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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간
선혈의 결말
링에서 나온 뒤, 잇키는 의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으며 선수용 객관석으로 향했다.
거기서, 스텔라와 합류했다.
잇키가 돌아왔을 때쯤엔, 방금까지 스텔라와 같이 잇키의 시합을 관전하고 있던 린나는, 사라의 병문안을 가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스텔라는 혼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온 자신의 연인을 축복해주었다.
"준결승전 진출 축하해.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딱딱한 머리에 감사해야겠네."
"하하... 역시 잘 보고 있었나보네."
"꽤 빨리 돌아왔는데, 캡슐에 안 들어가도 괜찮아? 그 팔도 그렇지만, 두개골도.."
"의무실 분에게 치료술로 응급처치를 받았으니 일단은 괜찮아. 팔 쪽은 꽤 심하게 다쳤지만, 머리 쪽은 뼈가 살짝 금이 간 정도라고 하니까."
뼈가 깨지지 않은 건, 모든 에너지를 낭비 없이 운용하는 에델바이스의 검술이 너무도 날카로웠기 때문이었다. 뭐, 금이 갈 정도의 예리함밖에 없는 참격이라면, 애초에 처음 단계에서부터 속도에서 지지 않았을 테니, 이걸 다행이라고 여기기엔 다소 미묘한 점이 있긴 하지만.
"거기에 지금부터 시즈쿠의 중요한 시합이 시작되니까. 오빠로서 그냥 잠이나 자고 있을 순 없잖아. 캡슐에 들어가는 건 그 뒤에도 늦지 않을 거고."
"시즈쿠.. 이기고 있을까?"
".....모르겠어. 그 상대가 정체를 모르니만큼.."
조금 있으면 시작될 3회전 제 3시합.
시즈쿠가 싸울 상대는, 그 시노미야 아마네다.
'과잉한 여신의 총애'라는,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루게 만들어주는 단순하고도 흉악한 노블 아츠를 구사하는 인과 간섭계의 블레이저.
1회전에서, 아마네는 이 힘을 사용하여 이 대회 중 손가락에 꼽는 실력자였던 '백의의 기사' 야쿠시 키리코를 부전패로 내몰아버렸다. 2회전도 똑같은 부전승. 상대 선수가 식중독을 일으킨 탓에 기권, 이라는 사실이 있었지만,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그게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부터 3회전이 열리는데..
"어떤 비책이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어떤 건지 짚이는 건 있어?"
"아니, 나도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모르겠어."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전투 스타일로 싸울지 상상이 가질 않으니까.
그저... 시즈쿠도 '칠성검왕'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실력자임엔 틀림없다.
너무 걱정하는 건 오히려 실례일 것이다.
그녀도 한 명의 기사이니까.
그녀의 승리를 믿고, 친구와 함께 응원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고 생각한 찰나, 잇키는 그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아리스는?"
그에 대해 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거야."
스텔라도 처음엔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시즈쿠의 곁에 있어 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벌써 시간은 시합 직전이었다.
슬슬 돌아와도 이상치 않을 시간인데..
"혹시 미아가 돼 버린 거 아냐?"
"아리스에 한해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팔을 쓸 수 없는 자기 대신에 스텔라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 여러분. 시간이 되었으니, 지금부터 3회전 제 3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실황이 프로그램 진행을 고했다.
....뭐, 아리스가 시즈쿠를 응원하지 않을 리는 없다. 여기에 없다고 해도, 제대로 응원을 해 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고, 잇키는 스텔라에게 전화에 대한 부탁을 하는 것을 거두고, 시선을 링으로 향했다.
'제 3시합, D조의 정점을 두고 겨루는 건, 하군 학원 1학년 쿠로가네 시즈쿠 선수와, 아카츠키 학원 1학년 시노미야 아마네 선수입니다! 그럼, 양 선수가 입장하겠습니다!'
스포트라이트가 움직여, 양측의 입장 게이트를 비추었다.
'하지만 다시 이렇게 놓고 보니 이 3회전, 어느 시합에나 '쿠로가네'라는 성을 가진 선수가 출전해 있네요. 역시 '대영웅'의 혈통이란 느낌이군요!'
'그렇네요. 이 시합에서 시즈쿠 선수가 이긴다면, 준결승전이 어쩐지 가정내 전쟁처럼 될 테니, 그것도 나름 재밌어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과연 어떨까요? 아마네 선수는 1회전과 2회전 모두 부전승으로 올라왔기에, 어떤 선수인지 데이터가 없단 말이죠.'
'1회전이 급환으로, 그리고 2회전이 식중독이었던가요. 꽤 운이 좋은 소년 같습니다만, 대체 어떤 싸움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실황과 해설의 대화를 들으며, 잇키는 확신했다.
운영 위원회는 아직 아마네의 실력을 모른다는 것을.
