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14/77)

'제1장 로렐라이'VS'뇌절'

'로렐라이'VS'뇌절'.

두 사람 다 학생으로는 최고 수준인 B랭크의 기사.

하군에서 으뜸가는 실력자끼리 겨루는 대결은 뜻밖의 시작을 보였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양 선수 앞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백은의 검신을 지닌 작은 칼 '요이시구레'.

칠흑의 광택을 지닌 칼집에 수납된 일본도 '나루카미'.

서로 자신의 디바이스(영장)를 손에 들고서 거리를 유지 한 채 링을 반 바퀴 돌았다.

이미 시합이 개시된 지 1분이 경과했지만, 아직까지 한 합도 그 칼날은 맞부딪히지 않았다.

그런 상황인데도 ──회장에는 따가울 만큼 얼얼한 긴장감으로 뒤덮여있었다.

상위진이 행하는 서로 짓누르기를 보기 위해 모인 백 명이 넘는 관객 전원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링을 지켜보았다.

"어느 쪽도 싸움을 걸지 않네."

잇키의 옆에 선 불꽃같은 적발을 지닌 소녀 스텔라 버밀리온이 딱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멀리 떨어져서 상대를 노려보면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엿보고 있어."

스텔라의 목소리에 응한 이는 키 큰 미인 아리스인 나기였다.

"양쪽 다 B랭크라는 칠성검왕 수준의 힘을 가진 기사 사이. 시즈쿠는 물론이고 저 학생회장도 링 끝에서 끝까지 닿을 공격수단을 가지고 있어. 저 두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거야. 섣부른 움직임을 보이는 쪽이 당하겠지."

"아리스가 하는 말도 한 가지 이유지.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이 시합에서 시즈쿠는 스스로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거야. 토도 선배는 검의 간격──크로스 레인지에서 최강의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지."

"……잇키, 그 말은 아까 전 아나운서가 말했던 전가의 보도라는 거야?"

"응, 그건 허세도 거짓도 아니야. 너무나도 강한데다 너무나도 뚜렷하고 강렬하기 때문에, 그대로 토도 선배의 통칭이 된 노블 아츠(벌도절기). 그게 초전자 발도술 '뇌절'이야."

허리에 찬 '나루카미'의 칼집과 검신에 번개의 능력으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검신을 내뽑는다.

그 칼이 칼집에서 저절로 빠져 나옴으로써 휘둘러지는 일도는 벼락마저도 베어내는 이차원의 속도와 위력을 자랑한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몸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일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필살.

"지금까지 치른 공식전에서 '뇌절'을 쓴 시합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토도 선배의 승리로 끝났어. 선배의 '뇌절'은 한 번 뽑아내면 반드시 상대를 베어내는, 문자 그대로의 전가의 보도인 거야."

"어라, 그렇지만 잇키. 학생회장은 작년 베스트 4잖아? 그럼 그때 학생회장을 이긴 기사는 그걸 공략한 거 아니야?"

"아니."

잇키는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했다.

"현 칠성검왕인 모로보시는 창술사야. 실제 시합 영상도 보았는데,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뇌절'의 간격 밖에 몸을 두는 것을 관철했어. 그 말인즉, 칠성검왕조차 선배의 '뇌절'을 두려워했다는 뜻이지. 아직까지 그 누구도 토도 선배의 크로스 레인지를 돌파할 수 있었던 자는 없어. 그곳에 발을 디딘 자는 전부, 번개보다도 빠른 선배의 베기 공격에 베어져버렸어. 그리고 그 사실은 당연히 시즈쿠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싸움을 걸지 않는구나."

"그래. 이 시합에서 시즈쿠는 방어에 몰두하겠지. 시즈쿠가 특기로 하는 건 본래 롱 레인지에서 펼치는 마법전이야. 스스로 불리해질 거리에 발을 내디딜 리는 없어."

그래서 시즈쿠는 기다린다.

상대가 싸움을 걸어올 순간을.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그렇지만 ……토도 선배가 한 번 움직이면 국면은 단숨에 진전될 거야."

그렇다, 잇키가 말한 그대로 그 순간, ──────토카가 움직였다!

◆◇◆◇◆

꾹! 하고 무릎을 낮추고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대로 몸을 앞으로 밀어 넣어 한순간에 최고 속도로 기어를 넣었다.

양자의 간격은 20미터.

그 정도는 토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서리라.

그렇지만 그것을 탄히 보면서 허용할 '로렐라이'가 아니었다!

토카의 움직 임에 호응해서 시즈쿠도 또한 움직였다.

당연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기에.

토카가 전속력으로 움직이는 순간을!

"얼어붙어라──'동토평원'."

그 말과 함께 시즈쿠의 발밑이 얼어붙었다.

그 얼음은 토카의 속도보다도 더욱 빠르게 벽 끝까지 침식해서 링 전체를 얼렸다.

그렇게 발 디딜 곳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전속력을 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미끄러진다.

그렇기에 한 번 속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야 말로 시즈쿠의 의도였다.

시즈쿠는 즉시 다음 한 수를 쏘아냈다.

노불아츠'수뢰탄'.

한 번 쏘면 얼굴에 들러붙어 상대의 호흡을 빼앗는 물의 포탄이 '요이시구레'의 칼끝에서 쏘아졌다.

그것도 3연사였다.

얼음의 바닥에서 이 3연사를 피하기는 불가능.

그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상대는 칠성의 정점 바로 곁, 그 높은 경지에 사는 괴물!

놀랍게도 토카는 바닥이 얼어붙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속도를 줄이게 하는 것이 시즈쿠의 노림수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간파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멈추지 않고서, 오히려 몸을 미끄러뜨리며 가속했다.

세 발의 포탄 사이를 꿰매듯이 움직여 '수뢰탄'을 깔끔하게 회피했다.

그리고 얼음 바닥을 이용해 몸을 팽이처럼 한 바퀴 돌리면서, 아직 먼 간격에 있는 시즈쿠를 노려서 허리에 맨 '나루카미'를 뽑아냈다.

순간, 뽑아진 칼날로부터 전격이 초승달 형태의 마법 베기 공격으로 바뀌어 시즈쿠의 목을 단숨에 치려고 달려들었다.

시즈쿠의 노림수를 간파해 회피하면서 즉시 원거리에서 반격했다.

토카는 '동토평원'을 본 순간에 회피에서 반격까지의 행동 비전을 스스로의 안에서 구축했다.

이 정도까지 멀리, 그리고 정확한 수읽기를 행해오는 적을 시즈쿠는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시즈쿠로서도 그 정도는 상정 내!

번개의 베기 공격이 시즈쿠의 목을 떨어뜨리려고 한 찰나.

베기 공격과 시즈쿠 사이에 지면에서부터 폭 3미터나 달하는 물의 벽이 뿜어져 올라와 둘 사이를 갈랐다.

노블 아츠 '장파수련'.

탄환도 뇌격도 통하지 않는, 시즈쿠가 구사하는 철벽의 방어술이었다.

시즈쿠 또한 '뇌절'이 자신의 생각대로 패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녀는 일본에서 네 번째로 강한 학생 기사이기에.

반드시 먼 거리에서 반격을 행해온다.

그렇게 짐작하고서 미리 방어벽을 준비했던 것이었다.

번개의 베기 공격은 순수한 물의 장벽에 부딪혀, 그 일부를 깨뜨리며 증발시켰지만 꿰뚫지는 못했다.

시즈쿠는 위태로움 없이 토카의 반격을 처리했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윽."

토카는 일격으로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자마자, 지체 없이 2격, 3격, 10격, 번개의 베기 공격을 계속 내보냈다.

기관총처럼 반복되는 뇌격.

이 얼마나 거친 공격인가.

그곳에는 아까 전의 수읽기로 선보였던 화려함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억지스럽게 힘으로 밀어붙이기였다.

그렇지만 그것도 생각이 있어서 한 일.

토카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시즈쿠를 상대로 가지고 있는 이점을 이해했다.

그것은 기술이 나오는 속도.

시즈쿠는 전기가 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물의 분자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서 모든 불순물을 제거하고서 절연성을 지닌 순수를 생성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신경을 소모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그에 비하여 토카는 뇌격을 베기 공격에 실어서 날리면 될 뿐.

달리 섬세한 처리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당연히 쌍방의 속도에는 차이가 난다.

토카는 단 한 번의 공방으로 그 이점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체 없는 연속 공격을 이용한 힘으로 억누르기야 말로 시즈쿠에게 가장 괴로운 전개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올바른 분석이었다.

이렇게나 격렬하게 공격을 더해오면, 시즈쿠도 장벽을 풀 수가 없었다.

연타로 쏘아지는 번개의 칼날에, 시즈쿠는 '장파수련'으로 몸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토카의 일격은 무거웠다.

고열을 지닌 번개의 칼날은 확실하게, 착실하게, 장벽의 수분을 증발시켜서 시즈쿠의 수비를 깎아갔다.

그리고 몇십 격인가 후, 마침내 기관총처럼 계속 내보내던 번개는 시즈쿠의 마지막 수비까지 날려 없앴다.

토카는 즉시, 결정타인 뇌격을 쏘아내려고 '나루카미'를 휘둘렀다!

──그 순간이었다.

"…………."

'나루카미'를 휘둘러 뽑으려고 한토카의 움직임이 멎었다.

어째서인가.

그 이유는 그녀의 발치에 있었다.

토카의 양발을 무언가가 붙들었다.

그것은 얼어붙은 바닥에서 생겨난 물의 팔이었다.

물의 팔은 토카를 붙잡은 순간 얼어붙어 그녀의 몸을 바닥에 꿰맸다.

동시에 몸의 움직임이 완전히 봉해진 토카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찌된 일인가.

