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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105화 (105/304)

105화

“소환단…. 정말 가져와 주었구나.”

남궁무룡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하현과 남궁민을 돌아보았다.

사실 소환단 세 개는 그에게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소림에 가서 내놓으라고 소리만 쳐도 얻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가져왔느냐가 그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무룡이 녀석.’

취월걸개도 마찬가지지만, 남궁무룡은 너무 일찍부터 무림에서 초고수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역할을 너무 오랫동안 해온 그였다.

‘이럴 때는 가족이 있는 게 약간은 부럽다니까.’

하지만 그런 남궁무룡을 위해 멀고 귀찮은 길을 떠나줄 가족이 있다.

이 소환단은 남궁세가의 가주 검존을 위해 가져온 것이 아니다.

그들의 할아버지 남궁무룡에게 가져다준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는 순수한 호의와 사랑.

그것이 남궁무룡을 감격하게 한 것이었다.

하현이 그런 남궁무룡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취월걸개에게 말했다.

“사부님.”

“왜 불러?”

“저는 사부님이 필요하시다고 해도 어디든 갔다 올 거예요.”

“뭐? 청해성까지 갔다 와야 한다고 해도?”

청해성은 서장, 신강과 맞붙어 있는 중원의 왼쪽 끝.

하지만 하현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취월걸개는 이제야 마음이 찼는지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그는 되려 하현에게 소리쳤다.

“필요 없다! 내가 갔다 오는 게 더 빨라.”

“그거야 당연하죠. 그러니까 필요하시다면요.”

“말이나 못 하면. 그나저나 무룡아. 네 상흔은 좀 어떠냐.”

남궁무룡이 훈훈한 광경에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좋아졌다.”

“소환단은 지금 안 먹으려고? 너무 오래 놀았더니, 슬슬 무림맹에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 너희들 영약 먹는 것만 봐주고 바로 출발할 거니까 먹으려면 빨리 먹어라.”

“며칠 쉬다 가지 않고?”

“소림에 다녀오는 수십 일간 내내 쉬었다.”

남궁무룡이 피식 웃었다.

개방을 거쳐 소림을 갔다 오는 여정이 짧은 여정은 아니었을 텐데 그것을 쉬었다고 말하는 것 보니 참 취월걸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섭취해볼까? 너희도 괜찮으냐?”

“네. 할아버지. 지금 당장이라도 좋아요!”

그들은 연무장으로 곧장 자리를 옮겼다.

남궁무룡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도 발을 들일 수 없는 가주의 전용 연무장이자

하현이 남궁무룡에게 지도받던 곳이기도 했다.

“조부님부터 하시지요.”

남궁민의 말에 남궁무룡은 사양하지 않고 연무장 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남궁민과 하현은 양옆에서 호법을, 그리고 취월걸개는 혹시 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남궁무룡의 바로 뒤에 앉았다.

“후후.”

남궁무룡은 영약을 먹기 직전 세 방위에 든든하게 서 있는 이들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이토록 든든한 마음이 드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를 정도였다.

달칵

그리곤 곧장 목함을 열어 새하얀 소환단을 꺼내 들었다.

분명히 형태는 있으나, 신기하게도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스으윽-

남궁무룡이 소환단을 입으로 가져가자, 마치 원래 액체를 마신 것처럼 곧장 흩어지더니 목구멍으로 저절로 넘어갔다.

지금껏 그는 꽤 많은 영약을 먹었지만, 아직도 이 느낌에 적응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남은 소환단을 꿀꺽 삼키곤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후우욱-

뱃속에 차가운 게 들어갔나 싶을 때 따뜻한 기운이 올라왔다.

화산의 자소단과는 아주 다른 기운.

‘자소단이 불이라면, 소환단은…. 따뜻한 흙을 덮는 것 같다.’

처음에는 미미하게 불어오던 기운이 점점 큰 물줄기가 되어 남궁무룡의 몸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는 능숙하게 기운을 일주천했다.

“뭐, 내가 도와줄 것도 없겠군. 하긴, 누굴 걱정해?”

