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가당치도 않은 말에 마통검이 피식 웃었다.
명백한 도발이다.
그것도 꽤 수준 높은 도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신은 나 때문에 피가 흘렀다는 것과 마교인들은 인간이 아닐 것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모두 담았다.
허나 마통검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꽤 하는구나 애송이.”
비록 몇 번 보지는 못했다지만, 하현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던 팽사홍은 의아한 눈빛으로 하현을 보았다.
그는 하현을 재미없는 무인으로 보았다.
감정의 변화도 크지 않고, 그것마저도 바깥으로 내보이지 않는.
하지만, 지금 하현의 모습은 그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싸움판에 서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군.’
미행까지 하며 하현을 도발해보려 했던 팽사홍이다.
하지만, 은신까지 해가며 뒤를 밟는 것이 기분 나쁜 일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대했다.
‘자신을 속이는 것인가? 아니다…… 저건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고승처럼.’
쿵!
팽사홍의 생각은 거대한 소리와 함께 흩어졌다.
자신의 검을 회수하려 하는 마통검을 향해 하현이 재차 날린 검을 손으로 막아내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하현은 검으로 한 번 타격하고 곧장 마통검에게서 떨어졌다.
마통검이 흡자결을 운용하여 하현의 검을 붙잡아 두려 해도, 하현이 배자결로 퉁겨내는 양상이었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마통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애송이가……!”
노호성을 내뱉은 그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하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아닌, 애초에 장법으로 하현을 격살하려는 요량이다.
부웅-!
진심 공력을 담은 장법이 하현에게 날아간다.
겨우 손바닥 두 개가 다가올 뿐이건만, 하현은 시야를 가득 메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위력이었다.
척-!
하지만, 하현은 그대로 공격 일변도의 기수식이다.
마통검의 장을 막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공격과 공격이 맞붙는다면 그건 결국 내공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기에 얼핏 보면 하현이 낭패할 것으로 생각했다.
스슥-
그때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팽사홍이 하현의 앞에 끼어들었다.
하현이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애초부터 팽사홍을 기다리고 있었다.
콰아아악!
팽사홍의 도는 마통검의 양손을 제대로 막아내었다.
하북팽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무공을 수련하고, 각종 영약도 부족함 없이 먹은 팽사홍이다.
마통검의 장기인 검도 아닌 장을 막아내는 데에는 그로서도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르륵-
하지만 그는 맥없이 뒤로 밀려 나갔다.
이미 무림에서는 절정 이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그였음에도 그랬다.
“후우-.”
그 사이 하현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하현은 어째서인지 팽사홍이 이토록 밀려 나갈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팽사홍이 뒤로 밀려난다는 것은 둘이 하현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콱-
하현이 땅을 강하게 박찼다.
허벅지에서 폭발한 기운이 용천혈을 통해 땅을 밀어내고, 하현은 폭발적인 힘으로 앞으로 퉁겨지듯 나아갔다.
쑤욱-!
날아가는 힘 그대로 검을 앞으로 찔러 넣었다.
검의 끝이 향하고 있는 곳은 정확하게 마통검이 움직일 곳이다.
‘걸렸다!’
하현은 그의 검이 그대로 마통검을 관통하리라 생각했다.
번뜩!
하지만, 하현은 기감에 불안함이 엄습했다.
분명히 마통검의 사각을 상정하여 찔러넣은 검이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현은 본능적으로 검을 잡아당겼다.
파앗!
그 순간, 마통검의 몸에서 발이 튀어나왔다는 착각이 일 정도로 빠르게 그의 각이 튀어나와 허공을 갈랐다.
하현이 검을 마지막에 빼지 않았더라면 발에 채여 검을 놓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분명히 발이 닿지 않고 흘러갔음에도 그 주변의 공간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일 정도였다.
마통검은 각법에도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애송이! 보면 볼수록 제법이구나!”
마통검이 하현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감탄을 입 밖으로 꺼낸 순간이었다.
