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답을 구하려는 듯, 이이다는 해설인 카이에다를 향해 질문했다.
하지만, 그도 또한 다른 관중과 이이다처럼, 믿을 수 없다는 듯 아연한 표정을 짓고만 있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런 사태는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것도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마력이 늘어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마력이란, 도리를 넘어서 세상을 변혁시키는 힘.
이 세상에 자신의 뜻을 새기는, 운명의 힘인 것이다.
그렇기에, 태어난 순간부터 그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 자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운명은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마력에 대한 인류의 통설.
마도기사에게 있어서 상식인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마력이 늘어났다고밖에 해설할 수가 없어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은, 명백히 그 상식을 초월해 있었다.
불가사의.
혼란.
곤혹.
그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카이에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 에델바이스조차도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것이다.
당연하다.
마력의 최대치가 상승한다.
쿠로가네 잇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진 현상을, 자신의 마음을 마력으로 바꾸어냄으로써 운명을 답파해, 지금까지 상식이라 일컬어져 당연한 듯 믿어 왔던 학설을 그 뿌리부터 뒤집어 엎어 버린 셈이니까...!
하지만, 이 사태에 가장 곤혹해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이었다.
"어.......떻게.......!?"
확실히 카이에다가 말한 대로,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을 축적할 시간은 충분치 못했다.
잇키가 일어설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도수라》를 발동한 지 1분이 경과되어 있다. 잇키는 자기 자신의 몸에 깃든 모든 힘을 소진했을 터이다. 사람의 몸엔 자기 자신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갖춰져 있으니, 체력 자체를 짜내는 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마력까지 회복했다는 건, 대체 무슨 일인가.
그런데, 그렇게 곤혹해하는 스텔라를 향해
"스텔라."
잇키가 행동을 보였다.
천천히 검은 칼의 끝을 들어올리며
"난 지지 않아."
미소짓듯, 그리 선언했다.
"────윽..!"
그 말에, 스텔라는 등골이 떨리듯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공포심인가?
아니다.
환희였다.
──아아, 그랬다.
이 남자는, 언제나 그랬다.
어떠한 부조리함에도 꺾이지 않고, 어떠한 불가능에도 굴하지 않는다.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며, 언제나 상식을 뒤집어 왔다. 그렇다면, 지금 와서 뒤집힌 상식 하나가 더 추가된다 한들 뭐가 대수란 말인가?
그라면, 이 정도는 해 낼 수 있다.
상식 따위는 내팽개치고, 운명조차 넘어선다.
그리고 반드시, 최강의 적으로서 자신의 앞에 설 것이다.
당연하다.
왜냐면 그는,
쿠로가네 잇키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이니까......!
역시, 자신의 눈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야말로, 마음 속으로 확신했다.
그와 함께라면 갈 수 있어.
아득히 높은 곳으로,
───어디까지나 함께!
"────"
하지만, 그렇기에.... 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지지 않는다.
이 엄청난 남자와 같은 곳에 서기 위해, 그에 어울리는 자신이 되고 싶으니까!
"■■■■■■■■■■■■■■■■■■■■■■■■■■─────!!!!!!!!!!!!!!"
주심에 의한 시합 재개 신호가 떨어진 순간.
그걸 지워 없애버릴 정도로 크게, 용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그와 동시에, 스텔라의 몸에 눈에 보일 변화가 일었다.
고동에 맞춰 명멸하고 있던, 몸속에서부터 발하고 있던 빛의 광도가 늘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스텔라라는 존재 그 자체가, 그녀의 윤곽을 나타내고 있던 '빛'으로 바뀔 정도로.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빛과 열파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야간 조명의 빛따위는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그녀의 빛은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처럼 주변을 비추며, 마그마 바다를 한 층 더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열이나 빛 이상의 변화를, 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느끼고 있었다.
───스텔라에게 빨려들어갈 것 같은 감각을.