토카가 시즈쿠에게서 시선을 떼고서 자신의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가 본 것은 머리 위라고 하는 인간의 절대적인 사각에서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내려 온 거대한 원주형 얼음 덩어리가 자신의 코에 닿을 정도로 눈앞으로 밀려든 광경이었다.

──모든 것은 시즈쿠가 생각했던 그대로.

토카가 빠르게 수를 읽어 공격한다면, 시즈쿠는 깊게 수를 읽어 응한다.

시즈쿠는 토카에게 속도의 이점이 있다고 철썩 같이 믿게 만들었다.

거북이처럼 몸을 굳히고서 오로지 방어만 함으로써 몸 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바닥에 마력을 보내 토카를 구속하는 팔을 만들고, 한편으로는 토카의 뇌격에 의해 기화한 물을 써서 그녀를 깨부술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세 가지 복잡한 마력 행사의 동시 진행.

웬만한 블레이저가 할 수 있는 기예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시즈쿠라면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마력 제어력은 A랭크 상당.

스텔라조차 웃도는, 인류 최고의 수준이기에!

순간, 낙하한 얼음 덩어리는 토카와 함께 링을 깨부쉈다.

그 위력은 굉장해서 파괴의 균열은 관객석까지 미쳤다.

그 정도의 일격.

그리고 그 파괴의 중신에 박혀 선 것은 얼음의 묘표.

그 일격을 받고서 서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승패는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뻔했다.

그럴 터였다.

그런데도 시즈쿠는 감지했다.

──그 따가울 정도인 분위기가 눈곱만큼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녀의 인식을 긍정하듯이 스르륵,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얼음 덩어리가 좌우로 갈라졌다.

그 중심에──상처 없는 '뇌절'이 서있었다.

"…………."

"…………."

쌍방 공격, 쌍방 수비, 회장은 반쯤 파괴되었지만 유효타는 하나도 없었다.

실력이 막상막하.

두 사람의 B랭크 기사의 싸움은 처음처럼 서로 노려보기로 되돌아왔다.

◆◇◆◇◆

『괴, …………굉장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 무슨 수준 높은 공방일까요!

저, 실황 중계를 맡았으면서도, 무엇 한 마디 끼어들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의 싸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던 아나운서가 떠올린 양 소리를 질렀다.

그에 호응해서 관객들도 또한 숨 쉬기를 잊을 정도의 긴장에서 풀려나 여기저기서 놀라움 어린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이 녀석들……! 정말로 같은 인간인가…………!"

"굉장해, 역시 굉장해, 학생회장은!"

"이것 참, 회장이 핑장한 건 알고 있어! 베스트 4인걸! 그렇지만 그 회장과 호각으로 대적하는 저 1학년은 뭐야?!"

"저 한순간 사이에 방어, 반격, 속임수, 비장의 수단……. 얼마나 수순을 겹친 거야?!"

"그렇지만 회장은 그 전부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양쪽 다 하나같이 괴물이야. 이게 B랭크의 힘…………!"

『두 사람의 싸움에 회장 안이 술렁거립니다!

그도 그럴 겁니다! 힘도, 기술도, 임기응변도──그 모든 것이 교내전 수준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 칠성검왕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

게다가 이 정도로 맞부딪히고도 아직 서로에게 피탄 제로! 긁히지도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용호상박! 이 싸움, 대체 어느 쪽에 승리의 여신은 미소 지을까요!!』

"시즈쿠, 제법이잖아……!"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나도 깜짝 놀랐어!"

아나운서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싸움을 지켜 보던 스텔라와 아리스 역시 시즈쿠의 선전에 감탄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어쨌거나 상대는 하군의 최강 기사.

그리고 전년도 칠성검무제에서 베스트 4가 된 여성이었다.

그런 상대와 시즈쿠는 완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그 말인즉 시즈쿠의 힘이 칠성의 높은 경지에 사는 괴물들과 호각이라는 사실을 가리켰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이길지도 몰라!"

기대에 차서 스텔라의 목소리가 들떴다.

평소 서로 으르렁거리기는 해도, 스텔라는 시즈쿠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같은 남지를 사랑하기에 서로 통하는 면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텔라는 진심으로 이 전개를 기뻐했다.

격이 높은 번개술사를 상대로 시즈쿠는 충분히 잘 싸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승부는 어찌될지 모른다.

큰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게 있었다.

그렇지만 기대로 가슴이 부푼 두 사람 사이에서, 단 한 사람──.

쿠로가네 잇키만이 험악한 표정으로 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각, 인가.'

◆◇◆◇◆

"확실히 저 두 사람은 호각이구나, 카나타."

"네, 그런 모양이네요. 부회장님."

토도 토카가 이끄는 학생회의 두 사람, 미소기 우타카타와 토토쿠바라 카나타는 잇키 일행이 있는 청 게이트와는 정반대 위치에 있는 적 게이트의 바로 위에서 시합을 관전하고 있었다.

"정말 굉장하네, 올해 1학년은 말이야. 다들 강해서 두손 들겠어. 이 녀석들이 비행 같은 걸 저지르면 막는 건 우리들이라고?"

"후후후. 즐거운 비명 아니겠어요. 그렇기에 우리들도 안심하고서 졸업할 수 있는 거죠."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우아한 음색으로 웃음을 흘리며, 카나타는 챙이 넓은 모자 아래에서 다시 토카를 상대로 호각의 싸움을 보이는 1학년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정말로 놀랐어요. 설마 우리 공주님과 이렇게까지 호각으로 대적하다니."

"그렇구나아. 정말로 털끝만큼의 우열도 없어. 쿠로가네나 스텔라 말고도 이런 애가 있으니 정말로 굉장해. 올해 1학년은."

우타카타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인정하면서도 상쾌하게 여유로운 웃음을 띠웠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 롱 레인지에서의 이야기야."

그랬다. 잇키가 험악한 표정을 지은 이유.

지금 벌어지는 싸움을 통해 보이는 하나의 현실이었다.

토카는 크로스 레인지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지녔다.

그것을 무너뜨리는 일은 일단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았다.

그 말인즉, 쿠로가네 시즈쿠의 승기는 롱 레인지를 제압하는 것 그 한 가지뿐이었다.

그렇다면…… 호각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는 공방은 시즈쿠에게 7:3 정도로 우세를 취해야만 하는 국면.

그런데도 그녀는 토카에 대해서 아무런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즉, 지금의 공방에 한정하면 팽팽했지만 넓은 시야로 싸움 전체를 바라보면…… 아까 전의 싸움에서 '로렐라이'와 '뇌절'의 사이에는 명확한 우열이 갈리고 만 것이었다.

더군다나──.

"더군다나 토카는 아직 본심이 아니야."

시즈쿠는 B랭크 기사이자, A랭크에도 필적하는 마력 제어력을 자랑하는 일류 물술사.

그런 인재는 칠성검무제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얻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토카는 굳이 무리하게 공격해 들어가지 않고서, 시즈쿠가 바라는 롱 레이지에서 펼쳐지는 공방을 받아들였다.

물을 다루는 초일류 능력자의 공격을 피부로 느끼고 학습하기 위해서.

"칠성검무제의 앞에 두고 싸우는 토카는 기뻐하고 있겠지."

"네. 그렇지만, 슬슬 공부도 일단락 짓겠지요. 오늘은 시합 시간이 상당히 밀렸어요. 학생회장으로서 그녀는 그뒤 처짐을 기꺼워하지 않을 테니까요."

◆◇◆◇◆

카나타의 말대로 링에 이변이 일어났다.

토카의 발아래.

'통토평원'에 의해 생겨난 아이스번이 중기를 뿜으며 녹기 시작한 것이었다.

번개술사가 조종하는 막대한 전력에 의해 발생하는 줄열로, 토카는 '동토평원'을 무효화했다.

그리고 '나루카미'를 들어올리고 그 칼끝을 시즈쿠에게 겨누었다.

시즈쿠는 싸늘한 빛이 깃든 칼끝에서 심장을 꿰뚫을 것 같은 살기를 확실히 느끼고 그 표정을 굳혔다.

그렇지만 시즈쿠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그 압박감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모르겠어.'

시즈쿠는 멀찍이 떨어진 토카와 서로 노려보면서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녀에게 떨치기 어려운 의문을 주는 것.

그것은 아까 전의 공방, 그 마지막 응수였다.

'어째서 내 기습에 반응할 수 있었던 거지.'

'로렐라이'의 마력 제어력은 '뇌절'의 그것을 크게 능가했다.

A랭크 기사인 스텔라조차 마력 제어력에 관해서만큼은 시즈쿠보다 한 단계 떨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시즈쿠는 자신의 위장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술을 짜고 있는지, 그것을 상대가 깨닫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인간에게 머리 위라는 곳은 절대적인 사각이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반응할 수 있는 인간도 머리 위로는 의식이 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메커니즘.

그런데도 토카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에 반응해 얼음의 묘표를 두 조각으로 갈라냈다.

'무언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는 거야.'

그것이 무엇인지 고찰을 굴려보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문득 바람이 흔들리고, 시즈쿠는 자신의 눈앞에서 '나루카미'를 높게 치켜든 토카의 모습을 보았다.

"윽?!?!"

그 광경에 시즈쿠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바로 한순간 전까지 몇십 미터나 앞에 있었을 터인 적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만큼 지척에서 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렇지만 놀라기는 했어도 경직하지는 않았다.

시즈쿠는 낙법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고서 몸을 뒤로 내던지고서, 가로 일선으로 휘둘러진 검의 번뜩임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공중에서 돌리고 왼손을 지면에 댔다.

그 땅을 짚은 왼쪽의 손바닥에서 고압의 물을 폭발시켜 자신의 몸을 토카에게서 먼 곳으로 피했다.

그저 피하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냉정한 판단.

그러나 그것은 시즈쿠가 이성을 총동원시켜서 간신히 감행한 냉정함이었다.