아마네가 쿄몬 학원의 모의전에서부터 쭉 부전승만을 해 온 걸 안다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뭐, 대표 선수는 각 학교가 제각각의 기준으로 결정한 것이다. 교내에서의 모의전 데이터 같은 건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고발해 봤자 의미는 없다.
아마네가 이 천문학적인 우연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 따위를, 댈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과연 시즈쿠는, 그런 정체 모를 상대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잇키는 주목을 하고
.........그리고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회장에 있던 모두가 똑같이 느꼈다.
어째서냐면...
'.....무슨 일일까요? 양 선수가 계속해서 입장하지 않고 있군요.'
그렇다. 벌써 입장 안내가 나왔음에도, 시즈쿠도, 아마네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에
"아................"
두근
아주
두 근
불길한
예감이
들
었다
'안내 방송은 했었죠?'
'그렇습니다만.... 한 번 대기실을 비춰 보도록 할까요?'
그리고
'..........에?'
그 잇키의 예감은... 적중했다.
'후후........ 아하하...................................'
회장의 대형 액정 모니터에 비춰져 있던 건, 피투성이의 대기실...
그리고,
.......온 몸에 선혈을 뒤집어 써 피를 흘리며 웃고 있는 아마네와
무수한 검으로, 마치 그리스도처럼 벽에 꽂혀 있던.... 쿠로가네 시즈쿠의 모습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시, 시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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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점철하고 있는 선혈의 결말.
그건, 한 싸움의 끝과, 시작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다.
아마도...... '워스트 원' 쿠로가네 잇키에게 있어, 최대의 시련이 될...
악몽의 준결승, 그 시작을.
작가 후기
낙제기사의 영웅담 7권, 구매 감사드립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괴로운 미소라 리쿠입니다 (현재 3월)
눈이나 코는 별로 괴롭지 않습니다만, 피부는 정말 괴롭네요.
과민성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겐 괴로운 계절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고양이를 샀어요!
귀여워요! 하지만 절 엄청나게 피하고 있어요!(쓴웃음)
뭐, 벌써 6살이 된 완전한 어른이니까요. 어쩔 수 없겠죠.
언젠가 냥냥거리는 귀여운 울음소리로 울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자, 작자의 근황이라는, 어떻든 좋을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7권에서 칠성검무제도 드디어 가경에 다다랐습니다. 이어지는 8권의 무대는, 칠성검무제 준결승. 전국 편의 한 토대가 될 이야기... 가 될 예정입니다.
작자도 기합을 넣고, 그들의 열의를 묘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자기 손으로 허들 높이를 높여 가는 스타일)
그럼, 끝으로 맺는 말이 되겠습니다만
언제나 원고 퀄리티 상승을 위해 온 노력을 쏟아 주시는 담당 분.
본편에서 이제야 나오게 된 히로인들의 일본 전통복 차림을, 아주 귀엽게 그려 주신 온 씨(만화책 판에선 한 발 빠르게 스텔라와 시즈쿠의 일본 전통복 차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쓰고 계실 스태프 여러분.
그리고, 이 작품을 언제나 지지해 주시고 계신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그럼, 8권에서 만나도록 하지요!
번역 : 팀 윤활유
번역후기 : 환상희화 이런거 들어간 페이지 다 찢어버리고싶다.. 근데 다 찢으면 책이 안남아남
표지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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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눈을 감으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어렸을 시절의 기억.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빠와 보냈던 나날들의 기억. 자신은 언제나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응석을 부리는 데에 익숙하지 못했던 자신은, 그의 뒤를 따라다니기만 할 뿐, 가벼이 말을 거는 것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 오빠는, 자신을 볼 때면 언제나 미소를 띠고, 이름을 불러주고, 손짓을 해 불러주었다.
그것이 기뻤다.
그리고, 그 손짓에 응해 다가가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감촉이, 자신의 행복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 매일이, 정말로... 행복에 가득 차 있었다.
───정말로, .....이 얼마나 어리석은 시절이었는가.
그렇게, 쿠로가네 시즈쿠는 어렸을 시절의 자신을...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오라버니의 애정을 좀먹어 갔던 자신을, 저주의 말까지 담아 매도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늘'은 그 일상 여기저기에 존재해 있었다.
수많은 친척이 모인 회합 중에도.
자신들이 당연한 듯이 받고 있던 검이나 마술 강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그 눈동자 속에도.
혹은 이 넓은 방 안에서, 겨우 발견해 낸 오빠의 그 옆모습에도───
자신의 시선을 느낄 때면, 오빠는 그 표정을 바로 미소 뒤로 숨기고... 자신은 그 미소에 응석부리듯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그늘'은 존재했다.
오빠는, 그 때부터 쭉 싸워 왔을 것이다.
