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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 천재 외손자-256화 (256/304)

256화

“아, 아버지!”

그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그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남궁기철이었다.

평소 공식 석상에서는 빼놓지 않고 항상 가주님이라고 부르던 그였지만, 얼마나 당황했는지 그것도 잊어버린 듯했다.

“하하. 놀랐느냐.”

“진심으로 말씀하신 겁니까?”

“그래. 내가 언제 빈말하는 것 보았느냐?”

남궁기철 뿐만 아니라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 남궁무룡은 빈말은커녕 혹여 말실수할까 한번 말할 때도 몇 번을 생각하고서 말하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갑자기가 아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너에게 가주 대리를 맡기고 중원 여기저기를 쏘다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느냐?”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러울 것이라고는…….”

남궁무룡이 씨익 웃었다.

그는 기철의 어깨에 손을 탁 올리고서 말했다.

“지금이 적기다. 너는 내가 없던 수개월 동안 세가를 잘 이끌었고, 앞으로 내가 세가에 없을 일이 많아질 테니 말이야.”

말을 마친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모두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목소리에 내공이 담겼는지, 모두의 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똑똑히 들렸다.

“아주 혹시라도, 내 결정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말해라. 직계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난 남궁세가의 가주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있으니.”

“…….”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모두가 가주라는 자리에 욕심이 전혀 없다는 것은 거짓일 것이다.

작은 군소 방파도 아니고, 남궁세가라는 거대한 가문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미 남궁세가의 무인 모두는 언젠가 남궁무룡이 가주의 자리에서 내려온다면 그다음 가주는 남궁기철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불만이 없군. 제대로 된 절차는 내일부터 진행하기로 함세. 오늘은 내 뜻을 전한 것뿐이니.”

남궁무룡이 허허 웃자, 갑자기 분위기가 풀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무인 중의 하나가 손을 들고 그에게 물었다.

“가주님의 뜻을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주님께서는 자리에서 내려오시면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좋은 질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이 두 번째로 할 말과 연관이 있거든.”

그는 질문한 무인에게 고맙다는 듯 빙긋 웃어주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 있었다.

무언가 무거운 이야기를 할 것처럼 보였다.

“다들 이번에 대산천가와의 싸움에서 수고해주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신강양가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아냈다.”

“신강양가 말입니까?”

“어디서 정보가 들어온 겁니까?!”

“이번에도 함정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무인들은 신강양가라는 단어에 격렬히 반응했다.

대산천가도 마교의 삼대 가문 중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사실 신강양가와 천마유가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믿을만한 정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가주 자리를 내려놓고, 일선으로 복귀하여 신강양가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에 열중할 생각이다.”

“저도 돕겠습니다.”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가주님!”

남궁무룡은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가주로서 마지막으로 내리는 임무다. 청룡표국을 운영할 최소한의 무인을 제외하고, 우리 남궁세가는 총력을 기울여 신강양가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다.”

“알겠습니다. 가주님!”

모두가 한 번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이 정보를 도대체 어디서 알아내신 겁니까? 저희는 계속 같이 귀주성에 있었는데요.”

어느 무인의 의문은 타당했다.

창천각 정보대를 운영할 인원도 부족할 정도로 거의 모든 무인이 귀주성으로 향했었다.

만약 개방에서 얻은 정보라면 그렇다고 말했을 것인데, 정보의 입수 경로를 말해주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런데 남궁무룡이 헤벌쭉 웃었다.

마치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신강양가의 위치를 알아낸 것은 우리 가문의 정예 대원인 하현이가 단독으로 알아낸 것이다.”

“오! 그렇다면 믿을 만하지.”

“역시. 떡잎부터 싹이 다르다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보통 하현 같은 아이가 이런 일을 해냈다고 하면 다들 의심부터 해야 정상일 것인데, 이들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하현은 이미 남궁세가의 막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세가의 구성원 모두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었다.

“흥. 내가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면서 알아낸 건데.”

오직 한 사람.

운후의 옆에 앉아서 고기를 뜯고 있는 진유강만이 입을 삐죽이며 환호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한편, 아직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평경을 방에 눕혀놓고 연회에 참가한 류이영은 연회장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남궁세가의 직계는 몇 명 안 된다고 들었는데…… 모두가 진짜 한 가족 같아.’

그리고, 괜스레 그녀의 문파가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해남파는 왜 그런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지금 해남파는 꽤 오래전부터 반으로 나뉘어 서로 알력 다툼하고 있었다.

류이영이 태어나기도 이전부터 시작된 싸움이었기에 그는 단합된 해남파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저기. 류 소저?”

“아, 네.”

그때 하현이 그를 불러 그녀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그럴 리는 없건만, 혹시나 자신의 생각을 들킬까 봐서였다.

“아까 취월걸개 사부님께 투귀와 관련해서 개방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지 여쭤봤거든요.”

“아! 여쭤봐 주셨군요?”

“네. 그런데, 정말 흔쾌히 알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이에요?”

그는 어째서인지 하현의 말이 현실처럼 들리지 않았다.

무림의 최고 어른인 취월걸개에게 직접 부탁했다는 말이 아마도 쉽게 믿기 힘든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을 다셔서요.”

“무슨 조건인가요?”

“그…… 투귀는 잡으면 때려죽여도 되냐고 하시던데요.”

“네?”

하현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부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하신 이유가 그런 나쁜 놈은 때려죽여야지! 라고 하시면서 분노해서 그러신 거거든요. 투귀를 살려서 해남파에 데려가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아, 아니에요. 저희는 신물만 되찾으면 돼요.”

“그러면 사부님한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전달해 드릴게요. 아마 암시장 쪽에도 정보통이 있을 테니, 신물이 장물로 나온다면 오히려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류이영이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았다.

