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77)

에필로그 어나더원

결국, 그 후 잇키는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해서 잠들었다.

사문회에서 쌓인 피로에, 약물에 의한 중독 증상.

거기에 '일도나찰'의 반동이 더해지면 그야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태로 당사자가 푹 잠들어버린 사이에, 이번의 스캔들을 발단으로 시작된 잇키의 소동은 수습되었다.

버밀리온 국왕, 즉, 스텔라의 아버지가 잇키가 벌인 결투의 결과와 결투에 이르기까지의 전말을 듣고서 '윤리위원회'와 그 앞잡이가 된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명언했기 때문이었다.

국왕이 직접 불쾌감을 드러내어서야 보도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국왕이 '칠성검무제가 끝나면 버밀리온으로 인사 하러 와라. 판단은 그때까지 보류하겠다'라며 이번 스캔들에 대한 판단을 공언했고, 더 나아가서는 아카자가 실각함으로써 잇키가 가진 기사로서의 윤리를 추궁하는 자는 누구 한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결판이 난 일주일 후──.

평소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 체육관에 전교생이 모여 있었다.

오랜 선발전을 거쳐서 엄선된 여섯 명의 대표.

그 정식 임명식이 치러지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임명식을 개시하겠다. 이름이 호명된 자는 단상 위로 올라오도록.』

쿠로노가 잘 울리는 목소리로 말하고서, 한 사람 한 사람, 대표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어갔다.

『1학년 A랭크, 스텔라 버밀리온.』

『3학년 D랭크, 하구레 보탄.』

『3학년 B랭크, 토토쿠바라 카나타.』

『3학년 C랭크, 하구레 키쿄.』

『l학년 D랭크, 아리스인 나기……는 볼일이 있어서 결석인가.』

그리고 마침내,

『l학년 F랭크. 쿠로가네 잇키.』

잇키의 이름이 불렸다.

"네."

짧게 대답하고서 자리에 일어선 다음 옆에 놓인 계단에서 단상으로 올랐다.

그리고 먼저 불린 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의 앞으로 걸어가 상장과 메달을 받았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가볍게 인사하고서 그 또한 먼저 불렸던 네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인 전교생 쪽을 향해 방향을 바꾸고서 단상에 대표 선수로서 옆으로 늘어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린 잇키가 줄에 서는 것을 보고 나서 쿠로노가 말했다.

『이곳에 늘어선 다섯 명과, 아리스인 나기를 더한 여섯 명을, 정식으로 우리 하군 학원의 칠성검무제 대표로 인정한다!』

그 말에 짝짝짝 커다란 박수가 다섯 명에게 보내졌다.

모두의 시선은 똑바로 잇키를 비롯한 대표 선수를 바라 보고 있었다.

……평소 싸우고 있을 때는 남의 시선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런 '싸움터'가 아니라 '주목받기 위한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잇키는 어쩐지 불편했다.

원래부터 잇키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사회적 지위는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렇기에 괜스레 이런 의식 같은 행사는 거북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단상에서 내려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한 잇키의 심정을 배신하고서.

『그럼 다음으로, 대표 선수단의 단장을 발표하겠다. 이름이 호명된 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라.』

쿠로노는 그 이름을 불렀다.

『단장은 1학년 F랭크, 쿠로가네 잇키.』

"…………엇."

자신이 단장 자격으로 이름을 불린 것에 잇키는 말문이 막혀서, 저도 모르게 쿠로노 쪽을 돌아보았다.

"제가, 단장…………? 어째서…………."

잇키는 철썩 같이 학생회 임원인데다 실적도 가지고 있는 카나타나, 화제성이 있는 스텔라 중 어느 한 쪽이 단장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잇키에게 쿠로노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어째서고 저째서고 있겠냐. '사냥꾼', '러너즈 하이', 그리고 '뇌절'. 하군에 있는 칠성검무제 대표 후보들을 차례차례 무찌르고서 이겨 남은 너 말고, 하군의 선수단장에 걸맞은 녀석은 없어. 빨리 앞으로 나오지 않겠나.』

"아, 예, 예."