자신을 두고 벌어지는, 수많은 부조리한 일에 대하여. 당시의 자신은, 그걸 알아채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오빠에게 모든 걸 기댈 뿐이었고,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의 바램이 무엇인지.
지금의 자신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것을.
그걸 위해서라면 난, ───────모든 걸 잃는다 해도 상관없다.
제 11장
선혈의 진실
"오늘 시합 개시 직전에, 난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노미야 아마네를 습격할거야."
"에........"
평소의 멤버에, 사라 블러드릴리를 더한 멤버로 백화점에 간 뒤, 먼저 백화점을 나선 뒤 회장으로 돌아가던 도중의 길에서, .....쿠로가네 시즈쿠는 그녀의 곁을 걸어가고 있던 아리스인 나기에게 고백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시즈쿠....."
너무나도 놀라운 그 내용에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되돌리는 아리스인.
그에 대해 시즈쿠는, 어떠한 결의를 한 표정으로 답했다.
"방금 한 말 그대로의 내용이야. 아리스. 이게 내가 생각한 《흉운》, 시노미야 아마네의 능력《과잉한 여신의 총애》의 공략법이니까. 《과잉한 여신의 총애》는 보는 바처럼 상당히 강한 강제력을 지닌 인과 간섭계 능력. 그런 능력자가 내 패배, 혹은 자신의 승리를 바라고 있을 경우, .......자연 간섭계 능력 외엔 없는 난 이걸 극복해낼 수 없어. 먼저 틀림없이, 인과는 그가 바라는대로 흘러가겠지. 《백의의 기사》 때처럼, 그리고 오늘 2회전처럼, 어떠한 우연히 필연적으로 발생하여, 난 지게 될 거야. 이건 필연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이대로 간다면, 난 3회전 링 위에조차 서지 못할 거야. 내 칼은... 그 녀석에게 닿지 않을 거라구. 그러니... 그 필연을 역으로 이용하겠어."
"이용?"
"그래. 내 패배.. 반칙패를 전제로 두고, 그 남자를 쓰러뜨리겠어. 자기 자신의 손으로 반칙패를 당한다는 행동을 취하는 걸로, 인과 간섭의 힘에 의해 저지받지 않고, 아마네와 싸울 수 있어. 이 방법이라면, 《과잉한 여신의 총애》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이지. 내 칼은 그 녀석에게 닿을 거야."
시즈쿠의 고찰과, 거기서 이끌어낸 답.
그걸 듣고, 아리스인은 그런 방법이.. 하고 납득했다. 확실히 그 방법이라면, 아마네의 허를 찌를 수도 있다. 공방 양면으로 봐도 실로 좋은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선, 결국 시즈쿠는 반칙패를 당하게 되잖아!?"
그렇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이 공략법은 자신의 손으로 시합을 포기하여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 대해, 시즈쿠가 한 마디를───
"상관 없어."
그렇게, 단언했다.
"뭐라고...!"
"자연 간섭계의 블레이저인 내 힘으론 인과에 간섭할 순 없어. 그게 시합 도중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합이 벌어지기 전부터 인과가 움직여 버린다면 손 쓸 도리도 없을 거야. .....그래도, 그걸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고 가만히 있을 생각 따윈 없어. 이대로 아무것도 못한 채 기권으로 내몰려 버릴 거라면, 길동무로 삼아 주겠어. 거기에 아리스도 들었잖아? 그 남자가 스텔라 양의 시합 뒤, 오라버니에게 뭐라고 했는지."
".......그래."
'그러니까 말야... 응? 좀 더... 상처를 입어 줘... 더욱 피를 흘려 줘. 더더욱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내 줘! 난 그런 잇키 군을 목이 쉴 때까지 응원해 줄 테니까. 난 쭉... 계속... 영원히!! 운명에 저항하다 부서져가는 잇키 군을 보고 있을 테니까...!'
그 말은, 공포조차 느껴질 정도로 탁한 미소와 함께, 기억에 선명하게 눌어붙어 있었다.
"그런 위험한 녀석을, 이 이상 오라버니에게 다가가게 만들 순 없어. ......난 져도 좋아. 하지만 그 대신, 그 남자도 준결승에 보내진 않을 거야. 이 기습으로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없을 수준의 데미지를 주는 것으로, 이 대회에서 추방시켜 버리겠어."
그건, 자신의 오빠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시즈쿠다운 결단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리스인의 입장에선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시즈쿠... 확실히, 위험한 남자라고 나도 생각은 해. 시즈쿠의 걱정도 이해가 가. 하지만 있잖아? 네가 지금 하려고 하는 건, 상당히 악질적인 반칙이야."
"그건 그 남자도 똑같잖아? 애초에 상대가 대전 상대를 시합 전에 배제한다는 반칙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내기 이런 수단을 고를 일도 없었을 테니까."
