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마지막 출전자 등장
'칠성검왕' 모로보시 유다이를 쓰러뜨리고, 2회전 진출을 거둔 쿠로가네 잇키.
그런 그를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며 축복한 사람은 신칸센의 지연으로 아직 회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의 연인──'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이었다.
『저, 저건……!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입니다아! 스텔라 선수가 회장에 도착했습니다!』
"오오, 정말이다! 진짜 '홍련의 황녀'야!"
"머리카락이 정말로 새빨개. 예쁘다……."
"제법 키가 크네. 그보다 다리가 길어……!"
게이트에서 나온 붉은 머리를 가진 미소녀의 모습에 환성이 울렸다.
모로보시가 등장했을 때와도 뒤지지 않는 커다란 환성이었다.
과연 A랭크 기사의 주목도라 할 만하리라.
그렇지만 그녀의 등장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틀림없이──.
"스텔라……. 다행이다. 이미 도착해있었구나…………."
쿠로가네 잇키, 이 남자이리라.
스텔라가 시간에 맞춰 온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얼굴을 마주하기도 오랜만이었기에.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거웠다.
몸에 입은 어느 상처보다도.
이렇게 스텔라를 앞에 두니 실감이 났다.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를.
"뭐, 사실은 시합 시간에는 맞춰 올 생각이었는데, 낙석이 선로를 막고 있어서 말이야. 철거했더니 시간이 걸려버렸어. 신칸센의 앞부분에 드릴이라도 달면 좋을 텐데. 멋있을 거고."
"하하……, 그것참 고생했겠구나……."
'그건 그렇고 철거했더니, 라는 말은…….'
혹시나 인력?
'……응. 자세한 건 묻지 말자.'
"그건 그렇고 굉장한 상대였어. 마지막밖에 못 봤지만, 그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충분할 정도로 전해져왔어."
"그러네. …………그렇지만 나는 이겼어. 다음은 네 차례야."
"그래, 알고 있어."
잇키의 말에 즉시 대답하는 스텔라.
그녀의 눈동자에는 타오르는 것 같은 자신감이 반짝이고 있었다.
혼수상태인 토카를 앞에 두고 보였던, 가련할 정도로 자신감이 박살 났던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래도 사이쿄와 함께 한 수행으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은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내심 안도하는 잇키의 옆을 지나쳐 가며, 스텔라는 관중의 앞에 섰다.
그리고 잘 들리는 목소리로 강하게 소리 지르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텔라 버밀리온,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스텔라 선수, 기운찬 목소리로 지각을 사죄했습니다. 예의 발라서 호감이 갑니다.』
『그렇지만 스텔라 양이 시간에 맞게 왔다고 한다면, 연기했던 시합은 언제 치르게 될까요?』
『네, 그에 대해서는 마침 지금 운영 위원회 쪽에서 협의하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최종전 다음에 하거나, 혹은 C블록 모든 시합이 끝나서 끝맺기가 좋으니 다음 시합으로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이런, 지금 협의가 끝났다고 제 쪽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회장에 와 주신 여러분, 연기했던 B블록 제4시합에 대해서 운영위원회 쪽에서 발표가 있겠사오니 스크린 쪽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인 이이다의 말에 재촉받아 회장 안의 사람이 일제히 돔의 대형 스크린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자 그곳에 한 사람의 대머리 노인이 비쳤다.
"아, 카이에다야."
"정말이다! '심판의 번개' 카이에다 유조야!"
주로 마흔을 넘겼을 연령대의 관객이 그 대머리 노인의 모습에 술렁였다.
어째서냐 하면 그는 '심판의 번개'라는 별명으로 딱 그들 세대에 KOK A급 리그에서 활약한 용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일찍이 활약했던 용사는 이번 대회의 운영위원회의 장이기도 했다.
카이에다는 위원회를 대표해서 협의의 결과를 공표했다.
