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77)

제2장 옛집에서 온 방문자

아직 싸늘한 4월의 이른 아침.

거대한 부지를 소유한 하군 학원 앞에 두 개의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하나는 창문 앞에서 옅게 어깨를 들썩이며 물통을 든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운동복 차림의 쿠로가네 잇키.

그리고 또 하나는 꽤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곤죽이 다 되고도 잇키가 기다리는 정문 앞 골을 향해 달리는, 같은 운동복 차림의 스텔라 버밀리온이었다.

잇키는 체력 유지를 위해 항상 이른 아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달린다.

그리고 그 일과에 3일 전부터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 된 스텔라도 동참했다.

그러나 잇키는 마력 방면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스스로 육체 방면에서 범상치 않을 만큼 빡빡한 훈련을 부과했다.

이 20킬로미터 달리기 또한 가벼운 조깅이 아니라 전력 질주 + 조깅으로 완급을 주어, 심폐기능에 의도적으로 높은 부담을 가하는 스타일이었다.

1일째, 스텔라는 도중에 쓰러졌다.

2일째, 스텔라는 토했다.

그래서 3일째는 일부러 스텔라의 페이스에 맞추어 달리기 시작했지만,

『나에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했지!』

페이스를 떨어뜨릴 때마다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듯이 굉장한 형상으로 화를 내서, 역시 3일째도 잇키는 평소대로 달렸다.

그러자 스텔라는 제법 뒤처지긴 했어도 제대로 잇키를 따라왔다.

'……역시 스텔라는 대단해.'

흐느적흐느적하면서도 골을 향해 착실히 다가오는 스텔라의 모습을 보고 잇키는 감탄했다.

그만큼 마력의 재능을 갖추고도 육체 방면에서 역시 자신의 훈련에 따라왔다.

지금까지 스텔라가 자신의 재능에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단련을 이어왔다는 사실이 잘 드러났다.

"하아아! 하아아! 골……."

"수고했어."

"머, 멀쩡해……, 이, 이 정도쯤."

흐르는 땀을 닦을 여유도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된 주제에 스텔라도 참 대단한 근성이었다.

잇키는 스텔라의 숨이 가라앉을 때를 가늠해, 아까까지 본인이 마셨던 스포츠 음료를 물통 컵에 따라 주었다.

"자, 스포츠 음료."

그러나 스텔라는 잇키가 내민 컵을 망설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그거, 간접 키스……."

"왜 그래? …………아, 미안해, 스텔라. 남자가 입에 댄 컵을 쓰기 싫겠구나."

"벼, 별로 싫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잖아! ……오히려, 그 반대라고나 할까."

"반대?"

"아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바보! 됐으니까 그거 이리 줘!"

안 그래도 달리기로 열이 오른 볼을 더욱 붉게 물들이며, 스텔라는 음료를 들이켰다.

'……아아아, 하필이면 내가 입 댄 부분을.'

그러나 주의 줄 틈도 없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잇키는 살짝 어긋난 미안함을 느끼며 무심코 스텔라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군 학원 정문을 바라보았다.

정문에는── 시업식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었다.

"……드디어 시업식인가."

잇키는 감개무량했다.

첫해는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모든 것이 지나갔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새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 아래, 모든 학생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줄곧 기다리던 기회가 다가오자 점점 기분이 고양된다.

게다가─────,

"왠지 즐거워 보이네, 잇키."

"그래 보여? 실은 만나고픈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그거 혹시 여자애는 아니겠지?"

'어럽쇼? 어쩐지 살기가 느껴져.'

"뭐, 뭐어, 확실히 여자애이긴 한데──."

"잘 가."

"잠깐만, 잠깐만! 어쨌거나 '레바테인'을 집어넣고서 말을 끝가지 들어봐! 그 여자애는 내 여동생이야."

"여동생? ……그러고 보니 결투 때, 여동생이 어떻다는 둥 말했었지."

"응. 그 여동생이 아무래도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모양이야. ……4년 전에 내가 집을 뛰쳐나온 후 왕래가 끊겨서, 오랜만에 만난다고 생각하니 기뻐."

언제나 잇키 뒤를 작은 보폭으로 쫄래쫄래 따라오던 은발 트윈 테일의 여자아이.

울보에 외로움 잘 타는 어리광쟁이.

그렇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도 친척도, 다른 모두가 재능 없는 잇키를 내버리고 함부로 취급하던 와중에 유일하게 자신과 거리를 두지 않고 접해준 귀여운 여동생.

쿠로가네 시즈쿠는 잇키에게 유일한 가족이다.

그 이후로 4년.

대체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기대된다."

"한 가지 묻겠는데…… 그 여동생, 피가 안섞였다든가, 그런 설정은 아니겠지?"

"아니, 어디에나 있는 극히 평범한 혈연 남매인데?"

"그럼 됐어."

무엇을 허락한 것일까?

잘 모르겠지만 잘 모르는 일은 깊게 파고들지 않기가 잇키의 방침이었다.

잇키는 다시 '시업식' 간판에 시선을 되돌려, 앞으로 시작될 나날을 떠올렸다.

마침내 시작된다.

칠성검무제 출전권을 건 싸움의 나날이──.

"안녕☆ 신입생 여러분! 입학 축하해애애애애애!♡"

학생들을 향해 '펑'하고 폭죽을 터뜨리며, 교단에 선 젊은 여교사는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내가 1학년 1반 여러분의 담임이 된 오레키 유리야. 담임을 처음 맡아보는 신참 교사니까, 다들 사양 말고 친구 느낌으로 '유리☆'라고 불러주면 선생님 엄청 기쁘겠어♪"

……싸움의 나날을 여는 개막치고는 매우 가벼운 장단이었다.

"……왠지 피곤한 선생님이네."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인지, 옆자리에 앉은 스텔라가 오레키의 독주 경향 텐션에 투덜거렸다.

"아하하, 그러네. ……그렇지만 좋은 선생님이야."

"아는 사이야?"

"전에 좀──."

"어어, 오늘은 첫날이라 수업은 없어요! 그치만 그치만 선생님이 여러분에게 한 가지 '칠성검무제 대표 선발전'에 관해서 연락 사항이 있어요. 다들, 학생 수첩을 꺼내볼래?"

그 말대로 잇키는 가슴 주머니에서 손바닥 크기의 액정 단말을 꺼냈다.

하군 학원 학생증은 신분 증명에서부터 지갑, 휴대전화, 인터넷 단말 등, 여러 가지로 쓸 수 있는 뛰어난 물건이다.

"음, 시업식 때 이사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하군 학원은 작년까지 어느 정도 '능력치'로 선수를 선발했지? 그렇지만 올해부터 '능력치 선발'은 폐지! '전교생 참가 실전 선발'로 제도가 바뀌었어! 전교생이 선발전을 치르고 성적 상위자 '여섯 명'을 선수로 선발하는 거야! 와아, 바이올런스! 그리고 그 시합 일정은 학생 수첩에 '선발전 실행위원회'에서 문자를 보낼 거야. 그러니까 제대로 확인하고 지정된 일시에 지정된 장소로 와줘. 안 오면 부전패니까 주의할 것♡"

"선생님."

갑자기 스텔라가 손을 들었다.

"논논. 유리☆라고 불러줘야 대답할 거야."

"……유, 유리."

"응, 왜 그래, 스텔라."

"선발전은 몇 시합 정도 치르게 되죠?"

"딱 잘라 말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이 열 시합 이상은 가볍게 넘으려나. 선발전이 시작되면 3일에 한 번은 반드시 시합이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 말을 듣고 잇키는 살짝 안도했다.

잇키의 노블 아츠 '일도수라'는 하루 한 번만 쓸 수 있기 대문에, 연달아 싸우게 되면 꽤 혹독했다.

그러나 잇키에게는 뜻밖의 행운이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괴로운 소식이었다.

"진짜야?"

"귀찮구만. 놀러 갈 수 없잖아."

"애초부터 칠성검무제 같은 데, 참가할 마음 없는데."

교실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올랐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이가 잇키처럼 칠성검무제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냐 하면 칠성검무제는 '환상 형태'가 아니라 '실상 형태'를 이용한 검술 승부.

