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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221화 (221/304)

221화

“정말로 오는 게 맞는 건가?”

“그렇다니까요.”

“자네가 말한 시간에서 한 시진이나 더 기다렸네.”

“검룡 소협. 자꾸 보채지 말고 있어 보세요. 어차피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요.”

하현을 자꾸 보채는 검룡을 소화가 나무랐다.

형문산으로 약재를 받으러 오는 복면인을 급습하려 꾸려진 임시 조에서 하현은 검룡이 생각보다 말이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했다.

‘무당 사람들은 다 이런 건가.’

하현은 어쩐지 검룡에게서 현무가 겹쳐 보인다고 생각했다.

보통 도사라고 하면 엄격하고 근엄한 모습을 떠올리는데, 검룡도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혹시 검룡 소협의 사제들도 이렇게 성격이 다 좋으세요?”

“뭐? 아니다. 내 사제들은 다들 하나같이 이상한 구석이 있는 놈들이라, 성격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아마 정상인을 뽑으라면 나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곧장 나오는 그의 대답에 하현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언젠가 할아버지에게 무림에서 취월걸개가 가장 괴인으로 소문이 나 있기는 하지만, 소림의 주원대사와 무당의 유엽진인도 그에 못지않다고 했었다.

다만, 소림과 무당에서는 기를 쓰고 이들의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아내는 데 온 노력을 기울였고, 개방에서는 자유롭게 놔두었을 뿐이라고.

‘유엽진인의 제자가 검성 어르신이고, 검성 어르신의 제자가 현암도장과 현무도장 이라는 건데……. 그러면 검성 어르신도?’

하현은 호북제일검이라고 불리는 검성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옵니다. 기척이 느껴져요. 이제부터는 다들 기척을 지우시고, 최대한 아무 소리도 내시면 안 됩니다. 적의 수준이 얼마인지, 얼마나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긴장하고 있으셔야 합니다.”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자 하현은 함께 온 무인들에게 재빠르게 말했다.

그가 돌아본 곳에는 운룡과 소화, 팽헌홍을 포함하여 제법 이름 있는 무인 여럿이 그를 함께했다.

제갈세가에서도 제갈정완과 제갈정현이 직접 이곳으로 왔으며 모두 아홉이었다.

‘이 중에 할아버지 배분의 고수가 없는 게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나마 제갈정완이 그 수준에 가장 근접해 있지만, 하현이 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하현은 다른 생각을 하던 것을 멈추고, 가까워져 오는 기운에 집중했다.

‘어……?’

그때 하현의 얼굴에 의문이 들었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서 무인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발을 맞추기라고 한 것처럼 비슷한 속도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의 존재를 눈치챈 건가?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여러 개의 기운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하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 하현아.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 얼굴을 본 소화가 하현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하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숫자가 너무 많아.

- 몇 명정도 되는데 그래?

- 스물…… 아니, 스물다섯 정도.

제갈세가에서 데려온 사람들은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 아홉.

고수들의 싸움은 절대 쪽수로 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숫자 차이가 커지면 그만큼 변수도 늘어난다.

하현은 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더니, 다시 소화에게 전음을 보냈다.

- 그런데, 유독 강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는 것 같기도 해.

- 그래? 그러면 다행인데.

- 만약 내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운의 갈무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상황이 좋지 않을 거야.

하현은 모두에게 잠자코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검룡을 포함한 모두는 하현의 말에 잘 따랐다.

‘이번 작전에 한해서는 이 아이에게 전권을 위임할 것이오. 혹시 불만 있으신 분은 당장 말씀하시오.’

하현과 독대한 제갈과는 모두를 모아둔 자리에서 직접 이렇게 공표하였다.

다행히 제갈세가에 모인 무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좋은 마음으로 모인 자들이었기에, 군말 없이 하현의 말을 따랐다.

‘검존의 손자가 그리도 뛰어나다더니.’

하현의 소문은 이미 무림에 암암리에 퍼져, 하현이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할지 궁금해 할 무인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척, 척, 척-

잠시 더 기다리자, 형주산 공터에 여러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공터에 나타난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는데,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인 듯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색을 본 하현은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삼류무인들이야.’

