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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225화 (225/304)

225화

“크르르-”

제갈정규의 입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의 눈은 요황을 똑바로 보고 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분명히 이성이 없을 터인데!!”

“크아아악!”

하현이 보았을 때, 제갈정규는 요황의 말대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짐승과도 같은 눈빛을 하고 있고, 피부는 정상적인 사람보다도 훨씬 붉다.

“정규야!”

제갈정규의 모습을 확인한 제갈정완이 순간 땅을 박차고 제갈정규에게 나아갔다.

지금 그의 행동으로 그가 어느 정도는 제정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빠악!

“크윽.”

제갈정규는 그에게 다가오는 제갈정완의 얼굴을 난데없이 손으로 쳐버린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맞은 그는 바닥을 뒹굴었다.

“형님!”

제갈정현이 그의 첫째 형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분명히 내공에 당한 것은 아닌데, 어찌나 강한 힘으로 맞았는지 제갈정완의 얼굴이 부풀어 있었다.

“나, 나를 내려놓아라. 너를 만든 것이 나다. 내가 네 주인이란 말이다. 내 말을 들어라!”

“크르르-.”

요황을 잡은 제갈정규의 손아귀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발버둥치며 제갈정규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신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무공도 제법 익혔기에 급히 기운을 끌어 올려 제갈정규의 몸을 때렸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컥- 컥-.”

요황은 결국 숨을 쉬지 못해 눈이 위로 뒤집히고 있었다.

그가 허무하게 요절하려는 그 순간.

휘리릭-! 빠아악!

뛰어나오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돈 하현이 그 도는 힘 그대로 다리를 뻗어 제갈정규의 팔을 내리찍었다.

정확하게 팔꿈치 앞 곡지혈을 타격했기에, 제갈정규는 반사적으로 손을 놓고 말았다.

“이 자의 신변부터 확보하세요! 빨리!”

하현은 뒤쪽의 무인들에게 소리쳤다.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던 요황은 연신 켁켁 거리며 숨을 몰아쉬었고, 곧 달려든 소화와 팽헌홍에게 혈도를 눌렸다.

“카악-!”

제갈정규는 하현을 보며 괴성을 내질렀다.

흡사 먹이를 뺏겨 분노하는 짐승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갈 소협. 정신 차리세요. 저 모르시겠습니까?”

하현이 그에게 말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에 돌아온 것은 새카맣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그의 기운이었다.

사이한 기운에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하현은 아직도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요황을 슬쩍 눈만 돌려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하현은 냉정하게 그의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성을 모두 잃어버리고, 본능만 남았는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고 있다.

‘힘이 말도 되지 않게 강력해. 내공은 한 톨도 사용하지 않았어.’

요황의 목을 부러트릴 기세로 움켜쥔 것, 제갈정완을 쳐낸 것 모두 내공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육체의 힘이었다.

요황의 수준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제갈정완은 하현이 인정할 정도로 상당한 내력과 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방심했다 하더라도, 내공 하나 없이 그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보통 힘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저런 육체로 무공까지 쓴다면?’

하현은 뒷머리가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내공은 육체의 힘을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키워준다.

그런데 저 거력이 몇 배로 증폭되면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마교의 의도는 단순히 제갈정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하현은 마교가 유지석을 통해 배화문에 거금을 지원한 것이 과연 제갈정규 하나를 저렇게 만들기 위해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예전 섬서에서 남궁세가의 정예대원들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모든 교도들이 천마강림을 발현하며 달려든다면?’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모든 교도가 저 술법을 받는다면?’

하현은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저 민머리는 하루만 더 있었어도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의미는 단순하다.

‘저런 육체의 힘을 가진 자가 사람의 말을 따르게 된다는 소리지.’

그야말로 인간병기의 탄생이다.

지금 그의 이성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이 시점에서 하현은 또 한 가지 생각이 뻗어나갔다.

유지석이 이토록 쉽게 요황과 제갈정규를 포기하고 도망친 이유에 대해서다.

정말로 하현에 의해 목숨이 위험했던 것도 있지만, 하현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술법을 이미 모두 익혔거나, 빼돌린 거야.’

하현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일단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혹시나 저기 민머리가 자결하지 못하도록 그를 꼼꼼히 속박해 주세요. 그리고, 여기 제갈정규 소협은 일단 제압해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알겠네.”