"응. 거기엔 동의해. 하지만..... 분하지만 아마네의 반칙엔 증거가 없어.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 그렇게 변명이 가능해. 하지만 시즈쿠, 넌 그게 불가능해. 설령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반드시 무거운 처분을 받게 될 거야. 실격만이라면 다행이겠지. ......'퇴학'을 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그렇다. 시즈쿠가 제시한 방법이라면 확실히 《과잉한 여신의 총애》를 피해, 아마네에를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악수(惡手)다.
시즈쿠도 무사히 끝날 리가 없다.
그녀가 받게 될 리스크가 너무 크다.
"너 혼자 그렇게까지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위험을 걷어낸다 할지라도, 잇키는 기뻐하지 않을 거야. 아니.. 잇키만이 아니야. 스텔라도 말야. 둘 다... 틀림없이 슬퍼할 거야."
물론,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도저히 용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아리스인의 말에 시즈쿠는... 덧없는 웃음을 띠며
".....알고 있어. 나도 알고 있어. 오라버니도, 스텔라 양도.. 착한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있잖아, 아리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오라버니가 있고, 그런 오라버니가 사랑하는 스텔라 양이 있고, 아리스가 있고.. 뭔가 쓸데없는 사람 한 명이 더 있었지만, 정말 즐거웠어. 아니, 오늘만이 아니야. 이 학원에 입학하고 난 뒤의 모든 날들이. 그건... 옛날과는 달라. 그 집에 있던 때의 기억과는 다른,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정말로 멋지다고 느껴지던 나날들이었어. 그렇기에 난 말할 수 있어. .....하군 학원에 입학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렇게,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을 그리워하듯 읊조리고 있었다.
"시즈쿠.... 너........"
".....미안, 아리스. 오라버니가 화를 당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가만히 패배를 받아들일 순 없어."
설령 자신이 퇴학을 당한다 하더라도.
이제 두 번 다시, 모두와 함께 오늘 같은 날을 보낼 수 없게 되어 버리더라도───
"오라버니는, 이번에야말로 내가 지켜드리겠어."
이전에 자신의 오빠가 사라진 날부터, 쭉 그렇게 다짐해 왔으니까. 그 말을 꺼내는 시즈쿠의 표정엔, 이미 덧없는 미소 따윈 없었다.
거기에 떠 있는 건, 강철 같은 강한 의지.
그 작은 몸으론 전부 담아 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애정이 뒷받침해주는, 흔들리지 않는 결의였다. 그리고 시즈쿠는 그 결의를 담은 눈으로, 아리스인을 올려다보며
"하지만... 이 기습을 완전한 형태로 성공시키기 위해선, 나 혼자의 힘만으론 부족해."
그에게 부탁했다.
"아리스. ......당신의 힘을, 빌려 줄 수 없을까?"
이 반칙에 관련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음에도, 힘을 빌려달라고.
자신의 길동무가 되어 달라고.
───보통 신뢰를 갖고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런 신뢰에 대해
"......알았어. 도와 주겠어."
아리스인은 거절로 답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었다.
'미안해, 잇키. 난... 별로 좋은 친구가 아니었나 봐.'
시즈쿠의 "고마워"라는 말을 들으며, 아리스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좋은 친구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말려야 할 때였던 것이다. 이 기습, 성공하건 실패하건, 시즈쿠는 커다란 페널티를 짊어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스텔라라면... 이 행위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인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이 소녀가 자신의 오빠에 대해, 얼마나 깊이, 그리고 강한 연정을 품고 있는지를. 그건 이미, 자신이 말하는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아니, 자신만이 아니다. 아마도 잇키 본인이 말한다 하더라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에게 해를 끼치려 접근하는 존재가 있다.
그런 자를 못 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냥 보내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여기서 거절한다 하더라도, 시즈쿠는 혼자서 이 기습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 감정은, 아플 정도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를, 외톨이로 내버려두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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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하는 것도, 말릴 수도 없다면, 적어도 같이 있어 주자.
《해방군》과 결별한 그 날.
그녀가 그걸 바라고 있는 한, 이 곳에 계속해서 있어 주자, 그리 맹세했으니까.
───그렇게, 둘은 기습을 실행에 옮겼다.
시각은 3회전 제 3시합 개시 직전.
방법은 간단. 아리스인의 그림자 속을 통과하게 만드는 노블 아츠 《그늘길》을 이용해 수많은 경비망을 뚫고, 이공간을 통해 아마네가 있는 대기실의 뒤쪽으로 도달. 밖으로 뛰쳐나오자마자, 무수한 얼음창을 사출하여───, 아무 행동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부전승을 할 거라 믿고만 있었던 무방비한 아마네를 기습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손쉽게, 아무런 장해도 없이, 아주 완벽하게, 수행되었다.