지금, 그녀의 머리는 반쯤 공황에 빠졌다.

'의미를, 모르겠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선은 한순간도 떼지 않았을 터.

그런데도 토카는 몇십 미터나 되는 간격을 소리도 기척도 없이 좁혀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이런, 쿠로가네 선수! 지금 건 아슬아슬한 회피였습니다!

토도 선수의 움직임에는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아무래도 멍하니 있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내가 멍하니 있었어?'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 시즈쿠는 의아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이 시합 중에 멍하니 있다니 말도 안 됐다.

그렇지만 아나운서의 말은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는 그런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공격해온 '뇌절'을 자신이 놓쳤다고.

'그런 일, 있을 리가 없는데.'

어쨌거나 아까 전 상황은 곤란했다.

두 번 다시 놓치지 않게끔 더욱 더 집중해야 한다.

시즈쿠는 스스로에게 강하게 되뇌며, 안구에 의식을 모아──

다음 순간, 휘둘러 내려져 눈앞에 닥쳐드는 '나루카미'의 칼날을 보았다.

"으으으으으으읏?!?!"

그것은 피할 틈마저 주지 않고서 시즈쿠를 한쪽 어깨에서부터 비스듬히 베어 갈랐다.

『아아아아, 이런! 쿠로가네 선수, 지금 토도 선수의 칼을 정면으로 맞았습니다아아! 게다가 상당히 깊습니다! 이건 치명상일까요?!!!』

그렇지만 누구나 승부가 났다고 생각한 순간.

시즈쿠의 몸이 갑자기 색을 잃고서 그저 물이 되어서 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진짜 시즈쿠는 이미 토카의 등 뒤, 그것도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 서있었다.

『이, 이런 물의 분신입니다! 쿠로가네 선수, '뇌절'의 칼을 훌륭히 회피…… 아니!』

문득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막혔다.

어째서인가.

시즈쿠의 왼손을 타고내리는 붉은 색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왼손에서 피가 방울져 떨어집니다! 완전한 회피는 할 수 없었습니다! 쿠로가네 선수 마침내 피탄! 이 시합에서 처음으로 타격을 준 건 '뇌절' 토도 토카 선수입니다!』

"크…………!"

'전혀 보이지 않아.'

시즈쿠는 얕게 베인 왼팔의 상처를 누르면서 신음했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른다.

어떤 방법으로 움직임을 지운 것인지, 시즈쿠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왼손으로 타고 내리는 붉은 색이 단 하나의 확실한 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이런 적의 움직임을 붙잡을 수는 없어……!'

그랬다. 이 순간,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명확한 형태로 두 사람의 길항이 깨진 것이었다.

◆◇◆◇◆

한 번 길항이 깨지니 그 형세는 눈 깜짝할 사이에 토카에게 기울었다.

시즈쿠는 오로지 방어에만 치중하여 그저 한결같이 링 위를 도망쳐 다녔다.

그러나 이를 쫓는 '뇌절'의 발은 빨라서 반응이 늦어지는 만큼 회피 동작에도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그녀는 점점 체력을 소비해갔고, 지금은 떠밀면 쓰러질 정도로 피폐해졌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요? 맨 처음은 호각으로 보였던 '로렐라이'와 '뇌절'.

그러나 이제 '로렐라이'는 도망 다니는 것도 벅찬 상태입니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 우열이 갈리고 만 것일까요?!』

당황하는 아나운서.

그녀는 시즈쿠가 토카의 모습을 놓치는 현재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시합이 일방적인 전개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공통으로 이해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이 시합의 승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제 항복하면 좋을 텐데……."

"역시 1학년에게는 짐이 무거운 상대였나."

"맨 처음 맞섰을 때는 혹시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이지이."

"뭐야? 돌아가는 거야?"

"그래, 이제 승부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역시 강해, 회장은."

회장도 식은 분위기였다.

이미 맨 처음의 열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랬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어차피 1학년.

그런 상대에게 하군에서 으뜸가는 기사가 패할 리가 있을까.

어째서 그런 빗나간 흥분을 했나 하고, 그런 흥이 깨진 분위기가 회장 전체에 감돌았다.

그 한 가운데에서, 스텔라가 신음하는 목소리로 잇키에게 물었다.

"……있잖아, 잇키. 시즈쿠,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라니?"

"보면 알잖아. 갑자기 명백하게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 나빠졌어."

"스텔라가 말한 대로네. 회장은 평범하게 움직이고 있을 텐데, 그게 마치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시즈쿠의 움직임에 의문을 느낀 것은 아리스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물론 잇키 역시.

다만 잇키는 두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이 보였다.

"……아마도, 그 말대로일 거야."

"어?"

"시즈쿠에게는 정말로 보이지 않는 거야. 전에 한 번, 나도 이거랑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어."

데뷔전을 치르기 전, 접수대에서 '야차공주' 사이쿄 네네를 만났을 때였다.

"그때, 사이쿄 선생님은 어느 새인가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어. 시선은 한순간도 떼지 않았을 텐데, 모르는 사이에 품을 내주었어. 아마도 지금 '뇌절'이 쓴 건 그거랑 같은 '체술'일 거야."

"아하하. 과연 쿠로꼬마. 역시 눈치 했구나아."

비스듬히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잇키가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그곳에서는 고운 기모노 차림을 한 작은 몸집의 여성과 양복을 몸에 두른 늠름한 여성이 절구 모양의 관객석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야호. 오랜만이야♪"

"사이쿄 선생님이랑 이사장님. 두 분이서 나란히 어쩐 일인요?"

"뭐, 용건이 있었던 건 아니야. 너희들의 모습이 보여서 말을 건 것뿐이다."

아리스인의 물음에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가 답했다.

두 사람은 그저 이 선발전이 시작된 이래의 B랭크끼리 벌이는 결투를 구경하러 왔을 뿐이었다.

말을 건 이유는 잇키 일행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네네 선생님. 역시 눈치챘다는 건, 잇키가 한 말은 올바른 거예요?"

스텔라의 물음을, 사이쿄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긍정했다.

"응. 저건 '누벼 걷기'라는 고무술의 호흡법과 보법을 섞은 기술이야. 어떤 거냐 하면──."

"…………어?"

순간. 스텔라와 5미터 쯤 떨어진 장소에 있었을 터인 사이쿄가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나타나서, ──스텔라의 풍만한 가슴을 아래에서 주무르면서 들어올렸다.

"히익?!"

"이런 느낌? 이야, 그렇지만 가슴 크구만. 더군다나 엄청 부드러워~♪"

"꺄아아아! 뭐, 뭐뭐뭐뭐 하는 거예요!!"

"주무르면 나도 늘어날까 싶어서."

"늘리고 싶으면 자기 걸 주무르라고요!!"

"주무를 만큼 없다고, 바아보!"

"되레 성내는 거예요?!"

쿠로노는 떠들어대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서 잇키에게 물었다.

"쿠로가네. 너라면 이미 '누벼 걷기'의 원리를 꿰뚫어 본 거 아닌가?"

그 물음에 그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뭐. 아마도 같은 걸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저기, 잇키, 뭐야 이 '누벼 걷기'라는 건."

"그게 말이지, 인간은 생물인 이상, 기계처럼 눈으로 본 것이나 귀로 들은 것을 전부 세세하게 인식할 수 없잖아. 뇌는 확실히 그것을 듣고 기억해도, 의식이 그걸 인식할 수 없어. 왜냐하면 눈에 본 것이나 귀로 들은 것을 전부 인식해서 분석 따위를 하면 뇌가 과부하를 일으키고 마니까. 그래서 인간의 뇌는 최우선으로 낮은 정보를 '각성의 무의식' 안으로 집어넣어 인식을 포기함으로써 뇌의 처리를 가볍게 해.

이 '누벼 걷기'라는 기술은 어떤 종류의 특수한 호흡법과 보법을 이용해, 자기 존재를 상대의 '각성의 무의식'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만드는 체술이야. 그 결과, 시즈쿠에게는 토도 선배가 보이는데도 보이는 것을 모르게 돼. 뇌도 눈도 확실히 토도 선배의 움직임을 붙잡고 있는데, 의식이 그걸 필요 없는 정보로서 분류해버리니까 인식할 수 없게 돼지. 그야말로, 생명의 위기가 닥치는 0}슬아슬한 순간까지."

"정답이다. 잘 알았구나."

쿠로노가 감탄한 듯이 신음했다.

잇키의 해답이 나무랄 데 없이 지금 시즈쿠를 덮치는 기이함의 원리를 파헤쳤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각성 중에 존재하는 미약한 무의식.

상대가 일절 깨닫지 못하도록 반보 호흡과 몸을 어긋나게 함으로써, 그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가 의식의 자물쇠를 푼다.

그것이 고류보법 '누벼 걷기'의 원리였다.

"저는 이미 한 번 이 체술을 보았으니까요."

게다가 토카의 '누벼 걷기'는 사이쿄의 그것에 비하면 상당히 조잡했다.

그래서 잇키는 그 원리를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설마 '야차공주'와 같은 기술을 써오는 학생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뭐, 같은 걸 할 수 있는 게 당연하지. 네네와 토도는 같은 기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누벼 걷기'도 원래는 그 기사가 특기로 하던 기술이야."

"그렇습니까. 덧붙여서 묻겠습니다만 그 스승은 누구입니까?"

"난고 토라지로."

"'투신' 난고 말입니까……!"

알려준 이름을 듣고 잇키가 경악 어린 표정을 떠올렸다.

'투신'──난고 토라지로.

'대영웅' 쿠로가네 료마의 평생 라이벌이자, 구순을 넘기고서도 현역인 노기사.

문답의 여지도 없을 만큼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아무래도 시니어의 합숙 때 눈에 들어서, 이후 가르침을 받고 있는 모양이야."

