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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216화 (216/304)

216화

“그러면 지금 바로 출발해야 하나요?”

“오늘은 너무 늦었다. 푹 쉬다가 내일 출발해도 충분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오전까지 함께 갈 인원을 추려볼게요.”

“인원은 충분히 데려가도 좋으니 네가 잘 골라 보거라.”

“알겠습니다.”

남궁기철이 돌아가고, 하현은 침상에 앉아 잠시 생각했다.

‘정식 대원중에 가장 강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팽 형과 소화 누나일 거야.’

그들은 용봉지회에서도 각각 도룡과 검봉으로 뽑힐 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분명히 전력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조금 전 남궁기철이 누구는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으니, 그 둘을 데리고 가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제갈세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있으면 판단하기에 더 수월할 텐데.’

잠시간 더 고민하던 하현은 마음속으로 몇 명을 결정 내리고서는 자리에 누웠다.

‘어차피 그들의 의사도 물어봐야 하니까.’

* * *

다음 날 이른 아침.

하현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진유강이 묵고 있는 숙소였다.

그에게는 권유가 아니었다.

하현은 그에게 함께 호북성으로 갈 것을 통보했다.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다니다가 내가 도망이라도 치면 어떡하려고 그러시오?”

“나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을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 아니겠소?”

“그거 대보려다가 어제 환이 형한테 무슨 꼴이 났더라?”

“그건 내가 방심해서 그랬다고 하지 않았소?”

어제 남궁환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던 것을 상기했는지, 그는 버럭하면서도 얼굴이 벌게졌다.

하현이 쿡쿡 웃고는 말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체면을 되찾도록 복수전을 마련해줄까?”

“그, 그렇다는 소리는 아니고.”

“하여튼 오늘 오후에 바로 출발할 거니까 바로 채비하고 있어.”

“알겠소.”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평생을 자유롭게 살았던 그다.

몇 달간 남궁세가에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하현이 다음에 찾아간 것은 남궁 소화의 방이었다.

소화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 연공을 하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녀는 하현의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대답부터 했다.

“좋아! 당연히 가야지.”

“누나. 그래도 끝까지 듣고서…….”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나도 지금 임무를 하나라도 빨리 완수해야 한단 말이야. 너랑 환 오라버니까지 정예 대원이 되었는데, 아직 나만 아니잖아. 용봉지회를 갔다 오지 말 걸 그랬나 봐.”

그녀는 사촌 남매 중에서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에 조금은 초조해 보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공 수련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헌홍 오라버니도 같이 가려고?”

“응. 가서 물어볼 생각이야.”

“그러면 네가 물어볼 필요 없이 내가 갔다 올게.”

“그럴래?”

“응. 무조건 갈 거니까 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하현은 알겠노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따가 오후에 봐. 내가 헌홍 오라버니 데리고 갈 테니까.”

“고마워 누나.”

소화의 처소에서 나온 하현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에 빠졌다.

제갈세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지간히 큰일이 아니고서는 이 정도의 인원만 가도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남궁기철은 인원을 충분히 데리고 가도 된다고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인원에서 한 명을 더 추가할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운후였다.

운후는 남궁세가에 와서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하현이 먼저 고른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사실 진유강과 실력으로만 붙으면 절대 상대가 될 수도 없지.’

둘 다 하현의 하인이라는 이유로 둘을 싸잡아서 취급하긴 하지만, 진유강은 무공 실력만으로 따지면 훨씬 뛰어나다.

하북에 갔다 오기 전의 팽헌홍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 말뜻은 그가 만약 용봉지회에 나갔더라면 후기지수로 인정받을만한 실력이라는 소리였다.

“그래 일단은 만나서 생각 해보자.”

하현은 운후가 머무는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후의 처소에서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진유강과는 달리 청룡관에 정식으로 입관한 그였기에, 아직 아침 연공을 할 시간도 아니었건만 그랬다.

하현은 생각나는 바가 있기에 그의 공터 연무장으로 향했다.

보통 낮시간에는 하현이 잘 사용하지 않는 그곳이기에 운후가 종종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봤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후욱, 하압!”

하현의 생각대로, 그곳에는 운후가 구슬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무 늦게 시작해버린 것을 조금이라도 따라잡으려 하는 운후를 보며 어째서인지 복잡한 생각이 드는 하현이었다.

“아저씨.”

“도련님! 이 시간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매일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거예요?”

“네. 저는 너무 늦었으니까요.”

그의 눈빛은 진중했다.

교룡문이라는 사파의 문도였다는 것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순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하현에게 죽은 교룡문주는 정파 어느 곳의 속가제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내공심법 자체는 정종무공이었다.