“아미타불!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하현은 말하면서도 제갈정현을 흘긋 보았다.

이런 일이 있다고는 해도, 제갈세가의 직계 앞에서 그의 형제를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소리이기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하지만, 제갈정현은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비틀-

제갈정완도 몸을 비틀거리며 일으켜 섭선을 촤악- 하고 펼쳤다.

얼굴이 부어 한쪽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광대뼈가 부러진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흐으으- 아아악!”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잔뜩 경계하고 있던 제갈정규가 괴성을 지르며 하현에게 달려들었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누구를 제일 먼저 쓰러뜨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 같았다.

푸욱- 푸욱-

그가 땅을 디딜 때마다, 연신 땅이 푹푹 꺼졌다.

제갈정규는 다섯 손가락을 손톱처럼 구부려 하현에게 휘둘렀다.

하현은 그 손을 검집을 들어서 막아내고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발을 들어 올려 제갈정규의 복부를 차올렸다.

뻑!

단단한 것을 차올리는 소리가 났고, 하현은 인상을 썼다.

내공도 충분히 담아 힘차게 차올린 발차기였건만, 오히려 하현이 통증을 느꼈다.

마치 바위를 찬 듯한 감각이었다.

후웅-!

제갈정규의 팔이 공기를 가르며 하현을 덮쳐왔다.

허리를 뒤로 한껏 젖혀 그의 팔을 피해낸 하현은 몸을 일으키는 힘에 양팔을 힘껏 뻗었다.

쿠웅!

커다란 울림.

하지만, 제갈정규는 이번에도 미동조차 없다.

아픈 내색도 없이 하현을 향해 또 팔을 뻗을 뿐.

두 번, 세 번, 네 번…… 하현의 손이 수차례나 제갈정규를 강타했다.

그리고, 열 번째 손이 몸에 닿는 순간.

팟-

하현이 그 반탄력으로 제갈정규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가 도와달라고 말했건만, 다른 무인들은 끼어들 틈도 없이 주고받은 합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주고받았다는 말은 틀렸다.

제갈정규의 손은 모두 빗나갔고, 하현의 손은 전부 다 제갈정규의 몸에 틀어박혔으니, 일방적인 구타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은 하현의 쪽이다.

제갈정규는 이 상황에 분노했는지, 조금 전보다 숨을 더 거칠게 쉬며 침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고, 하현은 손목이 아픈 듯 손을 털었다.

“현아. 괜찮아?”

요황을 완벽히 제압해 둔 소화가 달려와 물었다.

하현은 찡그렸던 인상을 풀며 대답했다.

“응. 제압은 잘해놨어?”

“일단 모든 혈도를 제압해 놨고, 아주 혹시 몰라서 어깨도 탈구해 놨어. 입에는 재갈을 물려서 혀도 물지 못해. 아마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거야.”

흘긋 눈을 돌려 보니 민머리의 모습은 만신창이였지만, 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저 자는 분명히 제갈정규 소협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일단은 제갈 소협을 기절이라도 시켜서 제갈세가에 데려갈 방법이 필요해.”

소화에게 한 말이지만, 그곳에 있는 모두가 하현의 의도를 알아챘다.

검룡이 하현의 옆으로 붙으며 말했다.

“제갈 소협을 죽일 수는 없으니 날붙이를 쓸 수는 없고 조악하게나마 배운 권장법으로 상대해야겠군.”

“그렇습니다. 몇 번 두드려 봤지만, 정규 소협의 피부는 강철 같습니다. 아무리 때려도 흔적도 없어요.”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원진. 그렇지 않소?”

“아미타불. 제가 주로 공부한 무공이 권장법인 게 다행이군요.”

하현은 좌우에 각각 검룡과 원진을 대동하고는 또다시 제갈정규를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흑룡검과 그 검집을 끌러 아예 멀리 던져버렸다.

마음을 먹는다면 강철도 끊어낼 수 있는 하현이다.

베려 하면 못 벨 것도 없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검을 쓸 수는 없는 노릇.

하현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손에 남아 있는 충격을 모두 털어버렸다.

파악!

하현과 눈이 마주친 검룡이 먼저 출수했다.

경쾌한 제운종(梯雲縱)이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가고 있는 하현은 그 손동작에서 태극을 발견했다.

후웅!

제갈정규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검룡의 팔을 움켜쥐려 팔을 뻗었다.