팽사홍의 눈에 독기가 깃든다.
마통검과 손속을 나누고 있는 것은 자신임에도 그의 온 신경은 하현에게만 쏠려 있는 것 같다.
함께 연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지금이다.’
팽사홍의 팔 근육이 터질 듯 부풀었다. 마통검이 하현에게 한눈팔고 있는 찰나가 기회라고 여겼다. 거대하게 일어난 용력이 패도적인 내공과 함께 그의 팔과 도에 깃들었다.
후웅!
사선으로 깊게 내려찍은 도는 마통검의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장법을 쓰느라 팔을 앞으로 뻗은 마통검으로서는 막아내기도 힘든 속도와 각도였다.
화아악-!
그때 마통검의 두 장에 더욱 큰 기운이 뭉쳐 들었다. 그리고 뻗은 팔 그대로 팽사홍의 몸으로 가져갔다. 검에 찔려도 상관없다는 듯한 공격이었다.
특별한 기수식이나 준비동작도 없는 공격이었기에, 팽사홍은 동귀어진을 생각해냈다.
퍼어억-!
팽사홍의 도가 마통검의 어깨를 오분지일쯤 파고듦과 동시에 마통검의 손바닥이 팽사홍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끄아악!”
들고 있던 도를 놓치고 오 장여(약 15m)를 날아가 널브러진 팽사홍은 옆구리를 붙잡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목에 핏물이 차오르고, 세상이 빙빙 돈다.
곧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균형을 잡지 못한 그는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치잇.”
그의 표정도 그리 좋지만은 못했다.
어깨에 날붙이에 의해 갈라졌으니 표정이 좋다면 그건 그거대로 더 이상하긴 하겠지만.
“내 호신기를 가르다니. 성마(成魔)의 끝자락에는 올라 있는 모양이구나.”
마통검은 어깨에서 팽사홍의 도를 뽑아내고는 기다란 자상을 따라 혈도를 짚어 지혈했다.
그리고는 쓰레기를 버리듯 도를 멀리 던져버렸다.
“한 놈은 이제 전투 불능이고. 꼬마야. 너만이 남았구나.”
그가 하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이 오른쪽 어깨에서 튄 피로 얼룩져 그 미소가 더욱 기괴해 보였다.
“성마? 그게 무엇이지?”
“하하! 참으로 난 놈이구나. 이 와중에 그것이 궁금한 것이냐?”
그는 웃겨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이미 팽사홍은 전투를 포기하고 내상을 다스리려 엎어져 있다.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 지나가듯 내뱉은 자기 말에 대해 물어오는 하현에게 어째서인지 기특한 생각마저 들었다.
“입준성극신(入俊成極神). 우리 천마신교에서 무인의 수준을 나눌 때 쓰는 말이다. 너는 약관도 한참이나 남은 것 같은데, 벌써 성마의 초입에 오른 것 같구나.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천고의 기재라는 뜻이지.”
하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당신의 수준은 어느 정도지?”
“나는 명실상부 극마의 끝자락에 올라 있다. 곧 신마를 바라보고 있지.”
마통검은 하현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마치 오래 알아 온 동네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가르쳐주듯 온화한 말투로 대답했다.
하현은 그런 마통검의 태도가 이상하게 보였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심이 없는지, 마통검은 하현의 기색은 살피지도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현재 신교에 신마의 경지에 오른 건 단 세 명뿐이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 신강양가의 가주님이다.”
“왜 그렇게 자세하게까지 설명해주는 것이지?”
“크하하. 노부는 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니라.”
“마음에…… 들어?”
하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별 불쾌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런데 마통검은 그런 하현을 보고서는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신교에 투신해라. 내 너를 양손자로 받아주마. 너 정도 자질의 무인이 우리 신강양가의 비전을 전수받는다면 역대 가장 어린 신마로 만들 자신이 있다.”
양효성의 눈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하현과 몇 번 검을 나눈 것이 다인데, 하현의 자질을 꿰뚫어 본 것 같았다.
