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77)

프롤로그 시즈쿠의 도전

쿠로가네 시즈쿠는 회고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기억을.

그녀는 무엇을 해도 허락되었다.

다른 아이를 때려도 용서받았다.

다른 이의 장난감을 빼앗아도 허용되었다.

빼앗은 장난감을 부숴도 용납되었다.

어째서인가.

그것은 시즈쿠가 어릴 적부터 '블레이저(벌도자)'로서의 재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미안하구나, 시즈쿠. 자, 너도 사과해라!』

자신이 괴롭혔던 친척 아이가 그 부모에서 맞고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분한 마음에 떨리는 사죄의 말.

시즈쿠는 항상 그 모습을 시시한 것을 보는 눈으로 흘겨보았다.

힘 앞에 올바름을 굽힌 아이.

힘 앞에서 잘못을 용인하는 어른.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시시했다.

시즈쿠 주변에는 그런 인간뿐이었다.

강자에게 고개를 조아리고서, 속마음으로는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사죄나 성의의 말을 혀로 굴렸다.

더럽다.

그래서 그녀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정말 싫었다.

그리고 자신도 또한 그런 시시한 생물이라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치를 떨어서, 그 초조함을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 계속해서 쏟아냈다.

정말 싫어하는 인간이 우는 소리를 듣노라면 조금은 기분이 풀렸기에.

그렇지만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만, 그런 시즈쿠를 용서하지 않았던 소년이 있었다.

짝, 하고──.

그 소년, 시즈쿠의 오빠 쿠로가네 잇키는 다른 아이를 울렸던 시즈쿠의 뺨을 때리고서 말했다.

"약한 자를 괴롭히면 안 돼."

시즈쿠는 그때,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랐다.

부모에게도 혼나본 적도 맞아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영문을 모른 채 그저 얻어맞은 뺨이 굉장히 뜨거워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울음을 터뜨린 시즈쿠를 보며 안색이 바뀐 어른들이 시즈쿠를 때린 잇키를 큰소리로 꾸짖었다.

빨리 사과해라, 라고.

그렇게 해도 사과하지 않는 잇키를 어른들은 때렸다.

그렇지만 잇키는 마지막까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에게는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잘못된 일을 잘못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 따위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그때는 갑자기 맞아서 깜짝 놀라 울고 말았지만, 사실은 기뻤던 것이었다.

줄곧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아도 좋다.

엄하게 대해줘도 좋다.

그저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그래서 시즈쿠는 그때 결심한 것이었다.

이 사람을 따라가자고.

그렇게 하면 분명 자신은 자신이 보아왔던 시시한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에.

──그렇지만,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오빠를 둘러싼 환경의 가혹함도.

그가 짊어진 고독의 냉혹함도.

아무것도──.

◆◇◆◇◆

『1학년 쿠로가네 시즈쿠 님. 시합 시간이 되었으니 입장해 주십시오.』

그 안내 방송을 듣고, 시즈쿠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눈앞에는 어스름한 통로.

그것은 똑바로 시합장의 입장 게이트로 뻗어 있었다.

그 길을 시즈쿠는 망설임 없이 걸어 나아갔다.

그리고 걸으면서 회고를 이어갔다.

'……내가 오라버니의 괴로운 입장을 알게 된 건, 오라버니가 집을 나가버리고 나서였어.'

쿠로가네가의 사람은 누구 한 사람도 오빠를 찾으려고 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었던 양.

그제야 시즈쿠는 간신히 오빠가 항상 온화하게 웃는 얼굴 뒤로 숨겼던 진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깨닫고서, 그녀는 증오했다.

오빠를 그렇게까지 몰아세운 쿠로가네의 모든 것을.

그리고 결의했다.

누구 한 사람도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자신이 그 몫까지 모든 사랑을 오빠에게 주자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의지하기만 해서는,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란히 서서, 서로 지지하는 관계가 되지 못 하면 오빠를 붙들어 멜 수 없게 된다.

또다시 오빠를 외톨이로 만들고 만다.

그렇다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조만간 오빠는 반드시 이 세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리라.

그의 강인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시즈쿠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때 오빠와 나란히 서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 시즈쿠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B랭크라는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을 만큼 힘을 길렀다.

그렇지만 아직 멀었다.

오빠가 목표로 하는 곳은 칠성의 정점.

그곳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자, 그럼 오늘의 제12시합의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청 게이트에서 모습을 보이는 이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주목의 기사 쿠로가네 잇키 선수의 여동생이자 '홍련의 황녀'에 버금가는 올해 차석 입학생!

여태까지 전적은 15전 15승 무패! 속성 우열도 상관없음!

뛰어난 마력 제어력을 무기로, 오늘도 상대를 심해로 끌어들일 것인가!

1학년 '로렐라이(심해의 마녀)'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입니다!!!!』

시즈쿠는 어스름한 통로를 빠져나와 환성이 울리는 회징으로 나왔다.

그렇지만 터질 듯한 환성이 지독하게 아스라이 들렸다.

그도 그럴 터였다.

시즈쿠의 의식은 지금 눈 앞에 선 단 한사람에게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적 게이트에서 모습을 보이는 이는 우리 학교 학생회장이자 교내 서열 최고위!

전년도 칠성검무제에서는 2학년이면서 준결승까지 말을 옮긴 호쾌한 진격을 보였지만, 전년도의 칠성검왕이 된 '부쿄쿠 학원'의 모로보시 선수에게 패배해 칠성의 정점에는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이 칠성의 정점을 다투는 싸움에 돌아왔습니다! 그 손에 1년 전보다도 더욱더 연마된 아직까지 불패인 전가의 보도를 들고서!

그 빠른 속도를 앞에 두고서 피하기는 불가능! 그 날카로움을 앞에 두고서 막기도 불가능!

금색의 섬광이 오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를 베어낼 것인가!

하군이 자랑하는 최강의 번개술사! 3학년 '뇌절' 토도 토카 선수입니다!!!!』

'──토도 토카.'

전방 약 20미터.

갈색 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반상 위에 오르는 하군 학원 최강의 기사.

시즈쿠는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응시하며 확신했다.

'……과연, 수준이 다르네.'

대치하고 있으면 안다.

공기가──따가웠다.

온몸의 솜털이 오싹오싹했다.

꿰뚫는 것 같은 날카로운 안광에 땀이 배어나오는 감각이 전해졌다.

시즈쿠가 지금까지 치른 선발전에서 상대해온 자들과는 둘러싼 분위기의 질이 달랐다.

이 상대는 강하다.

명백히 자신보다 격이 위였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시즈쿠는 불타올랐다.

드디어 때가 왔다.

이 학원에 오고 나서 줄곧, 그녀는 이런 기회를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시험받을 수 있다.

그런 싸움을.

'전년도 칠성검무제 베스트 4. 상대로서 부족함 없어──.'

그렇다면 시험하겠다.

요 4년 동안, 자신이 얼마만큼 강하게 오빠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감정, 마음, 그 모든 것을──.

'이 싸움을 통해, 내 한계를 시험해주겠어──!'

그리고 고양되는 시즈쿠의 감정에 호응하는 듯이──.

『그럼 제12차전, ──개시!!』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부저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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