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77)

일러스트 벽신문 2

제 7장

칠성검무제 3회전 · 개시

'일본 전신공사가, 오후 6시를 알려드립니다.'

삐, 삐, 삐, 하고 3초를 세는 독특한 알람이 들렸다.

돔 내의 모든 스피커에서 그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야간용 라이트가 일제히 점등되었다. 여름의 기나긴 석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돔내를 빈틈없이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돔에 와주신 관전객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제 62회 칠성검무제 3회전을 개시하겠습니다!'

실황에 의해 3회전 개시의 신호가 떨어졌다. 거기에 호응하듯, 만안 돔 내의 객석에선 지진과도 같은 환성이 터져나왔다.

'이번 대회의 베스트 8들이 격전을 펼치게 될 3회전. 그 격전의 기대감에, 회장의 흥분은 이미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실황은 계쏙해서 저, 이이다가! 그리고 해설은 야오토메 프로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바로 3회전 제 1조가 입장하겠습니다! 먼저 청색 게이트에서, 카가 렌지 선수가 입장합니다!'

그 소리에 응하며, 천천히 청색 게이트 속 어둠에서 커다란 사람이 나타났다. 스포트라이트의 조명에 비춰진 눈부신 무대에 모습을 보인 건, 신장 2미터는 가벼이 넘기는, 거대한 암석 같은 거한. 그 이름은...

'오오! 카가다! 카가가 왔어!'

'여전히 떡대 한번 크구만!!'

홋카이도의 곰. 카가 렌지였다.

'북쪽의 대지, 로쿠존 학원에서 여기까지 온 '강철의 사나운 곰'!

무엇보다도 눈을 끄는 건 그 '사나운 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규격 외 급의 거체!! 신장 236cm! 체중 370kg! 불곰이라 해도 믿을 법한 그 거구에서 나오는 힘을 무기로 이용해 싸우는, 일본에서도 손꼽는 슈퍼 파워 파이터! 유력한 선수가 계속해서 탈락해가는 이 파란 속에서, 작년의 베스트 8중 단 한 명, 이 3회전까지 올라왔습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신참자들에게 고참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카가 선수는 공수의 수준이 아주 높고, 밸런스도 잘 잡혀 있는 선수입니다. 그가 자랑하는 거체에서 나오는 불도저 급의 여력. 그리고 블레이저로서의 능력에 의한 '신체 강철화'라는 오리지널리티. 단순하게 강하고, 단순하게 단단하죠. 그렇기에, 사용법이나 상황, 상대의 능력과의 상성에 좌우되기 어려운, 순수한 강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변수를 지닌 선수가 많은 이번 대회에선, 이런 선수가 진가를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관객의 성원을 받던 카가가 마침내 링 위에 올라섰다.

.....그 순간, 그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행동을 취했다.

자신의 옷을 그 두껍고 거대한 손으로 움켜쥔 뒤, 마치 찢어버리듯 벗어던진 것이다.

'오오옷!? 카가 선수! 특수 주문 사이즈의 교복을 잡아 찢어 던져버리고, 훈도시 차림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퍼포먼스인가요!?'

곤혹해하는 실황과 관객.

거기에 대해, 해설 야오토메가 덧붙였다.

''반지'나 '목걸이', '안경' 같은 경우도 있듯, 블레이저들의 디바이스는 반드시 무기로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카가 선수의 디바이스 '뇌전'은 저 훈도시.. 즉 '샅바'입니다. 평소엔 옷 안에 착용하고 있기에 볼 수 없었습니다만... 일부러 옷을 벗어던지고 샅바만 두른 차림이 되어 싸움의 무대에 올라섰다.. 이 시합을 가장 중요한 승부로 판단하고, 자신의 기합을 보여준 거겠죠.'

야오토메의 해설은 옳았다.

큰 승부엔 디바이스 하나로 나선다.

그것이, 카가만의 필승 기원의 기합을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옷을 찢어버린 카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굽혀 허리를 떨궜다. 그 뒤, 왼다리를 크게 수직으로 들어올린 뒤, 링 바닥에 내리쳤다.

그 순간, 콰앙!! 하는 지진을 동반하며, 링 좌측이 지면에 함몰되었다.

이 사태에 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경악에 물들어 눈을 부릅떴다.

'어, 엄청납니다!! 카가 선수가 다리를 내리친 순간, 직경 약 100m의 링의 지면이, 사선 방향으로 함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반대쪽인 오른다리를 들어... 영~~~~차!!!!!'

다시금 굉음이 울려퍼지고, 우측도 방금과 같이 지면에 함몰되었다.

'한 쪽으로 기울어진 링이 두 번째 발구름으로 인해 수평으로 돌아왔습니다만, 하지만 그가 발을 구르기 전보다 확실히 링 전체가 눈어림으로 봐도 10cm 정도가 지면에 함몰되어 버렸습니다! 이 무슨 힘인가요!!'

'그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의 발치를 보면 더욱 놀라실 겁니다.'

'발치, 말인가요? 뭣... 이, 이건..!'

야오토메의 지적대로, 카가의 발치로 눈을 향했다.

거기엔...

'발자국입니다!! 네이팜탄에 직격당해도 버틸 수 있는 특수 석재로 만들어진 블레이저용 링에, 마치 젖은 모래사장을 밟은 것처럼, 발가락의 형태까지 확실히 드러날 정도의 명확한 발자국이 새겨졌습니다!'

'링 바닥이 발 형태로 함몰되어 있음에도, 그 발자국 주변엔 금 하나 가지 않았습니다.. 힘이 집약되어 분산되고 있지 않다는 증거지요. 카가 선수는 힘만 강한 것이 아닌, 힘의 유동을 제어하는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는 듯하군요. 대단합니다.'

'우오오오!! 역시 끝내준다카이! 그냥 몸떙이만 커다란게 아니구마!'

'꺄앗~ 곰 오빠 멋져~~~'

관객석에서 카가의 퍼포먼스에 대한 갈채가 쏟아졌다. 카가는 강건한 육체를 무기로 삼은 스모 스타일이란, 독특한 전투법을 사용하지만, 그 거대한 몸집에 뒤지지 않는 인망이 있었고, 전국에 걸쳐 열성 팬 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장에도 수많은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와 있었다.

평소엔 그들을 향해 미소 하나 정도는 보내줬던 카가였지만, 오늘의 그는 달랐다.

"............."

거기에 단 하나의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강철의 사나운 곰'은 그저 진지한 눈빛을 한 채 이제부터 자신의 대전 상대가 나올 게이트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카가 선수의 기합이 느껴지는 퍼포먼스에 회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카가 선수의 눈은, 고요한 수면 같은 정숙함을 지닌 채, 단 한 곳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대전상대가 들어올 적색 게이트만을! 그렇다면, 바로 A조 결승전에 나오게 될 또 다른 맹자가 입장하겠습니다!'

실황의 말을 신호로, 적색 게이트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그 빛 속에서, 검은 일본 전통복을 두른 검사가 걸어나왔다.

'명문 쿠로가네 가문의 장남으로서 태어나, 유소기 때부터 기린아라고 불리며 전국에 이름을 떨친 천재! U-12(초등학생) 세계 대회에서 월드 챔피언이 된 순간, 누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대영웅' 쿠로가네 료마의 정당한 후계자가 여기서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런 주위의 기쁨과는 달리, 천재는 굶주려 있었다! 날이 들지 않은 무기로밖에 싸울 수 없는 '연맹'의 룰에, 절망적으로 굶주려 있었다! 그는 원하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싸움을! 목숨을 건 투쟁을!!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하여! 그렇기에, 그는 우리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 상실감에, 누구나가 비탄에 잠겼겠지요! 하지만! 그런 천재가 일본으로 돌아왔다! 고등학생 최후의 때, 이 칠성검무제 링으로 돌아왔다!!!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던 그의 모습이 희박해질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손에 넣고!! 신생 아카츠키 학원 3학년! '바람의 검제' 쿠로가네 오우마 선수입니다!!'

긴 머리와 일본풍 옷소매를 나부끼며, 한 발짝, 한 발짝, 카가와의 거리를 좁혀 가는 오우마.

그 모습에, 객관석에 앉아 있던 관중들은 숨을 삼켰다.

'....끄, 끝내준다.....'

'언제 봐도... 위압감 하나는 끝내준다 안카나...!'

그저 걷고 있을 뿐만인데, 닿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검기. 마치, 칼집에서 빼낸 칼과도 같은 날이 선 위압감이었다.

'야오토메 프로. '바람의 검제' 쿠로가네 오우마 선수가 공식전에서 모습을 보인 건 실로 5년만이 됩니다만, 어떤가요? 프로의 눈으로 본 오우마 선수는?'

이 실황의 질문에, 야오토메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강합니다.'

'.....그, 그것뿐인가요?'

'솔직히, 현 단계에선 그 이상의 해설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가요?'

야오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면 지금까지 벌여 온 시합에서도, 그는 한 번도 진짜 실력을 낸 적이 없으니까요.'

1회전도, 2회전도 오우마가 승리하는 모습은 같았다.

'바람의 검제'를 상대로 검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서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한 뒤, 원거리로부터 마법전을 펼치려 한 대전 상대에게, 똑바로 걸어나가 참격을 가한 것이다.

단지 그것 뿐.

오우마는 적의 장거리포를 회피도, 방어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똑바로 걸어나갔을 뿐이다.

적의 공격을 몸에 받아 가면서.

그런데도, 몸엔 상처 하나 없었고, 걸음을 멈추는 일도 없었다.

시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내용.

거기엔 조금의 기술도 존재하지 않았다. 개입해 올 여지조차 없었다. 존재하는 건, 어이없을 정도의 성능 차이 뿐. 따라서, 강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건 알 수 없었다. 모르니 해설할 길이 없다, 고 야오토메 프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회전의 상대도 리틀 시절에 '바람의 검제'와 몇 번이고 사투를 겪은 '강철의 사나운 곰'. 잔재주를 부리는 타입이 아닌, 무엇보다 방금 퍼포먼스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그 엄청난 공격력은 A급 기사인 '바람의 검제'에게도 위협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우마 선수의 공백이었던 5년간의 진가는, 이 시합에서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라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거 기대되는군요! 어이쿠, 그리고 지금! 양 선수가 개시 선 위에 섰습니다!'

링 위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둘.

카가는 오랜만에 만나게 된 동기생을 향해 말을 걸었다.

"오우마. 니눔하고 요렇게 링 위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건 6년만이지? 반갑구먼~!"

"....재회를 그리워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가하핫! 여전히 붙임성 없는 녀석이여! 뭐, 됐으. 네 녀석이 어떻게 생각하건, 나는 기쁘다고! 난 오랫동안 바래 왔었지! 네 녀석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진검승부를 말야! 리틀 시절의 빚을 돌려줄 날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었으야! 그걸 위해서 난 이 몸을 계속해서 단련해 왔다고!"

그리 말한 뒤, 카가는 두꺼운 가슴팍을 퉁, 하고 쳤다. 초등학생 때엔 결국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천재 동기.

하지만, 몸이 성장하고, 카가는 상궤를 벗어난 거대한 육체를 손에 넣었다.

이제 그 때와는 다르다.

오우마가 요 5년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가에겐 자신은 오우마를 따라잡았을 거란 확실한 자부가 있었다.

따라서, A랭크 기사를 앞에 두고도 위축되지 않고, 말했다.

"1, 2회전 때의 상대와는 다를 것이여. 나는 네 녀석의 진짜 실력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네 녀석도 온 힘을 다 해 싸워! 오우마!!!!!!"

그에 대해, 오우마는 어디까지나 늠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건 네 녀석 하기 나름이지. 렌지."

"가하핫! 확실히 그렇군! 그럼, 바로 내 모든 힘을 쏟아 주겠어!"

'링 위에선, 서로를 마주보며 예전의 전우끼리의 우정이 오가고 있습니다. A랭크 기사인 '바람의 검제'를 앞에 두고도 도망치지 않겠다 단언한 '강철의 사나운 곰' 카가 렌지 선수! 평범한 블레이저라면 그건 그저 무모한 행동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카가 선수는 그걸 해낼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요! 야오토메 프로가 말씀하셨듯, 저희들은 드디어 이 시합에서, 귀환해 온 오우마 선수의 실력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그리고 지금! 심판이 시합 개시의 신호를... 내렸습니다!'

심판에 의해 시합 개시 사인이 내려진 순간, 먼저 움직임을 보인 건 카가 쪽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그는 돔 전체에 울려퍼질 정도의 음량을 지닌 함성을 내지르며, 전신의 마력을 발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 강화가 일어났다. 피부에서 생물이 지니는 핏기가 사라지고, 광택을 가진 강철로 변화해 갔다.

그것이, 바로 '강철의 사나운 곰'의 별명의 유래.

자신의 몸을 모두 강철로 바꾸어내는 카가 렌지의 노블 아츠. '철괴 변화'다.

'먼저 공격에 나선 건 카가 선수! 지금은 정석대로, 전신을 강철로 만드는 마술을 자신에게 가했습니다!'

'그의 어빌리티를 전부 다 살려내기 위해선 이 공정은 역시 빼놓을 수 없지요. 당연합니다.'

야오토메의 말대로, 카가의 싸움은 일단 이 공정을 지나쳐야만 한다. 불곰과도 같은 거대한 몸집과, 거기서 나오는 위력을 몇 배나 높여 주는 중량.

그리고, 적의 온갖 공격을 막을 필요도 없이, 튕겨내버리는 경도.

이 두 강점과, 스모라는 돌진력과 기술의 종류가 다양한 공격 특화의 전투 스타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다.

그것이, '강철의 사나운 곰'의 전투 스타일.

하지만..

"가하핫! 그 말은 틀렸어. 해설 누님!"

그렇다. 그건, 지금까지는 그랬던 것이다.

'에...?'

이건 지금까지의 '철괴 변화'가 아니야! 이 나가 오우마와 대결할 때까지 아껴 뒀던, 숨겨둔 비장의 기술이라고!!"

그리 말한 뒤, 카가는 자신이 언제나 사용해 왔던 전신 강철화가 완료됨과 동시에, '철괴 변화'와는 다른 마술을 자신의 전신에 걸었다.

그러자...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함성과 동시에, 카가 렌지의 몸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강철 덩어리로 변한 카가의 어깨에서, 두 개씩 새로운, 좌우 합계 4개의 팔이 생겨난 것이다.

'뭐, 뭔가요!? 이, 이건...! 팔이 늘어났다!?!?'

너무나도 기괴한 그 변화에, 경악의 목소리를 내는 실황과 관객들.

그 옆에서, 해설인 야오토메만이 냉정히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저 단단하게 경화하는 것만이 아닌, 정형도 가능하다는 거군요. 이걸로 당연히 여러 모로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날 수 있으니, 공격력과 방어력이 함께 3배로 뛰게 되겠죠...! 생각을 잘 했군요.'

"가하핫! 해설 누님이 말한 대로여! 이 나의 디바이스 '뇌전'의 능력은 육체의 강철화! 그리고 철로 자유롭게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누구나 아는 도리지! 이게 내 비장의 스킬! 그 이름하야, '철괴·아수라상'! 오우마! 네 녀석에게 이기기 위해 5년간에 걸쳐 만들어낸 기술이야! 감사히 처먹도록 해!!!"

변화를 끝낸 카가는 그 거체를 낮춰, 웅크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지면을 향해 쥔 주먹을 내리치는 반동으로 상반신을 들어올렸고, 동시에 거대한 링을 지면에 함몰시켜버렸던 그 각력을 이용해 자신의 거체를 앞으로 날려보냈다.

그 기세는, 마치 포탄과도 같았다.

'빠, 빠르다! 카가 선수! 그 거대한 몸집에선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속도로 카가 선수에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오우마 선수, 여기에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하지만, 이 카가의 돌격에 대해 오우마가 취한 응수는, 1, 2회전 때와 같았다.