부상은 물론이거니와 경우에 따라 생명의 위험조차 따르는 싸움이 된다.

모든 이가 그런 위험을 짊어지면서까지 자신을 드높이려고 들지는 않는다.

평온하게 졸업해서 마도 기사로서 자격을 얻고, 높은 급료를 주는 안정된 직장에 취직한다.

그런 평탄한 길을 바라는 학생도 있기에,

"이거, 기권하거나 지면 벌칙 같은 거 있나요?"

그런 학생 중 한 명이 오레키에게 질문했다.

"아니. 벌칙은 없어♪ 당연히 성적에 마이너스도 없어. 이기면 조금 보너스가 붙긴 해도☆ 물론 참가 안 해도 돼. 그러니까 '칠성검무제 따윈 흥미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문자를 보낸 '실행 위원회'에 불참 의사를 담은 답신을 보내도록 하세요. 자동적으로 추첨에서 제외됩니다. …………그렇지만 말이야."

문득 오레키는 한순간 잇키가 있는 쪽을 보고는 다정하게 미소를 떠올리며,

"분명 큰일이라 생각해. 그렇지만 누구에게든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제도는 훌륭하다고 선생님은 생각해♪ 그건 여기에 있는 누구나가 칠성검무제의 우승자 '칠성검왕'이 될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니까. 그러니까 가능하면 모두 참가해서 노려보았으면 해. 그 경험은 분명 값진 것이 될 테니까."

자신에게 향한 시선에 잇키는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

오레키와 잇키가 서로 알게 된 것은…… 잇키의 입학시험 때였다.

그때 잇키는 수험생이었고, 오레키는 시험관이었다.

그녀가 제대로 잇키를 평가해주었기에, 지금 잇키는 하군 학원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런 1년 전 일을 회상하고,

'……아, 그러고 보니 오레키 선생님은………….'

"그럼 여러분, 앞으로 1년 동안 전력 전개로 힘내자아아아아! 자, 다함께 아자아자 쿠웨에에에에에에에에엑!!"

……굉장히 병약했던가, 하고 잇키는 새삼 그 사실을 떠올렸다.

"""유, 유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아아, 괜찮아, 괜찮아, 다들 진정해."

갑작스러운 참극에 어수선해진 클래스메이트를 달래며, 잇키는 오레키의 어깨를 안아 일으켰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레키 선생님은 사실 엄청나게 병약해."

"아니, 걱정돼! 굉장해 피를 많이 토했잖아?!"

"콜록, 콜록, ……쿠로가네 말대로, 괜찮아."

오레키는 콜록거리며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덧없이 웃어보였다.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줄곧 하루 1리터 피를 호타는 게 일상이니까……."

"그게 어디가 괜찮은 거죠?!"

"콜록! 켈록, ……뭐, 이런 몸이라도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 있으니, 선생님, 알고 보면 튼튼해. 후후…… 대단하지?"

"그렇게 슬픈 걸로 뽐내지 마세요. 그러니까, 어쨌든 제가 선생님을 보건실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다들 이 피 웅덩이 청소를 부탁할게."

"알았어, 맡겨두라고!"

피처 블론드의 여자아이가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잇키는 오레키의 어깨를 부축하며 보건실로 향했다.

그러던 중 아까부터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물었다.

"오레키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 오늘 굉장히 텐션이 높았던 건 혹시 신입생을 축하하려고 그러신 건가요?"

"콜록 켈록! ……응. 모처럼 좋은 날이니까……, 모두를 축하하려고, ……선생님, 엄청 무리해서 텐션을 높였어……."

과연 역시 그런가.

다정한 오레키가 생각할 법한 일이라고 잇키는 납득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레키 선생님…… 정말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뭔데?"

"아마도 엄청 짜증 났을 뿐일 거예요."

"머엉……."

안쓰럽지만 본인을 위해서이다.

사람은 무릇,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 좋다고 하셨어.』

그렇게 오레키의 전언을 잇키가 전함으로써 첫날 홈룸은 끝이 났다.

'그럼 시즈쿠를 찾으러 가볼까. ……일 년 꿇은 내가 너무 오래 버티고 있기도 미안하고.'

아까 전부터 줄곧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선생님이 갑자기 쓰러져버려서 자기소개도 하지 못했지만, 잇키가 꿇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졌으리라.

어떻게 접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운 시선이었다.

'아까는 좀 리더처럼 굴었고 말이지.'

어쩐지 너무 주제넘게 나선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잇키는 클래스메이트를 배려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서언배!"

"우와?!"

갑자기 클래스메이트 여자아이가 매달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자, 잠깐 무슨 짓이야, 잇키!"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저, 저기, 갑자기 왜 그러니?"

"어유. 나도 참 이제 겨우 선배랑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심코 텐션이 올라가 버려서 무례를 저질렀네요."

귀엽게 '낼름' 혀를 내밀고 사과하는 안경 쓴 피치 블론드의 여자아이는, 아까 전 청소를 흔쾌히 받아들인 애였다.

그녀는 잇키에게서 떨어져서 자기 이름을 밝혔다.

"저는 쿠사카베 카가미입니다. 선배의 여어어어어얼렬한 팬이에요오!"

"내 팬?"

블레이저에 대한 세간의 주목도는 높다.

그 주목은 마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학생 기사에게도 미쳐, 힘 있는 기사는 스텔라처럼 언론에서 다루기도 하고, 학생 기사의 정상 결전인 칠성검무제는 전 세계 인터넷을 통해 해외 방송된다.

그 평판이나 활약을 보고 재학생의 팬이 된 사람이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일은 기사 학교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잇키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팬이라고 말하자 의아했다.

"팬이 생길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

"선배도 참! 얼버무리기나 하고, 정말 정마알, 이거예요, 이거."

그다지 얼버무리는 게 아닌데, 하는 말은 카가미가 꺼낸 학생 수첩의 화면을 본 순간 목구멍으로 쑥 들어갔다.

화면에 비치는 장면은──

"……이건 우리의 결투잖아!"

잇키와 마찬가지로 화면을 들여다본 스텔라가 놀란 목소리를 냈다.

"혹시 선배도 스텔라도 정말 몰랐냥? 둘 다 인터넷 같은 거 전혀 안 보는 부류?"

"응. 기계는 잘 못 다뤄서……."

"나도 전혀 안 봐. 컴퓨터도 없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을지도. 이거, 선배랑 스텔라가 싸운 직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와 굉장히 화제가 되었어요오. 다들 알지?"

카가미의 물음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클래스메이트들이 다들 일제히 끄덕였다.

"응. 그 동영상 봤어."

"여러 군데 정리 사이트에서 기사 올라왔는걸. 모드는 사람이 적지 않으려나?"

"나도 봤어.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역시 그 연상이고 하니, 말 걸기 어려워서……. 아하하……."

'아까 전부터 느꼈던 불편한 시선은 그거였나.'

"어쩐지 신경 쓰게 해서 미안. 그렇지만 클래스메이트니까 더 편하게 말 걸어도 돼."

"""정말이에요?!"""

"우왓?!"

갑자기 주변에 있던 클래스메이트 여자애들이 몸을 들이밀며 잇키에게 몰려들었다.

"다행이다! 고마워요! 쿠로가네 선배!"

"저, 그 시합을 보고 줄곧 쿠로가네 선배와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나도! 정말 멋졌는걸!"

"저기, 쿠로가네 선배, 괜찮으면 저에게 검술 지도를 해주시겠어요? 저, 선배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아, 약았어! 그거 저도 해주세요."

"자, 잠깐 기다려. 분명 편하게 말하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한꺼번에 몰려오면 곤란해."

잇키는 와글와글 존경과 호의에 찬 시선을 보내는 소녀들에게 쩔쩔맸다.

그러나 그것도 당연했다.

잇키는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소년이 아니었다.

그러고 다닐 틈이 있으면 그 시간을 자기 단련에 썼다.

그래서 지금까지 연하의 여자아이에게 이만큼 한꺼번에 시선을 받은 경험 따위 없었다.