아직도 내공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는다.

허나, 제갈정규의 팔은 공기를 찢는 소리를 냈다.

스으윽-

검룡은 직선으로 날아오는 손을 손등으로 받는가 싶더니,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그 손을 흘려버렸다. 어느새 검룡의 손은 팔을 타고 제갈정규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본인의 입으로는 조악하다고 했지만, 유려한 태극권이었다.

콰앙!

어느새 꼭 쥔 주먹이 제갈정규의 턱을 후려치자, 그의 고개가 들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틈에 검룡은 부드러운 신법으로 제갈정규의 등으로 가 명문혈에 진기를 담은 손바닥을 내질렀다.

그런데, 그 손은 제갈정규의 등에 닿지 못했다.

그는 어느새 뒤를 돌아 검룡의 양팔을 기어코 잡아낸 것이다.

어깨에 거력을 담아 튕겨내며 돌았는데, 그 속도가 검룡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기에, 그는 팔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뿌득-

잡힌 팔에서 기괴한 소리가 난다.

검룡이 온 힘을 다해 팔을 빼내려 하지만, 손아귀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퍼버버벅!

그때 뒤돌아선 제갈정규의 등을 단단해 보이는 주먹이 연타했다.

원진 스님이 주력으로 익힌 소림의 권법 통배권(通背拳)이다.

등에서 발경을 일으키는 이 주먹은 쾌속한 권법으로 이름이 나 있다.

게다가 지금 원진이 이 권법을 선택한 이유가 또 있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를 타격하는 수법이야!’

원진의 권법을 바라본 하현의 눈에 이채가 뜨였다.

단순히 겉을 때리는 것이 아닌, 속에 충격을 주는 이 권법은 제갈정규를 상대할 때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흐윽!”

제갈정규가 처음으로 고통에 찬 신음을 터뜨렸다.

그는 고통 때문인지 검룡의 팔을 잡은 손아귀 힘이 약해졌다.

그 순간을 놓칠 검룡이 아니었다.

그는 두 발을 들어 제갈정규의 가슴팍을 차내며 그로부터 멀찍이 떨어졌다.

소매를 걷어보니, 두 팔에는 붉은 손자국이 깊이 나 있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었더라면 정말로 팔이 부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타격을 입었지? 아! 내공을 못 써서야.’

하현은 지금 제갈정규가 무공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성이 없다는 것은 결국 심법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

그 증거가 바로 내가중수법에 저토록 쉽게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보통의 무인들은 심법을 일으키며 어느 정도는 내장을 보호하기 위해 기운을 항상 품고 있는데, 그 최소한의 기운마저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소리니까.

하현이 무한보를 펼치며 발을 놀리자, 옷자락이 펄럭였다.

지금은 속도보다는 힘이 중요한 시점이다.

어차피 이지를 상실한 제갈정규는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는다.

바위보다 단단한 그의 몸으로 모든 공격을 받아내기만 할 뿐.

고오오오!

어느새 그의 지척에 다다른 하현의 양손에는 강맹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하현은 취월걸개에게 항룡십팔장을 모두 전수 받았지만, 항룡유회 이외의 초식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초식이 별로인 것이 아니라, 그만큼 항룡유회가 좋은 초식인 것이다.

단순히 팔을 뻗기만 하면 되는 초식이니, 기수식도 간단하고 그 타격의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지금 하현이 준비하는 초식은 다른 초식이었다.

양손을 허리춤에서 발사하는 듯한 항룡유회와는 달리 지금 그는 제갈정규에게 닿지도 않았건만, 이미 양손을 뻗고 있다.

그리고 양팔뿐만이 아닌 어깨와 허리에서부터 폭발한 진기가 앞으로 폭사했다.

항룡십팔장 현룡재전(見龍在田)

껍데기가 아닌 내부를 진탕시키는 항룡십팔장의 가장 오묘한 초식이 하현의 손에서 펼쳐졌다.

쿠우웅-!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현은 한 손은 제갈정규의 가슴에, 또 한 손은 그의 복부에 대고 있었다.

분명히 하현은 그의 등을 보고 달려들었는데, 그새 몸을 뒤집은 것이다.

정말이지 놀라운 신체 능력이었다.

스윽-

모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하현이 슬그머니 그의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잠시 후.

털썩-

제갈정규는 두 눈을 까집고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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