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리벨리온 사건으로부터 하룻밤이 지난 월요일.
하군 학원에서는 드디어 여섯 장의 '칠성검무제 출전권'을 둘러싼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자,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선발전 첫날의 주목 카드! 신입생이면서 B랭크! 그리고 그 대영웅 쿠로가네 료마의 피를 이어받은 소녀,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의 첫 번째 경기입니다!』
하군 학원 '방송부'가 진행하는 실황중계에, 신입생 넘버투를 정찰하러 온 학생들이 환성을 질렀다.
『상대하는 선수는ㅡㅡ작년 겨울에 행해진 돈로 학원과의 교류 시합에서 돈로의 칠성검무제 대표 선수 아즈치야마 미치유키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쥔, 올해 칠성검무제 출전이 기대되는 3학년, C랭크 기사 스가 시게노부 선수! 실전 경험이 풍부한 최상급생이 어린 기사에게 세례를 해줄것인가?! 아니면 신세대 초신성이 그 강한 힘을 보여줄 것인가! 지금, 시합 개시 부저가ㅡㅡ 울렸습니다ㅡㅡ 앗?! 부저가 울린 순간, 스가 선수가 공세를 취했습니다!』
스가가 양손에 든 쌍검의 디바이스에서 빠직빠직 번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미안하군. 슈퍼 루키! 내 능력은 네 '물'에 대해 가장 효과 있는 '번개'야! 나를 상대하게 된 자신의 나쁜 뽑기 운을 원망하라고! ㅡㅡ'백뢰인(白雷刃)'!"
스가는 속성 우위를 점하고 승리에 찬 표정으로 번개를 날아가는 참격으로 삼아 시즈쿠에게 쏘아 날렸다.
이에 맞서는 시즈쿠는 개시선 위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장파수련'."
물의 방벽을 형성하는 노블 아츠로 이를 방어하려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다. 전기는 물이라는 전도체는 막을 수 없다. ㅡㅡ그럴 터인데, 시즈쿠의 흐르는 물벽은 스가의 전기를 통과시키지 않고, 완전히 차단했다.
"뭐야?!"
『이, 이럴 수가. 전기가 통하지 않다니! 해설자 오레키 선생님, 이건 어찌 된 일일까요?!』
『...콜록, 콜록..., 저건, 초순수, 로군요오...』
『초순수?』
『응. ...물은 모두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라고 생각하지? 그렇지만 그렇지 않아. 물에 전기가 통하는 건, 물속 이온이나 미생물 같은 '불순물'이 전도체가 되기 때문이고... 물 그 자체는 순도가 늘면 늘수록 절연체가 돼. ...그리고 그 순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 초순수. 초순수는 거의 완벽한 절연체니까 전기 같은 건통하지 않아.』
『헤에... 어? 그럼 어째서 다른 물 능력자는 따라하지 않는 건가요?』
『따라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거야... 이온 레벨로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일은 사막의 모래에서 사금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걸. 시즈쿠 양 레벨의 마력 제어를 갖추고서야 비로소 가능한 거친 기술이야. ...이런 일, 보통 기사가 따라하면 머리 쪽이 먼저 타버릴 거, 야, 콜록... 과연, 신입생 차석이라 할, 만....크웨엑!』
『우와아아! 오늘 세 번째 토혈에 들어갔습니다! 괘, 괜찮으세요. 오레키 선생님?!』
『아, 괜, 괜찮아, 괜찮아, 잠시 약을 놓으면 가라앉으니까. ...아아. 기분 좋아...』
『오레키 선생님! 오레키 선생님! 주사 맞으면서 그런 대사를 읊는건 꽤나 NG예요! 정말로 괜찮으세요!』
『괜차나아... 이 한 방을 위해 병마와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고.』
『선생님! 그건 완전히 약물 중독이에요!』
이래저래 어수선한 해설이었으나, 요컨대 시즈쿠에게 전격은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이해한 스가는ㅡㅡ.
"제길, 이렇게 되면 일단 떨어져서."
"그 발로 어떻게 떨어진다는 거요?"
"?!"
『아아! 이게 웬일입니까! 스가 선수의 발이 얼어서 지면에 들러붙었습니다! 이래서야 도망칠 수 없습니다!』
『'수뢰탄(水牢彈)'.』
움직임을 멈춘 스가를 향해 시즈쿠는 '요이시구레'의 칼끝에서 직경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물 포탄을 쏘았다.
포탄은 움직일 수 없는 스가의 안면에 직격하고서 그의 얼굴을 감싼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스가는 양손을 뻗어 수뢰탄을 벗겨내려고 애쓰지만 상대는 물.
개체가 아니기에 붙잡을 수도 없고 떼어낼 수도 없다.
필사적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물에 손톱을 세워봐도 허무하게 빠져나갈 뿐. 이윽고,
"....커흑.........."
스가는 폐의 공기를 다 쓰고 물을 긁던 양손을 축 늘어뜨렸다.
그 단계에 이르서야 시즈쿠는 물 감옥을 풀어 스가를 놓아주었다.
스가는 그대로 링에 쓰러지고ㅡㅡ 동시에.
"스가 시게노부 전투 불능! 승자 쿠로가네 시즈쿠!"
심판이 판정을 내렸다.
『시합 종료오오오오! 승자는 1학년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 압도적인 기술력 차이로 속성 상성을 아랑곳하지 않고 첫 시합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아!』
"......별거 아니네요."
시즈쿠는 중얼거리며 관객석으로 눈을 돌린 후 그곳에서 손을 휘저으며 시즈쿠의 승리를 기뻐하는 잇키에게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훈련장의 전광게시판에 비추기 시작한 시각에 눈을 돌렸다.
'......슬슬 저쪽도 결판났을까.'
◆
그 무렵. 제7훈련장ㅡㅡㅡㅡ.
그곳에서 시즈쿠가 있던 제15훈련장의 네 배 이상되는 관객이 모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어째서냐 하면 이 제7훈련장에서는ㅡㅡ 10년에 한 번 나올 인재라고 불리는 이국의 황녀, 1학년이면서 이미 '별명'을 가진 금년도 넘버원 루키(수석 입학자), 스텔라 버밀리온의 공식전 첫 시합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가라아! 모모타니!"
"근거리전에서 너를 이길 녀석은 없다고!"
"최상급생의 오기를 보여줘어어!"
『응원석에서 성원이 대단합니다! '헤비 탱크(중전차)'모모타니 선수! 교내 서열 한 자릿수의 인기는 장식이 아닙니다! 자, 오늘도 나올 것인가?! 수많은 기사를 장외로 날려버리던 모모타니 선수의 주특기! 희귀한 갑옷형 디바이스 '골리아테'에서 뿜어져 나오는 헤비 차지가!』
응워석에서 터지는 성원. 사회자의 기대.
그 모든 것을 한 몸에 짊어진 이는 신장 190센티미터는 됨직한 커다란 바위 같은 거한.
스텔라의 첫 시합 상대 모모타니 타케시였다.
두터운 장갑이 몇 겹이나 포개어진 갑옷을 몸에 두른 모모타니는 개시선에서 몸의 자세를 낮추고 어깨부터 상대를 밀어낼 자세를 취하지만ㅡㅡㅡㅡ 그 자세를 취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모모타니! 평소대로 날려버려!"
"그 녀석은 F랭크에게도 졌어! 너라면 여유라고!"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친구들과 클래스메이트들.
그러나 모모타니는ㅡㅡㅡ
'....이런 녀석에게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눈앞에 펼쳐진 불바다를 보고.... 움츠러들었다.
불타오르는 화염을 드레스처럼 몸에 두른 스텔라.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둥글게 펼쳐진 불바다.
빛을 흩뿌리며 대기를 태우는 '드래곤 브레스'의 열기는 10미터 이상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옷 속을 태웠다.
눈앞에 대치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스텔라가 지닌 차원이 다른 존재감.
그 모습을 보며 모모타니는 생각했다.
이런 상대와 싸우는 것은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은 던지는 행위라고.
"너는 뒤에서 소란 피우는 녀석들과는 다르게 상황 판단이 되는 모양이구나."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모모타니를 향해 스텔라가 말을 걸었다.
"...이 시합은 '실전'. 당연히 뛰어들면 '환상 형태'처럼 아픈걸로만 끝나지 않아. 그 점. 자알 생각해서 판단해."
자신의 겁먹은 마음도, 그 이유도, 상대는 모두 눈치챘다.
그 사실을 알고 모모타니는ㅡㅡ.
".....졌다."
『아, 아니 이런! 모모타니 선수! 개시선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기권 선언!』
『우하하! 한심해애! 꼴사나워어! 그렇지만 현명해애!』
모모타니의 판단을 보고 해설석에 앉은 붉은 기모노를 입은 몸집 작은 교사가 품위 없는 목소리로 깔깔 웃으며 폄하하는 것인지 칭찬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했다.
『현명하다니 무슨 말씀이시죠, 사이쿄 선생님?』
『왜냐하면 저런 괴물에게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 너 지금부터 불에 뛰어들어 자살하라고 하면 그럴 수 있어? 못그러어지! 그렇지만 역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기권이라니 왕찌질이! 아하하하!』
『저, 저기 사이쿄 선생님. 조금 말을 가려서 하시는 편이...』
실황중계 하던 여확생이 차마 보다 못해 굳은 얼굴로 주의를 주자ㅡㅡ
『우하하. 큰일이다. 왕무셔어! 무서우니까 도망치자아.』
사이쿄 여자는 총총히 중계석을 뛰어내려 도망쳐버렸다.
『아, 잠깐만요. 사이쿄 선생님! 아직 시합 남아 있는데, 빠르다! 정말 누구야. 저런 사람을 해설로 부른 건!』
'...어째 정신없는 실황중계네.'
스텔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링을 뒤로 했다. 그 도중,
『어어. 지금 방금, 제15훈련장에서 시합을 벌이던 신입생 차석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도, 3학년 스가 시게노부 선수를 상대로 완전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스텔라는 시즈쿠의 승리를 알았다.
뭐, 그 정도의 상대에게 질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강합니다! 금년도 신입생! 신입생 수석, 차석. 둘 다 학원 내에서 서열 높은 최상급생에게 전혀 틈으 내어주지 않고! 압승! 상처 없는 완전 승리로 공식전 데뷔를 장식했습니다! 역시 올해 신인은 무언가가 다릅니다! 올해야말로 칠성의 정점에 다다를지도 모릅니다!!』
◆
"축하해. 스텔라."
선발전 첫날이 끝나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스텔라에게 잇키가 축하 인사를 건네었다.
"......흐, 흥. 뭐, 내가 나서면 이 정도는 당연하지."
평소와 같은 말투지만 코가 실룩실룩하는 모습을 볼때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싸움조차 되지 않았던 모양이더라."
"평소 이상으로 쓸데없이 불태웠어."
"나도 보러 가고 싶었는데 아쉬워."
"......나도 아쉬워."
"어?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쩔 수 없잖아. 오늘은 시즈쿠와 시간이 겹쳤으니까. 그렇지만 다음엔 제대로 보러 와!"
"응. 그야 물론이지. ...그건 그렇고 조금 늦게 돌아왔네?"
"너무나 김빠져서 힘이 남아돌더라. 체육관 쪽에서 땀 흘리고 왔어."
"그렇구나. ...그렇지만 정말 다행이다. 시즈쿠도 스텔라도 아리스도 모두 이겨서."
시즈쿠의 시합이 치러진 직후 아리스인의 시합도 같은 제15훈련장에서 벌어졌는데, 아리스인은 E랭크의 2학년을 상대로 시합 시작 10초만에 압승했다.
대전에 불리한 능력이라고는 해도 과연 차석 신입생인 시즈쿠의 룸메이트로 선택될 만했다.
