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6/77)

여운 없는 승리

칠성검무제 둘째 날.

C조 제 2시합, 쿠로가네 잇키 대 죠가사키 뱌쿠야.

1회전에서 '칠성검왕'을 무찌른 신진기예의 F랭크 기사와, 작년도 칠성검무제 준우승자의 승부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착을 맞았다. 잇키의 개막 직후 발동된 '일도나찰'의 기습에 의해, 죠가사키 뱌쿠야는 시합이 개시되자 마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링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그 결착에, 주심도 잠시 아연히 서 있었지만

"심판?"

그, 판단을 재촉하는 잇키의 목소리에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쓰러진 뱌쿠야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의식을 잃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시합 종료 선언을 했다. 이 결과에, 회장 내엔 술렁임이 가득했다.

'이, 이이.. 이게 무슨 일인가요! '워스트 원' 쿠로가네 잇키 선수! 시합 개시 선언이 떨어진 순간 순식간에 '천안' 죠가사키 뱌쿠야 선수와의 거리를 좁힌 뒤 일격에 쓰러뜨렸습니다!!!'

'어, 어이.. 지금 거 대체 뭐야!?'

'지금 뭐 했는지 봤어?'

'아, 아니.. 전혀. 시합이 시작된 건 들었는데, 어느 틈에..'

시합이 끝나 있었다.

관객들은 모두 뭐가 뭔지 모르겠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혼란에 빠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째서냐면, 지금 잇키가 사용한 기술은, 일반인의 동체시력으로 좇을 수 있는 차원을 완전히 넘어선 일격이었으니까.

'지금 건 그가 '뇌절'과의 대결에서 사용한, 갈고 닦은 집중력과 육체 제어력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1분만에 쏟아내는 '일도수라'의 강화판이군요. 그걸 '비익'의 검과 섞어 최고속도의 개막 속공을 가한다... 그렇군요. 상당히 합리적인 전술입니다.'

사태가 이해되질 않는 관객들에게, 지금 잇키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설명한 건, 무로토 프로를 대신해 실황석에 앉아 있던, 양복 차림에 안경을 쓴 묘령의 여성. 야오토메 프로였다.

그런 그녀를 보고, 뒤이어 실황을 맡고 있는 이이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 두 조합이 그렇게 합리적인 건가요?'

'네. 이 '어나더 원'이 갖고 있는 노블 아츠도, '비익'의 검술도. 그 이념은 같으니까요. 한 순간에 모든 힘을 짜낸다. 둘 다 그 이념에 기반을 두고, 뛰어난 순발력을 이용한 기술이지요. 따라서 그 둘을 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겁니다.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시합 시간을 보시게 되면 일목요연하겠지요.'

그 말을 듣고, 다시금 시합 시간을 확인한 이이다가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어, 엄청난 숫자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시합이 시작한 뒤로 0.8초!! 쿠로가네 잇키 선수! 전 대회 2위를, 대회 최속 기록을 세우며 분쇄했습니다!!'

'1.. 1초도 안 걸렸어!'

'잠깐! 지금까지 대회 기록이 몇초였었지?'

'확실히.. 20초 정도였을 거야.'

'20분의 1보다 더 줄었잖아...!'

'머, 멋지다...!'

'대단하구만, 형씨! 그대로 단숨에 우승까지 나아가라고!!'

'힘 내, 잇키 군~!!'

'환성을 받으며, 전 대회 준우승자를 기록까지 세우며 압승한 크로가네 선수가, 대기실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F랭크라는 마법 적정의 불리함을 초인적인 순발력으로 극복하고, 당당히 3회전 진출! 강하다! 정말로 강합니다! '워스트 원'! 이대로 칠성검무제의 정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 오후부터 열럴 3회전도 놓칠 수 없겠습니다!'

