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77)

프롤로그 설국의 거리

『너희들, 잘 들어라. 술은 '멋진 어른'이 마시는 거다. 그러니 술을 마실 수 있는 녀석은 어른이라는 뜻이다.』

유라시아 대륙 북부──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

먹색 겨울 하늘 아래.

붉은 머리카락의 열 살 쯤 되는 소녀가 교회 뒤편의 창고 오두막 앞에서 녹색 술병을 손에 들고서 소리를 질렀다.

『이걸 입에 대면 너희들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야! 우리와 마찬가지로 '멋진 어른'의 축에 끼는 거다. 그리고 '멋진 어른'은 결코 동료를 배신하지 않아! 그리고 약한 녀석들을 버리지 않아! 이 술은 그 동료에 들어간다는 맹세이기도 하다. 너희들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나?!』

그 물음에, 그녀 앞에 선 대여섯 살 쯤 되는 소년 두 사람이 등을 쭉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답했다.

『『네! 되어있습니다!』』

『좋다! 그럼 그 각오를 보여 봐라!』

『『예!』』

두 사람의 소년은 대답과 함께 작은 손바닥으로 잔을 만들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잔에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아주 조금씩 술을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소년은 동시에 부어진 술을 입에 대어 단숨에 들이키고는──

『『우, 우에에에~~~~.』』

두 사람 동시에 토해냈다.

『뭐, 뭐뭐야 이거어, 고약해.』

『목이 타들어가아아…….』

지면에 손을 대고 구역질하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을 내려다보더니──붉은 머리의 소녀는 커다란 소리로 쾌활하게 웃었다.

『너희에게는 아직 일렀군! 내년에 다시 시험해줄 테니, 1년 더 나랑 아리스에게 보호받아!』

『어른이란 씁쓸하구나, 티무르…….』

반쯤 울먹이면서 발아래 쌓인 눈으로 입을 닦는 소년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붉은 머리의 소녀와 비슷한 또래쯤 되는 소년이 어딘가 모성적인 미소를 흘렸다.

『후후후. 아직 '멋진 어른'으로 가는 길은 먼 모양이네.』

살짝 검은색조를 띤 애시블론드.

얼핏 보기에는 그을음과 진흙으로 더러워진 초라한 어린아이였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오싹할 정도로 아름다운 생김새를 한 소년.

그것은 머지않아 아리스인 나기라고 이름을 대고 하군 학원에 입학하게 될 남자의 어릴 시절 모습이었다.

아리스인──아니, 아리스는 두 사람의 곁에서 돌아온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너는 '나쁜 어른'이구나, 유리. 티무르도 콘드라도 아직 여섯 살이니까. 그런 거 못 마신다는 건 시키지 않아도 알았잖아?』

그 말에 소녀는 씨익 심술궂은 웃음을 띠웠다.

『괜찮아. 발돋움 하려고 하는 정도가 듬직하다며언.』

그녀의 이름은 유리.

아리스와 같은 스트리트 칠드런이자 이 낡은 교회 뒤의 창고 오두막을 근거지로 하는 팀의 리더였다.

여성이면서 지기 싫어하고 호쾌한 성격인 유리.

남성이면서 온화하고 섬세한 성격인 아리스.

서로 온갖 것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었지만, 한가지만큼은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자신의 힘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약한 아이들을 지켜야만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신들보다 연하인 스트리트 칠드런을 보호하고 길렀다.

유리는 아버지처럼 엄격하게.

아리스는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어린아이면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그리고 지금 행하던 일은 이 팀에서 정한 통과의례였다.

이 녹색 병에 든 독한 술을 다 마신 어린아이는 보호받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 '동료'로서 인정받는다.

자신들에게는 부모가 없다.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

그래서──발돋움을 해서라도 되도록 빨리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한 유리가 시작한 의식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든지 어린아이가 술을 마셔도 괜찮을리가 없으니──.

『이봐요! 유리! 당신 또 조그마한 아이에게 술 같은 걸 먹이다니!』

『큰일이다! 수녀야! 다들 흩어져!』

교회를 혼자서 꾸리는 경건한 수녀에게 들켜서, 유리와 두 사람의 연하의 소년이 거미 새끼가 흩어지는 것처럼 도망쳤다.

리더의 호령 하나로 즉시 도주로 이행하는 만큼, 소년들의 유리에 대한 신뢰는 두터웠다.

하지만 그것도,

『기다려요, 이 악동! 돌아오지 않으면 오늘은 수프 안 줄 거예요!』

『리더가 억지로 먹였습니다.』

『전부 리더가 잘못 했어요. 우리들은 잘못 없어요. 이거 진짜예요.』

따뜻한 수프 앞에서는 휴지만한 두께밖에 없었지만.

『네, 네 놈드으으을?! 두고 보자아아아아!』

『후후후.』

아리스는 그런 소년 무리의 늠름한 모습에 웃음을 흘리면서 일어섰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슬슬 일할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때,

『저, 저기, 아리스 언니!』

창고 오두막 안에서 여자아이 세 사람이 나왔다.

아래부터 추정 나이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일곱 살인──유리와 아리스를 빼면 이 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소녀 아나스타샤가 하얀 뺨을 사과처럼 붉히면서 아리스 앞에 서더니,

『이, 이거…….』

머뭇머뭇 손으로 뜬 머플러를 내밀었다.

그것은 요 며칠 동안 그녀가 손재주가 뛰어난 아리스에게 뜨는 법을 배우면서 수녀에게 나눠받은 털실로 만든 물건.

그래서 아리스는 철석같이 완성도가 어떤지 봐달라는 뜻이리라 생각해 그것을 손에 들고서,

『어머, 제대로 예쁘게 떴잖아. 열심히 했구나.』

완성도를 칭찬하고 나서 돌려주었다.

그러자 소녀는 돌려받은 머플러를 아리스의 가슴에 도로 꾹 밀었다.

『어, 언니에게, 선물이야!』

『나에게?』

끄떡끄떡 고개를 주억이는 아나스타샤.

『언니, 항상, 추운데, 일 열심히 해주니, 까.』

『…………그렇구나.』

아나스타샤의 뜻을 해아리고, 아리스는 자신의 목에 그녀가 손수 뜬 머플러를 감았다.

신기하게도 평소 주워서 쓰던 머플러보다도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따뜻해……. 고마워, 나타샤.』

『에헤헤.』

아나스타샤는 감사 인사를 듣자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싱글거렸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생활은 무척 이나 고됐다.

수녀의 호의로 창고 오두막을 빌리기는 했지만, 열 살쯤 되는 아이 두사람이서 남자 둘과 여자 셋의 남매들을 부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역 마피아에게서 일을 받고는 있었지만, 벌이는 상납 금조로 빼앗겨서 거의 수중에 남지 않았다.

식사는 오로지 수녀가 가끔 만들어주는 수프와 비닐봉지로 보존하는 딱딱한 빵.

그것을 다함께 나눠서 먹었다.

당연히 성장기에 만족할 양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서 항상 배가 고팠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아리스에게 이 나날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확실히 혼자서 살아갔던 때보다 먹을 수 있는 식사의 양은 줄었다.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혼자일 때보다도 많이 일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누군가를 사랑하고 보듬는 나날은 혼자서 살아가고, 훔치고, 빼앗던 시절에 비한다면 훨씬 충족된 시간이었기에.

소중한 동료들과 바싹 붙어서 지내는 것.

이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이 있으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내일도, 내일모레도, 오늘과 같이 평온한 나날이 계속된다면 그것만으로──.

그래.

그것만으로, 좋았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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