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흑막
아카츠키 학원이 이르킨 하군 학원 습격 사건은 금세 불타오르는 하군 학원 본교사의 영상과 함께 전국에 빅뉴스로 보도되었다.
이 미증유의 만행을 벌인 아카츠키 학원을 자처하는 테러리스트에 대해서, 칠성검무제 운영위원회는 곧바로 아카츠키 학원의 멤버인 학생 기사 자격 박탈도 염두에 둔 강력한 책임 추궁을 개시했다.
누구나 그들은 엄벌에 처해져 체포되고 구금되리라 여겼다.
당연히 칠성검무제에도 나올 수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아카츠키 학원의 '이사장'을 자처하는 인물의 등장으로 상황은 일변했다.
아카츠키 학원 이사장이라고 이름을 대고서 미디어에 나온 중년 남자의 이름은 츠키카게 바쿠가.
현직 내각 총리대신, 즉 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에서 사과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면목없어하는 것도 아닌.
기가 막히게도 산뜻하게 웃는 얼굴로──이런 말을 했다.
"굉장하지. 놀랐겠지. 연맹 소속의 학원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아.
이것이 연맹의 개인 칠성을 대신해,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국립 아카츠키 학원'의 힘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국립 아카츠키 학원의 손으로 이루는 칠성검무제 제패를 기해, '국제 마도 기사 연맹'에 지배당하는 현재의 블레이저 양성 체제를 끝내고 일본의 주권을 되찾겠다고.
그 연설을 계기로 사태의 흐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경찰도, 사법도, 전부 아카츠키 학원의 만행에 대해서 일체의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고, 반응을 일으키기는커녕 "하군 학원 습격 사건은 단순한 오보다. 모든 것은 합의상의 연습 시합 중에 발생한 사고이다'라는 주장이 자못 진실인 양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통할 리가 없는 주장이었지만, 국가 그 자체가 본격적으로 임하게 된다면 그 국내에서 흑을 백이라 주장하기란 손쉬웠다.
물론 이 행태에 하군 학원을 필두로 하는 일곱 학교와 칠성검무제 운영위원회는 격노했다.
곧바로 아카츠키 학원 학생의 칠성검무제 출전권을 정지하는 행동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은 실행에 이르지 못했다.
'국제 마도 기사 연맹 본부'에서 직접 통달이 나온 것이었다.
일본의 블레이저 양성을 맡는 이런 무법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따라서 칠성검무제에서 '아카츠키 학원'을 일망타진하고서, '국제 마도 기사 연맹'이 시행하는 질서의 올바름을 드러내라고.
전부──그날, 히라가가 늘어놓은 대로였다.
적의 등 뒤에 버티고 있었던 세력이 이 나라 그 자체였고 더 나아가서는 모체인 '연맹 본부'에서까지 그런 명령을 내리면, 칠성검무제 운영위원회나 일곱 학교의 책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주장은 갈수록 흐지부지되어서 아카츠키 학원은 '고작 일곱 명으로 하군 학원을 반파까지 몰고 간 신진기예의 실력자 집단'이라는 간판과 주목도를 내걸고, 칠성검무제의 '여덟 번째 학교' 세력으로서 정식으로 출전하게 된 것이었다.
◆◇◆◇◆
"미안."
하군 습격 사건이 일어난 그 후의 전말을 이야기하고서, 쿠로노는 잇키와 시즈쿠 두 사람에게 자신의 무력함을 사죄했다.
그에 대해서 잇키는 쿠로노에게 고개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이사장님이 사과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맞아요. 그렇지만 놀람네요. ……설마 뒤에 있던 게 이 나라 그 자체였을 줄이야."
"불씨는 있었어. 그야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줄곧 말이지."
시즈쿠의 중얼거림을 듣고, 쿠로노는 말했다.
애당초 이 나라의 연맹 가입은 결코 원만하게 진행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을 꺼리는 기운을 타고서, 당시의 수상이 폭주하는 제국주의의 세계에 제동올 걸려고 영토를 버리면서까지 진행한 협조 노선.
일본의 '국제 마도사 연맹' 가입은 그 일환으로 행해진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강국의 권리를 스스로 놓는 행위.
당연히 반대 의견은 무척이나 커서, 피로 피를 씻는 정치항쟁이 일어났어.
