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301화 (301/304)

301화

“비무를요? 그것도 하현이랑?”

“그래. 자네와의 비무로 실력을 증명한다면 누구 하나 불만 가지는 사람은 없을 걸세.”

곧장 검성에게 찾아온 남궁무룡은 하현과의 비무를 부탁했다.

하지만 검성은 그의 부탁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더 나아가 고개를 젓기까지 했다.

“싫습니다. 게다가 제가 비무를 하는 이유가 하현이를 전쟁터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라면 저는 더더욱 반대입니다.”

“전쟁터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가 아니네. 하현이에게 진짜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려는 것이지.”

“그게 그 말이지 않습니까? 하는 행동이나 덩치는 이미 다 큰 것처럼 보이더라도, 아직 하현이는 이립도 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어르신께서는 그 아이의 조부님이시니 더욱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검성은 남궁무룡에게 따졌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고는 해도 그의 친우들이 아니고서는 남궁무룡에게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둘이 얼마나 막역한 사이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잘 알고 있지. 허나…….”

남궁무룡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성은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이토록 서두르는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을.

“어르신.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청명…….”

남궁무룡은 그를 도호로 불렀다.

지금 무인 대 무인으로 그를 대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개인과 개인으로 말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시간이 없네.”

“무슨 시간 말입니까?”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일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돌아가시기라도 하신다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네. 기력이 쇠한다던가 몸이 약해진다든가 하는 기분은 들지 않아.”

“그러면 뭐가 문제입니까?”

그가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지금 그의 심경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 반대네.”

“반대라니……?”

“요즘 들어 몸이 너무나도 가뿐하고, 힘이 넘친다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네.”

“그, 그게 무슨……. 반로환동이라도 하실 것 같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니네. 자네도 도가의 사람이니 잘 알지 않는가?”

“우화등선(羽化登仙)……?”

남궁무룡이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 우화등선이라니……!”

검성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화등선이 무엇이란 말인가? 현실의 몸을 벗어던지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그것이 우화등선이다.

모든 도인들의 지향점이자 꿈이 바로 우화등선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무당에서만 수십 년을 살았지만, 정말로 우화등선했다는 것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정말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정말로 그런지는 나도 알 수 없네. 겪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다만, 혹시 모르니 미리 준비하자는 말일세. 지금이야 나와 내 친우들. 그리고 자네와 그 배분의 고수들이 무림을 지탱해주고 있으니 큰 걱정이 없다지만, 다음 세대의 구심점은 누가 봐도 하현이 될 가능성이 높네. 내 손자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하현이는……. 특별해.”

이 말에 대해서는 검성도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제자를 여럿 키우고 있고, 다들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현이 앞에서는 태양 앞의 등불입니다.”

“그래서 내가 있을 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네. 내 생각에 마교는 이번에 신강양가를 잃으면 또다시 음지로 숨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네.”

“삼십사 년을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숨을까요? 저라면 이번에 기회를 잡아서…….”

남궁무룡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마교의 진짜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혹시라도 중원 무림의 궤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아닙니까? 무림을 정복하기 위해서 저러는 게 아니면 어째서…….”

“정복, 정복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마교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네.”

“그러면 무엇입니까?”

“마교천하.”

검성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진다.

순간 남궁무룡이 노망이라도 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우화등선이니, 마교천하니.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해대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하하. 그런 표정 말게. 말장난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복과 마교천하는 굉장히 다른 개념이니.”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정복한다는 것은 중원을 초토화한 다음에 아무것도 없는 무주공산에 깃발을 세우는 격이지. 하지만 저들이 원하는 것은 중원의 온전한 흡수네. 신자가 없는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온전한 흡수…….”

검성은 순간 무언가 깨닫는 게 있는 표정이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그들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들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저들이 무한정으로 힘을 키우면서, 조금씩 간 보듯이 중원의 수준을 파악하려 하는 것이네. 대법이라는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방법까지 사용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지려는 이유도 그것이지.”

“그러니까 요는……. 마교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네. 그들을 싸움을 원하지 않아. 압도적인 힘으로 우리가 굴복하기를 바라지.”

검성의 얼굴이 사뭇 심각해졌다.

삼십 년이 넘는 이 평화의 기간이 결코 좋은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때와 비교해 중원의 무공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냉정하게 생각해서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다.

개인의 기량은 발전했을지언정, 더 뛰어난 무공이 창안되거나 획기적인 방식으로 무공을 가르치는 방법 같은 것은 개발되지 않았다.

“마교가 다시 음지로 숨어버린다면…….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들은 삼십 년, 아니 오십 년을 더 숨어 있을 수도 있네. 정파 무림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그때 다시 나타나겠지.”

검성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마교가 지금까지 이토록 소극적이었던 것, 그리고 귀주성에서 대산천가를 잃었어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것, 그리고 표국을 통해 악착같이 재화를 모은 것. 그 모든 것이 설명되는군요.”

“그래. 내가 우려하는 게 바로 그것이지.”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 개방의 분석입니까? 아니면 어르신의 생각입니까?”

……내 생각이네. 취월은 내 생각에 동조하지만, 개방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지.”

“그러면 믿을 만하겠군요.”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나이는 어느덧 이순(耳順)을 넘겼다.

앞으로 삼십 년을 더 살지, 오십 년을 더 살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마교에서 그가 죽고 나서 중원을 흡수하기 위해 들어온다면……?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그는 결국 칼질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마교의 침공을 하늘에서나 내려다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네.”

