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77)

프롤로그 아득한 날의 추억

"정말로, 진심으로 가도 돼?"

붉은색으로 물든 도장에 서서 소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몇 번이고 거듭해 물었다.

불안한 기색이 짙은 목소리로.

그러나 백발 섞인 중년은 쾌활하게 웃었다.

"하하하. 너 따위가 나를 봐주려면 백 년은 더 있어야 돼. 괜찮으니까 와라."

"그렇지만 아빠…… 최근 점점 몸이……."

"그러니까 완전히 검을 쥘 수 없게 되기 전에 이 오의를 너에게 맡기고 싶구나."

중년──소녀의 아버지가 천천히 죽도를 정안의 자세로 취했다.

"나는 '블레이저(벌도자)'는 아니니까 말이지. 검으로만 네 힘이 되어줄 수 있어. 이 오의는 내가 검객으로서의 인생 전부를 걸고 만들어낸 기술.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는 비장의 기술이다. 이 오의는 반드시 네게 도움이 될 거다. ──그러니까 받도록 해라, 아야세."

똑바로 소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동자는 붉은색 노을보다도 따스한 빛으로 가득했다.

그런 표정을 보여주면 사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정도까지 깊게 사랑을 받아서야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겁해……, 아빠."

그래서 소녀는──.

"…………윽."

불안을 억누르고 자신의 혼을 '디바이스'로 구현했다. 

저녁노을보다도 새빨갛고 핏빛보다도 선명한 루비의 칼날을 가진 칼.

이 칼을 양손으로 쥐어짜듯이 강하게 쥐고──소녀는 달렸다. 

눈앞에 선 아버지를 향해서.

그리고 아버지가 바란 대로 그 칼날을 내리쳐────……

──그 기억은 이미 지나간 옛일.

지금은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무엇 하나 손 안에 남지 않았다. 

무엇 하나 지킬 수 없었다.

그저 지난날의 풍경만이 지금도 여전히 눈꺼풀 안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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