"아리스의 힘은 나도 리벨리온 사건 때 봤는데, 능력에 공격력이 없는 만큼 공격 방식이 은밀해. 그런 류의 트릭스터 계열은 의외로 스텔라와 상성이 나쁠지도 몰라."
"누가 상대든지 나는 지지 않아. 그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잇키는."
"아하하. 뭐, 그렇지."
잇키는 쓰게 웃으며 스텔라가 돌아올 떄까지 보고 있던 TV 화면에 시선을 되돌렸다.
그 화면은 어떤 학생 기사의 시합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잇키의 다음 대전 상대 키리하라 시즈야였다.
"아직도 녀석의 동영상을 보고 있었어? 어제부터 계속 봤잖아."
"응. 될 수 있으면 오늘 안에 키리하라의 호흡을 파악해두려고."
동영상은 신문부 부장 쿠사카베 카가미에게 부탁해서 얻은 자료 중 하나.
작년 칠성검무제 1회전 시합 영상이었다.
그 시합 내용은 키리하라가 간신히 서 있는 상대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걸으면서, 일방적으로 계속 활을 쏘아대는 이상한 모습이었다. 대전 상대는 아무것도 못 한 채 그저 당황스러운 듯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키리하라가 쏘는 마력의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눈앞에 키리하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항조차 하지못한 채 그저 당하는 대로.
어째서인가.
답은 간단했다. 대전 상대에게ㅡㅡ 키리하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기척이나 냄새는 물론. 모습조차 육안으로 잡을 수 없게 되는, 자신의 모든 정보를 차단하는 완전한 스텔스 위장 '에어리어 인비저블(사냥꾼의 숲)'. 그게 키리하라의 디바이스 '오보로즈키의 능력이야. 성가신 힘이지."
"....몇 번을 봐도 마음에 안 들어. 이 남자의 전투 방식은."
멸시 어린 눈으로 TV 동영상을 바라보는 스텔라.
그 마음은 잇키도 조금은 이해했다.
그다지 기분 좋은 시합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다기보다도 애당초 이것은 시합조차 아니었다.
사냥. 절대로 안전한 곳에서 사냥감을 쏘아 맞추는 수렵이었다.
"그래도 이치에는 맞아. 실제로 키리하라는 이 능력과 전투 방식으로, 근 1년간 모든 시합에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어. 키리하라는 역시 강해."
"....그렇지만 그건 이상하지 않아? 이 녀석은 작년 칠성검무제에 출전했다고 했는데. '칠성검왕'은 되지 못한거지? 그렇다면 어디선가 졌다는 거 아니야?"
"2회전에서. 그렇지만 그건 기권패였어."
"기권?"
"키리하라는 '에어리어 인비저블'을 깰 만한 상대와는 싸우지 않아.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강력한 능력이지만, 확실한 공략법이 하나 있어. 그게 바로 '와이드 레인지 어택(광범위 공격)'이야. 키리하라는 링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기사와는 절대로 싸우지 않아. 예를 들어 스텔라라면, 링 전체를 불바다로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런가. 링 전체를 공격하면 어이데서 투명해져도 관계 없구나."
"그러지. 그러니까 예를 들어 상대가 스텔라라면, 키리하라는 반드시 기권할 거야. 그 기사답지 않게 싸우는 모습에 붙은 별명이 '사냥꾼'이야."
"...흥. 그 별명은 너무 멋지잖아. 자신이 완승할 수 있는 상대와만 싸우는 데다가 그 대전 상대는 필요 이상으로 괴롭히다니... 그런 남자는 겁쟁이로 충분해."
안전한 장소에 머무를 뿐이라면 괜찮다. 그런 능력이니까. 그러나 지금 TV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처럼 일부러 치명상을 비껴내며 대전 상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는 키리하라의 방식은, 스텔라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잇키가 최악의 상대라고 말한 이유를 알겠어."
"끄렇지? 나에게 있어서 키리하라는 천적이야."
어째서냐 하면 현 상황에서 '에어리어 인비저블'을 공략하려면 넓은 범위를 단번에 공격할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잇키에게 그런 기술이 없다.
잇키는 분명 탁월한 검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의 공격 거리는 '근거리'. 공격 범위는 '사람을 상대'로 해서 매우 짧고, 좁다.
게다가 키리하라의 디바이스 '오보로즈키'의 형태는 활. 장거리 무기이다.
상대에게 반드시 선수를 빼았긴다.
거기에 무엇보다 잇키의 비장의 카드인 '일도수라'는 하루 한 반만 쓸 수 있고, 1분이라는 지극히 빡빡한 시간제한까지 있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데 특화된능력을 상대하기에 매우 불리하다.
".......괜찮곘어, 잇키."
화면에는 의료반의 들것에 실려 나가는 대전 상대의 모습.
내일 잇키의 몸에 일어날 수도 있는 참극을 보고 스텔라는 염려스럽게 말을 건다.
"혹시 걱정해주는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되묻자, 스텔라의 볼이 확 새빨갛게 물들었다.
"내가 네 걱정을 할 리 없잖아! 나는 그저, 네가 이기지 않으면 그 녀석의 여자 친구가 되어야만 하니까, 그걸 걱정하는 것뿐이야! 네 하인도 최악이지만, 그런 아니꼬운 남자의 여친이 되는 건 더 최악이라고!"
"그 약속은 스텔라가 멋대로 정한 일이잖아. 그런 것까지 책임을 물으면 곤란해. 나는 막았는데."
"우우... 그치만........ 잇키가 바보 취급당하는 게 분했는걸."
"어? 그치만...... 뭐?"
"아, 아무것도 아니야!"
스텔라는 잇키에게 홱 시선을 피했다.
스텔라의 말은 너무 작아서 잇키에게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러나ㅡㅡ스텔라가 자신의 승리를 바란다는 사실은 잘 알았다. 그래서ㅡㅡ
"....뭐, 그래도 사죄는 필요 없지만. 내가 져서 스텔라가 우습게 보이는 건 싫어. 그렇다면 이겨야지."
"방법은 있어?"
"있어."
잇키는 망설임 없이 단언했다.
"공략법은 이미 찾아냈어."
상대는 잇키 세대의 '넘버원 루키'.
그 너무도 강한 능력으로 실적을 세워. 1학년이면서 칠성무제의 대표 선수로 뽑힌 수완가.
그러나 그래 봤자 어차피 2회전에서 탈락한 인간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굴해서야 기사의 높은 경지도 없으리라.
게다가 칠성검무제의 출전권은 선발전 성적이 좋은 사람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여섯 명 골라 결정한다.
이전 담임인 오레키가 해주었던 열 시합 이상이라는 말로 어림잡아 짐작해 스무 시합이라고 쳐도, 그 정도라면 무패를 관철하는 기사가 제법 나올 터이다. 한 번이라도 지면 아마도 기회는 없으리라.
질 수는 없다.
지게 되면 견디고 견뎌온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그러니 맹세한다.
"나는 반드시 이길 거야."
다른 누구에게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평소의 잇키와는 조금 다른 강한 어조로.
그 강한 어조에 스텔라는 만족했다.
사실 오늘... 스텔라가 이 방에 돌아오기 전에 어떤 인물이 말을 걸어왔다.
본인의 시합을 마친 아리스인 나기였다.
아리스인은 잇키가 첫 공식전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스텔라에게 전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을 보아하니 괜찮으리라.
기력이 충만했다.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괜찮다. 잇키의 강인함은 스텔라가 가장 잘 이해한다.
"그걸로 됐어. 이제 그 녀석에게 이겨야만 해. 주가기는 던져졌으니까."
"그런 걸 던져도 곤란한데."
스텔라의 일본어는 유창하지만, 할본의 건도 그렇고 세세한 격언이나 문화면의 지식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럼 잇키. 슬슬 저녁 먹으러 갈까? 나 배고파."
"그렇구나. 동영상은 이미 충분히 봤으니까 갈까."
"일본인은 이럴 때 카츠카레를 먹는 거지?"
"....어, 아니. 그런 믿음은 딱히 없는데. 평소처럼 우동이면 돼."
두 사람은 나란히 기숙사 방을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그렇게 시합 전날도 평소처럼 하루가 끝났다.
◆
『미안... 쿠로가네. 나는 이제 너와 사이좋게 지낼 수 없어.』
"ㅡㅡㅡ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대. 잇키는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지독하게, 지독하게 나쁜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무의식중에 쥔 손을 펴자, 손바닥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어째서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작년 꿈을 꾼 걸까.'
아직 머릿속에는 미안한 듯 속삭이던 말이 울려 퍼졌다.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달리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조금 머리를 식히고 오려고, 잇키는 아래에서 작은 숨소리를 내는 스텔라를 깨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2층 침대의 위층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다.
계절은 4월 말. 아직 날 밝기 전의 쌀쌀한 온도가 땀 흘린 몸에는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정말로, 어째서 이제와서 떠오른 걸까."
곁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잇키 스스로도 어째서 그런 꿈을 꾸었는지 몰라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의문이었다.
『저 녀석과 친하게 지내면, 이사장에게 찍히는 모양이야.』
언제부터였을까. 그런 소문이 흐르기 시작한 때는.
단 한 사람. 실전 교과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 명목상 '능력 부족에 따른 위험'이라는 핑계를 댔으나 그런 말이 그저 얼버무림일 뿐이라는 사실은, 당시 교사진의 태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일이었다.
『잇키와 얽히면 내신이 나빠진다.』
그런 소문이 수근수근 퍼지며 다른 학생과 골이 깊어지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침 저곳이었나."
잇키는 기숙사 복도 창에서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눈 아래에 펼쳐진 풍경은 잔디가 푸르게 우거진 광장.
모두가 그 소문을 믿게 되어 룸메이트 이외에 다른 사람은 하나같이 잇키에게 거리를 두게 되었을 무렵, 중앙 정원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잇키에게 의외의 인물이 말을 걸어왔다.
그 인물은 바로 키리하라 시즈야.
잇키의 동기 중 '수석'이자, 1학년이면서도 '칠성검무제'출전을 이룬 슈퍼 루키.
솔직히 잇키는 그 시절부터 이미 이 남자에게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평범한 학생은 자기 보신을 위해 잇키와 거리를 두기는 했어도 적극적으로 잇키를 공격하지는 않았는데 키리하라는 달랐기 때문이다. 직접 공격은 하지 않았지만, 교실 같은 곳에서 자신을 따르는 여자들과 일부러 잇키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잇키를 비방하거나 클래스메이트들에게 잇키가 불리해질 소문을 퍼뜨리는 등 여러모로 괴롭히곤 했다.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가.
딱히 원한을 산 기억은 없었다. 실제로 원한 같은 것은 없으리라.
그저 잇키는 그때 어느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인간이었다. 잇키에게라면 무슨 짓을 해도된다는 분위기가 만역해 있었고, 그런 인간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신랄하게 대하는 인간은 어디에나 이다. 키리하라라는 남자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저 그뿐이리라.
그런 인간이 스스로 말을 걸어왔다.
당연히 재대로 된 용건은 아니리라 생각해ㅆ다. 그리고 그것은 아니나 다를까 변변치 않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언제까지고 선생님들의 말만 따라서야, 평생 걸려도 선생님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말인데, 지금 여기에서 나랑 결투하자.』
칠성검무제 출전을 이룬 자신과 좋은 승부를 펼치면, 선생님들도 능력 부족이라고는 말 못 할 것이다. 그런 내용을 자못 잇키를 염려한다는 듯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제안해 왔다.
잇키에게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교내라고는 해도 교사의 허가 없이 전투를 벌이면 처벌대상이다. 잇키가 조금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쿠로가네 본가와 이어진 이사장은 희희낙락하며 잇키를 퇴학으로 몰고 가리라.
그리고 키리하라가 노리는 바는 그 점이었다.
그때 광장에는 교사 여러 명의 기척이 있었다.
전부 항상 잇키를 호되게 대하던 이사장 일파.