"우. 잠깐 기다려, 쿠! 나는 한 번도 그 영감탱이를 사부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뭘 쑥스러워 하는 거야. 그 외굽 나막신도 그 분을 흉내 낸 거잖아."

"아아아닙니다아! 이걸 신고 있으면 변비가 낫는다고 통판에서 광고해서 샀을 뿐입니다아!"

"지압 샌들인가……."

후리소데를 펄럭펄럭 거리면서, 뭔가 발끈해져서 부정하는 사이쿄의 모습에 쿠로노는 "여전히 그 분 일이 되면 솔직하지 않구나"라고 쓴 소리를 흘리더니, 다시 잇키에게 시선을 향했다.

"뭐, 그렇지만 거기까지 뚜렷하게 원리가 보인다면 너는 이미 깨달았겠지. 여동생은 '누벼 걷기'를 깰 수 없다는걸."

""어──!""

그 말이 고하는 내용은 시즈쿠의 패배라는 절망적인 현실.

그 말을 귀로 듣고서 놀라움의 목소리를 지른 사람은 스텔라와 아리스인.

그렇지만 잇키는 씁쓸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놀람은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그 사실에 다다랐기에.

"…………정말이야, 잇키? '누벼 걷기'를 깰 방법은 없어?!"

"아니, '누벼 걷기'를 깰 방법 자체는 있어. 스스로 '각성의 무의식'으로 눈을 돌리면 될 뿐이니까. 그렇지만 그건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워."

이를테면 눈앞에 권총을 들이미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 남자는 명백히 자신에게 적의를 보내고 있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 총구에 시선이 못 박히게 되리라.

당연하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그런 상황 아래에서 누가 남자의 귀걸이에 주의가 갈까?

귀걸이가 어디의 메이커인지 신경 쓸까?

신경 쓸 리가 없다.

아무래도 좋을 정보로 여겨 의식에 인식조차하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이 '누벼 걷기'를 깨기 위해서는 그 위기적 상황 아래에서 스스로 총구로부터 시선을 떼고서 귀걸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각성의 무의식'에 눈을 돌린다는 행위이다.

"시즈쿠는 지금 그야말로 목숨의 기로에 서있어. 그런 상황에서 상대에게서 의도적으로 의식을 돌린다는 건, 그 나름대로 훈련을 쌓아서 자신의 몸이나 의식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야 가능한 일이야."

이를테면 잇키나 스텔라라면 그것도 가능하리라.

이 두 사람은 무예를 몸에 익히는 과정에서 거의 완전히 스스로의 몸을 제어 아래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즈쿠는 달랐다.

그녀는 마력 제어에 있어서는 초일류지만, 육체 제어에 관해서는 초심자다.

그래서 놓쳤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집중하려고 들고 만다.

그 결과 시야는 좁아지고 점점 '각성의 무의식'의 어둠은 깊어진다.

완전한 악순환을 낳는다.

"솔직히…… 시즈쿠에게는 버겁겠지."

"그런…………!"

물론 잇키 역시 시즈쿠의 패배 따위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글프게도 시즈쿠와 토카, 이 두 사람의 B랭크 기사 사이에는 차이가 지나치게 났다.

어쨌거나 시합이 시작되고 나서 시즈쿠는 단 한 번도 토카에게 유효한 공격을 넣을 수 없었다.

그것도 그녀가 기장 자신 있어 하는 롱 레인지에서 말이다.

거리를 두고서 벌인 싸움이 호각이 되어버린 이상 승부는 꼬였다.

상대방을 떼어낸 상태로 억눌러서 완승하는 일은 일단 무리이리라.

반드시 치명적으로 거리가 좁혀진다.

그리고 그곳은──'뇌절'의 사정거리다.

"……뭔가, 시즈쿠는 크로스 레인지에서 '뇌절'에게 대항할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이 있다면 아직 가능성은 있어. 그렇지만 없다면…………."

그 다음으로 올 뒷말을, 잇키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스텔라는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이어질 말을 이해하고 말았다.

"~~~~으윽!"

신기한 일이었다.

스텔라에게 시즈쿠는 연적.

방해되는 존재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닐 터인데──.

그녀는 이해되고 마는 것이었다.

시즈쿠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싸우고 있는지를.

얼마나 강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이 싸움에 임하고 있는 지를.

같은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쓰라릴 정도 이해해 버렸다.

그래서──.

"시즈쿠우우우우! 힘내애애애애애애!!!!"

말 한 마디로 어떻게 될 일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스텔라는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

스텔라의 높고 예쁜 목소리는 열기를 잃은 회장에 잘 울렸다.

당연히 그 소리는 시즈쿠의 귀에도 들어왔다.

귓불을 때리는 익숙한 연적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시즈쿠의 승리를 바라는 외침이었다.

그 외침을 듣고 시즈쿠는 피가 몰려 막힐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당신 따위에게 응원 받아도 기쁘지 않다고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시즈쿠는 그렇게 허세를 부렸다.

미음속으로 느끼는 낯간지러워 지독하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을 무시하기 위해서.

그것을 받아들이면 자신과 그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바뀌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그러나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스텔라의 목소리는 확실히 시즈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움직였다.

그것은 질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스텔라 양은, 반드시 칠성검무제에 나갈 거야.'

그녀는 하군에서 단 한 사람뿐인 A랭크 기사.

현재 시즈쿠와 대치하고 있는 '뇌절'보다도 훨씬 격이 높은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교내선발에서 무릎을 끓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스텔라에게 승리한 잇키도 또한 전국으로 진출하게 되리라.

시즈쿠는 누구보다도 오빠의 강인함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시실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곳에서 자신만 질 수는 없었다.

'나도 이겨서, 그런 다음 나가는 거야. 오라버니와, 모두와 함께, 칠성검무제에──!'

그것을 의식한 순간, 절망적인 우열에 사그라지던 시즈쿠의 투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상처투성이의 몸에 치유를 행하면서 등을 쭉 펴고 눈앞의 적을 노려보았다.

『이런, 방어일색이었던 쿠로가네 선수, 시합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상처 입은 몸에 치유를 행하며, 아직 속행할 자세입니다!

무언가 승기를 찾아낸 것일까요?!』

그런 것은 찾아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단은 내렸다.

……자신은 토카의 접근을 깨달을 수 없다.

그것이 어떤 원리인지 시즈쿠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만은 이미 질릴 정도로 뼈저리게 알았다.

그렇다면──수비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상대의 파고듦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상, 당초에 세웠던 기선을 제압하고서 롱 레인지에서 못 박는다는 작전은 깨졌다.

멀리서 움츠러들어서야 상황이 악화될 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활로는 스스로 공세로 전환하는 것뿐.

상대는 '뇌절'.

크로스 레인지에 불패의 일도를 가진 하군에서 으뜸가는 기사.

그러나 그곳밖에 승기가 없다고 한다면──.

'공략해 주겠어! 불패의 크로스 레인지를!'

시즈쿠는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서 '요이시구레'를 움켜 쥔 손에 힘을 실었다.

그렇지만 그런 결의는 알 바가 아니라는 양, 무자비하게, 자비도 용서도 없이, 토카는 다시 '누벼 걷기'로 시즈쿠의 의식의 틈새에 파고들어──.

순간, 시즈쿠가 움직였다!

'요이시구레'를 얼어붙은 바닥에 찔러 넣고 외쳤다.

"'백야결계'!!!!"

그 주문의 말과 함께 '동토평원'의 빙결이 한순간 그 형태를 고체에서 기체로 변화시켜, 마치 스모크(연막)처럼 짙은 흰 안개가 되어 링 전체를 집어 삼켰다!

시즈쿠는 발상을 바꾼 것이었다.

이쪽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저쪽에도 보이지 않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래서 줄열의 앞에서 이미 쓸모없어진 바닥의 '동토평원'을 기화시켜 링 전체에 1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안개를 흩뿌렸다.

이 마법의 안개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술자인 시즈쿠 단 한 사람뿐이었다.

시야는 보이지 않아도 이 안개는 시즈쿠의 몸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전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각은 짙은 안개 속에서 어찌할 도리 없이 우왕좌왕하는 토카의 위치를 올바르게 포착했다.

시즈쿠는 즉시 토카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가,

"'비수인'."

그 목소리에 호응해 '요이시구레'의 칼날에 대기 중의 물이 모이더니 이윽고 일본도 크기의 날을 형성했다.

그것은 고압으로 순환하는 수류의 날이었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듯이, 물은 그저 방울 져 떨어지기만 해도 바위마저 구멍을 낼 힘을 가졌다.

그것이 고압의 수류가 되면, 물은 금속마저 버터처럼 베어 가르는 날붙이로 변한다.

애당초 이 지구의 대기 그 자체가 물에 의해 형성된 조각인 것이었다.

물로 베어 가를 수 없는 물질은 이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즈쿠는 뛰어난 마력 제어력으로 그 대자연의 힘을 날의 형태로 압축해──,

'승부다------!!!!'

토카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무모한 자포자기 공격인가?

아니, 그녀의 마음에는 승리의 확신이 있었다.

맨 처음 행했던 머리 위에서의 기습.

그것이 간파된 이유는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처럼 '나루카미'로 이 '비수인'에 대응하려 한들 그것은 불가능하다.

어째서냐 하면 그야말로 명도를 능가하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물은 '액체'.

고체인 '나루카미'로 받아낼 수는 없다.

'비수인'은 맞받아치려는 '나루카미'의 날을 그대로 통과해 토카의 몸을 베어 쓰러뜨린다.

시즈쿠는 그 비전이 보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확신을 가슴에 품고서 '나루카미'의 간격에 발을 들여──.

"어…………."

순간, 시즈쿠는 보았다.

짙은 안개 속.

파악할 수 있을 리 없는 시즈쿠의 모습을 두 눈에 담고서, 발도의 자세를 취하는 토카의 모습을.