".........."

'아니이이잇!? 이, 이건!? 오우마 선수! 방어도, 회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똑바로 돌진해오는 카가 선수를 향해 걸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위력을, 그 거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신이군요... 하지만, 지금 저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한 게 아닐까 하네요.'

야오토메의 말대로, 오우마의 응수는 누가 보더라도 미련한 판단이었다. 1, 2회전의 상대와는 다르다. 카가의 공격력은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의 압도적인 마력을 이용한다 하도라도 완전히 막아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직격당한다면 보통 부상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어할 동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니.

....이 오우마의 응수에, 카가는 강한 분노를 느꼈다. 피할 필요도 없다고 얕보이고 있다, 고.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오우마에게 이긴 적이 없었다. 격이 낮은 상대로 보이는 건 당연.

그렇다면...

'내 일격으로, 네 녀석의 눈을 뜨게 해주마아아아!!'

"으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그 순간, 카가의 모든 위력과 모든 중량, 그리고 모든 것을 실은 따귀가 오우마의 안면을 내리쳤다. 임팩트와 동시에 대기가 떨리고, 마치 대형 트럭이 정면충돌한 듯한 굉음이 울렸다.

두 말할 것도 없는, 직격이었다.

오우마는 정말로 카가의 공격에 대해서 아무런 방어도, 회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히 그 뒤에 무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우마의 몸은 크게 기울어졌고, 비틀거리며 바닥에 잠겨 갔다. 그리고, 그 방심이 낳은 결정적인 틈을, 놓쳐 버릴 카가가 아니었다!

카가는 이 한 순간을 승기라 판단했다.

다음 공격은, '강철의 사나운 곰'이 자랑하는, 공방일체의 오의.

백 개의 손바닥으로, 적의 공격을 모두 튕겨냄과 동시에 엄청난 중량의 연타를 가하는 '백화장'.

그걸, 6개의 팔로 쏘아 내는, 오우마전에 쓰기 위해 만들어낸 신 필살기...

"'아수라 백화장'!!!!!!!!!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자세가 무너진 오우마 선수에게, 카가 선수, 승부에 나섰습니다! 러쉬! 러쉬! 또 러쉬!! 이젠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뻗어지는 강철의 따귀가 연타!!!!'

방금 일격을 정통으로 받고, 비틀거리던 오우마는 이 러쉬를 피할 수 없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철퇴 폭풍권에, 완전히 휩쓸려버렸다.

자신의 필살기가 이보다 더할 수 없을 형태로 먹혀 들어간 그 손으로 전해져 오는 반응에, 카가는 몸을 떨었다.

이긴다.

오우마의 몸은, 이제 링으로 무너지기 직전이다!

이대로 끝까지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

5년간 쭉 바래 왔던 그 승리의 예감에, 자신의 모든 혼신의 힘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

카가의 기대감, 고양은 그 다음 바로 옅어져갔다. 그 대신 그의 몸에 닥친 느낌은, 불안함이었다.

어째서?

이 정도로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도.

카가의 강철 같은 손바닥은, 하나도 빠짐없이 클린 힛트로 들어가고 있음에도.

어째서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인가.

그건, 그야말로 지금 막 말했던 대로의 이유 때문이었다.

카가의 공격은, 그 모든 타격이 이보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의 반응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거냐!?'

그 의문은

"......날 쓰러뜨리기 위해 만들어 낸 기술...이라.."

갑자기, '아수라백화장'을 받고 있던 오우마가 흘린 그 읊조림과 동시에, 얼음이 녹듯 풀려버렸다.

오우마의 몸이 일정한 각도로 숙여진 순간, 카가의 손바닥에 돌아오는 반응이 변한 것이다. 그의 뇌리에 날아든 이미지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은 바위산에 손바닥을 내리치는 듯한, 절망적인 피로감이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

오우마는 강철 같은 손바닥 공격을 받으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 오우마는 카가의 손바닥 연타를 맞은 탓에 자세를 무너뜨린 게 아니고....

검을 올려베기 위해, 자세를 낮춘 것뿐이었다!

"쓸데 없는 5년이었군. 렌지."

"윽!?!?"

촥! 하고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카가는 오른쪽 반신에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다. '아수라백화장'을 연타하고 있던 세 개나 되던 오른팔이, 오우마의 사선 올려베기 한 번에 의해 한꺼번에 잘려나가버린 것이다.

철의 강도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바람의 검제'의 검술 실력에, 카가는 오한을 느꼈다.

하지만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앗!!!!!!"

그 오한을 억지로 떨쳐내려는 듯한 함성을 내지르며, 카가는 남은 세 개의 팔로 계속해서 공격했다.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근본부터 파이터였다.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여기 뿐.

거리를 두고 싸운다는 선택지 따윈 없다.

그렇기에, 결사의 맹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6개의 팔로 공격을 해도 미동도 채 않았던 상대를, 3개의 팔로 해치울 수 있을 리 따윈, 만무했다.

일섬.

올려 벴던 칼을 다시 내려쳐, 오우마는 카가의 모든 왼팔을 절단했다.

그리고, 검을 내려친 자세에서 다시금 칼을 옆으로 휘둘러, 그의 양다리를 절단했다.

"........큭!"

이 날을 위해 갈고 닦은 강철의 공격도, 방어도... 무엇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지탱하는 힘을 잃고, 무너져가는 카가의 몸. 그의 눈에는, 그와 오우마 사이에 있는 잔혹한 전력차에 대한 절망과, 일말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까지인가? 라는 질문.

자신과 오우마의 전력차는, 이 정도로 거대했단 말인가?

아니다.

몇 번이고 대전을 해 왔기 때문에, 카가는 알 수 있었다. 쿠로가네 오우마는, 이 정도로 강한 기사가 아니었다. 확실히 재능이 있는 기사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강해지는 건 이상하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명백히.. 상궤를 벗어나 있었다.

마력이나 마술만으론 설명이 되질 않는다.

상궤를 벗어난.. 무언가가 개입하고 있다!

"네 녀석.... 대체........!?"

하지만, 카가의 질문을 말로 이어지지 못했다.

"커헉!?"

그 대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선혈.

양쪽 다리라는 지탱을 잃고, 바닥으로 무너져가려던 찰나.

오우마가 칼을 들지 않은 빈 손으로, 카가의 강철 같은 가슴팍을 뚫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등에서 튀어나온 오우마의 손바닥엔, 맥박치는 심장이 쥐여 있었고....

"그만...."

심판이 제지를 하기도 전에, 오우마는 그걸 아무 주저 없이 쥐어 터트려버렸다.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의 결착이 난 순간, 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꺄.. 꺄아아아아아악!!!!!'

'야! 이거 대체 뭐야...!?'

'주, 죽여버렸어! 저 자식!!'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양 팔과 다리를 잘라내 승부가 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바람의 검제'가 예상치 못한 추가 공격을 가했습니다! 시, 심장을!! 카가 선수의 심장을 쥐어 터트려 버렸습니다!! 이, 이건 너무나도 살의가 높은 위험한 일격!!'

이 사태에, 심판은 바로 시합 종료를 선언했다.

링에 구호반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중엔, 하군 학원의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의 모습도 있었다.

"'시간 동결'!"

쿠로노는 객석 펜스를 뛰어넘은 뒤, 그대로 링 위로 착지했다. 그리고 자신의 디바이스 '엔 노이아'... 백은의 권총을 현현시킨 뒤, 쓰러진 카가를 향해 사격했다. 발사된 총탄은 카가에게 착탄됐고, 그의 온몸에 일시적으로 시간의 경과를 멈추는 마술이 가해졌다. 이걸로 출혈이나 산소 결핍에 의한 육체의 열화를 완전히 막을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는 적절한 응급처치를 가한 뒤, 쿠로노는 들것을 가져올 것을 구호반에게 지시했다.

"어서 들것 가져 와! 내 능력이 발동되고 있는 사이에 캡슐로 옮겨야 해!"

"아, 넷!!"

빈사의 중상.. 아니, 쿠로노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바로 죽어 버렸을 부상을 입고,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링을 떠나가는 카가.

한 편, 오우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링을 떠나가고 있었다.

'오우마 선수, 실려 가는 카가 선수를 바라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예전에 같은 시절을 대전으로 보냈던 전우에 대해, 정이란 것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너 따윈 안중에도 없다, 고 떠나가는 그 뒷모습이 말해 주고 있습니다!'

'히익..'

'무, 무서운 녀석...'

떠나가는 승자를 축복하는 박수도, 이번엔 일어나지 않았다. 나이가 찬 기사끼리의 싸움은, 말 그대로 진검승부이다. 유혈사태는 당연하고, 운이 나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학원은 칠성검무제에 참가하는 걸 학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여기에 서 있는 자들은, 모두들 그걸 각오하고 참가한 무인들이다.

따라서, 오우마를 책망할 이유 따윈 없을 것이다

없을 테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느낌은 도저히 사그러들지 않았다.

양자의 역량 차이는 누가 봐도 뻔했다.

그렇다면, 목숨까지 빼앗는 건 역시 심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

하지만, 그 처참한 결말에 얼어붙어 있는 회장에

짝짝짝.....

하고, 박수를 쳐 그에게 축복을 보내는 자가 한 명 있었다.

'이 박수는..... 앗!'

그건 대체 누구일까.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본 실황이, 놀란 목소리를 냈다.

오우마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던 건..... 불타오르는 적발의 소녀.

'스텔라 선수입니다!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 혼자만이, 떠나가는 오우마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회장에 곤혹함이 담긴 술렁임이 일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스텔라는 오우마를 내려다보며 찬사를 보냈다.

"싸우는 모습, 꽤 멋졌어. 오우마."

일방적인 살육 경기. 오버 킬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을 시합을 가리켜, 멋진 싸움이라 칭찬하는 스텔라. 그건, 그녀가 관객들과 달리 더 깊은 곳에서 이 시합을 관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 관객들은 오우마의 압승에 의해 착오를 하고 있다.

'강철의 사나운 곰'의 실력을.

"카가는 자신의 노블 아츠를 응용해 팔의 수까지 늘릴 수 있는 숙련된 기사였어. 그런 상대의 사지를 잘라내는 것만으론, 마무리가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있지. 승리를 확실하게 거머쥐기 위해선 숨통을 끊어놔야 했을 거야."

물론, 오우마 급의 힘이 있다면 일부러 치명상을 피해 가며 공격하면서 그의 마음을 꺾어버리는 수단을 취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1, 2회전의 상대처럼, 카가가 겁쟁이처럼 잔재주를 써 가며 그에게 달려들었다면, 어쩌면 오우마는 그런 방향의 수단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텔라는 알 수 있었다.

이 싸움, 오우마는... 모든 실력을 내진 않았지만, 진지하게 대결에 임했다는 것을.

자신을 향해 도망치지도, 겁먹지도 않고 똑바로 도전해 오던 카가였기에, 그에게 승리하는 데에 있어 진가를 발견해 낸 것이다.

이 남자는, 진가가 담긴 승리를 위해, 이런 행동까지 가능한 기사.

.....나쁘게 말한다면, 사람이 하나 죽는 일이 있어도 승부에 이기고 싶어 하는 남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하지만, 당신은 그 때, 날 죽이지 않았어."

그 때라는 건 물론, 처음으로 오우마와 스텔라가 맞붙은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오우마는 그 때 스텔라를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둘 사이엔, 그 정도의 전력차가 있었다.

"당신은 날 주의깊게 다뤘어. 부수지 않도록, 아주 정중히 돌보듯 다뤘지."

원래 카가보다 더 그 자신과 동격이었을, A랭크였던 자신을.

거기에 어떠한 의도가 담겨 있는지는 스텔라에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를 봐 주듯 다루던 그 태도에, '진지함'이 담겨 있을 리는 없다. 어떠한 의도가 있건, 그녀를 봐 줬다는 건.. 즉, 그 때 스텔라에게 이기는 것이 오우마에게 있어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는 것이 된다.

.....이보다 더한 굴욕은 없다.

그러니, 스텔라는 아래에 있던 오우마에게 불타오르는 시선을 보내며, 내뱉었다.

"그 때의 일은 정말 많은 신세를 졌다고 느끼고 있어. 하지만... 이제 그런 짓은 용납 못 해. 내일, 당신에게 온 힘을 끌어내도록 해 보이겠어. 당신이 아직 이끌어내지 않은 힘을 포함한, 모든 최대출력을.. 내가 그 뿌리까지 뽑아내듯 끌어내 주겠어. 그리고 그 상태에서... 죽여 버리겠어."

확실한 살의가 담긴 채 날아오는... 향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타 버릴 것 같은 위압감.

그걸, 오우마는 온몸으로 받으면서

"우연이군.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

이를 드러내듯 웃고 있었다.

오우마를 향한 선전포고가 있고 난 뒤, 카가가 목숨을 건졌다는 안내 방송이 흐른 회장에 술렁임이 돌아왔다. 순수하게 안도하는 자. 흥분에 찬 목소리를 내는 자. 너무한 게 아니냐고 비난하는 자.

그런 술렁임을 흘려 들으며, 스텔라는 청소 중인 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리스도 참.'

먼저 돔으로 돌아왔을 아리스인 나기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객석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시즈쿠는 시합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아리스인은 경기를 보러 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뭐, 그래도 시즈쿠 쪽의 일도 중요할 테니까.'

있는 한도까지 곁에 있어 줄 셈인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큭큭큭! 역시 '불타오르는 용을 굴복시키는 여제'라 불린 여자군! 그 남자를 상대로 그렇게까지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건 두 사람도 없거늘!"

뒤에서 이 세상 누구보다 짐짓 있는 체 하는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스텔라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별명으로 불린 적은 없는데 말야."

뒤를 돌아보자, 예상대로의 인물이 있었다.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안대를 한 소녀.

1회전에서 스텔라에게 패배한, 아카츠키 학원 멤버 중 한 명.

'마수 조련사' 카자마츠리 린나였다.

그녀의 뒤에는 역시라고나 해야 할까, 평소처럼 시원시원한 표정을 하고 있던 메이드, 샤를롯트 콜데도 서 있었다.

"훗! 짐이 방금 붙여 주었다! 기뻐하도록!"

"볼 일 있어? 너희들하고 인연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수다나 떨 정도로 좋은 사이였던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카자마츠리."

친하게 말을 걸어 오는 린나에 대한 스텔라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뭐, 그녀들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것일 테지만..

"큭큭.. 들었느냐, 짐의 종복이여. 이 여자, 짐과 그대를 흠씬 두들겨 팬 뒤 너덜너덜해지도록 베어 버린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엔 통구이로 만들어버린 주제에,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네, 들었습니다. 아가씨. 이런 사람이 황녀 지위에 있는 나라가 있다니, 세상도 참 말세군요."

"윽...."

이 둘의 말대로, 거스름이 생길 정도로 공격을 가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거기에 대한 일을 꺼내면 스텔라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딱히 아직 때린다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 무슨 일이냐고!"

"물론 다음 시합을 관전하기 위해 온 것이다. 다음 시합은 짐과 피와 혼의 계약을 맺은 '피투성이 다빈치'의 시합이니까!"

"혼의 계약?"

"해설해 드리자면, 사라 님은 주인님.. 카자마츠리 코우조 님의 양녀이니 주인님의 딸이신 아가씨와는 의자매가 된다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일러스트

"그런 것이다!"

"여전히 쓸데없이 알기 어려운 애라니까.."

"머리로 생각하지 말도록.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야."

"별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뭐, 간단히 말하자면 관전하러 왔다는 거지?"

"그렇다. 하지만 혼자서 관전해도 재미가 없으니, 마침 시야에 들어온 적희(赤姬)에게 말을 걸게 되었지.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엄청나게 귀찮거든..?"

.....것보다 그 이전에

"혼자라니, 메이드가 있잖아?"

"지, 짐과 샤를은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머릿수로는 세고 있지 않아!"

