, 일단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연락을···.’
그리고 그대로 형에게 연락을 해보려던 찰나, 순간 근처에 있던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흠.”
그리고 눈이 마주친 남자는 그렇게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이내 등을 돌렸다.
[“역시 딱인 것 같네.”]
남자의 생각이었다.
···딱인 것 같다고? 뭐가 딱이란 거지.
그리고 그렇게 의문을 품은 사이 남자는 점차 눈앞에서 멀어져 갔다.
“어느 관계자의 눈에 든 게 아닐까.”
“예?”
“아무래도 오늘 여기저기서 온 사람들이 많잖아.”
신도하가 남자를 바라본 채로 말했다.
관계자,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
“이왕이면 광고였으면 좋겠네.”
“광고요?”
“응. 광고 좋잖아.”
신도하가 능글맞게 웃었다.
혹시 신도하, 광고 찍고 싶나.
물론 지금도 엄청 찍긴 하던데.
“그리고 또 이왕이면 같이 찍게 된다면, 더더욱 좋고.”
같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신도하는 뭐가 좋은지 그저 기분 좋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 지이잉!
그리고 그때, 손에 있던 폰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형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내가 먼저 보내려고 했는데.
[형]
: 지금 당장 간다
왠지 모르게 메시지에서부터 결연함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도현이야?”
“네. 이쪽으로 온다고요.”
이에 신도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속력으로 올 것 같은데.”
* * *
그리고 형은 정말로 얼마 안 가 나타났다. 이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형을 향해 나는 그대로 손을 한 번 흔들었다.
“형!”
그러자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한 형이 그대로 이쪽을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표정이 점차 구겨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선 이내 오자마자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식은 왜 아직도 옆에 있어?”
동시에 옆에 앉아 있던 신도하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세현이 혼자 두기 그래서. 그리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애초에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난 세현이랑 있으면 재밌어서.”
“헛소리 말고 꺼져.”
이럴 줄 알았다.
방금 그 장난이 오히려 형의 화를 돋은 건지 아까보다 더 정색하는 얼굴로 신도하를 향해 말했다.
솔직히 여기가 밖이 아니었다면 욕설 몇 개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형의 반응에도 신도하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오늘 영화는 잘 봤어. 굉장히 재밌던데. 역시 대본 보는 눈은 여전해.”
“잘 봤으면 곱게 꺼져.”
“이왕이면 세현이랑 같이 직접 초대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헛된 기대는 하지 말고.”
“그래, 기대 많이 하고 있을게.”
그러자 형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와중에 이상하게 티키타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때, 그 말을 하던 신도하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려고요?”
“응. 도현이도 왔으니까. 그리고 아무래도 슬슬 가야 할 시간인 것 같아서. 안타깝게도 스케줄이 잡혀 있거든.”
신도하가 그대로 살짝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곧 나를 향해 물었다.
“아쉬워?”
“예?”
“아쉬운 얼굴이길래.”
···아쉽기는 무슨.
순간이지만 그 말에 ‘예?’아 아닌 ‘뭐?’라고 대답할 뻔했다.
“그럼 다음에도 또 같이 보자. 영화.”
“예?”
그리고 신도하는 별말 없이 웃더니 이내 걸음을 옮겼다.
“저 자식이 수작 부리네.”
형이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는 투로 말했다. 그냥 다음 시사회 때 보자는 얘기겠지.
“영화는 나랑만 봐.”
“애초에 볼일이 없다니까···.”
그리고 나 역시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형, 잠깐 온 거야? 뒤풀이는?”
“난 먼저 나왔어.”
“안 가도 되는 거야?”
“중요한 볼일이라고 말해뒀으니 상관없어.”
이거, 갑자기 형의 사회생활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디 가서 불합리한 대우 받는 거 아닌지. 물론 그냥 받고만 있을 형도 아니긴 한데.
“근데 신도하는 어디서부터 같이 있던 건데.”
“영화 보기 직전부터.”
“그때부터 같이 있었다고?”
“응. 기다리는데 우연히 신도하 선배랑 만나서.”
그러자 그걸 들은 형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일부러 그쪽으로 자리 잡았건만···.”]
“왜 그래?”
“아니.”
그렇게 형이 말을 말았다.
“아, 근데 신도하 선배 정말로 영화가 재밌긴 했나 봐. 꽤 집중해서 보던데.”
“그 자식 취미 중 하나가 영화야. 딱히 더 재밌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형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하기엔 정말로 꽤 집중하던 것 같은데. 적어도 옆에서 보기엔 그랬다.
“저녁은 뭐 먹을까?”
“어, 탕수육.”
“탕수육? 탕수육 먹고 싶었어?”
“그냥 땡겼어.”
그냥 정말로 갑자기 떠올랐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형이 알겠다며, 마침 근처에 괜찮은 중국집이 있다며 말했다.
“다른 건 뭐 더 먹고 싶은 건 없고?”
“탕수육 큰 거 시키면 될 것 같은데.”
“그건 당연한 거고. 내 말은 그거 말고 다른 건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는 거야.”
“가서 메뉴판 봐볼게.”
그러자 이내 형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안 어울리게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나 평소에 잘 먹고 있는데.”
“못 믿어.”
형은 의심이 많아서 탈이다.
주차장은 사람 하나 없이 한산했고 얼마 안 가, 형의 차가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
‘···어.’
순간적으로 뭔가가 들려왔다. 어떠한 목소리였다. 머릿속에서 웅얼거리는 어떠한 소리.
생각이었다.
생각의 목소리.
이에 나도 모르게 그대로 걷던 걸음을 멈췄다. 방금 분명 무슨 소리가···.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들려왔다.
[“─우도현.”]
이번에는 좀 더 똑똑히.
···주변에 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