'나루카미'를 집어넣은 검은색 칼집에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격렬한 번개가 내달렸다.

알고 있었다.

시즈쿠는 몇 번이고 영상으로 보아서 기억했다.

이 눈을 흐리게 만들 정도의 빛이 뿜어진 다음에 펼쳐지는 기술을.

그것은 대항하는 자 모두를 예외 없이 일섬 아래 베어 버려온 전가의 보도──!

"────'뇌절'."

플라즈마가 내뿜어지며 세상을 하얗게 태웠다.

찰나 속에서 해방된 압도적인 열량.

승부를 걸려고 한 시즈쿠는 멈출 수 없었다.

혼신의 힘으로 '비수인'을 내리쳤다.

그 수류의 날을, 해방된 '뇌절'은 그 속도만으로 한순간에 없애버리고,

지금까지 모두 그랬던 것처럼.

쿠로가네 시즈쿠의 바람을────단 한 합 아래 베어버렸다.

◆◇◆◇◆

플라즈미를 두른 '뇌절'이 휘둘러진 순간.

음속을 아득히 뛰어넘은 일도가 주변의 대기를 터뜨렸다.

터지는 것처럼 폭풍이 토도를 중심으로 휘몰아쳤고, '백야결계'의 짙은 안개를 날려버렸다.

그 여파는 관객석까지 미쳐서 갈라진 회장이 삐걱거렸다.

이미 서있을 수도 없을 만큼 격렬한 대기의 울부짖음.

그러나 그 안에서, 잇키는 단 한 번도 그 눈을 감지 않았다.

사납게 날뛰는 폭풍 속에서 눈 아래의 링을 내려다보며──.

마지막까지 눈을 돌리지 않고서, ……쿠로가네 시즈쿠가 쓰러져 넘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전광일섬!!!! 베어서 쓰러졌습니다아아아아앗!!!!

동시에 심판이 팔을 교차! 시합 종료입니다!!!!

쿠로가네 선수, 선전을 보였습니다만 역시 전년도 베스트 4의 벽은 두꺼웠습니다!!!!

B랭크 기사의 사투를 제압한 이는 우리 학생회장! '뇌절' 토도 토카 선수입니다!!!!』

아나운서가 승자의 이름을 알리고 시합의 막이 내려 갔다.

선전──확실히 맨 처음 펼쳐진 공방은 학생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러나 시합의 내용 자체는 시즈쿠의 완패이리라.

어쨌거나 그녀는 단 한 번도 토카를 건드릴 수도 없었기에.

그렇지만──그렇다 해도………….

"저기, 잇키."

"알고 있어, 아리스. 제대로 봤으니까."

아리스인의 목소리에 그렇게 대꾸하고서, 잇키는 링 위의 한 점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쓰러져 엎어진 시즈쿠의 오른손.

그 오른손이 '뇌절'의 발을 잡고 있었다.

그렇다, 분명히 완패였다.

그렇지만,

"훌륭했어, 시즈쿠."

피아가 지닌 힘의 차이를 누구보다도 강하게 느끼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시즈쿠 자신이었으리라.

그렇다 해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서 계속해서 싸웠다.

'……강해졌구나.'

항상 자신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왔던 그 작은 여자아이가──.

오늘 이 순간만큼, 잇키가 4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느낀 순간은 없었다.

그리고??.

"…………."

잇키는 갈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링을 떠나는 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역시, 강해.'

그때, 시즈쿠는 결코 무모한 자포자기 공격을 건 것은 아니었다.

상대의 시야를 빼앗는 '백야결계'.

시즈쿠가 가진 노블 아츠 중에서 최강의 날카로움을 자랑하 는'비수인'.

그녀는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진심으로 '뇌절'의 공략에 도전했다.

그녀에게는 스스로의 승리의 비전이 보였던 것이리라.

그러나 그것을 정면에서 베어서 쓰러뜨렸다.

이쪽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한수를 생각해도, 그 상정보다 까마득한 위를 가는 존재.

'소드 이터(검사 살해자)' 쿠라시키 쿠라우도와 싸웠던 잇키는 알았다.

그것이야말로 칠성의 높은 경지에 사는 자들인 것이었다.

그 영역에 사는 자는 누구 한 사람 여간내기가 아니다.

통상적인 저울질을 뛰어넘은 초인들.

그렇기에 잇키는 생각했다.

──그것은 이 얼마나 오르는 보람이 있는 정점일까, 고.

''뇌절' 토도 토카…… 꼭 한번 검을 나눠보고 싶네.'

◆◇◆◇◆

시야를 태우는 섬광 뒤에 찾아온 것은 깊고 빛 없는 어둠이었다.

시즈쿠는 그 어둠에서 천천히 의식을 깨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흐릿한 시야의 초점을 맞췄다.

눈에 날아들어 온 것은 주름 하나 없는 의무실의 하얀 천장과,

"정신이 들었구나, 시즈쿠."

익숙한 룸메이트의 얼굴이었다.

"……아리스."

시즈쿠는 천천히 반신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보아하니 그곳에 있던 사람은 아리스인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그녀의 오빠 쿠로가네 잇키와 스텔라 버밀리온의 모습도 있었다.

그 광경에──.

'아아, 그런가.'

시즈쿠는 자신의 패배를 깨달았다.

"저는, 진 거로군요."

툭 중얼거린 말에 무거운 침묵이 드리웠다.

신경 쓰지 마. 힘을 내.

그런 말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승부의 세계에 몸을 둔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서 패자에게 걸 말 따위는 없었다.

"…………시즈쿠, 저기, 저기 말이야."

"미안해요."

따가울 정도의 침묵 속에서 무언가 말을 걸려고 했던 스텔라의 말을 시즈쿠는 즉시 잘랐다.

"잠시.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시지 않겠어요? 오늘은 피곤해져버려서요."

시즈쿠는 고개를 떨구고서 모두에게 부탁했다.

오늘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알겠어. ……가자, 스텔라."

"……응."

잇키는 시즈쿠의 마음을 헤아리고 모두를 데리고서 곧바로 의무실을 떠나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가슴속에서 서서히 번지는 패배의 원통함이 이미 목 아래까지 치밀어 올라와 있었다.

원통함에 몸을 떠는 비참한 모습 따위, 오빠에게도 스텔라에게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시즈쿠는 긍지 높은 소녀이기에.

그런데도──.

"……어째서 있는 거야."

어째서인지 온화하게 웃는 얼굴 띤 아리스인이 그 자리에 눌러앉아 있었다.

"글쎄? 어째서일까?"

"혼자 있게 해달라고 말했을 텐데."

"응. 들었어."

"그렇다면──!"

폭력적인 말을 쏟아내려고 했던 그 순간.

시즈쿠는 아리스인에게 끌어 안겼다.

'어………….'

"……아리, 스?"

"잘, 노력했어."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라는 시즈쿠의 귓가에서, 아리스인은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네 오빠. 마지막까지 시즈쿠를 봤어. 훌륭하다고 말했어."

그리고 천천히 빗어 내리듯이 그 은발을 쓰다듬으면서,

"나는 시즈쿠가 지키고 싶은 사람도, 지고 싶은 사람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

"~~~~윽."

그것이 한계였다.

건네준 다정한 말에, 감싸주는 것 같은 포옹에, 목 아래까지 밀려올라왔던 오열이 흘러나왔다.

한 번 흘러나오니 그 다음은 봇물 터지듯이 흘러넘쳤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분하다!

이루어지지 않은 바람. 손에 닿지 않은 꿈.

그 흔적이 시즈쿠를 괴롭혔다.

시즈쿠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분한 마음을 비명으로 토해 내면서 아리스인의 품에 매달렸다.

그 힘은 강해서 손톱이 파고들 정도였지만, 아리스인은 포옹하는 힘을 풀지 않았다.

이 긍지 높은 소녀가 원통함을 토해낼 수 있는 상대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래서 아리스인은 시즈쿠의 오열이 몇을 때까지 줄곧 그녀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

"시즈쿠, 분해보였어……."

의무실에서 기숙사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며 스텔라가 중얼거렸다.

"……무리도 아니야. 이것으로 사실상 칠성검무제로 향하는 길은 닫혔을 테니까."

잇키는 전에 오레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선발전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대표선발 여섯 명은 무패가 메우게 될 것이라고.

전국을 노린다면 이 싸음에서는 한 번도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시즈쿠는 아무것도 부끄러워할 게 없어."

잇키는 떠올렸다.

토카의 발을 붙잡은 시즈쿠의 오른손을.

마지막에 보인 그 의지는 훌륭하다고 밖에 말할 도리가 없었다.

"1패도 안 된다니, 엄격한 싸움이구나."

"응. 그렇지만………… 우리들도 남 일이 아니야."

다들 같은 규칙에서 싸우고 있다.

시즈쿠도, 잇키도, 스텔라도──다른 모두도.

칠성의 정점을 노리는 자는 그 누구든지, 단 1패도 용납 되지 않는다.

그것이 신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가 세운 규칙.

하군에서 칠성검왕을 탄생시키기 위한 선별이었다.

고위 랭크 유망주끼리 서로 짓뭉기기를 시켜서라도 최강의 한 사람을 선발한다.

결국 칠성의 정점에 다다를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뿐이기에.

"벌써 선발전도 종반전이야. 우리들도 한층 정신을 차리고 임해야겠지."

"나는 지지 않아."

잇키는 곁에서 그렇게 딱 잘라 단언한 스텔라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스텔라도 또한 잇키를 올려다보았다.

강하고 형형하게 빛나는 투지의 불꽃이 깃든 눈동자로.

"나는 절대로 지지 않아. 칠성검무제의 결승에서, 잇키와 싸워서 이번에야말로 이길 거니까."