당시의 수상은 그렇다 해도 국제적인 협조 노선을 강행했지만, 그때의 알력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 일본은 러시아나 미국처럼 연맹에 가입 따위를 하지 않아도 하나의 대국으로서 존재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자. 그렇게 존재하게끔 바꿔가자고 생각하는 자.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국제 마도사 연맹'의 허가가 없으면 블레이저의 육성이나 징벌조차 만족스럽게 할 수 없는 현 상태의 '정부'와 '연맹'의 이중구조를 문제시하는 자──.
이들 세력은 '정부'와 '연맹 지부'를 불문하고 무척이나 많아."
"'연맹 지부'에도, 말인가요?"
"애당초 지금의 '연맹 지부'는 일찍이 '사무라이국'──블레이저가 아직 '사무라이'라고 불렸던 시절에 있었던 일본 정부 직할의 블레이저 병단이 그대로 정부에서 떨어져 나가서 이름을 바꾸었을 뿐인 조직이니까 말이지. 자신들의 세력을 빼앗은 '연맹 본부'와의 사이는 명확히 말해서 좋지 않아. 뭐, 이것도 강행으로 국제적 협조 노선을 진행했기 때문에 생긴 균열이겠지. 그리고 '반연맹'의 의견은 여론에도 존재해."
일부의 과격파는 별개였지만, '자기 나라의 군인을 타국이 만든 제도로 키워야만 하는 상황은 이상하다'라는 '반연맹'의 주장은 이치에 맞는 구석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연맹 아래에 있어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존재하기에, 어느 쪽이 옳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여론에 등을 떠밀려 반세기에 걸쳐서 세력을 확장해 온 게 지금의 여당이니까, 이번 같은 사건이 조만간 일어나는 건 필연이었을지도 몰라."
"요컨대 츠키카게 총리의 계획은 칠성검무제라는 연맹이 스스로 성과를 드러내야 할 자리에서 그들의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해서 연맹으로부터 블레이저 교육 권한을 빼앗겠다는 건가요."
"그건 그나마 나은 쪽의 예상이로군. 최악의 경우, 연맹과의 관계 그 자체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목적일지도 몰라."
"아카츠키 학원이 테러리스트인 '리벨리온'으로부터 인재 제공을 받은 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아카츠키 학원의 학생이 '리벨리온'의 구성원이라는 증거는 아리스인의 증언이야. 시치미를 떼면 솔직히 어떻게도 못 해. 설령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도 정부가 모든 힘을 이용해서 봉쇄하겠지. 이번 하군 습격처럼 말이야."
쿠로노는 한숨을 흘리면서 담배를 물고는,
"그렇지만 아직 믿어지지 않아. 츠키카게 선생님께서 이런 짓을 벌이실 줄이야……."
씁쓸한 표정으로 신음했다.
"선생님께서는 츠키카게 총리를 아십니까?"
"내가 하군 학원에 있었을 무렵에 이사장이셨어. 지적이고 이성적이고 무척이나 존경할 만한 인물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정치가가 되고 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을 흘리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보아하니 이사장실의 집무책상의 재떨이에는 마치 성게처럼 담배의 잔해가 꽂혀 있었다.
상당히 초조해 하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아카츠키 학원의 칠성검무제 출전은 이미 정식으로 결정되어버렸어. 그들은 거의 전원이 모두, 지하 세계의 정예야. 올해 칠성검무제는 예년과는 전혀 다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그래서 우리 교사로서는 다시 대표 선수의 학생들에게 참가 불참가의 의시를 들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이렇게 너희가 발걸음을 옮겨주게 된 거야."
"그런 일이었습니까."
잇키는 그제야 간신히 자신이 이사장실로 불려 온 이유를 이해했다.
"이미 아리스인과 토토쿠바라, 그리고 하구레 자매 네 사람은 출전을 사퇴했어. 아리스인은 역시 책임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야. 토토쿠바라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토도의 곁에 있고 싶은 것 같아. 그리고 하구레 키쿄와 하구레 보탄 두 사람은…… 아카츠키의 힘을 눈을 보고서 마음이 꺾이고 말앗나 봐."
"……그렇, 습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너는, 어쩔 거냐? 이번만큼은 사정이 사정이야. 나와의 약속은 또 다른──."