“소협,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그녀는 이토록 순수한 호의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하현에게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이토록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제가 한 건 말을 옮긴 것밖에 없는데요. 뭘.”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저와 해남파는 이 은혜를 절대로 잊지 않을 겁니다.”

“은혜는 정말로 신물을 찾고 나서 이야기해요. 만약 못 찾으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

하현이 슬그머니 손을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잠깐 사부님한테 갔다 올게요. 사부님이 대답을 들으면 곧바로 말해달라고 하셨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하현이 상석에 앉아 있는 취월걸개에게 향했다.

그녀는 하현에게서 한참 동안 시선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소화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고는 생각했다.

‘또 하나 홀렸네, 홀렸어.’

* * *

연회가 끝나고, 직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남궁무룡이 술에 입을 대기는 했으나 몇 잔 마시지는 않았기에 전혀 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직계를 불러 모은 이유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앞으로 기철이를 잘 도와주기를 바란다.”

“알겠습니다. 이제 가주님…… 이 아니라 아버님으로 돌아오시는군요.”

남궁기현의 말에 남궁무룡이 빙긋 웃었다.

아직 제대로 가주 자리를 이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홀가분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바깥으로 나도는 동안 기철이가 수고해줬는데, 이제 정식으로 고생해주게나.”

“고생이라니요. 사실 저는 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인가 봅니다. 가문 안에서 내정을 보는 것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남궁무룡이 안쓰러운 얼굴로 남궁기철을 보았다.

그도 무인이다.

어째서 강호를 돌아다니며 무공을 성장시키고, 무를 겨루는 것을 싫어하겠는가?

자신에게 가주라는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남궁무룡에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말일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나는 이제 정예 대원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하하. 신강양가의 수색은 내가 지휘하고 싶은데 괜찮겠지?”

“그럼요. 그렇게 해주시면 우리 무인들의 사기가 더욱 오를 겁니다.”

남궁무룡은 나머지 가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현이와 민이는 당연히 함께할 것이고……. 환이와 소화는 어떻게 할 테냐?”

“할아버지. 이번에는 저도 함께해보고 싶어요. 정예 대원이 되고 나서 아직 이렇다 할 임무도 못 했거든요.”

남궁환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몇 달 전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많이 붙은 모습이었다.

하현은 남궁환의 무공이 크게 성장한 것이 느껴졌다.

그가 가문을 떠나있는 동안 얼마나 절치부심하여 수련했는지 알 것 같았다.

화멸검이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무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저도 이번에는 같이 갈게요. 항상 저만 집에 남겨 놓는 거 싫다고요.”

소화까지 이렇게 말하자, 남궁무룡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손주들이 어느새 이렇게 성장해서 함께 임무를 나간다는 것이 기꺼운 모양이었다.

“좋다. 이번 임무는 말 그대로 수색 임무라 그리 위험하지 않을 테니 다 같이 가자꾸나. 그러면 하현이도 함께 갈 테냐?”

모두의 시선이 하현에게 몰렸다.

그런데, 하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이번에 먼저 갔다 오고 싶은 곳이 있어요.”

“그래? 어딜 가고 싶은 것이야?”

“공동파에 좀 다녀오려고요.”

“공동? 그곳은 왜?”

“진유강 때문입니다. 공동으로 가서 정식으로 우리 소속이 되었음을 알리고, 우리 무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허락받아 올까 해서요.”

남궁무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유강은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차라리 정말로 공동파에서 파문이라도 당했더라면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진유강은 멀쩡히 수련하다가 어느 날 돌연 도망가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공동파에서 진유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심하면 추살령까지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 네 하인으로 들어왔다고는 해도, 계속 강호행을 하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릴게요.”

“무엇이냐?”

“이번 신강양가를 찾아낸 것에는 진유강의 공이 굉장히 커요. 그를 정식 대원으로 승급시켜주실 수 없을까요?”

“정식 대원으로?”

남궁기철이 반문했다.

그 역시 진유강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정식 대원이라 함은 청룡각 입관 시험에 통과하고, 승급해야만 될 수 있는 것이다.

하현은 그런 절차를 건너뛰어 달라는 말이었다.

“물론 절차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미 진유강의 무공 실력과 지금까지 세운 공으로 보았을 때는 정식 대원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동파에 얘기할 때도 더욱 명분이 생길 것이고요.”

하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진유강이 지금까지 한 일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무공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팽헌홍과도 비등할 수준이라 할 수 있으니, 정예 대원도 넘볼만한 실력이었다.

“흠…… 그래. 일단 공동파에도 어차피 서신을 보내야 했으니, 그건 하현이 네가 해주면 되겠다. 공동파는 감숙성에 있으니 가는 길에 호북성과 섬서성에 있는 문파에도 서신을 전달해 줄 수 있겠느냐?”

“그럼요. 당연히 가능하죠.”

“그래. 공동파에는 내가 따로 서신도 써주마. 진유강을 우리 쪽에 편입시켜주길 부탁한다고 말이야.”

하현이 빙긋 웃었다.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해주시면 일이 더욱 수월해지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진유강을 어떻게 하냐 인데…….”

남궁무룡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나신 겁니까?”

“가까운 날을 하루 잡아서 오전에는 청룡관 입관 시험을 보고, 오후에는 정예 대원 승급시험을 보는 것이다.”

“오…… 그런 수가 있었군요.”

남궁기철은 아버지가 낸 묘수에 감탄했다.

이렇게 되면 편법을 조금 쓰긴 했지만, 모든 게 절차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냐 하현아?”

당연히 하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만약 떨어지면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무인이니 굳이 공동파에 가서 허락받아 올 필요도 없겠어요.”

하현이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모두는 분명히 진유강이 승급시험에 통과하리라는 신뢰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느꼈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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