아마도 키리하라의 배후에는 그들의 존재가 버티고 있는 것이리라.
잇키는 그 사실을 깨달아 제안을 거절하고 나서 광장을 뒤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ㅡㅡㅡ
『그런 소리 하지 마. 나는 클래스메이트로서 네가 걱정된다고.』
발걸음을 돌린 등 뒤로, 키리하라가 디바이스 '오보로즈키'를 이용해 사격을 날린 것이다.
잇키는 결투 신청은 커녕, 자신의 디바이스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공격했다.
"그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
키리하라의 행동도 그렇지만, 누구 하나 키리하라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근처에 있던 학생들도, 상태를 엿보던 교사들도.
그때만큼 자신이 놓인 처지를 뼈저리게 느낀 적도 없었다.
자신의 고독을 곱씹어 본 적도 없었다.
특히 교사들은 잇키가 키리하라의 도발에 넘어갈 것을 기대해 마지않았으리라.
쿠로가네 본가로부터 잇키를 프로 마도 기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들로서는, 퇴학은 가장 큰 전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점은 잇키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잇키는 몇십발 화살을 맞아도 결코 '음철'을 불러내지 않았다. '회피'조차 적의라고 간주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피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잇키는 멋대로 쏘아대는 화살에 꿰뚫려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으나... 적의를 일절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교내 카메라에 영상 증거로 남아 있었기에 처분받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공격해 온 키리하라도 '엄중 주의'라는 이름뿐인 벌칙으로 마무리된 점으로 볼 때, 처음부터 이사장 측과 밀약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변변찮은 1년이었구나."
괴롭힘은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점점 더 가혹하고 점점 더 음습해졌다.
처음에는 그런 잇키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던 학생들도 적잖아 있었으나, 조금씩 그들도 교사들과 키리하라가 만들어낸 분위기에 취해, 그 광경에 아무런 의문을 품지않게 되었고ㅡㅡ이윽고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잇키의 친구로 남아주었던 룸메이트 남학생도 괴로움에 이를 악무는 표정으로 잇키의 곁을 떠나갔다.
분노 따위는 털끝만큼도 솟지 않았다.
그저 미안해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던 마음을 잇키는 선명하게 기억했다.
그 이후 룸메이트와 말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걸지도 않거니와 잇키도 애써 그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다정한 성품이라 잇키가 말을 걸면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이윽고 그는 진급하고 잇키는 유급하는 형태로 갈라져 만날 일도 없어졌지만ㅡㅡ.
"그렇지만, 어째서 이제 와서 이런 꿈을 꾼 걸까."
이미 전부 끝난 일이었다.
잇키는 더는 신경 쓰지 않는, 꿈을 꿀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
그런데 어째서...... 역시 키리하라와 말을 나누었기 때문인가.
'뭐, 모르는데 생각해봐도 소용없나.'
게다가 지금은 이미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이사장은 떠났고 잇키를 방해할 사람은 없다.
그다음은 결과를 낼 뿐. 그렇다. 그저 그뿐이다.
문득 잇키의 옆얼굴에 따스한 빛이 내리비쳤다.
기숙사 창 너머 집들이 늘어선 거리의 윤곽을 바라보며 잇키는 분명히 느꼈다.
결전의 날이 시작되었음을ㅡㅡ.
오늘 쿠로가네 잇키의 모든 것을 시험받는다.
◆
선발전 기간 중에는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선발전을 치른다.
잇키의 출전은 13시 30분. 나름대로 빠른 축이다.
점심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기도 미묘한 시간대라서 그날 식사는 학식에서 제공하는 유동식으로 떄운 후, 잇키는 스텔라와 시즈쿠, 그리고 아리스인 세 사람과 함께 자신이 시합을 치르게 될 제4훈련장으로 발을 옮겼다.
시각은 벌써 13시. 이미 링 위에서는 잇키보다도 빠른 조가 시합을 치르고 있었다.
출전하는 사람은 10분 전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릴 필요가 있지만 아직 20분이나 여유가 있었다.
관객석에서 잠시 친구들과 함께 다른 선수의 시합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사실, 스텔라와 시즈쿠는 그럴 셈이었다. 그러나 잇키는ㅡㅡ
"그럼 나는 조금 이르지만 대기실로 갈게."
"어? 여기서 다른 사람 시합 안 봐?"
"응. 지금은 내 시합에 집중하고 싶어."
이미 잇키는 키리하라에 대항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어저스트(최적화)했다.
다른 사람의 시합을 보고 그 상태가 무너질까 우려되었던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
"오라버니. 꼭 이기세요. 믿고 있을게요."
"어제도 말했지만 나를 이겼으니까, 한심하게 시합하면 용서 안 할 거야."
".....조심해."
삼인삼색의 격려에 끄덕인 뒤, 잇키는 대기실로 향했다.
◆
"1학년 1반 쿠로가네 잇키 님이시군요. 확인이 끝났으니 학생 수첩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대기실 앞에 있는 접수대의 여성 직원은 잇키의 학생 수첩을 옆에 있는 단말에 댄 뒤, 시합을 위한 수속을 마치자 수첩을 잇키에게 돌려주었다.
"그럼 첫 시합에 한해 '선발전'규칙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선발전'은 칠성검무제와 마찬가지로 실전 형식으로 치르는 1대1 결투입니다. 경기 시간은 무제한. 기권 가능. 실전 형식이라서 '환상 형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고가 없도록 시합 회장에는 교사와 직원이 대기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판 재량으로 시합을 멈출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학생 여러분께 절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시합에 참가할 의지가 있다면 수첩 화면에 표시된 '예'버튼을. 그렇지 않다면 '아니요'버튼을 눌러주세요. 단, 한 번 '아니요'를 누르시면 추첨에서 빠지게 되어 '선발전'에 다시 참가할 수 없게 되니 주의하세요."
잇키는 망설임 없이 '예'버튼을 눌렀다.
"우하하아. 즉시 결정이라니 남자답네에. 소년♪"
"?"
갑자기 익살부리듯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그곳에는 벚꽃이 그려진 흰 천의 기모노에, 눈에 선명한 붉은 겉옷을 맞춰 입은 자그마한 여성이 서 있었다.
길이가 맞지 않아 헐렁헐렁한 기미노와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용모 때문에 매우 어리다는 인상을풍기는 여성이었으나 그녀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잇키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사이쿄 네네 선수...죠?"
"오옹? 내 이름을 아시나?"
"작년 올림픽 일본 대표 선수이자 KOK 톱 리그 선수인 '야차공주'를 모르는 사람은 이 학원에는 없어요."
'KOK'란 'King Of Knights'라는 블레이저끼리 벌이는 격투 경기를 말한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1년에 방송권료가 3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 경기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톱 리그에서 활약하며 동양 태평양권 최강이라고까지 칭해지는 현역 스타 선수를 모르는 학생 기사는 없다.
그리고 그녀는 꽤나 문란한 사생활로도 유명해서 곧잘 와이드 쇼에서 화제가 되곤 했다. 다만 그 점은 본인을 눈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어째서 현역 프로가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물론, 쿠로가네 잇키... 너를 만나러 왔어."
"저를?"
"그래, 그래. 뭐랄까 쿠... 아아, 신구지 말이야. 쿠가 돌봐주는 F랭크가 어떤 녀석인지 보러온 거지."
"하아... 그렇지만 분명 학원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일 텐데요."
"그것도 문제없어. 쿠가 시시한 교사들은 잘라대서 일손이 부족하다길래, 동기의 정으로 한가할 때 도와주러 오는거야. 면허도 제대로 갖고 있고."
"아아, 그런 건가요."
쿠로노가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 구 이사장파의 교원을 대량 해고한 사실은 잇키도 알고 있었기에 금방 납득이 갔다.
"그리고 그 덤으로, 군침 도는 어린 제비를 따먹기도 하고.... 앗, 이건 말하면 안 되는 건가. 지금 건 무효야."
"아, 안 들은 걸로 할게요."
"우하하. 눈치 빠른 남자는 좋아. 소년. 그리고 용맹한 남자도 말이지. 시니어(중학생)까지는 어떤 시합에서도 '환상 형태'가 의무로 규정되어 있어서, 요 막바지가 되어서 망설이는 아이들이 꽤 많다고."
실전이 되면 아무래도 유혈 사태가 뒤따른다.
이를테면 지금 잇키의 눈앞에 있는 사이쿄가 싸우는 'KOK' 리그전에서도, 팔이나 다리가 잘려 나가는 장면은 흔하다. 그런 부상은 iPS캡슐을 사용하면 10분 정도로 완치되기는 하지만. 인간의 팔이 잘리는 광경은 역시 충격적이다. 신입생들이 그 이미지를 본인에게 겹쳐 보고 겁먹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걸 전혀 망설임 없이 즉시 결정하다니 진짜 머쪄어."
"마도 기사가 되려고 결심한 때부터 잘 아는 사실이니까요."
"잘 알고 있어도 겁먹는 게 사람 마음이란 거야. 역시 쿠가 돌봐줄 만하네. ...게다가 자세히 보니 제법 귀여운 얼굴이고. ㅡㅡ저기, 소년."
순간, 아까 전까지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사이쿄와의 거리가 제로로 줄어들었다.
"엇."
어느새인가 품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놀라는 잇키.
그런 잇키의 가슴에 사이쿄는 간드러지게 몸을 기대며 눈을 치뜨고 유혹했다.
"어때. 오늘 밤 내 방에서 특별 수업을ㅡㅡ."
"너, 우리 학생에게 뭐하는 짓이야."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이쿄의 목덜미에 닿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미간을 씰룩거리는 정장 차림의 여성.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였다.
"우왓, 깜짝 놀랐어어. 그러지 마, 쿠. 갑자기 사람 뒤에 서는 거 말이야아. 나도 모르게 죽일 뻔했잖아."
"내가 너 따위에게 죽겠냐. 그보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어. 너에게는 제4훈련장 해설과 감독을 맡겼을 텐데?"
"아아. 응. 그렇지만 너무 째째한 시합을 하는 통에 한가해서 말이야아. 그래서 잠시 꽃밭에 다녀오는 길에 쿠가 아끼는 녀석을 체크하러 왔어."
"벼, 별로 아끼는 건 아니야!"
낮은 위치에 있는 사이쿄의 정수리를 탁 때리고 나서, 쿠로노는 조금 부끄러웠는지 그녀치고는 보고 드문 표정을 지으며 잇키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미안하군, 쿠로가네. 이상한 게 꼬여서 집중을 흐트러뜨렸구나."
"아, 아뇨. 조금 놀랐지만 괜찮습니다."
"지금 끌고 갈 테니까 이 녀석이 늘어놓은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마. 어서 담당 장소로 돌아가, 걸어 다니는 공연음란죄!"
"아아아앗, 알았어, 알았으니까 기모노 잡아당기지 마아. 비싸다고오 이거어어."
쿠로노에게 질질 끌려가는 사이쿄.
그대로 배웅해도 좋았겠지만, 잇키는 마지막으로 말을 걸었다.
"아까 한 말씀 말인데, 사양하겠습니다. 오늘 밤은 다 같이 모여 승리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니까요."
자신이 이기리라고 은근히 내비치며.
"우하하. 이미 예정이 잡혔다면 별수 없지이. 유감이야. 유감. 그렇다면 그만큼 시합에서 나를 즐겁게 해줘. 소년의 시합. 내 담당이니까 말이야."
사이쿄는 너무나 긴 소매에서 가느다란 검지를 척 내밀어 잇키를 가리키며 소리 없는 웃음을 떠올리고는, 달그락 달그락 외굽 나막신으로 경쾌한 발소리를 내며 쿠로노와 함께 떠나갔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아.'
그저 강하다는 사실만은 몸으로 느꼈다.
'...아까 어느새인가 몸을 기댔어.'
