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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04화 (404/413)

404화. 형한테 붙은 건가

분명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정확히는 누군가의 생각이었다.

‘···분명 우도현이라고 했어.’

그리고 그 안에는 형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목소리는 초면인 남자 목소리였고.

이에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누군가 형을 알아본 건가 싶어서.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형이 나를 보며 물었다.

“어, 아니.”

“멍하니 있지 말고 어서 타.”

형이 주차되어 있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었나.

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은 걸 보니 그저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우세현이랑 같이 있네.”]

하지만 그때였다.

조금 전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이에 소리가 났던 것 같은 곳을 향해 다시 한번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다.

절대 잘못 들었을 리는 없었다. 분명 주변에 누가 있다. 이에 다시 한번 더 주변에 집중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 사진은 좀 건질만 한 것 같은데. 윈썸 세현이랑 둘이 있으니.”]

[“기껏 건진 게 이거 하나인가. 우도현도 진짜 징하네. 재미없게스리.”]

기자다.

이건 기자가 틀림없다.

형한테 기자가 붙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이름이 나왔던 기자가 있었지.’

짜깁기로 유명한 기자.

분명 이름이 손명우이라고 했었지.

‘혹시 그 기자가 형한테 붙은 건가.’

정황상에서 볼 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그 기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자가 붙은 걸 수도 있고.

“우세현.”

“어?”

“벨트.”

그와 동시에 형이 내 벨트를 쭉 뽑아 그대로 옆으로 채웠다. 이윽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벨트가 채워졌다.

“역시 처음 말한 곳이 좋겠지? 중국집.”

“응. 처음이 나아.”

“그래. 처음으로.”

이에 형이 네비에 조금 전 말했던 중국집의 주소를 찍기 시작했다.

‘기자 놈···.’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언제부터 형에게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건질 건 없었을 거다. 아무것도 없었을 테니까.

열이 받았다.

혹여 이전부터 붙은 거라면, 얼마나 시달렸을지 가늠이 가니 더더욱.

[“─차로,─가네.”]

그리고 그때까지도 목소리는 여전히 들려오던 채였다. 여전히 머릿속을 웅웅거리며.

와중에 평소와 다르게 이상한 노이즈 같은 게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이거, 따라올 기세인 듯했다.

그 순간, 마음이 급박해졌다.

“형.”

“응. 왜.”

“혹시 기자 붙었어?”

그러자 네비를 찍던 형의 손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차 안으로 적막이 흘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적막에 나는 그대로 형을 바라봤다.

“왜?”

가장 처음 형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거였다. 그 말을 하는 형의 목소리가···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어떻게 알았는데?”

“뭐?”

“기자. 붙은 거 어떻게 알았냐고.”

그렇게 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마주친 형의 시선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

그리고 깨달았다.

조금 전 그게, 목소리가 들리던 그게 부작용의 일종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지금까지 형에겐 말한 적이 없었다는 걸.

형은 누구보다 내 능력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이 들리는지, 어떠한 상황 속에서 생각이 들리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부작용에 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무분별하게 들려오는 소리들, 사람과 마주하면 읽게 되는 기억들. 그것과 같은 기타 여러 부작용들을.

“우연히···그냥 들었어.”

“들었다고? 누구한테?”

형이 여전히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다.

변명, 어떻게서든 변명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뭐든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 상황을 적절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형에게 이걸 알려서는 안···.

[“────”]

[“────”]

그때였다.

- 삐이!

‘윽!’

그때, 순간적으로 눈앞이 순간 번쩍하더니 이내 머릿속으로 이상한 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단순한 생각이 아니었다.

마치 노이즈와 같은 게 귓가를 웅웅 거리더니 이내 머릿속으로 강한 이명이 울렸다.

‘젠장!’

곧바로 깨질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급하게 귀를 막았다.

귀가 마치 물을 먹듯이 먹먹했다.

하지만 이명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귀가 먹먹한 탓인지 그대로 주변에 있던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이명에 나는 그대로 조금 더 귀를 강하게 막았다.

이건, 또 무슨, 부작용이···.

“우세현!”

그때였다.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순간에, 오로지 형의 목소리만이 그 한가운데서 들렸다.

- 삐이!

하지만 그 순간, 이명이 더욱 커지며 머리가 더욱 깨질 듯이 아파왔다. 이제는 제대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세현아!”

그리고 그때, 형의 다급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강한 이명을 뚫고 그렇게 들려왔다.

‘아.’

그와 동시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서야 눈앞이 다시 보였다.

형의 얼굴이···보였다.

그렇게 고개를 드니 형이 놀란 얼굴로 내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형의 얼굴을 보자 머릿속에서 울려대던 기이한 노이즈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볼륨이 꺼지듯 천천히, 그렇게 천천히···.

“하아···.”

그렇게 막혔던 숨이 트였다.

나도 모르는 새 숨을 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앞선 부작용의 여파인지 숨이 트이고 헉헉대는 와중에 몸이 작게 떨려왔다.

