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쌍룡상극(雙龍相克)
제 62회 칠성검무제, 그 셋째 날.
그 날은 전날보다 여름철 태양이 용서 없이 대지를 내리쬐는, 그야말로 한여름날이었다. 하지만, 회장은 그 조차도 미지근하다고 여길 정도의 열기에 감싸여 있었다.
'기온 35도, 습도 70퍼센트! 타들어가는 태양 아래에서도 이렇게나 모여 주신 관객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제 62회 칠성검무제도 드디어 준결승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자리까지 올라 온 전국 베스트 4끼리의 혈투! 누구나 보통내기가 아닌 강자만이 모여 있는 이 대전 속에서, 결승에 진출할 티켓을 거머쥐는 자는 대체 누구일 것인가!? 여러분! 탈수 대책은 충분하신가요!? 충분하시죠!? ───그렇다면, 지금부터 준결승 제 1시합을 벌일 선수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실황 이이다의 말에 맞춰, 회장에서 박수가 일었다.
그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비색의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스텔라가 준결승 무대에 나타났다.
'먼저 적색 게이트에서, 《진홍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버밀리온 황국 제 2황녀로, 연맹 가맹국에 소속해 있는 마도기사 중에서 최고의 마력량을 자랑하는 천재! 1회전에선 열차 일정이 어긋남에 따라 거의 실격할 뻔했지만, 자신 이외의 B조의 모든 선수를 한 번에 상대하고, 그들을 압도함으로서 멋지게 지각에 대한 패널티를 청산! 이 준결승전에 단 한 번의 대전으로 올라왔습니다! 이 회장 그 자체를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그 힘은, 그야말로 압권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군요! 전 평판에 거짓이 없는 그 힘은, 틀림없이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 필두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이 시대에, 반짝이는 별로 나타난 천재 기사! 이 기세를 몰아, 칠성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스텔라 공주님~~~~~~! 힘내요~~~~~~!'
'꺄아~! 스텔라 님~! 이 쪽을 봐 주세요~!'
'오늘은 두 번 싸워야 하니까는 너무 회장 부수고 그러지 말라카이~!!!'
링에 올라서는 스텔라를 향해, 남녀를 불문하고 수많은 성원이 날아왔다.
스텔라는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극히 높았다.
세계 최고의 마력량을 지닌 기사라는 그 힘.
그리고 버밀리온 황국의 제 2황녀라는 사회적 지위.
거기다, 절세의 미녀이니 그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스텔라에게 누구보다도 매료된 잇키는, 씩씩한 그녀의 시원스러운 옆모습에 눈을 빼앗기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문득, 그 때였다.
잇키의 뒷편으로 갑자기 한 목소리가 날아들어왔다.
"좋은 표정을 짓고 있네요. 스텔라 양은."
"에?"
자주 들어 알고 있던, 까지는 아니었지만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그 곳엔
"토, 토도 씨! 거기에.. 토토쿠바라 씨도!"
밤색 머리를 땋은 온화한 외모의 여성 《뇌절》 토도 토카와, 양산을 쓴 장신의 여성, 토카의 친구인 《진홍의 숙녀》토토쿠바라 카나타가 서 있었다.
"후후, 오랜만이네요. 쿠로가네 씨."
"아, 네. 그러게요. 두분 다 오사카에 와 계셨던 건가요?"
"네. 사이코 션생님과 같이 신칸선을 타고 왔어요. 준결승부터라도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요."
"몸 쪽은 이제 괜찮으신 거에요?"
막 전날까지 혼수상태에 놓여있던 토카에게 물어봤다.
여기에 토카는 크게, 그리고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네. 제 쪽은 이제 완전히 괜찮아요. 너무 잠을 많이 잔 탓에 체력이 남아돌 지경이랍니다. 우타 군은 아직 몸에 나른함이 남아 있다고 말하면서 학원에서 빈둥거리고 있지만요."
"부회장님은 아직 다 회복되지 못하신 건가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우타 군은 그냥 단순히 평소에 게임만 하고 있다 보니 체력이 없을 뿐이니까요. 자업자득이에요."
"후후, 부회장님은 빈약하시니까요."
쿡쿡, 하고 새가 지저귀듯 웃는 두 소녀.
이 모습을 보면, 확실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쿠로가네 군. 함께 관전해도 괜찮을까요?"
"네. 물론이죠."
거절할 이유 따윈 없다.
잇키는 둘에게 자리를 양보하듯, 한 자리 옆으로 앉았다.
그리고, 그러는 도중, 스텔라의 대전 상대가 모습을 나타냈다.
일러스트
'이어서, 청색 게이트에서 A조의 패자, 《바람의 검제》 쿠로가네 오우마 선수가 입장합니다! 1회전부터 3회전까지, 그 모든 대전을 일방적인 압승으로 제패해 온 오우마 선수! 그 힘, 그리고 무자비함은 이미 보증수표! 비공식적으로 스텔라 선수를 꺾었다는 정보도 들어와 있습니다! 스텔라 선수가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라면, 그 대항은 틀림없이 그가 되겠지요! 전 세계를 향해 일본이 자랑스레 내놓을 A랭크 기사! 세계의 걸물을 상대로 어떻게 나설 것인가! 이 A랭그 대결은, 어떠한 전개가 펼쳐질지 전혀 전개를 읽을 수가 없습니다!'
뽑아 든 칼날과도 같은 위압감을 두른 오우마.
그의 등장에, 관중들은 숨을 삼켰다.
'여전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베여 나갈 것 같은 투기야..'
'진짜 무섭고마이..'
'그렇긴 해도 머.. 칠성검무제는 일본의 대회니까는, 열심히 잘 싸워 줬으면 좋겠네'
오우마의 입장에 대한 환성은, 스텔라 때보다는 많이 적었다. 역시 저번의 《강철의 사나운 곰》 카가 렌지와의 시합에서 나온 충격적인 결말이 그 원인일 것이다.
칠성검무제는 진검 승부. 참가자들은 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자신의 긍지와 목숨을 걸고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마도기사》의 논리이다. 기사로서의 마음가짐이 없는 관중의 태도가 수그러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 준결승 해설엔 현재 세계 랭킹 3위 마도기사, 《야차 공주》사이쿄 네네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사이쿄 선생님.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잘 부탁해에~'
'어떻습니까. 일본인 최고급 랭크에 서 계신 사이쿄 선생님이 보시기엔, 두 선수의 컨디션은?'
'둘 다 기합은 충분. 의욕만만한 느낌이네. 그렇다고 해서 힘이 너무 들어간 것도 아니야. 서로 베스트 컨디션이라 할 수 있겠네~'
'그렇군요. 이 시합은 A랭크끼리의 대결이 됩니다만, 현 시점에서 사이쿄 선생님은 어느 쪽이 더 강하다고 보십니까?'
'쿡쿡.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구, 형씨. 성미가 급한 사람은 인기가 없다구?'
사이쿄는 손에 든 부채를 탁, 하고 닫은 뒤
'.....그 답은, 곧바로 저 둘이 보여 줄 테니까.'
그리 응한 뒤, 다시금 부채를 펼쳐 그 안에서 히죽, 하고 웃었다.
'자, 스텔라. 그 녀석은 1회전에서 싸웠던 녀석들과는 격이 달라. 온 힘을 다해 싸울 수 있는 상대란 말이지. ......나와의 수행에서 넣은 '그 힘'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해 주라구.'
이윽고 오우마도 링 위에 올라와, 개시선에 섰다.
그와 동시에 관중들도 입을 닫았고, 회장엔 침묵이 내리깔렸다. 그 침묵 속에서, 실황 이이다가─── 칠성검무제 준결승전의 신호탄을 쏘았다.
'양 선수, 개시선에 섰습니다! 지금부터, 준결승 제 1시합을 개시하겠습니다!
LET's GO AHEAD────!!!!!!!!!!!'
◆◇◆◇◆
개시 신호를 받고, 먼저 움직임을 보인 건... 오우마 쪽이었다.
"딱히 사투를 벌이기 전에 말을 나눌 관계도 아니지. 바로 시작하도록 할까."
그리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오른팔을 뒤로 뻗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자신의 마력을 응축시켜
"울어라. ─── 《류즈메》"
자신의 혼의 결정을 현현시켰다.
일본도보다 한 층 더 긴 도신을 지닌, '야태도'에 속하는 칼. 이것이 오우마의 디바이스 《류즈메》였다.
"먼저 그 때보다 어느 정도 더 힘을 길렀는지, 이 내 검으로 확인을 해 보도록 하겠어."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
스텔라의 도발에 오우마는 행동으로 답했다.
앞으로 기울은 몸을 더욱 낮춘 뒤───도약했다.
'아앗! 지금까지 어떤 시합에도 느슨한 자세를 보였던 오우마 선수가 먼저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일본풍 옷의 소매를 나부끼며 스텔라 선수와의 간격을 일직선으로 좁히고 있습니다!! 스텔라 선수, 여기에 어떤 영격을 해 올까요!?'
지금까지의 시합과는 명백히 다른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오우마에게, 회장의 분위기가 전율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의 이 예상 외의 도약에 스텔라는 동요하지 않았고
"날 섬겨라. 《비룡의 죄검》"
똑바로 간격을 좁혀 오는 오우마를 대하며, 자신의 디바이스를 현현시켰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마력으로 만들어낸 건, 검만이 아니었다.
'이, 이건! 스텔라 선수! 자신의 등 뒤에 화염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어, 엄청난 수입니다!!'
그리고 스텔라는 지휘도를 내뻗는 것처럼 《비룡의 죄검》을 휘두르고
"모두 태워버려라. ───《초토유격》"
등 뒤에 떠 있는 백을 넘는 수의 화염구에게 명했다.
그 언령에 호응해, 스텔라의 등 뒤에 체공해 있던 화염구는 엄청난 기세로, 몇 겹이나 되는 불화살이 되어 《바람의 검제》를 향해 발사되었다.
링의 가로 폭 모든 공간을 메운 채 쇄도해 나아가는 화염 융단폭격.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텔라의 압도적인 마력은, 오우마에게 회피할 틈조차 주지 않았고
'지, 직격!! 폭염이 링을 날리며 흑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거기다, 한 발로는 끝나지 않았다.
오우마를 삼킨 폭염을 향해, 비처럼 쏟아지는 불화살의 추가 공격이 가해졌다. 굉음과 업화. 이미 회장에 있는 그 누구도, 오우마의 모습을 시인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스텔라가 행사하고 있는 건 한 사람을 쓰러뜨리기엔 너무나도 지나친 폭력이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먹히진 않은 듯한데.'
