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09화 (409/413)

409화. 내일이면 기사가 쏟아지겠군

- ㅁㅊ 방금 봤어? 세현이 발 삐끗해서 넘어짐ㅠㅠㅠㅠㅠㅠ

- 세현이 괜찮나ㅠ 순간 훅 주저앉던데...

- 무대 뭐야? 왜 저기가 꺼져 있어? ㅆㅂ

- 현장 관리를 어케 하는 거임 아 세현이 진심 괜찮은 거 맞을까ㅠㅠㅠㅠㅠㅠ

- 애들 무대하는 내내 조마조마해서 죽는 줄 알았다ㅠㅠㅠㅠㅠㅠ

무대는 무사히 끝이 났다.

푹 꺼졌던 그 부분은 다행히 무대를 하던 도중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아마 스텝 쪽에서 뒤늦게 손을 쓴 모양이었다. 제대로 십년감수했다.

그 덕에 멤버들이 다치는 일은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윽···.’

그 와중에 발목을 제대로 접 지른 건지 빠졌던 왼쪽 발목이 시큰하게 아려왔다.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마치 발목이 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무대가 끝날 때까진 잘 버텨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내려오고 나니 이제는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강한 고통이 수반됐다.

“우세현!”

그리고 그렇게 무대를 완전히 벗어난 순간, 안지호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아 왔다.

그대로 얼굴을 보니 급하게 달려오기라도 한 건지 다급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래서 어디야.”

“···뭐가?”

“다리! 어디 아프냐고!”

그와 동시에 안지호가 붙잡은 내 어깨를 더욱 꽉 잡아 왔다.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높아진 언성보다 그 안에 담긴 걱정이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안지호를 향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발목. 좀 삐끗했나 봐.”

그러자 안지호가 다시 한번 인상을 구겼다.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차선빈이 빠르게 내 앞에 주저앉았다.

“어때, 많이 부었냐?”

반면, 백은찬은 자연스럽게 내 팔을 들더니 곧 기대라는 듯이 어깨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내 발목 상태를 살피던 차선빈이 그대로 미간을 살짝 좁혔다.

“꽤 부은 것 같아. 빨리 병원부터 가야겠어.”

“형! 세현이 바로 병원이요!”

동시에 백은찬이 매니저 형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건희 형을 포함해 매니저 형들이 급하게 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다가온 형들에게 도운이 형이 빠르게 내 상태를 설명하는 듯했다.

“형, 움직일 수 있겠어요?”

하람이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왔다. 이에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람이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윽!’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의 통증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순간 오는 고통에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때, 옆에서 부축하고 있던 백은찬이 순간 내 손을 붙잡아왔다. 그러더니 곧 주먹을 살짝 감쌌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잡아 온 그 손을 나 역시 조금 꽉 쥐었다.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의 부축을 받은 채로 병원까지 이동했다. 동시에 눈을 질끈 감았다. 걱정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내일이면···기사가 쏟아지겠군.’

멜로우들의 걱정이 걱정됐다.

* * *

- 윈썸 세현, 무대 중 사고로 인해 발목 부상 입어

- WINSOME 세현, 행사 도중 발목 부상···팬들의 걱정 이어져

- 윈썸 세현, “걱정 말아요. 멜로우” 커넥트를 통해 팬들에게 안부 인사 전해

- 세현, 발목 부상으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부 스케줄 참여 예정”

└ 세현아ㅠㅠㅠㅠ우리 토깽이ㅠㅠㅠ괜찮은 거 맞지?ㅜㅜㅜ잘 먹고 잘 쉬어야 해

└ 어제 밤새 기사 뜰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렇게 뜨고 나니까 걱정돼 죽겠다ㅠㅠㅠ

└└ 222 나도 그랬음ㅠㅠ 근데 결국 이렇게ㅠ 진심 무대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고

└ 그래도 팬들 걱정할까봐 기사 뜨자마자 와주고ㅠㅠㅠ멜로우 놀라지 말라고 토닥토닥해주고ㅠㅠㅠ울 애깅 마음씨ㅠㅠㅠㅠ

└ 세현아 푹 쉬고 얼른 보자

└ 근데 이렇게 되면 당분간은 5인 체제인거야?