잇키가 그렇게까지 순순히 품을 내어준 경험은 없었다.
그것은 무언가 체술 중 하나이리라. 아마도 고무술계 보법의 일종. 어떤 원리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ㅡㅡ
"....이런, 안 돼. 지금은 눈앞의 시합에 집중해야지."
눈과 눈을 마주한 상대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간격을 줄이는 보법.
흥미 있는 기술이지만, 곧바로 쓸 수 있을 만한 것도 아니리라.
그렇다면 지금은 뒤로 미뤄둬야 한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기에.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잇키는 대기실로 들어섰다.
대기실은 사물함 몇 개와 긴 의자 그리고 벽에 붙은 큰 거울이 있을 뿐, 특별히 볼 것도 없는 살풍경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안쪽에는 기이한 압박감을 뿜는 작은 문이 있었다.
그 뒤로는 자신 치르게 될 공식 데뷔전 무대가 있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구나.'
칠성검왕. 학생 기사의 정점에 이르는 길. 그 첫걸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많은 일이 있었다.
집과 시간과 친구...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석 걸어왔기에 맞이한 오늘 이 순간.
이 문 너머로 키리하라와의 싸움이 자신을 기다린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인지, 그렇지 않으면ㅡㅡ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지.
그것을 시험받는 순간이ㅡㅡㅡ.
두 근 .
"어ㅡㅡ."
그때 갑자기, 너무나도 느닷없이, 심장이 뛰었다.
'뭐, 야..... 이거.'
시야가 어질어질 흔들렸다.
색채가 물에 젖은 물감처럼 흐릿해서 불쾌했다.
자신의 몸에 무슨 밀이 일어났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ㅡㅡ지독하게 갈증이 났다.
물, 물을 마셔야ㅡㅡ.
그렇게 생각하고 잇키는 가져온 페트병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손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페트병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구르는 뚜껑. 흐르는 물. 젖는 신발. 닦아야 해. 무엇으로? 아니, 그보다 목이ㅡㅡ.
『1학년 쿠로가네 잇키 선수. 2학년 키리하라 시즈야 선수. 시합 시간이 되었으니 입장하시기 바랍니다.』
"윽?!"
안내 방송이 잇키의 의식을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황급히 시계를 쳐다보니 시각은 이미 13시 30분. 일찍왔을 터인데ㅡ
'대체 여기서 몇 분이나 서 있었지.....'
"크........."
'......설마 긴장한 건가........?'
진정해라. 진정해라. 잇키는 심장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을 다스렸다.
동영상에서 본 상대의 호흡은 이미 파악했다.
적이 이용하는 사격의 힘도 각도도 이동 경향도 모두 분석해 왔다.
키리하라의 노블 아츠 '에어리어 인비저블'을 꺨 방법 또한 이미 찾아내었다.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해 그 순서대로 몸을 움직이는 비전은 완성되었다.
괜찮다. 예삿일을 예사롭게 하면 된다.
그리고 이기면 된다.
이기면 참고 견딘 지금까지의 고생이 보답 받을 테니까.
헛된 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ㅡㅡ!
그렇게 강하게 다짐하며 뛰기 시작한 고동을 억누르고, 잇키는 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
『그럼 제3시합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의 제4시합을 치르겠습니다만,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역시 이 시합은 주목도가 높은 것인가! 역시 계속해서 중계는 저 방송부 소속 츠쿠요미가, 해설은 사이쿄 네네 선생님이 담당하겠습니다!
자, 그럼 주목되는 선수를 소개합니다! 작년에 1학년이면서도 칠성검무제 출전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또한 그 1회전에서 우승 후보 중 하나라고까지 거론된 분쿄쿠 학원의 3학년을 워사이드 게임으로 격파한 전년도 수석 입학자! 결코 무리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 확실하게 이긴다. 그 자세로 지금까지 공식전·교류전 모두 '상처없는'퍼펙트 게임을 고수하는 모습에서 붙은 별명은 '사냥꾼'! 칠성검무제 대표 유력 후보 중 한 사람! 2학년 키리하라 선수!』
아나운서의 소개에 맞추어 링에 선 키리하라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관객선에서 새된 환성이 들렸다.
『과연 키리하라 선수. 그 준수한 용모는 여자들에게도 잘 먹힙니다!』
『나는 좀 더 와일드한 쪽이 취향이지마안.』
『사이쿄 선생님의 취향은 묻지 않았어요.』
『그러십니까.』
직무를 내던지고 도망쳤던 일에 꽁했는지, 츠쿠요미는 사이쿄를 홀대하며 대전 상대 소개로 넘어갔다.
『자, 그리고 이 '사냥꾼'을 상대하는 이는 놀갑게도 F랭크 기사! 그렇지만 무시할 수 없나니! 그는 평범한 F랭크가 아닙니다! 아마도 여기 계신 대부분의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놀랍게도 여기 쿠로가네 잇키 선수는 그 A랭크 기사 '홍련의 황녀'스텔라 버밀리온을 상대로 모의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그 동영상에서 보여준 강한 힘은 진짜인가! 그렇지 않으면 역시 그저 '위스트원'일뿐인가?! 베일에 싸인 힘이 지금 여기에서 밝혀집니다! 1학년 쿠로가네 잇키 선수!』
소개받자 잇키는 관객석에 가볍게 인사했다.
'사람 참 많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싸우기는 처음이었다.
어째서인지 매우 조마조마했다.
아까 전부터 마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과 몸에 거리감이 있었다.
의식에 하얀 안개 같은 것이 끼어 생각을 잘 짜낼 수가 없었다.
"설마 정말로 나올 줄은 몰랐어."
갑자기 어긋난 몸 상태에서 당황하는 잇키에게, 키리하라가 말을 걸었다.
"전에 내가 신경 써서 건 결투에서는 도망친 주제에 말이야."
".....그건 또 별개의 이야기야."
"그래?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이곳에 나온 이상.... 그에 걸맞는 각오는 하고 왔다고 받아들여도 되지?"
"이제 와 새삼말할 필요가 있나."
"좋아."
두 사람이 잠시 말을 나눈 뒤 개시선에 서자,
"이리 와줘. '음철'."
"자, 사냥의 시간이다. '오보로즈키'."
양쪽 모두 자신의 디바이스를 전개했다.
잇키는 오른손에 검은 강철의 흑도를, 키리하라는 초록 빛을 띤 활을 손에 들었다.
『그럼 오늘 제4시합을 시작합니다!』
지합의 공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키리하라의 모습이 링 위에서 사라졌다.
『오오, 갑자기 나왔습니다! '에어리어 인비저블'!! 이 기술을 쓰면 더 이상 육안으로 키리하라 선수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성가신 능력이구나아. 와이드 레인지 어택이 있어야 대처할 수 있잖아아.』
『예. 작년 칠성검무제 1회전에서 키리하라 선수와 싸웠던 분쿄쿠 학원 3학년생은 근거리에서 일격 필살이 특기인 타입이었습니다만, 광범위로 공격할 기술이 없는 탓에 일방적으로 패했습니다. 쿠로가네 선수가 광범위 공격 수단을 가지고 있느냐! 그것이 시합을 좌우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사냥꾼은 깊은 숲에 모습을 감추고 그늘에서 사냥감을 향해 활을 메긴다.
이제와서 그 모습을 잡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누구도 그 사격을 막을 수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나타난 마력의 화살은 잇키의 사각에서 등을 꿰뚫는다!
ㅡㅡ그럴 터였다.
"거기이!"
『쳐냈습니다아아아! 쿠로가네 선수, 보이지 않는 적이 쏜 사격을 칼로 쳐냈습니다!』
『아니, 그게 다가 아니야아. 보라고.』
사이쿄의 말대로 잇키는 그저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날아든 사격을 쳐낸 것만으로는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몸을 팽이처럼 돌려사 반 바퀴 돌고는, 곧바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쪽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이었다.
분명 키리하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ㅡㅡ화살은 별개였다.
'화살이 날아온 곳에서 사격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그것이 '에어리어 인비저블'의 약점이다!'
주의 깊게 화살이 나타난 순간을 확인하면서 위치를 찾아 낼 수 있다.
그 사격에서 상대의 방향을, 화살의 기세와 각도에서 거리를 역산한다.
그것이 잇키가 찾아낸 '인비저블 에어리어'의 공략법이었다.
"으샤!"
잇키는 그곳에 있을 적을 노려서 '음철'의 날을 휘둘렀다.
그러나 칼은 허공을 가르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잘린 교복 자락이 튁 날아 내려왔다.
"후우. 위험해, 위험해. 모습을 감춘 데다 사각에서 한 공격을 단번에 쳐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쪽 위치까지 파악해내다니 대단한 집중력이야. 그런 걸 심안이라고 하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야."
'에어리어 인비저블'의 효력에 의해, 거리도 방향도 뒤죽박죽이 된 목소리에 잇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진중한 언동과는 반대로, 잇키는 확실한 반응을 느꼈다.
'이걸로 됐어!'
시합 전, 갑자기 컨센트레이션이 흩어진 것은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생각했던 '에어리어 인비지블'의 공략법은 훌륭하게 적중했다.
다음은 반드시 붙잡을 수 있다. 그 기개를 품고 잇키는 집중을 높여 두 번째 사격에 대비했다.
"오오오오. 눈이 무서워. 도저히 예전에 같은 시간을 보낸 급우에게 향할 시선이 아니야."
"당연하지. 지금은 시합 중이니까."
"흠. 그 말은 즉, 쿠로가네는 나를 이길 셈이라는 뜻이야?"
".......그럴 생각으로 여기에 온 거야"
".......후후. 후하하! 과연 그 말대로야. ...유급 했으니 조금은 분수를 알게 되었을 줄 알았는데, 역시 바보에게는 약도 없는 모양이구나. 전혀 변하지 않았어. 그 시절 네 모습 그대로야. 정말로, ㅡㅡ정말로 불유쾌해."
키리하라의 목소리에 살기가 깃들었다.
아마도 두 번째 활을 겨눌 때가 되었다고 잇키는 예측했다.
어느 각도에서 오는 사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집중력을 높이고 그 감각의 망을 펼쳤다.
"불유쾌하면 그 손에 든 활에 살의를 메겨 쏘도록 해. 나는 그걸 모조리 쳐내겠어."
도발로 공격을 유도하면서, 잇키는 자신의 집중력을 높였다.
다음번에는 화살을 감지한 순간에 '일도수라'를 써서 도망칠 틈도 주지 않으리라.
이 승부는 여기에서 결판낸다!
"후후.... 기합이 들어간 얼굴이구나. 분명 쿠로가네의 검 실력은 굉장해.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야.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잔재주가 통하는 건 무능력자인 쓰레기들의 세계뿐. 선택된 신인류인 블레이저의 싸움에서는 '능력'이야말로 모든 것이지! 쓰레기에 털이 난 정도인 F랭크가, 내 '에어리어 인비저블'을 깰 수 있을까?"
"해봐야 알지."
"아아, 그렇고 말고. 그러니 지금부터ㅡㅡ 해보는 거야."
순간, 잇키의 오른쪽 넓적다리에 바람구멍이 뚫려 피가 뿜어져 나왔다.
"ㅡㅡ허?"
그것은 정말로 갑작스러웠다.
난데없이 오른쪽 넓적다리에 인두로 지지는 듯 아픔이 퍼져 잇키의 뇌를 찔렀다.
"으, 아아아!"
예상치 못한 격통에 괴로운 비명을 흘리는 잇키. 그러나 고통보다 놀라움이 앞섰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잇키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온갖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자신이 상처를 입는 사태가 벌어졌을까. 혼란스러운 의식의 고삐를 어떻게 해서든 놓치지 않도록 꽉 붙들고, 잇키는 갑자기 바람구멍이 난 넒적다리를 내려다보았다.
"!"
그곳에는 공중에 부자연스럽게 멈춘 핏방울이 떠 있었다.