"아아.. 아가씨, 이런 쓸모없는 암캐 년에겐 정말이지 아까운 말씀입니다.."

린나의 말에 뺨을 상기시키는 샤를로트.

하지만 한 편, 린나의 표정은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린나가 스텔라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사실은 말이지... 그대에게 지고 난 뒤 샤를 녀석이 날 지키지 못한 데에 책임을 느끼고 있어서 말이야... 둘만 있으면 고문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물건을 들고 와서는 '쓸모없는 자신에게 벌을 주십시오' 하고 달려들어 와서.. 정말 곤란한 참이야.. 그러니 부탁드려요! 같이 있어 주세요!"

"너, 너도 참 고생하는구나.."

"흐음.... 짐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만, 충성심이 너무도 강한 것도 곤란하단 말이지.."

'아니, 그건 아마 충성심이 강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비슷한 전과를 가진 스텔라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린나와 쑥덕거리고 있자

까득까득까득까득까득

라는, 무언가를 씹어 부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하고 그 쪽을 바라보자, 핏발이 선 눈을 한 샤를로트가 이쪽을 노려보며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아가씨와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저렇게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나중에 목욕을 시켜 드려야겠어... 나의 아가씨에게 저 여자의 냄새가 붙어 버려....!!"

'무셔라!!'

스텔라는 바로 린나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이런 종류의 상대와는 될 수 있는 한 얽히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뭐, 같이 관전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딱히 내가 여기에 전세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다 내 친구들도 지금은 없고 말이지."

"좋았어! 역시 축제는 떠들썩한 편이 좋지!"

스텔라의 승낙에, 린나는 기쁜 듯이 목소리의 톤을 올렸다. 그리고 가까이 있던 자리에 앉은 뒤, 샤를로트에게서 팝콘과 콜라를 받아들었다.

'......저게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하지만 2회전 때엔 정말 놀랐다네. 설마 하루 한 번 밖에 쓰지 못하는 기술을 써 버리다니 말이지."

스텔라의 들리지 않는 질문을 뒤로, 린나는 팝콘을 입에 던져넣으며 스텔라에게 말을 걸었다. 그 화제는 물론, 다음 시합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만큼 잇키가 뱌쿠야를 강적이라 생각했다는 거야. 실제로 맞서 싸웠다간 귀찮은 능력임엔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짐이 '서류 상의 언니'도 같을 게야."

"그 호칭,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냐!?"

자기도 모르게 윽박질러 버린 스텔라였지만, 린나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확실히 '천안'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힘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 정도로 치자면 '피투성이 다빈치' 쪽이 더 위인 게 아닌가? 그 자는 '환상희화'에 의해 재현해 낸 블레이저의 노블 아츠를 사용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천안'의 힘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터이고, 그게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2회전에서 봤던 '일도수라'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게야. 그런 상대에게 자기만이 일회용 비장의 수를 내어 버린 건, 어떻게 생각해도 불리하지 않은가? '어나더 원'의 쾌진격도 여기가 끝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살짝 불안을 부채질하는 듯한 목소리로, 린나는 스텔라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했다. 빚을 갚아 준다... 까진 말할 순 없었지만, 약간 짓궂은 생각이 없잖아 있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텔라의 표정은 불안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나 불리를 따지자면, F랭크라는 시점에서 잇키는 누굴 상대한다 하더라도 불리한 입장이야. ......하지만 잇키는 지지 않았어. 포기하지 않았어.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이 일본 전국에 있는 기사들의 정점을 결정하는 싸움의, 베스트 4 결정전에. 그러니 이길 거야. 오늘도. 반드시 말이지."

링을 바라보는 스텔라의 눈에는, 여유로움조차 느껴지는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할 것이다.

이 정도의 위기 따윈, '워스트 원'은 언제나 넘어서 왔으니까.

'거기에, 어쩐지 큰 고민에 결착을 지어낸 듯 했으니까... 후훗.'

여기에 오기 전에 그와 헤어질 때, 잇키가 보여 준 가슴 속 막힘이 뚫린 듯한 그 시원스러운 표정을 떠올리고, 스텔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린나에게 답했다.

"아카츠키 학원이야말로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오늘의 잇키는.. 틀림없이 엄청나게 강할 테니까."

스텔라와 린나가 그런 대화를 하고 있었을 때.

시합을 눈 앞에 둔 쿠로가네 잇키는, 선수용 대기실에서...

가 아닌, VIP용 관객석으로 통하는 복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인물이 도착함에 따라 고개를 들고, 말을 걸었다.

"아버지. 기다렸어."

그 말을 들은 쿠로가네 이츠키는, 맹금류와도 같은 날카로운 눈을 감으며 뜨며 답했다.

".....이런 데에서 뭘 하고 있지? 조금 있으면 시합이 시작할 시간인데."

"기다리고 있었어. 낮에 했던 이야기. 거기에 대한 답을 하려고 왔거든."

낮에 했던 이야기라는 건 당연히, 이츠키가 연을 끊자는 제안을 했던, 그 이야기이다. 거기에 대해 잇키는, 자신의 마지막 회답을 꺼냈다.

"그 이야기, 거절하겠어."

"......!"

잇키의 답에, 이츠키는 살짝 놀랍다는 듯 눈을 떴다.

이 연을 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쿠로가네의 힘으론 당해낼 수 없게 된 잇키를 추방하여 규율에 대한 면목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아주 일방적인 이야기였지만, 잇키에게 있어도 이익이 없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연을 끊으면, 쿠로가네 가문의 간섭은 더 이상 없어질 테니까.

그렇기에, 이츠키도 이 제안을 잇키가 거절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잇키의 대답은 no였다.

"난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는 살아갈 수 없어. 그렇기는커녕 아버지의 걸림돌밖에 되지 않을 거야. 그건 이 다음부터도 변하지 않을 거고. 바꿀 수도 없겠지. 내겐 이 길밖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서로 연을 끊어버리는 편이 낫겠지. 그 편이 서로 편할 테니까. 그래.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쿠로가네 잇키야."

그렇게 있고 싶다고,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 바라고 있다.

"그러니 연은 끊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내 입장에선 거기에 수긍할 수 없어."

어째서 자신은 이 부친을 싫어할 수 없는 것인가.

그 이유는, 솔직히 잇키도 잘 몰랐다.

단, 그래도.. 그와의 인연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걸 슬퍼하게 될 거란 자신이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걸 억눌러 죽이면서까지 쿠로가네 가문의 사정에 맞춰 줄 이유 따윈 없다.

그것이, 잇키가 최종적으로 생각해 낸 답이었다.

그 답을 듣고, 이츠키는

"정말로 좋은 거냐?"

명백히 곤혹해하는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표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은 이츠케에게 있어선, 이건 흔치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잇키의 답은 변하지 않았다. 한껏 억지를 부려보겠다고 다짐한 이상, 이 쪽이 먼저 물러날 일은 없다.

"뭐.....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런 골칫덩어리 같은 방탕한 아들 따윈 눈엣가시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하지만...

"나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다. 넌... 정말 그걸로 좋은 거냐?"

".........에?"

예상치 못한 그 물음에, 잇키의 사고가 한 순간 굳어버렸다.

....넌...

확실히, 지금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이츠키가... 잇키의 기분을 물어 온 것이다.

어째서..?

곤혹에 말을 잃는 잇키.

그런 그에게, 이츠키는 이어 말했다.

"난 쿠로가네의 당주야. 그건 즉, 이 나라의 기사들의 규율이라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되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지. 그렇게 되기 위해 자라 왔고, 나도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 살아왔었다."

누구에게도, 어떤 사람에게도, 엄격하라, 고.

그 이름에, 쿠로가네가 대대로 이어 온 책무가 새겨지고..

"그렇기에 그 이외를 모른다. 그 이외의 삶을 선택할 줄 모르는 남자다. 쿠로가네의 규율을 벗어나, 자신이 바라는 길을 걸어 가는 널 응원해 줄 수도, 그 길을... 피투성이가 되어 가면서도 기어올라와, 전국 베스트 8이라는 높은 자리까지 올라선 널 축복해주는 것도... 어느 하나도 해 줄 수 없어. 그리고, 그건 이후로도 변함없을 테지.

난 그런 남자다. 그런 남자가 아버지여도, 넌 정말 괜찮은 거냐?"

"..........."

이 순간, 잇키는, 자신의 아버지. 쿠로가네 이츠키라는 인간의 반생을 상상했다.

이츠키는 잇키에게 있어 할아버지인, 쿠로가네 겐마의 아들로 태어났다. 겐마는 '대영웅' 쿠로가네 료마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쿠로가네 가문의 오래된 방식과는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던 료마의 방식에 반발하였고, 그와 같이 료마의 미증유의 방식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던 노인들과 결탁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인 료마를 쿠로가네 가문에서 거의 추방하다시피 쫓아낸 뒤, 당주의 자리를 빼앗은.. 말하자면 쿠로가네 가문에 있어 보수파 최고 우익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 남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츠키에게.. 형제는 없었다.

그렇기에, 겐마나 다른 노인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자신들의 이상의 모든 것을 차기 당주가 될 그에게 바라고 있었다. 아직 자신의 힘으로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자아조차 애매모호한 때부터 가해진 철저한 교육.

부드러운.. 아주 조심스러운 접촉에도 상처를 입어 버릴 정도의 어린 정신을, 그들은 자신의 자손의 이름에 새겨진 이상을 위해 혹사를 시킨 것이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철혈'.

한 치의 타협도 없고, 한 치의 용서도 없는, 유유히 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온 '규율'이었다.

잇키의 아버지, 쿠로가네 이츠키란, 그런 남자였다.

따라서, 친아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서 연을 끊자는 말을 꺼내 온 것이다.

......그리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달라...'

조금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상한 이야기였다.

정말로 그런 이유만으로 연을 끊으려 했다면, 일일히 잇키에게 의견을 들으러 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의견을 묻는 이유는 하나 뿐.

잇키는 알게 되었다.

이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사명이나 이상. 이 나라에 대한 책임이나, 이 나라에 소속해 있는 '블레이저'들에 대한 의무. 수많은 책임에 얽혀져 버린 이 남자가, 그리고 그것 이외엔 모르는 남자가, 자기 나름대로 모든 노력을 쏟아 자신의 아이에 대한 걸 생각하고, 그에 따라 내린 결론이었던 것이라고.

잇키를 똑바로 직시하는 눈이,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잘 웅변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고,

......잇키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알게 된 것이다.

그렇구나...

우리들은, 확실히 부자지간이구나, 라는 것을.

'내가 서툰 성격인 것은, 아버지를 닮은 거였구나.'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다.

"괜찮아. 그런 아버지라도."

잇키는 이츠키의 눈을 맞받아 직시하며, 크게 끄덕였다.

"딱히 사이가 좋아야만 부자지간이라 할 순 없어. 자신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진로에, 자신의 아이를 내보내려 하는 아버지가 있어. 그리고 거기에 반발해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 하는 말썽쟁이 아들이 있지. 상반되는 의견, 대립하는 양자. 평행선을 그리는 의론 끝에, 최종적으론 다투게 되겠지. ──흔히 있는 일이잖아. 그런 건?"

"............"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그 정도인 거라고 말하는 잇키.

그런 아들의 말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츠키는..... 잠시간 눈을 감은 뒤

"그렇군. 확실히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가족 싸움이군. ......연을 끊고 말고 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어."

한숨을 쉬는 듯, 그런 말을 흘렸다.

자신의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우며.

마침 그 때

'링 청소가 종료되었습니다. 5분 후, 3회전 제 2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결전의 시작을 고지하는 회장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5분 후라면, 슬슬 선수 대기실로 가야 한다.

그러니, 잇키는 발을 돌렸다.

"그럼 갈게."

"잇키."

그런 잇키의 뒤로, 이츠키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

자신이 잇키에게 해 온, 용서받지 못 할 소업의 모든 것들을, 그저 흔히 있는 부자지간의 가족 싸움이라고 단언한 잇키에게

"큰 사람이 되었구나."

솔직한 칭찬을.

그 말을 등을 향한 채 들은 잇키는

"헤헷."

쑥스러운 듯 웃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달려나가며... 그는 그제야, 어째서 자신이 이츠키를 싫어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무 것도 해낼 수 없는 넌, 아무 것도 하지 마라.'

그 말이 그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마음 속 어디선가 알고 있었으니까.

그도 그럴 게, 그렇잖아?

'내 이름은, 쿠로가네 잇키....!'

'단 하나로도 좋다. 누구보다도 빛나는 사람이 되어라.'

그런 바램을 담은 이름을, 그에게서 받았으니까.

'그렇다면, 보여주자.'

아버지에게 보여주도록 하자.

자신의 길을 나아가려 반박하고, 자신의 의지로 고른 이 세상에서 반짝이는, 자기 자신을!

'가자. ......정점까지, 이제 세 번 남았어!'

'이야~ 그건 그렇고 카가 선수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네요. 한 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걱정했어요.'

'장면은 충격적이었지만, 장기 하나 결손되는 정도론 손상 규모로 치면 그리 크진 않으니까요. 캡슐에 1시간 정도 들어가 있는 정도면 완쾌되었을 겁니다.'

'현대 의학의 고마움을 통감하게 되네요.'

'그보다 이번엔 스태프들의 첫 움직임이 아주 우수했지요. 특히 신구지 씨의 응급처치가 완벽했어요. 역시 이전 세계 랭킹 3위에요.'

'현대 과학과 우수한 '마도기사'의 협력이 있어야 완벽한 칠성검무제, 라는 말씀이지요?'

그렇게 실황 이이다와 야오토메가 방금 시합의 감상을 늘어놓고 있자, 휴식 시간 종료의 부저가 울렸다. 그 알림에 맞춰, 이이다는 한 번 마이크를 돌린 뒤 헛기침을 하고

'자, 시간도 되었으니, 지금부터 칠성검무제 3회전, 제 2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관중을 향해 안내방송을 했다.

그 알림에, 회장에서 환성이 끓어올랐다.

이번엔, 제 1시합 때보다도 큰 환성이 들렸다. 그만큼 제 2시합의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럼, 제 2시합에 나설 양 선수가 입장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야간용 라이트가 빈 틈 없이 비춰지는 무대에, 선수가 모습을 나타냈다.

'청색 게이트에서 모습을 나타낸 건, 아카츠키 학원 1학년! 사라 블러드릴리 선수입니다! 색에 관련된 개념을 다루는 힘만을 놓고 봐도 그 다채로움은 마치 '만화경'과 같지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진정한 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다종, 다양한 병기나 군단, 끝내는 블레이저를 노블 아츠 채로 구현화시킨다는, 반칙 급의 범용성을 보유하고 있는 노블 아츠 '환상희화'! 바로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힘이었습니다! 무로토 프로가 A랭크 급이라 지칭했던 다크 호스! 3회전에선 어떤 대결을 보여줄까요!?'

'어라? 블러드릴리 선수, 심경에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요?'

문득, 야오토메가 그런 질문을 꺼냈다.

거기에, 이이다도 따랐다.

'그러고 보니 아침 때와는 복장이 다르네요. 확실히 옷을 입고 있어요. 일부 시청자들에겐 아쉬운 전개일지도 모르겠지만, 방송국 분들에겐 정말 다행이네요!'

'아뇨, 뭐.. 그것도 그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표정이 아주 달라졌어요.'

'표정, 인가요?'

'네. 지금까지 블러드릴리 선수는 링에 올라온 뒤에도 주의가 산만하다고 할까, 패기가 없다고 해야 할까... 별로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의 그녀에겐 강한 집중력과 동기성이 느껴집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하고 관객들도 같은 감상을 가지게 되었다. 확실히 2회전까지의 사라는 대전 상대를 앞에 두고도 어딘가 나태한 듯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라는 달랐다.