───그래도 상대는 《바람의 검제》.
사이쿄가 그리 읊조린 직후.
스텔라의 일제 방화에 의한 폭염과 분진을 뚫고, 오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옷에는 그을음 하나 없었다. 그는 쏟아지는 폭격을 전혀 개의치 않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바람을 조종하는 힘으로 흘려내며 중앙돌파. 조금의 감속도 없이, 아니, 오히려 가속을 하며 스텔라에게 쇄도했다.
───이런 불꽃놀이로는 날 멈출 수 없어.
그렇게, 폭풍에 춤추는 앞머리 너머에 있는 시선으로 고해 왔다.
이 오우마의 안광에
"《비룡의 깃옷》"
스텔라도 또한, 행동으로 응했다.
손에 든 《비룡의 죄검》을 강하게 쥐고, 자신의 전신에 화염을 두른 뒤, 앞으로 전진했다.
'스텔라 선수, 불꽃의 깃옷을 몸에 둘렀습니다! 주변의 광경이 일렁일 정도의 작열이 대기를 태우고 있습니다!!'
스텔라의 화염, 《비룡의 숨결》은 섭씨 3천도.
직격은 물론이고, 그 사정거리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타들어가는 기술이다.
하지만───
'하지만 오우마 선수, 다리를 멈추지 않습니다! 괘념치 않고 열기권으로 파고듭니다!!'
'그야 오우마의 능력은 '바람'이니까. 간접적인 열기 따윈, 진공의 차열벽에 의해 가로막혀 버릴 테지. 그것보다───, 슬슬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 분들은 '대비'를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대비라뇨?'
무슨 말이냐고 실황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 그 일이 벌어졌다.
스텔라와 오우마, 둘이 휘두른 디바이스가 격돌하고
───소리가 아닌, 충격이라 형용해야 할 엄청난 소리가, 돔 전체를 물리적인 충격을 동반하며 울린 것이다.
' ' '우와아아아아앗~~~~~~!!!!!!!!' ' '
펜스와 아슬아슬한 거리에 서 있던 관객이, 둘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에 튕겨나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거기다, 그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합, 세 합───
적색 화염의 검과 녹색 바람의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펜스가 삐걱이고, 회장에 설치한 창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토, 통렬합니다!! 이, 이것이.. 검이 부딪히는 소리란 말입니까!? 마치 항공기가 고속으로 지나가는 듯한 굉음과 충격파입니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를 쏘아내고 있으면서도, 그 폭심지에 서 있는 둘은 서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은 채, 검을 부딪히고 있었다.
그리고 도합 10번, 교착이 겹쳐진 뒤───
한 층 큰, 마치 10개 정도의 낙뢰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한 굉음을 울리며, 둘이 동시에 링 바깥까지 날아갔다.
서로 유효타는 없다. 겨루고 있는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높은 차원에서.
그리고 그건───스텔라가 요 단기간만에 오우마와의 차를 좁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대단해요, 스텔라 양은."
둘의 첫 접촉을 보고, 카나타가 감탄을 흘렸다.
"이거라면, 이전처럼 힘에도 질 것처럼 보이지는 않네요."
이 말에 잇키도 끄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기에 스텔라는 아직 모든 힘을 내지 않았어요. 기어는 더더욱 올라갈 거에요.
그렇다. 기어는 아직 더 올라갈 것이다.
여기까진 아직 1회전에서 스텔라가 보여준 잠재력을 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직 무언가가 더 있다.
───1회전, 그리고 어젯 밤, 아주 찰나의 시간에 보여 준 그 용의 환영.
그 근간을, 원천을, 스텔라는 아직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힘을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모든 힘을 다하지 않은 건 오우마 씨도 마찬가지에요."
잇키의 말에, 토카가 껴들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모든 힘을 내지 않은 건 오우마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첫 교착에, 둘은 서로를 확인한 것뿐이다. 눈앞의 적이, 자신이 온 힘을 다하는 것으로 인해.... 부서져버리지 않을 상대인가를.
그리고, 그건 이 자리에서 동생인 잇키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형은 누군가를 막론하고 모든 힘을 쏟을 사람이 아니야.'
자신의 진심을 담은 힘에 어울리는 상대를 고른다.
그리고 지금, .....그 인사와 확인은 끝났다.
───이제부터다.
'여기부터가... 진짜 싸움이야.'
◆◇◆◇◆
"오호. 힘 하나는 굉장하군. 내 검을 정면으로 받아낼 줄이야."
오우마는 자신의 팔에 남은 찌릿한 느낌에, 스텔라를 향해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검과 검을 부딪히는 느낌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 본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직 팔이 찌릿한 정도일 뿐. 이 정도론 내 목숨을 어떻게 해볼 순 없을 터이지."
그리 고한 오우마의 표정엔, 명백한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여기에, 스텔라는 기분이 상한 듯 입술을 삐죽였다.
"....여유만만하네."
뭐, 자신은 이전에 한 번 그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으니까.
현 시점에서는 오우마의 격이 한 수 위인 건 당연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하고 말한 스텔라는 《비룡의 죄검》을 정면으로 든 뒤
"먼저 그 여유로 가득한 얼굴에서 핏기를 가시게 만들어 주겠어."
그 도신에 타오른느 화염, 《비룡의 숨결》에 더 많은 마력을 담았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스텔라의 마력에 의해, 검이 두르고 있던 화염이 팽창했다.
그 온도와 광도를 늘리며, 한없이 날뛰는 홍련의 화염. 그 모습에, 관객석에 있던 토도 토카는 떠올렸다.
"저건.. 합숙 때의...!"
그렇다. 토카와의 모의전 때에, 스텔라가 보여준 장거리포.
《비룡의 턱》의 예비동작이었다.
하지만, 모션은 같을지 몰라도, 검에 깃든 열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했다.
어째서냐면, 이 노블 아츠는 토도 토카의 '뇌절'이 나서고 나서야 가까스로 영격해낼 수 있었던 파괴적인 위력을 지닌 《비룡의 턱》을, 7발 동시에 발사하는 기술이니까!
"전부 뜯어 먹어버려라! 《연옥룡의 턱》────!"
그 순간, 《비룡의 죄검》에서 7마리의, 아니, 7개의 목을 가진 불꽃의 용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목은 불꽃의 이빨이 달린 턱을 벌리고 오우마를 뜯어먹어 버리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오우마에게 쇄도해 나아갔다.
하지만, 그 파멸적인 광경을 앞에 두고도, 오우마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고
"이 기술만으로 보통 블레이저 몇 명 분의 마력이 담겨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이런 도마뱀 따위에 내가 깜짝 놀랄 줄 알았나?"
그리 고한 그는, 《류즈메》를 링에 찔러넣은 뒤
"《풍신결계》"
1회전 때, 스텔라의 《폭룡의 포효》로부터 관객을 보호해 낸 노블 아츠를 발동. 자신의 주변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그 바람의 칼날을 이용해 쇄도해 오는 모든 화염룡을 잘게 썰어버렸다. 작은 빛이 될 정도로 썰린 화염룡은, 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승천하여, 그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스텔라의 혼신의 장거리포를 아무 어려움 없이 막아낸 오우마는, 역시나 낯빛에 한 치의 변함도 없었고
"고작 이 정도인가? 《홍련의 황녀》"
눈 앞의 스텔라에게 고한 뒤───알아챘다.
《연옥룡의 턱》으로 시야가 가려진 한 순간, 스텔라의 모습이 링 위에서 사라진 것에.
그리고, 알아챘을 때엔 이미 늦었고───
"이런 정도라고...! 《바람의 검제》!"
오우마의 등 뒤에, 아지랑이처럼 흔들리고 있던 공간에서 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나타나, 그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양염의 암막》
열을 이용해 빛을 굴절시켜 자신의 몸을 적에게 보이지 않게 만드는 스텔라의 노블 아츠다. 그렇다. 오우마는 스텔라라는 기사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마력량만에 의지하여, 물량으로 승부해 오는 것만이 특기인 기사가 아니다. 그 파괴력에 눈을 빼앗겨, 공격에 특화된 기사라고 여겨지는 스텔라지만 그녀의 스타일은 엄청나게 높은 차원의 수준을 지닌 올라운더다.
마술의 응용도, 시즈쿠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그 응용으로 짜낸 전술로 스텔라는, 완벽하게 오우마의 뒤를 잡았고
"하아아아앗!!"
무방비해진 오우마에게 혼신의 참격을 내리쳤다.
그 직후
"아, 안 돼!"
토카의 외침이 울림과 동시에, 새빨간 물방울이 링에 붉은 꽃을 피웠다.
◆◇◆◇◆
링을 채색한 선혈은─── 참격을 내리친 스텔라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스텔라 선수, 부상! 《바람의 검제》의 검이 드디어 《홍련의 황녀》를 사로잡았습니다! 스텔라 선수의 상박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프닝 히트는 《바람의 검제》쿠로가네 오우마 선수!!'
서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던 공방에서, 단숨에 뒤바뀐 분위기.
명백한 실력차를 보여준 그 유효타에, 회장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부상당한 본인은, 그 상처를 억누르려 하지도 않고 있었다.
개의치 않은 것인가.
아니다.
자신의 상처 따위에 의식할 수 없을 정도의 경악에, 굳어져 있던 것이다.
'이게.. 뭐야...!?'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스텔라.
무리도 아니었다.
오우마의 등 뒤에서의 기습을 읽히고, 반격당했다─── 이런 거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스텔라의 참격은 확실히 들어갔다.
오우마의 어깨에 《비룡의 죄검》이, 확실하게 내리쳐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이상 칼날이 들어가지 못했다.
이 현실에, 이전에 같은 체험을 했던 토카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건가, 하고.
"《바람의 검제》의 무서운 점은, 공격만이 아니야.... 마력의 차이 같은 건 거의 없을 텐데도, 그는 내 참격을 받고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어. 저 알 수 없는 방어력은 대체.."
대체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입에 담는 토카.
여기에 대해───옆에 앉아있던 잇키가 고했다.
"그 자체는 그렇게 정체모를 건 아니에요. 상식 밖이긴 하지만요."
그 말에, 토카는 눈을 크게 떴다.
"쿠, 쿠로가네 군은 알고 있는 건가요? 저 방어력의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그 질문에, 잇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한 번 맞붙었던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알게 됐죠."