└└ 그럴 것 같긴 한데....모르겠다 그래도 가능한 스케줄은 참여한다고 하니까

└└└ 이참에 푹 쉬는 게 나을지도....괜히 움직였다가 탈 날수도 있고ㅜ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발목 염좌로 판명이 났다. 다시 말해 인대가 늘어났고, 그로 인해 반깁스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기로 했다.

“발이 여전히 부어있네. 얼음 갈아줄까?”

“어, 조금만.”

“오케이.”

백은찬이 곧바로 얼음주머니를 들고 나섰다.

병원에서 얼음찜질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로 백은찬은 부쩍 찜질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세현아,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아니, 괜찮아.”

“그럼 필요한 건?”

“아니, 괜찮아.”

“그럼 생각나는 건?”

“어, 괜찮아.”

그대로 차선빈을 향해 괜찮다는 의미로 한번 웃어 보였다. 다친 이후, 차선빈은 종종 저렇게 와서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곤 했다.

그, 한 번 올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세 번씩 물어보고 가서 문제긴 하지만···.

“선빈이 형, 세현이 형 귀찮게 하면 안 돼요.”

“···아, 그런가?”

“괜찮아, 괜찮아.”

걱정되는 마음에 그러는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오히려 괜찮았다. 그러자 차선빈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하여튼 세현이 형은 선빈이 형한테 약하다니까. 형, 사탕 먹을래요?”

“사탕?”

“지난번에 갑자기 생각나서 한 통 사왔었거든요.”

그리고는 곧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막대 사탕을 한 움큼 손에 쥐어 줬다.

“달달한 거 먹으면 컨디션도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더니 ‘히-’하고 웃어 보인다. 그 모습이 괜히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세현아,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걸로 주문할까 하는데.”

“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요.”

“안 돼. 환자가 우선이지. 빨리 나으려면 잘 먹어야 하기도 하고···.”

그 말을 하던 도운이 형이 이내 내 발목 상태를 한 번 더 유심히 살펴봤다.

“역시 환자는 고기 아니겠어요?”

“은찬이 형이 고기 먹고 싶나 봅니다.”

“회복에는 단백질이 중요하다고요. 단백질이. 어디까지나 세현이를 위해서라는 거지.”

이내 백은찬이 얼음을 빵빵하게 채운 주머니를 내 발목 근처에 다시 가져다 놓았다.

순간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고기···고기 좋지. 세현이 잘 먹어야 하고.”

“세현이는 소고기 좋아해요.”

와중에 차선빈이 콕 집어서 말했다.

그렇지, 자고로 고기 중에 최고는 소고기···아니. 아니지.

“소고기, 소고기 좋지.”

“와, 저녁 진짜 소고기에요?”

“세현이는 소고기 좋아하니까.”

차선빈이 한 번 더 강조했다.

“전 다 좋아요.”

“좋아, 좋아. 그럼 소고기로 하는 걸로~”

“은찬이 형 좋아하는 거 보소.”

“그럼 지금부터 준비해야겠다. 자, 다들 따라 나와.”

“오케이, 좋아요! 가요!”

그렇게 멤버들이 도운이 형을 뒤따라 하나둘씩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세현아, 또 올게.”

“응.”

이내 마지막까지 방에 있던 차선빈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멤버들이 나가자 곧바로 방 안이 고요해졌다.

‘약 2주···인가.’

앞으로 2주.

2주 동안 반깁스 신세를 져야만 했다.

반깁스는 2주지만, 아마 2주가 지난 이후에도, 적어도 한 달은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길다.’

너무 길었다.

한 달은.

‘데뷔 이래 처음인가.’

그렇게 오래 무대를 못 하는 건, 데뷔 이래 처음인 것 같았다.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는 사고이긴 했으나 그때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좀 더 정신을 차리고 있었더라면···.