『어, 회장을 찾아주신 관객 및 선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62회 칠성검무제 운영위원회 위원장인 카이에다입니다. 지금 막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 지각 때문에 연기되어 버린 B블록 제4시합을 언제 치를지 운영위원회 쪽에서 의논이 끝났기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협의한 결과, B블록 제4시합은 이다음 시합으로 치르게 되었습니다.』
협의의 결과는 사전에 아나운서 이이다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C블록의 시합이 전부 끝나서 끝맺기에 좋다며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카이에다는 말했다.
그리고 그 설명 뒤, 선수들에게 일단 확인을 취했다.
"──스텔라 선수는, 그래도 문제없습니까?"
"저는 상관없어요."
즉답하는 스텔라.
애당초 지각을 한 몸이었다.
그녀에게 어떤 결정이든지 이의를 제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쪽은 크게 문제 있어요."
스텔라의 밝기에 잘 들리는 목소리와는 정반대인,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기에 술렁임 속에서 맑게 귓불을 치는 음성이 그 결정에 불만을 알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물론 한 사람밖에 없었다.
절구 형태의 돔.
관객석에서 아래 있는 인공 잔디까지의 높이 10M를 도약해서 소리도 없이 착지한 애시 블론드의 여성──'얼음의 냉소' 츠루야 미코토였다.
"저를 빼놓고서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시면 곤란하지요, 위원장님."
『아니 이런, 물론 당신에게도 확인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렇지만 문제라니, 다음 시합이면 곤란하다는 뜻입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최종전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번 연기에 츠루야 선수의 과실은 없으니까, 그 부분은 운영 위원회로서도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츠루이는 이 카이에다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이해하지를 못한다.
그렇게 기가 막혀 하는 듯이.
츠루야가 이의를 주장하는 것은 언제 시합을 하는지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딱히, 다음 시합을 하는 것 자체는 상관없어요. 그렇지만──지각한 사람에게 아무런 페널티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스텔라 선수의 지각이라는 행위에 대한 정식 페널티를 요구합니다."
츠루야는 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스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 술렁임을 보인 사람은 관중들이었다.
"이봐, 저게 뭐야."
"기사답지 않아! 정정당당히 싸워라!"
그들 대다수는 페널티가 붙은 시합 따위는 바라지 않았던 것이었다.
정정당당하게, 젊은 기사들이 자신의 전력을 맞부딪친다.
그런 시합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에서 작게 "어, 그렇지만 미코토 양이 하는 말도 틀리지는 않잖아?", "그래. 멋대로 지각하는 쪽이 잘못이지. 페널티가 있어도 되잖아" 같은 츠루야의 주장을 용인하는 목소리도 드문드문 들려왔지만, 대부분은 이 츠루야의 요구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츠루야는 동요하지 않았다.
차가운, 비웃는 듯한 냉소를 얼굴에 들러 붙인 상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흥. 좋을 대로 욕하도록 해. 그렇지만 아무리 매도를 해도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
제대로 맞붙어서 승산이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점은 전부 살려내겠다.
설령 아무리 남이 손가락질해도──이기기만 하면 된다.
이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사의 가치이기에.
그것이 '얼음의 냉소' 츠루야 미코토의 생각.
어떤 의미에서 그녀 역시 잇키나 모로보시와 마찬가지로 '기사'란 어떤 존재인지 그 본질을 이해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 주장은 츠루야에게 다소 불리했다.
『흠……. 확실히 지각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페널티는 대회에서도 전례가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그건 어느 것이나 악질적인 지각행위나 연락 없이 한 지각에 한한 일. 낙석에 의한 운행 시간 지연은 이쪽에서도 확인된 일이니, 운영위원회로서는 이번 지각에 페널티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페널티라고 한다면 지각하고서 곧바로 시합을 치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운영위원회에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
실은 츠루야에게 말을 들을 것까지도 없이, 운영위원회 쪽에서도 스텔라에 대한 페널티 적용이 검토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과거의 사례를 거슬러 올라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츠루야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 이를테면──.
"아뇨. 불충분합니다."
다름 아닌 스텔라 버밀리온 자신이 스스로 페널티를 요구하지 않는 한은.
"스, 스텔라?!"