그다지 납득하지 못 했고 솔직히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서 끄트머리에게 살아왔던 잇키에게 이런 역할은 처음이라서 그저 혼란스러운 뿐이었지만, 반박은 듣지 않겠다는 쿠로노의 말투에 잇키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 쿠로노는 식을 이어갔다.

『그럼 지금부터, 단장에게 교기를 수여하겠다.』

그 말과 함께 무대 옆에서 잇키의 앞으로 하군의 교기를 든 한 사람의 여학생이 나타났다.

그것은,

"……토도 학생회장님."

잇키 자신이 마지막 싸움에서 무찌른 소녀였다.

"시합 이래로군요. 건강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토카는 작게 미소 지으며 자신이 든 교기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이건, 작년 제가 선수단장 자격으로 맡은 깃발입니다. 올해도 제가 가지고 갈 생각이었지만, 쿠로가네 군에게 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교기 수여를 제가 하게 해달라고요."

그 말을 듣고서 잇키는 대꾸할 말이 막혔다.

토카는 이미 마음의 정리가 되었는지 상당히 산뜻한 태도였지만, 얼마 전까지 자고 있던 잇키의 입장에서 보면 토카와의 결전은 어제의 일처럼도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이 무찌른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돌려주면 좋을지 몰랐던 것이었다.

그렇지만──어떤 말을 돌려주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감사 인사는 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그런 추잡한 야심으로 얼룩진 싸옴에, 그렇다 해도 전력으로 도전해주었던 이 긍지 높은 기사에게.

그녀가 있었기에 자신은 그만큼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토도, 선배. ……저는, ……토도 선배가 상대였기에, 전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토도 선배에게 이기려고 생각해서, 그만큼의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토도 선배가 상대가 아니었더라면 저는 분명……."

"쿠로가네 군."

그렇지만 잇키의 말을 토카가 가로막았다.

가로막고서 똑바로 다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쿠로가네 잇키 군. 이긴다는 건 짊어진다는 뜻입니다. 져서 떠난 자들의 바람을 이어받아서 간다는 뜻입니다. ……이 깃발에는 대표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했던 자를 시작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바람이 깃들어 있습니다. 저희들을 위해서 싸워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부디, ……아 깃발과 함께, 우리들을 데리고 가주세요. ──칠성의 정점으로."

자신이 든 교기를 잇키에게 내밀었다.

그 말과 함께 내밀어진 교기를 보고서 잇키는 이해했다.

말 따위는 필요 없다고.

이 소녀에게, 그리고 이 싸움을 전력으로 싸우고도 꿈을 이루지 못했던 모든 기사에게 보답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기에.

싸운다는 것은 진 자의 마음을 짊어지는 것.

그렇다면 이겨서 남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을 모를 잇키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내밀어진 검은색 교기를 깅하게 움켜쥐고서.

"…………약속하겠습니다."

교기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학생들에게서 떠나갈 듯한 갈채가 일어났다.

"힘내라고, 단자아아아아앙!"

"꼭 응원하러 갈게!"

"회장에게 이겼어! 너야말로 우리들의 대표다!!"

"우리들, 잇키가 우승한다고 믿고 있을게에에에에!!"

"지지 말라고오오! '어나더원'!!"

응원의 목소리가, 축복의 옹원이, 질타의 격려가.

다양한 목소리가 박수 소리에 섞여서 잇키의 몸에 부딪쳤다.

그 충격에 잇키는 온몸에 마비가 퍼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고, ……입술을 꾹 다물고서 얼굴을 굳혔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물이 흘러나와버릴 것 같았기에.

그래서 잇키는 표정을 다잡은 채, 성원에 응하듯이 깃발을 들고 자신의 줄로 돌아왔다.

그리고 옆에서 스텔라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텔라."

"뭐야?"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평가 같은 건 전혀 흥미가 없었어. 좋은 평가 따위를 받아본 적이 없었고, 받을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줄곧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렇지만,

"인정받는다는 건, 뜻밖에 기쁜 일이구나."