사냥감을 확실히 포착한 육식 동물과도 같은 날카로운 눈매로, 적색 게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오토메 프로가 말한 대로, 좋은 표정이군요! 블러드릴리 선수! 진정한 힘을 해방하였으니 이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점점 더 3회전에서의 그녀의 싸움이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3회전에서 그녀를 상대할 기사가 입장합니다!'

실황의 말에, 관중의 모든 시선이 적색 게이트에 집중되었다.

그 수만 명 분의 시선을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건, 흑발의 검사.

'최약의 마력과 최강의 검기를 지니고,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수많은 강적들을 무찌르고, 마침내! 이 소년이 전국 베스트 4 결정전의 무대에 나타났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규격 외급의 F랭크! 하군 학원 1학년! 쿠로가네 잇키 선수입니다!'

'꺄아아~! 잇키 군! 파이팅~~!'

'지지 말라꼬! 기세로 밀어부쳐버려!!'

잇키가 모습을 나타내자마자, 회장은 성원으로 가득찼다. 그건 1, 2회전과 비교해도 배 이상 차이가 났었다.

'오오! 이것 참 엄청난 환성이군요! 객석에서 하늘이 갈라질 정도의 환성이 터져나오며, 쿠로가네 선수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개최지인 탓에, 객석엔 오사카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죠. 이전 '칠성검왕' 모로보시 유다이 선수, 그리고 '천안' 죠가사키 뱌쿠야 선수, 관객들의 홈인 오사카의 두 유력 선수들을 쓰러뜨리고 올라온 잇키 선수의 실력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깊이 인정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거기다?'

'저 부드러운 외모와 남자다운 강함이라는 언밸런스한 매력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은 그의 팬이랍니다....'

'그, 그렇군요! 하지만 해설은 공정하게 해 주셔야 해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약간 분개한 듯 답하는 야오토메는 안경을 들어올리며, 입장해 오는 잇키의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블러드릴리 선수도 그렇지만, 잇키 선수도 기분 탓인지 표정이 평소와는 다른 듯하군요.'

'그런가요?'

'네. 잇키 선수는 F랭크라는 등급을 받은 점에서 아시다시피, 보유 마력량이 극단적으로 적은 선수입니다. 거의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시는 점이라 생각합니다만, 그의 노블 아츠인 '일도수라'나 '일도나찰'은, 마력량이 적은 탓에 하루에 한 번 밖엔 쓸 수가 없지요. 즉, '천안'과의 대결에서 '일도나찰'을 쓴 오늘, 이 시합에서 그는 그 패를 다시 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불리한 입장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아주 안정되어 있어요. 딱딱함이나, 부담감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역시 F랭크임에도 여기까지 올라온 기사군요. 피지컬만이 아닌, 정신적인 강함도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관객의 성원. 실황의 칭찬.

그것들을 받으며, 잇키는 똑바로 링을 향해 걸어나간 뒤 개시선에 섰다. 눈 앞엔 이미 준비를 마친 사라가 똑바로, 강한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사라에게, 잇키는 말을 걸었다.

"여기에 오기 전,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왔어요."

그녀에겐 알려 주고 싶었다.

"화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전보단 좋은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사라 씨 덕분이에요. 정말로 고마워요."

밝은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는 잇키를 바라보며, 사라의 표정은 딱딱한 채였다.

"말했을 텐데. 인사 따윈 필요 없어. ....그런 것보다, 약속을. 반드시 지켜 줘."

그렇다. 감사 인사 따윈 그녀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다.

소중한 건 약속의 수행, 그것 하나 뿐.

그녀가 살아 온 삶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잇키는 사라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물론이죠. 제 입으로 말한 거니 약속을 깨뜨리는 일은 없을 거에요."

그건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기에 난 질 수 없어요. 난 결승전에서 스텔라와 맞붙는다는 약속을 나눴습니다. 게다가, 그걸 막아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억지로 떨쳐내면서까지 나아갈 것이라 결정한 저의 길이에요."

대충 싸우는 건 할 수 없다. 용납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전 이길 거에요. 당신에게 이겨 '칠성검왕'이 될 거에요. 그게, 자신의 억지를 관철해 온 나의 마지막 종착점이니까!!!"

그리 선언한 잇키는, 자신의 디바이스 '음철'을 현현시켰다.

그리고, 그 칼끝과 그보다 더 날카로운 시선을 자신의 맞은 편에 서 있던 사라에게 향했다.

거기에 대해, 사라도 지지 않겠다는 듯 강한 시선으로 맞받아치며

".....내게도 약속이 있어. 내 멋대로 정한, 억지스러운 약속이. 하지만 그것이.. 나와 아버지를 이어 주는 유일한 연이니까.... 여기선 나도 물러설 수 없어."

디바이스 '데미우르고스의 붓'과 파레트를 양손에 현현시키며, 말했다.

"이기겠어. 반드시!!"

"좋습니다. 저와 사라 씨, 어느 쪽의 약속이.... 혼이 강한지. 맞붙어 보도록 하죠!"

투지를 끓어올리며, 시합 개시 신호를 기다리는 둘.

양자의 사이에 있는 공기는, 타들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띠고, 두 사람의 피부를 태워 갔다. 서서히 임계점에 달해 가는 긴장감 속에서

'양자, 개시 선에 섰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칠성검무제 3회전 제 2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Let's GO AHEAD!!!!!!!!'

개전의 총성이 울렸다.

Let's GO AHEAD

그 언제나 들어 오던 신호와 함께 먼저 움직인 건, 사라 블러드릴리 쪽이었다.

그녀는 속도를 특기로 삼는 잇키도 눈으로 다 좇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파레트에서 물감을 떠올렸다.

그리고

"'색채마술'.. 섬광의 브라이트 옐로우."

팔을 휘둘러 그림을 공중에 흩뿌렸다.

그 순간, 흩뿌려진 노란 물감에서 터져나오는, 빛의 폭발.

그건 눈 깜짝할 새에 돔 전체를 삼키고, 모든 사람의 시야를 하얗게 태웠다.

"윽...!"

'꺄아앗!'

'우옷, 눈부셔!!'

'시합 개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블러드릴리 선수의 '색채마술'가 작렬! 링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섬광이 터져나왔습니다! 마치 섬광탄 같습니다!! 갑자기 실황을 괴롭게 만드는 기술이 펼쳐졌군요~!'

통증을 느낄 정도의 섬광에 당한 탓에, 눈꺼풀을 문지르는 실황.

한 편, 옆에 있던 야오토메는 역시 프로였다.

섬광폭탄이 작렬한 순간, 안경을 색이 들어간 선글라스로 바꿔 껴 망막에 대한 데미지를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시야가 가려진 건 몇 초뿐. 그 뒤에 바로 주변의 모습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이이다는

'아아, 겨우 시야가 돌아오..... 오오오오오옷!? 이, 이건~~~~~~~!'

시야가 돌아옴과 동시에, 눈에 들어온 광경에 경악했다.

모든 관객들도 이이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겨우 색을 되찾은 링 위엔, 돌격소총을 든 약 백 구의 해골 병사들이 전열을 짜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2회전에서도 본 '환상희화' 사령군대다아앗!!' 3회전에서 대전이 시작되자 마자 이 기술을 쓴 블러드릴리 선수!!'

'이미 한 번 보여준 기술이니 아끼고 있을 필요 따윈 없다는 거겠지요.'

"호오? 저 녀석 치고는 꽤나 거친 행동을 보이고 있군."

사라의 투지가 그대로 반영된 그 선제 공격에, 선수용 관객석에서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린나가 감탄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이 사는 가족이기에, 그녀가 이렇게까지 싸움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신기하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답잖게 엄청 의욕적이군. '워스트 원'과 싸움이라도 한 건가?"

"뭔가 내기 같은 걸 한 모양이야. 이 시합에서 잇키가 이기면, 잇키가 사라의 모델이 되어 주고, 지면 두 번 다시 잇키를 모델로 삼지 않겠다나 뭐라나."

스텔라가 잇키에게서 들은 사실을 전하자, 린나는 한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뒤, 아하하.. 하고 귀여운 소리로 웃었다. 파티 회장에서 사라가 벌였던 그 일을, 그녀는 그 날 그녀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로 그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 뭐, 이 축제 도중에 계속해서 뒤따라 오면 그것도 곤란한 일일 테니. 허나..."

린나는 안대를 들어올려, 색이 다른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심술궂은 웃음을 띠었다.

"그 조건은 너무 성급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불이 붙기 어려운 녀석의 혼에 불을 붙여 버렸어. '워스트 원'은 꽤 우수한 기량을 지닌 자이지만, 그래 봤자 결국 무도이고, 체술일 뿐이야. 그 힘은 한 인간의 연장선으로밖에 이어지지 않아. 그리고, 그런 능력으로 저 많은 현대 병기에 의한 집단 무력에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지?"

그 린나의 말은, 이 모든 상황을 담고 있다고 말해도 좋았다.

개인에 대해서 집단을. 검에 대해서 총을 꺼내든다.

단순한 발상이지만, 그렇기에 양자의 우열을 좁히기가 힘든 상황.

특히 잇키처럼 범위 공격이나 장거리포 같은 공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사에게는, 실로 유효하다.

이 사라가 취한 첫 공격은 '워스트 원'이라는 블레이저의 약점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좋은 판단이야. 역시 잘 관찰하고 있어.'

자신에게 향해진 백 개의 총구. 그걸 바라보며, 링 위의 잇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사령군대는 2회전에서 한 번 파훼된 적이 있었다.

'검사 살해자' 쿠라시키 쿠라우도의 '천의무봉'에 의해.

그리고 그것과 완전히 같은 기술을, 잇키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같은 기술을 쓰는 것뿐이고, 그와 같은 결과를 낼 순 없다. 백 개의 총구에서 발사되는 납탄의 폭풍우를 흘려내는 건, 쿠라우도의 특수체질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이다.

잇키에겐 불가능한 것이다.

'내게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그걸 사라는 잘 보고 있어.'

잇키는 그걸 실감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전부 그 예상이 맞아야만 성공이라 할 수 있겠지!"

잇키는 살짝 입가를 틀어올렸다.

거기에 나타나는 감정은.... 자신감인가.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회장에 있던 누구나가 경악할 행동을 취했다.

‘이, 이럴 수가! 쿠로가네 선수, 백 개의 총구를 앞에 두고도 도망치기는커녕 앞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도망치지도, 방어하는 것도 아닌, 총구를 향한 해골의 전열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간 것이다. 터벅, 터벅. 마치 산책을 하는 것처럼 몸을 흔들며.

당연히, 그런 얼빠진 사냥감을 놓칠 해골 군대가 아니었다.

전열을 짜고 있던 해골 전원이, 일제히 돌격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일제 사격!!!!!! 용서 없는 총격이 무방비한 쿠로가네 선수에게 쇄도합니다아앗!!'

링의 표면에, 납탄의 폭풍우가 불어닥쳤다. 깎여 나가는 석재에서 흩뿌려지는 하얀 먼지가 일어났다.

'서, 설마.. 이렇게 간단히 끝나 버리는 걸까요!?'

그 실황의 불안은, 거의 모든 관전자가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알게 되었다.

그게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뭐, 뭐야!?'

'거짓말이제!?'

경악의 목소리는, 관객석에서 들러왔다.

뒤이어 실황도 그걸 목격하게 되었다.

휘몰아치는 하얀 연기 속에서, 상처 하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는 잇키의 모습을.

'맞질 않고 있다고!? 저런 총격을 받으면서도, 쿠로가네 선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건 대체 무슨 마술인가요!?'

이 실황의 말에, 야오토메는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했다.

'이건 마술이 아니네요.'

'설마.. 그렇다는 건 2회전에서 쿠라시키 선수가 보여 준 '천의무봉' 인가요!?'

야오토메는 그 말에도 부정으로 답했다.

'아니요. 그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천의무봉'은 대인에 특화된 기술이에요. 저런 총격을 흘려보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죠. 쿠라시키 선수가 총탄을 피할 수 있었던 건, 그의 타고난 초인적인 반사신경 '신속반사'에 의한 것이죠. 그 이외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이에요. .....지금 잇키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능력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총탄을 빗겨내는 게 아닌, 애초에 맞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에요. 이이다 씨는 2회전 D조의 제 2시합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물론이죠! 아사기 모미지 선수와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의 시합이죠! 앗!'

이이다는 거기서 뭔가를 알아챈 듯한 소리를 냈다.

''누벼 걷기' 인가요!?'

야오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는 지금 보통 보행과 '누벼 걷기'를 짧은 주기로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것으로, 저 해골들의 조준을 빗나가게 만들고 있어요. 완전히 이상한 곳으로 조준이 모여 일제사격을 가해 봤자, 오히려 맞는 편이 이상하겠쬬. 설령 집탄성이 낮은 돌격소총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빼곡하게 늘어서 있어서야 탄도 흔들리는 것도 적을 테고요.'

'그, 그렇군요! 역시 '투신' 난고 토라지로의 체술이네요!'

'뭐,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가장 대단한 건 원래라면 대인 기술일 터인 '누벼 걷기'를, 저런 군단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잇키 선수의 체술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이걸 흉내낼 수 있다고 한다면, '투신'과 '야차 공주' 정도일 테니까요.'

그리 야오토메가 감탄의 말을 흘리는 순간, 다른 일이 벌어졌다.

'아, 아앗! 이.. 이건! 지금 해설을 들은 건지, 사령 군대가 대열을 바꾸었습니다!'

조준을 한 데 모아 사격하는 전열에서, 수평 방향으로 늘어서서,, 일제 사격 대열로 바꾼 것이다.

'이래서야 쿠로가네 선수가 아무리 조준을 빗나가게 만든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습니다!'

절체절명인가!

그리 이이다가 말하는 것보다 빨리, 야오토메가 말했다.

'실로.. 어리석은 판단이군요.'

그 읊조림의 의미를, 다음 순간 모든 사람이 이해하게 되었다.

사령군대가 지금까지 백 개의 집중포화를 하던 총구를, 수평 사격으로 대열을 바꾼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천천히 '누벼 걷기'를 번갈아가며 쓰며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던 잇키가, 몸의 중심을 깊게 내리깔았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땅을 박차고, 마치 날아오르는 듯한 속도로 전열에 돌진했다.

해골들은 당연히 거기에 총으로 응전했지만, 그 이전에 그들은 판단을 잘못 내렸던 것이다.

잇키가 '누벼 걷기'를 사용하고 있던 건, 탄막의 밀도가 잇키의 신체능력으로 대처해낼 수 있는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수평 사격 모드로 바꾼 지금은, 그 중요한 밀도가 옅어져 있었다!

'이 정도의 탄막이라면, 내 '천의무봉'으로도 돌파해낼 수 있어!'

이제 조준을 빗나가게 만들 필요 따윈 없다!

'돌격!! 쿠로가네 선수!! 정면으로 탄막을 돌파해 나가며 전열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딱 전열 한가운데로 파고든 잇키는, 종횡무진하게 칼을 휘둘러 해골 병사들을 무수한 종이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사령군대는 여기에 대응 사격을 했지만, 지근거리를 민첩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잇키를 맞출 수는 없었다.

당연하다. 총은 아무리 강하건 한 점에 집중된 공격이다.

그 우위성은 이 짧은 거리에선 죽어버릴 뿐이다.

한 번 지근거리까지 파고든 뒤라면, 검 쪽이 훨씬 강하고, 빠른 것이다!

'어, 엄청나다...!'

해골 군대를 계속해서 베어나가는 잇키의 모습.

칼 하나로, 마술조차 쓰지 않고 근대 병기를 유린하는 그 모습에, 관객들은 몸을 떨었다.

'사람이란 건... 마술 없이도 이런 게 가능한 거야..!?'

'머, 멋 지다...'

그리고 그 잇키의 검기에 감동을 느낀 건, '마도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의 운영의원장을 맡고 있는 '심판의 망치' 카이에다 유우조는, VIP룸에서 시합을 관전하며 옆의 소파에 앉아 있는 이츠키에게 말했다.

