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달 아래서의 맹세
"ㄱㄱㄱㄱ으."
빛이 번지듯 퍼지는 각성의 징조에, 잇키는 저항하지 않고 눈꺼풀을 들어 오렬ㅆ다. 눈아펭는 어슴푸레 떠오른 낯선 천장.
'여기는 의무실인가.'
그 생각대로였다. 시합 뒤 쓰러진 잇키는 곧바로 캡슐로 외상 처치를 받고 나서 그대로 이 의무실 침대로 옮겨졌다.
고개를 돌려 창을 올려다보자 이미 밖에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그 수로 몇 시간이나 잔 모양이다.
'꽤 호되게 당했으니 당연한가.'
그렇지만 이미 몸의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처는 완치되었나 보다.
상당히 심하게 다쳤지만 그 정도는 켑슐을 이용하면 상처 축에도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피로에 의한 나른함은 납처럼 모에 남아 있긴 하지만.
"ㄱㄱ새액."
"응?"
문득 어스릅 속에서 귀에 익은 숨소리가 들렸다.
'뭐라고'하며 노곤함이 남은 몸을 일으키자.
"스텔라ㄱㄱ."
침대 옆 의자에서 스텔라가 꾸벅대고 있었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기억에는,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자신에게 무언가 말을 걸었단 스텔라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ㄱㄱ그 뒤로도 줄곧 함께 있어주었던 걸까.'
그 생각을 떠올리자 잇키는 가슴이 죄어드는 애틋함을 느꼈다.
"아."
자세히 보니 조는 스텔라의 입술에 침이 흐르고 있었다.
공주님도 잘 때에는 무방비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로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리라.
잇키는 주머니를 뒤져 손수건을 꺼내 들고, 되도록 스텔라를 깨우지 않도록 살짝 흐르는 침을 닦았다. 그러나-.
"응ㄱㄱㄱㄱ우, ㄱㄱ흐암."
역시 잠이 얕았는지, 입술에 손수건이 닿은 순간 스텔라는 눈을 뜨고 말았다.
"미안, 깨워버렸구나."
"잇키ㄱㄱㄱㄱ?"
눈을 뜬 스텔라는 잠시 잠에 취해 멍해 잇었으나, 천천히 시선을 자기 침으로 조금 젖은 손수건으로 옮기더니,
"으으으으으으으으윽!!!!"
얼굴이 새빨게져서는 잇키가 든 손수건을 '확!'낚아챘다.
"ㄱㄱ뭔가 봤어?"
봤다고 말하면 베려고 달려들 것 만 같은 살기를 품은 질문에 잇키는 움츠러들었다.
"아, 아무것도 못 봤어."
"거짓말."
"ㄱㄱㄱㄱ응, ㄱㄱ미안."
"우우으으으으으으으으윽!"
솔직하게 답하자 스텔라는 점점 더 얼굴을 붉히더니 쓱쓱 입가를 문질렀다.
"정말 최악이야! 왜 이런 타이밍에 눈을 뜨는 거야! 운이 너무 나쁘다고!"
"불만을 접수해도, 이것만큼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어ㄱㄱ."
"시끄러워, 바보! 손수건은 다음번에 다른 거 사서 돌려 줄 테니까!"
"어? 그 정도는 됐어. 신경 안 써."
"내가 신경 쓰여!"
"아, 네, 죄송합니다."
'으르렁!' 하고 이를 드러내는 스텔라의 모습에 잇키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화가 자미 끊기자 이번에는 스텔라의 배에서 '꼬르르르륵' 하고 귀여운 소리가 조용한 의무실에 울려 퍼졌다.
"싫어어어어어어어! 대체 이게 뭐냐고오오오오오!"
"스텔라, 진정해, 지금 여기에는 나뿐이지만 일단 병실이니까."
"깨어난 순간 이런 꼴을 당하면 울고 싶어진다고! 이것도 저것도 전부 잇키가 나빠! 너 뭐야! 그런 녀석에게 휘둘려 너덜너덜해지기나 하고! 바고 바보!"
빙글빙글 주먹을 휘두르며 토닥토독 잇키를 때리는 스텔라.
조금 아팠지만 배고픔을 참으면서까지 자신의 곁에 있어준 스텔라에게 불평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잇키는 스텔라의 질책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ㄱㄱ 정말로 미안, 오늘은 꼴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고 걱정 끼쳤구나."
"걱정 따위 안 했어! 그 정도 상처, 캡슐이 있으니까 긁힌 상처 같은 거고ㄱㄱ!"
"그렇지만 줄곧 함께 있어주었잖아."
아까 전까지 비명을 지르던 배에 시선을 보내자, 스텔라는 겸연쩍은 듯 딴청을 부렸다.
"어, 어쩔수 없이야! 잊었어? 나는 네 하인이라서, 하인이 주인을 간병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서, 그러니까 감사 인사 받을 일은 아니야!"