투명한 무언가에 달라붙은 듯이.
손을 뻗어 움켜쥐어보니 감촉이 느껴졌다. 가늘고 긴, 질량을 지닌 마력의 감촉이.
"설, 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잇키에게 있어서 최악의 사태.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었다.
"네 생각대로야. 올해의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내가 쏜 화살도 스텔스화 할 수 있어. 알겠어? 즉 내 공격은 이제 맞고 나서야 알 수 있다고!"
◆
"이건 큰일이네."
관객석에서 시합을 보던 아리스인이 미간을 좁혔다.
"응... 오라버니는 날아오는 화살을 표적으로 키리하라의 공략법을 짰어. 그렇지만... 지금, 그게 근본부터 무너졌어. 날아오는 화살마저 감지할 수 없어서야, 반격은 커녕 방어도 회피도 할 수 없어..."
"과연 작년 칠성검무제 대표구나. 공격과 수비 모두 전혀 빈틈이 없어. 터무니없는 능력이야."
"아니야!"
아리스인의 말에 갑자기 스텔라가 강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스텔라?"
"분명 '인비저블 에어리어'가 이런 반칙 수준의 기술이 된 건 놀라워. 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 이상으로, ...처음부터 잇키의 상태가 이상해!"
"오라버니의 상태가 이상하다고요?"
"그래! 왜냐하면, 어째서 시작하자마자 즉시 공격을 걸지 않은 거야! 적이 사라지는 걸 알고 있었잖아! 그럼 반드시 개시선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합 개시 순간에 승패를 거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잖아!"
그 말을 듣고 시즈쿠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당신, 얼마 전 테러리스트 사건에서 아무것도 안 배웠어요? 블레이저 상대로 섣불리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잖아요. 일단 적의 호흡을 읽고, 버릇을 훔치는 것이 오라버니의 검이에요. 당신도 당했잖아요."
그러나 스텔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달라.... 분명 잇키는 적을 관찰하고, 순서를 거쳐 확실히 승기를 잡는 기사. 그렇지만... 이번 적은 모습을 감추잖아?! 보이지 않는 적에게서 올 공격을 항상 대비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만큼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
"!"
그 말을 듣고 시즈쿠도 깨달았다.
어디에서 화살촉을 겨누고 있는지도 모르는 긴장.
그것이 언제 날아올지 계속 대비해야만 하는 부담감.
그 소모는 예사롭지 않다.
그렇디, 이 싸움에서 장기전은 하책 중의 하책. 오히려 상대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개막 속공이, 얼핏 보기에는 성급하지만 사실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그런데 어째서...."
시작하자마자 공격을 걸지 않았던 것인가, 하고 이를 가는 스텔레에게 아리스인이 답했다.
"하지 않은 게 아니야. 할 수 없었던 거지."
"그럴 리 없어! 잇키는 그렇게 당연한 판단을 못 내리는 기사가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당연한 판단조차 못 할 만큼, 잇키는 흥분한 거야."
"말도 안 돼....! 그치만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라고 말하려다가 스텔라의 말문이 막혔다.
정말로 그랬던 것일까?
ㅡㅡ『반드시 이길 거야.』
지금 떠올려보면 어제 잇키의 태도는 조금 이상했다.
잇키는 싸우기 전에 '반드시' 같은 강한 단어를 쓰는 타입이었던가?
적어도 자신과의 결투 때는 달랐다
『그치만 뭐, 승부는 해봐야 아는 거니까.』
승리를 노리면서도 승부의 위태로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혹시 그렇다면 그 말은.... 아무리 해도 떠올리고 마는 자신의 패배에서, 그 부담감에서,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려고 꺼낸 말은 아니었을까?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지만 눈치 못 챘다고 자책하지 마. 스텔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왜냐하면 본인조차 자각이 없으니까."
"본인도?"
"응. 잇키는 상처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자기 자신의 마음이 외치는 비명이 들리지 않아. 그렇지만 그가 이 '공식전'이라는 무대에 다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을 거듭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평소대로 행동하는 모습이야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해."
"!"
잇키가 거듭해온 고난. 그것을 떠올리고 스텔라는 부정할 말을 잃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응원받지 못하고, 그저 불합리함에 계속 부정 받은 그의 1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계속 견뎌온 이유는 곧 다가올 기회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기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시험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겪었던 괴로움의 나날이 모두 헛수고였다고 낙인찍히게 된다.
그런 맨 첫 시합에서, 상대는 하필이면 잇키에게 있어서 천적이라고 해도 좋으 능력자ㅡㅡ.
'이런 상황에서 긴장 안 할 리 없어...'
이중 삼중으로 겹치는 부담감.
평소 상태를 유지할 리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참고 있을 게 뻔했다.
'어째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 나는 잇키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는데...'
아무리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리스인이 우려한 대로 잇키의 축적된 스트레스는 최악의 타이밍에 폭발했다.
"어쨌거나……. 화살이라는 길잡이가 사라진 지금. 깊은 숲 속에 숨은 '사냥꾼' 에게는 잇키의 이빨이 닿지 않아. 둘다 각오해둬.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더 이상 시합 같은 게 아니야. 그저 일방적인……… 사냥이야.
『……지독해………….』
시합이 시작된 지 10 분. 중계를 맡은 츠쿠요미의 목소리가 꽉 막혔다.
그녀가 바라보는 링 위에는 양 손발이 피로 젖은 잇키가 검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서 있었다.
키리하라의 화살이 스텔스화된 이후부터 줄곧, 공격 수단을 잃은 잇키는 상대으이 뜻대로 당할 뿐이었다. 그래도 승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는 화실이 박힌 부위가 모두 손과 발 같은 부분이고 치명상이 될 만한 부위에는 한 발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비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 광경을 본 모든 사람이 확신했다,
'사냥꾼' 은 사냥감을 농략하고 있을 뿐이라고.
"사이쿄 선생님!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해요! 부탁드릴 테니 시합을 중지시켜주세요! …… 이제 잔인해서 두고 볼 수 없어요!"
너무나 일방적인 시합에 츠쿠요미는 마이크를 한 번 끄고 옆에 앉은 사이쿄에게 부탁했다.
"…………."
그러나 사이쿄는 츠쿠요미의 진언에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아까 전까지 보이던 태연한 태도를 가라앉이고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링을 바라보았다.
"……윽."
츠쿠요미는 어쩔 수 없이 중계를 이어갔다.
『……키라하라 선수의 첫 발을 훌륭히 쳐내고 가능성을 보였던 쿠로가네 선수입니다만, 두 발째부터 쏘는 '보이지 않는 화살'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해 시합은 일방적인 전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쿠로가네 선수, 아직 항복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대안이 있는 걸까요…….』
'없는데…….'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잇키는 쓰게 웃었다.
대안 따위 없었다. 잇키가 세웠던 '에이리어 인비저블' 대책은 두 번째 공격에 뒤집혔다.
'어리석었어…….'
생각해보면 올해의 키리하라와 작년의 키리하라가 다른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스텔스의 효력이 가장 약한 개막의 순간에 승부를 걸어야 마땅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이제 와 새삼 깨닫고, 잇키는 자신이 줄곧 깆장해서 냉정함을 잃었다는 점을 마침내 깨달았다.
'……전에 아리스가 말했던 그래도 되어버렸구나.'
생각해보면 오늘 아침 꾼 꿈은 그가 말하던 마음의 비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잇키는 깨닫지 못했다.
허세 부리는 일이 너무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그려과가 이 모양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니, 그거야말로 이제 와 새삼스럽구나.'
그럼 이제 어쩌면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보이지 않는 사냥꾼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까?
"후후후. 이 상황에 이르러서까지 아직도 기권하지 않을 줄이야……. 기막힘을 넘어서 감탄하겠어."
"……이 정도로 깨끗이 물러설 거라면…… 유급 따위 안 했어."
"확실히. 확실해 그 말대로야. 좋아, 그런 너에게 경의로 표해 불리한 조건을 달도록 하지. 앞으로 다음에 꿰뚫을 부위를 알려줄게. 힘내서 피해보도록 해. 그럼, 간다. 일단은 왼쪽 넓적다리."
"억!"
"왜 그래, 반응이 느려. 자, 오른쪽 어깨!"
"윽…………!"
"이것 봐, 피해보라고! 다음은 오른쪽 귀야!"
"우악!"
"움직임이 느리다고, 쿠로가네! 할 마음이 없는 건가아? 좀더 기합을 넣고서 도망치라고! 자, 왼쪽 어깨! 오른쪽 넓적다리, 오른 손바닥, 장딴지, 오른쪽 무릎, 소장, 위! 간장!! 신장!! 대장!! 십이지장!! 죽겠다, 죽겠어! 이제 적당히 피해야 살 수 있다고, 너!!"
"우,아아아아아아악!"
기어이 내장이 채워진 몸통을 노리기 시작한 키리하라의 화살에 잇키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후후후, 아하하하하! 정말로 추하고 더럽구나! 형편없는 얼굴이야, 쿠로가네. 자자, 웃는 얼굴로 힘내라. 밓내. 너에게는 힘낼 만한 이유가 있잖아. 그렇지? 왜냐하면 이 시합, 쿠로가네에게는 졸업이 걸려 있으니까."
"…………어?"
"이, 이봐, 졸업이라니 어찌 된 일이야?"
"선발전은 안 나가도 성적에는 영향 없다고 했지?"
"잠깐만! 나, 영향 없다고 해서 기권했는데……."
"아아, 다들 미안 미안. 조금 착각하게 만든 모양이구나. 안심해. 졸업이 걸린 사람은 쿠로가네뿐이야. 여기에 있는 F 랭크 기사 쿠로가네 잇키는 능력이 너무 낮아서 평범하게는 졸업할 가망이 없어 그래서 새 이사장이 조건을 내건 모양이야. '칠성검무제에서 우승해 칠성검왕이 되면 졸업시켜주겠다' 라고 말이야."
순간ㅡ훈련장의 웅성거림이 딱 멈추고.
""""……푸, 아하하하핫하하핫핳하하하핫하하하하핫하하핫하하핫!!!!""""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관중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치, 칠성검와잉 되면 졸업?! 이봐 그게 진짜야!"
"F 랭크에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새 이사장도 농담이 심해!"
"그래서, 거기 바보는 그런 말을 받아드렸다는 건가?!"
"쿠쿠쿡, 그 정도도 분수를 모르니 불쌍하구만!"
"첫 싸움에서 이렇게나 꼼짝달싹 못 하고 너덜너덜해진 녀석이, 칠성검왕이 될 수 있을 리 없잖아! 갸하하하하핫!"
조소가 제4훈련장을 가득 매웠다.
칠성검왕은 일본에 있는 모든 학생 기사의 정점.
역대 칠성검왕도 B랭크가 대부분이고, 남은 자리는 C와 극소수의 A랭크 기사이다.
F랭크 같은, 평균 이하로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열등생이 닿을 만한 꼭대가가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스겟소리일뿐이다.
그러나 회장에 울려 퍼지는 조소에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잇키의 클래스메이트들이었다.
"그렇지 않아! 쿠로가네 선배는 정말로 굉장해!"
"그래! 우리는 봤어! 쿠로가네 선배가 맨손으로 디바이스를 가진 다섯 명을 쓰러뜨리던 광경을."
"무엇보다 쿠로가네는 A랭크 기사인 버밀리온 양을 이겼잖아. 역대 칠성검왕조차 A랭크는 드물어. 그걸 이겼으니 실력은 있다고!"
"바아보. 모르는 거야?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서도 짜고 쳤다고 결론 났어."
"바보는 너야. 일국의 공주님이 어째서 엉터리 시합 따위에 가담하겠냐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돼. 그런 건."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저F 랭크, 실은 쿠로가네 본가의 자식이야. 새계에서도 손꼽히는 마도 기사 가문이자, 자산가이기도 한 그 쿠로가네 말아야."