"아니요.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잇키는 쿠로노의 말을 도중에서 끊었다.
그녀가 지금 하려고 한 양보는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잇키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저는 칠성검무제에 참가하겠습니다. 약속도 그대로 진행해도 상관없습니다."
"괜찮은 거냐?"
"예. 애당초 저에게는 그렇게까지 올해 칠성검무제가 예년과 다르다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양지의 기사들만으로 치러온 제전에, 음지의 실력자가 뛰어들었다. 그뿐입니다. 오히려 일본에서 가장 강한 학생 기사를 정하는 게 칠성 검무제의 취지이니까, 올해의 칠성검무제야말로 진정한 칠성검무제의 모습이라는 말조차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바라는 바입니다. 츠키카게 총리 일당이 무엇을 생각하든지 저희 학생 기사에게는 알 바가 아닙니다. 평소대로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스텔라와 약속한 장소로 향할 뿐입니다."
답하는 목소리는 강했고, 그 표정은 확실한 각오가 서렸다.
"……게다가, 조금 신경 쓰이는 상대도 있었고 말이죠."
"'바람의 검제' 말인가."
"아니요."
잇키는 곧바로 부정을 돌려주었다.
"오마 형에 대해서도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요."
"……'바람의 검제' 이상? 그건 누구냐?"
"전 쿄문 학원 대표. 시노미야 아마네입니다."
"오라버니. 그건 그 상당히 귀여운 얼굴을 한 남자 말인가요?"
시즈쿠의 물음을 듣고, 잇키는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긍정했다.
그 긍정에 쿠로노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기사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뭐?"
"오마 형 정도의 특출난 패기를 두른 것은 아닙니다. 아카츠키 학원의 멤버 중에서도 특별히 인상에 남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상은 대략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네는 아카츠키 학원 안에서도 그렇게까지 힘을 지닌 기사는 아니겠죠.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줄곧 가슴속에 그의 인상이 들러붙어 있습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강한 혐오감을 동반해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아마네에게만 혐오감을 느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잇키 스스로도 몰랐다.
그렇기에 꺼림칙해서 견딜 수 없었다.
"저는 저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아마네를 꺼리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습니다."
지금은 몰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을 터이기에.
그런 잇키의 말을 듣고, 쿠로노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쿠로가네는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은 혐오할만한 타입이라고는 여길 수 없어. 어쩌면, 너만이 눈치챌 수 있는 무언가를, 그 시노미야라는 소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어쨌거나 쿠로가네의 의사는 알았어. 출전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잇키는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을 물었다.
"그런데 이사장님. 스텔라는…… 출전할까요?"
그 물음에 대해 쿠로노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오늘 아침 물어봤더니 '이렇게까지 바보 취급당하고서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까 봐요'라고 흔쾌히 대답했어."
"정말이지 스텔라 양답네요, 오라버니."
"……그러네."
시즈쿠의 말에 잇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아, 그래서 생각났는데, 쿠로가네. 버밀리온에게서 너에게 전언이 있어. '칠성검무제가 개시할 때까지 일주일 동안. 기숙사에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자기가 없다고 해서 시즈쿠를 묵게 하거나 하지 말도록'이라는 말도 했었지."
"거절하겠습니다."
시즈쿠는 하여간 그 부분을 즉답하고 난 다음, 잇키를 올려다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어찐 일일까요. 일주일 동안이나 돌아오지 않는다니."
"──그러네."
시즈쿠의 물음에 잇키가 떠올린 것은…… 어제, 아직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토카와 우타카타 두 사람을 병문안 하러 갔을 때 한 스텔라의 말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계속해서 잠을 자는 두 사람을 유리 너머로 바라보며,
울혈이 날 정도로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몰랐어. 약하다는 게, 이렇게나 괴로운 일일 줄은…….』
"……분명 스텔라에게도, 이모저모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
그 말을, 눈물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은 스텔라가 바라는 일이 아니리라.
그래서 잇키는 시즈쿠의 물음을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그리고 쿠로가네 시즈쿠. 너에게도 중요한 할 말이 있다."
문득 그 상황에서 쿠로노가 지금까지 잇키의 곁에 있을 뿐이었던 시즈쿠에게 말머리를 돌렸다.