갑작스러운 스텔라의 행동에, 곁에 있던 잇키는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
그러나 스텔라는 그 모습을 신경 쓰지도 않고서 말을 이었다.
"'얼음의 냉소'가 한 주장은 지극히 정당한 말. 애당초 전날에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현지에 들어왔다면, 이번 낙석 사고에 맞닥뜨려서 운행 시간 지연에 말려드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이건 명백히 이쪽의 과실이고 그에 대한 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장에는 잇키는 물론이고 관중이나 운영위원회──.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아연해 했다.
당연했다. 칠성검무제라는 1패도 용납되지 않는 토너먼트에서, 굳이 본인의 입장을 악화시킬 의미가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건 놀랐습니다. 다름 아닌 당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그런 카이에다의 놀라움에 스텔라는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페널티는 츠루야 양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제 쪽에서 제의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버밀리온의 황족은 성실함과 공정함을 중하게 여깁니다. 지각을 한 죄에 대한 벌을 피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으음. 과연…….』
"……그래서, 제 쪽에서 한 가지, 다음 시합에 대해서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 말입니까?』
"네. 이대로 통상 규칙으로 시합을 치러서는 지각하지 않았던 츠루야 양에게 너무나도 불공평합니다. 그러니 저와 츠루야 양의 시합에서는 저에 대한 페널티를 포함한 특별 규칙을 적용해 주었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 밀하자면, 다음 시합을 츠루야 양을 비롯하여 B블록의 생존자 전원 대 저 한 사람이 벌이는, 4대 1 변칙 시합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스텔라가 제안하는 페널티에 내용을 듣고 주름진 목으로 떨면서 비명을 지르는 카이에다.
당연히 놀란 사람은 카이에다뿐만이 아니었다.
돔 안의 관중 전원이 동시에 떠들썩한 소리를 질렀다.
"이. 이거 봐, 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이 공주님은……!"
"페널티라고 해도 한도가 있잖아?!"
누구나 잘못 들었나 하고 생각할 만한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츠루야도 역시나 되묻을 수밖에 없었다.
"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당신……?!"
그 물음에 스텔라는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연장자인 카이에다를 향하는 것은 아닌, 거의 같은 또래의 소녀를 향하는 허물없는 말투로,
"진심이야. 지각은 규정에 따라서 즉시 실격당해도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을 중대한 과실. 그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페널티는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물론 나 이외의 전원이 동의해준다면 말이지만."
여유롭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 스텔라의 뒤에서 안색이 파래진 것은 잇키였다.
'크, 큰일이야…….'
어째서인가. 당연히 스텔라가 말을 꺼낸 터무니없는 페널티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큰일인 것은 그 페널티로 참전하게 될 게스트.
이미 종료한 B블록 1회전을 이겨서 남은 세 사람.
그것은…….
'모두 '아카츠키 학원'이야!'
다른 선수라면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
당연했다. 자신은 이겨서 남았는데 어째서 츠루야를 위해서 스텔라와 싸워야만 하는 것인가.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렇지만──아카츠키 학원만큼은 달랐다.
그들은 비연맹 세력이 이루는 칠성검무제의 제패라는 의뢰를 달성하기 위해서 고용된──용병이었다.
자신들 중 누군가가 결승까지 이겨서 남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런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 받아들일 게 뻔해…………!'
아마도 아카츠키 학원의 최고 전력일 오마와 같은 A급 기사.
그것을 상대로 4대1이라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전력 차이로 싸우는 상황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짓누를 기회.
당연히──놓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잇키의 예측은──
"후후후후. ──이것 참, 실로 재미있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적중했다.
객석에서 이야기를 듣던 '어릿광대' 히라가 레이센이 멋대로 자멸한 용맹한 적을 향해 유쾌함을 숨길 수 없다는 목소리로 웃으며,
"칠성검무제라는 누구 한 사람 편한 상대가 없는 대회에서, 스스로에 대한 훈계로 4대1의 시합을 청하는 겁니까? 과연 소문으로 듣던 '홍련의 황녀'. 성품이 곧군요오."