그것을 열악하게나마 이어받은 운후였기에, 남궁세가에서 배우는 정종무공들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너무 늦었다고 하면 포기하던데.”

“예전의 저였다면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도련님을 만나고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너무 늦었으니 더 빨리,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하현이 빙긋 웃었다.

지금 운후의 말이, 그 표정이 하현의 고민을 끝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좋은 말씀이세요. 아저씨를 그때 데려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거 같아요.”

“데려와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하현은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저는 오늘 새로 받은 임무 때문에 또 나가야 해요.”

“아, 그러셨군요.”

“그 임무에 같이 가시겠어요?”

“제가 말입니까?”

“네. 무슨 임무인지 정확히 확인도 되지 않아서 얼마나 위험할지는 아직 몰라요.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갈 사람들이 있을 거고요.”

운후는 간단하게 임무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고, 하현도 아는 선에서 그에게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같이 가는 분들에 비해 제 무공이 많이 부족한데,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이제 아저씨도 본인 목숨은 간수 하실 정도는 되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안 가시려고요?”

“아!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꼭 데려가 주세요.”

“좋습니다. 그럼 오후에 다시 부를 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운후의 얼굴은 비장했다.

하현에게 한 사람의 무인으로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 그랬다.

* * *

“그렇게 네 명이면 충분하겠느냐? 혹시 모르니 더 데리고 가도 괜찮은데.”

남궁기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 걱정은 비단 하현과 일행에 대한 걱정만은 아니었다.

귀주성의 일로 많은 전력이 자리를 비웠다고는 하지만, 남궁세가는 천하제일가로 불린다.

오대세가 중의 하나인 제갈세가에서의 요청에서 남궁세가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 줘야만 하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인원으로도 힘에 부칠 것 같으면 증원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래. 이럴 때 민이라도 보내면 좋을 것을.”

“민이 형은 할아버지 옆에서 활약하고 있잖아요. 그게 우리 세가의 위상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갈세가 일은 제가 잘해볼게요.”

남궁민은 하고 있던 임무를 마치고서는 세가로 복귀하지 않고, 곧바로 귀주성으로 가서 남궁무룡과 합류하였다.

남궁민의 활약은 단연 뛰어나, 그렇지 않아도 유명했던 그의 청룡신검이라는 별호가 온 무림에 회자되고 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너한텐 큰 걱정이 되지 않는구나.”

남궁기철이 하현의 어깨에 손을 살짝 올렸다.

그는 하현의 어깨가 이제는 제법 넓어져 남자 티가 난다고 생각했다.

“남궁세가를 대표하여 가는 임무다. 잘 하고 돌아오거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주 대리님.”

하현은 격식을 갖춰 인사하고는 그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창천각을 들러 임무를 출발한다고 이야기하고는 같이 가기로 한 모두에게 하인을 보내어 마구간으로 그들을 모았다.

일 다경도 지나지 않아 하현이 부른 모두는 그곳에 도착했다.

하현은 모두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이동은 말을 이용해서 할 겁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호북성에 가는 것이긴 하지만, 굳이 체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하현은 말하며 운후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하현이 자신을 배려했다는 것을 알아챈 듯했다.

운후는 다른 무인들에 비해 경공의 성취가 특히나 부족하기에 하현이 이렇게 결정한 것이었다.

“현이 그렇게 말하니까 제법 대장 티가 난다?”

“대장은 아니고, 이번 임무의 임시 조장이니까.”

“그게 그거지. 대장 그러면 지금 바로 출발할 겁니까?”

소화가 눈웃음을 치며 장난스레 물어온다.

몸에 살짝 달라붙는 무복을 입었건만, 퍽이나 잘 어울렸다.

“그래. 바로 출발하자. 제갈세가에서는 한시가 바쁘다고 하나 봐.”

하인이 내어준 선풍에 올라타는데, 자연스럽게 말에 올라타 그의 오른쪽에 선 팽헌홍이 하현에게 말했다.

“이번 일도 혹여 마교와 관련된 일일지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놈들이죠.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를 전혀 모를 놈들이니까요.”

“너와 다시 무림에 나서는 것은 오랜 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금방이구나.”

“그러게요.”

하현의 왼쪽에는 소화가 말을 세웠고, 그 뒤를 운후와 진유강이 자리했다.

진유강은 말을 모는 것에 능숙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말을 잘 타는 운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를 챙겨주었다.

두 달이나 함께 수련하며 미운 정이라도 쌓인 것처럼 보였다.

“그럼 출발하죠.”