"이야, 이것 참. 대단한 아드님이시군요. 체술 하나로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는 자는, 일본에 5명도 없겠죠."

"....그 이외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없는 녀석이니까요."

그리 답하는 이츠키의 목소리에선, 여전히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이에다도 그의 입장은 이해하고 있었다. 애초에 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바로 시선을 눈 아래의 회장 쪽으로 돌렸다.

'그건 그렇고 정말 굉장하군. ......마치 전반기의 '최후의 사무라이'를 보고 있는 듯한 저 움직임. 이것이 고작 고등학교 1학년의 소년이라니, 정말 놀라워.'

그리고 동시에, 아깝다고 생각했다.

.....잇키의 랭크인 'F랭크'는, '펑가대상 외'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E랭크 정도라도 힘이 있다면, 블레이저는 총탄을 맞는다 하더라도 타박상 정도로 끝나게 된다. 그건 마력이 몸을 지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랭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마도기사'의 직무는 그 태반이 전투 직종.

즉, F랭크를 '마도기사'의 직무에 종사시키는 건,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평가 대상 외'인 것이다.

이건 블레이저의 마도기사 학교 입학을 의무화하고 있는 연맹 가맹국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즉, 국제적인 기준으로 말한다면 'F랭크'라는 건, 애초에 블레이저 취급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약하다. '마도기사'의 세계에서 살아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이츠키가 완고하게 잇키의 기사로서 걸어가는 길을 반대한 것도, 어느 의미로 보자면 부모로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동시에, 무모한 추종자가 나타나는 것을 우려한 감독자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F랭크임에도 A랭크 급 블레이저와 대등히 싸운다. 그런 기적이, 누구나 가능할 리는 없으니까.

카이에다는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아깝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가 E랭크 정도의 힘이라도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정점으로 올라설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링 위에서, 마침내 잇키가 사령군대의 마지막 하나를 베어냈다.

'쿠로가네 선수! 사령군대를 단 하나도 남김없이 섬멸해버렸습니다! 가, 강하다! '일도수라'라는 비장의 수를 잃어버린 지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블러드릴리 선수의 '환상희화'에 눈 하나 꿈쩍 않고 있습니다!!'

아무 손실 없이 사라의 첫 수를 돌파해 낸 '어나더 원'.

링 위에, 홀연히 우뚝 서 있는 그 모습에 누구나가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갈채를 받는 잇키의 표정은, 긴장에 차 있었다.

'블러드릴리 선수, 이 괴물에게 어떻게 상대를 할... 어, 어라!?'

그 이유를, 늦게나마 실황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블러드릴리 선수의 모습이 링 위에서 보이질 않습니다!'

그랬다. 없었던 것이다.

직경 100미터의 원형 링.

그 어디에도, '피투성이 다빈치' 사라 블러드릴리가!

그 사실에, 관객도 곤혹의 빛을 띠었다.

도망친 것인가. 장외인 건가. 그렇다면 카운트는 어떻게 된 건가, 하고.

하지만..

'아니, 여기에 있어.'

잇키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여기서 도망칠 리가 없다는 것을.

이건 틀림없이.... 사라의 '색채마술'.

낮에, 수많은 인파의 눈을 얼버무리기 위해 사용한, 그 마술이라는 것을.

길가의 돌과도 같이 그 존재가 보이지 않게 되는, 스톤 그레이.

'그래도 그 때엔 우리들은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찌만.. 이번엔 완전히 보이질 않는군.'

그만큼 강한 힘으로 마술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육안으로 그녀의 모습을 사로잡는 건, 잇키라고 해도 어려웠다.

하지만.

'하지만 그 정도론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눈으로 볼 수 없다고 해도, 방법은 있다.

'사냥꾼의 숲'처럼, 완전한 스텔스 상태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까지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뿐.

그렇다면, 들으면 된다.

회장은 원형. 절구 같이 생긴 관객석에서, 계속해서 환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 소리의 파동을 받고 비게 되는.... 저 사람의 형태를!

"거기닷!!!"

색적에 든 시간, 1초도 채 되지 않았다.

잇키는 재빠르게 시각에서 청각으로 색적 수단을 교체한 뒤, 사라의 모습을 찾아내고, 그 곳을 베었다. 한 번 모습을 들키면 스톤 그레이의 효과는 사라진다.

사라는 이제 도망칠 수 없었다.

아니다...

"그래도 딱히 상관 없어... 이걸 그릴 시간은 충분히 벌었어."

....도망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키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무방비한 사라에게 내리쳐진 잇키의 칼날이... 칼날에 막혔다.

잇키와 사라 사이에 나타난 사람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검으로 사라를 지킨 것이다.

하지만, 아직 첫 공격이 막힌 것뿐이다.

잇키도 사라를 한 공격만에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2회전의 싸움을 관전한 덕에, 이 전개는 예상하고 있었다.

사라가 '환상희화'로 블레이저의 환상을 구현화할 것이란 정도는.

하지만, 누가 상대가 되건 물러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혼신을 다해 공격하고, 압도한다. 일격으로 안 된다면 둘, 셋을 추가로 공격할 뿐.

그 결심은

'...설....마..........!?'

눈 앞에 나타난 현실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잇키의 시야에 비춰진 건.. 더러움 없는 순백.

잘못 볼 리가 없었다.

희미한 햇빛처럼 은은히 빛나는 몸에, 한 쌍의 날개 같은 순백의 검을 지닌 환상은

'환상희화'.... 비익의 에델바이스."

예전에 한 번을 끝으로 검을 마주했던, 세계 최강의 검사였다.

' ' '............헉!!!!!!' ' '

'비익'의 에델바이스.

기사가 아니더라도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을 여자.

그녀의 출현에, 회장에 있는 모든 자들은 경악에 찬 나머지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런 수 만 명의 사람이 만들어낸, 무게조차 느껴질 정도의 침묵 속에서,

천천히, 구현화된 에델바이스가 한 쌍의 검을 날개처럼 옆으로 펼쳐들었다.

"아... 허...억!?"

그 순간, 관객석에서 시합을 지켜보고 있던 스텔라는,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의 몸을 감싸안았다.

그녀는 느낀 것이다.

임전 태세에 들어간 '비익'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직시하는 것조차 영혼이 거절할 정도의, 악마로 느껴질 정도의 검기를!

'무, 무서워....!'

그 검기가 자신에게 향해진 것도 아니었다.

스텔라가 느낀 건, 그저 여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 몸이 덜덜 떨리며, 솟아나오는 식은 땀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이 정도로 떨어진 거리인데도.. 마치 목 언저리에 칼날이 닿아 있는 것 같아!'

칼날의 얼음장 같은 싸늘함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 정도로 지배적인 위압감. 그저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 싫어도 느껴지게 되는, 절대적인 실력의 차!

'이것이.. 세계 최강의 검사...!'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범죄자이면서, 검의 세계의 최고봉에 서 있는 '비익' 에델바이스! 사라 블러드릴리 선수, 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거물을 구현화시켰습니다!!!!'

'까,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 이런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지, 진짜..냐고...!'

'이런 건... 완전 반칙 아이가...!'

링 위에 구현화된 순백의 검사의 모습에, 몸을 떨고 있던 건 스텔라만이 아니었다. 실황도, 해설도, 그리고 객석에 있던 관객들도 모두, 경악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다. 링 위의 에델바이스는 사라의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이지만, 그녀가 두르고 있는 패기는 사실 진짜와 다름없을 정도로 강렬했으니까.

그리고 그건, 실제로 그녀와 맞붙은 경험이 있던 잇키가 누구보다도 통감하고 있었다!

"크윽....!!!!!!"

그렇기에, 잇키는 도망쳤다.

뒷일은 생각 않고, 일단 온 힘을 다해 뒤로, 멀리.

그녀의 검기를 지근거리에서 받고, 폭발 직전일 정도로 날뛰고 있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그리고, 구현화된 가짜 에델바이스보다, 세계 최강의 검사의 존재감을 아무런 오차도 없이 그려낸 사라의 화가로서의 역량에 전율을 느꼈다.

"....여러 가지로 상정은 했었어. 스텔라나 오우마 형이 나온다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각오는 해 뒀었어... 하지만.... 이런 것까지 그려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피투성이 다빈치'!"

"네가 유일하게 이길 수 없었던 검사. 이 자리에서 그려내지 않을 이유 따윈 없지. ......내 마력의 거의 모두를 긁어 그려 낸,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기사 중에서도 가장 강한 환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널 쓰러뜨리겠어!"

사라는 강한 결의가 담긴 말투로 자신의 승리를 약속했다. 그리고, 그 순간엔 이미 잇키의 눈 앞에 소리도 없이 거리를 좁힌 뒤 칼을 내리치려 하는 '비익'의 모습이 보였다.

"크으으윽!!!"

'너무 빨......'

실황조차 불가능한 속공.

마치 번개같은 속도로 내려치는 순백의 칼날.

에델바이스의 동작은, 도약부터 공격에 달하기까지, 그 모든 것에 소리가 없었다. 극한까지 연마된 그녀의 동작엔, 단 한 치의 낭비조차 없다. 행동만에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기에 단 한 치의 진동을 낳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 0에서 100까지의 급격한 완급을 특기로 하는 '비익'의 검은, 시각으로 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시각도, 청각도 쓸모없게 돼버리는, 고속 무음의 참격.

보통 사람이라면, 검에 베인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절명해 버릴 것이다.

사라의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진 그 가짜도, 그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앗!!!!!"

잇키는 그 사실을 몸소 겪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짜 에델바이스의 번개같은 첫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첫 공격을 막았다 하더라도 안도하고 있을 여유 따윈 조금도 없었다. 비익의 왼날개를 '음철'이 막아낸 그 다음 순간, 이미 오른날개의 첨단이 잇키의 코끝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웃!!"

하지만, 잇키는 그 오른날개를 간신히 간파해냈다. 뺨이 살짝 깊게 찢어졌지만, 냉정히 고개를 기울여 회피. 거기다, 자신도 '음철'을 휘둘러, 가짜 에델바이스를 검이 닿는 간격에서 영격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가짜 에델바이스도 또한 자신의 두 개의 칼늘 펼쳐, 내뻗어 왔다!

"우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앗!!!!!!!!!!!"

교차하는 순백과 칠흑의 참광.

부딪히고, 번쩍이고, 불똥을 튀겨가면서 맞서 싸우고 있는 강철의 열풍.

그렇다. 잇키는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전엔 '일도수라'를 쓴 다음에야 보는 것이 가능했던, 비익의 검과!

.....그건, 역시 그녀가 가짜인 탓에 성능이 낮았기 때문일까.

아니다.

검을 나누고 있는 잇키에겐,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 가짜 에델바이스가 이전 아카츠키 학원에서 싸웠던 그녀보다 약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검술의 날카로움도, 파워도, 기척조차도 완전히 동일했다.

그래도, '일도수라' 없이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강해졌다는 거야!!'

'모방검기'에 의해 체득하게 된 에델바이스의 검술.

그걸 행사하기 위해 교체된, 전투용 뇌신호.

그 대결에서 얻은 막대한 경험치.

그 덕에, 잇키의 기본 전투력은 그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상승해 있었다. '일도수라'에 기대지 않고도, 이 영역의 싸움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이거라면.. 막아내는 정도는 가능해!'

"하아아앗!!!!!"

그리고 마침내, 잇키는 검의 간격에서 가짜 에델바이스를 후퇴시켰다.

'우오오오오오!! 지, 진짜 대단해! '비익'의 검을.. 세계 최강의 검을 밀어내고 있어!!'

'가라아아아앗!! '어나더 원'!!!'

'잇키 군!!! 반드시 이겨!!!!!'

성원에 응할 셈은 아니었지만, 잇키도 그럴 생각이었다.

이 가짜가 얼마나 진짜와 비슷한 존재이건, 링에서 그녀와 맞서고 있는 잇키로서는 이걸 쓰러뜨릴 수밖엔 없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도망치고 있기만 해선 시작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잇키는 디딤발에 힘을 넣어, 뒤로 물러난 가짜 에델바이스를 쫓았다.

하지만...

'아니, 이건 위험해...!!'

그건 불가능했다.

"커....억!?!?"

앞으로 발을 디딘 순간, 잇키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전신에 불이 붙은 듯한 뜨거움과, 뿜어지는 수많은 선혈.

쿠로가네 잇키는, 베여 있었다.

그것도 한 방이 아닌, 무수하게.

'이...건..!'

'앞으로 나아간 쿠로가네 선수의 몸에서 갑작스런 출혈!!' 대체 무엇이 벌어진 건가요!?'

'이건.. 공기의 단층이에요!'

'야오토메 프로!?'

'들은 적이 있어요...! '비익'의 참격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의 참격. 그 속도도, 예리함도, 그 모든 것이 전부 규격 외급! 그렇기에, 그녀의 참격이 지나간 곳은, 진공의 단층이 계속해서 남아 있다는 것을요! 너무도 날카롭다보니, 대기는 자신이 베여졌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니까..!'

진상은, 야오토메가 말한대로였다.

잇키가 가짜 에델바이스를 쫓아가려 박차고 나간 그 일대는, 방금까지 뻗은 검격에 의해 잘게 잘려진 진공의 참흔이 마치 카마이타치처럼 체공해 있었다.

마치, 아야츠지 아야세의 노블 아츠 '바람의 손톱자국'처럼.

그걸 가짜 에델바이스는, 그저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방금까지의 공방은 잇키가 밀어내고 있었던 게 아닌, 가짜 에델바이스가 이걸 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몸을 뒤로 뺀 것이다.

그리고, 잇키는 거기로 파고들어버렸다.

아슬아슬하게 닿기 직전에 위화감을 느껴 몸을 멈추려 했지만, 잇키가 사용하고 있던 에델바이스의 '모방검기'는, 한 번 동작에 들어가면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베여나가진 않았지만, 온몸을 무수하게 베여버렸다.

하지만

"~~~~~~~~~~~~~크윽!!!"

경솔히 박차고 나가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을 여유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여유도, 세계 최강의 검사와의 싸움 도중엔 없을 거란 걸, 잇키는 알고 있었다.

모든 사고를 포기하고, 요 몇 시간만에 회복된 미량의 마력을 모두 긁어, 다리를 통해 방출시켰다. 스텔라나 다른 보통 기사들이 그렇게 하던 것처럼, 디딤발에 마력을 방출시켜 더욱 힘을 가하여, 현 시점에서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잇키는 에델바이스의 간격에서 도망쳤다.

그 판단은 옳았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난 직후, 잇키의 목이 있던 공간에 백은의 섬광이 내달렸다. 가짜 에델바이스의 쌍검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대기를 마찰시킨 탓에 나는 참광이었다.

조금이라도 판단이 늦거나 틀렸다면, 잇키의 목은 공중으로 날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구사일생.

하지만..

"헉... 헉......! 악...!"

그 대가로, 잇키는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마력을 모두 잃어버렸다.

단 한 번, 그녀의 간격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자신의 모든 것을 써 버리게 됐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쓴 대가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현실.

이 모든 것에, 잇키는 확신을 얻었다.

'이전에 싸웠던 진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야, 이건!!'

눈 앞의 가짜 에델바이스는, 이전에 자신이 싸웠던 때의 그녀보다, 훨씬 강하다고,

그 때의 에델바이스는 마지막 공격을 제외하고는 진심으로 싸운 것이 아니었다.

잇키를 상대로 봐 주고 있었을 뿐이고, 진심으로 그의 목숨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 앞의 그녀는 다르다.

명백히 그 때보다도 빠르고, 날카롭고, 무엇보다 용서가 없다.

이전엔 사용조차 하지 않았던 기술까지 사용해가며, 적극적으로 그에게 이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윽!?"

