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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131화 (131/304)

131화

총관은 마교에 대해 잘 모르는 하현에게 설명해주었다.

“마교는 하나의 집단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도 무림세가처럼 한 성씨들만이 모여 만든 가문이 존재합니다.”

“우리 남궁세가처럼요?”

“정확합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세 가문이 있습니다. 신강양가(新疆楊家), 천마유가(天魔劉家), 대산천가(大山陳家). 이 세 가문이 현재 마교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현은 신기한지 집중해서 총관의 말을 듣다가 문득 생긴 궁금증에 총관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계시는 거예요? 할아버지나 다른 분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요.”

“그럴 만도요. 저도 납치되고 나서, 마교 출신의 하인과 친해져서 들은 이야기니까요.”

“이 이야기는 무림맹에서 굉장히 좋아하겠군요.”

“이런 것을 말씀드리는 것으로도 도움이 된다면 저는 기쁩니다.”

총관의 얼굴은 뿌듯해 보였다.

그는 납치당했던 사 년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천마유가라는 가문은 대단한가요? 신지혁…. 아니, 유지혁이 그 가문이라는 게 중요한 정보일 만큼?”

“저도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만…. 중요 요직에는 세 가문 출신이 들어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또 주요 공적도 세 가문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주요 공적이라면……?”

“우리 가문의 멸문도 그 공적에 포함될 수도 있겠죠.”

사실 조금 전의 대화로 유지혁의 행방에 대해서 더 알게 된 것은 없었다.

하지만 하현은 ‘천마유가’라는 가문의 이름을 뇌리 깊숙이에 박아두었다.

훗날 사용할 곳이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기에

쿵쿵-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관은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작은 소리에도 움찔거리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사부님일 거예요. 잠시만요.”

하현이 문을 여니, 예상대로 취월걸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출발할 건데, 시간이 더 필요하냐?”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그래. 아쉬운 건 알겠지만, 조금만 이해해주거라.”

하현은 어른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취월걸개와 하현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총관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취월걸개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던 그였다.

‘굉장히 괴팍하고 성격이 좋지 못한 고수라고 했는데.’

그런데 하현 앞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인자한 할아버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말투가 조금 투덜대기는 하지만, 그 속에 진하게 담겨있는 애정이 겉으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취월걸개와 대화하고 있는 하현의 얼굴도 바라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충분히 사랑받고 계시는구나……!’

취월걸개와 이야기하는 하현의 얼굴에는 구김 하나 없었다.

그간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 같지도 않고, 모두의 아낌과 예쁨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신가장에서처럼.

“아저씨. 언제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에 빠진 총관을 향해 돌아보며 하현은 물었다.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좋아요. 나중에 남궁세가에서 만나는 거예요.”

“네. 도련님.”

총관은 다가가 하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올려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그는 하현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눈이 흔들리는 것이, 눈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참아내고서 겨우 입을 열었다.

“살아계셔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눈물이 차오른 눈을 보자니 하현은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일었지만 어른스럽게 참아내며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저야말로 살아있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결국, 둘은 짧은 해후를 마치고 헤어졌다.

취월걸개를 따라서 당가를 빠져나갈 때까지도 총관은 눈물을 쏟지 않았다.

당규호가 특별히 불러 준 실력 있는 마부가 모는 마차 안.

취월걸개는 총관을 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눈물을 참는 것이냐.”

총관도 나이가 지긋했건만, 취월걸개는 아이를 부르는 듯 그를 불렀다.

나이 차이가 사십은 가까이 나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어째서?”

“제가 너무 쉽게 울어버리면 울지도 못하는 우리 신가장 식구에게 볼 면목이 없어서 말입니다.”

“클클. 굉장히 냉정하게 생겨서는 의외로 감성적이구나.”

취월걸개는 총관이 싫어 보이지는 않았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무엇이?”

“도련님을 아껴 주시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의 말에 취월걸개의 미간이 좁혀졌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착각 말입니까?”