“세현아.”

다시금 들렸다. 형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따뜻해진 목소리가.

동시에 형이 나를 강하게 안았다.

순간적인 행동에 약간의 힘이 느껴졌지만, 그 안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안도감이 번졌다.

그렇게 번지는 안도감에 조금 전 있었던 떨림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형을 나 또한 손을 올려 감싸 안았다. 그렇게 조금 힘주어 안았다.

가슴 속 깊이 일렁이던 무언가가, 마음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져서.

그리고 그 안도감 속에서 나는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형이 그대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앞서 붙었던 기자는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는 내내 형의 얼굴은 굳어 있는 채였다.

그리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목적지 역시 변화했다.

본래 가려고 했던 중국집이 아닌 형의 아파트로 목적지가 바뀌었다.

그때까지도 머리가 복잡했다.

형은 분명 내게 앞서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을 요구할 터였다.

‘말, 해야겠지···.’

그리고 과연 형에게 부작용에 관해서 말하는 게 맞는지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고민이 됐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 탕!

“말해 봐. 방금 내가 본 거 뭔지.”

아니나 다를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형이 굳은 표정으로 물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지금 이 상황에서 어쭙잖은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무겁게 입을 뗐다.

“···부작용이란 게 있어.”

“부작용?”

되묻는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온오프로 인한 영향인데, 별거 아니야. 가끔 그냥 소리가 더 많이 들리거나 하는 정도야.”

“구체적으로 어떻게 더 들리는데.”

“그냥···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들리는 정도야. 다른 거 없이 생각이 들리는 것뿐이고···.”

그리고 그런 내 말에 형이 미간을 강하게 좁혔다. 화가···많이 난 것 같았다.

“그게 어떻게 별 게 아니야. 그리고 방금 전 그 증상은 뭔데?!”

순간 높아진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방금 전 그 증상에 관해서는 솔직히 나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 역시 처음 겪는 증상이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이었다.

이상한 이명과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진 것처럼.

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것도 결국 부작용의 일종이라는 걸.

“그것도···부작용일 거야.”

“일 거야? 부작용인지 아닌지 모른다는 소리야?”

“방금 전과 같은 증상은 나도 처음 겪는 거라···그러니까, 형. 그렇게 심각한 거 아니야. 보통은 그냥 소리만 들리는 정도고···.”

아.

그 순간, 형과 다시 시선이 마주쳤다.

무섭게 서늘한 눈에 나도 모르게 말을 멈칫했다.

“말해 봐. 다른 거 더 있잖아.”

이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역시 형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걱정하는 형을, 더 이상 속여선 안 됐다.

그래서 결국 기억에 관한 것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타인과 접촉을 하면 일시적으로 기억이 보일 때가 있다고.

그것도 일종의 부작용과 같다고.

“하···.”

그렇게 이야기를 마저 들은 형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한숨이, 내겐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잠시 침묵이 가라앉았다. 그동안 말하지 못한 것으로 인한 미안함 때문인지 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우세현.”

그리고 그때, 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동시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대로 형의 입에서 나올 말이, 그 말이 불안했다.

“그만하자.”

순간 가슴이 철렁였다.

그리고 그런 형의 말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형을 바라봤다.

“···뭐?”

“온오프건 뭐건 그냥 물러.”

“뭐?”

“그냥 없애라고. 그딴 거.”

그냥···없애라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형!”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온오프가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노래를 할 수 없었다.

노래를 할 수 없게 되면···윈썸을 할 수 없었다.

“···그건 안 돼.”

그러자 곧 형이 화가 난 얼굴로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아왔다. 그렇게 붙잡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안 되는 건 없어. 그냥 그렇게 해.”

형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형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게 너무나 잘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물러설 생각이 없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렇게 앞에 있던 형과 시선을 똑바로 맞춘 채로 말했다.

“못 해. 아니, 안 해. 온오프 없앨 생각 없어. 난 계속 갈 거야.”

“부작용의 의미를 모르겠어? 지금 넌 네가 듣지 않아도 될 걸 듣고, 보지 않아도 되는 걸 보고 있는 거라고!”

형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보다 방금 있었던 그 증상, 너도 모르는 증상이 이번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

날카로운 그 말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도 몰랐던 부작용이 생겼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그게 반복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야. 그게 결국 목숨과 연관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 있어?”

···그 경우에 관해선 나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처음 기억을 봤을 때부터.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위험성 정도는,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어.”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건 이미 내게 상관없는 문제였다.

“괜찮아, 형. 나 괜찮아.”

그렇게 형을 향해 웃어 보였다.

최대한 괜찮다는 마음을 담아서.

나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로 괜찮을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형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랐다.

“···그래.”

그리고 그때,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나 또한 그런 형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그 말에 혹시나 형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런 형과 다시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형은 말했다.

“지금부터 이 집에서 못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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