"맞아, 맞아. 그 쿠로가네 본가가 자식에세 관록을 붙여 주려고, 가난한 나라인 버밀리온 황국에 돈을 건네고 엉터리 시합을 꾸몄다는 이야기아. 소문의 천재 기사에게 이기다니 화제성 끝내주잖아."
"무슨,……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말하면, 애당초 F 랭크가 A랭크에게 이겼다는 게 말도 안 되지. 어때서 저 녀석 편을 드는지 모르겠지만, 너희야말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편이 좋지 않겠어?"
다그치는 부정의 말에 잇키를 응원하러 왔던 클래스매이트들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그리고 회장은 결국 욕설로 가득 차버렸다.
"집안의 위광을 등에 없었을 뿐인 쓰레기가 칠성검왕이라고? 웃기지 마, 멍청아!"
"기사 축에도 끼지 못할 쓰레기야!"
"F 랭크 주제에 용쓰지 말라고 이 사기꾼 놈아!"
쿠로가네 본가가 자신들의 자식에세 관록을 붙여주기 외해 엉터리 결투를 꾸몄다.
그런 소리는 아무 근거 없는 거짓말이었다.
익명 게시판이라는 무책임한 추론이 횡횅하는 공간에서 풀어놓은, 누군가의 공상이었다.
잇킬르 계속 괴롭혀온 쿠로가네 본가가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없을 뿐더러 하나의 국가인 버밀리온 황국이 고작 일개 기사 가문에 매수되다니 황당무계에도 정도가 있다.
그러나 그 진실과는 정반대로 동떨어진 공상은 이 자리에서 진실이 되었다.
어째서냐 하면 그 공상이 그들에게는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학생 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는 E랭크와 D랭크이다.
그들은 항상 우러러보는 자.
높은 곳에 존재하는 '천재'라고 형용되는 인종을 우러러보며 부러워하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F랭크라는 존자는 몇 안 되는 멸시하는 자.
자신보다 아래가 존재한다는 안심감을 얻기 위한 존재이다.
그렇게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가, 하등해야만 하는 존재가, 자신들이 천재라고 부르며 신성시하는 사람들을 능가하는 일 따위 있어서는 안 된다,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포기하던 A랭크를 상대로 이기다니 기꺼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형편에 맞는 공상을 진실로 받아들아고, 그 공상으로 진실을 덮어버리려고 욕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을 들어며 잇키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분하다…………."
잇키는 그다지 타인의 평가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듣든지 상관 없었다.
그렇지만…… 스텔라까지 모독하는 것은 괴롭다.
무엇보다 그런 소리를 듣게 한 자신의 한심함에 치가 떨려 몸둘 바를 몰랐다.
"이거 참 말을 심하게 하는구나.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을 꾸까 반감을 사는 거야."
키리하라는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잇키를 용서 없이 몰아 새웠다.
"이제 적당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어때. '신체 강화' 같은 좀스러운 능력을 가진 피라미가 애써봤자 내 '에어리어 인비저블' 에는 꼼짝달싹 못 해. 이것이 현실이야.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격'이 정해져. 노력 따위 재능 앞에서는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지. 피라미가 아무리 멋을 부려봐도 눈꼴사나울 뿐이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키리하라의 말대로야!"
"너 꼴사나웃 잣도 적당히 해! 이래서야 마치 스즈야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
"꺼져, 부모 위광 등에 업은 놈!"
"열등생 주제에 뻔뻔하긴, 얼간이! 언제까지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거야!"
키라하라의 선동에 관중이 호응ㅇ하자, 목소리는 무게를 실어 잇키의 몸을 내리쳤다.
삐거덕거리는 몸에 퍼지는 아픔을 통해 잇키는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꼴사납나.'
분명 그 말대로인지도 모른다.
현재 자신은 '에이리어 인비저블' 에 대항할 아무런 효과적인 공략법이 없다.
소리도, 기척도, 냄새도, 모습조차도 모든 것을 적의 감지에서 감추는 완전 스텔스.
뒤늦게야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상대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짐작이 가지를 않는다.
아마 지금은 오기를 부리고 있을 뿐이다.
한계까지 오기를 부리다 져도 여기에서 항복해도 패배는 패배
선발전에 새겨진 1페라는 실책의 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괴로움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 그렇게 잇키의 마음이 약한 방향으로 기울었던 순간,
"닥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윽?!""""
외침이 쓰나미 같은 욕설을 둘로 갈라내었다
외침이 들려온 방향으로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스텔라.'
분노로 붉은 눈동자를 태우며 화염의 불빛을 흩날리는 '홍련의 황녀' 으 모습이 있었다.
"스텔라………."
자신의 갑작스러운 해옹에 시즈쿠와 아리스인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날게 뭐냐. 스텔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분노로 불타는 눈동자로 관객석을 째려보고는 불을 토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F랭크가 A 랭크를 이길 수 없다고? 그런 거 너희가 재멋대로 정해놓은 등급 매김일 뿐이잖아! 우리 천재에게는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다. 그렇게 멋대로 틀에 박아 넣고, 자기 자신의 포기를 정당화할 뿐이지!그렇게 너희가 포기하는 건 자유아. 그렇지마 너희가 포기했다고 잇키의 강인함을 부정하지 마!!"
그것만은 용서하지 않는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잇키는 여기에 있는 구 누구보다도 뒤떨어지는데도, 그 포기를 계속해서 부정해왔으니까!
모든 사람으로부터 비웃을 사고 너는 무가치하다며 조롱받아도, 재능은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자신이라면 뛰어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자신이라면 뛰어넘을 수 있다고, 그렇게 잇키는 자신의 가치를 계속 맏었다.
그리고 그 얼토당토않는 길을 걸어온 끝네 그는 얻었던 것이다.
어떤 재능에도 지지 않는 최강의 1분을.
그날 본 잇키의 빛나는 혼은 지금가지도 스탤라의 눈꺼풀에 새겨져 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을 강하다고 느껴본 순간은 없엇다. 그 만큼 다른 사람을 동경한 순간도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긍지 높은 일인지, 스텔라는 이해하니까-.
"재능 따위 그 사람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야, 너희가 그런 사소한 걸 물고 늘어지느 한 잇키의 강인함을 할 턱이 없어! 이해할 리 없어! 그러니까 그런 다 안다는 투로-내가 정말 좋아하는 기사를 바고 취급하지 마아아!!"
"스텔라…………."
뿜어낸 감정 그대로 내던진 말에, 잇키가 튕기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 잇키의 표정에 스텔라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뭘, 한심한 표정 짓는 거야……."
그 표정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이 나약했다.
무리도 아니다.
잇키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라고 해도 좋을 나이였다.
아무리 허세 부려봤자,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어봤자-.
마음까지 강철로 되어 있을 리 없었다.
욕설을 들으면 상처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 아픔은 이 길을 계속 걷는 한 잇키를 항상 들쑤실 것이다.
이곳에서 져서 꺽이는 편이 쿠로가네 잇키라는 인간을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그렇지만…………!
"잇키가 말했잖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나, 그런 잇키와 함깨라면 어디까지고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잇을 거라 생각했어! 그러니까 그런 녀석들이 멋대로 지껄은 소리를 들은 정도로, 그렇게, 포기한 표정 짓지 말라고! 나는 그런 약한 남자에게 지지 않았어! 내가,……윽. 내가 동경한 사람은,……내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언제나 높은 경지를 향하며 자기 자신을 계속 자랑스럽게 여기는 쿠로가네 잇키라는 이름의 기사니까!! -그러니까
내 앞에서는 계속 멋진 네 모습 그대로 있으라고, 이 바보오오오오오!!!!!."
그래도 잇카와 함께 바라보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스텔라는 마음을 모두 담아 외쳤다.
쿠로가테 잇키라는 남자의 가치를 믿는 인간은 이제 잇키 한 사람만이 아니라고.
그 순간-
잇키가 자기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강하게 때렸다.
""""엇?!?!""""
난데 없는 기행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움의 목소리를 냈다.
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 의문 어린 시선 속에서 잇키는-.
"고마워, 스텔라. ……기운이 솟았어."
천천히, 그러나 힘차게 일어섰다.
잇키가 일어서서 자신을 질타해준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스텔라가 지닌 홍련의 눈동자에서는 방울방울 빛으 물방울이 흘려내렸다.
그것이 누구를 위해 흐르는 것인지, 누구의 마음을 애도하며 흘리는 것인지.
그 사실을 모를 정도로 잇키는 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스텔라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싸우라고.
잇키가 걷는 길의 고난도 그 험난함도 스텔라는 전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싸우라고. 그렇게 바라주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료마 할아버지 말고도 있을 줄이야…….'
…… 이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견뎌온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서웠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분명 마도 기사가 된다는 목표와는 멀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 목표를 향해 걸어온 나날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내 삶의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여자아이와 만났으니까!'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잇키 자신의 마음과 몸이 깨끗해졌다.
몸은 상처 입고 피를 흘려 이미 폐품 직전이지만…… 생각대로 움직인다.
잇키의 컨디션은 이제 와선야 간산히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렇다면-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너무 이르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쿠로가네 잇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하자, 마지막가지 쓰러진 각오로.
걸령 아무리 심하게 당해도 전력으로 덤벼든 끝에 진다면 상터가 아물고서 다시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지고 나서 찍히는 '도망 낙인' 은 평생 남을 기사의 수치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잇키는 우렁차게 외치며 스스로 기운을 북돋았다.
몸 안이 근육에서, 피에서, 세포 하나하나에서, 마력을 긁어모아 일순 동안 모두 태운다.
솟아오르는 푸른 불꽃.
쿠로가네 잇키가 가진, 단 한번만 쓸 수 있다는 노블 아츠 '일도수라'의 빛.
이 승부를 여기서 마무리한다는 결의를 담아 잇키는 선언했다.
"내 최약으로 네 최강을 붙잡겠다.-승부다. 키리하라!"
『오오오오! 여기서 이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던 쿠로가네 선수가 크게 공새를 취했습니다! 그 A 랭크 기사 스텔라 버밀리온을 격파한 쿠로가네 선수의 노블 아츠! '일도수라' 입니다!! 하루에 한 번만 쓸수 있다는 큰 기술! 그것을 여기에서 꺼내 들었다는 사실은, 설마 '에어리어 인비저블'을 깰 방법을 떠올린 것일까요!?』
키라하라 일변도의 흐름이 급변했다는 사실에 아나운서의 톤이 튀어 올랐다.
츠쿠요미도 '사냥꾼' 의 처참한 사냥에 질렸던 것이다.
이 흐름을 바꾸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잇키를 향해 마은 속으로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유감스럽게도 그녀가 바라는 것처럼 '에어리어 인지버블'을 깰 방법 따위, 잇키에게는 없었다.
그것은 할 수 없다.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아마 대인 최강의 노블 아츠.
애당초 '낙제 기사' 정도의 힘으로 깰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것은 키리하라도 잘 알고 있었다.
"붙잡겠다? 너 같은 '워스트원' 이 나 '사냥꾼' 키라하라 시즈야를 말이야? 그런 일은 불가능해. 할 수도 없는 일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그렇다. 그 말대로다.
할수 없는 일을 하려고 든다. 그것부터가 잘못이다. 그런 짓을 하니까 일이 꼬인다.
쿠로가네 잇키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부터 단 하나. 겨우 하나뿐이었다.
"쓸데없는 발버둥은 이제 충분하잖아. 나도 이제 네 진흙 냄새 풍기는 발버둥을 보고 있기도 질렸어. 슬슬 막을 내리도록 하자.……아, 그러고 보니 노리는 곳은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었지, 그렇군………… 다음은.'
키라하라의 목소리에 명백한 살기가 깃들었다.
