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07화 (407/413)

407화. 방심했어

순간 들려오는 사자의 생각에 나는 그대로 잠시 멍했다. 정신이 없었다.

사자의 생각이 들린다는 사실 자체도 놀랐지만, 사자의 ‘생각’ 그 자체에도 놀랐기 때문에.

‘드디어, 나왔다, 흥미롭다···.’

조금 전 사자가 했던 생각이다.

이건 다시 말해 새로운 부작용이 발견되기를 기다렸다는 말이었다.

마치 그러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그것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생각보다 부작용의 주기가 길어. 하지만 이것 또한 어떠한 법칙이 있겠지.”]

[“그러니 이것도 잘 관찰하면···.”]

그리고 그때, 연이어 들려오던 생각이 멈췄다.

“아, 이런.”

그와 동시에 들렸다.

또다시 목소리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것은 생각이 아닌 실제 사자의 목소리였다.

“혹시 들었어?”

사자가 물었다.

그걸 묻는 사자의 입가엔 언제나와 같은 미소가 작게 서려 있었다.

“아, 역시 들은 모양이네.”

내 대답이 있기도 전에 사자는 먼저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는 곤란하다는 듯 그대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제대로 실수했군.”

···실수라고?

“지금 이 모습이라는 걸 잠깐 잊고 있었지 뭐야.”

“···이 모습이라고요?”

“응. 이 모습.”

사자는 그렇게 한 번 더 말했다.

···이 모습, 이 모습이 무슨 모습이라는 거지.

“부작용이 흥미롭다는 건 뭐고, 관찰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죠?”

“아이고, 하필 거기서부터 들었네.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와 동시에 사자가 머리 위 경찰모를 조금 내린 채 여유롭게 웃었다.

“방심했어.”

* * *

이전에도 한 번, 단 한 번에 불과하지만, 사자의 생각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건 내가 사자와 처음 마주하게 되었을 때였다.

‘령’을 쫓는 사자에게 그 ‘령’의 위치를 알려주었을 때. 그때 나는 사자의 생각을 처음 읽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읽을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걸 알고 난 이후로는 굳이 읽으려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사자의 생각을.

“사자는 꽤 여러 가지를 할 줄 알거든.”

동시에 사자가 쓰고 있던 경찰모를 다시 살짝 들어 올려 보였다.

“어떻게 읽은 건지 궁금한 모양인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능력 중 하나야. 지금 내 상태는 완전히 보통 인간과 같은 상태거든.”

···보통 인간과 같은 상태?

“말 그대로 인간과 같다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인간의 눈에도 보이고, 물체도 직접 만질 수 있는 상태인 거고.”

“그럼 평소 대화할 때는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내 눈에는 보이잖아요.”

“그땐 지금과 조금 다른 상태야. 어디까지나 인간의 눈에만 보이는 상태지. 지금과 같이 이곳의 것에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못해.”

그렇다는 건 결국 평소에 봐 왔던 건 눈에만 보이는 혼령 상태라는 건가.

“기본 상태일 땐, 보통 인간의 눈엔 안 보이니까. 그래서 너와 대화를 할 때도 항상 보이도록 능력을 썼던 거고.”

그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던 바였다. 나는 원래 귀신 따위는 보지 못하니.

그렇지만 이처럼 능력의 구체적인 부분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사자는 지금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고.

“···이런 걸 굳이 왜 설명해주는 건데요?”

“네가 궁금해하는 표정이라서. 내가 원래 그런 걸 보면 지나칠 수가 없거든.”

한 마디로 나서기 좋아하고, 지 자랑하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인 건가. 그나마 그건 다행이군.

‘하지만 또 모르지.’

알려주는 척하면서 또 다른 무슨 짓을 할지. 애초에 알려주는 정보조차도 모두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방금 이야기한 것에 거짓은 없으니까 너무 의심은 말라고.”

그대로 사자가 뻔뻔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전히 의심이 가는 모습이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적어도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어쨌건 보통의 인간 상태와 같아서 내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얘기군.

“···그렇다면 그것도 설명해주시죠.”

“그거?”

“드디어 나왔다던 그 부작용이요. 그게 왜 흥미로운 일이 되는지 구체적으로요.”

그런 내 말에 사자는 곧 ‘아-’하는 소릴 내더니 알겠다는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표정 사이로 이전과 다르게 조금 곤란해하는 게 보였다.

“그건 솔직히 말해주기 곤란한데. 아, 근데 이제 와서 상관없나? 기억 소거 능력을 쓸 수 없다는 게 이럴 때 불편하네.”

기억 소거 능력?

이 사자 놈이 지금 장난하나.

그리고 나는 곧바로 사자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며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음, 생각해보니 말해줘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간 ‘관찰’을 한 것으로 미뤄볼 때 말해줘봤자 변하는 건 없을 것 같거든.”

그렇게 사자는 여전히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고 있었다. 관찰. 그간 관찰을 해 온 것으로 미뤄 볼 때라고 했다, 분명.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관찰’의 대상이란, 의심할 여지 없이 나를 말하는 것일 터였다.

도대체 뭘 관찰을 했다는 거지?

“내가 전에도 한번 말한 적 있었을 거야. 아니, 분명 말했었지. 상당히 중요한 거니까 말이야.”

“···뭘 말이죠?”

“너와 나의 거래가 윗선에 들켜선 안 된다고 했던 말.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처음부터 사자가 상당히 강조하던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오프를 길게 하면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고.’

오프를 길게 하면 부작용 이외에도 그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사자가 곧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지.

그리고 그 말을 하던 사자가 이내 턱을 한 번 쓸더니 그대로 나와 시선을 맞춘 채 말했다.

“들켰어.”