피식-
하현이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웃었다.
별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한 손가락을 들어 귀를 후비기까지 했다.
“물가였다면 귀를 씻었을 텐데.”
“하하하! 더욱 마음에 든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오늘 너는 죽을 일은 없을 테니.”
“그게 무슨 소리지?”
“어떻게든 널 살려서 가겠다는 소리다. 뭐…… 반항이 심할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일단 데려가서 생각하면 될 일. 시간은 많을 테니.”
“미친 소리.”
그가 히죽 웃었다.
하현의 상소리마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우웅우웅-
마교로 납치해 가겠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하현의 기파가 아주 잠시 들쭉날쭉한 것 같았다.
“자아. 받아보아라!”
그는 마통검이라는 별호에 어울리지 않게 장법으로 상대하려는지, 또다시 양손에 기운을 응집시켰다.
얼마나 다리에 힘을 주며 보법을 전개해 오는지, 그가 발을 땅을 디딜 때마다 지축이 쿵쿵 울려댔다.
촌각에 가까워져 오는 그를 보며, 그는 머리에 한 줄기 빛이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엄청나게 패도적이다. 다음 수는 상정하지 않고, 부딪히면 일격필살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펼치는 장법이야.’
그리고, 그 순간 하현은 자신의 검법에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내 검에는 중(重)이 모자라. 여태껏 쾌(快)에 집중한 검법만을 익혔지. 그건 내가 나보다 하수들을 더 많이 상대했기 때문이야.’
하현은 지금까지 검법을 연마하며 빠름을 연마하는 것에 가장 중요시했다.
그 이유는 여태껏 싸워온 상대들이 전부 검에 닿으면 상처가 나고, 상처가 나면 더는 전투할 수 없는 하수들이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자신이 고수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수는 하수와는 다르다.
애초에 호신기를 다루기에 빠르기만 한 검법으로는 그것을 뚫어내기도 요원하고, 상처를 입혔다 해도 그게 끝이 아닌 것이 고수다.
팔 하나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싸워낸다. 최근 혈마도 그리하지 않았던가.
푹!
하현이 땅에 적룡검을 내던지듯이 꽂아 내렸다.
그리고 왼 다리를 굽히고 오른 다리를 뒤로 쭉 빼내며 몸을 땅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휘이이잉-!
단전에서 일어난 공력이 척추를 타고 골반으로 내려와 발바닥으로 내려간다.
하현은 자신에게만 들리는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 발바닥 용천혈에서 폭발한 진기가 다시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 진기는 자연스럽게 등과 어깨를 지나 하현의 양손에 머문다.
하현의 양손은 어느새 그의 양쪽 옆구리에 가 있다.
그의 고민의 결과가 이것이었다.
하현이 배우고 익힌 수많은 무공 중 가장 중(重)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무공.
항룡십팔장 항룡유회
개방의 절학이자, 취월걸개의 제대로 된 가르침이 하현의 손에서 응집했다.
독학이 아닌 취월걸개가 가르쳐준 항룡유회는 또 한 단계 진일보해 있었다.
쉬이익- 콰아아아악!!
마통검의 손바닥과 하현의 손바닥이 부딪히자, 공간이 우그러지는 듯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이제는 명실상부 고수의 반열에 오른 하현이 그 상승의 영역에서 장법을 부딪쳤다.
키도 어지간한 성인만큼 자란 하현이었기에 그 부딪침의 눈높이가 맞았다.
화아악!
그들을 사이에 두고 경파가 뿜어져 나왔다.
정면 내공 승부였다면 하현이 상대되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 항룡유회는 그 반탄력을 이용하는 무공이다.
하현은 절대적인 내공의 차이를 절학의 수준과 높은 이해도로 펼치는 기예로 메꾸었다.
쿠구구구-
그들의 힘겨루기가 길어짐에 발이 푹 파이고 광풍이 몰아와 그들을 덮쳤다.