지금 활을 겨냥하는 부의는 아마도 이 승부를 결정짓는 필살의 일격-
"-정수리야. 살고 싶으면 피해보라고, 열등새앵!"
목숨마저 빼앗을지도 모르는 화잘 한 발은 곧바로 잇키를 향해 달려드었다.
그러나-그런 것은 지금 아무래도 좋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보이는 것을 보아라. 들리는 것을 들어라.
'떠올려-.'
화살에 상처 입은 순서를, 방향을-.
'-떠올려-.'
그 아픔의 깊이를. 각도를.---.
'-----떠올려------.'
그때 한 키리하라의 말을, 음성을-----.
그 안에 이 시합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검기의 형태에서 검술의 역사를 풀어내듯이, 순서와 방향에서 적의 수순을 이끌어내라.
칼솜씨에서 유카의 마음가짐을 습득하듯이, 부상의 각도와 깊이에서 서 있던 위치를 역산하라.
호읍에서 창제의 이념을 훔쳐내듯이, 말과 음성에서 사고 회로를 폭로하라.
그리고 그 모든 것과 사전에 구멍이 뚫릴 만틈 연구한 경한, 성격, 기술, 취향, 여러 가지 정보를 밑바닥부터 종합하고 해석해고 이해해서- 키리하라 시즈야라는 인간 그 자체를 장악하라!
못 할 리 없다. 어렵지도 않다.
쿠로가네 잇키는 줄곧 훨씬 오래 전부터-그렇게 싸워왔으니까!
"윽……!"
순간-'오보로즈키' 에서 쏘아진 화살이 잇키에게 박혔다.
박힌 위치는…… 정수리가 아니라 심장.
그렇다. 키라하라는 '사냥꾼' 이라고 불리는 냉정함과 냉철하으로 마지막 일격에 덫을 놓았다.
이미 상대는 다 죽은 몸이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혹시라고 불리할 일이 없도록.
머리를 노린다고 말해놓고 심장을 노려서 화살을 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데다 속임수까지. 이미 피할 수 있는 요소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사냥꾼' 의 노림수대로 보이지 않는 살의는 잇키의 심장을 꿰뚫어-.
"…………허?"
그 얼빠진 목소리는 키리하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앞의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사고가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당연하다. 결고 피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필살의 일격이-.
가슴을 꿰뚫기 직전에 잇키의 오른손에 잡혀 그 움직임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어, 어째서…………."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가.
이해를 뛰어넘은 현실에, 아연해진 '사냥꾼' 을 향해.
"……역시 그렇구나. 키리하라라면 여기서 반드시 왜곡할 거라고 생각했어."
피에 젖은 기사가 불쑥 중얼겨렸다.
"무슨………… 소리를…………, -으윽?!"
순간 키리하라는 자신의 등줄기를 타고 지네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은 감각에 전율했다.
잇키의 두 눈동자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감지할 수 없을 터인 자기 자신의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 마…………."
지금가지 맛본 적 없는 초조함에 몸속에서 식은땀이 뿜어져 나왔다.
등줄기를 기어오른 오한에 사지가 덜덜 떨렸다.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 아아, 붙잡았다. 그리고 더 이상 너를 놓치지 않아."
피에 젖은 기사가 옅게 웃었다.
『이이이, 이럴 수가아아아! 쿠로가네 선수, 보이지 않는 화살을 잡았습니다! 이건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중계석에 있는 제 눈에도, 아직 키리하라 선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완전 스텔스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렇지만 중계석엣는 경기 전체를 파악하기 위한 감시 카메라 영상이 나옵니다. 그 카레라 너머로 보이는 광경으로는 명확이 쿠로가네 선수가 날아오는 화살에 반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마 정말로 키리하라 순수의 모습이 보이는 걸까요?!』
『아하, 우하하하! 진짜임까! 정말 해닜구나, 저 녀석!』
갑자기 해설을 맡은 사이쿄가 손뼉을 치며 웃는 소리가 회장에 울려 퍼졌다.
『사이쿄 선생님? 뭔가 알고 계신가요?』
『쿡쿡쿡……! 응, 알고 있어, 보는 그대로야. 이미 '에어리어 인비저블' 은 쓸모없어.』
사이쿄의 그 말을 듣고 키리하라가 반사적으로 덤벼들었다.
"허, 헛소리 집어치워! 내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무적이야! 이런 F 랭크 쓰레기에게 간파당할 리 없어!"
『아하핫, 응 그렇구나. 그야 나도 그러게 생각해. 키리양의 '에어리어 인비저블'은 대인 최강의 노블 아츠야. 그건 자신감 가져도 돼. 왜냐하면 간파된 것은-'사냥꾼' 본인 쪽이니 말이야.』
"대체 당신 무슨 소리를-.
『이것 참 의외로 둔탱이구나, 키리양, 공주님과 쿠로꼬마의 싸움은 봤지? 그때 쿠로꼬마는 공주님의 '임페리얼 아츠' 를 보고 훔쳤어.그렇지만 검술을 훔친다는 건, 그저 형태를 흉내 내면 되는 게 아니야. 형태나 칼솜시에서 쌓아 올린 역사를 풀어내고, 거기에서 이르는 사상을 퍼내고, 근간에 자리 잡은 '이치'를 까발린다. 그것이 검술을 훔친다는 거야. …… 그리고 지금 쿠로꼬마는 완전히 그것과 똑같은 일을 했어. 싸우면서 키리하라 시즈야라는 인간을 훔쳤지. 그렇지 코로꼬마?』
인간을 대상으로 '블레이드 스틸'을 사용했다.
그 황당무계한 사이쿄의 말을-
"네, 뭐 그런 참이에요."
잇키는 끄덕임으로써 긍정했다.
"바, 바보 같은……! 그런 짓, 할 수 있으리리가 없어……! 애당초 너에게는 내 모습도 안 보일 텐데……!
"딱히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지금 키리하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아. 키리하라는 발자국을 가득 남기는걸."
"발, 자국……?"
"내게 입힌 상쳐야. 상처를 입은 순서는 네 수순을 각도는 네 방향을, 그리고 위력은 너와의 거리를 알려주지.이 발자국을 더듬으면 '사냥꾼' 이 지금 있는 위치를 알아내기는 쉬워. 거기까지 알면 이미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야. 모든 행동의 근간을 다스리는 '이치' 가 있어. 가치관이라고 해도 좋아. 그것을 그 사람의 행동과 취향. 말의 구석구석에서 더듬고 이해하면 그 사람의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지,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면 어떤 수를 강구할지, 가는지 오는지, 공격할지 수비할지- 온갖 행동 전부를 손에 잡힐 듯 알게 돼. 그래, 예를 들면 지금 이 순간, 키리하라가 세 발짝 뒤로 물러섰다는 걸 아는 것처럼.'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시원스럽게 딱 잘라 말하는 잇키의 모습에 키리하라는 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끼고, 소리 없느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잇키가 한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간파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치'란 그때그때의 생각이 아니다.
그 인가느이 사고 회로, 그 맡바탕에 뿌리내린 '아이덴티티'(절대 가치관) 이다.
그것은 하루아침 하룻밤에 바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아무리 의표를 찌를 셈일지라도, 결국 그 '의표를 찌르자'고 하는 그 사고 자체가 '아이댄티티' 에서 생겨난 이상, 잇키의 감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재의 '아이덴티티' 를 훔쳐냄으로써 사고나 감정의 모든 것을 차단한다.
이름 붙인다면 '퍼팩트 비젼(완전 장악)'.
그 힘을 앞에 두고 키리하라는 간신히 이해했다.
코로가네 잇키라는 가시의 진정한 무서음은 검술도 하물며 1분 사이의 부스트 따위도 아니었다.
보는 것의 모든 본질을 폭로하는, 조마경 같은 통찰안이라고.
그 조마경은 지금 보이지 않는 '사냥꾼' 까지 붙잡았다.
따라서-
"네 그릇은 파악했어. 이 승부는 내 승리야!!"
똑바로 도망칠 곳을 잃은 사냥꾼에게 이빨을 박아 넣기 위해서!
"오,오지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에 대해 '사냥꾼' 은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다. '오보로즈키'가 삐걱삐걱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하게 활시위를 당기고,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담은 화살 할 발으 상공을 향해 쏘았다.
순간, 쏘아진 화실은 공중에서 터져서 백 개를 훌쩍 넘기는 보이지 않는 빛의 화살촉으로 변해 소나기처럼 잇키를 노리며 쏟아졌다.
전장이 석재가 파이고, 깨지고, 튀어 올라가서는 다시 깨졌다. 쏟아지는 파괴의 비에 법칙성 따위는 없다.
노블 아츠 '밀리언 레인 (취우열광섬)'
백 개의 화살촉에 의한 무차별 범위 공격
생각을 읽는다면 생각 말고 융단폭격을 하면 딘다.
그것이 키리하라가 이끌어낸 결론, 그것은 올바르다 올바를 터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안 맞는 거지?!"
잇키는 밀려드는 투명한 화살촉을 차례차례 쳐내며 잠시도 멈추지 않고 파괴의 소나기 사이를 달려갔다. 튀어 오르는 모래 먼지를 돌파했다. 당연했다 잇키에게는-정말로 모든 것이 보였다.
"소용없어. 아무리 마음을 비우려 해도 '쓰려뜨리고 싶다'.'죽이고 싶다' 고 그 겁먹은 마음이 외치는 살의 유혹은 억누를 수 없어, 그러니까 아무리 무의식적으로 쏠 생각이었어도, 그 안에느 아무래도 살의라느 이름의 의지가 깃들지.
그리고 이지가 개입하는 이상, '퍼팩트 비젼' 은 그것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쳐냈다.
애당초 '무의식' 무살의'로 적을 공격하는 행위는 일종의 무예의 경지이다
키리하라 정도가 다다를 영역이 아니다
결국 키리하라는 쏜 화살 대수를 늘렸을 뿐.
"그런 게 백이되던 천이 되든 내 일도수라 는 지장 없어!"
온갖 저항은 이미 무의미했다. 탁월한 기사가 백 수 앞을 읽어내듯이 잇키는 이 바둑판의 마지막 국면이 보였다!
"기다, 기다려! 멈춰! 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추라고 말하는게 안 들리냐고오오오오오오오!! 웃기지 마, 웃기지 마! 내가 F 랭크 열등생한테 질까 보냐! 나는 너랑 다르게 기대도 받고 있고! 너 같은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와 다르게 잃을 게 많다고오! 너 따위가, 나를 이겨도 될 리가 없단 말이다아아아! 그러니까 멈추라고오오오오!!!!"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없다.
키리하라는 이미 잇키를 멈출 수 없다!
"이, 이봐! 농담이지?! 저기! 그만두자! 이제 그만두자! 그런, 그거 날붙이잖아?! 그런 걸로 사람을 배면 큰일이라고?! 이런 거 보통이 아니야! 이상하다니까!! 그러니까 그만두자! 그, 그렇지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그게 좋겠어! 있지 쿠로가네! 우리는 옛 클래스매이트, 친구잖아!!"
들을 마음 없다.
이 자리에 설 각오를 묻던 이는 누구였던가.
링 위에 선 시점에서 기사는 벨 각오와 베일 각오를 마치고 온다.
그러니까 잇키는 봐주지 않는다.
검은 날은 키리하라의 저항을 전부 뿌리치고, 마침내 키리하라가 검의 간격에 들어오자-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 그만 둬어어어어어어어!!! 알았어! 내가 진 걸로 쳐! 내가 진 걸로 칠 테니 아픈 건 싫다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검을 재빠르게 챙 내리쳤다.
순간, 잇키가 베어낸 공간이 빛을 뿜으며 그 빛 속에서 키리하라의 몸이 나타나더니……. 키리하라는 그대로 지면에 뒤로 벌렁 자빠져 쓰러졌다.