하현은 어째서 이 자리에 이토록 많은 자들이 모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복면을 썼다는 자가 비장호에게만 일을 맡긴 게 아닌 거야.’

순간 하현은 이것을 생각해내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상식적으로 비장호가 도망을 칠 수도 있고, 파락호이기에 지나가던 관군이나 정파 무인에게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 하나만 약재를 가져오라고 시킨 게 아니리라는 것을 진작에 떠올렸어야 했다.

스윽- 스윽-

그들은 고개만 돌리며 서로 눈치 보기에 바빴다.

다들 등에는 봇짐을 한아름 메고 있었는데, 분명히 그 안에는 비장호에게 가져오라고 했던 것처럼 약재가 들어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현이 약한 기운을 느낀 것도 당연하다.

저자들은 대부분 무공을 거의 익히지 못한 그냥 동네 파락호거나, 배웠다고 하더라도 저잣거리에서 닷 푼이면 살 수 있는 삼재심법, 삼재검법 등을 익힌 삼류무인이었다.

‘진짜가 온다.’

하현이 그들의 기운을 하나하나 느끼고 있을 때, 그의 기감에 매우 강력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그 기운은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는데, 분명히 신법을 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 자가 그 복면인인가보다.’

하현은 그가 비장호가 말한 복면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제갈세가에서 함께 온 무인들에게 전음했다.

- 저들은 파락호들입니다. 지금 한 명이 더 오는데, 그자의 기운은 만만치 않아요. 일단은 상황을 지켜봅시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은 ‘알겠다’였을 테니까.

조금 더 기다리자, 수풀을 헤치고, 비장호의 말대로 눈만 보이는 검은색 복면에 검은색 잠행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나타났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하현은 어째서인지 그의 기운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사람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하현이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사이, 복면인은 공터에 모인 다른 삼류무인들에게 말했다.

“가져온 것을 모두 여기 놔두어라.”

삼류무인과 파락호들은 뒤룩뒤룩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용기 있는 한 명이 짐을 복면인 앞에 끌러 놓자, 그게 신호가 되었는지 너도나도 줄을 서서 가져온 짐을 내려놓았다.

“틀림없이 가져오라 말씀하신 약재들입니다. 대협.”

파락호 하나가 벌벌 떨며 말했다.

지금 그들에게 복면인은 죽음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짐을 확인한 자들은 다들 이쪽으로 모여라.”

“알겠습니다!”

복면인은 꼼꼼하게 약재 하나, 하나를 확인했다.

그는 종종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어 가져온 것이 맞는지를 확인했다.

약을 모두 확인받고, 한곳에 모인 파락호들을 향해 복면인이 말했다.

“모두 내가 말한 대로 제대로 약재를 구해왔군.”

“그, 그러면 저희는 이제 돌아가도 되는 겁니까?”

이제야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스르릉-

하지만, 복면인은 대답 없이 검을 뽑았다.

아무도 말을 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그 스산한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진 듯했다.

“아니, 너희는 어차피 돌아가봤자, 죄 없는 양민들의 고혈이나 빨면서 살아갈 것이 아니냐. 이 중원의 기생충이 있다면 바로 너희들이지. 기생충은 여기서 제거하는 게 답이다.”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약속? 약속은 사람과 하는 것이지, 너희 같은 기생충들과 하는 것이 아니다.”

복면인이 가소롭다는 듯 말하자, 파락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일부 정신을 차린 자들이 검을 뽑아 들었지만, 그들은 호랑이 앞에서 이쑤시개를 들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우리는 핍박하는 것을 보면 당신은 정파 사람이구나! 정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짓을 한단 말이냐?!”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가장 처음 가방을 내려놓았던 그 파락호였다.

그는 이번에도 용기를 내어 복면인에게 소리쳤다.

지금까지는 아무 반응이 없던 복면인이 이 자의 말에는 반응했다.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에 내 천 자가 새겨졌다.

“정파? 나에게 그런 위선자들의 집단이라 한 것이냐?”

“그게 아니라면 양민들을 위해 우리를 죽인다느니 하는 소리를 할 리가 없지 않느냐?”