그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질량이 가벼운 먼지나 잔해 파편들은, 실제로 빛으로 변한 스텔라에게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 현상을 《중력 능력자》인 사이쿄 네네가, 가장 빠르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건, 인력이라는 것을.
'엄청나게 커진 열 에너지가 자기장을 어지럽혀 인력을 발생시키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녀에게 빨려들어가는 잔해나 먼지는, 스텔라의 주변에 닿은 순간 번개 같은 빛을 발하며, 흔적도 남지 않은 채 사라졌다. 엄청나게 늘어난 열에 닿은 순간, 액체에서 기체화되는 과정을 무시하고 그대로 플라즈마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혹성과 같았다.
인력을 갖고 빛을 발하는, 홍련의 행성이었다.
'정말이지 놀라운 여자야....'
이 스텔라의 힘에, 쿠로노도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확실히 잇키는 한계를 넘어섰다.
한계를 넘어서고, 상식을 뒤집어엎고, .....그에 이어서, 이 싸움의 결말조차.
그런 걸 예감한 찰나.
그 옅은 기대를, 스텔라는 손쉽게 날려버렸다.
한계를 넘은 잇키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을 더욱 진화시키는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상식에서 벗어난 자.
태어나서부터, 《마인》이라는 것을───
'이것이..... 스텔라 버밀리온.....!'
───그리고, 한계를 넘어선 《어나더 원》을 향해, 《홍련의 황녀》도 또한 자신의 모든 힘을 낸 뒤, 그 칼끝을 들어올렸다.
상대를 향해 반신 한 쪽을 내민 뒤, 빛의 검을 얼굴 높이까지 들어올렸다.
팔은 옆구리에 붙인 채, 칼 끄트머리는 똑바로 적의 목숨을 향한, 다음 공격은 찌르기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 자세.
그 자세를 취한 채
"잇키. 아마 다음 한 합이 우리들의 마지막 승부가 될 거야. 그러니 지금, 맹세해 둘게."
스텔라는 똑바로, 잇키를 바라보며 선언했다.
"설령 이 한 합으로 네 목숨이 끝날지라도, 난 평생 너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자신 안에 있는 사랑은, 결코 흔들림이 없으리란 것을.
그 말에, 잇키는 쓴웃음을 흘렸다.
"───그렇다면, 더욱 질 수는 없겠네."
당연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를 불행하게 만들려는 남자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녀를 미망인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
답은 당연히 정해져 있다.
"내 최약으로, 네 최강을 쳐부숴 주겠어!"
그렇게, 길게 이어진 칠성검무제 결승전,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었다.
◆◇◆◇◆
《어나더 원》과 《홍련의 황녀》.
둘의 싸움,
마지막 교착.
먼저 달려나간 건, ───스텔라 쪽이었다.
그녀는 이미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를 이용한 장거리전을 내버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도나찰》을 사용한다면, 《천지를 불태우는 용왕의 불꽃》을 발동시키기도 전에 잇키가 자신의 품에 파고들어 참격을 가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거리를 두어도 그건 같다. 《일도나찰》을 구사한 잇키의 속도는, 그의 신발바닥이 다 불타버리기도 전에 이 마그마 바다를 건너와 버릴 테니까.
뒤로 물러나 봤자 승기는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리 결심하고, 스텔라는 몸이 소멸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열량을 높여, 광열의 갑옷을 둘렀다.
마치, 디바이스라 할지라도 닿은 순간 증발해버릴 정도의 열을.
이미 잇키의 칼날은 통하지 않는다.
《음철》의 칼날은, 스텔라의 빛에 닿은 순간 그 존재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방어는 완벽. 남은 건, 이 칼을 그에게 꽂아넣는 것뿐.
그걸로, ───승리다.
"읏────!"
그리 결의하고, 달려나갔다.
그야말로 그 소녀의 이름다운, 진홍빛 유성이 되어서.
'───굉장해..'
눈을 감는 것도, 그렇다고 부릅뜬 것도 아닌 채, 쇄도해 오는 빛을 바라보며, 잇키는 솔직하게 그리 생각했다.