그 강한 의지가 깃든 표정을 보고서, 잇키는 속에서 벅차오르는 기쁨의 감정을 얻었다.

그날 밤에 나누었던 약속.

그 실현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후후. 당연하지. 도중에서 떨어져 버리기라도 한다면 용서 하지 않을 테니까♪"

잇키의 대답에 스텔라는 만면에 빙긋 웃음을 띠웠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잇키는 싱글거렸다.

최근 이 소녀가 더욱 더 사랑스러워져서 견딜 수 없었다.

알면 알수록,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 소녀를 좋아하게 된다.

꽃 같은 향기가, 조금 높은 체온이──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진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좀 더 자신을 좋아해주었으면 해서, 지금까지 이상의 동기부여로 힘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자신을 높은 경지에 올릴 수 있다.

곁에 있는 가장 강한 라이벌이자 가장 사랑하는 연인인 그녀에게 어울리는 자신이 되기 위해서.

그녀와의 만남은 잇키에게 더할 나위없는 재산이었다.

"그럼, 지지 않기 위해서 지금부터 트레이닝이라도 할까."

"그거 좋네. 정직하게 말하자면 시즈쿠의 시합을 보고나서 몸이 쑤셔."

"하하. 스텔라답네. 그럼 어서 가자."

그렇게 말하더니, 잇키는 복도에 자신들 말고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스텔라의 손에 손가락을 휘감았다.

그러자 스텔라 역시 잇키의 손을 꽉 마주 잡아주었다.

수영장에서 연인으로서의 한 걸음을 내디딘 이래, 서로 스킨십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사람 눈이 없는 곳으로 가면 어느 한 쪽이 자연스럽게 남은 한 사람의 손을 잡게 되었다.

손가락을 단단히 뒤얽음으로써 상대방의 체온과 존재를 뚜렷하게 확인하는 이 행위를, 잇키도 스텔라도 무척 좋아 했다.

뭐, 물론 가장 좋아하는 스킨십은 입맞춤이기는 했지만.

……그런 식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그 수영장의 일건을 시초로 확실히 연인 관계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것은 확실히 진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러나──사실, 스텔라는 이 현재 상황에 일말의 부족함을 느꼈다.

부족하다는 것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더욱더, 더욱더 가까이 있고 싶다.

──잇키가 여자로서 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잇키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욕망이 강해져가는 것이었다.

밤. 잠이 들기 전에 입맞춤을 나눌 때에 특히.

입술과 입술이 떨어질 때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어제 같은 경우, 입술이 떨어진 순간에 "아앙"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서 잇키를 놀라게 만들고 말았다.

'그건, 부끄러웠어…….'

자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고는 여길 수 없을 정도로 달짝지근한 목소리에 놀라서 곧바로 침대로 뛰어들어서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그러나 몸에 달아오른 불이 사라지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성욕이 강한 걸까…….'

떠올리기만 해도 어찐지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애당초 바란다고 한들 응해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스텔라는 버밀리온 황국의 제2황녀라는 입장이 있었기에.

그렇지만 동시에 스텔라도 잇키도, 열다섯을 넘겨서 성인이 된 어른이기도 했다.

(블레이저가 열다섯이 되면 성인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제 마도 기사 연맹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에서 공통된다.)

즉, 서로…… 결혼할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었다.

어른으로서 당당하게 사랑을 할 권리도 또한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만약, 만에 하나…… 잇키가 바란다면………….'

똑바로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어깨에 양손을 얹고서 바란다면──.

지금의 자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황녀로서의 원칙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마음일까.

얼마 전의 스텔라였다면 이러쿵저러쿵 변명을 하며 잇키를 거절했으리라.

그렇지만 지금은 과연 어떨까.

스스로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만약 잇키가 진심으로 자신을 원한다고 바라준다면, 

'……나는────.'

"왜 그래, 스텔라? 어쩐지 얼굴이 빨간데?"

"흐에?! 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데 얼굴이 그렇게 빨개지지는 않아. 혹시나 감기 걸린 거 아닐까. 잠시 열을 재볼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잇키가 열을 재려고 이마를 가져다 댔다.

그 친절함에 스텔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 지지지지금, 얼굴을 가까이 대지 마아아아아.'

"저, 정말로 괜찮다니까! 정말이라니까아! 그러니까 그렇게 가까이 오면 안 돼애!"

그녀는 간신히 잇키를 밀어내고서 스스로도 정말 절조가 없다고 어처구니 없어했다.

이렇게 아직 해도 저물지 않은 교사 안에서 그런 파렴치한 상상을 하다니──.

그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건 침대에 들어갈 때까지 금지야.'

침대 안에서라면 괜찮은가 하고 자기 마음속에서 대꾸 해오는 딴죽은 듣지 않기로 하며, 스텔라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문득, 그런 때였다.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길모퉁이에서, 이상한 것이 쓰윽 나타났다.

사람 그림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두 사람은 허둥지둥 손을 놓았다.

아까 전에 늘어놓은 것처럼 잇키는 어쨌거나 스텔라에게는 사회적 입장이 있었다.

연인이 생겼다고 하면 세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어 그 대응에 바빠지게 된다.

그래서 칠성검무제라는 학생 기사로서 바쁜 시기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당분간 덮어두기로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새하얗고 일그러진 장방형의 괴물이었다.

"으, 샤…… 웃샤…………!"

그 괴물은, 찬찬히 살펴보니 하나의 기둥처럼 수북이 쌓인 종이다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산처럼 쌓인 종이다발을 양손에 끌어안고서 나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어쨌거나 그 용지의 산이 얼굴을 감출 정도로 높게 뻗어있었기에.

그렇지만, 다리 아래를 보아 하니 여학생인 모양이었다.

"위, 위험스러워 보이네……."

"그러네. 도와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결심하고서 잇키는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괜찮다면 나르는 거 도와줄까?"

"어?!"

그렇지만 갑자기 말을 걸자 여학생이 놀라고 말아 몸이 굳었다.

그 탓에 오른발이 자신의 왼쪽 발꿈치에 걸려서,

"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

그녀는 잇키를 향해서 종이다발을 뿌려버리고 말았다.

"아아아. 뭐 하는 거야……."

"아와왓! 미, 미안해요! 앞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 못해서!"

"아니, 이쪽이야말로 갑자기 말을 걸어 놀라게 해서 미안."

세 사람은 무릎을 대고서 함께 흩어진 종이다발을 주워 모았다.

그리고 그 종이를 어느 정도 다 모으고 나서 잇키가 다시 여학생 쪽으로 눈을 돌리자, 

눈앞에 좌우로 흔들리는 엉덩이가 있었다.

"윽!"

"아우으, 안경…… 안경 어디 있지이?"

아마도 넘어졌을 때 치마가 말려져 올라간 것이리라.

그렇지만 여학생 본인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중얼거리면서 납죽 엎드려서 바닥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때마다 제법 크고 포동포동한 엉덩이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잠깐, 너! 치마! 치마 뒤집어졌어!"

"어?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

스텔라가 주의를 주자, 여학생은 마침내 자신이 드러낸 엉덩이를 잇키의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허둥지둥 치마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미, 미안해요! 터무니없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말아서……!"

"아니………… 아하하."

"잇키, 봤어?"

"……보지 않았다고 말하면 믿어줄래?"

"믿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겠죠오. …………응?"

한숨을 쉰 잇키의 시야에 어떤 것이 비쳤다.

그것은 제법 렌즈가 두꺼운 둥근 안경이었다.

'아아, 아까 전에는 이걸 찾고 있었던 건가.'

여학생이 납죽 엎드려서 엉덩이를 흔들던 이유를 헤아리고서, 잇키는 그것을 주워 들고는 그녀에서 내밀었다.

"저기, 아까 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건, 이거 아니야?"

"아아, 맞아요! 고맙습니다! 이게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여학생은 잇키 쪽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감사 인사를 하면서 안경을 받아들었다.

그제야 잇키와 스텔라는 처음으로 그 여학생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서,

"어?"

"뭐?!"

놀라서 얼어붙었다.

"너, 너는──."

어째서냐 하면 그 여학생──갈색 머리카락을 세 갈래로 닿아 묶은 그 소녀는,

"'뇌절'──토도 토카?!"

그야말로, 아까 전 시즈쿠를 압도적인 힘으로 때려눕힌, 하군 최강의 기사 그 사람이었기에.

"어? 아, 네? 그렇습니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

"아, 회장님이다! 야호오!"

"안녕하세요, 미시마 학우님."

"학생회장님! 오늘 시합, 축하드립니다!"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사야마군."

"토도 회장, 안녕! 요전번에는 내 지갑을 찾는 걸 도와줘서 고마워! 정말 미안해. 하루 종일 함께 해줘서."

"신경 쓰지 마세요, 이타가키 학우님. 게다가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우타 군의 덕분이지, 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아,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잃어버리지 않게끔 조심하셔야 해요?"

수 미터를 나아갈 때마다 다양한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남녀 불문하고서 토카에게 인사를 했고, 토카 역시 하나하나 정중하게 이름을 부르며 응대했다.

잇키와 스텔라는 방금 전까지 그녀가 나르던 자료를 손에 들고서 그 모습을 몇 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잘 따르네. 토카 선배는."

불현듯 스텔라가 생각한 말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그 말에 토카는 낯간지러워 보이는 웃음을 띠웠다.

"저는 학생회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요. 그보다,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자료를 주워주셨을 뿐만 아니라 나르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아뇨, 아뇨. 애당초 혼자서 나르기는 버거운 양이었고요."

"아하하…… 살짝 태만을 부려서 한꺼번에 전부 나르려고 한 거라서요. 역시 게으름 피우면 안 되겠네요. 반성합니다."

배꼼 작게 혀를 내밀며 수줍어하는 토카.