모로보시 유다이의 권유에, 그의 가족이 경영하는 가게에 들른 뒤 돌아갈 때 받은 습격.
잇키는 그 순간, 오우마의 '이형'에 닿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체를 간파해낸 것이다.
"스텔라도 한 번 더 공격을 하면 알게 되겠죠. 하지만───"
거기서, 잇키는 말을 끊었다.
어째서냐면, 그건 알아챈다 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 때, 오우마가 한 말대로였다.
그의 힘은───, 공략법이 존재하는 '기술'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야말로 그 화살 끝───,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
다시금, 검을 나누는 링 위의 둘.
몇 번의 검이 부딪힌 뒤, 오우마가 행한 화살과도 같은 돌격 찌르기.
여기에 대해, 스텔라는 춤추듯 몸을 빙 돌려 피한 뒤
이번엔 자신의 힘만이 아닌, 상대의 힘을 이용한 카운터 몸통 베기를 적중시켰다. 그건 횡 일선으로, 깔끔하게 오우마의 몸에 들어갔고,
───거기서 멈춰버렸다.
"거짓말...이지...!"
"흡!"
"───윽!!!!!"
깜짝 놀라 움직임이 멈춘 스텔라의 옆구리에, 오우마의 발차기가 들어갔다.
스텔라의 몸은 공중을 날았고, 수십 미터나 날아가버렸다.
"쿨럭! 커헉! 우웩....!"
무릎을 꿇은 채, 내장을 파내는 듯한 고통에 오열하는 스텔라. 그녀의 입가에 넘쳐오른 선혈.
오우마의 발차기는 단 일격만에, '완벽', 타타라 유이의 디바이스에 의한 참격을 막은 스텔라의 견고한 마력 방어를 깨뜨리고, 내장에 손상을 준 것이다.
마치, 파성추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
하지만───
그래, 그것도 당연하겠네, 하고 스텔라는 납득했다.
도합 2번의 공격으로 느낀, 암산에 검을 내리치는 듯한 감촉과, 옆구리의 데미지. 그 모든 정보로부터 스텔라는... 오우마의 '이형'을 알아챈 것이다.
"믿을 수 없어..... 대체 뭐야, 당신... 그 몸......!"
목소리가 떨리는 건, 옆구리에 입은 데미지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대해 오우마는───
"훗. ...역시 두 번이나 공격을 당하면 간파당하기 마련인 건가."
오우마는 작은 웃음을 흘린 뒤, 스텔라의 질문에 답했다.
"대체 뭐냐고 물었었나. 이건─── 내 결의다."
◆◇◆◇◆
"지금부터 5년도 더 된 때의 이야기다. 내 초등학생 마지막 해에, 기사 연맹 주최인 U-12 대회를 제패한 나는 그 성과와는 반대로, 음울한 기분을 느꼈다."
세상을 제패한 뒤, 알게 된 것이다.
날이 서지 않은 검으로 싸운다 해 봤자, 거기에 길은 열리지 않는다. 세계 대회까지는 나아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련'의 성과를 내지 않는 가짜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런 장난질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할 기회 따윈 없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건 불가능했지. ────고통이었다. 미적지근한 물 같은 환경에서, 자신의 성장기.... 더욱 자라났을 터인 시기를 이 뒤로 최저한 3년이나 더 지내야 한다는 건 말이지."
더욱 강하게,
더욱 위로.
누구보다도 그걸 바래 온 오우마에겐, 이 정체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쭉, 자신의 극한을 향한 도전을, 힘의 해방을 바래 왔던 것이다.
"그러니 난, ....그걸 바라고 일본을, 연맹을 뛰쳐나왔다."
세계엔 그가 바라는 진정한 싸움이 있었다.
어떤 때엔 슬럼가에서.
어떤 때엔 지하 투기장에서.
어떤 때엔 총탄이 흩날리는 전장에서.
쿠로가네 오우마는 자신이 바란 장소를 손에 넣었고, 거기에 깊이 몰두했다. 충실한 시간이었다, 고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목숨을 건 싸움 도중에, 나날히 연마되어 가는 자기 자신에게, 황홀감까지 느껴졌다.
이대로 가면, 이 길을 나아간다면, 자신은 세계 최강의 기사가 될 것이다.
거기에, 아무런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만심은 오래가지 않았지. 난 그와 만나 버린 것이다. 무사 수행 도중, 이 세상의 끝. 거기에 살고 있는 진짜 마물을."
"마물...?"
"《폭군》...그 이름, 한 나라의 공주라면 알고 있겠지."
"─────큭!!"
오우마가 입에 담은 별명.
거기에 회장 내엔 이해하지 못한다는 술렁임이 일었지만, 스텔라는 비색 눈동자를 경악에 부릅떴다. 오우마가 말한 대로, 연맹 가맹국의 황족인 스텔라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건..... 국제 사회의 숙적 《해방군》.
뒷쪽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자들의 '맹주'라 불리는 블레이저의 별명이었으니까.
"혹시... 싸운 거야....!?"
여기에, 오우마는 수긍했다.
"일방적으로 당했지... 사력을 다해도, 저항 하나 하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상대는 이미 반세기라는 세월보다 더 오래전부터 뒷쪽 세계의 정점에 군림해 온 폭력의 화신. 대체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차가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분수를 알게 된 오우마에게 가능했던 것은, 꼴사납게 목숨을 구걸하는 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폭군》은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일 남자가 아니었다.
힘도 닿지 않고, 비명도 닿지 않은 채, 계속해서 쏟아지는 폭력.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아직도 온몸에 공포에 떨려. 그 때만큼 죽음이란 것을 가까이 느낀 순간은 없었어. ......이대로 지금까지처럼 자신을 단련한다 하더라도, 이 길을 길이 나 있는대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내 성장속도로는 그 정점에 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지."
지금의 자신의 걸음걸이로 그 자리에 도달하기엔, 한 사람의 수명의 길이는 너무나도 짧다는 것을.
"그렇다면.. 단련하는 데에 의미 따윈 없지. 보통 훈련 따윈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원하게 된 건...... 나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닌, 정점에 달하기 위해 날아오를 날개를 갖기 위한... 진화다!"
그 순간, 오우마는 자신의 옷에 손을 댄 뒤
"《천룡구속》───해제"
그걸 찢어 던져버렸다.
그 직후, 보이지 않는 충격이 스텔라를, 그리고 회장을 때렸다.
그건, 스텔라를 링 끄트머리까지 날려버리고, 회장의 펜스를 꺾어 변형시키고, 더욱 나아가 링을 둘러싼 회장의 모든 창문을 깨뜨렸다.
회장에 비명의 합창이 일었다.
그 광경에, 스텔라는 숨을 삼켰다.
"설마, 당신... 지금까지 이런 어이없을 정도의 양의 대기 속에....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던 거야!?"
그렇다. 방금 스텔라와 관중들을 휩쓸고 지나간 대기의 폭발은 모두, 지금까지 오우마를 짓누르고 있던 고압의 바람이었다. 그는 폭풍을 갑옷처럼 둘러 적의 공격을 튕겨내는 노블 아츠 《천룡구속》을 뒤집는 것으로, 계속해서 자기 자신의 몸에 상식 밖의 부하를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뭘 위해.. 그런 짓을..."
"당연히, '진화'하기 위해서지."
진화라는 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명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다. 한 예로써,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해 온 사람의 손가락 사이에, '물갈퀴' 같은 것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우마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극한까지 과혹하게 만들어냄으로써, 그 인체의 힘을 억지로 끌어내려 한 것이다. 어떠한 공격에도 버텨낼 수 있는 육체를, 어떠한 적을 상대한다 하더라도 공격할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하여.
하지만 아무리 생명에 진화라는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성취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상식이다. 당연히 잘 될 리가 없었다.
그 정도의 압력 하에, 사람의 몸 따위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빠져나갈 길 없이 가두어진 채 짓눌러 오는 압력에,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살이 짓눌리고,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러져갔다. 장기는 외부의 압력에 의해 만족스레 그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물론 그 상태에서 제대로 싸울 수는 없었고, 그는 계속해서 패배해 왔다.
이전이라면 아무 어려움 없이 이겨냈을 적에게, 얻어맞고, 베이고, 꿰뚫리고, 불태워지고───.......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 폭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마인의 영역에 달하기 위해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만신창이의 자신을, 용서 없이 계속해서 극한까지 내몰았다. 자신의 힘에 짓눌려 죽는다면, 내 힘은 거기까지라 생각했다.
"그리고.... 온몸에 셀 수 없는 상처가 새겨졌을 때, 이 폭거가 결실을 맺었다."
그의 몸엔 서서히, 자신이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골격은 죄여 오는 압력에 버틸 수 있도록 철심과도 같이 그 강도가 늘어났고, 장기는 온몸에 피를 내보내기 위해 강하게 맥동했다. 전신의 근섬유도 또한 고압력 하에서도 만족스레 움직일 수 있도록, 그 한 가닥 한 가닥의 강도와 두께가 늘어났고, ......이윽고, 자신의 몸에 '압박감'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 무렵───오우마의 몸은 완전한 '강철'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이 감촉으로 직접 느낀 것처럼, 보통 사람의 수십배는 되는 근밀도와 골밀도를 가지게 된 내 체중은 《강철의 사나운 곰》을 월등히 넘어서 있지. 어설픈 참격 따위론 내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어."
그리고───
"그리고 지금, 난 그 제한을 벗어던졌다. 그 의미는 알고 있겠지?"
"~~~~~~~~~~크윽......!"
그 말에, 스텔라는 서둘러 검을 들었다.
하지만
"느려."
"큭───"
오우마는 돌로 만들어진 링을 부수며 도약한 뒤, 단 한 발짝만에 둘 사이의 간격을 완전히 좁혀버렸다. 뒤이어 엄청난 속도로 세 번, 바람을 두른 칼을 휘둘렀다. 굉음을 내며 쇄도해 오는 세 발의 참광. 그 어느 것이나, 거의 동일한 타이밍에 스텔라를 잘게 썰어버리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빠르다. 그것은 《비익》의 검기를 모방한 잇키의 검술보다도───
"하아아앗!"
스텔라는 우수한 운동능력과 전투 센스를 발휘해 이걸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이대로 칼의 사정거리에 들어서 있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스텔라는 오우마의 참격을 받아냄과 동시에, 몸을 뒤로 날렸다.
상대의 검을 받아 내는 힘을 이용해, 상대의 간격에서 벗어난다.
예쩐에 잇키가 자신과의 모의전에서 보여준 거리를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차아아앗!!!!"