“희망?”

“자네도 깨달았겠지만, 우리 무림은 삼십 년 아니, 근 백 년 동안 발전이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쩌면 수백 년 전 조사들께서 정파 무림을 결성한 순간부터 발전이 없었을지도 모르네. 우리 모두 그분들께서 만들어 두신 심법과 초식을 좇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분들의 능력을 뛰어넘은 사람은 하나도 없지.”

남궁무룡은 진지한 눈으로 검성에게 물었다.

“자네는 무당파의 개파조사이신 장삼봉 진인을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 있나?”

“저, 절대로 아닙니다.”

대답은 쉽게 나왔다.

무당산 봉우리 하나를 태극혜검으로 날려버린 그 무위만 봐도 사람이 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우리는 그 조사님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재능을 만났네.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고, 기존의 무공을 발전시키고, 심지어는 여러 무공을 익히며 그 무공들의 장점만을 합쳐 더 뛰어난 무공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

이야기를 듣는 순간 곧바로 한 명의 사람이, 아이가 떠오른다.

“하현이……!”

“그래. 심지어는 자신의 깨달음을 구결로 풀어내는 것도 자유자재이며 타인을 가르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가할 정도로 뛰어나네.”

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태극혜검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를 하현을 통해 얻었다.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믿지 못할 기적이었다.

“그래서 난 여생을 그 아이를 위해 바치기로 했네. 막연히 정파 무림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세. 수십, 수백 년간 고여 있던 우리 정파 무림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는 아이라네.”

검성은 남궁무룡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전부 알았다.

이토록 하현을 전쟁터에까지 데려가려는 이유까지도.

“하현이에게 공을 세우게 하려는 거군요.”

“맞네. 공교롭게도 무림에서 가장 큰 힘은 무공이 아니라 명예라네. 그리고 명예는 전쟁터에서 가장 쉽게 쌓아 올릴 수 있지.”

“후우-.”

검성은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대신에 저에게 적당히라는 건 없습니다. 그건 알고 저에게 말씀하신 거죠?”

“하하하! 그래. 자네 성격은 내가 잘 알지. 하현이에게 혼쭐 한 번 내준다는 생각으로 해주게.”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나중이 되면 제가 이겨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 현이는 자네 같은 강자와 붙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걸세.”

남궁무룡은 그 후로도 검성과 한담을 더 나누다가 그가 머물고 있던 방에서 나왔다.

검성에게 했던 그의 말은 지금까지 취월걸개한테밖에 하지 못했던 그의 진심이다.

그런데 그걸 친우도 아닌 검성에게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남궁무룡과 그의 친우들의 세대가 지고, 하현이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무림을 책임질 사람은 검성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보내온 검성의 눈빛은 자신이 세대의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눈빛이었다.

“이로써 한시름 놓아도 되겠군.”

그의 하얀 한숨이 공기 중으로 산산이 흩어진다.

날은 점점 차가워지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

“자네. 들었나? 무룡의 막내 손자와 검성이 한 판 붙는다는 것을?”

“그 아이라면 제가 잘 압니다. 충분히 불세출의 기재라고 부를 만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남궁세가는 하현과 검성이 비무를 한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모두 남궁무룡이 일부러 하인들의 입을 통해 소문을 낸 것이다.

물론 둘의 비무가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그 소문은 더욱 힘차게 퍼져갔다.

“현아. 정말로 할 생각이야? 괜찮겠어?”

하현의 방에 놀러 온 남궁소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무리 하현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검성은 두 배분이나 차이 나는 초절정 고수다.

게다가 승부에 있어서는 절대 손속을 봐주지 않는 그의 성정은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

“응. 괜찮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조금 두근거리기까지 해.”

“두근거린다고?”

“그 정도 무인과 비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는 않잖아. 과연 어떤 검법을 쓰실지. 어떤 심법을 쓰실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거 같지 않아?”

“하…… 역시 넌 정상은 아니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

결국 둘은 서로를 보면 큭큭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만나지 못한 기간 동안 소화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독기와 노력이라면 하현도 인정할 정도의 그녀이기에 손에 온통 물집과 굳은살이 박이도록 수련을 해왔다.

그리고 수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환 오라버니는 만나 봤어?”

“응. 어제 만나서 얘기도 많이 했지. 환 형은 여전하던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 수련할 때 도망은 안 가더라고. 민 오라버니는?”

“민이 형님은 아직……. 아니, 지금 만날 거 같은데?”

“응?”

똑똑-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고, 하현은 곧장 문을 열어주었다.

하현의 말처럼 남궁민이었다.

“현아. 잘 다녀왔느냐. 내가 바빠서 곧바로 들르지를 못했구나.”

그는 방에 소화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으로 들어오며 소화에게도 인사했다.

“소화도 와 있었구나.”

“오라버니. 우리 같이 세가 안에 있는 거 맞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그것도 하현이이 방에서.”

“하……하하. 미안하다. 임무가 바빠서.”

“농담이야. 너무 미안해하지 마.”

소화가 피식 웃자, 남궁민도 멋쩍게 웃었다.

그는 하현을 보며 말했다.

“현아. 검성 어르신과 비무를 하기로 했다고?”

“네. 형님.”

“부럽구나. 나도 그분과 검을 나눠보고 싶었는데.”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화가 질색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너 같은 사람이 또 여기 있었네.”

남궁세가 천재 외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