그 행동거지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아까 전 귀신같이 강한 힘으로 시즈쿠를 퇴치한 소녀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여길 수 없었다.

"그렇지만…… 놀랐어요. 스텔라 양의 얼굴은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지만, 당신이 소문의 쿠로가네 잇키 군이었다니. 어쩐지 곤란한 타이밍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어버렸네요."

곤란한 타이밍이란 말은 역시 시즈쿠가 잇키의 여동생이기 때문이리라.

그 말을 듣고 잇키는 작게 고개를 옆으로 내저으며 답했다.

"……승부니까요. 시즈쿠는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훌륭히 싸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정면에서 받아들여서 힘껏 응해 주었어요. 제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여동생의 마음을 받아들여 준 것에 감사할지언정 원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이 거짓 없는 잇키의 본심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그건 같은 의견이지만, 단 하나 신경 쓰이는 점이 있어."

잇키의 말을 잇는 형태로, 스텔라가 조금 위험한 빛이 깃든 시선으로 토카를 바라보았다.

스텔라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토카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토카 선배. 당신 아까 전 모습을 보아하니 안경을 쓰지 않으면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시력이 낮은 것 같은데, 시합 때에는 안경을 쓰지 않았지? 그건 어째서야?"

그렇다, 어째서 그 정도로 시력이 나쁜 토카가 시합에서 안경을 벗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혹시나, 봐준 거야?"

"아, 아따, 고런 일 없었당께!"

"어?"

"어? ……아. ……그, 그런 일 없어요~."

스텔라의 물음에 동요했는지, 지금 한순간 굉장히 심한 사투리 말투였다.

토카가 뺨을 붉히면서 황급히 말투를 고쳤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지만 토카는 "으흠"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하고서 말투를 되돌렸다.

"그렇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반대예요. 시즈쿠 양은 보통 수단으로는 당해낼 법할 상대가 아니어서 안경을 쓴 채로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시각을 차단해서 지각의 밀도를 높이지 않으면, 시즈쿠 양 수준을 상대하기는 버겁습니다."

"지각이라니………… 무슨 말이야?"

"저, 시력을 차단하면 상대의 몸에 흐르는 미세한 임펄스(전달 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돼요. 요컨대 번개술사로서의 능력을 응용한 거죠."

토카는 말했다.

인간은 살아있는 정밀 기계라고.

그 동작은 전부 뇌에서 보내는 임펄스에 의해서 제어 된다.

그것을 감지하는 것은 무척이나 유익한 일이다.

신경을 달리는 임펄스의 움직임에서는 상대방의 다음 동작을,

안구를 조작하는 근육이 보내는 신호에서는 상대방이 보는 시선의 위치를,

뇌내 물질의 분비 명령에서는 상대방의 생리 상태를,

그 모든 것을 손에 잡힐 듯이 이해할 수 있기에.

"그 정보는 말하자면 상대방이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고스란히 드러난 본심이에요. 상대방이 지금 어떤 심리 상태인지. 다음에 어떤 행동을 상정하고 있는지, 시력을 제한하면 실제로 눈을 통해 상대방을 보는 것보다도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파악하고 있으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바를 읽어내는 게 굉장히 간단해집니다. 그래서 덫도 기습도 간파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가. 그래서 토카 선배는 시즈쿠의 기습을 회피할 수 있었던 거구나."

토카는 스텔라의 말에 "예"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제 노블 아츠 '리버스 사이트(섬리안)'입니다. 비유한다면 '워스트원(낙제 기사)'의 '퍼펙트 비전(완전 장악)'과 비슷하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워스트원'의 '퍼펙트 비전'은 통찰력의 산물이고, 제 건 그저 커닝이지만요. ……뭐, 그런 거라서 결코 봐준 게 아닙니다."

"응…… 잘 알았어. 미안해. 이상한 의심을 해서."

"어쩐지 기뻐 보이네……?"

"네, 스텔라 양은 친구를 위하는구나 싶어서요."

그 말에 스텔라의 뺨이 불이 붙은 것처럼 발개졌다.

"뭐! 그, 그 애랑 나는 친구 같은 게 아니야!"

"어머? 그런가요?"

"아니. 굉장히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이, 잇키까지! 정말, 몰라!"

잇키에게서 홱 시선을 돌리고서 발걸음을 빠르게 하더니, 스텔라는 혼자서 가버렸다.

'……학생회실이 있는 곳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아니, 분명히 모른다.

반드시 앞에 있는 길모퉁이 부근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래서 잇키는 스텔라를 쫓아가지 않고서 토카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괜찮습니까?"

"뭐가 말인가요?"

"아니,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버려서요. 선발전은 이미 종반이고 시합수도 많이 남아있지는 않겠지만, 아직 적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별로 상관없어요. '리버스 사이트'의 원리가 들통난다한들────저는 지지 않을 테니까요."

"윽!"

순간, 잇키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서 발끝까지 전율로 마비되는 감각을 느꼈다.

아까 전부터 연상의 여성다운 온화한 웃음을 띠우는 토카.

그 웃음으로 가늘어진 눈동자의 안쪽에서, 날붙이처럼 번뜩이는 야만스러운 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이 여성이 그 '뇌절'이라는 증거.

자신의 힘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보다도 더욱 강한 자와의 싸움을 갈망한다.

잇키나 스텔라의 그것과 같은 종류의──, 자신감과 야심을 불태우는 눈동자였다.

'…………하핫.'

그 눈빛을 보고서 잇키는 생각했다.

자신과 이 여성은 분명히 무척이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그리고 이전보다도 강하게 바랐다.

언젠가──이 여성과 싸워보고 싶다고.

◆◇◆◇◆

5분 정도 걸은 후, 잇키 일행은 학생회실 앞에 다다랐다.

"후우. 드디어 도착했다. 학생회실은 의외로 멀구나."

"두 분 모두 고맙습니다. 부디 안에서 차라도 드시고 가세요. 마침 어제 토토쿠바라 양이 무척이나 맛있는 찻잎을 가져와 주었어요."

"그럼 호의를 받아들이죠. 스텔라는?"

"나도. 목이 마른걸."

"그럼 어서 안으로──."

토카가 그렇게 말하고 학생회실의 문을 열며 두 사람을 선도하면서 실내에 발을 내딛자,

"흐규!!"

토카의 발끝이 무언가 무거운 것에 걸려서 앞으로 꼬꾸라지며 벌렁 나자빠졌다.

머리부터 정면으로 떨어졌지 때문에, 엉덩이가 잇키와 스텔라를 향해서 들이민 형태가 되어서 또 팬티가 훤히 드러났다.

아까 전부터 토카의 치마가 완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 했다.

"……있잖아, 잇키. 이 사람 팬티를 광고하면 스폰서료라도 받는 거 아니야?"

"그런 발상은 못 했어."

"아이야……. 참말 뭐시다냐?"

뜬금없는 덫에 사투리를 쓰면서, 토카는 일어서서 다시 학생회실을 보았다.

그리고 안색이 새파래졌다.

"뭐, 뭐야, 이게에에에에!!!!"

토카는 비명을 질렀다.

학생회실이 책장이라는 책장에서 책을, 서랍이라는 서랍에서 잡화를, 전부 무차별적으로 널브러뜨린 것처럼 제멋대로 어질러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운 방 안에는 토카 이외의 학생회 임원 전원이 모여 있었다.

실로 달필인 글씨로 회의록을 다시 정리하는 서기 사이조 이카즈치.

그런 그에게 차를 따라주는 회계 토토쿠바라 카나타.

그렇지만 성실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부회장 미소기 우타카타는 열심히 텔레비전 게임에 몰두 하고 있었고, 그 게임 화면을 흥미 깊은 듯이 바라보면서 러닝셔츠에 팬티 한 장이라는 망측한 차림을 한 서무 토마루 렌렌이 익스팬더를 사용해 근육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어라~? 회장 돌아왔구나아. 어서 와."

"아하하☆ 토카 바보로구나. 또 구른 거야?"

토카의 입실을 눈치 챈 렌렌과 우타카타가 말을 걸어 왔다.

토카는 그 두 사람을 향해서 눈썹을 번뜩 치켜 올리며,

"정마알!! 토마루 양! 아령을 쓰면 제대로 원래 위치로 돌려놓으라고 허벌나게 말했을 텐디! 위험하당께! 게다가 우타 군도 만화책 읽으면 제대로 책장에 돌려놓으랑께! 항상 꺼내 놓으면 꺼내놔싸고! 그보다 어째서 시합 준비로 단 하루 자리를 비우기만 했는데 이렇게 어질러진 건디?!"

언성을 높이며 호통을 쳤다.

"우우, 회자앙, 어째서 이걸 어지럽힌 게 우리들이라고 단정 짓는 거야? 누명일지도 모른다고!"

"학생회실에서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건 토마루 양뿐이고, 만화를 읽고서 꺼내놓은 채 내버려 두는 건 우타 군과 당신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아니이, 어쩐지 갑자기 바○의 검심이랑 드래○볼이랑 슬○덩크 전권을 정주행하고 싶어졌는데 책장에 가지러 가기도 귀찮아서 전부 꺼내버렸지이. 그래서 그걸 읽었더니 동심으로 돌아가 버려서 갑자기 슈퍼패미컴 게임을 하고 싶어져서 방안을 뒤엎어서 간신히 발굴했어. 아아, 그래도 토카가 없는 사이에 일은 이카즈치랑 카나타가 착실히 해주었으니까 괜찮아!"

"뭘 남에게 맡기고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는 건가요, 열 받아! 정말이지 당신들은 언제나 언제나──."

"회장. 흥분하는 참에 면목 없지만, 아까 전부터 손님이 서있다고."

"──핫!"

방의 지독한 참상에 분노로 스스로를 잊고 있었던 토카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입구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쓰레기장처럼 변한 학생회실의 참담한 상태를 살짝 굳은 미소로 바라보는 잇키와 스텔라의 모습이 있었다.