"네. 뭔가요."
"실은 말이지, 이번 출전을 사퇴한 토토쿠바라 카나타, 아리스인 나기, 하구레 키쿄, 하구레 보탄 등 네 명에게서, 너에게 자신의 출전권을 양도하고 싶다는 청이 있었어. 너는 이번 소동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기사야. 실력 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너 자신에게 이 청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조정하겠지만, ……어쩔래?"
"…………."
그 물음을 들은 시즈쿠의 표정에 놀라움은 없었다.
아마도 사전에 아리스인 같은 사람이 이야기했던 것이리라.
시즈쿠는 그다지 망설이는 표정도 보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 기꺼이 참가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조정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서, 쿠로노가 손 근처에 놓인 서류에 무언가를 적어 넣고 도장을 찍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고개를 들고서, 눈앞에 선 잇키와 시즈쿠에게 말했다.
어딘가 느긋한 웃음을 담아서──.
"이번에는 이미 예년엔 있을 수 없을 만한 일이 발생한 파란을 포함한 전개였지만, 쿠로가네가 아까 전 말했다시피 너희는 칠성검무제를 둘러싼 어른들의 음모 따위 무엇 하나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칠성검무제의 주역은 틀림없이 너희들 학생 기사다.
'리벨리온'의 참전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보통으로는 싸울 일이 없을 무리와 겨룰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양지도 음지도 구별 없이 강자만이 모이는 진정한 일본 제일을 정하는 제전, 잘 된 일 아니냐. 다시없는 최고의 무대야. 마음껏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힘껏 즐기고 와라!"
""예!!""
◆◇◆◇◆
같은 시각.
도쿄 도내에 존재하는 KOK 리그 선수 전용 짐 앞에 스텔라 버밀리온의 모습은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있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참, 설마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아."
다가온 이는 '야차공주' 사이쿄 네네.
이곳은 사이쿄가 하군 학원 체류 중에 곧잘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네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흐음? 그렇다는 건 나한테 뭔가 용건이 있나? 공주님."
그 부근의 뜻을 헤아리고, 사이쿄는 스스로 스텔라의 용건을 물었다.
스텔라는 무척이나 진지한──혹은, 궁지에 몰린 표정으로 답했다.
"칠성검무제까지 일주일 동안, 제 특훈에 함께해주셨으면 해요."
"이건 또 상당히 갑작스러운 이야기네에. 무슨 바람이 분 걸까?"
그 물음에 스텔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토카 선배를 상대로 더 많이 이길 수 없었을 때부터 어렴풋이 자각은 했어요. 그렇지만 이번 일로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오마의 '쿠사나기'에 밀렸을 때 느낀 감촉.
그 느낌은 아직 생생하게 스텔라의 양손에 남아 있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자신의 특기 분야인 '공격'에서의 밀림.
그 패배의 충격은 자신을 지킨 토카의 의식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것에 어우러져 스텔라에게 하나의 현실을 들이밀었다.
"저는, 약하다……고요. 이대로는 잇키와 한 약속의 장소에 다다를 수 없다고요."
"그래서 나한테 특훈을 해달라고?"
스텔라는 크게 고개를 주억였다.
"제가 보는 한, 이 학원에서는 네네 선생님이 가장 강해요! 그래서 남은 일주일 동안 네네 선생님에게 훈련을 받고 싶어요! 부탁드립니다!"
"……싫다고 하면?"
깊이 고개를 숙인 스텔라에게 사이쿄가 그렇게 묻자, 스텔라는 살짝 숙인 고개를 들고,
"누구든지 떨어져 내리는 불똥은 털어낼 수밖에 없어요. 그렇죠?"
드리워진 앞머리의 안쪽에서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사이쿄를 바라보았다.
함께 해주지 않으면 억지로 어울리게 하겠다.
그 자리에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지 않는다면 곧바로 덮쳐들겠다.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고백을 받고서, 사이코는 내심 작게 한숨을 쉬었다.
'상당히 궁지에 몰렸구마안.'
사이쿄는 눈치챈 것이었다.
현재 스텔라가──발버둥 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적이 없는 절대적인 패배.
느껴본 적이 없을 만큼 커다란 무력감.