그렇게, 잇키가 일단 거리를 둔 뒤 사고를 내달리고 있는 사이, 가짜 에델바이스가 기묘한 행동을 보였다. 잇키를 쫓아오는 게 아닌,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빙 돌린 뒤, 그 끄트머리를 땅에 찔러넣은 것이다.

카앙.

그 직후였다.

"아... 아악!?"

가짜 에델바이스에게서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잇키의 온몸에서, 다시금 피보라가 뿜어졌다. 그와 동시에 전신을 꿰뚫는 벼락 같은 통증.

어떠한 마술에 의한 공격인가.

아니다.

공격을 받은 잇키는, 바로 자신이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를 알게 됐다.

'이.. 건... '독아의 태도'....!'

이전에, 진짜 에델바이스가 보여 줬던, 잇키의 제 6비검과 같은 기술.

도신을 통해 상대의 몸에 진동을 때려박아, 인체에 파문을 일으켜 내부를 파괴시키는, 검을 이용한 '침투경'이다.

잇키의 '독아의 태도'는 이 진동을 상대의 디바이스를 통해 보내는 검술.

하지만 지금, 가짜 에델바이스는 링이라는 발판을 도체로 삼아, 멀리 있는 잇키의 몸에 진동을 때려박은 것이다.

그리고 공격을 받아 움직임이 멈춘 잇키에게,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더욱 추격을 가했다.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간격을 좁히고, 혼신을 다해 내려쳐지는 쌍검.

"큭......!"

여기에, 잇키는 온몸이 경련되었지만, 가까스로 반응했다.

'음철'을 수평으로 머리 위에 올려, 내려쳐 들어오는 한 쌍의 번개를 막아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참격엔, 쓰다듬는 정도의 힘도 담겨 있지 않았다. 위로부터 참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가짜 에델바이스는 검을 휘두르면서도 온몸의 근육을 절묘하게 컨트롤시켜, 참격의 에너지를 모두 다리 쪽으로 이동시켰다!

"큭! 허억!!"

위로부터 날아오는 공격을 막기 위해 가드를 올린 탓에, 완전히 비어 버린 잇키의 몸에 무릎찍기를 찔러넣었다. 세계 최강의 검사의 무릎찍기. 그 기세와 모든 에너지가 집약되어 있는 공격은, 배를 찢어버릴 정도의 충격으로 잇키의 명치에 파고들어, 그 몸을 뒤로 날려버렸다.

마치 대형 트럭에 치인 듯한 기세로 하늘을 날아가는 잇키의 몸은, 링 바깥에 나 있는 인조 잔디 위를 지나쳐 날아가, 객관석과 링을 나누는 펜스에 격돌. 하지만 그래도 멈출 줄 몰랐고, 철로 된 펜스를 통째로 구부러뜨리며 객관석 위로 날아가, 그 기세 그대로 객관석 통로 계단을 부수며 굴러 올라갔고, 최상층에 있는 자리까지 올라간 뒤에야 정지하게 되었다.

' ' '...................윽..' ' '

그 인명사고와도 같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광경에, 그의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은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저 아연하게, 무너지는 계단을, 거기에 융단처럼 깔린 혈흔을 바라보며, 숨을 삼킬 뿐이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쓰러져 있는 '워스트 원'은... 이미 경련조차 않고 있었다.

'토, 토... 통렬합니다!!!!! 70킬로그램은 될 사람의 몸이, 마치 포탄처럼 날아갔습니다!! 쿠로가네 선수, 장외입니다! 지금, 주심이 장외 카운트를 개시합니다! 10카운트 이내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이전에 살아있긴 한 것일까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강합니다! '칠성검왕'을! '천안'을! '뇌절'을! 이름 높은 용자들을 무찌르고 올라온 '어나더 원' 쿠로가네 잇키 선수가, 그 승리를 가능케 해 주었던 그의 특기인 검기, 그리고 거리가, 완전히 봉쇄되어 버렸습니다! 이 힘!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절 포함한 이 회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알게 되셨을 겁니다! 지금 우리의 눈 앞에 있는 건, 그 세계 최강의 검사! '비익'의 에델바이스, 그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고작 학생의 정점을 다투고 있는 차원에 서 있는 기사가,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건.... 이 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절망감이었다.

그렇다. 잇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던 스텔라조차도.

그녀는 '비익'에게 당해낼 새도 없이 공격을 받아 장외까지 날아간 잇키를 바라보며,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잇키......!"

'이길 수 없어...!'

아무리 상상해 봐도, 이 환상에게 잇키가 이긴다는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실력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 느낌이 들어 버린다. 고양이가 호랑이에게 도전하는... 그런, 어이가 없어질 정도의 전력차가.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건 그 잇키가 고양이로 보일 정도의 호랑이를 그려낸, '피투성이 다빈치'의 묘사력일 것이다.

'설마... 이런 엄청난 힘을 갖고 있었을 줄이야...!'

'5! 6! 7!'

"~~~~~~~크윽!"

분한 듯 입술을 깨무는 스텔라.

그 사이에도, 장외 카운트는 진행되고 있었다.

쓰러진 잇키에게 향하는 성원은... 없었다.

방금까지 잇키를 응원하고 있던 관중은,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지금의 일방적인 공방으로, 그들 같은 초보자라 하더라도 느끼게 된 것이다.

'워스트 원'과 '피투성이 다빈치'.

양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계측조차 불가능한 힘의 차이가.

그렇기에 알게 된 것이다. 이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F랭크이지만 잇키는 실로 잘 싸웠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엔 마술이 이기는 것이 '마도기사'의 세계. 이 결말은 필연적인 게 아닐까, 하고 누구나가 느끼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 가장 절망을 느끼고 있어야 할 남자가.

힘없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던 남자가.

그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다는 것을.

'8...!?!?'

8까지 카운트가 세어지려던 순간, 주심의 목소리가 멎었다.

그건, "엿차" 라는, 마치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킬 때 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일어난 잇키가, 한 번 도약한 것만으로도 관중석 최상층에서 꺾여 부러져버린 펜스까지 도약한 뒤, 이어서 링으로 뛰어내려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럴 수가!!! 쿠로가네 선수! 8카운트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그대로 링으로 뛰어내려 복귀했습니다! 거기다 엄청나게 가벼운 동작으로! 그런 공격을 받고도, 전혀 데미지를 입은 모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믿을 수 없다며 곤혹해하는 실황 이이다.

하지만 한 편, 해설인 야오토메는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데미지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계단이 붕괴할 정도의 기세였는데도요!?'

야오토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보통 기사라면 펜스 채로 관객석에 처박혀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을 테지요. 하지만, 잇키 선수는 일부러 자신의 몸을 온 힘을 다해 굴리는 것으로, 원래라면 잇키 선수의 몸을 부숴 버릴 에너지를 지면에 분산시킨 겁니다.'

그야말로 그 해설대로였다.

펜스를 부러뜨리고 객석의 계단을 붕괴시킨 에너지는 원래라면, 모두 잇키의 몸에 작용해야 했다.

하지만 잇키는 절묘한 체중 이동으로 그 에너지를 바깥쪽으로 비껴가게 만들어, 주변의 구조물 쪽으로 데미지를 나눠 입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방금 공격에 의한 데미지는 그 광경에 비한 정도는 아닐까 싶네요.'

'그런 게.. 가능한 건가요...!'

'이론으로 치자면 검술이 아닌 유도의 낙법에 가까운 것이지요. 그 자체는 블레이저가 아니라도 가능한 기본적인 체술이에요. 물론 이런 데미지를 모두 분산시키는 건 엄청난 고등 기술입니다만, 검술을 극한까지 단련하기 위해 여러 무예에 통달해 있는 잇키 선수만이 가능한 발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데미지를 모두 분산시킨 잇키는, 8카운트까지 호흡을 정돈시키고 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그는 방금 링에서 객관석까지 날아갔을 때보다는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있었다.

'괴, 굉장해....'

이이다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실황이라고도 볼 수 없는, 감탄의 말.

그리고, 그 감탄은 잇키의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까지 몰려 있음에도,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 그의 투쟁심에 대해서였다.

'이 얼마나 놀라운 투혼인가요! 회장에 있는 어느 누구나가 '환상희화'의 압도적인 힘에 이 시합은 이제 결착이 났을 거라고 생각하던 도중, 가장 절망감을 느꼈을 쿠로가네 선수 본인은, 조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강의 검기를 상대로, 자신이 보유한 모든 기술을 다하여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이이다는 자신의 아들 뻘 되는 나이를 한 소년에게, 존경심마저 느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 뿐.'

열을 띤 말투로 잇키를 찬사하는 이이다의 옆에서, 야오토메는 냉정히 상황을 분석했다. 다소 낙법에 능통하다고,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고, 그게 어쨌단 말인가.

그의 비장의 수인 '일도수라'가 있다면, 다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조차도 없는 쿠로가네 잇키와, 세계 최강의 검사조차 재현해낼 수 있는 사라 블러드릴리. 양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근성 하나 둘 정도 짜내는 정도로 메워질 순 없다.

승리에 가까워질 순 없다.

사실, 잇키는 단 한 번 에델바이스에게 접근한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갖고 있던 마력을 사용해버렸고, 하물며 공격까지 받아버렸다.

한 편사라는 시합 개시 때부터 쭉 데미지가 없는 상태.

아니, 사라는 커녕, 사라가 낸 자신의 수하인 에델바이스에게도, 잇키는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차가 너무나도 컸다.

승부조차 되지 않는다.

'이 이상 속행에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어.'

그리고 그리 생각한 건 야오토메 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합을 관장하고 있던 주심도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쿠로가네 선수. ......계속할 건가?"

장외로부터 복귀한 잇키에게 전투 재개를 고하기 전에, 질문했다.

할 수 있겠나? 가 아닌, 계속할 건가? 라는 질문으로.

그 말에, 잇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그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가, 그리고 신경을 써 주고 있는지를 그 말로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심판은 말로 내지 않는 의미로 이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규격 외급의 상대에게 포기한다 한들, 자네의 이름에 흠집이 날 일은 없을 거야.

누구도 자네를 책망하지 않을 거야.

후퇴하는 것도 용기야.

라고.

하지만, 그걸 알아챈 뒤에도, 잇키는 답했다.

"네. 물론 계속할 거에요."

물러나지 않겠다고.

그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었다.

잇키에겐, 사실 여기서 물러날 이유 따윈 없었다.

어째서냐면...

"저 가짜의 모든 것을, 이미 파악해냈으니까요."

'쿠, 쿠로가네 선수! 엄청나게 강한 말투로 속행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심, 머뭇거리면서도 그걸 허가! 시합 재개입니다! 쿠로가네 선수, '모든 것을 파악해냈다'고 선언했습니다만, 정말로 이 절망적인 상황을 뒤집을 수를 발견해 낸 것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저건 강한 척 하는 거 아이가!?'

'그, 그렇겠지. 방금까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으니..'

'하, 하지만 잇키 군이 그런 허세를 부리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장외로부터 복귀한 잇키의 입에서 나온, 예상조차 못한 강한 어조에 술렁이는 회장.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반신반의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심에 가득한 반응이었다.

뭐, 무리도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잇키는 가짜 에델바이스의 무엇 하나도 당해내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 중에서 잇키의 말에 가장 큰 의심을 품고 있던 건, 그의 대전상대인 사라였다.

"''는 확실히 진짜가 아니야. 하지만 진짜와 별 다를 바 없는 잠재력을 재현해낼 수 있어. 한심한 허세를 부리는 건 당장에 그만둬야 할 거야."

그녀는 자신의 '환상희화'의 성능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잇키가 이 고난을 돌파해 낼 방법 따윈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째서냐면, 잇키가 지금 쓰고 있는 검은 에델바이스에게서 훔친 것. 그것이 원형과 동등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환상희화'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양자는 절대적인 상하관계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사라는 에델바이스를 그려낸 것이다. 질 리가 없다. 사라에겐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저도 처음엔 이전에 검을 나눠 봤던 진짜 '비익'과 견주어도 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그 '가짜'의 실력에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그런 겉만 번지르르한 금박 따위, 몇 번 검을 교차하는 것만으로도 벗겨지기 마련이죠. 아무리 빼놓은 것 없이 자세하게 그린 사과라 하더라도, 한 방울의 과즙도 담겨 있지 않아요. 아무리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이 그려진 그림이라 할지라도, 향기는 나지 않는 것처럼요. 그 환상은... 말하자면 그런 종류의 가짜일 뿐이에요."

잇키는 어디까지나 물러서지 않은 채, '음철'의 끄트머리를 들어올리며 강한 어조로 단언했다.

"덤벼 봐. .......내 최약으로, 당신의 가짜를 처부숴 주겠어!"

".....!?"

잇키의 이상하다고까지 느껴질 자신감에, 사라는 갑작스런 곤혹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허세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방금도, 잠시간은 맞서 싸우긴 했지만 결국 사라의 환상이 압도했다. 잇키에게 유리한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발차기 공격으로 인해 장외로 날아갔을 뿐이었다.

'내 환상의 승리에, 의심할 여지 따윈 조금도 없어!'

그 마음 속의 소리에 응하듯, 가짜 에델바이스가 땅을 박찼다. 그리고 역시나 방금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잇키와의 간격을 좁힌 뒤, 쌍검에 의한 연격을 가했다.

"하아아앗!!!"

여기에 잇키도 응전.

쏟아지는 하얀 섬광을, 검은 강철로 맞섰다.

하지만, 지금은 일도류와 이도류의 차이.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기본적인 스펙의 차이. 교착의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잇키에게 서서히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새된 소리와 함께 '음철'을 들고 있던 잇키의 오른손이 크게 뒤로 튕겨져나갔다.

가짜 에델바이스 앞에서, 무방비해진 잇키.

그런 치명적인 틈을, 환상이라 할지라도 에델바이스가 놓칠 리가 없었다!

오른검을 잇키의 정수리에서, 가랑이까지 일직선으로 내리쳤다.

'끝났어...!'

그리 사라가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잇키는 그 일도양단의 일격을, 휙, 하는 가벼운 스웨이 백스텝으로 피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런 위기감도 없는 동작으로. 그리고 뒤로 크게 튕겨나간 오른팔에, 그 기세 그대로 참격을 돌려줬고, 그걸 가드한 에델바이스를 힘만으로 검의 간격 밖까지 후퇴시켰다.

'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손쉽게 마무리 일격을 피해 낸 것에 아연해하는 사라.

'어이, 지금...'

'밀어낸.. 거야?'

'방금처럼 공격하기 위해서 일부러 몸을 뺀 것 뿐 아냐?'

관객들도 잇키가 가짜 에델바이스를 밀어내다니,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런, 살짝 의심에 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방금까지 그렇게, 손 쓸 도리도 없이 당하고 있기만 할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한 번뿐.

다시금 간격을 좁힌 광속의 찌르기를, 잇키의 미간을 향해 쏘아 내는 가짜 에델바이스.

여기에 대해 잇키는, 그 찌르기를 몸을 옆으로 돌려 가볍게 피함과 동시에, 그대로 방금과 같은 강렬한 참격으로 반격해, 에델바이스를 다시금 간격 밖으로 튕겨냈다.

' ' '~~~~~~~~~~~~~~~~으읏!!!!' ' '

여기까지 온 뒤에야, 누구나가 느끼게 되었다.

지금, 우세에 선 채 시합을 진행하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를.

어리둥절하던 술렁임은 서서히 확신을 띠게 되고.. 환성의 폭풍으로 바뀌었다!

'미, 밀어냈습니다!!! 처음 건 가짜 에델바이스가 자신이 쫓기는 것처럼 여기게 만들기 위해 뒤로 물러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두 번째는 틀림 없습니다! 지금 틀림 없이, 쿠로가네 선수가! 서로간의 간격에서 가짜 에델바이스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끝내준다!!! 지금 코 끝에 1mm도 채 안 남았다고!?'

'진짜로 파악해 낸 거야...! 허세 따위가 아니었어, 방금 건!'