역시 지니고 있는 역량의 차원이 달랐다.
1, 2번 한계를 넘은 정도로는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다.
도대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 재능이었다.
그리고 지금, 스텔라는 그 재능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자기장을 뒤틀어버릴 정도의 열로, 《음철》을 그녀의 몸에 닿게 한 순간에 증발시켜버릴 생각일 거야.'
스텔라는 그런 걸 해낼 정도의 힘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것이다.
저 빛에 닿는다면, 《음철》 따위는 순식간에 소멸해버릴 것이다.
그럼, 어떡해야 할 것인가?
──그건 당연하다.
소멸되는 것보다도 빨리, 칼을 휘두르면 된다.
그 이외엔 방법 따윈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한 번 한계를 짜 낸 몸.
자신의 몸을 형성하는 단백질을 분해하여, 조달이 가능했던 건, 단 한 번 칼을 휘두를 에너지뿐.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고, 잇키는 단언했다.
단 하나.
베는 것.
그것만을 추구해 온 인생이다.
이 국면에서, 그걸 믿는 것 이외에 무엇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러니 잇키는 말을 걸었다.
쿠로가네 잇키라는, 남자를 형성하는 그 모든 것들에.
'자, 가자.'
───그 순간.
잇키는 감정을 불태워 만들어낸 마력으로 《일도나찰》을 발동.
신체능력을 수백 배까지 강화하여, 다음 낼 최속의 일격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그 일격을 낼 자세를, 그의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떻게 검을 휘두르면 최속으로 상대에게 닿을 것인가를.
따라서, 몸은 개의치 않고, 자연히 이끌리듯 자세를 취했다.
몸을 사선으로 두고, 척추 채로 구부리듯 허리를 비틀었다.
칼을 든 팔은, 오른팔 하나.
그 칼은 옆구리를 통해 등 뒤로 돌려놓는 자세로 든 채, 칼날이 시작되는 부분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그건 칼집이 없었지만, ───발도술의 자세이다.
그 자세를 보고,
───스텔라는 잇키의 의도를 간파했다.
자신의 열이 칼날을 증발시키기 전에, 최속의 공격으로 자신을 칠 것임을.
그 자세, 칼집은 없었지만, 발도술과 같은 원리를 가진 자세가 되어 있었다.
중요한 곳은, 칼날을 잡은 왼손.
칼을 잡은 오른손은 앞으로 밀고, 칼날을 잡은 왼손은 뒤로 당긴다.
그렇게 하여, 호를 그리듯 휘두르는 칼과, 그걸 억눌러 놓는 칼집의 관계성이 재현되어, 상반되는 두 방향성 사이에 커다란 힘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칼을 해방시켜 생겨나는 순간 속도는, 그냥 칼을 휘두를 때와는 수준이 다르다.
그냥 칼을 휘둘러도 보기 힘든 정도의 속도를 자랑하는 《어나더 원》의 참격. 그것이 발도술로 나올 때의 속도가 어떨지는, 스텔라에겐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잘만 하면, 칼날이 증발되기 전에 스텔라를 베어내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고 스텔라는 단언했다.
설령 그 일격이 이 빛의 갑옷을 뚫을 정도의 속도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잇키가 참격이라는 수단을 고른 이상, 위협이 되진 않는다.
당연하다.
아무리 빨리 칼을 휘두르건, 서로의 리치 차이는 메워지지 않는다.
뭘 어떻게 하건 간, 먼저 공격이 닿는 쪽은 이 쪽일 테니까.
그렇다면───
'내... 승리야────!!!!!!'
그걸 확신하고, 스텔라는 한 층 강하게 도약하여 빛의 검을 잇키에게 찔러넣었다.
결착의 때.
그 찰나, 스텔라의 집중력은 극한에 달했다.
흘러가는 주위의 광경은 의식 밖으로 사라졌고, 시야에 비춰져 있는 건 새하얀 세계와, 지금 막 자신을 영격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잇키의 모습 뿐.