오우마는 바로 여기에 대응했다.
간격을 벌린 스텔라를 향해, 《진공의 칼날》을 난사했다. 소총의 총알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날아오는 진공의 참격.
그걸 육안으로 사로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건 블레이저끼리의 싸움.
스텔라는 《진공의 칼날》이 띠고 있는 마력의 기척을 읽어낸 뒤, 이걸 참격으로 맞받아치려 했다.
하지만...
"───커, 헉!?"
마지막 《진공의 칼날》을 받아친 순간.
스텔라의 복부가 횡 일선으로 찢어지며, 선혈이 휘날렸다.
대체 어째서?
마력의 기척 따윈 느껴지지 않았는데, 하고 곤혹해하는 스텔라.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지금 건, ───마력에 의한 작용이 아니었으니까.
"믿을 수 없어.. 완력만으로 참격을 날리다니.....!"
그렇다. 스텔라의 복부를 찢은 건, 노블 아츠가 아니었다.
오우마가 휘두른 《류즈메》에 의해 물리적으로 발생한 풍압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진공의 칼날》에 비하면 아주 낮은 위력. 더불어 블레이저가 두르고 있는 마력은 순수한 물리 충격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스텔라의 복부의 데미지는 피부 한 겹 정도에 그치고 내장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도망치는 발을 묶어 두기엔 충분했다.
"흡────!"
한 순간 움직임을 멈춘 스텔라를 향해, 오우마는 곧바로 달려들어 위에서부터 오른팔을 내리치려 했다.
피한다, ───라는 행동은 이미 늦었다.
원거리 참격이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에 의해 몸의 축이 어긋나고, 그게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스텔라는 불안정한 자세인 채 오우마의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안 돼! 이 자세에서 올 기술은....!"
오른팔 하나를 내리치고 있던 오우마는, 왼팔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사실에, 잇키의 표정이 새파래졌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쿠로가네 가문에서의 단련을 훔쳐봐 왔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이 자세에서 나오는, 호국의 검의 존재를.
그건, 사무라이국 시대로부터 쿠로가네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검술, '조일일심류' 극한의 강건함.....!
"───《호노이카즈치(火雷)》"
가까스로 오우마의 태도를 막아낸 스텔라를 향해, 아니, 정확하게는 스텔라가 막아낸 《류즈메》의 칼등을 향해, 오우마는 굳게 쥔 오른주먹을 내뻗었다.
그 강권은 그야말로 낙뢰처럼 《류즈메》를 때렸고, 그 태도에 더욱 힘을 가하게 만들었다. 불안정한 자세로 태도를 막았던 스텔라에게, 그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스텔라의 몸은 마치 포탄같은 기세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관객석 아래의 벽면에 격돌. 그 곳을 파쇄한 것으로도 모잘라서...
강화 콘크리트를 부수어 나가며, 회장 바깥쪽까지 날아가버렸다.
◆◇◆◇◆
'이, 이게 뭐야!?!?'
'거짓말 아냐? 회장에서.. 여기까지 날아가버린 거야!? 이게 무슨 만화야!?'
'미, 믿을 수 없어. 저거 괜찮은기가?'
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돔 바깥에서 실황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돔 벽면을 부수고 밖으로 굴러나온 스텔라의 모습에 소란을 일으켰다.
그건, 돔 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그 장면에, 지진과도 같은 환성이 터져나왔다.
'토, 통렬합니다!!!! 링 아웃에 그치지 않은 돔 아웃!! A급 리그 실황을 맡고 10년이 더 지난 저입니다만, 이렇게까지 화려한 장외를 본 건 한 번 뿐입니다! 설마 두 번째를 학생끼리의 시합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것이 A급 기사의 싸움! 그야말로 규격 외급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자, 그리고 지금 카운트가 개시되었습니다! 스텔라 선수, 카운트 이내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뒤늦게 들려 오는 실황의 목소리.
전압이 최고조에 달한 관객의 환성.
그걸 멀리서 들으며, 스텔라는 벌렁 드러누운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파라.....'
자극으로서 사람의 몸이 처리 가능한 한계를 넘은 그 충격에,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충격을 받은 건, 태어나고 처음이었다.
'정말 엄청난 녀석이네, 저 녀석은......'
확실히, 생물엔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있다. 생명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이다. 원래는 바다에 살고 있었던 생물이, 육지에 그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사지를 얻은 것처럼. 거주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족 보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골격을 변화시킨 것처럼. 자신의 환경을 과혹하게 만들어, 통상의 환경 속에선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힘을 얻는다.
생명에 진화라는 기능이 있는 이상, 그리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 수십 년, 수백 년이란 시간을 들여 결실을 맺는 것이다.
그걸 오우마는 단 한 대만에, 겨우 몇 년만에 이루어낸 것이다.
부하를 가하는 방법이 자신의 능력인 이상,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그 폭거를 멈추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도, 그 상식과 유혹을 거절하고, 어정쩡한 힘 따위엔 눈독도 들이지 않은 채, 그저 한결같이 가장 높은 곳을, 최강만을 바래 온 것이다.
자신의 의지 하나로, 그는 신이 그려낸 인체의 설계도까지 바꿔낸 것이다.
그건, 이미 자신에게 엄하다는 말 하나로 표현해낼 수 없을 정도의, 상궤를 벗어난 목표의식이었다.
'강해... 정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디까지나 타협을 배제한 삶에, 경의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거기에 거짓 따윈 없다.
아주 조금도.
'───아아, 그런데도...'
'에?'
'거, 거짓말이지...? 스텔라... 웃고 있어?'
그런데도... 이상한 일이지만
'전혀,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
'───5! 6!'
장내에 울리는 카운트를, 오우마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거기에 의미 따위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상대는 자신과 같은 A급 기사.
이 세상에 큰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선택받은 자.
이 정도로, ───끝날 여자가 아니다.
"네 녀석은 어제 말했지. 온 힘을 다한 날 죽여 버리겠다고. 그 요청에 응해 주었어. 이게 내 전력이다. 이길 수 있다면 이겨 봐라. ───《홍련의 황녀》"
그리 고하고, 오우마는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넓게 깔린 하늘.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나, 나타났다아아아앗!! 스텔라 선수! 어느 새에 야간용 조명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 그렇게 화려한 장외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옷이 흐트러진 것 이외엔 아무런 데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뭐, 돔을 뚫고 날아가긴 했지만, 《류즈메》에 직격당하지 않는 한, 마력이 깃들지 않은 물리적 충격에 그리 큰 데미지를 입진 않겠지. 특히 세계 최대 급의 마력량을 자랑하는 스텔라가 상대라면 더욱 말이야.'
'그리고 지금 막, 카운트 8만에 링 위로 복귀했습니다!'
충격적인 장외로부터 당연한 듯 복귀해 온 스텔라를 향해, 관객들은 질려하는 느낌에 가까운 감탄을 흘렸다. 그 중에도 심판의 시합 재개 콜이 울리고, 오우마가 다시금 《류즈메》를 들었다.
하지만, 스텔라는 준비 자세를 취하지 않은 채
"오우마, 시합이 재개되기 전, 하나만 묻고 싶어."
눈 앞의 적에게,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뭐지?"
자세를 풀지 않고, 되묻는 오우마.
그에게 묻고 싶은 건, 단 하나였다.
"당신은.... 뭘 위해 그렇게까지.. 정점을 향하려 하는 거야?"
그 강인무비한 목표의식.
그걸 지탱해 주는 토대는 무엇인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우마는 살짝 눈을 감고, 아주 약간의 침묵 뒤, 답했다.
".....시덥잖은 이야기다. 어렸을 적, 실가에서 열린 첫 시합에서 승리한 것이, 기뻤던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강해지자고. 그건.... 필시 기분좋은 것이겠지, 라고. 말로 하자면, 고작 그런 정도의 이야기다."
일부러 말로 할 필요따윈 없다고 말하는 오우마.
하지만
"....정말 대단하네. 당신."
스텔라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녀는 황족으로서의 사명이 있다.
스텔라라는 소녀의 근간을 지탱해주는 건, 국민을 향한 의무감이다.
하지만, 오우마는 그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하여.
단지 그것만을 위하여, 이런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세상을 알고, 절망을 겪고, 그런 뒤에도, 단 한 번의 타협조차 없이. 그 불굴의 의지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도 닮아 있었고.....
"자신의 적을 진심으로 '존경'한 건, 당신이 두 번째야, 오우마. 그러니 보여주겠어.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의, 진짜 힘을.........!"
이미, 힘을 아껴둘 필요 따윈 없었다. 이전의 오우마의 소행에 의한 분노도, 전부 사라졌다. 그저 기사로서, 무인으로서, 이 긍지 높은 적을 쓰러뜨린다.
그걸 결의한 스텔라는 《비룡의 죄검》을 들고,
"《용신빙의》.......!!!!!!"
───자신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그 순간, 스텔라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열파를 동반하여 뿜어져나와, 회장을 뒤덮었다.
◆◇◆◇◆
지금으로부터 10일 정도 전.
오우마에게 패한 뒤, 자신을 다잡겠다 결의한 스텔라는, 신구지 쿠로노의 연고로 하군 학원의 임시 강사가 되어 있던 《야차 공주》 사이쿄 네네에게 특훈을 지원했다.
사이쿄는 여기에 승낙했고, 둘은 하군 학원이 소유하고 있던 오쿠타마 합숙장에 묵으며 특훈을 개시했다. 세계 3위의 강적과의 단련은, 스텔라에게 있어 아주 의의가 많았다.
하지만,
하지만────
'스텔라의 검엔 결정적인 부족함이 있어.'
특훈 첫날. 사이쿄에게 지적받은 점.
자신에게 부족한 것. 그게 무엇인가.
솔직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말하는 건 뭣하지만, 스텔라는 자신을 밸런스가 잘 잡힌 블레이저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결함다운 결함 따위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면, 마음 속 어디에선가 사이쿄의 지적이 아주 중요한 점을 짚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애가 탔다.
마치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사이쿄의 지적은 스텔라의 뇌리에 언제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답을 찾아내지 못한 채, 초조해하는 스텔라의 기분을 비웃듯, 시간은 흘렀고, 이윽고 내일이면 칠성검무제가 개최될 날이 찾아왔고───
"자아. 내일이면 칠성검무제가 열리는 날인데, 어때? 자신의 검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는 찾아냈어?"
아침,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던 숲의 광장에 나온 사이쿄에게, 스텔라는 간원했다.