남궁무룡이 능숙하게 기운을 이끄는 것을 보고 취월걸개가 긴장을 풀었다.

하기는 천하의 검존이 기운을 잘못 운용하여 주화입마에 걸린다는 것은 물고기가 물에 빠져 익사했다는 소리와도 비슷한 소리일 것이다.

스으으-

소환단이 몸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남궁무룡의 세맥에 자리하고 있던 혈랑의 지독한 마기가 조금씩 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남궁무룡의 모공을 통해 조금씩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윽.”

순간 느껴지는 고약한 냄새에 취월걸개가 말했다.

“숨을 참아라. 들여 마셔서 좋을 것 하나 없으니.”

“흡!”

하현은 숨을 참고는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 취월걸개는 양손을 땅에 대고는 기운을 불어넣었다.

쿠웅!

한 번의 울림 후에 그가 양손을 하늘로 올리자-

후우우욱-

바닥에서 시작된 기운이 하늘로 솟구치며 강풍을 만들어냈다.

정확하게 남궁무룡이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만 강풍이 이는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클클. 이제 숨 쉬어도 된다.”

“푸하. 와! 사부님. 정말 대단해요.”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구나.”

취월걸개의 얼굴에도 자부심이 가득했다.

혹여나 하현이 칭찬해주지 않았더라면 서운해했을 수도 있을 정도로.

남궁무룡은 운기행공을 하는 와중에도 주변 상황을 인지했는지, 이제는 거리낌 없이 마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스하아-

기운이 몸을 돌면 돌수록, 남궁무룡의 몸에 새겨져 있던 깊은 상흔이 점점 옅어졌다.

남궁무룡은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혈랑. 자네와 나의 악연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동안 내공도 사용하지 못하게 그를 얽매고 있던 혈랑의 마지막 발악과도 같던 상흔.

그 상흔이 사라지자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지는 것을 왜일까?

‘내 세대의 흔적이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남궁무룡은 이 마음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비록 최악의 악당 중 하나였고, 서로의 목숨을 수없이 노리던 상대이기도 하지만, 그는 몇 남지 않은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던 무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후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남궁무룡은 운기행공을 마쳤다.

그가 스르륵 눈을 뜨자, 취월걸개가 다시 바닥을 쿵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그가 심어두었던 기운이 공중에 흩어지며 바람이 멈추었다.

“할아버지!”

“조부님!”

그가 자리에 일어서자 하현과 남궁민이 기꺼운 목소리로 남궁무룡을 불렀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을 돌아보았다.

“고맙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그는 빙긋 웃었다.

“그럼.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래도 한동안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맞아요. 바로 무리하시면 혹시 병이 또 도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 그래. 알겠다. 한동안은 조심하도록 하지.”

그는 손주들의 걱정스러운 눈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껄껄 웃었다.

‘민이가 원래부터 이렇게 살가웠나?’

남궁무룡은 남궁민의 변화를 어렴풋이 느꼈으나,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민아. 이리 와서 앉아 보거라.”

“네. 조부님.”

남궁민은 거절하지 않고 조금 전 남궁무룡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남궁무룡의 체온 덕에 따뜻해진 바닥이 그를 기분 좋게 했다.

“아니…. 이런 몸으로 지금까지 다닌 것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궁민의 뒤에 앉아 그의 몸을 점검해보던 남궁무룡은 깜짝 놀라 말했다.

아직 이번 소림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할아버지에게 말해주기 전이었으니, 남궁무룡이 놀랄 만도 했다.

“네가 이 정도 내상을 당하게 할 정도면 보통 무인은 아닐 텐데……!”

남궁무룡이 너무나 진지하게 말하는 통에 남궁민과 하현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취월걸개만이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그건 나중에 천천히 말해줄 테니까, 빨리 복용부터 해!”

“하하하. 알겠습니다. 어르신.”

취월걸개의 말에 남궁민은 웃음을 멈추곤 다시 제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상 치료를 위해 복용할 때는 그저 흡수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기운을 계속해서 몇 바퀴고 일주천 시켜야 한다.”

