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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125화 (125/304)

125화

검마의 신형이 앞으로 쏟아진다 싶더니.

콰앙-!

순간 그는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의 마기가 쏟아지는 방향은 하현이 있는 쪽이었다.

검은 구름이 하현을 잡아먹을 듯 넘실거리며 쏘아지는 꼴이었다.

쩌엉!

하현은 발검술로 검마의 검을 막아냈다.

인지하고서 한 행동이 아니었다.

마음이 일기도 전에 손이, 적룡검이 먼저 반응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힘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완벽히 막아냈다고 생각했건만,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야 했다.

“이런 미친 마귀가!”

취월걸개가 노호성을 내뱉으며 검마에게 달려들었다.

타구봉은 어느새 허리춤에 다시 찔러넣은 그의 양손엔 기운이 넘실거렸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인 것이다.

쒜에엑!

취월걸개의 양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화살처럼 쏘아져 나간다.

왼손은 검마의 검을 향했고, 오른손은 그의 왼쪽 옆구리를 향했다.

왼팔이 없는 검마이기에 한 손으로 검만 무마시키면 나머지 한 손을 막을 재간이 없었으니까.

검마가 뒤로 도망쳤을 때를 대비하며 다리에도 긴장을 팽팽히 유지했다.

언제든 앞으로 튀어나갈 수 있도록.

우우웅!

그런데 검마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나서며 검에 마기를 가득 담았다.

그 짧은 시간이건만 검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큰 기운을 담는 데 성공한 그는 취월걸개를 향해 그대로 횡으로 검을 그었다.

‘안 돼. 이대로라면 동귀어진이다.’

검마는 취월걸개를 벨 수만 있다면 자신의 옆구리쯤은 얼마든지 내주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마냥 취월걸개의 장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치잇!”

콰악!!

결국, 취월걸개는 양손으로 그의 검을 막아내고 말았다.

두 손으로 검을 막으면서도 취월걸개는 느꼈다.

‘한 손으로 막았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겠다.’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검마의 얼굴을 보니, 그의 입은 얇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하. 예전처럼 무섭지가 않은데?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힘이 빠져버린 것인가?”

“닥쳐라. 검마.”

취월걸개는 검마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

그가 알고 있는 검마는 삼십 년 전의 검마다.

그때 검마는 확실히 취월걸개의 아래였다.

허나 삼십 년이 지난 지금은 사용하는 병기만 같았을 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먼저 네놈의 팔부터 받아가마!”

검마가 기묘한 움직임으로 땅을 접어 달리며 하현에게 접근했다.

그가 노린 곳은 하현의 왼쪽 어깻죽지였다.

그곳에 검을 제대로 먹이면 팔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스윽!

하지만 하현은 가벼이 왼발을 뒤로 빼며 신형을 돌리는 것만으로 그의 검을 피해냈다.

검마는 노리는 바가 분명했고, 공격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피하기에는 수월했다.

이번에는 하현이 검을 휘둘렀다.

특별한 초식도 없는 마음의 검이었다.

스핏!

“……!”

상대와의 최단거리를 찾는 검결과, 마음의 검이 동시에 일어나니 실로 무시무시한 속도의 쾌검이 되어 검마의 뺨을 스쳤다.

동물적인 반응으로 겨우 검을 피해낸 검마의 뺨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애송이가……!”

검마가 노호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하현은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평온하게 느껴졌다.

‘사천사살에게 검법의 기원을 물었어야 했는데.’

심지어는 와중에 다른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검마의 무공까지 무시해도 될 정도라는 것은 아니다.

검마가 전력을 다해 보법을 밟으며 하현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순간 그의 신형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때 하현의 앞을 취월걸개가 막아섰다.

그는 발을 쉴새 없이 놀리며 검마에게 장을 쏟아냈다.

퍼퍼퍼퍽-!

검마가 그 장을 막을 때마다 공기가 울리고, 땅이 진동하는 듯했다.

“취월걸개. 너답지 않게 조급하군. 이 아이가 그렇게 소중한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너희는 이해할 수 없겠지.”

“우리도 목숨을 귀히 여긴다. 다만 너희와는 그 방식이 다를 뿐이지.”

취월걸개가 콧방귀를 뀌었다.

“방식이 달라? 교리가 다르면 모두 참살하는 게 소중히 여기는 것인가?”

“아니. 그들은 죽음으로써 새 삶을 얻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마교 천하에서의 새 삶을!”

검마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광신도(狂信徒)라는 절로 떠올랐다.

“미친놈들. 이래서 마교 놈들이랑은 상종하기가 싫은 거거든.”

“그래. 계획이 바뀌었다. 모두 나와서 쳐라!”

검마의 말에 건물 곳곳에서 흑색 무복을 입은 마교인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을 쏟아내다 보니 하현과의 거리가 꽤나 멀어져 취월걸개가 하현의 곁으로 가려 했지만 검마가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너는 나와 놀아야지. 어딜 가려고? 저 아이가 죽을 때 네 표정이 궁금하구나.”

검마가 웃으며 취월걸개에게 달려들었다.

취월걸개는 하는 수 없이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구덩이에서 인부를 처리하고 올라온 남궁환이 하현의 옆에 섰다.

그도 그가 보기에도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이게 모두 몇 명이야.”

하현은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열여덟. 수준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은 것 같아.”

“내가 여덟을 맡을게. 네가 열 명을 맡아. 네가 정예대원이잖아.”

이 와중에도 실없는 소리를 하는 남궁환을 보고 하현이 피식 웃었다.

덕분에 긴장감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이야압!”

남궁환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것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검마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인지, 혹은 전음으로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마교도들은 하현을 에워쌌다.