"네네 선생님...! 부탁해요! 제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힌트만이라도 좋으니 가르쳐 줬으면 해요.....!"
하지만 그 간원에 사이쿄는, 이전과 같은 답을 돌려줄 뿐이었다.
"안 돼."
"어째서!"
"내가 가르쳐 줬다간 자칫 잘못하면 역효과가 나올 수 있으니까. 특히 스텔라의 경우라면, 더욱 말이지."
자신의 경우라면 역효과?
그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아니라면 다른 것인가?
스텔라는 곤혹에 빠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어....."
그런, 미아가 된 아이 같은 스텔라의 표정에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사이쿄는 한 번 한숨을 내쉰 뒤
"《홍련의 황녀》스텔라 버밀리온의 칠성검무제는, 여기서 끝이야."
부채 모형의 디바이스 '홍색봉황'을, 가로로 휘둘렀다.
그 순간, 스텔라의 뺨이 살짝 찢어지고, 핏방울이 공중을 날았다.
"───하?"
너무나도 갑작스런 해의에 스텔라는 한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피가 나왔다는 것은,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건
"무, 무슨... 내일부터 대회니까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윽────!?"
항의를 하려던 스텔라였지만, 그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눈 앞에 서 있던 사이쿄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뭐야, 그 표정은.....!'
그녀의 양 눈에 깃들어 있던 건, 지금까지의 특훈에선 볼 수 없었을 정도의 살기.
'진심...이잖아.....!'
"큭!"
내일이면 칠성검무제가 열릴 이 시기에, 이 행동.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벌이는 짓인지, 스텔라는 알 수 없었지만, 단 하나.
지금 상황이 아주 위험하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스텔라는 마력을 발치에 폭발시켜, 크게 뒤로 도약했다.
사이쿄에게서 거리를 뒀다.
───하지만
"도망치게 놔둘 것 같아?"
"윽... 우아아앗!?"
사이쿄는 손목을 위로 들고 검지손가락을 살짝 굽혔다.
그 직후. 뒤로 도약하고 있던 스텔라의 몸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사이쿄 쪽으로 끌어당겨졌다.
사이쿄 네네의 능력. 《중력 조작》에 의한 인력이었다.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정말로..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곤혹해 할 여유도, 주저할 틈도 없었다.
스텔라도 또한, 자신의 디바이스를 《환상 형태》가 아닌, 진짜 칼날이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칼날에 수많은 불꽃을 겹친 뒤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
빛으로 변한 화염의 칼날을,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던 사이쿄를 향해 순식간에 내리쳤다. 빛의 칼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사이쿄를 향해 내리쳐졌다
───하지만, 사이쿄의 피부에 30cm정도 닿으려 했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참격의 궤도가 '휘청'하고 굽어,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버렸다.
"뭣!?"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 질문이 스텔라의 머리를 가득 채워 나갔지만, 생각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스텔라를 자신의 간격까지 끌어들인 사이쿄가, 쇠로 된 부채를 쳐들었기 때문이었다.
"《흑도 · 야타가라스》"
바람을 찢으며 비색 쇠부채에 깃든, 빛조차 빨아들일 정도의 초중력 흑도가 쇄도했다. 있는 힘껏 칼을 내리친 탓에 자세가 무너져 있던 스텔라는, 이걸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칼을 들어 이걸 막은 건, 스텔라의 높은 신체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흑사첩》"
오른손에 든 쇠부채를 막아든 스텔라를 향해, 사이쿄는 왼손에 든 또 다른 한 자루의 쇠부채를 펼쳐들고, 바람을 일으키는 것처럼 부쳤다.
그러자 나비 형태를 한 검은 중력 에너지가 날갯짓을 하며 스텔라의 옆구리에 날아들었고
"크윽~~~~~~~~~~~~~!?!?"
그 직후, 마치 대형 트럭에 추돌한 것 같은 초질량의 충격이 스텔라의 몸을 때렸고, 그 직후 몸을 뒤로 날려버렸다. 스텔라의 몸은 지면을 활공하며 뒤에 있던 숲에 처박혔고, 나무를 부러뜨려 나아가다 거대한 암벽에 부딪혔다.
"커....헉..!"
크게 열린 입에서 피를 흘리며, 지면에 쓰러지려 하는 스텔라.
하지만, 스텔라는 그걸 검을 지면에 내리꽂아 버틴 채, 부러진 나무 사이 너머에 보이는 비색 기모노를 입은 여자를 향해 질문했다.
"크, 으으윽...! 무슨, 짓이야! 왜 이런 짓을.....!"
그에 대해, 사이쿄는 답했다.
"무슨 짓이고 뭐고. 스텔라는 오우마에게 이기고, 쿠로 꼬마와 재대결을 벌이기 위해 특훈을 하고 있는 거잖아? 하지만..... 자신의 검의 결함을 지금까지 찾아내지 못한 걸 보면,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 참가하는 의미조차 없어. 아니, 그런 꼴로 같은 A급 기사인 오우마와 맞부딪힌다면, 자칫 잘못하다간 죽어 버릴지도 몰라. A급 끼리의 싸움이란 건 그 정도로 위험한 거니까. .....그렇다면 그걸 뜯어말리는 것이 짧은 기간이라도 교사를 맡고 있는 내 사랑이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어? 2, 3일 정도 침대에 누워 있도록 해. 눈을 떴을 때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테니까."
그리 고한 뒤, 사이쿄는 《지박진》을 발동.
주변의 공간의 증력을 증폭시켜, 스텔라의 몸에 통상의 10배나 되는 중력을 가했다.
이래서야 만족스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 이게......!!! 헛소리 하지 마!!!!!!!!!!!!!!!!!!"
그건 어디까지나, 보통 블레이저에 한한 이야기.
스텔라는 그 중력을 받으면서도 지면에서 검을 뽑아들고, 두 다리로 선 뒤
"《비룡의 턱》!!!!"
검에 두른 화염을 휘둘러 내는 기세로, 사이쿄를 향해 발사했다.
쇄도해 오는 화염룡의 수는 10마리.
그 모든 용이 나무 사이에 있는 틈을 빠져나오 듯 꿈틀거리며, 사이쿄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어왔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간 순간, 화염룡들에게 이변이 벌어졌다.
마치 사이쿄에게서 도망치듯 꿈틀거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어, 어째서!? 전혀... 조종이 먹히지 않아...!'
몇 번이고 화염룡에게 명령을 내려, 궤도를 바꿔 봐도 같았다.
그 중 한 마리도, 사이쿄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어떠한 방법으로 이 쪽의 조종 술식이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사이쿄는 그런 것이 가능한 부류에 속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무슨 일일까, 하고 생각한 뒤, 스텔라는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초중력으로, 공간 그 자체를 마치 미로처럼 뒤죽박죽으로 비틀어 놓은 거야.....!'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얌전히 있어."
"커,흑......!"
사이쿄가 《지박진》의 중력을 강화한 탓에, 이번에야말로 스텔라는 지면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뼈가 신음했고, 몸이 지면에 묻혀 갔다.
일어나려고 해도, 상반신조차 들 수 없었다.
'너무, 강해.......'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상대는 KOK A급 리그의 3위.
연맹 가맹국 내에서 위에서 3번째인 기사인 셈이니까.
같은 A급 블레이저라고 해도, 아직 학생의 몸인 스텔라에겐, 너무도 버거운 상대. 그런 상대가 진심으로 자신을 해치려 든다고 하면, 저항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끝나 버린다.
칠성검무제가.
잇키와 나눴던 소중한 약속이.
그 모든게, 사라진다.
그에 대한 너무나도 분한 마음에, 눈물이 배어나왔다.
'미안해....잇키........ 나────'
하지만, 스텔라가 그리 속으로 잇키에게 사과를 하려 한, 그 순간이었다.
두근
하고,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뛰어오르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에.....?'
스텔라가 거의 포기에 가까운 약한 마음을 가진 것과는 달리, 고동은 서서히 강해졌다. 두근두근, 하며 가슴 속에서 날뛰듯 맥박치며, 스텔라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멋대로 포기하지 마라, 멍청한 계집. 이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라고.
'아아, 그러고 보니... 옛날엔... 그랬었지.'
그 몸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외침에, 스텔라는 어렸을 적의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의 블레이저로서의 힘이 각성하고, 그리고 그 힘을 어느 정도 제어해낼 수 있게 됐을 무렵의 일.
스텔라는,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강해지는 자신의 힘에 취해 있었다.
대체, 자신의 끝은 어디일까.
그 끝없는 재능은, 어디까지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일까.
듣자 하니 자신의 마력량은 세계 최고급이라 했다.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가 상대로 오건 지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적이 오건.
───이 나라를, 소중한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그래. 맞아.....'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스텔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해지기 위해 세상을 알고, 수많은 것들을 보고, 수많은 적과 싸우고───
그렇게 힘을 얻은 한 편, 정말로,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건, 누구보다도 강한 존재로서 태어났다는 자신감이다.
자신을 엄하게 대한 나머지, 어느 틈엔가 자신을 과소평가해버렸다.
───학생이 상대하기에 버거운 상대?
───진심으로 자신을 해하려 한다면, 저항할 수조차 없다?
이 얼마나, 얼마나 어리석은 발상이란 말인가.
마력은 그 인물이 짊어진 숙명의 크기와 비례한다.
세계 최대급의 마력량을 지닌 자신은, 그만큼 크고 강한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어떠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고작 세계 3위 정도에게 가로막힐 건 아닐 터인데!!!
"──────"
그러면, 해방시키자.
이 몸에 잠든,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힘의 모든 것들을.
그건, 반드시 이 몸 안에 있을 테니까.
지금은 그저, 이 몸, 이 혼이 울부짖는대로─────!
"우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 결의한 순간, 스텔라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여, 《비룡의 죄검》을 자신의 가슴팍에 찌르고 있었다.
주저 없이, 아무 망설임 없이.
그건, 사람이 의의치 않고 호흡을 하는 것과 같이.
그녀의 몸은, 그 세포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힘의, 진정한 사용법을───
그 직후, 스텔라의 몸을 중심으로 광열의 폭발이 일었다.
사방팔방에 흩뿌려지는 빛의 폭풍은, 작열의 카마이타치.
숲의 나무들이, 그 폭풍에 닿는 순간 연소되는 순간조차 보이지 않고 재가 되어 흩날려버렸다. 그 광열의 폭풍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사이쿄는 안도한 듯 사르르 미소지었다.
