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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211화 (211/304)

211화

“무당의 검룡?”

하현은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사실 타인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림 전체의 정세와 마교의 동향에 대해서는 항상 창천각에서 꼼꼼히 정보를 듣긴 했지만, 어떤 신진 고수가 나오고, 어떤 고수가 활약했는지는 흥미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그가 유일하게 신경이 쓰이는 무림인이 바로 검룡 현암진인이다.

후기지수 중 가장 검을 잘 쓴다는 검룡(劍龍)이라는 별호 때문인지, 세간에서 은근히 청룡신검 남궁민과 비교하기 때문일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이쪽은 누구시오? 복색이 남궁가의 자제분 같으신데.”

“남궁하현이라 합니다. 아직 무명소졸입니다.”

“아……! 현무에게 이야기를 들었소. 굉장한 기재라고 하던데. 검존 어르신의 막내 손자분이시라고.”

하현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현무도장이 능청스럽게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또한 그가 눈부시다고 생각했던 그의 재능 역시 생각났다.

“맞습니다. 현무도장과는 인연이 있었지요. 현무도장은 잘 지냅니까?”

“하하. 말도 마시오. 저번 추성을 다녀오고 나서 갑자기 수련에 빠져서는…… 무슨 계기가 있을 거로 짐작은 하고 있지만 말이오.”

그 순간 하현은 순식간에 그를 훑어보는 현암도장의 눈빛을 읽어낼 수 있었다.

보통이 무인이었다면 알아채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왔다 간 시선이지만, 하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행입니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요.”

현암은 하현이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그 후로도 유심히 하현을 살펴보았다. 모든 것을 느끼고 있는 하현이 가만히 있는 까닭은 하나였다.

‘적의나 악의는 느껴지지 않아.’

그 눈빛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언제나 수련은 적당히 하고 노는 것에만 관심 있던 골칫덩이 사제를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고, 그 재능 넘치는 사제가 자신보다 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한 무인.

그 무인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에 보내는 호기심의 시선이었다.

“검룡 소협께서는 어떻게 여기 계시는 겁니까?”

“아직 소식을 들으신 게 없으신가 보오. 하북에서 마교의 고수들이 나타난 모양이오. 하북팽가에서 무림맹에 지원을 요청하였기에 사숙들과 함께 후발 주자로 합류하는 중이었소. 어? 그러고 보니 도룡 소협은 팽가 출신이 아니었소?”

하현과 팽헌홍은 어떻게 된 일인지 단박에 깨달았다.

도제 팽길산은 지하에 지기가 흐르는 전각에 마교의 고수가 다시 찾아올 것을 염려하여 그곳을 지킬 무림맹의 지원을 요청했다.

일차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무인들이 찾아오긴 했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후발대가 있던 모양이었다.

그 후발대가 바로 검룡을 포함한 무당의 도사들이었고.

“아…… 그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팽가에서 내려오는 길이라서요.”

“그렇소?”

팽헌홍은 선화분가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검룡에게 전달해주었다.

위기의 상황에 검존 남궁무룡께서 등장하여 모든 것을 정리 해주었다는 말도 함께.

그런데 하현의 활약과 부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 팽 형. 제 이야기는 되도록 안 해주시길 부탁드려요. 괜한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

말을 시작하려던 순간에 하현이 보내온 전음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 다행히 두 분은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오.”

그는 사람 좋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푹 쉬시고 돌아가시오. 우리도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니.”

“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하현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도중 눈동자만을 위로 하여 현암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현암이 하현을 내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하현은 어째서인지 그의 눈빛에 내부가 관조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하현과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보내오던 눈빛 대신에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러면 정말 가보겠소. 일행 중에 내가 막내라서 말이오. 우리 이대 제자 중에서는 왜 나만 이렇게 차출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야.”

그는 투덜거리며 객실로 들어갔다.

하현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의 등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그 시선을 알아챈 팽헌홍이 하현에게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때마침 점소이가 음식을 내왔다.

그들도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에 여독을 풀러 객실로 들어갔다.

그날 밤. 달이 중천에 올랐다가 다시 기울어질 무렵.

침상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하며 내상을 다스리던 하현은 살며시 눈을 떴다.

등불도 모두 꺼 놓았기에 어둠이 하현을 반겼다.

그는 슬쩍 팽헌홍의 기척을 살펴 그가 자고 있음을 확인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킨 그는 곧장 방을 나가 마구간 옆에 있던 공터로 향했다.

금방 그곳에 도착하여 달빛을 온몸에 받고 있으려니까,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와주었군.”

“네. 나와달라고 하셨으니까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아까 전 식당에서 보았던 검룡이었다.

그는 마지막에 몸을 돌리는 순간 하현에게 축시 초에 이곳에서 보자는 전음을 보냈었다.

“무슨 따로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궁금한 것도 있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어서. 아참. 내가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소? 내가 알기로는 한참 아래 연배로 알고 있는데.”

“상관없습니다. 궁금한 게 무엇입니까?”

단호한 하현의 말에 그가 씨익 미소 지었다.

“고맙네. 거참 현무에게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그야 현무도장은 이렇게 오밤중에 저를 불러내거나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하! 그런 것이었나? 혹시 오해했다면 미안하네.”

그는 혼자서 더 웃더니 진지한 눈빛을 하고는 하현에게 물었다.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겠네. 자네 혹시 도가와 연이 있는가?”

“도가라뇨?”

“자네가 익힌 내공심법이라든지, 혹은 선술을 익힌 적이 있냐는 말일세.”

하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월룡의 기운을 전달받았기에 불문과 연이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도문과는 아무런 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당의 도사분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현무도장이었고요.”