- 당분간은 5인 체제려나?

그 말이 마치 얹힌 것처럼 마음에 걸렸다. 5인 체제라는 그 말이.

당분간은 무대를 서지 못한다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서. 답답하면서도 너무나 무거웠다.

‘하···.’

순간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지금의 이 상황이 그냥, 어이가 없어서.

“뭘 그렇게 풀이 죽어 있어.”

그때였다.

순간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돌아본 그곳엔 안지호가 문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안 죽었어, 풀.”

“안 죽기는 무슨. 아주 파묻힐 기센데.”

···그랬나.

그와 동시에 안지호는 내가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이내 침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우세현.”

“뭐?”

“들어줄 생각 있으니까 하라고. 니가 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그 말에 조금 놀랐다.

하고 싶은 말을 그저 들어준다는 안지호의 말에.

그리고 그 말이 정말로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듯 안지호의 표정은 여전히 미동이 없었다. 그저 내 말을 기다리듯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냥. 한동안은 5인 체제일 테니까. 그게 좀 많이 아쉽고, 미안하고 그래서.”

그래서 나 역시 진심이 나왔다.

같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그로 인한 자책감.

이제껏 차마 보이지 못했던 그런 진심들.

“나 때문에 동선도 다시 맞춰야 할 테고, 5인 버전으로도 파트도 다시 짜야 하니 그만큼 부담도 늘어나잖아.”

“······.”

“그리고 아마 앞으로 몇 주···아니, 한 달간은 제대로 노래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아서.”

하지만 또 그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머쓱해져 괜히 이불을 쥐었다 폈다 했다.

쓸데없는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서.

속 좁은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방금 한 말은 굳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려는 순간, 이내 다시 안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만 아쉬운 거 아니야.”

“···뭐?”

“나도 아쉬워. 너 없어서.”

그대로 안지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니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힘들긴 해. 파트도 많고 온갖 화음에, 고음까지 맡고 있으니. 그리고 그걸 내가 고스란히 맡게 될 테고.”

“하하···.”

괜히 찔렸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아쉬워.”

“어?”

“좋아하니까. 니가 부르는 노래.”

그리고 그 말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안지호의 진심이 나에게까지 와닿았기 때문에.

“그리고 노래 말고도 난···아니.”

“뭐?”

“아니야.”

그러더니 이번엔 입을 다문다.

뭐지.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빨리 나아라, 우세현.”

그리고는 그렇게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나으면 돼. 그리고 다시 같이 무대 하면 돼. 윈썸은 너까지 6명이니까.”

안지호가 여전히 나와 시선을 맞춘 채로 명확하게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그리고 그 말엔 순간 벙쪘다.

어쩌면 그건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지도 몰랐다.

위안이 되었다.

마치 내 생각을 알아준 것처럼.

방금 안지호의 그 말은 그렇게 마음속에 강하게 번졌다.

···그래서인가.

이제껏 묵직하기만 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고마워.”

“뭐?”

“방금 해준 말. 고맙다고.”

그렇게 안지호를 향해 웃었다.

왠지 기분이 좀 나아져서.

“···별게 다.”

안지호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지만, 그 와중에 시선을 살짝 돌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귀가 살짝 빨개져 있었다.

“그렇게 고마우면 얼음찜질이나 열심히 하던가.”

“얼음찜질?”

“모르나 본데, 넌 찜질에 재능이 없어.”

“뭐?”

그러더니 곧 팔을 뻗더니 이내 백은찬이 놓고 간 얼음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난 찜질에 재능이 있고.”

“그건 또 뭔 소리야?”

그러더니 곧 말도 없이 무턱대고 발목을 잡았다.

“야, 잠깐!”

동시에 손에 든 얼음주머니를 다시 내 발목 근처로 갖다 대었다. ···차가워 죽는 줄 알았다.

“손 놓고 받기만 하란 소리다.”

그리고 그렇게 안지호는 퉁명한 얼굴로 한동안, 조금 오랫동안 얼음주머니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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