“현이는 내가 좋아서 잘 해 주는 것이다. 너한테 감사 인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도…….”

미간의 주름이 한층 더 좁아졌다.

“그래도는 무슨!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이쁨을 주는데, 정작 현이는 고마워하질 않는 것 같단 말이야. 사실은 고놈이 제일 고마워해야 하는데 말이지!”

취월걸개는 한참을 투덜거렸다.

“내가 다른 놈들 같으면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고마움을 가르쳐 줬을 텐데 말이야. 우라질 놈…….”

총관은 계속 구시렁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지금까지 전해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괴팍하고 성격이 좋지 못하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괴팍한 취월걸개와 함께하는 동안, 무림맹은 점점 가까워져 왔다.

* * *

총관을 보낸 하현은 휘연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하현!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는 굉장히 반가웠는지 하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루 종일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옷을 보니까, 한바탕 한 거 같은데? 혈향도 짙고.”

“환이 형이 말 안 해 줬어요?”

“환이? 너랑 같이 온 거 아니야? 아직 안 돌아왔는데?”

남궁환이 어디 앉아있나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찾던 하현의 고개가 남궁휘연에게로 홱 돌아갔다.

“아직 안 왔어요?”

“응. 너희가 아침에 나가고 나서 이 방에 찾아온 것은 네가 처음이야.”

“이상하다. 두 시진은 전에 왔어야 했는데.”

하현이 검마를 쫓다가 돌아온 시간이 그 정도 되었다.

지금 시간은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 해는 붉은 노을을 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검마를 만났습니다.”

“검마?”

하현은 남궁휘연에게 대략적으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질 정도로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먼저 돌아오기로 한 환이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고?”

“네. 혹시 모르니 다른 무사분들에게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함께 돌아오지 않았느냐고요.”

“그래. 취월걸개 어르신께도 일단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

“아! 사부님은 지금 무림맹으로 떠나셨어요.”

“응? 갑자기?”

취월걸개는 남궁휘연에게 말도 안 하고 출발한 것으로 보였다.

하현은 취월걸개가 총관을 데리고 무림맹에 간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어르신이 나는 완전히 잊으셨나 보군.”

“설마요. 제가 말을 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셨겠죠.”

“그럴 수도 있고.”

“일단 나가서 환이 형을 찾아보고 올게요. 자세한 건 이따가 이야기해요.”

“그래. 마음 같아서는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남궁휘연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 몸 상태로는 짐만 될 뿐이겠네.”

“더 다치지 않으시고 빨리 회복하시는 게 제일 크게 도와주시는 거예요.”

“하하. 그런가?”

“그럼요. 그럼 다녀올게요.”

전각을 나선 하현은 사천당가를 한참이나 돌아다닌 끝에 아까 염강표국에서 봤던 무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게 남궁환의 행방에 대해 아는지를 물어봤지만, 다른 방향으로 떠났고, 지금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이 형은 진짜 어딜 간 거야?”

평소엔 밖으로 나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대부분 숙소에 틀어박혀 있던 남궁환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 하현은 남궁환을 찾아 대문 밖으로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하지? 염강표국 쪽으로 가봐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그가 조금 더 가까이 오자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껏 찾아 헤매던 남궁환이었다.

“형!”

“어? 현아.”

“어딜 갔던 거야? 말도 안 하고.”

“미안. 중간에 오다가 일이 좀 생겨서.”

“무슨 일?”

남궁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과 먼지투성이에, 심지어 어깨는 다 헤져 있었다.

“싸운 거야? 잔당이 남아 있었어?”

“그런 건 아니야. 진선표국 근처에 갔었어.”

“거긴 왜?”

“일부러 가려고 한 건 아닌데, 생각 없이 걷다 보니까 거기가 나오더라고.”

하현은 웃으며 말하는 남궁환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남궁환은 그런 하현의 눈치를 모르고 말을 이었다.