게다가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소녀들의 눈동자에는 한결같이 존경의 빛이 깃들어 있어서 부끄럽다고 해야 할지 쑥스럽다고 해야 할지.

"후후, 이렇게 자기가 인기 있어서 놀랐나요? 그렇지만 선배는 요즘 진짜 주목받고 있어요오. 제가 모은 자료에 따르면 특히 여자들에게 대인기!"

"어엇, 어, 어째서?"

"선배는 굉장히 강하잖아요오. 마도 기사를 꿈꾸는 여자애는 강한 남자애를 정말 좋아해요. 그만큼 강한데 워스트원이라 불리는 것도 신비로운 느낌이라 포인트 높아요. 그치만 가장 큰 이유는 선배의 얼굴이겠죠. 선배, 제법 귀여운 얼굴이고오."

"그,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 곤란해 보이는 미소도 모성 본능이 '울컥' 치밀어 오르고요오."

카가미의 말에 "응응", "연상인데도 귀여워" 하고 주변 여자들이 동의했다.

'귀, 귀엽다니……. 확실히 그다지 남자다운 생김새는 아니라고 자각하고 있었지만, 연하의 여자애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는 건 남자로서 복잡한 느낌이네…….'

아니, 혐오보다 호감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하고, 잇키가 미묘한 기분으로 있자니, 갑자기 카가미가 잇키의 오른팔을 끌어안으며 매달렸다.

"카, 카가미 양?!"

"그래서 말인데요, 선배. 오늘은 그런 인기 만점 선배에게 부탁이 있어요오. 귀여운 후배의 부탁, 들어주실래요오?"

팔을 끌어안고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눈동자를 반짝이며 바라보는 카가미.

"뭐,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협력할게."

"와아♪ 고맙습니다! 부탁은 말이죠. 저, 실은 신문부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선배에게 기념할 만한 하군 고교 벽신문 제1호를 장식해주었으면 해요! 표제는…… 어디 보자, '위험한 복병! 소문의 슈퍼 루키를 날려버리다!'라는 느낌으로."

엇, 스텔라가 눈앞에 있는데 그 화제는 무어냐.

잇키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느끼며 스텔라의 안색을 살피자,

"흐으응. 잘됐네. 인기 많아서. 취재, 받아들이지 그래? 선배."

매우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패배를 기사로 삼는다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적어도 이런 표정을 본 뒤 취재를 받아들일 배짱은 잇키에게 없었다.

"미안하지만, 나 그런 건 서둘러서……."

"괜찮아요오. 제가 부드럽게 가르쳐드릴게요오."

그러나 카가미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욱 잇키의 팔을 강하게 옭아매었다.

팔이 그녀의 가슴에 물컹 끼인 형태가 되어 잇키는 등줄기에 달콤한 마비가 퍼지는 것을 느꼈다.

"우앗…………. 저, 저기 쿠사카베 양."

"그렇게 서먹하게 굴지 마세요. 카가미라 부르셔도 돼요. 저랑 선배 사이잖아요오."

'우리가 무슨 사이라는 거야──라고 딴죽 걸 상황이 아니야.'

"카가미 양. 잠시, 그, 떨어져…… 닿았으니까."

"어머나? 닿았다니 뭐가요?"

카가미는 눈치 못 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잇키의 시선 끝이 자신의 가슴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겨우 사태를 파악했다.

파악하고 나서─────굉장히 심술궂은 웃음을 씨익 떠올리고는,

"싫어요오. 취재를 받아들인다고 말해줄 때까지 안 떨어져어요."

물컹.

자신의 가슴을 더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우와아아아아?!"

"……가르쳐주세요. 선배에 대·해·서♡"

귓가에 입술을 바싹 대며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 귓불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숨결.

이는 모두 잇키를 낚기 위한 미끼였다.

잇키도 그 점을 잘 알았다.

일러

알기는 하지만,

'……귀, 귀여워………….'

이러쿵저러쿵 해도 잇키 또한 남자인 터라.

연하의, 그것도 귀여운 여자애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면 당연히 기쁘기 마련이었다.

계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표정이 풀어졌다.

카가미의 적극적인 어필에 머뭇대는 잇키.

그런 잇키의 모습을 보고…… 마침내 스텔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이봐, 잇키───!"

무얼 그리 실실거려, 한심해.

그렇게 잇키를 질책하려고 한 그 순간──.

"어이, 선배, 우리와도 대화 좀 나누시죠?"

적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거칠고 난폭한,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닮은 목소리가 들렸다.

다섯 명의 눈매 나쁜 소년이 어슬렁어슬렁 소녀들을 밀어 젖히며 잇키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한층 체격이 좋은 소년이 위압을 실은 목소리를 잇키에게 던졌다.

"인기가 하늘을 찌르시는구만, 선배. 그치만 거 쫌 너무 우쭐한 거 아니죠? 교실에서 계집애들 거느리고 시시덕거리기나 하고."

미간에 힘줄을 세우며 높은 시선에서 잇키를 흘겨보는 소년은, 요컨대 눈앞에서 여자를 독점하는 잇키가 거슬린 모양이었다.

"뭐야, 마나베! 질투하니?"

"자기가 인기 없다고 삐딱하게 굴지 마! 형편없긴!"

"뭐라고 이 계집이! 마나베에게 건방진 소리 하지 마!"

"아아, 잠깐, 잠깐."

잇키는 여자를 위협하는 체구 좋은 소년── 마나베의 추종자를 달랬다.

완벽하게 생트집일 뿐이지만 소동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이상, 마찰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잇키는 온화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눈에 거슬렸다면 사과할게. 분명 방과 후라고는 해도 교실에서 소란을 피운 건 잘못했어."

"허, 뭘 좋은 사람인 척 구는 거야. 사기꾼 주제에."

"사기꾼? 그게 무슨 뜻이야?"

"멍청한 계집은 속아 넘어가도 말이지, 나는 안 속는다고. F랭크가 A랭크에게 이길 리 있나. 어차피 교활한 속임수를 썼겠지. 이런 식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욱, ……그런 짓 안 했어. 그런 말은 스텔라에게 실례야."

"끝까지 A랭크에게 이겼다고 우기는구만. 낯짝이 두껍기도 하지. 그렇다면── 정말로 그렇게 강하시다면, 지금부터 우리에게 지도 좀 해주쇼, 선배."

둥글게── 사냥감을 포위하는 하이에나처럼, 다섯 명의 소년이 잇키 주변을 에워쌌다.

게다가 리더 마나베를 뺀 네 명은 각각 디바이스를 불러냈다.

"잠깐, 너희 제정신이야? 이런 곳에서 디바이스 쓰면 정학이라고?!"

"시꺼, 썅년아! 다치고 싶지 않으면 저리 꺼져!"

그 사나운 표정으로 볼 때, '환상 형태'로 바꿀 분별은 없을 듯했다.

그러나 잇키는 이 상황에서도 온화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들을 달래려고 했다.

"이런 곳에서는 싸울 수 없어. 쿠사카베 양의 말대로, 교실에서 전투행위를 벌이면 교칙 위반이야. 우리 학생 기사의 능력 사용 권한은 소속된 학원이 쥐고 있어. 그 학원이 정한 장소와 경우에만 능력 사용을 인정받지. 그러니까──꼭 그러고 싶다면 다른 곳에서 하자. 훈련장이라면 저녁때까지라도 상대해줄게."

훈련장에서라면 괜찮다.

이것은 잇키 나름대로 베푼 친절이었다.

잇키로서는 이 마나베 일당과 싸울 필요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런 일에 얽매이느니 여동생을 찾으러 가고 싶은 것이 잇키의 본심이었다.

그래도 상대해준다고 한 이유는 지도해달라고 부탁해 온 후배에 대한 배려였으나──.

"너 이 자식…………."

마나베의 미간에 세 힘줄이 불끈 돋았다.

당연하다.

잇키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잘못 골랐다.

마나베 일당이 바라던 바는 지도 따위가 아니라, 속임수로 여자들에게 인기를 모으던 비겁한 F랭크가 자신들에게 둘러싸여 공포에 젖어 꼴사납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발칙하게도 다른 곳에서라면 상대해주겠다고 하다니 그저 굴욕일 뿐이었다.