객석에서 츠루야 미코토의 옆으로 뛰어 내려왔다.
"힘밖에 능력이 없는 무모한 사람인 주제에, 말 한 번 잘 하는구마안."
"크크크. ……내뱉은 말은 도로 삼킬 수 없다, 붉은 공주여."
히라가에 이어서 방한복으로 얼굴을 가린 소녀 '부전'의 타타라 유이와 검은 사자에 올라탄 소녀 '비스트 테이머' 카자마츠리 린나 역시 츠루야의 옆으로 뛰어 내려서 스텔라와 마주 보았다.
그런 행동이 그들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카츠키 학원'으로서는 문제없습니다. 공정한 대회운영을 위해서 힘을 빌려드리도록 하지요."
『으, 으음. 과연 ……츠루야 선수는 어떠신지?』
"……저, 저도 그 조건이라면 불만 없어요."
정작 중요한 츠루야의 대답이 다소 더듬거리는 이유는 본인조차 바라지 않았던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렇다 해도 찬성은 찬성이었다.
『흐음…….』
선수 전원의 찬동을 듣고서, 모니터에 비친 카이에다는 눈꺼풀을 감은 다음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겼다.
"이, 이거 봐, 뭘 고민하는 거야. 설마 이런 터무니없는 페널티를 허가할 생각인가?!"
"4대1이라니 시합이 될 리 없잖아! 단순한 린치야!"
"아니, 그렇지만 애당초 이건 스텔라 양쪽에서 말을 꺼낸 일이고 말이지이."
"뭔가 재미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게 해줘!"
카이에다가 숙고하는 사이 관객석 쪽에는 묘한 긴장이 흘렀다.
스텔라가 제시한 너무나도 이상야릇한 내용의 특별 규칙에 호기심을 자극받았는지, 맨 처음 츠루야가 페널티를 요구했을 때에는 난색을 드러내던 관객들도 이 특별 규칙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중에는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말다툼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까지 나오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떠들썩함이 대강 1분 정도 이어졌을 무렵.
카이에다가 감았던 눈을 뜨고서,
『알겠습니다. 선수들에게 이의가 없다고 한다면, 스텔라 선수가 한 제안, 스스로에 대한 페널티를 포함한 변칙 시합을 허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운영위원회의 우두머리로서 큰 호령을 내렸다.
"제정신이냐!"
"운영위원회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조용히! 조용히! 선수끼리의 동의를 얻은 시합 규칙 추가는 학생 기사야말로 주역인 칠성검무제에서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특별히 드문 일이 아닙니다. 다소 페널티의 내용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것은 스텔라 선수 쪽에서 꺼낸 이야기이니 평상시와 같이 처리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야유해대는 일부 관중을 입 다물게 한 다음, 카이에다는 다시 두 사람에게 확인했다.
『그럼 규칙을 확인하겠습니다만, 스텔라 선수의 승리 조건은 츠루야 선수는 물론이고 다른 B블록의 멤버인 히라가 선수, 카자마츠리 선수, 타타라 선수 총 네 사람 전원을 쓰러뜨리는 것. 츠루야 선수의 승리 조건은 자기 자신이나 게스트 중 누군가가 스텔라 선수를 쓰러뜨리는 것. ──그러면 되겠지요?』
그에 대해 선수 두 사람은,
"그걸로 됐어요."
"네. 관대한 조처를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모두 이 변칙 시합을 받아들이기로 승낙했다.
그렇다면 이제 운영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은 끝났다.
『음, ……그럼 이이다 씨. 뒷일을 부탁하겠습니다.』
『어, 아. 네, 네!』
카이에다는 아나운서인 이이다에게 진행 역할을 돌려주더니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이이다는 맨 처음에는 너무나도 상식을 벗어난 진행에 당황해서 동요를 보였지만──.
『어, 어. 아무래도 일이 굉장히 커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실황 중계 해설을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4대1의 공식전 같은 것을 중계하기는 처음입니다.