"─────"
쿵, 하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무수한 얼음창에 찔린 아마네의 몸이, 엄청난 기세로 콘크리트로 도벽된 벽에 내팽개쳐졌고, 그대로 소리도 없이 지면으로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차가운 바닥에 퍼지는 피웅덩이.
그건, 창에 의해 꿰뚫린 사지와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미안하다곤 생각하지 않아."
걸레짝처럼 되어 엎드려 있는 아마네를 향해, 시즈쿠는 그리 내뱉듯 말했다. 애초에 시즈쿠도 무방비한 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이건 간, 싸움터에 나와 준다면, 자신의 실력을 다해 상대하고, 무찌르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아마네 자신이, 그걸 거절했고, 비열한 수단으로 승부의 링의 위치를 바꿔버리고 있는 이상, 이제 자비를 베풀어줄 이유도, 용서를 해 줄 이유도 없었다.
"장난칠 상대를 잘못 고른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도록 해."
목숨을 빼앗으려 한 건 아니었지만, 아마네의 부상은 척 봐도 무거운 중상이었다. 특히 뇌에 들어간 데미지는 캡슐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가 그의 바램대로 부전승을 손에 거머쥔다 하더라도, 그의 몸은 준결승까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걸로...."
끝.
────이었을 터였다.
시즈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접근하려 하는 재앙을 걷어냈다.
그랬을 터였다.
───적이, 별을 움직일 정도의 《흉운》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아, 하하핫....... 아하하하! 그래.. 그렇게 나왔구나!!"
" "윽───!?" "
갑자기, 피웅덩이 속에서 아마네의 몸이 벌떡 일어났다.
사지는 둘째치고 이마 부분을 얼음창에 관통당한 채, 그 입가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잇키에게 보여 준 것과 같은, 흉소(凶笑)라고 형용할 수밖에 없는, 그 비틀린 웃음을.
"이거 놀랐어! 이야~ 정말로 놀랐다구! 자신 쪽에서 반칙패를 당할 행동을 취하면, 확실히 내 《과잉한 여신의 총애》의 힘은 발휘되지 못해. 날 공격할 거리까지 들어오는 게 가능해지겠지.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과격한 수단을 주저 없이 실행하러 올 줄이야, 이건 나도 역시 생각치 못했어! 참 굉장한 결단력이네! 너무 잔인해서 잇키 군과 피가 이어진 동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질 정도야!"
"거짓말....!"
"어째서 그 부상을 입고도 일어설 수 있는 거야....?"
이 상황에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시즈쿠와 아리스인.
그에 대해, 아마네는 두개골을 꿰뚫고 뇌를 꿰뚫은 얼음창에 손을 댄 뒤, 주저 없이 뽑아낸 뒤
"글쎄? 어째서일까? 그런 건 나도 몰라. 뭐, 세상엔 머리에 식칼이 박힌 채 자신의 힘으로 운전을 해 병원으로 온 사람도 있고, 총알에 뇌가 꿰뚫린 채로 생환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있지. 그럼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봐───, 난 다른 사람보다 한 층 더 운이 좋잖아?"
"큭......!"
그 순간, 아리스인이 움직였다.
상대의 그림자를 묶어, 행동을 봉하는 노블 아츠 《그림자 꿰매기》를 발동.
아마네의 움직임을 봉한 뒤
"시즈쿠!"
───눈 앞의 현실에 아연히 서 있던 시즈쿠의 손을 잡고, 도주를 결정했다. 이전 암살자로서, 수많은 현장을 겪어 온 그이기에 알 수 있던 것이다.
방금의 기습은 완벽했다, 고.
확실히 아마네의 허를 찌르고, 의식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데미지를 줬을 것이라, 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과정'을 배신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게까지 완벽한 기습조차 왜곡시켜 버린 이상, 지금 와서 무얼 한다 하더라도 헛수고일 것이다.
아리스인은 그리 생각한 것이다.
이 아리스인의 암살자로서의 확신은, 올았다.
그리고 틀린 것은───
이미, 도망친다는 선택지조차 열려 있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었다.
"윽────!"
그건, 눈 깜짝할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
한 순간, 대기실의 조명이, 노이즈를 내며 점멸했다. 전등이 오래되어 노화가 일어난 건지, 아니면 배선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그 모든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어버리는 힘의 개입인 건지.
순식간에, 대기실의 모든 빛이 사라져, 어둠이 내리깔렸다.
그건 동시에 그림자의 소실과, 그림자를 묶어 두는 《그림자 꿰매기》가 효력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했고...
'위험해..!'
그리 위기감을 느낀 때엔, 이미 늦어 있었다.
"크....악.....!"
빛 없는 어둠 속에서 쏘아진 무수한 십자가처럼 생긴 얇은 검이, 아리스인의 온몸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 데미지는 그의 의식을 빼앗아버렸고, 아리스인은 그가 만든 피웅덩이에 쓰러져 잠겨버리게 되었다.
"아리스!"