"우쭐대지 마! 꿇은 주제에!! 다 같이 밟아버려!!"

'어, 뭔가 말을 잘못했나?'

고개를 갸웃거려도 이미 늦었다.

소년들은 이제 멈추지 않는다.

네 명은 디바이스를 쳐들고 잇키에게 덤벼들었다.

그 모습을 본 여자애들은 비명을 질렀다.

소란, 혼란, 이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물 건너갔다.

잇키는 '이런 맙소사'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남은 길은 실력 행사뿐이었다.

"선배! 저, 정당방위라고 제대로 증언할게요! 그러니까 해치워 버려요!"

카가미가 잇키의 반격을 재촉했다.

만일 문제가 된다 해도, 잇키에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증언하겠다고.

그것은 고마운 제안이다.

그러나──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럴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디바이스를 이용한 전투행위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

순간, 잇키는 자신의 의식을 안구로 모았다.

우선── 색은 필요 없다.

지금 필요한 정보가 아니다.

따라서 잇키는 안구에서 색채를 차단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회색으로 빛바래고, 색채의 인식에 쓰던 집중력을 동체 시력으로 넘긴다.

그러자 세상은 서서히 움직임이 느려졌다.

이것은 그다지 특별한 능력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컨센트레이션을 통한 의식과 의식의 고속화였다.

본래 생명의 위험 같은 극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힘이지만, 잇키는 이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다.

하긴, ……애당초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1분 동안 자기 힘을 다 끌어 쓴다는 집중의 극치에 이를 수 있을 터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잇키는 마치 물 아래에 잠긴 듯 어두컴컴하게 느리고 무디어진 회색 색상을 둘러보고, 현재 상황을 분석했다.

적은 전후좌우 네 방향.

'바로 앞에서 오는 일본도가 가장 빠른가.'

잇키는 오른쪽 맨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등을 내려치는 날이 시퍼런 칼에 붙이고, 커튼을 걷어내듯 손쉽게 칼의 궤도를 앞으로 비껴냈다.

"어─────."

일본도를 크게 휘두르던 소년에게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소년은 이미 비껴 나간 검을 되돌리지 못했고, 칼은 잇키의 옆을 그냥 지나쳤다.

그 엇갈리는 순간 잇키가 그의 다리를 발끝으로 걸자──

""우와아아아아아아!""

앞에서 오던 소년은 지탱하던 발이 차이자, 잇키의 등 뒤에서 롱소드 형태를 한 디바이스를 내리치려 하던 소년과 그대로 뒤엉켜 넘어졌다.

그리고 요란스럽게 책상에 부딪혔다.

일단 두 명.

"이 새끼가아아아아!!"

"뒈져라────!!"

뒤이어 좌우에서 완전히 같은 타이밍으로 쇠 곤봉과 도끼를 휘둘렀다.

양쪽이 노리는 부위는 잇키의 머리.

이에 대한 대응은 간단했다.

"읏샤."

잇키가 무릎을 구부리고,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직후, 머리 위에서 철과 철이 맞부딪쳐 튕기는 호쾌한 소리.

그것은 양쪽이 온 힘을 다해 휘둘러 친 강철의 충돌이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좌우의 두 사람은 자신의 팔에 전해진 전기 충격과도 같은 저릿함에 비명을 지르며 졸도했다.

앞으로 한 사람──.

"제, 제기랄!!"

아까까지 보이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마나베는 동료들이 무너지는 모습에 숨길 수 없는 낭패감을 떠올리며, 황급히 자신의 디바이스를 구현했다.

대구경 리볼버.

동양인에게 드문 종류의 디바이스였다.

그 총구를 잇키에게 들이밀며 방아쇠를 당겼다.

1초 후, 마탄이 발사되었다.

그에 대응해 잇키는 이미 행동을 개시했다.

가까운 책상 위에 있던 누구 것인지 모를 지우개를 손에 집어, 엄지손가락으로 마나베를 향해 튕겼다.

지우개는 천장에 부딪힌 후 튀어서.

──공이치기와 뇌간 사이를 막아 총의 기능을 상실시켰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한낮에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마나베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사격이 생각지도 못 한 방법으로 막혀 무방비 상태가 된 상대의 품 안으로, 잇키는 즉시 파고들어──

마나베의 눈앞에서 '짝!!' 하고 양손을 마주쳐 소리를 냈다.

고양이 속이기──라는 기술이다.

상대를 겁먹게 하는, 공격력이 전혀 없는 단순한 위협.

"히, 아."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눈앞에서 손바닥 때리는 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마나베는 흐느적흐느적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더니 그저 떨리는 눈동자로 잇키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연하다.

눈앞의 F랭크는…… 기막히게도 자신의 디바이스조차 쓰지 않고 맨손으로 디바이스를 무장한 다섯 명의 블레이저를 손쉽게 상대했으니까.

이미 전의가 남아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더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

디바이스를 사용한 전투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싸움조차 되지 않았다.

그 결과에 잇키는──쿠사카베가 말한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애매한 미소를 띠우며,

"……사이좋게 지내자. 앞으로 1년 동안 함께 지낼 클래스메이트니까."

마나베는 이미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를 뿐이었다.

그리고 잇키의 움직임에 압도된 사람은 마나베뿐만이 아니었다.

"""……………………."""

주변에 있던 클래스메이드들도, 맨손으로, 누구 하나 상처 입히지 않고 블레이저 다섯 명을 타도한 잇키의 너무도 강한 모습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었다.

"어, 어럽쇼, 스텔라, ……어쩐지 교실 분위기가 썰렁한데."

"그야 그렇겠지. 그만큼 힘을 보였으니 이렇게 되는 거야."

"힘을 보이다니…… 다치지 않도록 한계까지 살살할 셈이었는데……."

"한계까지 살살한 게 이 모양이니까 다들 놀랐잖아."

스텔라가 질린 듯이 한숨을 흘린 그다음 순간,

짝, 짝, 짝………….

교실 입구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복도에서 내려비치는 햇빛을 등지고, 자그마한 소녀 한 명이 서있었다.

짧은 은발에 옅은 비취색 눈동자.

전체적으로 흐릿한 색소의 덧없는 분위기……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강하게 매혹하는 미소녀.

그녀는 봉오리처럼 작은 복숭앗빛 입술로 미소를 그리고──

"피라미를 몰아내는 압도적인 힘. 역시 대단해요. ──오라버니."

우아한 음성으로 노래하듯이 속삭였다.

오라버니, 라고.

그 말에 잇키는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아니, 물을 것도 없다.

물을 필요도 없다.

말투도 용모도 머리 모양도, 깜짝 놀랄 만큼 어른스럽지만──.

그 호칭으로 자신을 부를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하나뿐이다.

넓은 쿠로가네 저택에서 단 한 명, 잇키가 편히 쉴 장소가 되어준 장소.

언제나 작은 보폭으로 뒤를 따라오던, 단 하나뿐인 여동생──.

"시즈, 쿠……."

"네. ……오랜만이에요, 오라버니."

"시즈쿠──!!"

4년 만에 재회하는 육친에게, 잇키는 참지 못하고 달려가 그 작은 손을 잡았다.

"우와, 역시 시즈쿠구나! 나야말로 정말 오랜만이야! 왠지 굉장히 어른스러워졌구나! 몰라보겠어!"

"당연하죠. 4년이나 서로 못 만났으니까요. 변함없는 게 이상해요."

"아하하, 그것도 그러네! 뭐 그렇지만 기쁘구나! 설마 시즈쿠가 만나러 와줄 줄이야! 오늘 내가 찾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잠시 교실에서 다툼이 있어서 말이야── 오늘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나. ……미안, 어쩐지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운가 봐, 나."

시즈쿠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었다.

갑자기 집을 나간 점에 대환 사죄나, 그 후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재회의 기쁨…….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앞 다투어 목구멍 안쪽으로 밀려오는 터라,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곤란했다.

일러

"저기, 잇키. 그 아이가 혹시…… 오늘 아침에 말했던 잇키의 여동생?"

"어, 아, 아아! 응! 스텔라, 모두에게도 소개할게."