“네. 저번에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래. 그러면 먹거라.”

남궁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환단을 삼켰다.

소환단의 명성답게 맑고 청량한 기운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궁민은 익숙하게 기운을 끌어 올려 기운을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후욱-

남궁무룡은 남궁민의 등에 손을 데고 그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며 소환단의 기운을 천천히 유도했다.

소환단의 기운은 자소단처럼 날뛰지 않았다.

마치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남궁무룡의 유도에 잘 따랐다.

사락- 사락-

그 기운은 내상을 입은 남궁민의 혈맥과 장기를 부드럽게 보듬었다.

소리가 들릴 리가 없건만, 남궁민은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는 착각이 일었다.

“옳지. 천천히 따라와라. 그래. 그거다.”

남궁무룡의 운기행공은 일각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남궁민은 대략 반 시진이 넘는 시간 동안 천천히 운기 하며 기운을 받아들였다.

“후으읍. 파하-.”

남궁민의 큰 심호흡을 끝으로, 남궁무룡도 그의 등에서 손을 떼었다.

“고생했다.”

“아닙니다. 조부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남궁민은 씻은 듯 나은 몸 상태와 더불어 상당히 증진된 것 같은 내공 덕에 기분이 좋아졌다.

“형님! 이제 괜찮아요?”

“그래. 소환단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다행이에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현의 말에 남궁민이 빙긋 웃었다.

“앞으로 널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치지 말아야겠구나.”

“약속이에요.”

“그래. 알겠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남은 하현의 차례.

취월걸개는 남궁무룡을 흘긋 보았다.

남궁무룡은 힘든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취월걸개는 그가 힘들지 않은 척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 마기를 몰아내고 연달아 남궁민의 운기행공까지 도와주었는데 힘들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강시일 것이다.

“현이는 내가 할까?”

“그래 주겠나? 조금은 피곤하군.”

“참내. 아주 약골이 다 되었구만.”

“하하. 자네가 비정상적으로 건강하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건가?”

취월걸개가 피식 웃고는 하현을 불러 그의 앞에 앉혔다.

“현아. 저번에 자소단을 섭취했을 때는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고?”

“네, 맞아요.”

“아주 만약에 이번에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무리해서 흡수하려 하지 말고, 다시 입으로 토해내거라, 이깟 소환단 별로 귀중한 것도 아니다.”

취월걸개는 말 뒤에 ‘너보다는.’ 이란 말을 삼켰지만, 하현이 빙긋 웃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다 들리는 듯했으니까.

“자. 준비됐느냐?”

“네. 그럼 바로 섭취하겠습니다.”

“좋다.”

취월걸개가 하현의 등에 손을 대었고, 하현이 소환단을 꿀꺽 삼켰다.

저번에 먹어본 자소단처럼 소환단은 목으로 스르륵 흘러 들어갔다.

하현은 사실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예전에 자소단 먹었을 때, 정말 아팠는데.’

하현은 의연한 척했지만, 사실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팠던 경험이었다.

“딴생각하지 마라!”

“넵!”

하현의 상태를 알아챈 취월걸개가 호통을 치자 하현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중했다.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어……?’

“쿨럭!”

“뭐야. 무슨 일이야?!”

그때 하현의 기운이 갑자기 날뛰었다.

취월걸개가 급히 하현의 등에 댄 손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하현의 기운을 진정시켰다.

옆에서 몸을 살피던 남궁민과 남궁무룡도 걱정 어린 눈으로 한달음에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르신! 하현이 괜찮은 겁니까?”

“또 영약이 폭주하는 건가?”

취월걸개가 하현의 등에서 손을 떼자 하현이 바로 눈을 떴다.

영약이 폭주했다던가, 주화입마에 빠졌다든가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현이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그런데 저도 너무 놀라서 그만…….”

“놀랐다고?”

“네. 그래서 운기를 하다가 그만 기운을 잘못 운용했습니다.”

“왜 놀랐는데?”

하현이 다시 한번 자기의 몸을 더듬어보고는 말했다.

“소환단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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