"그리 서두르게 돌아가지 않아도 좋잖아?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말야."
아리스인을 쓰러뜨린 아마네는, 다시금 양손가락 사이에 무수한 검───디바이스 《창공》을 현현시킨 뒤, 남아 있던 시즈쿠를 향해 말을 걸었다.
"딱히 난 너희들을 책망할 생각은 없어. 아니, 그렇기는커녕 지금 난 감동에 몸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야. 귀여운 시즈쿠의, 잇키 군에 대한 강한 애정에 말이지. 굉장하네.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니. 나도 잇키 군을 아주 좋아하지만, 져 버릴 것 같아. .....그러니 있지. 그런 시즈쿠에게 특별히 찬스를 주겠어."
"찬스?"
"지금부터 1분간, 난 '이 소동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것'을 바라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1분 이내에 날 죽인다면, 네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거야!"
"적당히.. 까불어...!"
어찌 됐건 일단 일을 시작한 이상, 지금 와서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내밀어 온 당근 따위엔 관심도 없다는 듯, 시즈쿠는 다시금 아마네를 공격했다.
이번엔 《비수인》───수압의 칼날을 자신의 디바이스 《요이시구레》에 감싼 뒤, 접근전을 펼쳤다. 접근전에서, 자신의 손으로, 이번에야말로 아마네의 의식을 끊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그 행동에 나서려 발을 옮긴 찰나, 그 일이 벌어졌다.
"엣!?"
시야가 갑자기 비틀, 하고 흔들린 것이다.
그 원인은, 시즈쿠의 발치.
아리스인의 피에 발이 미끄러져, 헛디딘 것이다.
"큭..."
하지만 시즈쿠는 바로 손을 지면에 대 넘어지는 걸 거절했다.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금 손에 흉기를 들고 아마네에게 돌진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아읏!"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오른발등이, 왼쪽 종아리에 부딪혀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건...... 설마........!'
"후후후, 아하하하. 이런 때에 발이 꼬이다니, 참 운이 없네. 아니, 아니면... 그냥 내가 운이 좋은 걸까?"쿡쿡 웃으며, 그녀를 가지고 놀듯 천천히 간격을 좁혀 오는 아마네. 시즈쿠는 고다로 뛰어오르듯 몸을 일으키고, 거리를 좁히는 걸 포기하고 백스텝.
그리고───
"《수뢰탄》!"
자신의 뇌리에 떠오른 최악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해, 원거리에서의 마술 공격을 펼쳤다. 쏘아낸 마술은 시즈쿠의 특기로 삼는 기술. 착탄한 상대의 기도를 막아 질식시키는 《수뢰탄》. 그걸 3연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발사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3발의 모든 《수뢰탄》은 천천히, 무방비하게 다가오는 아마네의 곁을 지나가, 벽에 격돌해 터져버렸다.
"~~~~~~~~~큭!"
"이 거리에서 빗나가다니, 시즈쿠 정도 되는 기사가 드문 실수를 다 하네."
히죽.... 어두운 눈에 조소를 띠는 아마네.
───이걸로 세 번째. 아니, 기습이 치명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걸 포함하면 네 번째.
이건 틀림없다고, 시즈쿠는 확신했다.
"《과잉한 여신의 총애》는, 이 쪽의 실수를 유발하는 것조차 가능한 능력이네."
".....글쎄? 그저 난 '이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고 바랄 뿐이니, 잘 모르겠는걸.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 있잖아? 사람인 이상, 어떠한 행동을 하건 반드시 실패를 할 가능성은 붙기 마련이야. 발을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다는, 그런 단순한 동작조차도 가끔씩 발목이 삐어 버릴 때도 있고, 돌에 걸려 넘어지는 실패를 하는 게 바로 인간인 거야. 복잡한 구성 연산이나 궤도 계산이 필요한 마술이라면 더욱 그렇지...... 실패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윽."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정말 어이없는 능력이었다.
이 쪽의 에러를 유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면 《청색윤회》는 너무 위험해 쓸 수가 없다.
'어떡해야...'
"빈틈이닷!"
"윽!? 아, 큭...."
시즈쿠가 아마네의 능력에 대해 공포에 사로잡힌 순간, 거리를 좁혀 온 아마네가 《창공》을 내리쳤다.
반응이 늦은 시즈쿠는 이걸 막아낼 수 없었고, 이마를 깊게 베였다.
시야에 피의 장막이 드리워졌다.
이런 시야론 추가로 날아올 공격을 만족스럽게 막아낼 수가 없다. 시즈쿠는 이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바로 거리를 두려 했다.
하지만, 그 직후 퉁, 하고 등에 무언가가 부딪혔다.
콘크리트 벽.
구석에 몰렸다.
그 사실에, 심장의 맥박이 경종을 울렸다.
초조함과 고통으로 온 몸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 것인가.