아니 들어줘. 오늘은 스텔라가 있어주어서 정말로 다행이었어."
그때, 자신이 꺾일 것 같았던 때, 그냐가 외쳐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서투른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었으니까-.
그렇기에 잇키는 또다시, 주변 어른들에게 너는 무가치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럴 때 '포기' 가 아니라 '분함'을 느끼는. 그런 자기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잇키에게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저기, 스텔라."
"그러니까 감사 인사는 필요 없다고-."
아니다, 전하고 싶은 말은 감사 인사 같은 게 아니라.
"나도-스텔라를 좋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해준 그녀를 향한 솔직한 마음이었다.
"ㄱㄱㄱㄱㄱㄱㄱㄱ."
갑작스러운 고백에 스텔라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
너무나 뜬금없었기에 이해가 느렸다.
그러나 서서히 이해가 뇌에 번져 가자.
"하으ㄱㄱㄱㄱ!"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스텔라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엉덩망아를 찧었다
"앗, 괘, 괜찮아, 스텔라?!"
"바, 바바, 바보오! 이, 잇키 지금,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아, 알고 있어?!"
"응, 알고 있어. 나는 너를 좋아해, 스텔라."
이미 잇키는 단단히 각오했는지, 하는 말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으리라고 예상하지 못 했던 스텔라는 아까 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얼굴을 붉히며 더듬더듬 횡설수설 당황했다.
"마, 말해두겠지만, 그. 그거야?! 내, 그거는 잇키의 삶의 방식이랄까, 신념이랄까, 뭔가, 그런 걸 좋아한다고 말한 거라고?! 그, 그다지, 잇키를, 그ㄱㄱㄱㄱ나, 나나나나, 남성으로서, 좋아한다는, 그런 게 아니라고?! 무, 무엇 보다 나는 일국의 공주이고 서민과 연애 같은 건, 그런 건, 마, 말도 안 되고!"
"응."
잇키가 끄덕였다.
"그것도 알고 있어. 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떠돌이이고, 스텔라느 스텔라의 사정이나 입장이 있어.
그래서 지금까지 말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오늘은 참을 수 없었어."
이 애틋함은 덮어서 감추기에는 너무 컸다.
"무슨 일이 잇어도 지금 말해두고 싶었어. 나는 너른 만나서 정말로 행복하다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ㄱㄱ그러니까 물론 답을 바라지는 않아."
물론 이 자리에서 깨끗이 거절당하는 것도 각오한 바이다.
그야 차이는 것은 괴롭지만 이 너무도 큰 감사를 전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그렇게 생각해서 잇키는 자신의 말을 말로 표현했다.
그러자.
"ㄱㄱㄱㄱ비겁해."
볼을 부풀린 스텔라가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비겁해?"
"ㄱㄱ자기만 솔직해지다니 비겁하다고."
"???"
스텔라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잇키는 전혀 몰랐다.
그저, 어째서인지 스텔라의 기분이 지독히 나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자기 같은 서민 이하의 떠돌이가 고백해서 성가셨던 것일까.
"잠깐, 눈을 감아봐."
'때릴 건가?!'
"저, 저기, 스텔라, 미안. 기분 나빴다면-."
"됐으니까 눈 감으라고 했잖아!!!!"
"아, 알겠습니다!"
스텔라의 목소리에는 때때로 찍소리 못 하게 하는 강제력이 있다.
황족의 스킬인 것일까.
잇키가 조금 주늑 들면서 눈을 감자, 잠시 동안의 침묵 뒤-----.
쪽.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볼에 닿았다.
'어ㄱㄱㄱㄱ.'
눈앞의 스텔라는 볼을 사과처럼 새빨갛게 물들였다.
"스, 스텔라ㄱㄱㄱㄱ 지금ㄱㄱㄱㄱ."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아무리 둔한 잇키라도 지금 일어난 일은 이해했다.
스텔라가 잇키의 볼에 입맞춤한 것이었다.
그러나 잇키는 스텔라가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해본 터라, 그저 아연히 바보처럼 스텔라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 잇키에세 스텔라는 젖은 논동자로
"차, 착각하지 마, 지금 그건, 하인이니 주인이니 황녀이니ㄱㄱ 그런 건 상관 업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 이야. 마, 말해두겠는데, 나는 설령 명령하낟 해도, 절대로 그런 짓 하지 않는다고ㄱㄱ."
"ㄱㄱ 그 말은 즉, 오케이라는 거야?"
그 질문에 스텔라는 젖은 눈동자를 내리깔고 부끄러움으로 볼이 새빨개지면서도 작게, 정말로 작게-그러나 확실히 '끄덕'하고 수긍했다.