"이거야 원, 이제야 눈을 뜬 건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니까."
◆◇◆◇◆
'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스텔라 선수가 자결을 한 것처럼 보인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빛의 폭풍이 스텔라 선수에게서 뿜어나오며 링을 가득 채워 버렸습니다!! 카메라로도, 육안으로도 링 위의 상태를 살필 수가 없습니다!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앗, 뜨거! 이거 너무 뜨겁다구!!'
'펜스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펜스에서 손을 떼세요!!'
객석까지 전해져 오는 그 열의 파도에, 비명과 관객을 지키기 위해 소리치는 마도기사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런 소란 도중, 그 때와 같은 빛에 사이쿄는 "그걸로 충분해" 라고 살짝 읊조렸다.
'스텔라는 좀 더 자신의 재능을 믿어야 하니까.'
그녀에게 부족한 것.
그건 한 마디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오만함이었다.
스텔라는 누구보다도 우수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력이 열등한 자라 할지라도, 우수한 기술을 지닌 기사에겐 경의를 표하고, 존경심을 표한다.
그 겸손함은, 사람으로서의 미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이쿄는 생각했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 최대의 마력량을 지니고 태어난, 한 차원 높은 재능을 가진 천재에겐 해당치 않는 이야기이다.
타인을 보고 배울 필요 따윈 어디에도 없다.
그녀가 지녀야 할 건, 겸손이 아닌 오만함.
자신이 《절대 강자》라는 것에 대한 자부이다.
어째서냐면, 그녀는 이 세계에 사자로서 태어났으니까.
어느 세상에, 토끼를 보고 부러워 할 사자가 있겠는가.
언제나 불손하고, 오만하고, 강욕에 빠져 있어라.
이 세상에 자신보다 강한 자 따윈 한 명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라.
그렇게 한다면───
그 불손에, 오만함에, 강욕에, 그녀의 재능은 어디까지나 응해줄 터이니.....
'뭐, 그래도.. 설마 저런 괴물이 잠들어 있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말야'
이윽고, 불어닥치던 광열의 폭풍이 잠들고, 하얗게 불태워진 시선이 원래대로 돌아온 순간
' ' '윽........!?' ' '
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링 위의 스텔라와 오우마가 서 있던 위치는, 회장이 빛에 둘러싸이기 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스텔라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마치 태양처럼 일렁이는 광원 중심에 서 있는 스텔라.
가슴팍에 찌른 《비룡의 죄검》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남아있던 건 불에 쬐인 쇠처럼 빛나는 상흔. 그 상흔은 천천히, 마치 맥동을 하듯이 명멸하고 있었고, 거기에 동조하듯 스텔라의 피부와 진홍색 머리카락또 또한, 그 심지가 불타오르듯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건, 지금까지 스텔라가 발산하고 있던 마력광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뿜어져 나오느 마력의 빛이 아닌, 몸 속에서 빛나는 것이었다.
대체 그녀의 몸에 무슨 일이───
그리 누구나가 의문을 품은 순간.
스텔라가 천천히 턱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
일러스트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소녀의 가련한 입에서 뿜어져나온 것은, 명백히 사람의 것이 아닌 포효.
땅을 울리는 것 같은, 바다를 울리는 것 같은, 혹은 낙뢰와도 같은.
그런 대기를 흔드는 굉음이었고───
"《홍련의 황녀》..... 네 녀석, 그... 소리는...."
"막아. 안 그럼 죽을 거야."
그리 고한 직후, 스텔라가 탄환이 쏘아진 것 같은 속도로 50미터나 되는 간격을 좁힌 뒤, 스텔라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빛나는 주먹을 꾹 쥐고, 몸 전체를 부딪히듯 오우마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크윽────!"
허를 찔렸다.
이 주먹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오우마에게 있어 디바이스에 의한 참격도 아닌 이런 공격은, 원래 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막으라고 오우마에게 충고한 스텔라의 말엔, 확신에 찬 느낌이 있었다.
그 확신이, 오우마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오우마는 수없이 단련해 온 양팔을 교차시켜, 스텔라의 주먹을 막았다.
그리고 내뻗은 스텔라의 주먹이, 오우마의 가드를 타격했다.
───그 순간
"크, 헉... 아..아악!!!"
오우마의 상정을 훨씬 뛰어넘는 딱딱하고 무거운 충격이, 가드를 넘어 오우마의 갈비뼈를 후려쳤다. 그건, 2겹의 가드 따위론 도저히 죽일 수 없었고, 오우마의 갈비뼈를 통해 등 뒤로 꿰뚫어 나가며, 그의 발을 지면에서 띄워버렸다.
'스텔라 선수, 가드 위로 가한 공격으로 오우마 선수를 날려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어떠한 공격에도, 하물며 디바이스의 참격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던 오우마 선수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무릎이 꺾입니다! 그 정도의 무거운 공격!'
'무거운 것만이 아니야. 오우마의 팔을 잘 봐.'
'에?'
사이쿄에게 지적을 당해, 실황석의 카메라가 오우마의 팔을 확대했다.
거기엔, 경악스러운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이건...! 오우마 선수의 팔에, 마치 인두로 지진 것처럼 스텔라 선수의 주먹의 형태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한 공격으로, 말 그대로 뼈까지 불타 버린 거야. 즉───'
"크아아아아악!!!!!!!!"
무릎을 꿇은 오우마가, 공격을 당한 팔을 억누르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스텔라의 주먹은 단 일격으로 오우마의 강건한 뼈에 균열을 낸 것에 그치지 않고, 그걸 불태웠다.
오우마의 입장에서 보면, 뼈가 새빨갛게 타들은 쇠몽둥이가 된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높은 열은 내부에서 살을 태우고, 신경을 불태웠다.
'외부에서의 고통이라면 익숙해져 있었겠지만, 내부가 불태워지는 고통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건 정말 괴로울 거야.'
'그건 확실히.....! 하, 하지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지금 스텔라 선수는, 명백히 방금 전까지의 스텔라 선수와는 달라요! 이 갑작스런 파워 업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겁니까!?'
실황의 곤혹스러운 목소리에 동조하듯, 관객석에서도 술렁임이 일었다.
당연하다고 하다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검을 써서도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던 오우마의 무릎을 꿇린 여력도 그렇고, 용모의 변화도 그렇고, 사람의 것 같지 않은 그 포효도 그렇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하지만───
"그래.... 그런 거였어.....!"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스텔라라는 소녀와 함께 요 몇 개월을 보내 온 잇키는, 가장 빠르게 그 질문에 답을 얻었다.
"쿠로가네 군, 스텔라 양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를 알고 있는 건가요?"
토카의 물음에, 잇키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아마도, 힘의 사용법을...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틀림없이... 애초에 스텔라는, 불꽃 능력자가 아니었던 거에요."
"네, 네에!? 그게.. 무슨....."
잇키의 답에, 토카는 의아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그녀에겐 잇키의 말의 의미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걸, 그녀의 각성을 직접 봤던 사이쿄가 해설했다.
'블레이저라는 건 말이지, 태어난 순간부터 능력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대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자각하게 되지. 자신에게 불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 중력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각하고 난 뒤 다루는 법을 배워 가다 보면, 이따금씩 오해가 생겨나게 돼. 나도 그랬지. 가장 처음으로 자신에게 이능의 힘이 있다는 걸 자각한 건, 장난감을 공중에 띄워 올린 때부터였어. 난 영락없이 그 때, 자신에게 있는 힘은 물건을 띄우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달랐지.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그런 일도 가능한 것 뿐이었고, 완전히 다른 능력이었어. 스텔라도 그것과 같아. 그야,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면 누구나 자신이 불꽃 능력자라고 생각하겠지. 뭐, 대부분은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능력을 써 놀거나 싸워 나가는 도중에 그 오해가 풀리겠지만..... 스텔라의 경우는, 오해를 한 채로도 그 힘이 너무 강한 게 오히려 더 오해를 사게 만들어 버린 거야. 그 탓에 지금까지 잘못 생각한 채 살아오게 되었지.'
'그, 그러니까.. 스텔라 선수는 불꽃 능력자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는 거야. 스텔라의 원래 능력은, 자연 간섭계가 아닌 개념 간섭계. 그리고 모두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저항할 수조차 없는 공포와 폭력의 상징으로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 개념을...!'
"설....마....!"
사이쿄의 그 말에, 링에 무릎을 꿇은 채 스텔라를 올려다보던 오우마는,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적중했다.
"개념 간섭계───《드래곤》 신화의 세계에 사는, 포식자의 정점에 달한 자의 힘을 직접 몸으로 체현해내는 능력. 그게 내 《홍련의 황녀》스텔라 버밀리온의 진짜 힘이야."
화염 같은 건, 그녀의 진짜 힘의 아주 일부일 뿐. 그야말로 '숨결'밖에 되지 않는다.
신화의 괴물처럼 그 몸에 불꽃을 깃들게 만들어 '용'의 위력을 얻는 것. '용'이라는 개념에 관한 모든 폭력을 체현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힘이고, 진정한 사용법.
스텔라는 그걸, 사이쿄와의 싸움에서 자각하게 되었다. 즉 그건, 지금까지 '숨결'밖에 내뱉지 못한 채 속박되어 있던 용이, 구속을 풀고 자신의 모든 힘을 구사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고───
"그리고 나 자신도 아직 이 힘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제어가 불가능해. 틀림없이..... 당신을 부숴 버릴 거야. 이제 두 번 다시 당신과 만날 일은 없을 테지. 그러니 마지막으로 말해 둘게.
고마워, 오우마. 당신 덕에, 난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됐어."
"으윽.....!"
───이제 자신에게 한 치의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오우마는 알게 됐다.
"《천룡구속》────!!!!!!"
다시금 공격해 들어오는 스텔라를 향해, 오우마는 자신의 몸에 바람의 갑옷으 두르고, 온 힘을 다해 영격해냈다.
스텔라는 지금, 도수공권.
접근을 허용하면, 회전력은 상대가 위이다.
그렇기에, 이 검이 닿는 간격에서 끝내버린다.
그리 결의한 오우마는, 스텔라에게 무수한 참격을 내뻗었다.
하지만───
"느려!"
"윽.....!?"
비처럼 쏟아지는 오우마의, 결코 약하지 않은 참격을, 스테랄는 양주먹으로 쳐냈다. 정확히 《류즈메》의 칼등을 노리고, 주먹에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그리고 《류즈메》가 튕겨나갈 때마다, 오우마의 손을 통해 엄청난 충격이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류즈메》가 저 멀리 날아갈 것 같은 충격이. 온 힘을 다해 손잡이를 움켜쥐어, 오우마는 가까스로 《류즈메》가 튕겨나가는 사태를 막으며, 이마에 땀을 흘렸다.