스텔라의 질문은 당황 상태에 빠진 잇키에게 있어서 구원의 손길이었다.

일단은 한숨 돌리고 진정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잇키는 클래스메이트에게 시즈쿠를 소개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클래스메이트 쪽으로 향한 잇키의 시선을 되돌리려는 듯이 시즈쿠가 잇키의 소매를 붙잡아 힘껏 잡아당겼다.

그리고,

"오라버니…… 줄곧, 보고 싶었어요…………."

잇키의 볼에 손을 대고서, 옅은 색 입술을 살포시 겹쳤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무슨 짓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뭇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입맞춤에, 스텔라와 클래스메이트들이 절규했다.

"자, 잠깐, 잇키! 너, 너너너, 너 대체 뭘 하는 거야?!"

"나, 나나나나도 모르겠어?!"

지금 이곳에서 가장 동요하는 사람은 갑자기 여동생에게 입맞춤 당한 잇키 본인이었다.

잇키는 황급히 시즈쿠의 팔을 목에서 떼어내고는 소리쳤다.

"시즈쿠! 지, 지금 대체 뭘……."

"뭐냐니…… 물론 입맞춤이죠."

"알고 있어! 그건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놀랐잖아! 그게 아니라! 어쩔 셈으로 그런 거냐고?!"

"어쩔 셈이고 뭐고, 입맞춤은 친애의 증거. 연인…… 같은 가볍고 무르고 허술한 인연으로 맺어졌을 뿐인 남녀 사이도 하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같은 피와 살과 뼈를 나눈, 강철보다도 단단한 인연으로 맺어진 날개 사이가 입맞춤 나누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아니요, 오히려 안하는 게 부자연스러워요. 애당초 외국에서는 입맞춤 같은 건 그야말로 인사일 뿐이고."

"어, 어, 그런 거야? 스텔라, 내가 이상한가?"

"그럴 리 없잖아! 뭘 박력에 밀려 꺾이려고 그래! 대게 외국에서도 마우스 투 마우스는 인사로 끝나지 않는다고! 이 중에서 남매끼리 키스하는 사람 있어?!"

"없어, 없어."

"있을 리 있나."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아."

"어어, 시즈쿠. 역시 민주주의적으로 네 의견이 이상하다는 판결이 났는데."

"우후후. 아무 문제 없어요, 오라버니. 남은 남, 우리는 우리인걸요. ……분명 다른 분들의 남매 관계는 툰드라처럼 얼어붙은 모양이에요. 병든 세상이니까요. 그렇지만 저랑 오라버니는 달라요. 오히려 입맞춤 정도로는 4년 치의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해요. 지금 우리에게는 섹스조차 평범한 인사일 거예요."

"""그럴 리가 있냐!"""

1학기 첫날에 벌써 1학년 1반 전원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그보다 시즈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자애가, 그, 그렇게 가볍게, 세, 섹스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안돼……."

"후후, 농담이에요. 그렇게 얼굴을 붉히다니, 오라버니도 참 귀여우시네요."

쿡쿡 요염하게 미소 짓는 시즈쿠의 모습에, 잇키는 식은 땀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누, 누구냐, 이 사람은.

잇키의 기억 속에 남은 시즈쿠는 낯가림 심한 데다 부끄럼쟁이였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어떻게 어긋나면 이렇게 바뀌는 것일까.

"──자, 그런 사소한 일보다도 오라버니, 좀 더 시즈쿠를 느껴보세요. 그리고 저에게도 오라버니를 느끼게 해주세요."

다시 시즈쿠의 가느다란 팔이 마치 하얀 뱀처럼 잇키의 몸에 스르륵 감겨들었다.

비췻빛 눈동자는 이 교실에 나타나고서 오로지 잇키만을 비추었다.

"……4년 동안 정말로 그리웠어요…………."

"우…… 아."

다시 잇키의 입술을 빼앗으려 다가오는 복숭앗빛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살덩이.

안 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것은 올바른 남매의 모습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아는데도 잇키는 움직일 수 없었다.

잇키를 바라보는 푸른빛이 그를 그 홍채에 가두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포개─────

"안 돼애애애애애애!!"

지기 직전 스텔라가 떼어놓았다.

"이봐, 잇키! 너까지 동하면 어떡해! 정신 차려!"

"미, 미안! 그보다 살았어! 고마워, 스텔라!"

"어쩔 셈인가요?"

그때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시즈쿠의 눈동자가 잇키 이외의 것을 비추었다.

마치, 이제야 스텔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처럼.

"어쩔 셈이냐고 묻고 싶은 건 이쪽이야! 너야말로 잇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무슨 짓이라니 입맞춤 말인가요?"

"그, 그래! 그 이외에 대체 뭐가 있어!"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스텔라의 말에 시즈쿠는 한숨을 내쉬며,

"제가 제 오라버니를 어찌하든 제 맘이잖아요."

"잇키! 네 여동생 이상해! 그게 어딜 봐서 '지극히 평범한 혈연 남매'냐고!"

"아니, 나도 놀랐다고나 할까, 떨고 있다고나 할까……."

"아까 전부터 저랑 오라버니를 꽤나 방해하시는데, ……당신, 소문 무성한 스텔라 공주죠? 그런 분이 어째서 저희같은 서민 남매의 커뮤니케이션에 참견하시는 건가요?"

"이렇게 실을 길게 늘어뜨리는 생생한 남매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을까 보냐!"

"남은 남, 우리는 우리라고 아까 전에 말했을 텐데요."

"그런 집안 문제 수준을 벗어난 행위인데! 상식이라는 걸 생각해."

"……정말이지 시끄러운 분이네요. ……알겠어요. 백 보 양보해서 여동생이 오빠에게 입맞춤하는 행위가 이상하다고 치고, 제가 상식 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치죠. 그렇지만──그게 당신에게 관계있나요?"

"윽."

"이건 저와 오라버니의 문제예요. 관계없는 촌구석 공주님은 입 다무세요."

"……윽."

시즈쿠가 반쯤 뜬 눈으로 그렇게 말하자 스텔라는 쩔쩔 맸다.

확실히 관계없다고 하면 그 말이 맞다.

4년 넘어서 재회한 여동생의 머리에 나사를 조이는 일은 오빠인 잇키의 의무.

옆에서 자신이 이러쿵저러쿵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오라버니, 여기엔 방해꾼이 있으니, 어디 조용한 곳에서 우리의 4년간을 메우도록 해요."

이런 애는 이미 여동생도 뭣도 아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잇키를 향한 가족 이상의 호감을 표시하는 이상, 그런 인간을 잇키와 둘만 있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스텔라는 각오를 다졌다.

"……관계있어."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중얼거렸다.

"관계있으니까, 잇키가 너랑 키스하는 건 싫어……!"

"어?!"

그 말에 놀란 사람은 잇키였다.

왜냐하면 스텔라는 지금 자신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건 즉…… 혹시………… 스텔라는 나를─────.'

"왜냐하면──잇키는 내 주인님이니까!!!! 주인님이 시스콤에다 변태인 사회 부적합자가 되는 건 곤란하다고!!!!"

"그쪽이냐아아아아아아!"

"특대 스캔들 떴다아아아아아아아!! 서둘러 창간호 표제를 '내 팔 안에서 몸부림쳐라, 귀축 룸메이트와 함께한 황녀의 밀실 72시간을 파헤친다!!'로 바꿔 써야 해!"

"어, 쿠로가네 선배는 얌전해 보이는데 그쪽 취미?"

"우와아, 숨은 육식계라는 걸까."

"그보다 황녀님을 메이드 삼다니…… 레벨이 높구나. 타락 계열 플레이?"

'……고, 곤란해. 스텔라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사태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자, 잠깐, 스텔라! 사람들 앞에서 웬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 그치만 사실이잖아?! 우리는 그 결투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웠고 나는 잇키에게 졌어. 즉, 본의는 아니지만 내 몸도 마음도 모두 잇키 것이 되었어! 나랑 잇키는 일심동체와 마찬가지. 관계없다니 말도 안 돼! 그리고 주인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게 시종의 의무야!"

"이미 그 약속은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했잖아!"

