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413화 (413/413)

413화. 유명 아이돌입니다. [完]

10월에 접어들면서 무더웠던 날씨 또한 점차 풀리고 있었다. 이제는 온전한 가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있었다. 그리고 난 그걸 위해 그대로 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이것을 빨리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입꼬리가 올라갔다.

- 덜컥!

“형, 나왔어.”

그리고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누른 뒤,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약속은 형과의 약속이었다.

“왔어?”

곧바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형이 보였다. 오늘 스케줄이 없다더니 방금 일어난 모양이다.

“안 자고 있는 게 다행이네.”

“너 온다고 했잖아.”

“그런 것치고는 진짜 방금 일어난 것 같은데.”

이내 형이 그대로 말없이 씨익 웃었다.

“당연히 밥도 안 먹었겠고. 뭐 먹을래?”

“아무거나. 어제 무대 잘하더라.”

아, 어제 무대.

어제는 K팝 관련 행사가 하나 있어 그 무대를 했던 터였다. 생방이었는데, 그걸 봤나 보다.

“내가 아니라 우리 멤버들이 잘했지.”

나는 그대로 냉장고를 열어 확인했다.

온오프가 사라진 지도 벌써 2년여가량의 시간이 지났다. 윈썸은 데뷔 5년 차가 되었고, 햇수로는 6년 차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온오프가 없어도 무대에 서는 게 가능했다.

그게 없어도 나는 무대에 여전히 오를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기에 온오프라는 것이 그만큼 그쪽과의 강한 연결 고리였는지 그 이후로 사자와 마주한 적도, 그쪽과 관련된 무언가와 얽히는 일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완전한 해방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거 사전 미팅 곧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뭐?”

“.”

형이 답했다.

아, 트립 앤 트립.

은 TNC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번 시즌에 형과 내가 함께 섭외되었다.

보통 시즌 당 게스트가 2명이라, 다른 인원 없이 형이랑 나, 이렇게 둘이서 여행을 떠나는 포맷이었다.

“영국이었지? 여행지.”

“응. 영국.”

형이랑 둘이서 리얼리티를 찍는 건 처음이었다. 다른 것보다 싸우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너무 리얼하게 나가면 그건 그거대로 좀 그랬다. 게다가 일단 예능인 이상 보는 재미도 좀 있어야 할 테고···.

“근데 형, 용케 스케줄 맞췄네. 촬영 시기쯤에 원래 좀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별로 안 바빠.”

형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엄청 바빠 보이는데.

형은 약 2년여간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입지를 더욱 확실하게 다졌다.

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25%가 넘어 소위 대박을 쳤고, 그로 인해 작년엔 SBC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까지 단독으로 수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서 대본이 빗발치고 있었고.

- 지이잉!

그리고 그때, 주머니에 있던 폰이 울렸다.

[신도하 선배님]

확인해보니 신도하였다.

와중에 전화.

영상 통화가 아닌 것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선배님.”

─ 어디야?

“저 지금, 형 집이요.”

─ 아, 생각보다 일찍 갔네. 아직 숙소일 줄 알았는데.

“그냥 빨리 왔어요.”

그렇게 폰을 어깨에 낀 채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을 살펴봤다. 역시 예상대로 있는 게 없군.

─ 내일 우리 저녁에 있는 특별한 약속. 잊지 말라고 전화했어.

“네.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 당연히라는 대답이 꽤 기분 좋네.

신도하가 정말로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무의식에 한 말이었는데.

내일 저녁엔 신도하와 약속이 잡혀 있었다. 당연하게도 일과 관련된 만남이었다. 신도하와 같이 이번에 곡 작업을 하게 된 터라.

그렇게 같이하게 된 작업은 이번에 새로 나올 신도하의 앨범 타이틀곡의 피처링이었다.

처음 신도하가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상당히 놀랐던 바지만···.

─ 근데 장소를 좀 바꿔보면 어떨까도 해서 말이야.

“바꾼다고요?”

─ 응. 새로운 장소에서 하면 리프레쉬도 되고 좋을 것 같아서.

원래 장소도 괜찮았는데.

신도하 작업실.

“그래서 어디를 말씀하시는 건데요?”

─ 이왕이면 편한 곳이 좋잖아. 그러니 우리 집에서···.

“X랄하고 있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형이 그 말과 함께 그대로 귓가에 있던 폰을 가져갔다.

“아, 잠깐···.”

- 뚝!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이럴 줄 알았다.

“이 새X가 어딜.”

“이러면 다시 전화해야 하잖아.”

“다시 전화를 왜 해? 아예 꺼놓을 생각인데.”

그럼 작업을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형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로 폰을 손에 쥔 채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귀찮게 다시 전화해야겠군.

시간이 흘러도 형과 신도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여전했다.