이미 의식을 잃고 눈을 까뒤집은 채 잎에서 거품을 물고 있지만…… 베인 상처는 없었다.
코끝 피부가 피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베였을 뿐이었다.
키리하라가 항복하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잇키는 처음부터 키리하라를 벨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딱 1 밀리미터, 예측과 거리가 어긋났네.'
상처 입힐 생각은 없었는데, 날이 조금 닿고 말았다.
역시 화살의 위력만으로 거리를 읽어내기믄 어렵다.
'나도 아직 수행이 부족하구나.'
잇키는 그러헥 스스로 부녹함을 반성했다.
이렇게 해서 '사냥꾼' 은 날을 가진 짐승 앞에서 쓰러지고-
"키리하라 선수 전투 불능! 승자 쿠로가네 잇키!!"
심판이 잇키의 첫 승리를 선언했다.
『시합 종료오오! 승자는 놀랍게도 F랭크 기사 쿠로가네 잇키 선수!! 작년까지 수업을 받는 것조차 금지당했던 쿠로가네 선수가, 동기 중 최강 기사를 사투 끝에 격파하고, 훌륭히 공식전 첫 싸움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자신의 승리가 알려진 순간-
지금까지 잇키를 붙들어 두던 것이 툭 끊어졌다.
시합에서 입은 중상, 대량 출혈, '일도수라'를 쓴 반동으로 오는 극도의 피로.
지금까지 기백만으로 억누르던 것이 일제히 덮쳐들자.
『축하합니다…… 앗! 아아아아아! 쿠로가네 선수가 링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지금 쓰러진 모습 꽤 위태로운 거 아닌가요?!』
『큰일이다. 의료반!! 당장 이 녀석을 '켑슐' 에 쑤셔 넣어!』
사이쿄의 지시를 받고, 시설 직원이 잇키의 몸을 들것에 실어 옮겼다.
치료 설비인 iPS 켑슐은 각 훈련장에 충분히 설치되어 있어서, 최악의 사테는 면하리라.
승자가 들것으로 실려 나간 뒤, 링에 남은 이는 아직도 기절한 상태인 키리하라 한 사람.
그 키리하라도 직원 손에 질질 끌려 링에서 벗어났다.
『지금 키리하라 선수 쪽도 링에서 떠나갑니다. 올해도 칠성검무제 대표 유력 후보로 꼽히던 키리하라 선수에게는 예상치도 못한 패배겠지요! 꽤나 충격받았는제 상처 입은 것도 아닌 모양인데 아직까지 일어날 기미가 없습니다!』
그 모습을 관객석에서 지켜보던 키리하라 응원단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어째………… 추하다."
"마지막에 울지 않았어? 아픈 건 싫어어 하고."
"솔직히 환멸이야……."
"돌아가자, 돌아가, 어쩨 이제 다 식어버렸어."
『저런, 응원단 여자들이 줄줄이 돌아갑니다. 으음, 곤란하군요, 누군가 친구각 인수받아주었으면 했습니다만』
『……그것도 그러네요. -어어. 그럼 오늘 제 4 시함을 마칩니다. 링 청소 후, 제 5 시하블 개시하겠사오니 출전 선수는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안내 방송을 하고 나서, 중계 담당 츠쿠요미는 마이크를 끄고,
"후우, 정말…… 광장한 시합이었어요. 설마 키리하라 선수의 퍼펙트 게임을 지탱하던 '에어리어 인비저블' 이 F랭크 기사에게 깨지다니, 예상도 못 했어요."
어깨에 힘을 빼며 옆자리에 앉은 사이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이젠 싫어어어어어어! 누가 중계좀 바꿔줘요오오오오!"
츠쿠요미가 비명을 질렀을 즈음, 관객인 학생들도 차례차례 제 4 훈련장에서 떠나갔다.
모인 관객 대부분이 이 시합을 보러 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가만히 발걸음을 멈춘 두 사람이 있었다.
시즈쿠와 아리스인이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간객이 줄면, 다음에 시합하는 사람이 조금 안쓰럽네."
아리스인은 사림의 움직임에 눈길을 주며 중얼거고는
"그래서, ……시즈쿠는 병실에 안 가볼 거야?"
옆에 앉은 자그마한 소녀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스즈쿠는 작게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 가도 어차피 자고 있을걸."
"자고 있어도 이럴 대 옆에 있어주고 싶은 게 여자 마음 아니겠어? 스텔라는 달려간 모양이네. ……혹시 두 사람만 있게 해주려는 거야?"
한 발 더 성큼 들어가 묻자, 시즈쿠는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오늘은, ……특별이야, 그 여자가 이기게 해준 거나 마찬가지고."
게다가………… 심히 본의가 아니지만 시즈쿠도 기뻤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누구 하나 이해해주려 하지 않았던 오빠의 마음을 그 삶의 방식을, 그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던 스텔라의 행동이
그래서 곧바로 뛰어가고 싶다는,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고 이 자리에 남았다.
"그렇지만, 정말로 오늘뿐이야."
"후후후, ……시즈쿠."
"뭐야 꼬리 내린 개라는 소리라도 할 생각이야?"
"아니, ……있잖아, 나. 시즈쿠의 그런 점을 굉장히 좋아해."
"으으으으! 정말! 놀리지 마!"
넘도 하얀 볼을 붉게 물들이면, 시즈쿠는 점점 더 뾰로통해졌다.
"후후, 미안해, 이제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테니 기분 불어, 그럼 지금부터 어쩔래? 이대로 다음 시함도 보고 갈래?"
"……별로 흥미 없어."
"그럼 조금 멀리 나가서, 둘이서 맛있는 거라도 먹고 올까? 오늘 축하 파티는 잇키가 저래서야 중지 확정이고."
켑슐을 쓰면 상처는 곧 치료되지만, 피로는 그리 간단히 회복되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혼수상태이리라.
그리고 잇키가 눈을 뜰 때까지 스텔라가 그이 곁을 떠나려 들지 않을 터였다.
"그 두 사람을 둘만 있게 해주는 거니까. 그 정도 사치는 괜찮지?"
"……술 맛있는 곳이 좋아. 나, 이미 성인식 치렀고."
"우후후, 알았어. 굉장히 분위기 좋은 가게를 아니까 기대해."
"먼저 말해두겠는데, 아마도 나 몇 시간 후게 그 암돼지와 오빠를 둘만 남겨둔 걸 절대로 후회할 거야. 절대로 후회해서 굉장히 날뛸 테니까. 미안하지만 각오하라고."
"그건 그거대로 기대되네♪"
그럼 방에 들어가서 옷 갈아입을까. 하고 두 사람은 인파 뒤에서 출구로 향했다.
앞서 가는 관객들의 등을 바라보며 문득 시즈쿠가 중얼거렸다.
"……아까 오라버니를 모욕한 녀석들은 역시 오라버니의 힘을 믿지 않을까?"
"글쌔, 어떠려나. 그중에는 여깃 자신의 눈으로 현실을 목격해도 부정하려 드는 사람이 있겠지, ……그렇지만 칠성의 정점에 걸맞는 힘을 지닌 실력자들은 모두 눈치챘을 거야. 그리고 기억했을 거야. 쿠로가네 잇키라는 기사의 이름을. 그러니까 잇키는 이제, 지금까지처럼 일개 '낙제기사' 로는 돌아갈 수 없어, 절대로 말이야."
아리스인의 말은 옳았다.
오늘 이날을 경계로, 안터넷 한편에서 '낙제 기사'는 또 하나의 별명을 지니게 되었다.
'어나더원(무관의 검왕)'
당연한 일이었다. 쿠로가네 잇키는 칠성검무제 대표 유럭 후보 중 일각을 무너뜨렸으니까.
제 4 훌련 관객석.
그곳의 계단을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오르는 자그맣고 붉은 인영이 있었다.
"이거 차암. 오늘은 정말로 굉장한 걸 봤어어! 설마 대인 최강의 노블 아츠를 가진 '사냥꾼' 을 F랭크인 '낙제 기사'가 쓰러트릴 줄이야……. 그것도 그런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시합 중에 상대의 아이덴티티를 간파하다니 인간이 쓸 기술이 아니잖아."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중계석에서 실종된 사이쿄 네네였다.
그녀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까 전 시합에 대해서 열기 어린 혼잣말을 흘렸다.
"A리그에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녀석은 없다고, 이거 참, 쿠가 가진 비장의 카드는 다르구나아. 이거 선발전이 기대되네에. 그렇지만 좀 더 강한 상대와 대전했으면 좋겠다아. 이를태면 그렇지, ……이 학원 학생회장이라든가."
그리고 관객서 최상층까지 다다르자.
"다들 그렇게 생각 안 해? 하군 학원 학행해 집행부 여러분도 말이야."
그 자리에 있던 네 명의 기사에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냈다.
그 네 사람은 훈련장의 떠나간 학생들에 비해서 둘러싼 마력의 질이 명백히 달랐다.
그것도 당연했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별명을 가지고 있는 하군 학원의 학생회 임원-.
부회장 '피프티/피프티(예측 불능)' 마소기 우타카타.
회계 '샤를라하 프라우(진홍의 숙녀)' 토토쿠바라 카나타.
서기 '디스트로이어(성(性)←「타이퍼의 장난임」 파괴자)' 사이조 이카즈치.
서무 '러너즈 하이(속도 중독)' 토바무 렌렌.
하군 학원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토카가 여기 없는 게 유감이네. 오늘 시합, 봤으면 좋았을걸. 이 선발전 토카ㅡ이 라이벌이 되는 건 쿠로꼬마가 아닐까 하고 내 감이 말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말에 초등학생ㄱㄱ 아니, 어쩌면 유치원생 정도로 자그만한 소년, 미소기 우타카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사이쿄 선생님은 심술궃네에."
"쿡쿡. 네, 정말로요. 모처럼 저렇게 기특하게 애쓰고 있으니 불쌍하니까 좀 더 소중히 대해줘야 하잖아요?"
뒤이어서 작은 몸집의 우타카타 옆에 선 키 큰 금발 소녀-, 마치 프랑스 귀부인처럼 순백의 드래스를 몸에 두르고, 실내인데도 양산을 든 토토쿠바라 카나타가 웃었다.
"흐응, 대단한 자신감이로구우만, 역시 전년도 칠성검무제 베스트4 의 벽은 높나?"
"아하하☆ 사이쿄 선생님은 심술궃어요. 잘 아시면서."
"정말 그래요. 작년 성적 운운 따위는 관계없어요. 그 이전의 문제에요."
"그러면?"
"지극히 간단한 일이에요. 아무리 발톱이 날카롭은 이빨이 날카롭든 ㄱㄱ쥐가 사자에게 이길 리 있나요?"
그렇게 말하고서 토토쿠바라는 살짝 고개를 들어 아득한 곳을 바라보듯이 벽안을 가늘게 떴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아요. 우리의 공주는 우러러볼 정도로 고귀하고, 희미할 정도로 아득한 분이신걸요."
하군 학원 벽신문
케릭터 토픽스 담당: 쿠사가베 키가미
SUZUKU KUROGAME
쿠로가네 시즈쿠
■PROFILE
소속:하군 학원 1 학년 4반
블레이저 랭크:B
노블 아츠:장파수련
별명:NO DATA
인물 개요:영웅의 피를 이은 소녀
(스텟?!)
운:C
공격력:D
방어력:B
마력장:C
마력 제어:A
신체 능력:E
카가밍 체크!
물은 불이나 번개에 비하면 공격 성능이 낮은 속성이라 공격력보다는 방어력이 높아. 그렇지만 그것을 보충하고도 남는 것이 마력 제어! 상대가 눈치채지 목하ㅔ 바닥을 얼리거나, 물 구슬을 능숙하게 조작해 질식시키는 등 그녀의 능력은 변환 자유자제, 그저 작고 귀여운 여자아이라고 생각했다면, 아픈 꼴을 당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