"안 돼! 그건 내 황족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 못 하고, ……무엇보다 잇키는 이미 나에게 주인으로서 명령했잖아. '나랑 같은 곳에서 자라'고."

"그 멋진 녀석은 누구야! 그런 부도덕한 분위기가 아니었잖아?!"

"그치만 말한 내용은 큰 차이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하고 신음하는 잇키에게.

"──그 말이 사실인가요?"

고드름 같이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푹 꽂혔다.

"………………."

혈관에 얼음물이라도 흘러드는 듯, 몸이 에일 정도의 한기.

아까 전까지 보였던 요염함 따윈 사라진, 얼어붙은 시즈쿠의 목소리에 뒤돌아보자,

"정말인가요?"

그곳에는 가면 같은 표정의 시즈쿠가 잇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섭…….'

"오라버니. 사실이냐고 물었는데요?"

거듭된 질문.

부정하고 싶다.

부정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본다.

그것은 잇키도 알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실관계로 따지면 완전히 그 말 대로인지라.

"뭐, 뭐어, 어감에 상당히 악의 어린 편견이 더해진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대강 맞는 말이려나."

정직한 잇키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통…… 정직한 사람은 수명이 짧다.

"헤에…… 정말인가요오. ………………………………후, 후후, 후힛."

"시즈쿠……?"

"거짓말쟁이."

시즈쿠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피식 웃는다.

그 미소에,

"──────윽?!"

마치 척추를 혀로 핥는 듯 오싹한 공포가 느껴졌다.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그런 일을 할 리 없어요. 왜냐하면 오라버니는 시즈쿠를 슬프게 만들 리 없는 걸요. 오라버니는 시즈쿠를 상처 입힐 만한 말을 안 하는 걸요. 그런 건 오라버니가 아닌 걸요."

"저, 저기, 시즈쿠…………양?"

"아아, 그런가. 알겠어요. 분명 그 여자에게 약점을 잡혀서, 억지로 놀아나는 거군요. 그리고 제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거예요. 네, 그런 게 틀림없어요. 다른 건 있을 수 없어요.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그 이외에 다른 게 있을 리 없는 거예요."

"아니 잠깐 내 말을……."

"정말로 불쌍한 오라버니. 정말 지독한 여자로군요. 이래서 오라버니가 집을 나가는 걸 반대했다고요. 왜냐하면 오라버니는 굉장히 멋진걸요. 멋지고 매력적인걸요. 그러니까 꼭 이런 가슴에만 영양이 쏠린 머리 나쁘고 음란한 여자가 꼬이는 거겠죠."

"저기, 시즈쿠, 부탁이니까 진정하고 둘이서 대화를……."

"아뇨, 오라버니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오라버니를 책망하는 게 아니에요. 오라버니는 그저 멋지실 뿐이니까요. 그저 너무 멋지신 것뿐이니까요. 나쁜 것은 전부 이 여자, 나쁜 것은 전부 이 여자. 그러니까 시즈쿠는 지금, 오라버니를 자유롭게 만들어드릴게요. 물보라 쳐라──'요이시구레'."

"자, 잠깐, 시즈쿠우우?! 그건 곤란해! 그건 안 된다고! 위험한 물건 집어넣고 내 말 좀 들어! 나는 딱히 약점 잡힌 게 아니니까── 저기, 듣고 있어?!"

작은 칼 모양 디바이스 '요이시구레'를 구현한 시즈쿠에게 잇키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떠들어대도,

"그럴 리가요, 오라버니도 참. 제대로 듣고 있어요. 시즈쿠가 오라버니의 말을, 목소리를 흘려들을 리 없잖아요. 그건 지구가 거꾸로 도는 일보다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하하하하하, 그럴 리 없죠. 오라버니도 참, 괜찮아요. 저는 지지 않아요. 분명 저는 신입생 차석에 랭크도 B라 스텔라 양에게는 조금 뒤쳐지지만, 제 속성은 '물', '불'의 천적이라서요. 그래도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오라버니."

"명백히 흘려듣고 있는데! 아까 전부터 대화가 전혀 성립하지 않는데?!"

"섬겨라── '레바테인'."

"──아니, 어째서 스텔라도 의욕 넘치는 거야?!"

"미안하지만 나는 잇키와 달라서, 디바이스를 꺼내 든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 만큼 물렁이가 아니야. 원한다면 상대해주지."

보아하니 이미 스텔라와 시즈쿠의 눈동자는 눈앞의 잇키를 보고 있지 않았다.

루비와 에메랄드가 비추는 것은 적의 모습뿐.

이미 잇키의 말로는 두 사람 모두 멈추지 않는다.

멈출 마음이 없었다.

그녀들의 여심이 눈앞의 여자를 굴복시키라고 외치고 있기에,

"예이, 다들 복도로 나가아. 여기에 있으면 아마 죽을 거야아."

등 뒤에서는 이미 카가미의 주도로 피난이 시작되었다.

과연 저널리스트.

재빠른 순응력이었다.

그리고 클래스메이트들이 사라진 교실에서 두 소녀는 서로 노려보았다.

"그렇지만 이건 또 꽤나 얌전한 디바이스구나. 네 가슴처럼."

"그쪽이야말로. 상스러운 가슴을 지닌 여자는 무기에도 품위가 없군요. 양쪽 다 쓸데없이 크기만 할 뿐. 네, 정말 서로 잘 어울려요."

"빈약한 사람의 열등감은 듣기 거북하네. 그렇지만 용서해줄게. 나는 가슴도 마음도 큰 여자니까."

"…………뚱땡이."

잇키는 스텔라 쪽에서 빠직 하는 불길한 소리를 들었다.

'아아, 글렀어. 이건 이미 글렀어.'

피할 수 없는 참극을 확신하고, 잇키가 어깨를 움츠리며 복도로 나간 순간,

""죽어라!!!!""

블레이저 두 사람의 손에 1학년 1반 교실이 산산조각으로 날아갔다.

1학년 1반 교실이 초토화된 사건은 당연히 문제가 되었다.

교사진의 협의 결과 당사자 두 사람에게 내려진 판결은 일주일 동안 자기 방 근신.

요컨대 정학이었다.

촉망받는 신입생 넘버원과 넘버투가 설마 첫날부터 정학이라니.

이 충격적인 사태는 카가미의 벽신문 창간호를 기점으로 전교생에게 알려졌다.

잇키로서는 '내 팔 안에서 몸부림쳐라, 귀축 룸메이트와 함께한 황녀의 밀실 72시간을 파헤친다!!'가 보류되어 다행이라는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 이상으로 충격적인 일이 너무 많았다.

밤, 방으로 돌아와서도 한숨이 이어졌다.

예전에 시즈쿠는 정말로 낯가림 심하고 부끄럼 많은 여자아이였던 것이다.

언제나 잇키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부끄러운 일이 있으면 곧장 뒤로 숨는, 소극적이고 얌전한 여자아이였다.

그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저런…… 남자를 유혹하는 악녀 같은 상태로 자라는 걸까.

"그렇지만 잇키, 기뻐 보였는데."

옆에서 날아온 불쾌한 목소리는 근신 처분을 받은 스텔라의 것이다.

"실은 아주 싫지만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

"그랬어. ……그때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두 번째 키스를 했겠지."

"윽."

분명 그때, 스텔라가 말리지 않았다면 잇키는 다시 한 번 입술을 빼앗겼으리라.

"그, 그치만 그건 키스하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라, 뭐라고 할까, 시즈쿠가 너무나 어른스러웠다고나 할까, 여성스러워져서 압도된 느낌이라……."

"그 말은 즉 4년 만에 만난 여동생이 너무나 예뻐져서 넋을 잃었다는 거잖아."

"아니, 그러니까 그렇지는──."

적어도 잇키에게 있어서 시즈쿠는 여동생이다.

그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려 든 적도 없다.

그것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오늘 4년 만에 재회해 어엿하게 어른스러워진 시즈쿠를──그 열병에 걸린 듯이 젖은 눈동자, 살짝 물든 뺨, 쓸쓸한 듯 이쪽을 바라는 입술을, 전혀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을 전력으로 부정할 수가 없어서──.