신도하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음원 강자의 면모를 지키고 있었고, 콘서트의 투어 범위는 넓어졌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방송에 출연하며, 높았던 대중성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에 간간히 박시겸과 권해진에게서도 연락이 오곤 했다.

권해진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단답이 대부분이지만, 박시겸의 경우 좀 뜬금없는 말을 하곤 했다.

[박시겸 선배님]

: 그래서 연기할 생각은 없나.

이런 뜬금없는 질문.

하지만 그때마다 명확하게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그런 것보다 자.”

그 순간, 형이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뭔데?”

“줄 거 있다며. 얼른 줘.”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다.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오늘 형네 집에 온 용건도 그걸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그걸’ 꺼내기 위해 겉옷 주머니를 뒤졌다.

“혹시 눈 감아야 하나.”

“눈은 왜 감아?”

“그게 더 서프라이즈 같으니까.”

“그렇게 해 봤자 더 놀라지도 않을 거잖아.”

그러자 형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정말로 눈을 감았다. 이거 왠지 생각보다 기대하는 느낌인데.

와중에 손을 계속 내밀고 있어 나는 그대로 가지고 있던 ‘그걸’ 형의 손 위로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걸 느꼈는지 그와 동시에 형이 다시 감았던 눈을 떴다.

“티켓이네.”

“응. 이번 콘서트 티켓.”

앞으로 약 한 달여 뒤, 우리는 콘서트를 할 예정이었다. 새로운 월드 투어의 시작이었다.

11월 초 서울에서 시작해 앞으로 몇 개월간 전 세계를 도는 일정의 투어였다.

“11월의 주 경기장은 좀 추울 텐데.”

“나도 그게 걱정이야. 팬 분들 추울까 봐. 따로 뭘 준비를 할까 멤버들하고도 상의 중이고.”

장소는 잠실 주 경기장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콘서트를 하기에 가장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이번에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그 주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상 가수인데 이 정도 규모에서 충분히 할 만하지. 오히려 부족한 거 아니야?”

“부족할 리는 없을걸.”

“내 생각엔 충분히 부족할 것 같은데.”

그렇게 형이 확언했다.

부족···할 리가 없을 텐데?

“음원, 음반 대상을 수상한 윈썸인데.”

그리고 형의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작년의 연말 시상식이 다시 떠올라서.

- 윈썸 (WINSOME), 올해의 앨범 & 올해의 노래상 동반 수상 쾌거!

- WINSOME, 황금 디스크 디지털 음원 부문 & 음반 부문 대상···정상에 우뚝 선 윈썸

- 윈썸, 음반 대상 수상···초동 400만 장의 위엄

- 대상 그룹 윈썸,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 시작한다

“보아하니 올해도 윈썸이던데.”

그와 동시에 형이 날 보며 씨익 웃었다.

“축하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얄밉게 웃는 얼굴로 곧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아직 두 달 남았다고!

···뭐,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 하지만 올해도 가능성이 높긴 높았다. 일단 음반 부분에서는 우리보다 많이 판 그룹이 없었으니.

우리 다음이라고 할 수 있는 체이스와는 약 200만 장이 넘게 차이가 났다.

“어쨌건 날씨가 추울 것 같으니 단단히 챙겨 입고 와. 나중에 감기 걸려서 내 탓 하지 말고.”

“그런 것보다 이왕이면 가까운 자리였으면 좋겠는데.”

“형 자리 제일 좋은 자리로 했으니까 걱정 마.”

주 경기장은 워낙 넓어서 아무리 좋은 자리라고 해도 시야가 다 그게 그거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서, 내가 처음이야?”

“뭐가?”

“초대권.”

형이 그렇게 내게서 받은 티켓을 팔랑거리며 물었다. 알면서도 묻는 저 자신만만함에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긴 하다만.

“어. 형이 처음이야.”

그렇게 되면 왠지 귀찮아질 것 같아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형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러더니 곧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남은 건 누군데?”

“엄마, 아버지랑···신도하···.”

“뭐?”

“······.”

그리고 그렇게 한순간에 정색하는 형의 얼굴에 나는 그대로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 *

그리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11월.

이번 월드투어의 시작인 서울 콘서트의 첫날을 맞이했다.

[WINSOME 4th World Tour : The Time of The Future]

- 윈썸 3일 공연 3층까지 올 매진 실화냐ㅠ 분명 3층은 구할 수 있을 거라며ㅠㅠㅠㅠㅠ

└ 이렇게까지 취소표가 안 나올줄은.....

└ 솔직히 3층은 당일날 되면 풀릴 만한데 이번 콘서트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많아서ㅠㅠ

└ 그것도 그런데 유입이 많아서 그래 올해 팬덤 유입 1위가 윈썸임

- 주 경기장 풀로 열었는데도 취소표가 안 나오는 상황....천장이라도 매달려서 보고 싶다ㅠㅠㅠㅠ

└ 2222 제발 천장석이라도

└ 아니면 추가콘 부탁해....IN...제발...