'이것이.. 용의 여력인가....!'
신화의 세계에 사는 괴물이 지닌 압도적인 여력.
애초에 그건 스텔라의 몸에 어울리지 않는 완력의 보충 역할로 기능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무의식 중의 기능이었다. 마치 잠긴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스텔라는 자신의 힘을 자각하여, 그 수도꼭지를 완전히 개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 출력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 스텔라의 신체 능력은 종래의 수십 배까지 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에 의해 생기는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와 공격력은, 오우마가 내는 모든 참격을 튕겨내며, 그와 벌어진 간격을 없애 가고 있었다.
이제 3번의 참격 정도를 튕겨내면, 주먹의 사정거리까지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웃────!"
오우마도 간단히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서 《바람의 검제》가, 자신의 기술을 선보였다.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류즈메》를 크게 뻗었다.
그리고 근육을 한계까지 짜내고, 굽히고, 등골의 관절까지 굽혀, 상대에게 등을 보일 정도로 몸을 비틀었다. 당연히, 그 사이에 스텔라는 더욱 간격을 좁혔지만, 그건 이미 각오한 바였다. 어차피 난격을 계속 가한다 하더라도 그 모든 공격은 허무하게 튕겨져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최속의 일격에 모든 것을 걸겠다.
검을 한계까지 높게 쳐든 이유는, 그를 위한 동작이었다.
이제부터 나올 것은, 조일일심류에 전해지는 신속(神速)의 검.
온 몸의 모든 근육은 물론, 비튼 자세에서 원래대로 돌아가려 하는 뼈나 관절의 반발력까지 가속에 이용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내뻗는 일섬.
한 번 검을 내뻗으면, 그 다음 사태에 대비할 자세도, 반격을 위한 자세도 취할 수 없다.
그저 속도만을, 베는 것만을 특기로 삼는 기술.
그것이 바로───
"조일일심류 · 신속의 극한. ─── 《아마테라스》!"
"윽......!"
한계까지 몸을 비튼 자세에서 발사된 그 하얀 칼은,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스텔라에게 쇄도했다.
단 한 발이라고 해도, 잇키의 《모방검기》과는 달리, 실제로는 《비익》의 영역에까지 달한 오우마의 《아마테라스》는, 용의 힘을 깃들게 한 스텔라로서도 반응이 가능한 한계를 넘었고, 《류즈메》는 스텔라의 몸을 사선으로 베었다.
공중에 흩날리는 선혈.
《류즈메》를 타고 느껴지는 살과 뼈를 함꺼번에 베어 낸 감촉.
장기엔 닿지 않았지만,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일격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다!"
"크...윽!"
스텔라는 뒤로 후퇴하기는 커녕, 《아마테라스》를 받고도 더욱 앞으로 전진하여, 그 긴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오우마의 오른무릎을 찼다.
스텔라의 로우킥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천룡구속》너머에 있던 오우마의 무릎뼈를 단 일격으로 파쇄해버렸다.
고통에 비틀거리며, 오우마는 어째서? 하고 혼란에 빠졌다.
확실히 《아마테라스》는, 치명상을 주진 못했어도 스텔라의 운동능력을 빼앗기에 충분한 데미지를 주어야 했을 텐데, 라는 혼란.
그 답을, 오우마는 바로 알아챘다.
'이건......!'
저렇게 크게 베여나가 있는 스텔라의 상처.
거기엔, 한 방울의 피도 나와 있지 않았다.
아니, 그렇기는 커녕, 믿기지 않을 속도로 눈으로 보고 있는 사이에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건, 용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강한 생명력.
───예로부터 용 퇴치라고 한다면, 목을 자르는 것이 상식.
용이라는 생명체에 있어, 치명상 이외의 상처 따윈, 부상의 종류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어설픈 부상 따윈 부상으로 간주하지도 않고 있었다.
"칫!!"
능력의 적응폭이 상상보다도 더욱 넓었다.
상황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오우마는 《류즈메》에서 왼손을 뗀 뒤, 손바닥에 대기를 모았다. 만들어내는 건, 대기로 만들어진 바람의 폭탄.
그걸 던져, 스텔라의 몸을 날려버려 거리를 둔다. 그것이 이 순간, 오우마가 할 수 있는 최선책.
───하지만
"거슬려!"
그런 최선책도, 사나운 용에겐 통하지 않았다.
스텔라는 발사된 폭탄을, 주먹을 쥔 손등으로 뿌리치는 것만으로 무산시켰다. 그 소행에, 오우마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쇠로 돌을 내리치는 것처럼, 자신의 마력의 강도만으로 이 쪽의 마술을 산산조각냈어....'
그리고 이 한 수로, 스텔라는 마침내 오우마를 자신의 주먹이 닿는 사정거리까지 파고들었다. 오우마는 바로 빈 왼팔을 뻗어 이걸 막아내려 했지만
"츠으읏────...!!"
그 주먹은, 당연하다는 듯이 가드를 한 팔의 뼈를 부수고, 더욱 나아가 장기에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오우마의 몸이 크게 뒤로 무너지고, 무릎이 꺾였다.
멈추지 않는다. 스텔라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다.
오래토록 단련된 그 육체도, 연마된 속도도, 기술도, 마술도───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유린당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순수한 폭력에.
그리고 그 무력감은, 오우마의 뇌리에 남아 있는 그의 첫 패배와 좌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처참히 기어가는 자신, 그리고 그걸 옥좌 같은 의자에 앉아 노려보는 한 쌍의 눈.
무엇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덤벼도, 계속해서 덤벼 봐도, 그저 앉아 있을 뿐인 《폭군》에게 닿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조차 불가능한 채, 그저 계속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불태우는 고통. 마음을 덮쳐 오는 무력감.
과거와 완전히 같은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그 때의 공포를 떠올리게 만들며 온몸을 떨리게 했다.
"크,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그래도 오우마는 자신의 뇌에 깊숙히 박힌 트라우마에 움츠러들 듯한 몸을 기력으로 일으켜 세우고, 스텔라에 응수했다. 뒤로 비틀거리던 자신에게 추가로 공격을 가해 오려는 스텔라에게 가한 공격은, 심장을 노린 돌진 찌르기. 하지만 망가진 오른다리와 움츠러들 것 같은 몸으로는 기대할 만한 정확도는 얻을 수 없었고
찌르기는, ───막혀 버렸다.
쇄도해 오는 《류즈메》의 끄트머리에, 스텔라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왼손을 뻗어, 손바닥을 꿰뚫리게 만들면서 전진했고, 그 칼의 끝까지 손바닥을 꿰뚫리게 한 뒤 《류즈메》의 칼받이 부분을 다섯손가락으로 콱 움켜잡았다.
"잡았어. 오우마."
'이런─────'
아차, 하고 생각했을 때엔 이미 늦었다. 스텔라는 완전히 비어버린 오우마의 상반신에, 고열의 오른주먹을 찔러넣었다.
"하아아아아아압!!!!!!!!!"
그것도, 일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도와도 같은 연타였다. 《류즈메》를 잡힌 오우마는, 타격의 충격으로 뒤로 물러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한 번 이 《류즈메》를 놓게 되면, 스텔라는 디바이스를 재구성할 틈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놓을 수 없다. 놓으면 진다. 따라서, 도망칠 수도 없다.
도망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이, 그저 이 전차포와 같은 연타를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폭풍우와도 같이 쏟아져내리는 타격은 피부를 태우고, 살으 태우고, 뼈를 격쇄하고...
"~~~~~~~~~~~~카, 하악!!!!"
마침내 오우마의 턱이 내려간 순간.
발 밑에서부터 뻗어 올라오는 듯한 어퍼컷이 내려온 턱을 쳐올리며, 수백 kg을 넘는 오우마의 몸을 공중에 띄워버렸다.
그의 몸은 커다란 호를 그리며 공중을 난 뒤, 돌로 만들어진 바닥 위에 낙법도 없이 등 쪽으로 낙하. 이 시합, 아니..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바람의 검제》가 지면에 무너져내렸다.
◆◇◆◇◆
'오우마 선수, 다운! 대자로 뻗은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움직일 수 없는 것일까요!!'
'가, 강렬해.....'
'이거, 이미 승부 난 거 아냐?'
'이기.... 세계 최강의 마력을 지닌 블레이저인 기가..?'
기록적인 링 아웃에서, 대역전.
진정한 힘을 발휘한 스텔라의 힘에, 회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란도 링 위에 대자로 뻐ㄸ어 있던 오우마에겐 들려오지 않았다.
무리도 아니었ㄲ다. 오른다리는 무릎 쪽이 부러지고, 왼팔은 탈구, 늑골은 무사한 뼈가 한 가닥도 없었다. 어퍼컷을 얻어맞은 턱뼈는 이빨을 지탱해 주는 부분이 통째로 무너졌고, 그 균열은 두개골까지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부서진 뼈에 전해진 열이, 지금도 내부로부터 살을 태우고 있었다.
이미, 의식을 잃어도 이상치 않을 정도로 막대한 외적 데미지였다.
오우마는 그저 흐린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몽롱한 의식 속에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5년 전의 좌절의 날처럼.
세상이 얼마나 넓은 지를.
자신이 얼마나 작은 지를.
───확실히, 오우마는 평범한 사람의 격을 넘어선 '황금'같은 소질이 있다.
하지만, 그건 말하자면 사금과도 같은 것.
이 세상엔 같은 '황금'이라도, 금괴 같은 재능을 지닌 자가 있다.
그런, 선택받은 존재만이 들어설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정점이란, 그런 곳이다.
....이제 그만 자신의 주제를 아는 게 어떨까?
자신의 주제를 알게 되면, 자신의 분에 맞는 영광이 주어질 텐데.
현실은 언제나, 그리 말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큭, 우...오옷..!"
'오, 오우마 선수! 대자로 뻗어 있던 몸을 돌려 엎드리고.. 거기서 양팔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역시 스텔라 선수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가슴을 계속 애태우던 기억이 있었어.'
몇 번이나 세상의 넓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쌓아 온 자신, 긍지, 그 모든 것들이 부서진다 하더라도,
변함 없이 빛을 발하는 갈망이 있었다.
───뭐든지 다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만족스레 살아갈 수 없다고 해도 좋다.