“그래? 그랬군. 자네에게서 희미하게나마 선기(仙氣)가 느껴지기에 물어보았네.”

하현은 선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한 가지가 스쳐 갔다.

‘상단전의 기운을 말하는 것인가?’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무당의 선법은 머리에 신을 들이는 방법이라고.

하현은 자연스럽게 백회혈에 자리를 잡은 상단전의 기운을 무당에서는 선기라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러면 남궁세가의 무공에서도 선기를 수련하는 법이 있는 건가? 검봉 소협에게서는 그런 걸 느끼지는 못했는데…… 뭐. 특이 체질일 수도 있고.”

그는 중얼중얼 혼잣말하더니 하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궁금증은 해결되었네. 고마워.”

“그러면 확인하고 싶은 것은요?”

하현의 질문에 그가 깊은 미소를 짓는다.

지금까지 그가 짓고 있던 미소는 가면이고, 이것이 진짜인 듯 느껴졌다.

그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무인이 무인에게 확인하고픈 것이 무공 말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역시.”

“자네도 은근히 기대하며 왔을 거라 생각하네. 그렇지 않나?”

신나 보이는 그를 보며 하현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는 내상을 회복하는 중이다. 이럴 때 한순간의 호승심으로 무리해서 무공을 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전력을 다한 비무를 하자는 것은 아니네. 자네의 몸 상태에 맞춰 가볍게 내공 없이 초식으로만 대련해보자는 것이지.”

순간 하현의 눈에 이채가 든다.

몸 상태라는 단어에서 지금 검룡이 하현의 상태를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현의 조금은 불쾌한 표정을 보고서 검룡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 멋대로 자네의 몸을 관조한 것은 사과하겠네. 아까 선기가 느껴지기에 무심코 그랬지. 용서해 주게.”

하현은 순간 차오르려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검룡 소협과 이 달밤에 초식을 겨룰 이유는 딱히 없을 것 같군요. 더 대화할 것도 없으니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아! 잠시만. 기다리게나. 내가 맨입으로 자네에게 비무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는 품에서 목함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열어 하현에게 보여주었다.

목함에는 상쾌한 향이 나는 작은 단약이 들어 있었다.

“오직 우리 무당에서만 만들 수 있는 미청단(微淸團)이네! 태청단(太淸團)에는 비할 바 못 되지만, 그래도 자네의 내상을 다스리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을 것일세. 다친 기혈도 보해주는 효능을 가졌지.”

미청단에 대해 들은 기억이 난다.

도문에서 무공을 제외하고, 선술만큼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연단술이다.

신선이 되기 위해선 선기를 채우는 방법도 있지만, 신선이 될 수 있는 단약을 만들면 된다고도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당 역시 약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미청단 역시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질구레하다는 미(微) 자를 쓰지만, 상당히 귀한 단약임에는 틀림없다.

“선기를 품고 있는 자네이기에 약효는 더더욱 잘 들 것이 분명하네. 이것을 선물로 주고자 하는데?”

하현은 목함을 내밀고 있는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그것을 집어 들고 말았다.

“비록 내공은 끌어 올리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하하! 자네. 생각보다 재미난 사람이었군?”

“이건 말 그대로 선물이니, 누가 이기든지 제게 주시는 것이지요?”

“아무렴. 나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는 것만 알아주시게.”

그는 끝까지 하현에게 생색을 내며 곧게 뻗은 나뭇가지 두 개를 주워 와 잔가지를 손으로 훑어 금세 목검 두 자루를 만들어 냈다.

“시작할까?”

“좋습니다.”

달빛이 내려오는 밤이다.

하현은 자연스럽게 월광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현암은 물이 흐르듯 따로 기수식이 없이 자연스럽게 검을 늘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한 점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았다.

‘만약 내공을 모두 썼다면 내가 불리했을지도 몰라.’

아직 무당의 이대 제자지만, 일대 제자인 그의 사숙들과도 깨를 나란히 하는 현암이다.

그렇기에 하현은 자신을 한 수 밑으로 두고 대련에 임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식의 대련일 뿐이다.

월광검법은 그가 창안한 검법이기에 초식의 숙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붕- 부웅!

누가 시작이라고 말도 안 했건만, 둘은 대련의 시작을 깨달았다.

먼저 공격해 들어온 것은 현암도장이었다.

유려한 곡선의 궤적을 가진 검이 하현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그가 펼치는 검법은 무당의 가장 기본 검법인 태극검(太極劍)이다.

일전에 현무도장이 펼친 것을 본 적도 있는 검법이건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무공처럼 보였다.

빠바바박!

검을 따라가는 하현의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태극검의 정수를 하나, 하나 눈에 담으려는 듯 유심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허나 현암의 검격은 그리 여유롭게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분명 한 줌 내공도 섞지 않은 검이건만, 그 위력은 바위도 뚫을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였다.

벌써 열 합이 넘게 부딪히는 동안, 하현은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했다.

휘리릭-!

바로 그 순간. 하현의 몸이 일순간에 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가 도는 방향과 궤적은 정확하게 현암의 태극검이 가야 할 궤적과 일치했다.

그 덕에 현암은 허공에 헛칼질을 하게 되었고, 어느새 그의 코앞에 당도한 하현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목검을 내질렀다. 검의 끝에는 현암의 가슴이 있었다.

퍼억!

검과 현암의 거리는 겨우 일촌에 불과했으나, 전해져 오는 타격은 적지 않았다.

권법으로 익힌 발경의 묘리를 능숙하게 검으로 펼쳐냈기 때문이다.

현암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몸을 빼냈다.

어찌나 급하게 몸을 빼냈는지, 신발이 바닥에 끌릴 정도였다.

하현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검룡의 전부입니까?”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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