“그래. 양민들을 위해 너희는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중원을 수복했을 때, 양민들은 모두 독실한 우리 천마신교의 교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들을 위해 청소를 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의 말을 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입으로 천마신교라는 단어를 직접 꺼낸 것이다.

물론, 그 충격은 하현을 포함한 정파 무인들도 함께였다.

“자. 그러면 이제 죽어라. 반항하지 않으면 깨끗하게 죽여주마.”

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파락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에게 정파가 아니냐고 물었던 파락호가 가장 처음 목표였다.

파악-!

그는 신법을 전개해 가며 그에게 검을 찔러 들어갔다.

파락호의 수준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쾌검.

그는 곧 검을 통해 사람의 삶을 찢는 감각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까앙-!

그때 그의 검에서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복면인은 그와 동시에 검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검을 끝까지 찌를 수 없었다.

그 덕에 검은 파락호의 바로 코앞을 스쳤고,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으아아아!”

“도, 도망쳐!”

“사람 살려!”

멍하니 용기 있는 파락호가 검에 찔리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던 다른 파락호들은 이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본디 밑바닥의 삶을 살수록 생에 대한 집착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나무 틈틈으로 사라졌다.

“누구냐.”

복면인은 이제 그들에게는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검을 멈추게 만들고 땅에 떨어진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비검이었다. 보통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검이 아닌, 날이 좁고, 손잡이까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특수 제작된 비검이었다.

“제가 일단 이 자를 맡고 있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여기서 흩어진 파락호들을 모두 잡아 주세요.”

“파락호들을 꼭 잡아야 해?”

“혹시나 저 자에게 동료가 있으면 저 파락호들이 도망가는 것 때문에 우리가 왔다는 것을 들칠 수 있어.”

“알겠어. 빨리 잡아 올게.”

가장 먼저 대답하고 달려간 소화를 필두로, 그가 데려온 모든 무인은 여러 갈래로 도망친 파락호들을 잡기 위해 신법을 전개했다.

“너는 누구지? 아직 어린아이로 보이는데, 무덤 자리를 너무 빨리 고른 것 아니냐.”

“나는 남궁세가의 남궁하현. 그러는 당신은 누구지?”

“남궁세가? 하하. 네가 바로 지금 귀주에서 신나게 칼춤을 추고 있는 노인네의 손자로군.”

하현은 귀주성에서 마교와 전쟁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시 한번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이름도 밝히지 않고, 얼굴도 보이지 않는 것은 싸우다가 나한테 안 되면 꼬리를 말고 도망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하하하! 꼬맹이 주제에 도발도 할 줄 아는구나. 하나, 둘, 셋…… 너를 포함해서 모두 아홉이군. 사실 모두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너의 그 입 때문에 모두 죽을 줄 알아라.”

스윽-

그가 복면을 벗었다.

검정 복면 안에는 긴 속눈썹과 오뚝한 코가 나타났다.

하현은 그의 얼굴을 보며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천마유가의 유지석이다. 지금은 교주님의 명을 받아 임무를 위해 중원 땅에 올라왔지.”

“천마…… 유가? 유지석……?”

하현은 천마유가라는 단어에 머리를 한 방 맞은 듯했다.

그는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유지석에게 말했다.

“유지혁과는 무슨 관계지?”

“유지혁?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하현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 목소리에 기운이 깃들어 그 주위가 쩌렁쩌렁 울렸다.

유지석은 하현은 고까운 눈으로 보더니, 하현에게 말했다.

“유지혁…… 맡은 임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 반푼이 형의 이름이다.”

“형이라고?!”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하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유지혁의 동생이라는 소리였다.

스르릉-

하현은 계속 애용하던 등의 적룡검이 아닌, 허리춤의 흑룡검을 꺼내 들었다.

이 자를 제압한다면 유지혁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유지혁에 대해서 아는 것을 모두 말해.”

“하하! 당돌한 꼬맹이구나.”

유지석을 바라보는 하현의 눈은 평소의 친절한 눈과는 전혀 달랐다.

오로지 상대를 해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눈빛으로 유지석을 보고 있었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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