“우리가 무너뜨린 집 있잖아. 그곳 주민들이 무너진 잔해를 정리하고 있더라고. 그냥 볼 수가 없어서 좀 도와주다 보니까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가에 소식이라도 전해주지 그랬어.”

“즉흥적으로 하게 된 거라서. 취월걸개 어르신도 많이 화나셨겠다.”

하현이 쿡쿡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사부님은 모르셔. 무림맹으로 가셨거든.”

“무림맹?”

하현에게 검마를 쫓고 나서의 일을 설명 듣고 나서 남궁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이라면 그럴 수 있지.”

“그런데, 형.”

“응?”

하현은 남궁환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내가 뭐가 달라져?”

“나도 뭐라고 정확히 말하기는 힘든데…. 뭔가 느껴지는 것 같아.”

“와…. 역시 대단하다. 그게 느껴져? 정말 쥐꼬리만큼 달라진 건데.”

“쥐꼬리만큼이 아닌 것 같은데?”

남궁환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정말 조금이야.”

대화를 계속하자 조금씩 느껴진다.

어디서 깨달음이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깨달음이 있었고 그로 인해 심공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이전까지는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흐르던 남궁환의 진기가 조금 더 원활하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깨달음이란 무인에게 있어 가장 큰 경사 중 하나다.

하현은 남궁환을 보고 활짝 웃었다.

“축하해.”

“고맙다.”

남궁환도 마주 웃어 주었다.

“현아. 부탁이 하나 있는데.”

“무슨 부탁?”

“나랑 오랜만에 대련 한 번 해보지 않을래?”

하현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 남궁환과 여러 날을 함께 했지만, 그가 먼저 대련하자고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기 때문이다.

“대련? 좋지. 그런데 형은 괜찮아?”

낮에 있었던 싸움에서 체력을 크게 소모했던 남궁환이다.

게다가 양민들을 도와주며 큰 돌덩이나 거대한 나무를 쉴 새 없이 날았기에 내공도 상당 부분 소진되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아. 우리가 뭐, 죽자사자하는 것도 아닌데 뭐. 가볍게 하자, 가볍게.”

남궁환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현도 하는 수 없이 그의 말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내가 제일 확인해보고 싶었을지도 몰라.’

하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남궁환과 당가로 돌아갔다.

대련할 땐 하더라도, 걱정하고 있는 휘연에게는 남궁환이 잘 돌아왔다고 가르쳐 줘야 했으니까.

* * *

잠시 후.

남궁휘연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한 뒤 그들은 연무장에 마주 보고 섰다.

당규호가 하현에게 비검술을 가르쳐 주었던 바로 그 연무장이었다.

하현이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목검 두 자루를 가지고 와 한 자루는 남궁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렇게 마주 보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 최근에는 항상 같은 곳을 바라봤지.”

남궁환의 말투도 미묘하게 달라진 듯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것 같은 느낌.

“그러면 내가 먼저 들어가 볼게. 괜찮지?”

“당연하지.”

남궁환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마치 새로 받은 장난감을 빨리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듯한 조급함이 깃들어 있었다.

스윽-

정말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하현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엇?”

따악!

그런데 하현은 그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 놀라고 말았다.

막아낸 검에서 전해진 충격이 손목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망설임이 사라졌다.’

남궁환의 검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것이 이것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하고자 하는 대로 하는 것.

하현은 남궁환이 마음의 검이 초입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궁환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현아. 조금 더 빠르게 가봐도 될까?”

그러자 하현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 그래?”

당황한 남궁환에게 하현은 더 큰 미소를 지어주었다.

무척이나 여유로운 미소였다.

조금 전에야 남궁환이 이토록 달라졌을지 몰라서 놀랐다지만, 알고 있다면 더는 놀랄 일이 없다.

하현은 즐겁다는 듯 검을 고쳐잡고는 말했다.

“많이 빠르게 와도 될 것 같아.”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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