칠성검무제가 열린 이후로 가장가는 열등생임에도, 전 대회의 1위와 2위를 무찌르고 호쾌한 진격을 보여주는 잇키의 활약에 회장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열기 속에서, 야오토메는 안경 너머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링을 떠나는 승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결과만으로 보면 잇키의 압승이지만...

'과연 이 시합, '압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윽....!!!"

게이트를 빠져나온 뒤, 관객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돌아온 잇키는, 어깨로 숨을 들이내쉬며 통로 벽에 기대듯 쓰러졌다.

이마에선 엄청난 양의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뚝, 뚝, 하고 발치에 떨어지고 있는... 핏방울.

'일도나찰'은 '일도수라'의 10배의 순간 출력을 자랑하는 기술이다. 그건, 아무리 많은 단련을 한 잇키의 육체라 하더라도 버틸 수 없을 부담을 낳는다.

거의 자폭 기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원래라면, 잇키로서도 별로 쓰고 싶은 기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거면 됐다고 그는 확신했다.

왜냐면

'......평범하게 시합을 진행해 나아갔다면, 최소 23수만에 내가 '천안'에 사로잡혔을 테니까.'

시합 전 뱌쿠야가 '천안'이라 불리는 통찰력을 가지고 상상해 뒀던 이 싸움의 기보. 그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을, 잇키도 그 조마경 같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본 것이다.

뱌쿠야가 잇키는 '일도나찰'을 써 속공을 해 올 거란 고려를 하지 않은 점도, 그 모든 것들을.

그렇다면, 거길 찌른다.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하여.

그리고,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형태로,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보기 좋은 압승이라 할 순 없겠어.'

잇키는 그걸 자각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어째서 시합 전에 시합의 흐름 모든 것들을 꿰뚫어보는 '천안'이라 불리는 사내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범한 것일까.

그건... 지금 잇키가 행한 개막 속공이, 그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시합 스케줄 사정상, 오후에 3회전이 열리게 된다. 거기다 그 상대는... '검사 살해자'를 압도적인 힘으로 꺾은 '피투성이 다빈치' 사라 블러드릴리. 그린 그림을 구현화시키고, 그리고 구현화해 낸 대상으로 삼은 마도기사의 고유 노블 아츠조차도 재현해내 보인, 아카츠키의 비장의 카드이다.

그런 괴물을 상대하기도 전에, 하루 한 번 밖에 쓸 수 없는 패를 내보인 잇키. 그건 종합적으로 보자면 승률을 극히 낮추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난적이라곤 해도, 뱌쿠야를 상대로 이 비장의 패를 온존해 둔 채로, 이길 방법을 궁리하여 대결에 나서는 편이, 더욱 도리에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잇키는 그 패를 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있을 시합을 생각하면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즉, 이 시합.. 잇키는 그 정도로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역시.. 스텔라 앞에선 강한 척을 했지만, 연전은 힘드네..'

잇키의 마음엔 승리에 대한 기쁨 따윈 조금도 없었다. 남은 건 그저, 불안함 뿐. 일본 최고의 학생 기사들이 모인 칠성검무제에서, 하루에 2번 연속 대결. 거기다, 3회전에 싸울 상대는, 잇키 자신의 노블 아츠인 '일도수라'는 물론, 그의 검기조차 재현해내보인 사라의 노블 아츠 '환상희화'.

마음만 먹으면 아마 지금 잇키가 뱌쿠야를 쓰러뜨린 것과 같은 기술을, 그녀도 재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일도수라' 없이 공략할 수 있을까..'

그런 사라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거기에 잇키의 기분을 더욱 무겁게 만드는 건... 그녀의 집착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자신에게 누드 모델이 되어 달라고 집요하게 찾아오고 있다. 어제는 그 탓에 자신의 형에 방에서 자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링 위에서 옷을 벗겨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이제 이런 무대에 설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다.

왜냐면, 올해 칠성검무제는 세계 규모로 방송되고 있으니까.

"으으.. 위가... 몸보다 위가 아파..."

3회전은 여러 의미로, 잇키에게 있어 무거운 시합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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