그렇지만 선수끼리의 합의도 운영위원회로부터의 허가도 난 이상, 제대로 중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곧바로 회복해서 잇키 일행의 시합을 중계하던 때와 다름없는 말투로 앞장서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부터 B블록 제4시합,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와 츠루야 미코토 선수의 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양 선수 및 게스트 선수, 링 위에 모여주십시오!』
"그럼 다녀올게. 지친 모양이니까 누워있어도 별로 상관 없어.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시합이 되지는 않을 테고."
이이다의 지시를 받은 스텔라는 마지막으로 한 번 잇키 쪽을 돌아보더니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작년 베스트 8 중 한 사람인 '얼음의 냉소' 츠루야 미코토와 뒷사회의 용병 세 사람을 한 번에 상대하는데도, 그 표정은 마치 축제를 앞에 둔 어린아이처럼 싱글거리기까지 했다.
잇키는 그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스텔라, ……어째서 이렇게 쓸데없이 위험을 높이는 행동을……."
입을 다물고 있었다면 페널티를 받을 필요 따위는 없었다.
이런 스텔라의 행동.
어떻게 생각해도 스텔라에게 이득이 될 부분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적어도 잇키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스텔라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들을 네 사람 한꺼번에 상대해도 이길 확신은 있어?"
그 물음에 스텔라는 작게 고개를 옆으로 내저어서 부정했다.
"글쎄. 과연 어떨까. 적어도 확신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야. ……애당초 어떤 힘을 쓰는지조차 잘 모르는 점도 있고."
"그럼 어째서…………."
"왜냐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는걸."
작게 중얼거리며 스텔라가 바라본 것은…… 카이에다와 엇갈려서 스크린에 표시된 칠성검무제의 토너먼트 표였다.
그녀는 그중 B블록, ──내일 치러지는 2회전 제1시합의 편성을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이대로 가면, 2회전 B블록 제1시합은 아카츠키인 히라가와 카자마츠리가 부딪치게 되잖아. 그러면 일단 틀림없이 한 사람이 적당히 타협해서 전선 이탈을 하게 되겠지."
그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아까 전에도 말한 대로, 아카츠키는 학생이 아니라 팀으로 싸우는 용병이었기에.
칠성검무제의 개인적 영광 같은 데에는 처음부터 흥미가 없었다.
따라서 쓸데없는 싸움으로 동료의 체력을 깎을 만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틀림없이──다음 B블록 2회전 제 1조의 시합은 '어릿광대'나 '비스트 테이머' 중 어느 한 사람이 승리를 양보하고 한쪽은 싸울 것까지도 없이 기권하리라.
그런 것은──.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스텔라…………."
이렇게까지 말하면 잇키도 이미 이해할 수 있었다.
스텔라가 그런 터무니없는 페널티를 스스로 희희낙락 제시한 이유.
그것은 그녀가 카이에다에게 설명한 것처럼 황족 운운하는 허울 좋은 이유가 아니었다.
스텔라의 목적은 단 하나──.
"우리 학원에서, 우리 동료에게 그렇게 심한 짓을 한 패거리가 상처 없이 눈앞에서 사라지다니, ……절대로 용납 하지 않아."
토카나 아야츠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
자신들의 소중한 친구를 상처 입힌 자들에 대한 보복이었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잿더미로 만들어주겠어."
나지막하게…… 마치 분화 직전의 화산의 분화구가 거품을 내는 소리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스텔라는 걷기 시작했다.
그 습격으로부터 줄곧 터뜨릴 곳이 없어서 억눌러왔던 분노에 호응해서 홍련의 머리카락이 불타오르듯이 빛나며 빛을 흩뿌렸다.
그 시선은 똑바로, 이미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아카츠키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
잇키는 그런 스텔라의 모습에 너무 열이 올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친구를 위한 분노와 다정함에 말참견 할 기분은 이제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조용히 스텔라의 등을 배웅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믿는 일뿐이야.'
사이쿄와 함께 한 수행을 거친 스텔라의 힘을──.
'힘내, 스텔라……!'
『그럼! 지금부터 B블록 제4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아! Let's GO AHEAD!!!!』
이리하여 이례적인 시합이 시작된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