"오, 오호호. 자암깐 기다려 주세요~?"

토카가 파래진 얼굴에 비나리치는 웃음을 띠우면서 두 사람을 복도로 밀어낸 다음 문을 탁 닫았다.

"자! 다들 치우는 거 도와요! 우타 군도 이제 게임은 그만해요!"

"왓! 자, 잠깐 기다려, 토카! 그거 어제부터 세이브 하지 않, 잠깐 기, 우, 우와아아아아! 내 하구링이이이이이!!"

"게임은 하루 한 시간이라고 항상 말했잖아요! 정말이지 잠시 눈을 떼면 이렇다니까요! 그리고 토마루 양, 당신은 무슨 차림을 하고 있는 건가요! 학생회에는 남자도 있으니까 치마 정도는 입으세요!"

"에에. 그치만 회장이 에어컨 망가뜨려서 더운걸!"

"회장님이 전기 제품을 건드리면 금세 합선되어 버리니까 말이죠오."

"그, 그 일에 관해서는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회실에서 속옷차림이라니 너무 칠칠치 못해요! 풍기가 문란해져요! 모든 학생의 모범이 되어야 마땅한 학생회 임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모습이에요!"

"회장 역시 기숙사에서는 속옷차림으로 낮잠 자는 주제에."

"아하하☆ 토카는 예전부터 긴장할 상대가 없으면 한없이 나태해지니까 말이지이."

"지지지금 내 생활은 관계 없당께! 어, 어쨌거나 빨리 정리해주세요! 정리하지 않으면 전부 버려버릴 거예요!"

"우와, 알겠어, 알겠어!"

"빨리! 빨리!"

우당탕 우당탕.

마치 이사라도 하는 것 같은 소리에 학생회실 창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면서 흔들렸다.

그 소동과 소음을 복도에서 들으면서,

"……토카 선배, 어쩐지 엄마 같네."

"……학생회장도 큰일이겠구나."

잇키와 스텔라 두 사람은 어쩐지 토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날라 온 자료를 놓아둘 틈도 없이 쫓겨나버렸지만 그것을 탓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멀거니 기다리기를 몇 분.

마침내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고,

"헉, 헉…… 기, 기다리셨, 습니다. 어서 안으로……."

홀쭉해진 토카가 얼굴을 내보이며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아, 네. 실례하겠습니다……."

차를 마시고 가라는 권유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그랬나 하고 생각하면서, 잇키는 스텔라와 함께 학생회실로 들어 갔다.

그리고 놀랐다.

방 안이 마치 통째로 뒤바뀌었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깨끗해졌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까지 흩어져 있던 책은 전부 책장에 수납되었고, 바닥도 얼굴이 비칠 만큼 닦여있었다.

그 청결함과 묻혀 있던 앤티크 기조의 품위 있는 생활용 품이 그 공간을 마치 서양에 있는 성의 한 방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잘도 몇 분 동안 이렇게까지 정리했다고 생각하며 감탄 했다.

그렇지만 눈썰미 좋은 잇키는 깨닫고 말았다.

'아니, 어럽쇼. 어쩐지 저곳에 있는 옷장이 이상하게 부풀어 있는 거 같은데.'

그리고 그 문 앞에 사이조가 지장처럼 서 있다고 해야 할 지 떡 버티고 서있는 이유는 혹시──.

'……응, 못 본 걸로 치자.'

다정한 마음으로 지옥의 솥을 덮은 뚜껑을 무시하고서, 잇키 일행은 권유받은 대로 방의 중심에 있는 소파에 걸터 앉아서 학생회 임원들과 같은 테이블에 마주했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았던 렌렌이 갈색 피부에 붙임성 있는 웃음을 띠우며 말을 걸어왔다.

"쿠로가네, 오랜만이야. 나를 이기고 나서도 쾌조로 계속해서 이기는 것 같네."

"응, 그럭저럭 힘내고 있어."

그 대화에 따라가는 형태로, 카나타가 스텔라에게 온화한 웃음으로 인사를 했다.

챙 아래에서 처음으로 엿본 두 눈은 푸른색이었다.

"스텔라 양도 오랜만입니다. 저와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이래로군요."

"그러네. 설마 이 방에 불려올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 했지만."

"토토쿠바라 양. 두 분께 차를 내어드리세요."

"예."

"아, 카나타. 내 것도 부탁해."

"카나타 선배! 나, 마들렌을 먹고 싶어!"

"나쁜 아이인 두 사람에게 오늘은 간식이 없어요."

"뭐, 뭐라고오!"

"너무해, 토카! 간식을 먹을 수 없다면 우리들은 뭘 위해서 학생회실에 있는 거야!"

"학생회 임원이어서 그런 게 당연하잖아요?!"

토카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학생회장의 수명이 딴죽으로 인해 초음속으로 깎였다.

그런 과로로 헉혁 거친 숨을 내뱉는 토카에게, 문득 옷장을 억누르고 있는──혹은 옷장의 앞에 서 있는 사이조가 엄숙한 얼굴에 희색을 띠우며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만 과연 회장. 일이 빠르군. 벌써 예의 문제를 도와줄 도우미를 찾아낼 줄이야. 그것도 좋은 인선이다. 그 두 사람이라면 전력으로서 나무랄 데 없지."

'전력? 도우미?'

난데없이 불온한 분위기를 띠는 말에 잇키와 스텔라는 나란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말은 한 번도 토카에게서 듣지 못했다.

무슨 소리 인가 하고 토카에게 시선을 보내자,

"네?"

당사자인 토카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에는 물음표를 띠우고 있었다.

그 반응에 사이조는 곤혹스러움을 보였다.

"우? 뭐지, 아닌 건가? 드문 손님이라서 틀림없이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뭐야, 토카. 혹시나 잊어버렸어? 그거, 이사장님에게 부탁받았잖아."

"쿠로노 선생님께 부탁받았다니………… 아, 아아아앗!!!!"

그 순간, 토카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외쳤다.

"어머나. 혹시나 정말로 잊고 계셨던 건가요? 저도 틀림없이 그 때문에 두 분을 데리고 오신줄 알았는데요."

"……아우, 네. 시즈쿠 양과의 시합에 집중해서 잊어버렸습니다……."

"있잖아. 예의 문제라는 건 무슨 소리야?"

머리를 싸쥐면서 풀이 죽은 토카에게 잇키의 옆에 걸터 앉은 스텔라가 물었다.

그 절문에는 토카가 아니라, 토토쿠바라가 전원 몫의 찻잔에 홍차를 따르면서 답했다.

"요전번 신구지 이사장님께서 학생회에 부탁을 하셨습니다. 칠성검무제 전에 항상 대표 선수의 강화 합숙을 행하는 합숙 시설이 오쿠타마에 있습니다만, 최근 그곳에 수상한 자가 나타나는 모양이에요."

"불온하네."

"네. 그래서 일단 학생회 쪽에서 안전 확인을 하러 갔다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받았습니다. 선생님 쪽은 지금 선발전의 운영으로 바쁘시니까요. ……그렇지만 합숙소의 시설에는 높은 산이나 넓은 숲도 있어서, 도저히 학생회만으로는 사람 수가 부족해요."

"과연. 그래서 외부에서 도우미를 부른다는 겁니까."

대규모인 선발전으로 바빠지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라는 뜻인 모양이었다.

"덧붙여 묻겠습니다만 그 수상한 자라는 건 어떤 인물인지, 정보는 있습니까?"

"예, 그게 말이죠──."

토토쿠바라는 한순간 말을 우물거리고 나서 답했다.

"신장 4미터 정도 되는 거인인 모양입니다."

"뭐어?!"

"거, 거인?!"

"예. 거인입니다. 프로 야구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올 ○신의 파트너도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기보다 토토쿠바라 선배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 저기. 거인이라니, 그거 진짜아?!"

문득, 갑자기 나온 황당무계한 화제에 스텔라가 몸을 들이밀며 매달렸다.

"상당히 달라붙네, 스텔라."

"그, 그치만! 거인이야! 미확인 생물이야! 로망이잖아!!"

그렇게 말한 그녀의 붉은 색 눈동자는 마치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런 스텔라의 반응에 렌렌이 "동지를 발견했다"라는 양 호응했다.

"해에! 스텔라는 그런 거 좋아하는구나!"

"카와구치 ○로시 탐험대의 DVD로 일본어를 배울 정도로 좋아해!"

'굉장한 분야를 통해 일본으로 들어왔어, 이 황녀 님…………!'

잇키는 다소 다소 전율했지만, 렌렌은 스텔라와 의기투합한 모양이었다.

"오오! 스텔라, 뭘 좀 아는구나!"

"그거 거의 조작──."

"부회장님. 그 이상 말하면 안 돼요."

"있잖아, 잇키! 토카 선배도 곤란해 보이고, 우리들이 협력하자! 나, 거인을 만나고 싶어!"

스텔라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잇키의 어깨를 흔들었다.

솔직히 잇키는 거인에게 흥미는 없었지만──.

그는 학생회가 바쁜 원인인 선발전 제도로 은혜를 입은 몸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협력하는 일은 오히려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 일이라면, 일개 학생으로서 기꺼이 협력하겠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잇키와 스텔라의 혼쾌한 승낙에 머리를 쥐어 싸며 침울해져있던 토카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합숙소도 학생을 위한 시설이고 말이죠. 저희들로 괜찮다면요."

"나무랄 데 없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굉장히 도움이 돼요!!"

토카는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감사의 마음을 악수로 표시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척!

그렇게 잇키에게 뻗어진 토카의 손을 스텔라가 가로챘다.

잇키 대신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네? 아, 네, 잘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해서 잇키와 스텔라는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다음 주말에 오쿠타마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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