"ㄱㄱ그, 그렇지만 말이야? 그ㄱㄱ나는 남자랑 사귀어 본 적 없으니까, 혹시나 굉장히 실망할지도 몰라."
"그, 그럴 일 절대 없어! 게다가ㄱㄱ 나도, 여자랑 사귀어본 적 없어."
그랬다. 잇키도 지금까지 연인 따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첫 키스는ㄱㄱ 지난번 여동생에게 빼앗겻으나, 여성 경험 따위는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럼, 내가 잇키의 첫 연인이구나?"(좋~을 때다 망할것들)
"으. 응."
"그렇, 구나, ㄱㄱㄱㄱ에헤헤, 어쩐지. 기쁘다ㄱㄱ."
스텔라는 정말로 기븐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싱글벙글 했다.
"미안,-지금 스텔라의 모습이 좀, 너무 귀여워서 못 참겠어."
"꺄앗?!"
이미 자제심이 듣지 않는다.
스텔라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잇키는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끌어안았다.
"고마워, 굉장히 기뻐."
"ㄱㄱ 정말,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오늘만이야? 다음부터는 부드럽게 대하지 않으면 깨물어버릴 거야"
질린 듯 한숨을 쉬고 나서, 스텔라는 천천히 잇키의 등에 팔을 두르며 그의 포옹을 받아들였다.
스텔라의 몸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ㄱㄱ그러나 타오르는 불꽃 같은 강인함이 느껴졌다.
그 온도가 애틋해서 참을 수 없다.
그리고ㄱㄱ 그렇기에-.
"저기, 스텔라."
"ㄱㄱㄱㄱ왜 그래."
"아까, 나랑 함께 어디까지고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해주었잖아."
"ㄱㄱ응."
"나도 그래, 나도, 스텔라와 함께라면 어디까지고 강해질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자, 둘이서. 기사의 높은 경지로."
그리고
"그리고 그 정점을 둘러싼 마지막 싸움에서-나는 너와 싸우고 싶어."
살짝 몸을 때고 똑바로 스텔라의 붉은 눈동자를 향해 고했다.
함께 걷고, 함께 발전하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 서자고.
처음에는 진홍의 눈동자가 놀라움에 크게 떠졌지만, 그 안에 점점 일렁임이 깃들었다.
그것은 불꽃 같은ㄱㄱ 강한 투지의 빛이었다.
"ㄱㄱ바라는 바야, 다음전엔 절대로 져주지 않을 거야."
잇키가 바라던 바를, 스텔라도 역시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사랑하니까.
누구보다도 존경하니까.
그렇기에 눈앞의 기사와 다시 한 번 싸우고 싶다고.
당연했다. 그녀도 또한 잇키와 마찬기지로 어디까지고 높은 경지를 바라보는 자이기에.
정점은 하나, 그렇다면 양보할 마음은 없다.
따라서 두 사람은 귀가 멍할 정도의 정숙 속, 밝디밝게 빛나는 달에 맹세했다
앞으로 자신들은 아직 보지 못한 수많은 강적과 싸우게 되리라.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고.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칠성검왕을 정하는 그 결잔의 장소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자 최고의 라이벌을 다시 만나겠다고
""약속이야.""
작가후기
『낙제 기사의 영웅담』 으로 저를 알게 되신 분은 처음 뵙겠습니다.
『단죄의 익시드』, 『그녀의 사랑이 놓아주지 않아!』를 구입하고 이번 작품도 역시 읽어주신 분은 오랜만에 뵙습니다(구입 않했으면요?!)
이번에 미소라의 새 시리즈 『낙제 기사의 영웅담』을 구독새주셔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작품 콘셉트는 딱 잘라 말해 '이능 배틀 스포츠물' 입니다.
사실 『단죄의 익시드』로 수상했을 때부터 이렇게 시합을 이겨서 위로 올라가며 성장해가는 스포츠 형식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GA문고 중에서 꼽아보자면 이와무라 아카미츠 선생님의 『무한의 링케이지』 같은 느낌의 작품을!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어서 미소라는 대만족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만족하셨을까요.
만약 만족하셨다면 부디 앞으로도 이 낙제 기사가 걷는 기사 이야기에 동참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또 이 작품을 쓰면서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우선 멋진 삽화를 그려주신 온 님.
스타킹을 찢으라는 둥, 스타킹에 가터벨트를 채우라는 둥, 브레이어뿐만 아니라 팬티도 보고 싶어어어어! 팬티도 그려줘어어어어어!(스텔라의 스트립 삽화) 같은 미소라의 성가신 주문에 이래저래 응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신세지고 있는 담당자 코하라 님.
이번에도 작품 다듬기를 도와주셔서 감사함니다.
특히 줄거리는 코하라 님 덕분에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신 영업부 분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낙제 기사의 영웅담』을 읽어준신 독자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를.
미소라가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모든 분들 덕분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2권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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