“그래.”

남궁세가의 대문을 빠져나온 하현의 뒤로 네 필의 말이 따랐다.

하루 만에 급하게 결성되었지만, 제법 믿음직한 조였다.

* * *

다그닥 다그닥!

안휘에서 호북으로 이어지는 관도에는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항상 탈 때마다 느끼지만, 선풍은 정말 명마였다.

언가주가 준 선물이 과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 정도로.

벌써 나흘째 쉼 없이 달리고 있음에도 종종 선풍은 달리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될 정도로 잘 달렸다.

한시가 급한 임무기에 다른 조원들은 역참이 나올 때마다 새 말로 바꾸어 달렸는데, 선풍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계속 달렸으니 말이다.

“나 좀 보시오. 도련님! 아니, 조장!”

그때 그의 뒤를 바짝 붙어 달리던 진유강이 하현에게 소리쳤다.

역시나 자질과 오성이 뛰어난 탓일까, 그는 며칠 만에 승마에 익숙해졌다.

“왜? 할 말이라도 있나?”

“이렇게 며칠째 달리기만 하는 것이오? 조금 쉬어가면 안 되는 것이오?”

“이제 곧 의성(宜城)에 다다를 거야. 거기서 제갈세가가 있는 융중산(隆中山)까지는 하루 거리다. 제갈세가에서 하루가 급하다고 했으니,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거고.”

진유강이 울상을 짓더니 뒤를 따라 달리는 세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눈이 있으면 뒤를 좀 돌아봐 주시면 안 되겠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도 말을 못 하는 것 같은데.”

하현이 슬쩍 뒤를 돌아보니, 그의 말대로 모두들 힘든 기색이 보였다.

“흠…… 알겠어. 그러면 의성까지만 가서 좀 쉬어가도록 하지.”

“역시! 말이 통하는 조장이라니까.”

그는 빙긋 웃고는 다시 대열로 들어갔다.

‘내가 너무 몰아쳤나? 하긴, 내가 정예대원 분들을 따라다닐 때 보면 완급조절도 정말 잘하셨었지.’

하현은 속으로 너무 자신에게만 맞추어 속력을 내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았다.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무리를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겪는 시행착오였다.

하현은 다른 방향으로도 이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은 의성에 객잔에 당도할 수 있었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진유강은 기지개를 크게 켜더니 하현에게 말했다.

“아이고 죽겠다! 나는 먼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식사는 안 하고?”

“힘들어서 밥 생각도 없소이다. 내일 아침을 많이 먹으면 되지.”

“그래. 들어가.”

그는 씨익 웃고는 바로 숙소로 올라가 버렸다.

“나머지는?”

“나도 들어갈래. 일단…… 잠이 먼저야.”

소화도 스륵 올라가 버리고, 식당에는 하현과 팽헌홍 그리고 운후만이 남게 되었다.

음식을 시키려는데, 운후가 은근히 다른 일행들을 훔쳐보는 것이 느껴졌다.

매우 소란스러운 일행이었는데, 다들 술을 많이 먹었는지 취해 보였다.

“아저씨. 왜요? 저기에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순간, 하현의 머리에 교룡문과 그의 왈패가 본디 호북성 양양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 의성은 양양과는 말을 타고 하루도 걸리지 않는 곳이다.

그가 아는 사람이 이곳에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실은 저쪽 푸른 경장을 입고 있는 자 보이십니까?”

“머리를 뒤로 묶은 사내를 말씀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아는 사람인가요?”

“안다고 하기보다는…….”

그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제가 왈패였을 때, 저와 세력을 다투던 다른 왈패의 주인입니다. 제가 양양에서는 쫓아냈었는데……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이…… 비장호라 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보니 그가 입고 있는 옷도 고급이고, 몸짓도 과장된 것이 한 주먹 하는 파락호처럼 보였다.

“이 지역의 왈패라면 주변 소문에 대해서 잘 알고 있겠죠?”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혹여나 사파문이 주변에 생기지는 않았는지, 혹은 관군이나 정파가 파락호를 소탕하려 하지는 않는지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돈과 더불어 목숨이 걸려있어서 그렇겠군요.”

“그렇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하오문에 돈을 지불하고 정보를 사는 경우도 있죠.”

“오호…… 그렇단 말이죠?”

하현은 그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아…… 혹시?”

“네. 저들에게 아는 게 있는지 물어봐야죠. 아저씨가 해보실래요? 왈패였던 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 본인이 느껴 보실 기회네요.”

하현은 은근히 운후를 부추기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운후는 하현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면 종종 공포감을 느끼곤 했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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