“···예?”

어, 방금 뭐라고···.

“이미 들켰다고. 윗선에.”

* * *

앞선 사자의 그 말에 나는 그대로 귀를 의심했다. 들켰다, 윗선에. 전에 말했던 그 절대 들켜선 안 된다는 윗선에.

사자와 내가 가진 커넥션을.

“윗선에, 들켰다고요?”

“그래.”

“···정확하게 뭘 어떻게 들킨 건데요?”

“전부 다.”

전부 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 켠이 철렁이는 기분이 들었다. 전부 다 들켰다.

“그럼···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데요.”

그게, 그게 가장 중요했다.

내가 사자로부터 들은 건 윗선의 들켰을 시 그저 파국이라는 말뿐.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혹여 내 온오프가 이대로 사라져 버리는 건지, 그런 것과 관련해선 아는 게 없었다.

“혹시 온오프가 사라져 버리기라도 하는 건가요?”

“그럴 리가. 그럴 일은 절대 없어.”

“그럼요?”

“오히려 그 반대지.”

반대라고?

“온오프가 사라질 일은 이로써 절대로 없게 되는 거지.”

“왜 그게 그렇게 되는 건데요?”

“그걸 이야기하려면,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음, 좋아. 간략하게 얘기하지.”

동시에 사자가 여유롭게 팔짱을 꼈다.

“윗선에 들킨 이후, 여러 가지로 일이 골치 아파졌지. 네 말대로 온오프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어. 하지만, 윗선은 다른 판단을 내렸어.”

“다른 판단이요?”

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온오프를 지속시키자는 판단이었지. 여기서 윗선은 어떠한 흥미로운 발견 하나를 했어. 온오프를 지속할수록 인간의 운명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묘하게 변한다는 걸 말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여기에 흥미를 느낀 윗선은 회수 대신 ‘관찰’을 선택한 거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관찰을.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방향이란, 부작용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해.”

점점 더 늘어나던 알 수 없던 부작용.

이제야 이해가 됐다.

앞서 사자가 말한 ‘관찰’이 뭔지, 그리고 왜 사자가 그간 부작용에 관해 나에게 꼬박꼬박 보고를 받았는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 그걸 위해 내내 날 따라다녔다는 말이죠?”

“그렇지.”

“···지켜보고 있던 거네요. 그동안 쭉.”

“맞아. 역시 이해가 빨라. 그리고 앞서 말한 그 ‘관찰’은 내가 맡게 되었지. 나는 네 부작용이 어떠한 방향으로 흐르는지 그걸 관찰하는 역할이었어.”

관찰을···했다고.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으로 어떠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전에 제주도로 광고 촬영을 갔을 당시 만났던 사자.

사자는 다른 일이었다며 얼버무렸지만, 그때도 역시 주변을 맴돌며 관찰을 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내 주변을 맴돌고 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채로. 그 ‘관찰’을 명목으로.

“···제주도 때도 그랬던 거군요.”

“그래. 그때도 그랬지. 순간의 실수로 들켰지만.”

사자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사실 그것 이외에도 난 늘 주변을 맴돌고 있었어. 웬만한 범위 내에선. 물론 뉴욕같이 먼 곳은 갈 수 없었지만.”

그래서 몰랐던 거다.

그때 뉴욕에서 봤던 사자와의 일은.

‘뉴욕 사자···.’

그리고 다시 떠올랐다.

뉴욕에서 봤던 사자가 했던 말이.

- 이 녀석이 설마 그 녀석일 줄이야.

알고 있었다.

나를.

그리고 그건 따봉 사자로부터가 아닐 거다. 윗선에 들켰다고 한 이상, 사자들은 내 존재를 알고 있을 수밖에 없던 거였다.

- 뭐, 이건 어디까지나 네 일이니까.

이전에 만났던 또 다른 사자 ‘명’.

그 사자 역시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네 일.’

그때는 몰랐다.

단순히 사자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 것 같았다.

여기서 말하는 일이라는 건, 사자가 말한 그 ‘관찰’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간 만났던 다른 사자들은 이미 알고 있던 거다. 내 능력과 온오프에 관해서. 단지 모른 척 숨기고 있었을 뿐.

모든 것이,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이 그렇게 마치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렇다는 건 관찰한다던 그 부작용. 그 부작용이 앞으로 계속 더해질 거라는 거네요.”

“맞아. 부작용은 계속해서 생길 거야. 계속해서. 그 강도는···너도 느꼈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테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다고···.

“어쩌면 그대로 널 삼킬지도 모르지. 결국 그건 수명에도 영향이 간다는 얘기고.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되는지 관찰을 하는 게 내가 지금 여기 있는 목적이고.”

수명에 영향이 간다고···.

결국 이대로 온오프를 계속한다면, 더 큰 부작용을 맞이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지금보다도 훨씬 큰 부작용을.

‘···이제야 알겠네.’

사자가 왜 이 사실을 내게 순순히 알려줬는지. 왜 변하는 게 없을 거라 얘기했는지.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설령 이와 같은 사실을 안다고 해도 앞서 사자가 말 한대로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온오프가 필요했으니까.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진실을 알고서도 온오프를 해제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해제가 가능한 건가.’

저쪽은 이미 그 관찰이라는 것이 목적을 두었다.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쉽게 포기는 하지 않을 터였다.

“할 수는 있는 거예요? 온오프 해제.”

그리고 사자에게 물었다.

이에 사자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듯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정말로 원해? 해제.”

사뭇 진지한 목소리였다.

분명 그렇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분명 그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은 여전히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답 대신 또다시 알 수 없는 헛웃음만이 나왔다.

···그렇게 그 뒤로도 여전히 말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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