- 앙콘은 언제쯤 예상해? 앙콘이라고 가고싶다ㅠ 아니면 월투라도 따라갈 생각ㅠ 그래도 거기엔 내 자리가 있겠지

└ 이미 해외콘도 열린 곳은 대부분이 매진이라는....

└ 222 해외콘도 이미.....

└ [글쓴이] : 악!!!!!!!!!!

“형, 팬 분들한테 방석이랑 핫팩 전부 배포됐어요?”

“응. 입장할 때 하나씩 나눠드린다고 하더라.”

“아, 맞다. 담요는요?”

“담요도. 오늘따라 날씨가 더 춥다.”

매니저 형의 그 말에 일단 한숨 놓았다.

다행히 입장하면서 사전에 준비한 물품들이 잘 지급이 된 듯했다.

“야, 우세현. 이거 맛있다.”

그리고 그 순간, 옆에 있던 백은찬이 내 입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이내 달달한 맛이 입 안으로 은은하게 퍼졌다.

“이거 뭔데?”

“딸기 파이. 케이터링에 있길래.”

“맛있네.”

“그렇지?”

그렇게 백은찬이 어디선가 또다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가져왔다. 이에 그걸 조금씩 얻어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세현이 형이랑 선빈이 형이랑 처음 선보이는 날이죠?”

“아, 맞다. 둘이 처음 하는 날이지.”

그와 동시에 도운이 형과 하람이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올렸다. 왜 저런 표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차선빈이랑 둘이 하는 거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유닛 무대.”

“응. 팬 분들한테는 처음 보여드리는 거야.”

차선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무대에선 차선빈과 나의 유닛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컨셉은···.

“섹시.”

“왠지 신하람 니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궁금하잖아요. 반응.”

그렇게 하람이가 여전히 입가를 씰룩였다.

“둘이 연습하면서 그렇게 웃었잖아.”

“난 별로 안 웃었어.”

“아, 맞아. 맞아. 차선빈, 넌 안 웃었지. 우세현만 웃었지.”

···그건 조금 민망해서 웃은 거다.

아무래도 서로 얼굴을 정면에서 가까이 바라보는 안무들이 많아서.

와중에 차선빈은 별로 민망하지 않은지 시종일관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안무에 임했지만.

“엄청 섹시하던데. 이거 진짜 이대로 내보내도 괜찮을까 하는 정도의 안무라니까.”

“둘이 텐션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런 것치고 의상은 좀 단정하지만.”

도운이 형 말대로 의상은 꽤 단정한 편이었다. 블랙 앤 화이트 컨셉으로 셔츠와 자켓을 걸쳤다.

“그런 의미에서 안지호, 우리도 열심히 하자.”

“난 원래도 열심히다.”

이내 그대로 어깨동무를 걸어온 백은찬을 안지호가 조용히 노려보았다. 오늘 저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유닛이라.

“윈썸, 이제 무대 올라갈 준비하실게요!”

그리고 그렇게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 됐다. 스테이지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함성이 그 크기를 키웠다.

“우세현.”

그때, 안지호가 날 향해 뭔가를 건넸다. 물이 가득한 물병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안지호를 향해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

“땡큐.”

그와 동시에 그대로 안지호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걸 본 안지호는 잠시 피식 웃어 보이더니 이내 손을 들었다.

- 짝!

그렇게 손바닥을 마주쳤다.

“잘하자.”

“너 잘할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아.”

그리고 당연하듯 말하는 그 말에 다시 한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도 말 안 해도 잘할 거 알아.”

“···큼.”

이내 안지호가 낯부끄러웠는지 그대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잘할 거 다 안다.

여기에 오늘 또 하나, 팬들에게 알릴 중요한 소식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 윈썸의 재계약 소식이었다.

5년 차를 맞이한 시점, 멤버들과 난 회사와 재계약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5년.

더욱 오래 그룹과 함께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식을 오늘 콘서트에서 처음 발표할 예정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 기사로 나오겠지만.

- 꺄아아아악!

이내 또다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언제나 날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이 함성이 좋았다.

능력으로 인해 무대에 서지 못한 채, 그저 유명 아이돌의 동생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저 그렇게 무대를 그리워하며, 갈망하기만 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원하던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닌 나의 멤버들과 함께. 윈썸과 함께.

그렇게 난 유명 아이돌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내가 좋아하는 이 무대에, 멤버들과 함께 오를 것이다.

“리프트 올라갑니다!”

그렇게 불이 꺼진 무대 위, 등장의 시간이 됐다. 이제는 무대 위에 오를 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렇게 멤버들과 다 함께 외쳤다.

“Keep in mind, WINSOME!”

시작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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