공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초조함이, 절망감이, 무력함이, 시즈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윽────!"
그렇지만... 하고, 시즈쿠는 절망에 꺾일 것만 같은 마음을 다잡고, 아마네를 노려봤다.
확실히 어떻게 싸워야할지는 아직도 모르는 채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은 알고 있었다.
───시노미야 아마네.
'이 녀석의 눈..........'
이 세상의 온갖 부(負)의 감정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눈.
그 눈은, 틀림없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 향해 있다.
이 남자를 이 이상 오라버니에게 접근하게 놔둘 수는 없다.
거기에───
시즈쿠는 기사의 싸움에 자신의 오빠나 스텔라 정도의 정열을 갖고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러니저러니 하면서도 요 몇개월 간, 필사적으로 싸워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아 왔다. 이 대회에 나서는 자들의 정열을.
공연히 반칙을 써 대전 상대를 탈락시켜버리는 아마네의 행위는, 그 모든 것에 대한 모독이다.
용서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러니 시즈쿠는, 눈에 피가 들어가는 고통에도 상관 않고 그 양눈을 부릅뜨며───포효했다.
"당신에게, 《칠성검무제》에 있을 자격은 없어! 이 곳은 자신의 기사도에 긍지를 가진 기사들의 꿈의 무대야! 긍지도 꿈도 아무 것도 없는 당신 따위에게, 저 링 위로 나아갈 자격 따윈 없어......! 여기서 반드시... 내가 끝장내겠어......!"
이 몸이 다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꿈의 무대를 모독한 빚은 받아내고 말 것이다, 고.
그 직후, 시즈쿠의 등 뒤의 벽. 거기에 무수한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은 순식간에 늘어나, 크게 파동친 뒤,
"《혈풍참우》!!!!!"
《심해의 마녀》의 저주에 의해, 물보라를 일으켰다.
태풍이 부는 날의 호수 수면처럼 파문이 흔들리던 시즈쿠의 등 뒤에서 내뿜어진 물보라는, 고수압의 총탄이 되어 아마네에게, ───아니, 시즈쿠의 전방에 있는 모든 공간에, 마치 기관총의 일제사격처럼 쇄도해 나아갔다.
이 쪽의 에러를 유발시키며 조준을 빗나가게 만든다면, 조준 따윈 하지 않는다. 조준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의 제압사격으로 상대를 분쇄한다.
그 기개를 지닌 채 발사된 수압의 탄막은, 폭포가 되어 방을 뒤흔들었다.
마치 스팀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
이제 채 1미터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 직후였다.
"안 됐네. 타임 오버야."
"─────아.."
은빛 섬광이, 안개를 꿰뚫고 눈 앞에 날아왔다.
《창공》이 투척된 것이다.
그건 이 짙은 안개 속에서, 정확히 시즈쿠의 사지를 꿰뚫었고, 그대로 그녀의 가벼운 몸을 띄워 등 뒤에 고정시켰다.
"카....학.......!?"
온몸의 고통과 목이 꿰뚫린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과 압박감에, 고통에 찬 비명을 흘리는 시즈쿠. 하지만, 그런 고통도 안개가 걷힌 뒤의 방 안의 광경을 보고 난 뒤, 의식 밖으로 날아가버렸다.
"거.........짓말......."
놀랍게도, 시야를 전부 꽉 채울 정도의 제압사격을 행했음에도, 아마네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벽은 탄흔으로 마치 벌집처럼 변해 있었음에도, 아마네의 등 뒤에 있는 벽만은 아무런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다. 시즈쿠의 혼신의 제압사격은, 아마네에게 닿는 물의 총탄만이 시즈쿠 자신의 마력 제어 에러로 인해 경도를 잃고, 그저 아무 위력도 없는 평범한 물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구나~ 조준이 엇나간다면 애초에 조준을 하지 않겠다, 라.. 참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는구나.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면서 싸우고 있는 거야? 대단하네. 그 덕에 교복이 완전 젖어버렸어. 그래도 뭐.. 좀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후후. 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악몽과도 같은 광경 속에서 웃음짓고 있는 아마네.
그런 그에게, 시즈쿠는 마음 깊이 공포심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무슨 일이든 가능하게 만들어버리는 거야......!?'
아무리 최선책을 가지고 상대해도, 거기에 약간이라도 실패할 가능성의 인자가 존재한다면.. ───이 쪽의 의도는 100퍼센트로 실패하게 되어버린다.
세상이 왜곡되고, 인과는 뒤틀린다.
그리고 모든 것이, 아마네에게 좋은 쪽으로 귀결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과잉한 총애로밖에 말할 길이 없는 불공평함.
이 순간, 시즈쿠의 이해는 그제야 기습이 실패한 뒤 바로 도망치려 했던 아리스인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그렇게 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힘에....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리고, 마침내 절망이 시즈쿠의 마음을 사로잡고, 집어삼켰다.