분하고 괴로워서, 무엇이든지 좋으니까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그렇지만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발버둥 치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찌부러질 것 같으니까.
'솔직히, 이럴 땐 일단 진정할 필요가 있는데.'
초조함에 떠밀려서 하는 무리한 단련은 위험한 일일 뿐이다.
무엇보다 딱 잘라 말해버리자면, 스텔라에게 가르칠만한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텔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너무나도 차원이 다르다.
범재가 섣부르게 버릇을 들여서 이 세계 최대의 마력을 자랑하는 천재의 재능을 덮어버리게 되면, 그 상황은 스텔라에게도 커다란 손실이 된다.
그러니 진정하게끔 타이르는 것이 '교사'로서의 최선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이건, 좀 가엾구나아.'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만큼 긴장한 스텔라의 표정을 보고서 생각했다.
확실히, 진정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스텔라의 잠재력은 틀림없이 발군이다.
하군을 졸업할 무렵이면 '바람의 검제'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으리라.
사이쿄는 그 미래를 쉽사리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그것은 3년 후의 일이다.
지금, 스텔라가 느끼고 있는 초조함은 틀림없이 현실이었다.
올해 칠성검무제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스텔라로는 결승에 다다르기 어려우리라.
스텔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너는 대기만성형이니까……라고 말해도, 이 나이에는 통할 이치가 아니겠지.'
사이쿄는 자신의 학생 시절을 돌이키며 내심 쓴웃음을 흘렸다.
자기 자신도 어렸을 적에는 눈앞의 강함이나 결과를 추구해서 무리했던 것이었다.
너무나도 처참해서 몰수 시합이 된 쿠로노와의 사투 같은 것이 좋은 예이리라.
그때는 정말로, 지금 한때가 전부였다.
미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에게 이길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마저 했다.
'젊은이에게는 젊은이의 가치관이 있어.'
그것은 새파랗다고 야유받는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사고방식밖에 할 수 없는 젊은이에게 어른의 합리적인 생각을 강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겠지이. 그거.'
그래서 사이쿄는 제안했다.
"……있잖아, 스텔라. 이쪽에서도 한 가지 조건을 낼게. 그걸 받아들인다면 함께해주겠어."
"저, 정말로요?! 그 조건은 뭐예요?!"
"간단한 일이야. 특훈에 어울려주기는 할게. 그렇지만 나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
"어……?"
"말하자면 남은 일주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오로지 스텔라를 흠씬 두들겨 줄 거야. 혹시 어쩌면 몸이 망가질지도 모르고, 그 이전에 마음이 꺾일지도 몰라. 그 정도로 용서 없이 계속해서 때려눕힐 거야. 그런 특훈이라도 좋다고 한다면, 어울려 줄게."
"그 말은 즉, 그 사이에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붙잡으라는 건가요?"
"그렇지. 물론 붙잡는다는 보장 따위는 할 수 없지만. ──어쩔래?"
그것이 사이쿄가 생각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저 힘을 내보인다.
무력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만들어라.
할 수 없으면 모른다.
도무지 교사가 할 행동이라고는 여길 수 없을 만한 제안이었지만──.
이때의 스텔라에게는 너무도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발버둥 치는 스텔라는 어쨌거나 무언가 방향성을 원했던 것이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가.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 거절할 이유 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걸로 충분해요! 고맙습니다!"
"그럼 따라와. ……일주일 동안, 착실히 지옥을 보여줄게."
이리하여 참가자들은 각각이 각각의 방법으로 마지막 일주일을 보냈다.
양지도 음지도, 어른도 아이도, 모든 바람이나 야망이 나선의 소용돌이를 치고, 모이는, 칠성검무제를 향해서.
그리고 개막 이틀 전, 마침내 대전표가 발표되었다.
배포된 대전표를 보고서, 쿠로가네 잇키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음을 떠올렸다.
지은 웃음은, 자신감인가, 혹은 쓴웃음인가.
사전 기권자를 뺀 최종참가자 수──32명.
그 32명의 이름 중에 잇키의 첫 싸움 상대를 맡은 자의 이름은──.
부쿄쿠 학원 3학년.
'칠성 검왕' 모로보시 유다이.
전년도 칠성검무제 패자.
틀림없이 이 순간, 일본의 학생 기사의 정점에 선 남자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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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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