그런, 적의 모습 이외에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린 이 새하안 세계에서───
──────........................?
스텔라는,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가,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이상했다.
마치, 아침에 잠에서 꺴더니 하늘 색깔이 핑크색이 되어 있는 듯한 기분,
멍청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그런 엄청난 위화감.
대체 뭘까.
무엇이 이상한 걸까.
그 위화감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집중의 극지.
마치 주마등처럼 몇 십 배나 길게 느껴지는 이 시간 속에서 그게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스텔라는 알게 되었다.
위화감의 원천.
그건, 검을 휘두르고 있는 잇키.
────그 발치에 있던, 검은 그림자.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질 않았다.
잇키는, 스텔라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 하고 있는데.
그의 그림자는, 우뚝 멈춘 채───.....
아니, 아니었다.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마치 그의 흉내를 어색하게 내고 있는 것처럼, 그의 움직임을 '뒤쫓아'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의미를, 스텔라는 알게 되었다.
잇키 자신의 그림자가, 잇키의 움직임에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게 가능한 걸까.
불가능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리는 없다.
하지만 그 불가능한 현상을, 시간이 지난 뒤 수많은 자들이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자들이, 그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검에 살고, 검을 믿고, 한계를 넘어서 도달한───,
자신의 그림자조차 쫓아갈 수 없는 신속의 일격.
한 사람이 완성해 낸, '벤다'는 개념의 궁극형태.
언젠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고, 추구해 나아갈 그 극한의 경지.
그 일격은, 현상과 경외, 두 의미를 담아 사람들을 통해 이렇게 전해진다.
최후의 비검─── 《추영》(追影)이라고.
◆◇◆◇◆
"커, 하악.. 아아.....!"
둘의 그림자가 교착한 직후.
선혈을 흩뿌린 건, 스텔라 쪽이었다.
'호, 《홍련의 황녀》의 몸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홍련과 푸른 빛의 찰나의 교착! 그 교착을 제압한 건 《어나더 원》 쿠로가네 잇키 선수다아아아앗!!!!!!!!!'
'뭐, 뭐가 일어난지 전혀 보질 몬했는데..'
'꺄아아아앗~! 잇키 군, 최고야~~!!'
'이거 꿈 아니지!? 그 상황에서 진짜 시합을 뒤집었어!!'
《일도수라》가 끝난 뒤, 이미 모두가 여기까진가.. 하고 포기한 직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집어 엎고, 형세를 역전시킨 잇키를 보고 회장의 분위기는 다시금 끓어올랐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교착한 그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 뭐였는지 알지는 못했다. 토카와 함께 이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회 임원 중 한 명인, 사이조 이카즈치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이... 토마루.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하지만, 이 말에 렌렌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나한테 물어본다 한들... 너무 빨라서 안 보였거든."
하군에서도 손꼽히는 맹자인 둘의 눈에도, 《홍련의 황녀》와 《어나더 원》의 싸움은, 따라가지 못 할 정도의 차원이 되어 있던 것이다.
그런 둘을 향해, 토카가 말했다.
"발도술이군요."
그녀는 가까스로, 교착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을 보았던 것이다.
"그건.. 토, 토카의 《뇌절》 같은 거야?"
우타카타의 질문에, 토카는 부정으로 답했다.
"아니. 내 《뇌절》과 같은 발도술일지라도, 거기에 적용된 원리 자체가 달라. 《뇌절》은 전자력을 이용해 가속을 죽이지 않으니, 얼마나 칼집에 걸리지 않고 빼내는 게 중요하지만, 지금 쿠로가네 군이 이용한 건 그것과 완전히 달라. 도신을 강하게 쥐어, 일부러 그 칼집에 칼을 걸어 놓아 힘을 축적시킨 뒤, 통상의 참격으론 해낼 수 없는 속도와 위력을 얻어낸 거야.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딱밤을 생각하면 될 거야."
"아, 그렇구나."
그 설명에, 우타카타도 납득했다.