그와 동시에───
'시노미야 선수! 시즈쿠 선수!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스피커 너머로, 비명에 가까운 실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소동을, 그제야 외부도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실황의 설명을 요구하는 말에, 아마네가 응했다. 자신이 대기실에 대기하고 있는 참에, 갑자기 시즈쿠가 습격해 왔다는 것. 자신은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로서 응전한 것뿐이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감시카메라 영상을 보면 바로 진실이라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한심...하네...'
실혈과 산소 결핍으로 옅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아마네의 말을 몽롱하게 들으며 시즈쿠는 분개해 했다. 결국, 창피를 당할 뿐이었고 무엇 하나 해내지 못했다, 고.
───하지만,
"아, 그건 그렇고 잇키 군도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피해자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시즈쿠를 탓하지 말아 줘! 시즈쿠는, 잇키 군을 위해서 반칙을 범한 거니까!"
"큭───!?"
분개함 따위는, 이 아마네의 말에 전부 날아가버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하고 시즈쿠는 항의의 목소리를 내려 했다.
하지만 꿰뚫린 목으론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저 모깃소리 같은 목소리만이 새어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아마네는, 제멋대로 시즈쿠의 감정을 대변했다.
"그녀와 싸운 난 알게 됐어. 잇키 군. 시즈쿠는 널 사랑하고 있어. 물론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말하는 게 아냐. 이성으로서 널 좋아하고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 잇키 군이 스텔라와 사귀고 난 뒤, 쭉 괴로웠을 거라고 난 생각해. 그 때부터 쭉... 잇키 군이 자신을 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자신에게 기대어 줬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계속해서 생각해 왔을 거라고 봐."
"그만, .........해....."
소리라 할 수 없는 목소리로 시즈쿠는 비명을 내질렀다.
쓸데 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자신의 마음을, 멋대로 지껄이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감정이 그녀를 이런 나쁜 짓으로 내몰았어. ....네 꿈, 《칠성검왕》이 되기 위한 목표의 장해가 될지도 모를 적을 배제하는 것으로, 네 꿈에 공헌하여 네게 사랑받고 싶다는 잘못된 욕망을 품게 되어 버린 거야."
"......그, .......만, .........해..............!"
하지만, 시즈쿠의 비명을 그에게 닿지 않았고, 아마네는 계속해서 자신이 제멋대로 내린 해석을 잇키에게 말했다.
그건, 시즈쿠에게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돌아 봐줬으면 하니까.
사랑받고 싶으니까.
그런 걸 위해서, 싸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데............
"확실히 시즈쿠가 한 짓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기분은 당연한 것이라고 난 생각해. 그러니 부디 그녀의 감정을 봐서라도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어때? 잇키 군만 좋다면 그녀의 기분을 받아들이고, 시즈쿠를 여자로서 사랑해 준다면───"
이제,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으흑... 에..흑...."
자신의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감정.
오빠를 여동생으로서, 여자로서, 이 세상에 있는 누구보다도 사랑을 주겠다는 이 감정.
그걸, 혐오의 감정조차 지니고 있는 남자에게, 마치 발정기에 들어선 암코양이가 흥분하여 벌인 짓거리라는, 그렇게 제멋대로 각색당하고, 해석당하고, 그리고 그 해석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빠를 향해 소상히 고하고 있었다.
그건 이미, 강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행위였다.
아니, 시즈쿠의 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몸이 더럽혀지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이 치욕, 굴욕, 그건 시즈쿠의 마음과 존엄을 엉망으로 짓밟아놓았다.
"이제.... 그만.... 부탁할게......."
시즈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듯 부탁했다.
거기엔 이미, 위엄도, 프라이드도, 아무 것도 없었고────
그리고 그 직후, 갑자기 대기실 벽이 강렬한 폭발에 의해 날아가버렸다.
"우왓!?"
비명을 내지르며 갑자기 발생한 폭풍에서 얼굴을 보호하는 아마네.
시즈쿠도 또한, 몸을 뒤덮는 열풍과 섬광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불어닥치는 바람이 지나간 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뜨고───
둘은, 그것을 봤다.
대기실 벽에 뚫린 큰 구멍에 우뚝 서 있는 적발의 기사.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의 모습을.
"다행이다. 아무래도 아직 살아는 있는 모양이네. 시즈쿠."
한 마디, 시즈쿠에게 말을 건 뒤, 스텔라는 자신이 뚫은 그 구멍에서 대기실로 뛰어내렸다.
그런 스텔라의 너무나도 난폭한 입실의 행태에 아마네는
"까, 깜짝 놀랐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스텔라 씨였구나. 저, 저기 말야? 잇키 군의 연인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화제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건 아무리 그래도 비상식적인 게 아니───"
그리 항의하려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