그 숫자가 많아 하현은 검으로 된 숲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스윽

하현은 천천히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토록 그가 만나고 싶어 했던 마교도 들이다.

신가장에 혈겁을 일으킨 것이 이들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하현은 검을 더 꽉 쥐었다.

쒜엑!

마교도 한 명이 하현에게 검을 찔러 들어왔다.

사도의 무공처럼 조잡한 검법이 아니었다.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언뜻 보면 정종 무공이라고 착각할 법했다.

쩌엉!!

기운을 듬뿍 머금은 적룡검으로 강하게 부딪힌다.

애초에 이번의 출수는 상대의 검을 부수기 위한 것이었다.

하현의 의도는 정확하게 들어맞아 마교도의 검은 산산조각이 났다.

부러진 검을 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목을 하현의 검이 훑었다.

툭-

그의 목이 그 표정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월광검법은 부드럽게 이어졌다.

하현이 수많은 검법을 배워왔다지만, 가장 손에 익은 것은 그가 창안한 월광검법이었다.

진기가 끊기질 않고, 수많은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덕에 이렇게 다수를 상대할 때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검법이었다.

“다들 뒤로 떨어져라! 일단 재정비를 해라!”

그들 중 그나마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가 있는 듯했다.

그는 일견에 하현의 검법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듯 하현의 초식이 끝날 때까지 검격에서 벗어나려 했다.

파팍-

하지만 하현은 언제 검법을 펼쳤냐는 듯 자연스럽게 검법을 멈추고는 갑자기 땅을 한 바퀴 굴렀다.

자연스럽게 검법을 멈추고는 조금 전 죽은 무사의 검이 깨진 파편이 떨어진 자리를 한 바퀴 굴렀다.

하현이 다시 일어섰을 때는 손에 검 조각들을 몇 개 들고 있었다.

파바바박!

그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눈 깜빡할 사이, 그는 주워든 검 조각을 세 번이나 쏘아냈다.

어젯밤에 밤늦도록 당규호에게 배워둔 비검술이었다.

비록 비검이 아닌, 쇳조각이기에 날아가는 궤적이나 속도가 투박했건만, 예상치도 못한 공격에 당한 몇몇 마교도인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비검이나, 쇳조각이나, 가슴을 파고들면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것은 똑같았으니까.

“암기를 쓴다. 조심해!”

암기술을 쓰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거리를 벌릴 수는 없다.

상대는 공격할 수 있는데, 내 검은 닿지 않는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할 수는 없기에.

후두둑

그들이 가까이 접근하자, 하현이 나머지 검 조각들을 바닥에 버리고 다시금 검을 쥐어 들었다.

마교인들은 낭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떨어지면 암기가, 붙으면 검이.

말 그대로 외통수였다.

“한 번에, 동시에 맞붙어야 한다! 가라!”

조금 전 가장 먼저 상황파악을 한 마교도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방법을 찾아냈다.

병법서를 부지런히 공부했던지, 혹은 용병술에 재능이 있던지 둘 중의 하나로 보였는데

훗날 높은 곳에서 능력을 펼칠 재목으로 보이는 듯했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쾅! 스윽- 샤악!!

하현이 강하게 땅을 박차자 대지가 울리는 듯했다.

진각을 밟은 하현은 순간 마교도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하현의 신형을 채 쫓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마교도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자의 지척에서 나타났다.

“이, 이놈을…. 큭!”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하현이 크게 휘두른 검을 막아내는 것도 벅찼다.

이번의 검은 빠르기만 한 검이 아니었다.

검으로 검을 막아냈는데도 숨이 턱 막힐 듯 묵직한 중검이었다.

후웅! 샤악!

다시 한번 검이 마교도의 목을 향해 묵직하게 흘러나가는 듯하다가, 도중에 돌연 쾌검으로 바뀐다.

이 완급 조절을 예상치 못한 마교도는 목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미숙했어.’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검의 깊이가 의도한 것보다는 얕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생각보다 덜 들어갔다 뿐이지, 목에 큰 상처를 입히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일단 저자의 입은 막아낸 것이다.

“조장이 당했다!”

“아예 팔에 매달려라! 검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리던 자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면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거늘, 그것은 착각이었다.

지휘자를 잃은 마교도들은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짐승처럼 달려든 것이 오히려 하현을 압박했다.

앞선 자를 베어내면 그사이에 다른 마교도가 하현을 공격할 것 같아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후욱…. 하압!”

한숨을 돌리니, 남궁환의 기합 소리가 들려왔다.

다섯의 마교도와 싸우는 중이었는데, 한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으니 그의 말대로 여덟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궁환을 상대하는 그들은 충분히 거리를 두고 한 명씩 차륜전을 펼쳤다.

인제 보니 남궁환의 몸 곳곳에는 벌써 검이 스쳐 갔는지 붉은 피가 배어 나오는 곳이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어.’

한편 취월걸개는 검마와 호각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세상에 오로지 둘만 남아 있다는 듯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저 둘 사이에 끼기는 어려워 보였다.

“후우-.”

아직은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자만한 적은 없지만, 지금 그의 힘은 객관적으로 부족했다.

취월걸개…. 아니, 남궁민 정도의 힘만 있었더라도 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 하현을 상대하고 있는 마교도들 중 몇몇이 남궁환에게 가려 했다.

일단은 하현의 손을 묶어두고, 둘 중에 실력이 떨어지는 남궁환을 먼저 처리한 후에 모두 하현을 협공하려는 생각으로 보였다.

푸학!

하현 앞에서 슬금슬금 눈치만 보던 마교도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하현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를 타 넘었다.

콰악-!

하현은 검을 조금 더 세게 쥐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단 한 명도 남궁환에게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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