예상도 못 했던 잇키의 공세에,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회장의 온도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그런 환성은, 사라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걸 의식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갑자기...!'

방금까지 자신의 환상의 속도와 예리한 검기에 밀리기만 했었는데, 어째서!?

거기까지 생각하고, 사라는 깜짝 놀라며 한 생각을 떠올렸다.

들은 적이 있었다.

쿠로가네 잇키는, 상대의 사고 패턴을 무서울 정도의 높은 정밀도로 훔쳐낼 수 있다는 것을.

"설마... 이게 '완전장악'.....!?"

"그런 걸 쓸 필요도 없어요."

사라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한 건, .....잇키 본인이었다.

그렇다. 실제로 그는 이번에, 그런 깊은 사고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기보다는, 사용할 필요 따위가 없었다.

"그런 심도 깊은 능력을 쓰지 않고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거에요. 블레이저의 능력은 한 사람 당 하나 뿐. 그것이 절대적인 규칙이죠. 아무리 다채로운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사라 씨의 능력도 따져 보면 '자신의 이미지를 구현화시킨다'는 능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색채마술'은 사라가 색에서 연상하는 이미지를 구현화시키는 노블 아츠.

'환상희화'은 더욱 직접적으로, 자신이 그려낸 상상을 그대로 구현화시키는 노블 아츠다.

즉, 따져 보면 그녀의 능력은, 진짜와 꼭 닮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힘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미지에 따른 환상을 구현화시키는 힘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정확히 상상해낼 수 있는 걸까요? 겉모습은 완전히 같으니, 거기엔 문제가 없겠죠. 신체 능력도 사라 씨의 세계 일류급 화가로서의 관찰력을 이용한다면, 아무 오차 없이 묘사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다음은?"

잇키의 검이건, 에델바이스의 검이건, 그 참격 하나하나는, 이미 보통 사람의 눈으론 휘두르는 걸 시인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나오는 고속의 검이었다.

그런 찰나를 다투는 공방에, 시선의 기척을 이용하는 페인트. 기척을 이용한 제공권의 약탈전. 참격을 내는 도중 몇 번이고 교환되는, 임기응변의 과정.

그 사고회로, 사고수순, ....그 모든 걸, 사라는 상상해낼 수 있는 것일까?

"가능할 리가 없죠."

잇키는 단언했다.

그건 검을 쥐어 본 사람의 상상이 닿을 수 있는 영역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피를 흘려 가며, 사선을 극복한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직감의 세계이니까.

즉, 이 가짜 에델바이스에겐 그런 게 없다.

재현되는 건 스펙뿐.

그 안에 있어야 할 내용들은, 상상해낼 수 없으니 재현해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질문이 생기죠. 그 내용이 없는데, 움직이는 건 어째서일까? 싸울 수 있는 건 어째서일까? 여기에 전 한 가지 가설을 세웠어요. 그리고 그 가설이 맞는지를 싸우는 도중에 확인해 뒀죠. 상단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막을 때, 일부러 몸통 쪽의 가드를 열어둔 것으로 말이죠."

"일부러....?"

"그래요. 그리고.. 그 덕에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 잇키의 행동에 대해 가짜 에델바이스가 취한 행동은, 무릎찍기를 가해 장외로 그를 날려보내는 행동. 상대에게 데미지를 주면서도, 장외 카운트를 기대할 수 있는, 꽤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잇키 수준의 체술을 사용하는 자라면, 그다지 확실성이 있는 방법이라 할 순 없었다. 장외까지 날려보냈다 할지라도, 그 타격을 무효화시키고, 오히려 장외 카운터로 인한 일시적인 시합 중단으로 호흡을 가다듬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이 생긴다.

실제로, 잇키는 그렇게 해 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공방에서 손해를 본 건 가짜 에델바이스 쪽.

진짜라면, 이런 조잡한 실수 따윈 범하지 않는다.

눈앞의 승리보다도, 더욱 확실히 상대를 쓰러뜨리는 걸 우선할 것이다. 하지만 가짜는 승리를 노려 왔다. 눈 앞의 장외 카운트 아웃이라는 승리의 가능성을 우선한 것이다.

....그 행동에, 잇키는 자신의 가설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당신이 구현화해낸 건 '쿠로가네 잇키에게 이기는 에델바이스'라는 구도를 지닌 그림이겠죠. 그러니 무작정 이기려 달려들죠.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거기를 파고들어 오죠."

"윽......!"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이상 공략은 간단해요. 의도적으로 제 쪽에서 승리로 이어지는 최단 루트를 만들어주면 되는 거에요. 일부러 공격해 올 틈을 만들어 승리의 기회를 엿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방금 그랬던 것처럼 순진하게 그곳을 파고들어올 것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애초에 사고를 가진 생물이 아니다. 그저 승리하기 위한 환상일 뿐이다. 학습 따위가 가능할 리는 없고, 승리로 향하는 길만을 보고 있는 이상, 멈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어디로 올지 뻔한 치졸한 공격 따위, 얼마나 빠르건, 얼마나 예리하건, 제겐 통하지 않아요. ......이제 무섭지 않아!"

"크, 윽!"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는 잇키를 보며, 사라는 숨길 수 없는 동요를 드러냈다.

이유는 물론, 잇키의 추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환상희화'로 만들어진 가짜 에델바이스의 정체를 간파해냈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한대로, 사라에게 자세한 공방이나 사고까지 그려낼 묘사력은 없었다.

그릴 수 있는 건, 자신이 관찰해 얻은 모델의 정보와, '승리'라는 구도까지였다. 따라서 그녀의 '환상희화'에 의해 만들어진 블레이저의 환상은, 적이 방어태세를 갖춰 '승리'를 멀리 할 때엔, 그걸 돌파해 내 '승리'하기 위해, 가짜의 스펙에 따른 전술 비슷한 행동도 할 수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수동적일 뿐이다. 지금 잇키가 하려 했던 것처럼, 상대가 '승리'를 무방비하게 엿보여 주면... 거기로 똑바로 뛰쳐들게 된다. 나아가는 것 외엔 불가능한 것이다.

가짜 에델바이스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그에게 승리를 하기 위한 구도로 그려낸 그림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사라는 째릿, 하고 강한 안광을 잇키에게 향한 채 답했다.

"그걸 알았다 하더라도, 넌 이 환상에게 이길 수 없어! 왜냐면, 네가 쓰고 있는 검술은 그녀를 흉내낸 것 뿐이니까..! '어나더 원'과 '비익'은 완전한 상하관계에 놓여 있어! 그렇다면, 그녀에게 '내용'이 있고 없고는 상관없어. 스펙을 재현해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널 이길 수 있어...!"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듯, 그녀답지 않게 큰 목소리로 말을 뱉어내는 사라.

그와 동시에, 가짜 에델바이스도 움직였다. 잇키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다음 한 합으로 승리를 구현화해낸다. 사라의 그런 의지를 반영한 듯한, 강한 도약으로.

소리도 없이 쇄도해 오는 순백의 살의.

거기에 대해 잇키는

"....그렇군요. 확실히 그게 도리일 겁니다."

후퇴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그저 똑바로 쇄도해오는 에델바이스에 맞섰다.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그건, 무모하다고 해도 좋을 폭거였다.

어째서냐면, 지금 그가 말한 대로, 사라의 말은 도리 그 자체였으니까. 그 내용이 없다 한들, 스펙 자체는 틀림없이 세계 최강. 이런 성능을 가진 자가 똑바로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이 된다. 더불어 잇키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검술은, 에델바이스를 흉내낸 것.

쌍방의 기량 차이나 마력 차이에서 오는 완성도는 누가 봐도 뻔했다.

다소 '환상희화'의 결점을 찌른다 한들, 이 상하관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모든 건 진실.

사라는, 무엇 하나 잘못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녀에게 잘못된 건 없었다.

......단 하나.

"하지만 사라 씨. 당신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어요."

전제로 놓은 한 가지 인식을 치명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잇키는 알고 있었다.

사라가 '싸움에 대한 인식 그 자체'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싸움의 승패를, '어느 쪽이 강한가'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큰 착오이다.

싸움이란 건, 단순히 더욱 강한 전력을 가진 자가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수 싸움과는 틀린 것이다.

한 순간, 한 합, 그것 하나만으로도 승기를 앗아갈 수 있는 것이 싸움이고, 그걸 빼앗았다는 것이 바로 승리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면에서 우월할 필요 따윈 어디에도 없다고.'

일격만이라도 좋다.

단 한 합만이라도, 이길 수 있다면 좋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바뀐다.

설령 아무리 발버둥쳐도 메울 수 없는 차가 있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것이 멍청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난다 할지라도.

'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알고 있는 첫 공격을 제압하는 것만이라면, 불가능한 건 아니야!!'

"........윽!"

가짜 에델바이스가 이 승부를 결착짓기 위해, 잇키의 정수리에 하얀 칼날을 내리친 순간.

잇키도 또한, '모방검기'로 빼앗은 검술로, 모든 근육을 일제히 가동시켰다. 첫 속도를 최고속도로 만들고, 자신이 가진 비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일격 '뇌광'을 수평으로, 쇄도해오는 순백의 살의를 양단하기 위해 휘둘러나갔다.

....양손으로.

그렇다, 그것이 잇키의 승기가 되었다.

확실히 사라가 말한 대로, 두 사람의 검술은 상하관계에 놓여 있다. 완성도의 차이는 메워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같은 검술을 쓰고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그 답은 아니다.

당연하다. 에델바이스의 디바이스는 이도류. 잇키는 일도류. 애초에 전투 스타일이 다르다.

그리고, 스타일이 다르다면 당연히, 장점과 단점도 서로 다르다.

에델바이스의 이도류는 압도적은 수로 적을 봉쇄하는 완전 공격형의 검술.

그 폭풍권에 한 번 휘말리면 손쓸 도리가 없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검을 한 손으로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한 공격 한 공격의 힘과 스피드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편, 잇키는 일도류.

수로는 뒤지지만, 일격의 파워와 스피드라면, 이 쪽이 위이다.

즉, 가짜 에델바이스가 연격을 시작하기 전에, 이 첫 공격으로 승부를 가른다고 한다면.

'내가 더 유리해!!!!!'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양 쪽 모두 발검하는 것조차 눈으로 사로잡을 수 없을 영역에 달한 마검이 밤의 공간을 찢어발기고, 찰나의 교착.

순백의 칼날이 잇키의 두피를 찢었고, 그 아래에 있는 두개골의 끝이 깎여나간 순간,

칠흑의 칼날이, 세계 최강의 기사를 모방해 그려낸 가짜의 몸을 횡 일선으로 베어내, 그 환상을 종이조각으로 만들었다.

'베, 베... 베었습니다!! 쿠로가네 선수! 가짜라고 해도, 그 '비익'의 에델바이스를 일도양단! 절망적이라고 느껴졌던 그 전력차를, 단 일격만에 뒤집었습니다!!!!!'

'이, 이거 꿈은 아니지!'

'진짜로 이겨 버렸어...'

'상대는 이제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야! 그대로 단숨에 끝내 버려!!!!'

"거짓....말........"

그 역전극에 흥분한 관중의 성원이 지진처럼 들려 오는 도중, 사라는 아연함에 사로잡힌 말을 흘렸다. 검술의 초보로서는, 지금 어째서 가짜 에델바이스가 졌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따라서, 사태를 이해할 수 없었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곤혹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잇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설령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어차피 검을 쥔 적 없는 화가가 그려낸 텅 빈 환상일 뿐. 하지만 내 '음철'은 달라요. 이건 내 혼이에요. 기사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 결정했을 때, 내 목숨은 심장이 아닌, 이 검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 결정했죠. 이 검에는, 내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세계 최강의 '비익'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검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진짜배기이다.

언젠가 쿠로가네 료마와 같은 남자가 되자고 바랬던, 자신의 꿈.

자신의 길을 나아가겠다고, 자신의 부친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한 자신만의 결착.

여기에 오기까지 자신이 밟고 넘어 온 기사들의 꿈에 대한 책임.

.....그리고, 소중한 소녀와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약속이.

그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질 수없다.

"마음, 기술, 몸.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될 소중한 것들이 둘이나 빠져 있는 가짜 따위에게.. 질 수는 없지!"

그리 말한 뒤, 잇키는 몸을 굽힌 뒤

"이, 승부.. 내가 이겼어요!"

최강의 카드를 잃은 사라에게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이 승부에 결착을 짓기 위해.

'쿠로가네 선수, 돌진!! 빠, 빠릅니다!!'

"윽~~~~~!!!!!!!"

한 편, 쇄도해 오는 잇키에 대해, 가짜 에델바이스라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최강의 말을 잃은 사라는, 그저 어찌할 줄 모르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환상희화'를 그리기 위해 써 버린 자신의 마력이라 볼 수 있는 물감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설령 마력이 남아 있다 한들, 가짜라곤 해도 '비익'을 이겨낸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모델 따위, 사라에겐 상상해낼 수 없었다.

이 잇키의 돌격에 대한 응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어........! 이제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이대로라면 진다.

하지만, 여기서 진다면....

'다음 3회전, 사라 씨가 이긴다면 당신이 말한 대로 모델이 되어 줄게요. 하지만 반대로 당신이 진다면, 절 모델로 삼는다는 생각은 이후로 완전히 접는 거에요.'

.....이제 두 번 다시 잇키를 모델로 삼을 수 없게 된다.

그를 모델로 삼을 수 없게 된다는 건, 아버지의 유작이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온 세상을 떠돌며, 겨우 찾아낸 것이, 바로 잇키였다. 다른 모델을 찾으면 된다고 깨끗이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영원히 잇키가 머릿속에 남아 떠나지 않을 것이란 걸, 사라는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영원히 그 그림에 붓을 대는 건 불가능해질 것이다.

절대적인 패배의 예감.

거기서 떠오르는 미래에, 사라는 자신의 온몸에 내달리고 있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오한을 느꼈다.

'그런 거... 싫...어....'

그 그림을 완성시키겠다는 약속은, 자신과 아버지를 이어 주는 유일한 인연.

잃고 싶지 않았다.

.....확실히 처음엔, 그런 감정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그림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알아감에 따라, 사라의 안엔 어떠한 감정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그건.... 질투였다.

사라는 자신의 반생에 걸쳐, 아버지가 남긴 그림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도중, 그 그림에 붓을 대려 한 시도는 당연히 몇 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패배해 버린 것이다.

주변의 악마를 모두 불태워 퇴치하는 메시아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치졸한 화력, 독학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적당한 화법, 센스를 의심하게 만드는 색조의 사용... 그런 평생 무명의 화가로 살다 삶을 마친 남자의, 그리 잘 그리지도 않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죽어서도 불타고 있는 잿불 같은 그 정열에.

이미 사라는, 온 세계가 인정하는 화가다.

명성은 물론, 화력도, 센스도, 모든 것에서 아버지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길 수 없었다.

분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동경하고 있었다.

언젠가, 언젠가..... 이 그림의 중심을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 생각하려 했다.

따라서, 아버지가 남긴 그림을 완성시키는 건, 단순한 애도 따위가 아니었다.

사라 블러드릴리의,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건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 기회가 없어진다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잇키가 기사의 길에 목숨을 걸고 있듯, 사라도 또한 화가로서의 길에 목숨을 걸고 있었으니까.

'질 수 없는 건..... 나도 같아...!'

....그렇다면.

"환상희화' 어나더 원!!!!!!!!!"

잇키나 에델바이스의 검보다도 빠르다고 느낄 정도의 속도로, 잇키의 그림을 구현화해냈다.

그것도, 넷이나.

여기에 잇키는 눈을 부릅뜨고 놀랐다.

최강의 적을 쓰러뜨리고, 사라에게 남은 응수 따윈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또 반격이 날아올 줄은, 완전히 예상외였다.

하지만, 그 동요도 한 순간뿐.

"이야아아압!!!!!!"

