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77)

프롤로그 아침의 만남

쿠로가네 잇키가 하루 일과인 달리기를 마치고 학생 기숙사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반라의 미소녀가 있었다.

'……어?'

불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한 듯 웨이브 진 홍련의 머리카락.

일본인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얼굴 생김새.

그리고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대한 경악으로 크게 뜬 루비빛 눈동자.

검은 레이스 천으로 감싼 기복이 큰 몸매는 색이 옅고 하얘서 꼭 첫눈 같았다.

예쁘다.

잇키가 소녀의 용모를 표현할 말은 그뿐이었다.

소녀의 아름다움은 마치 그림 속 여신처럼 신성하기조차 해서 사악한 색욕이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

그저 시선을 빼앗길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어째서 그런 소녀가 내 방에 있는 것일까?!

'방을 잘못 들어왔나?'

그렇게 생각해보지만, 제1학생기숙사 405호, 3평 방 한 칸 + 2층 침대의 좁은 공간은 틀림 없이 잇키의 방이었다.

그렇다면 방을 착각한 사람은 소녀 쪽이라는 말인데──.

"히익─────."

소녀의 목구멍에서 질질 끌리는 듯 비명이 새어 나왔다.

뒤이어서 들리는 소녀의 폐가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

곤란하다.

지금 소리치면 말할 것도 없이 남자 쪽이 나쁜 놈이 된다.

"기다려봐!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불가항력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다 본 걸 안 봤다고 변명하지는 않을게."

잇키는 굳이 이 상황에서 이 비극이 어느 쪽 잘못으로 벌어진 일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맨살을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남정네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자신이 남자로서 팔을 걷어붙여야 할 때!

그렇다면──.

"그러니까 나도 벗을 테니 쌤쌤으로 치자!"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짐스으으으으응!!!!"

이리하여 비명은 아침의 정숙을 깨고 하늘을 꿰뚫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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