“허어?!”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이던 마통검의 눈에 경악이 깃든다.
검을 내던지기에 모든 것을 포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토록 고절한 장법을 펼칠 줄이야.
“항룡십팔장……?!”
심지어 그는 이 장법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일전에 취월걸개와도 맞붙어 본 적이 있던 그였다.
하현은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그를 보며 낭패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랐다.
공력으로 대결을 펼치는 도중 저렇게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니.
“흐읍!”
그가 하현과 맞붙은 처음으로 기합성을 내질렀다.
이마와 목에 핏줄까지 불거진 것으로 보아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의 몸 주위로 스멀스멀 검은 기운까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마교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마기까지 쓰는 것으로 보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하현을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콰과과아아-
그러자 하현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기예가 뛰어나다고 한들, 한 갑자가 넘는 세월의 내공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
하현이 악까지 질러가며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내공을 끌어당겨서 썼건만, 뒤로 밀리는 저지할 수는 없었다.
파아아!
결국, 하현의 손이 엇갈리고 말았다.
하현은 마통검의 기파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크윽!”
뒤로 수 장을 날아간 하현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직접 장에 닿은 것이 아니라, 그 장법의 부산물에 당했음에도 그랬다.
입가에서는 주륵 피가 쏟아져 나오는가 싶더니,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 하현은 저도 모르게 우웩 하고 피를 토했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하현은 낭패한 표정이었다.
‘절대적인 내공의 차이.’
이것이 평소 하현이 생각했던 그것이다.
또래에 비해 뛰어나다는 말은 무의미하다.
마통검쯤 되는 고수가 하현이 어리다고 봐줄 리는 없을 테니까.
“하하! 실로 놀랐다. 놀랐어! 그런 장력이라니. 정말이지 탐이 나는구나. 수년만 지나도 극마의 경지에 오를 것이 눈에 선하다.”
하현의 공력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는지, 그의 소매가 모두 갈가리 찢겨 그의 팔이 다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아니, 수년도 아니다. 네게 일 년의 시간만 더 주어졌어도 능히 내 장력을 감당했을 터! 더욱더 탐이 나는구나. 나와 천마신교로 가자!”
마통검이 하현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하현은 몸을 빨리 일으키고 싶었건만,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저번 혈마와 싸울 때보다도 훨씬 심각한 내상이었다.
우웅-
다시 한번 창궁대연심공이 그의 내상을 치유하려 나섰다.
기운이 가닥가닥 끊긴 경락을 이어가며 일주천하려 하는데, 그 속도가 너무나도 느렸다.
“삼십사 년만의 강호행에서 이런 수확을 얻었다니. 네 정신은 신교로 데려가 완전히 새로 세워주마.”
어느덧 하현의 코앞까지 다가온 마통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하현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혼혈을 짚을 요량이었다.
‘마지막 한 수를.’
하현은 그 와중에도 마통검의 손을 쳐내고 반격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번 출수로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건만, 이대로 마교로 끌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공력을 서서히 끌어올리려 하는 그 순간.
바로 그때였다.
시이이익- 파아아아!!
하현과 마통검의 사이로 말 그대로 대기를 찢어발기는 기파가 터져 나왔다.
절로 경악성을 내뱉게 하는 그 엄청난 경력에 마통검이 하현을 향해 내밀던 손을 빼고 뒤로 몸을 내빼었다.
“……!”
그리고, 마찬가지로 경악한 하현의 등을 부드럽게 받쳤다.
하현은 이 따스하고 익숙한 기운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아……!”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기운의 주인은 살포시 하현을 뒤에 눕히고는 마통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손자에게 그 더러운 손 델 생각하지 말아라.”
“남궁……무룡!”
그는 하현의 할아버지이자 검의 지존이라 불리는 자.
천하제일인을 논할 때면 언제나 가장 앞서 이름이 불리는 자.
검존 남궁무룡이었다.
하늘에서 날 듯이 내려온 그는 절대자의 기운을 고고하게 흘렸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