그때 자신의 얼굴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잇키는 잘 몰랐다.

그렇지만 스텔라는 그런 자신의 표정을 보고서 기쁜 듯이 미소 지었기에, 분명 어지간히 들뜬 표정을 지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미나미간토 '하군 학원'의 칠성검무제 대표 선수는 갖추어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기타간토의 '돈로 학원', 도호쿠의 '쿄문 학원', 홋카이도의 '로쿠존 학원', 규슈·오키나와의 '분쿄쿠 학원', 주고쿠·시코쿠의 '렌테이 학원'.

그리고 20년 연속으로 결승전을 이어가고, 최근에는 5년 연속으로 칠성검무제의 표창대를 계속해서 독점해온 일본 최강──그리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호 학교, 긴키·주부의 '부쿄쿠 학원'.

각각 대표 선수도 속속 공표되어갔다.

배우는 갖추어졌다.

쿄문의 '얼음의 냉소' 츠루야 미코토.

로쿠존의 '팬처 그리즐리(강철의 거친 곰)' 카가 렌치.

돈로의 '소드 이터' 쿠라시키 쿠라우도.

그리고──전 칠성검무제 패자, '칠성검왕' 모로보시 유다이.

모두 이름을 떨친 맹자뿐.

쿠로가네 잇키는 지금, 그런 그들이 기다리는 전국으로 향한다.

칠성의 높은 경지.

그 정점에 서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강하고 가장 사랑하는 라이벌.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과의 약속을 이루기 위해서.

이야기는 지금──전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

한편, 하군 학원에서 임명식이 치러지고 있는 시각──.

인적 없는 고속도로 고가 밑──.

『후후후. 그럼 하군의 출전 선수도 굳어진 거군요. '뇌절'도 '러너즈 하이'도, 그 '로렐라이'도 없을 줄이야, 상당히 뜻밖의 면면입니다만.』

"어쩔 수 없어. 그 중 두 사람은 절대적으로 뽑기 운이 나빴으니까."

『뭐, 운도 실력. 뽑기 운으로 패한다고 한다면, 그 정도의 기사. ──라고, 뭐, 오마 군이라면 말할 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좋아."

『매정하군요오. 뭐, 좋습니다. 그래서 그쪽의 준비는 다 갖추어졌나요.』

"그래, 문제없어. '로렐라이'가 떨어진 건 조금 상정 외였지만, ……계획에 지장은 없어. ──언제든지 없앨 수 있어."

『후후후. 당대에서 으뜸가는 암살의 명수. 솜씨가 다르군요. 과연 '킬링 하우스(살인관)'을 역대 최고 점수로 수료한 우리 '검은 흉수'. ──아니, 지금은 '블랙 소니아(검은가시)'였던가요, 동지 아리스인.』

"…………."

그때, 아리스인은 평소 잇키 일행에게 보이는 친해지기 쉬운 얼굴과는 전혀 다른,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무지 감정이 있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여길 수 없는 유리 세공 같은 표정.

언뜻 보면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이리라.

그렇지만 그렇기에 지금 그에게는 처절하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찌되었든, 이것으로 전야제의 준비는 되었다는 거로군요.』

아리스인이 가진 '하군의 것과는 다른 학생 수첩'의 건너편에 있는 통화 상대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웃는듯한 웃음을 흘리면서 어딘가 황홀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배우는 갖추어졌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그건 착각이다. 아직 '주역'이 등장하지 않았어.

'주역'의 존재를 아직 아무도 깨닫지 못했어. 그러니 그들에게 가르쳐 주겠다.

막 아래에서 단상으로 올라가서 주역인 척하는 그들의 따귀를 때려주고서 관중들에게 깨닫게 해주지.

──이번 칠성검무제의 주역은, 우리들 '아카츠키'라는걸』

무대는 전국으로 바뀌었고, 이야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어가는 것 같은──불길하게 꿈틀거 리는 소리를 동반하고서.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카ㅋㅋㅋㅋㅋㅋㅋㅋㅋ츠ㅋㅋㅋㅋㅋㅋㅋㅋ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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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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