"…………그럴지도."

"시스콤."

"우윽."

"변태."

"우으…… 면목 없습니다."

'이게 웬 말이냐. 혹시 난 욕구불만인가? 아무리 4년 만에 재회했다고는 해도, 피가 이어진 여동생에게 넋을 잃다니…….'

"……어디 가?"

"잠시 샤워로 머리 식히고 올게."

어쩐지 오늘은 정신적인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았다.

얼른 실에 다녀온 후 자자…….

"짜증 나……."

잇키가 방에 딸린 욕실로 향한 후, 스텔라가 뾰로통한 표정을 유지한 채 중얼거렸다.

뭐가 '그럴지도'냐.

그럴 때는 온 힘을 다해 부정하라고.

"……나한테도 예쁘다고 말한 주제에."

하필이면 여동생에게 한눈팔다니.

짜증이 난다.

마음에 안 든다.

애당초 "스텔라 양과 더 친해지고 싶다"고 말하며 같은 방을 쓰게 된 주제에, 아직까지 아무런 어프로치도 없다니 이게 웬일인가.

적어도 이쪽은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

매일 반드시 잇키보다 일찍 일어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잠자다 엉킨 머리 모양을 다듬기도 하고, 밤에는 언제 일본 전통의 'YOBAI'를 와도 좋게끔 몸단장을 한다.

'아니, 해주면 좋겠다는 건 아니라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당연히 거부할거야! 발로 차버릴 거라고! 맞아! 일국의 공주가 혼전 교제라니 말도 안 되는 걸!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방치하다니 참을 수 없다.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예쁘다고 말한 주제에!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 주제에!"

실컷 의미심장한 대사만을 함부로 내뱉고서는 완전히 방치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가.

이것이 흔히 말하는,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상황인가.

설명을 요구해야겠다.

게다가 오늘은 여동생에게 키스당한 것도 모자라 넋을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입 밖에 내는 형편이다.

"아아 정말! 바보! 잇키는 바보! 시스콤이 심해져서 죽어라!!"

욕설을 퍼부으며 베개를 마구 때리던 스텔라는, 점점 불안한 마음에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혹시 잇키는 자신에게 이성으로서의 흥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까.

자신은 잇키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그렇다.

시즈쿠 같은 로리 계열이 취향이라든가.

그것은 곤란하다.

아무튼 자신의 키는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지만, 몸매는 이래저래 풍만하다.

그것은 지금까지 스텔라의 자부심이었으나, 혹시 잇키가 시스콤이 너무 심해져서 로리콤 전사로 클래스 체인지 한다면, 자신의 용모와 그의 취향은 전혀 상반된다.

그것은 안 된다.

싫다.

그런 사태는 용납할 수 없다.

"──좋아."

그래서 스텔라는 한 가지 결의를 굳혔다.

『시스콤.』

"하아아아………………."

욕조에 잠겨 스텔라의 말을 떠올리자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를 혐오하게 된 걸까……."

『변태.』

"우아아아………………."

연하의 여자아이에게 변태라는 소리를 듣고 기죽지 않는 남자가 있으랴.

솔직히 말해 상당히 힘들다.

특히 상대가 스텔라라는 점이 힘들다.

잇키는 한 사람의 기사로서 스텔라 버밀리온을 존경한다.

그만큼 대단한 재능을 자랑하면서도 일절 그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보는 스텔라를.

만약 자신에게 스텔라만큼의 재능이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물론, 매력적인 여자아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기죽는다.

기사로서도 이성으로서도 동경하는 소녀에게 기분 나쁜 녀석 취급당하는 사실에.

서둘러 이 나쁜 인상을 불식시켜야만 한다.

"……오늘 일은 내일이라도 시즈쿠와 이야기 나누자……."

스텔라의 인상을 되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즈쿠도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오바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일은 오빠로서 제대로 타일러야만 한다.

모처럼 그렇게 귀엽게 성장했는데, 친오빠에게 그런 짓을 하면 멋진 만남을 놓치게 된다.

그것은 시즈쿠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잇키가 그렇게 마음을 정했을 때──

"드, 들어갈게."

비키니 타입 수영복을 입은 스텔라가 서슴없이 좁은 욕실에 들어왔다.

"……………………?"

무슨 일일까?

무언가가, 이렇게 무언가 터무니없이 어긋난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그렇다.

호수에서 고래를 본 것만 같은 그런 영문 모를 기분.

아아, 그런가.

스텔라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

왜냐하면 여기는 욕실이다.

욕실에서 수영복 차림이라니 이상하다.

매너가 나쁘다.

부끄럽더라도 수건을 몸에 두르는 정도에서 멈추어야 마땅────.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아니야, 그 부분이 아니야!! 아니, 그 점도 이상하다면 이상하지만! 애당초 대전제로 어째서 스텔라가 욕실에 들어온 거지?1 상황을 잘 모르겠는데에에?!"

너무나 갑작스럽고 뜻밖이고 엉뚱한 전개에 잇키는 뒤로 자빠질 뻔했다.

"뭐, 뭐야, 그렇게 놀랄 거 없잖아?"

"놀라지! 놀랄 게 뻔하잖아?! 그보다 대체 뭐야?! 정말로 무슨 일이야?! 어째서 스텔라가 수영복 차림으로 내가 있는 욕실에 들어온 거야?!"

"모, 모르겠어?"

"도무지 짐작도 안 가!"

"그…… 이, 잇키의 몸을 씻겨주려고……."

현기증이 났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언제부터 머리에 피가 오른 것일까.

머리가 뜨거워진 나머지 이상한 환청이 들려왔다.

'스텔라가 내 몸을 씻겨준다고? 하하하. 말도 안 돼. 그거 무슨 야겜이야?"

"미안, 스텔라. 잠시 현기증이 나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어.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해줄래?"

"그러니까…… 그, 있지? 나는 잇키의 하인이지? 그러니까, 주인님의 등을 밀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의무야. 응."

"허어, 그렇구나…… 메이드도 힘들겠구나."

………………헉?

"윽, 아니 잠, 잠깐 기다려! 그런 일 부탁한 적 없어!!"

"부탁받지 않아도 하는 게 일류야. 그, 그거! 일본에서도 히데요시가 아무런 명령 없이도 노부나가의 짚신을 데웠잖아! 말하자면 그런 거야!"

"그런 게 어떤 거야?!"

"어쨌거나! 이건 내 하인으로서의 의무야! 그러니까 빨리 여기 앉아!!"

"그럴 수 없어! 스텔라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보다 이런 건 하인이니 주인이니 따지기 이전에 절대로 이상하다고! 시즈쿠도 그렇고 스텔라도 그렇고 요즘 여자애들 정조 관념은 어떻게 돼먹은 거야?!"

"내가 한다고 했으니 괜찮아! 됐으니까 빨랑빨랑 앉아! 안 그러면─────."

스텔라는 한 번 말을 끊은 뒤, 머리카락에서 빛을 흩날리며──.

"삶아버릴 거야!"

자신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고해 왔다.

찰방찰방.

스텔라가, 버밀리온 황국의 공주님이, 수영복 차림으로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허리에 수건을 둘렀을 뿐인 자신의 몸을 닦는다.

대, 대체 무얼까, 이 상황은…….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그렇다고나 할까, 이미 벌써 이상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아니, 그랬으면 싶을 정도였다.

"아까 한 약속, 지키기다? 이런 지나친 장난은 오늘만이야. 내일부터는 절대 하지 마."

"아, 알고 있어. ……마, 말해두겠는데 나 역시 좋아서 하는 게 아니야. 너한테 져서 네 하인이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이제 안 해도 되는데.'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잇키도 그 말은 이미 했다.

그러나 스텔라가 말하길 이것은 하인의 의무고 자신이 내건 약속인 이상, 적어도 한 번은 해야 적성이 풀린다든가 뭐라든가.

잇키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그저 스텔라가 품은 황족으로서의 자존심을 부채질한 사람이 잇키 본인인 만큼 그 말을 들먹이면 약해진다.

'어쨌거나, 오늘뿐이야. 오늘 하루 견디고 잊는 거야……!'