아무리 손가락을 빠르게 휘둘러 봤자 아무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를 뿐이지만, 엄지손가락으로 그 손가락을 잡아 놓고 힘을 모은 뒤 해방시킨다면, 날카로운 풍절음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 그 작용을, 잇키는 참격에 응용한 것이다.
"하지만 회장님. 그걸로 아무리 검을 빠르게 휘두른다 한들, 양쪽의 디바이스의 길이 차이를 생각하면, 스텔라 양의 검이 먼저 닿았을 거에요. 쿠로가네 군은 어떻게 그 리치의 차이를 극복한 건가요?"
"카나. 그 답은, 《음철》의 손잡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듣고, 카나타는 링 위에 서 있는 잇키를 바라봤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은 칼.
그 손잡이가, 이상할 정도로 짧아져 있다는 것을.
손잡이를 잡고 있던 오른손의 약지 부분까지 사라져 있었다.
"저건, 설마.... 녹은 건가요!?"
"그래. 교착의 순간, 스텔라 양의 칼끝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쿠로가네 군은 《음철》을 뽑아 휘둘렀어.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길이 차이 때문에 먼저 공격을 당하겠지. 그러니 쿠로가네 군은 칼날이 아닌 손잡이 채로 칼을 휘둘러, 《음철》의 손잡이 끄트머리로 《비룡의 죄검》의 옆면을 쳐낸 거야."
"그걸로 찌르기의 궤도를 빗겨냈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한 순간에, 그런 전략을.... 대체 어떻게 된 남자인 건가.."
"정말, 엄청난 사람이에요.."
그 눈 깜짝할 찰나에, 공격과 방어를 양립시킨 발상과 기술.
검이라는 무기, 그 사용법의 차원이 달랐다.
'.......항상 보고 배우기만 하네요.'
───그리고, 감탄하는 토카의 옆에서
"하지만 말야, 저 정도의 상처는 스텔라라면 곧바로 회복할 수 있지 않아?"
지금까지의 싸움을 봐 왔다면 당연히 여길 그 질문을, 우타카타가 입에 담은 순간, 링 위에서 움직임이 나타났다.
"쿨럭! 커헉!!"
스텔라가 피를 토함과 동시에, 그 몸이 무너진 것이다.
'스텔라 선수, 복부에서 출혈이 멈추질 않습니다! 상처가 치유되질 않습니다!! 검을 짚어 가까스로 쓰러지는 걸 막았다 하더라도, 척 봐도 데미지가 깊습니다! 용의 생명력에 의한 치료가 들어가질 않습니다!!'
잘 보니, 스텔라가 흘리는 피가 불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 이 시점에서, 스텔라의 《용신빙의》가 풀려 있던 것이다.
그건 어째서일까.
그 이유를, 관객석에 앉아 있던 쿠로노가 알아챘다.
"그렇군.... 아슬아슬한 싸움을 하고 있던 건 쿠로가네 쪽만이 아니었다는 건가."
"무슨 말이야, 쿠우?"
"《용신빙의》엔 커다란 약점이 있다는 말이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겠지만, '용의 여력'이나 '용의 생명력' 같은 유리한 점만 뺴 와서 쓸 수 있을 리는 없겠지. 그녀의 힘은 용이라는 존재를 체현해내는 것이니까. 그건 버밀리온도 알고 있었으니 어젯 밤에, ─────그런 정도의 식사를 해 뒀던 거야."
그 말에, 사이쿄도 알게 되었다.
"아아, 그렇구나. 약점이라는 건, 소모 칼로리구나!"
그 말대로였다.
스텔라는 '용의 여력'이나 '용의 생명력' 같은 힘을 쓸 때, 마력과 동시에 대량의 칼로리를 소모한다. 특히 이번엔, 스텔라는 거의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데미지를, 이미 '용의 생명력'을 이용해 한 번 억지로 치료했었다. 그 때 '용의 신진대사'로 인해 엄청난 양의 칼로리를 소모한 것이다.