잇키는 바로 허를 찔려 흐트러진 정신을 가다듬고, '일도수라'를 두른 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환상의 자신 네 명 중 한 명의 목을, 손쉽게 날려버려 종잇조각으로 만들었다.

그 뒤 이어지는 두 번째 호흡 때엔, 또 다른 한 명이 베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그를 상대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잇키 본인이기에.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단점은 무엇인가. 그 자세에서 올 공격은 무엇인가.

장점도, 단점도, 버릇도, 경향도...

모든 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쓸데없이 완성도가 높은 탓에, 넷이 동시에 달려든다 할지라도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사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비익'이라는 자신 안에 있는 최강의 모델을 써서도 이길 수 없었던 이 남자를, 이 정도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텅 빈 환상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아직 이 단 하나만은, 잇키에게도 지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었다.

그건 그림에 대한, 자신이 나아가고자 결정한 길에 대한 정열이다.

'그것만은.... 아무리 너라고 해도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그걸 그려낸다.

어디에 있는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의 혼의 구현을.

자가 지산의 정열을, 혼을 캔버스에 담는다.

불가능할 리가 없다.

애초에 그림이란, 창작이란 건, 그런 것이니까!

".................."

잇키가 세 번째 가짜를 베어냄과 동시에, 사라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데미우르고스의 붓'에 최후의 마력을 담았다.

그리고, 상상했다.

자신 안에 있는 정열. 그 화신을.

'....먼저, 성별은 남자가 좋겠어.'

거기에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성상은 안 된다.

자신에 맞서는 상대에게 이기기 위해서, 자신의 바램을 우선했다.

그런 거친 정열을 묘사하기 위해선, 바위 같은 거구의 남자가 좋아.

수많은 장해를 물리쳐버리는, 통나무와도 같은 두꺼운 팔.

온갖 도리를 짓밟아버리는, 거대한 기둥 같은 두꺼운 다리.

그리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양단해 내는 금강석의 대검.

그 피부는 대장간에서 연마한 강철보다도 단단하고, 온몸에 흐르는 피는 마그마와도 같이 뜨겁고, 상대를 베어내 뿜어져나온 피를 뒤집어 쓴 그 복장은, 고대의 검투사를 연상시키는 용맹함으로...

......마치 물 흘러가듯, 사라는 허공에 있는 캔버스의 자신의 정열의 화신을 창조해냈다. 딱히 생각해 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상상은 막힘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라는 그렇게, 자신의 안에서 흘러나오는 번뜩임과 정열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그려넣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상한 것의 대부분을 그려낸 뒤, 마지막으로 그 화신의 얼굴을 상상해 내려 한 순간...

그 일이 벌어졌다.

"에............."

그녀는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막 떠올리려 한 순간, 그녀의 붓은 이미 캔버스를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완성되었다.

사라의 정열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

그 남자의 얼굴을.

사라는 무심코 그려낸 그 화신의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뭐야.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마음 속 깊이 납득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자신의 정열을 묘사해내는 데에 이보다 더한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지금이라면,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혼의 형태라고!

"'환상희화'... 마리오 로소....!"

허공의 캔버스에 그려낸 그림에 마력을 불어넣어, 구현화시켰다.

링 위에 나타난 건, 신장 3미터는 되어 보일, 피투성이가 된 장년의 검투사.

마지막 마력을 짜내 그려낸 환상 옆에서, 사라는 외쳤다.

"잇키....... 승부........!"

그리 외친 목소리엔, 조금의 불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 마지막 가짜를 베어 낸 잇키는, 입가를 말아올렸다.

한 눈으로 봐도 그는 알 수 있었다.

방금까지 그려 낸 가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피부가 찌릿해질 정도의 열량.

이 환상은, 진짜배기라고.

자신의 '음철'과 같이, 그녀의 혼이 구현된 것임을.

그렇다면...!

"바라는 바야.....!"

꾸욱, 하고 중심을 낮춰 돌격자세를 취하는 잇키.

하지만, 잇키가 디딤발에 힘을 주는 것보다도 빠르게, 가짜 에델바이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속도로 마리오 로소가 간격을 좁혀 온 뒤, 손에 든 거대한 검을 잇키의 정수리에 내리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위력에서 나오는 참격은, 일격으로 링을 둘로 쪼개 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잇키에게 닿지 않았다.

잇키는 내리쳐지는 그 강격에 대해, 온 힘을 다해 링을 박차 그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발군의 통찰력으로 피부 한 끗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교차한 뒤

"'서격'.....!!!!!!!!!!!"

모든 추진력을 칼 끄트머리 한 점에 집중시킨 비검을, 잇키는 피투성이 검투사의 미간에 찔러넣었다.

아무도 불만이 없을 정도의 클린 힛트.

하지만.

".........윽!?"

바위 같은 마리오 로소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잇키의 검은 그의 피부를 뚫는 것조차 해내지 못했다. 마리오 로소는 고개를 살짝 흔들어 '음철'을 쳐낸 뒤, 공중에 있던 잇키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잇키라 할지라도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기에, 서둘러 '음철'을 방패로 삼았다.

하지만..

"커헉!?!?"

금강석 대검이 '음철'에 닿은 순간, 잇키의 온몸을 미증유의 충격이 유린하고, 그의 몸은 마치 토스 배팅을 한 공처럼 날아갔다.

수십 미터는 바닥을 스쳐 날아갔고, 그 뒤엔 데굴데굴 굴러나가 링 끄트머리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날아갔다. 첫 장외 때와 같이 어느 정도 데미지는 분산시켰기에 잇키는 바로 일어났지만

"크윽...!!!"

단 일격을 받은 것만으로, 그의 양팔은 말 그대로 '구겨져' 있었다.

손목에서 어깨에 걸쳐, 뼈가 산산히 분쇄된 것이다.

그 정도의 충격이다. 당연히 '음철'을 들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손에서 놓친 '음철'은 링 상공에 날아가 빙빙 돌며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이 지면에 닿는 것보다도 빠르게, 마리아 로소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잇키에게 쇄도했다. 그 거체라고 믿을 수 없을 속도로 달려오며 가한 대검의 일격은, 링을 깨부수는 강격.

자신을 막아서는 모든 것들을 양단하는, 혼신의 참격이다!

그에 대해, 잇키는 자신의 손에 무기조차 들려 있지 않았고.

"이겼어!!"

그리 사라가 확신한 다음 순간, 빨간 선혈이 링을 채색했다.

그 선혈은.... 마그마처럼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윽!?"

사라는 경악에 눈을 부릅떴다.

몸 여기저기가 베인 것은, 잇키가 아닌, 그녀의 정열 쪽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잇키느 무기조차 들고 있지 않았는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사라는 알게 되었다.

잇키가 굴러가며 이동한, 둘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아..차..!!'

거기는, 가짜라고 해도 세계 최강의 검사가 참흔을 남겨 놓은, 진공의 단층이 있던 곳이었다. 그렇다. 잇키는 자신의 참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마리아 로소를 이 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마리오 로소의 거체에서 타오르는 선혈이 뿜어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잇키는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내기 위해.

땅을 기듯 자세를 낮추고, 그 곳으로 굴러갔던 것처럼 진공의 단층 아래를 통해, 마리오 로소의 옆을 통과. 그대로 링을 화살처럼 질주해 나아가며, 떨어지는 '음철'의 손잡이를 이로 물어 받아들었다.

그리고

아연해하는 사라의 복부에, 자신의 몸을 그대로 들이받듣, 입에 문 '음철'의 칼날을 찔러넣었다.

"커...헉........"

몸이 꿰뚫린 사라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무릎이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정열의 화신도, 종잇조각이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둘의 승부가, 지금 결착이 난 것이다.

"내 승리네요."

"...............응."

잇키의 말에, 사라는 잠시 간의 침묵 뒤, 작은 목소리로 그 현실을 긍정했다. 자신의 기량, 마음,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래도.... 이길 수 없었다는 이 현실을.

그리고, 그걸 받아들였음에도

"하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않을 거야."

그런 억지스러운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기엔 잇키도 놀란 듯,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일러스트

하지만, 사라는 신경쓰지 않았다.

비겁한 여자라고 불려도 상관없었다. 거짓말쟁이라는 매도를 받아도 좋았다. 형편없는 여자라 생각되어도 좋았다.

그 이유는

"난 캔버스에 엎드려 죽어 버린 변변찮은 남자의 딸이니까. 이 정열은.... 포기할 수 없어."

그런 사라의 억지스러운 선언에, 잇키는 처음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윽고 질렸다는 듯한 한숨을 흘린 뒤....

웃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은."

곤란한 듯이.

하지만, 어쩐지 아주 기뻐하는 듯이.

그런 억지스러운 자신을 받아들여준 잇키의 미소를, 암흑에 잠겨 가는 의식 중에 바라보고..... 

사라는 처음으로, 스텔라에게 질투를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 혹시 자신이 사랑을 한다면.... 이런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 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링에 쓰러진 '피투성이 다빈치'.

그와 동시에 주심이 시합 종료를 선언했다.

잇키의 이름이 승리자로서 선언되었다.

'완전 결착!!!! '어나더 원' 대 '피투서이 다빈치'! 2전, 3전에 걸친 격전! 블러드릴리 선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를 보여 줬습니다만, 결국 최후에 링 위에 선 자는, 쿠로가네 잇키 선수!!!!!'

'이, 이겼어... 이겼다고!!'

'저런 사기적인 능력을 쓰는 상대에게.. 진짜로 이겼다고!?'

'꺄앗~!! 잇키 군 최고야~~~~!!!!!'

격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승자에게, 아낌 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 갈채 속에서, 유감스럽다는 듯한 숨을 쉰 건, 아카츠키 학원의 카자마츠리 린나였다.

"으음.. 설마 사라까지 질 줄이야. 이 결과는 짐의 마안으로도 예기치 못했거늘... 이래서야 츠키카게 할아범에게 면목이 없구만."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 아가씨. 아직 오우마 님과 아마네 님이 남아 계시니까요."

"뭐,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군. '그려진 구도'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약점이 있다고 해도, 사라의 '환상희화'는 틀림없는 '순백의 정점'의 힘을 재현해냈을 터. 사라는 '순백의 정점'이 중동의 '대청소'를 했을 때, 그 자리에 같이 있었으니, 그 모습을 직접 관찰했을 터이니 그건 틀림이 없었을 게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녀는 진 거지? '어나더 원'이 '순백의 정점'과 동격일 리도 아닐 테고 말이지."

"확실히 종합적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어디로 올지 전부 간파가 가능한 일격을 상대로 한다면, 이기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테지요. 쿠로가네 님에겐 전투 스타일의 차이에서 오는 우위도 있었으니까요."

"전투 스타일의 차이?"

"예. 가짜 에델바이스와 쿠로가네 님이 사용한 검술은, 연동하는 모든 근육을 일제히 가동시켜, 한 순간에 최고 속도와 최대 파워를 발휘하는 극의입니다. 그러나, 같은 극의라고 해도 두 사람은 디바이스의 형태가 다르지요. 가짜 에델바이스는 이도류, 쿠로가네 님은 일도류. 그렇다면.."

"아! 양손으로 칼을 들고 있는 '어나더 원'쪽이 한 발의 일격이라면 더 유리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한 순간에 동원할 수 있는 근육의 총량은 단순히 계산해서 두 배가 되지요. 이걸 모두 가동시킴에 따라 발생되는 운동 에너지의 차이는, 배가 되겠지요. 그 우위와 '환상희화'가 '그려낸 구도'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는 약점을 찔러, 쿠로가네 님은 한 순간의 승기를 거머쥔 것입니다."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단 말이지."

"허나, 물론 이건 쿠로가네 님의 고도의 검기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방법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사라 님의 '환상희화'에 당해낼 순 없었을 것입니다. ......역시 F랭크이면서 '어나더 원'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기사라라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군요."

원래, 잇키의 승리를 기뻐해야 할 진영에 있는 둘은 아니었지만, 그의 비장의 수인 '일도수라' 없이 '피투성이 다빈치'를 물리친 잇키의 실력엔, 솔직하게 감탄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런 둘의 옆에, 잇키의 승리를 가장 기뻐해야 할 스텔라는

떨고 있었다.

잇키의 승리가 아슬아슬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실력을 갖고 있는 자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싸움의, 진정한 승리의 원인을.

확실히 잇키가 일도류의 장점을 이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승리의 원인은 그게 아니다. 전투 스타일의 차이도 아니다.

그 이유는.... '환상희화'의 약점을 찌르고, 전투 스타일의 어드밴티지를 구사했음에도, 그 교착 순간에 먼저 칼날을 상대에게 들이댔어야 했던 건 다름아닌, 가짜 에델바이스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마음, 기량, 몸, 이 셋 중 둘이나 결여되어 있었음에도, 세계 최강의 검은 그래도 젊은 사무라이의 선공을 허용치 않았던 것이다.

스텔라는 확실히 그 순간을 목격했다.

그렇기에, 잇키의 패배를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보는 바와 같다.

잇키의 칼이 먼저 상대의 목숨을 끊은 것이다.

대체 어떻게?

스텔라는 혼란하고, 그 뒤..... 전율했다.

그녀는 알아챈 것이다.

그 교착 순간에, 잇키가 가한 악마라고 느껴질 정도의 임기응변을.

'아마, 잇키도 알고 있었던 거야..'

그 잇키가 피아의 실력차를 잘못 짚을 리는 절대 없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설령 내용물이 없는 가짜라 할지라도, 설령 한 참격의 우위를 구사한다 할지라도, 상대의 참격이 먼저 닿아 버릴 것이란 것을.

그렇기에 그는, 그 불리함을 커버하기 위해, '환상희화'의 성질을 이용했다. 자신의 머리에 참격을 유도해, 인체 중에서도 급이 다른 강도를 자랑하는 두개골로 받아낸 것이다!

당연히, 아무리 강도가 있는 부위라 할지라도, 에델바이스의 검은 손쉽게 양단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살을 가르는 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날 것이다.

그건, 아주 짧은, 0.1초를 채 채우지 못하는 한 순간이지만...

그 둘은 보통 사람으로선 눈으로 좇을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를 지닌 참격을 구사하는 자들이다. 그 차이만 있다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그렇게, 그는 거머쥔 것이다.

스텔라조차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절망적인 상대에게서, 단 한 합의 승리를.

'......정말... 대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 거야...'

그 하얀 칼날을, 그것도 세계 최강의 참격에 대해, 자신의 머리를 방패로 삼는다는 발상.....

상식을 벗어나 있다.

그런 걸 생각해내는 시점에서 이미 이상했다.

그걸 실행으로 옮긴다니, 제정신인지 의심을 받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쿠로가네 잇키라는 기사인 것이다.

F랭크라는, 나라에 따라서 블레이저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열등생.

싸울 상대는 언제나 자신보다 격상.

그는 그런 싸움만을 해 왔다.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임기응변을 구사해내며 싸워... 이겨온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져 온, 저 방대한 능력.

그건, 이미 스텔라와 다른 사람들의 상상이 닿는 범주를 넘어서 있다.

그리고, 그런 차원이 다른 임기응변과 집념으로, 다른 사람이 보기엔 승기라곤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 전력차를, 역전의 기회 따윈 없어 보이는 열세까지도, 반드시 뒤집어 엎어버린다.

그것이 바로, 패전의 백전연마 '워스트 원', 쿠로가네 잇키의 진정한 무서움이었다.

스텔라는 그런 잇키의 무서움에 전율하며

'정말... 너한테만은 편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잇키!'

공포를 훨씬 웃도는 기쁨에 몸을 떨었다.

어떠한 압도적인 실력차라도, 우위로 삼지 않는다.

강자에게 있어 이만큼 귀찮은 상대는 없다.

그런 잇키이기에,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힘도, 기량도, 마음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받아줄 것이다.

'앞으로..... 단 하나!'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숙적과의 지복의 한 때.

꿈에 그리던 시간은,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눈 앞까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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