잇키는 스텔라에게 몸을 맡기며 강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그렇지만──

"…………우."

눈앞에 있는 수영복 모습의 스텔라에게 속수무책으로 시선을 빼앗겼다.

보면 안 된다.

이성은 잇키에게 그렇게 호소하지만 감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

딴청 부리는 척하면서 힐끔힐끔 이성의 빈틈을 노려 스텔라의 몸을 훔쳐봤다.

현재 스텔라의 노출도는 첫날 보았던 속옷 차림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렇기에 평소에는 몰랐던 매력적인 룸메이트의 몸 윤곽이 뚜렷이 보였다.

길고 가느다란 목덜미 뼈의 음영이나, 잘록하게 꽉 조인 허리, 탱글탱글 달콤한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부터 매끈하게 뻗은 하얀 발가락 모양까지도.

그중에서도 특히 흉악한 부분이…… 가슴이었다.

비키니에서 비어져 나올 만큼 하얗고 큰 가슴.

교복 아래서도 쭉 자기주장을 펼치던 농익은 과육의 백도는, 스텔라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울렁출렁 흔들렸다.

그때마다 잇키는 두개골에 피가 스며드는 열기와 타들어 가는 갈증을 느꼈다.

'이런 건…… 무리야…….'

이 광경을 앞에 두고 눈을 돌리거나 감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잇키는 분명 보통 남자들에 비해서 금욕적이랄까 성실한 소년이지만 그래도 건강한 16세 소년이었다.

한 살 어릴 뿐인 매력적인 여자아이의 몸을 눈앞에 두고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만큼 어른스럽게 처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스텔라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틈타 어쩔 수 없이 훔쳐보게 된다.

그녀의 요염한 몸매 구석구석을.

'……역시, 스텔라는 예쁘구나…….'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도 물론이지만, 동시에 기사로서도 스텔라의 몸은 매력적이었다.

그 몸은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전혀 잃지 않은 채 산양처럼 탄력 넘치는 강인한 근육을 감추고 있었다.

잇키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정도의 육체를 손에 얻을 때까지, 스텔라가 얼마만큼 스스로 혹사해왔을지도.

그만큼 무시무시한 재능을 지녔으면서 그것을ㄹ 일절 기대지 않는 열화와도 같은 강한 의지.

그 몸은 그야말로 스텔라의 혼이 새겨진 예술품이다.

'예쁘다…… 정말로………….'

잇키가 여성의 몸을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몸을 만지고 싶다고 느껴보기도 또한……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당연히 그런 일이 허락될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더불어 한편에서는─────.

'……아까부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

실은 스텔라 쪽도 잇키의 시선을 눈치채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성의 시선에는 민감하다.

그것은 이미, 대부분의 여자들이 지닌 육감이라고 해도 좋다.

남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 잇키의 열기를 띤 시선을 감지하고 "지금 엄청 시선 받고 있어요!"라며 스텔라에게 일러바친다.

"……웃, 후, 우…………."

그 열기 어린 시선을 의식하자, 자신의 몸까지 열병에 걸린 것 마냥 뜨거워졌다.

자신을 훑는 시선은 목덜미로, 쇄골로, 가슴으로, 배꼽으로, 넓적다리로──.

온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이 달콤한 통증을 선사했다.

'부끄러워서…… 현기증이 날 것 같아…….'

그렇지만 스텔라는 그 시선에 주의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했다.

어쨌든 그 시선은 자신의 몸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증거이기에.

적어도 잇키에게 있어서 자신의 몸은, 결코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닐…… 터이다.

자신이 잇키의 몸에 두근거리듯이, 잇키도 자신의 몸으로 두근대고 있다.

그 사실이 스텔라에게는 너무나 안심되고 기쁜 일이었다.

지지 않아.

그 여동생에게는 아직 지지 않았어.

"그럼, 다음은…… 등, 밀어줄게……."

상반신 앞쪽을 닦고 나서 스텔라는 잇키의 등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나 하반신에 손을 댈 마음은 안 들었다.

그것은 그것이다.

아직 이르다.

응, 아직 이르다.

"으, 응, 그, 잘 부탁해……."

잇키도 스텔라가 하반신을 넘어간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 수건을 벗으라고 요구라도 하면, 잇키는 벽을 뚫고서라도 도망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남은 부분은 등뿐이다……. 그걸로 전부 끝나…….'

스텔라의 몸이 보이지 않는 만큼 제법 편하다.

등을 문지르는 부분이 간지럽기는 하지만, 가슴통이나 복근을 만지작거릴 때만큼은 아니다.

참을 수 있다.

무사히, 이 수수께끼의 시련을 벗어날 수 있다.

벗어나면 남김없이 모조리 잊어버리자.

오늘 여기에서 벌어진 일은 두 번 다시 화제로 삼지 않을 것이고, 떠올리지도 않을 것이다.

전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리자.

잇키가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노라니──

"……있잖아, 잇키."

문득, 모기처럼 가느다란 소리로 등 뒤에서 스텔라가 말을 걸어왔다.

"뭔데?"

"저기, 있지? 조금, 그,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응. 상관없는데 뭐야?"

"잇키는 그………… 여자의 가슴 같은 거, 좋아해?"

순간, 후두부를 망치로 꽝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으, 어, 어째서 그그그그런 걸 갑자기……."

"그치만,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들켰다!

훔쳐본 것을 들켰다아!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지금 당장 먼지고 되고 싶다.

"미, 미안! 그, 보면 안 된다고 생각은 했는데! 뭐라고 할까."

"사, 사과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아까 한 질문에 대답해."

아까 한 질문.

──여자의 가슴을 좋아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느니 차라리 무릎 꿇고 비는 편이 더 나았다.

하필이면 여자를 눈앞에 두고 성벽을 폭로하다니, 어떤 취지의 벌 게임인가.

잔혹하다.

너무나 잔혹하다.

자신은 무언가 하느님에게 밉보일 짓을 했던 것일까.

고뇌하고 신음해보지만 잇키에게는 이미 도망칠 길이 없다.

그는 포기하고,

"……좋아, 합니다."

쥐어짜내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러자──,

"………………흐응."

…………………………

……………………………………………………………………………………………………………………무, 무슨 말 좀 해봐?!

"저, 저기, 스텔라."

침묵에 질식할 것만 같아, 잇키가 목소리를 낸 그 순간──.

물컹.

스펀지보다 탄력 있고, 손바닥보다도 훨씬 부드러운 두 개의 무언가가 등에 닿았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올라 뇌수를 마구 휘젓는 마비가 몰려들어 잇키의 의식이 번뜩였다.

모르겠다.

모든 것은 등 뒤, 사각에서 벌어진 일.

아무리 뛰어난 눈을 지닌 잇키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 일은 볼 수 없다.

그렇기는 한데, 지금 느껴진 감촉이 무엇인지는, 무엇에 의해 전해진 것인지는, 그것이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스, 스텔라………… 지금 그건."

"으으으으으으윽!"

어쩔 셈인지 물으려 한 순간 스텔라는 도망치는 토끼처럼 욕실에서 빠져나갔다.

떠나가는 앞모습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뭐, 뭐시다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즈쿠도 그렇고, 스텔라도 그렇고, 인간은 성별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까.

오늘 일어난 일 중 무엇 하나도 잇키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지금 느낀 감촉을, 자신이 당분간 잊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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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군 학원 벽신문

                캐릭터 토픽스  담당·쿠사카베 카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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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가네 잇키

■PROFILE

소속 : 하군 학원 1학년 1반

블레이저 랭크 : F

노블 아츠 : 일도 수라

별명 : 워스트원

인물 개효 : 검술이 극에 달한 이단의 실력자

물 F

공격력 F

방어력 F

마력량 F

마력 제어 E

신체 능력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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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밍 체크!

"그나저나 이 능력치를 보라고. 이걸 어떻게 생각해?"

"……굉장히 뾰족한데요"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만큼 치우친 능력치!

이렇게 몰빵 만렙 찍은 모양새의 신체 능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기술 '일도수라'를 사용한 순간이 볼거리야! 그리고 얼굴이 조금 귀여운 점도 포인트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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