지금, 스텔라는 완전히 연료 고갈 상태.
이미 상처의 치유는 커녕, 의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곤란한 상태였고, ───다음 순간, 새된 소리와 함께 그녀가 짚고 있던 《비룡의 죄검》에 균열이 간 뒤, 깨져버렸다.
'아앗! 여기서 그녀가 짚고 있던 《비룡의 죄검》이 깨져버렸습니다!!'
지탱하던 것이 사라진 스텔라는, 그대로 링에 쓰러졌다.
그럴 터였다.
"윽.........!"
하지만, 스텔라는 그걸 거절했다.
'꺾이지 마, 내 무릎.....!'
무너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그녀는 자신을 향해 말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써 버려, 디바이스가 깨져 버렸다 할지라도,
조금의 의식이라도 남아있다면.
'처지지 마... 내 머리...!'
아무리 소심하건, 아무리 한심하건,
아무리 끈질기다는 말을 듣건 간에.
'목표에서 눈을 돌리지 마.......!'
그것이, ───'도전자'의 최저한의 조건이니까.
스텔라는 비틀거리면서도 잇키를 향해 마주선 채, 주먹을 앞으로 내뻗었다.
고요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잇키는, 가슴팍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그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거기에, 자신을 쓰러뜨릴 힘이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주먹에 쥐여진 것이,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잇키는 그 주먹을 가슴으로 받아냈다.
받아 주었다.
"다음, 은.... 흐윽.... 절대로.... 지지 않을 거야.....!"
분한 마음에 얼굴을 찡그리며 선언한 그 말과 함께, 마지막 한 줌의 의지를.
그 순간, 최후의 의지조차 소진시켜 버린 스텔라의 몸이 바닥에 무너졌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딱딱한 링 바닥에 쓰러지지 않았다.
한 발짝, 잇키가 앞으로 나아가며 스텔라를 끌어안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선언했다.
강하게, 스텔라의 몸을, 자신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끌어안으며
"아니... 다음에도 틀림없이.... 내가 이겨 보이겠어."
그 직후, 주심이 양손을 교차.
시합 종료 부저가 울리고, ───칠성검무제 결승전의 결착이 났다.
◆◇◆◇◆
'시합 종료!!!!!!!!!!!!!!!!!!!!!!!! 스텔라 선수가 힘을 다함과 동시에, 주심이 승자의 이름을 선언하였습니다! 역전에 이은 역전! 서로의 사력을 다한 사투! 그 사투 끝에, 마지막까지 링 위에 서 있던 건..... 하군 학원 1학년! F랭크! 쿠로가네 잇키 선수다아아아아아앗!!!!!!!!!!!!!'
' '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
눈 아래에 펼쳐진 결말에, 관객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온 힘을 다해 박수를 보냈다. 잇키를 응원하고 있던 사람들도, 스텔라를 응원하고 있던 사람들도, 편가르기조차 없이, 최후의 승자에게 축복을 보냈다.
그 중엔, 잇키에게 패배하고 자신의 꿈이 무너진 자들도 있었다.
"지, 진짜 대단하고마!! 증말로 해냈다!! 저 괴물같은 A랭크랑 싸워서 이겨냈다고!!"
"너무 대단해서.... 말이 나오질 않는군요."
아이처럼 방방 뛰며 기뻐하는 모로보시. 평소에 그 침착했던 죠가사키조차, 그 하얀 피부가 흥분에 귀까지 빨개져있었다. 그 옆에서, 잇키의 친구인 아리스인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있었다.
이 자리로 올라서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 왔는지를, 아리스인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의 비명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리를 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승리가 자신의 일처럼 기쁘게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보다도 훨씬 기뻐해야 할 건 역시 그녀일 것이라고, 아리스인은 시선을 돌렸다.
"잘 됐네. 시즈쿠."
하지만.
"으읏.......!"
시즈쿠는 그런 아리스인에게 한 마디도 답하지 않고, 새파래진 안색으로 펜스를 뛰어넘었다.