단 하나면 된다.
───최고가 되고 싶어.
자신이 사랑한 이 세계의, 정점에 서고 싶어.
그런, 처음으로 승리했던 날에 품었던 마음.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스텔라의 생각과 비교한다면, 이기적이고 유치한 바램일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해서, 야구선수가 되려 한다.
남들보다 좀 그림을 더 잘 그린다 해서, 만화가가 되려 한다.
그런, 유아 시절에나 가질 법한 장래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도 긍지도 잃어버린 오우마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준 건 그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갈망 뿐이었다.
그렇다면, 아무리 유치하건, 이기적이건───
'그건, 나라는 녀석에게 있어, 생애를 걸기에 충분한 진짜 소원이었어!!!!!'
그러니,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오오오오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앗!!!!!!!!!!!!!!!!!!!!!"
'이, 일어났습니다! 오우마 선수, 피를 토할 것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만신창이가 된 그 몸을 일으켜, 일어났습니다!! 미, 믿을 수 없습니다! 팔도, 다리도, 모두 다 짓이겨진 상태였을 텐데...!'
'기압으로 만든 깁스로 억지로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거야. .......오우마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정신이 들고 보니, 몸의 떨림 따위는 모두 사라져 있었다. 본능에서 끓어오르는 공포가 아닌, 무한한 투쟁심.
살이.
피가.
뼈가.
혼이────
쿠로가네 오우마라는 남자를 형성하는 모든 것들이, 단 하나를 부르짖고 있었다.
넘어 주겠어, 라고.
이전엔 자신의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 절망을 앞에 두고도, 포기한다는 생각 따윈 조금도 들지 않았다. 《폭군》에게 패배한 뒤로 쭉, 다시금 이 영역에 도전할 것만을 갈망하고 달려온 이 1500일은, 무모하긴 했어도 결코 쓸모없는 나날이 아니었다.
일러스트
그 나날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 나날이 있었기에, 아직, 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살아가도록 하자. 이 마음이 갈망하는 대로.
눈앞의 소녀를 넘어서, 이번에야말로, 정점에 올라서기 위해서....!!
"승부다. ─── 《홍련의 황녀》"
오우마는 《류즈메》에 남은 모든 마력을 쏟아, 소용돌이를 둘렀다. 그 소용돌이는 주변의 대기를 먹어치우며 그 밀도를 끌어올렸고, 이윽고 수 천, 수 만 겹의 참격의 폭풍검이 되었다.
닿는 모든 것들을 분쇄해버리는 천룡의 손톱.
예전에 스텔라를 꺾은 《바람의 검제》 쿠로가네 오우마의 오의였다.
오우마는 그걸 하늘 높이 치켜들고, 안광만으로 스텔라를 향해 요구했다.
───뽑아라, 하고.
힘의 차이를 알고 있다고 해도, 적의 전력에 정면승부를 거는 그 자세. 자신이 사랑한 이 세계에, 어디까지나 한 치의 타협도 없고, 꾸밈도 없는, 그 기개. 그걸 보고, 스텔라는 그렇구나, 하고 합숙 때 잇키가 오우마에 대해 말했던, 그 옆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뭐, 내가 알고 있는 인상만을 말하자면, 엄청나게 자신에게 엄한 사람이야."
──오우마에 대해 말하고 있던 때의 잇키의 표정은, 어딘가 자랑스러워 보였다.
그 감정을, 지금이라면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이 형을 존경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한결같이 자신을 위하여.
어렸을 적 품은 꿈과, 누구보다도 많은 벽에 맞서 싸워 온, 이 기사를.
그렇다면───
"맞서 주겠어. ───《바람의 검제》"
스텔라도 또한, 자신의 노블 아츠 중에서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마술로 응했다. 하늘로 뻗은 손바닥에 만들어진 건, 이미 일렁이는 불이라는 형태로 존재할 수 없게 되어버릴 정도의 열기를 담아 만들어진, 빛의 칼이었다.
마력이란 운명을 개척하는 힘.
즉, ───마음이다.
그 마음을 한 데로 모으고, 주먹으로 꾹 쥔 뒤, 스텔라는 눈 앞의 적과 대치했다.
교차하는 시선 사이에, 대화 따윈 없었다.
아니, 필요가 없었다.
여기까지 온 지금, 나누어야 할 것은 검만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꽃과 바람의 기사는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필살기를 내뻗고,
"《월륜을 베어내는 천룡의 발톱》!!!!!!!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
서로, 혼신의 힘을 담아 내리쳤다.
교착하는 폭풍의 검과, 광열의 검.
그건, 예전에 했던 싸움과 같이, 충돌 순간에 염열과 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엔 길항 따윈 없었다.
도신이 충돌한 순간, 광열의 검이 폭풍의 검을 갈라버리고───
그대로, 《바람의 검제》를 삼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
스텔라의 공격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은, 《바람의 검제》를 쓰러뜨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만안 돔 뒤에 있는 오사카 만까지,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불타 버린 돔의 거대 스크린과 관객석. 바다에 새겨진 깊은 단층. 규격 외급의 파괴를 동반한 극적인 결말에, 실황이 흥분한 목소리를 냈다.
'겨, 경이롭습니다! 스텔라 선수, 《바람의 검제》를 뒤에 있던 바다까지 통째로 베어버렸습니다!!!'
'무, 무무.. 무서워라!!!!!'
'《세계시계》가 시간을 멈춘 뒤 피난시키지 않았다면, 다같이 죽어 버렸을 거라고. 진짜 엄청난 공주님이야..'
새겨진 파괴의 흔적에 술렁이는 관객들.
그리고 그런 파괴력을 한 몸에 받은 오우마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주심은 오우마가 이제 싸울 수 있는 상태라고 바로 판단을 내렸고, 시합 종료를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스텔라의 승리를 선언했다.
'지금, 주심이 스텔라 선수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주목을 받던 대결. A급 기사끼리의 괴물 대결을 제압한 건,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 선수입니다! 이야~ 널리 나온 평가로 보면 조금 더 길항이 일 전망으로 보이던 준결승 제 1시합이었는데요, 결과를 보니 역시 마력 보유량 세계 최고라는 기록 보유자!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바람의 검제》를 굴복시켰습니다! 역시 태어날 때부터 가진 마력량의 차이란 벽은 그렇게나 두꺼웠던 것일까요!'
하지만, 그런 실황의 말에
'그건 아닐 거야.'
옆에 앉아 있던 사이쿄가 이론을 제시했다.
'아니라, 라는 말씀은, 승리에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이지. 확실히 마력량이란 그 블레이저가 이 세상에서 짊어질 운명의 크기에 따라 갈린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재능이야. 하지만 큰 힘이란 건 그걸 잘못 다뤘다간,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도 크다는 점이 되지. 그걸 다루어내기 위해선 보통 사람과는 다른 노력과, 그 노력을 계속해 올 강한 마음이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재능에 잡아먹혀 버리는 일도 있어. 실제로 스텔라는 어렸을 적, 자기 힘 때문에 몇 번이고 죽을 고비에 처했으니까.'
'그, 그랬었나요!?'
'마도기사 업계에선 유명한 일화야. 하지만 스텔라는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빠졌음에도, 포기하지 않았어. 타협 없이 단련을 계속해 왔기에, 자신의 피를 끓게 만들어 용을 빙의시키는, 한 발짝 잘못 디뎠다간 자신이 통구이가 될 그런 힘을 제어할 수 있는 마력 제어력을 지닐 수 있게 된 거야. 간단히 말하자면, 이 싸움의 승인(勝因)은, 그런 스텔라의 강한 의지라고, 난 생각해~'
확실히, 스텔라는 힘을 잘못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지름길 따위가 아닌, 필요한 행정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제대로, 자신의 진짜 힘을 옳게 제어해내기 위한 연습으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 도중에 나아가는 발을 멈추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온 스텔라이였기에, 《용》의 힘을 다루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선천적인 재능만이 승인이 되었다는 말은 그녀에게 실례가 될 것이다.
'뭐, 애초에 그런 건 사소한 거고 가장 큰 승인은 그런 스텔라의 잠재 능력을 일깨워 준 내 덕이지만 말야~~ 아~ 너무 뛰어난 코치라 미안~! 아하하~~!'
그런 자만스러운 사이쿄의 새된 웃음소리를 흘려 들으며, 링 위의 스텔라는 자신의 몸에 깃든 용의 힘을 해제했다. 끓어오른 혈액이 열을 잃고, 온몸을 빛나게 했던 열광이 사라졌다.
그리고 완전히 보통 상태로 자신을 되돌린 뒤, 스텔라는 자신의 몸을 안정시키려는 듯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누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겼어.....'
예전에 힘으로 패배해 버렸던 《월륜을 베어내는 천룡의 발톱》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건, 눈에 볼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의 결과였다. 틀림 없이 강해졌다. 몇 주일 전의 자신보다, 훨씬 더.
지금의 자신이라면, 틀림없이 닿을 수 있다.
몇 개월 전은,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당했던 상대. 그 날부터 계속해서 쫓아 온, 쿠로가네 잇키의 등에.
───하지만, 그런 자신의 성장을 곱씹고 있는 한 편, 스텔라의 표정엔 미소 따윈 없었다.
어째서냐면───
'설마, 저렇게 서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바다까지 날려버릴 생각으로 용서 없는 혼신의 필살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쿠로가네 오우마는 싸움의 무대에 우뚝 선 채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걸쳐 참상이 생겨나 있었고, 의식은 이미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투지에 넘치는 안광을 스텔라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 눈에, '반드시 거기로 올라갈 테다'라는 강한 의지의 잔재를 남긴 채.
검은 꺾였지만, 혼은 굴하지 않았다.
그런, 지금도 덤벼들 것만 같은 적 앞에서, 미소 따위를 지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윽고, 의료반이 들것을 들고 링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오우마를 의무실로 옮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니 스텔라는, 그 순간에 오우마에게서 시선을 떼고, 링을 뒤로했다. 자신 앞에서 마지막까지 무릎을 꿇지 않았던 건, 오우마의 의지다. 자신은 끝내, 그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렇다면, 힘없이 실려나가는 모습을 볼 권리는, 자신에게 없을 것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할 건 단 하나.
힘이 다했어도, 유치한... 하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꿈에 도전해 온 남자의 모습만이면 된다.
그리 생각했다.
───이렇게, 인연의 상대인 《바람의 검제》를 무찌르고,
《홍련의 황녀》스텔라 버밀리온은, 한 발 먼저 결승전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