그대로 마그마 바다로 뛰쳐들었다.
그 순간, 스텔라를 끌어안고 있던 잇키의 몸이 비틀거리며, 그대로 링 바닥으로 쓰러졌고───
"《동토평원》────!!"
'뭐, 뭐꼬!? 마그마 바다가, 얼어붙어....!'
'저 녀석은 확실히, 《워스트 원》과 《바람의 검제》의 동생인───'
'《심해의 마녀》인가!'
갑작스러운 난입에 깜짝 놀라는 관객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시즈쿠는 얼어붙은 발판을 내달려 나아가 둘의 곁으로 향한 뒤, 새파랗게 질린 채 외쳤다.
"어서 들것을! 오라버니와 스텔라 양을 의무실로 옮겨 주세요!"
그 말에, 서로의 게이트에서 들것을 짊어진 남성들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엉망이 되어 있는 두 기사를 들것에 실었다.
완전히 의식이 없어져버린 것일까. 둘은 조금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열심히 싸웠으니까.'
'응. ......진짜 대단했어. 둘 다, 정말 강했어......!'
'지금, 원래 형태조차 남지 않은 링을 떠나가는 둘을 향해, 아낌 없는 박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이제 자신의 힘으로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 정도로 사력을 다해 겨룬, 두 기사! 그 둘의 보석 같은 광채를,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주신 관객 여러분들도 잊지 못하실 겁니다! 설령 시대가 바뀌어, 힘으로 자신의 프라이드를 나타내는 것이 어리석은 행동이라 일컬어지는 시대가 찾아올 지라도, 칠성검무제라는 이 대회가, 인습으로서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할지라도, 저희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진정한 강함이란 건, 확실히 그들 속에 있다는 것을───!'
의식을 잃은 채 떠나가는 승자와 패자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 중엔, 이전에 그와 적대 사이에 놓여 있던 아카츠키 학원의 사라나 카자마츠리의 박수도 섞여 있었다.
"잇키.... 축하해....."
"큭큭큭, 역시 짐의 《황혼의 마안》은 잘못되지 않았어! 저 자는 언젠가 이 나라를 통솔한 짐의 집사에 걸맞을 게야....! 어떻게든 끌어들일 순 없겠나, 응? 샤를로트여!"
"크르르르르르....."
아무 표정도 없는 채 짐승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샤를로트.
그 뒤에서, 에델바이스는 귀가 아플 정도의 박수가 쏟아지는 링을 떠나는 잇키를 바라보며
".....이거 참, 정말 대단한 소년이네요. 그는 언제나, 제 예상을 뛰어넘어요."
감탄의 말을 흘렸다.
"설마... 그 나이에 《각성》의 경지에 달할 줄이야."
그게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모른다.
운명의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운명에게 사로잡혀 있다는 것과 동시에, 운명에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니까.
분에 상응하는 행복이, 거기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안녕하게 살아가는 것을 바란다면, 결코 발을 들이지 말아야 할 영역이다. 실제로 그녀도, 그 영역에 달했음에도 자신의 의지로 돌아간 기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잇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내딛은 것이다.
신의 충고를 뿌리치고.
운명의 너머.
'마인'의 영역으로.
'저 한 발짝을 계기로, 《어나더 원》은 이 별을 둘러싼 인과 너머의 존재가 되어버렸어.'
운명을 따르는 것이 아닌, 이 세계의 미래를 바꿔낼 존재가 되었다.
그건 즉───
"저 둘은, 당신이 본 '절망의 미래'를 물리칠 힘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읜 헌신은, 결코 쓸데없는 짓이 아니었어요."
에델바이스는, 츠키카게를 향해 그리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 말에, 츠키카게는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생각하나요? 에델."
"네. 전 물론이고요. 그리고 저 이외의 《마인》들도, 틀림없이───"
그리 답한 뒤, 에델바이스는 회장을 둘러봤다.
이 회장엔 지금, 세계 각국에서 이끌리듯, 큰 힘을 지닌 자들이 모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