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77)

일러스트

그 누구나 에델바이스처럼, 공연히 나다니진 않았지만, 당당한 자세로.

사람을 넘어선, 언젠가 이 세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때, 맞부딪힐 자들이.

그리고,

"누구나가 확신했을 거에요. 지금 이 세계에, 새로운 한 미래가 생겨났다는 것을."

그 에델바이스의 말에, 츠키카게는 눈을 감았다.

그가 떠올리고 있던 건.....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 방문한, 쿠로가네 본가에서 본 광경.

누구도 상대하지 않았고.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혼자서 땀을 흘리며 칼을 휘둘러 왔던 소년의 모습.

"....만약 그렇다면, 정말 듬직하게 느껴지는군요."

그가 만들어낸 미래는, 자신이 이전에 본 그것보다도, 훨씬, 더 훨씬, 희망과 상냥함으로 가득찬 멋진 세계일 테니까.

종장(후)

나란히 선 자

결승전 후, 링 위에서 쓰러진 잇키와 스텔라는 그대로 의무실에 있던 재생 캡슐에 들어갔다.

거기서 치료가 행해지고───

", ................"

잇키가 의식을 되찾은 건, 날짜가 바뀌려 할 때쯤이였다.

"여긴....."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바둑무늬 천정.

잇키는 바로, 여기가 어제 잠들어 있던 의무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은발의 소녀의 존재도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시즈쿠..... 그렇구나, 난 그 뒤... 링에서 의식을 잃고...."

"몸은 좀 어떠세요? 아픈 데는 없으세요?"

그 질문에, 잇키는 자신의 몸을 의식했다.

확실히 거기엔, 납덩이같은 피로감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피로감은, 동시에 충실감으로도 느껴졌다.

"그렇구나..... 난, 스텔라에게 이겼구나...."

그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한 기사에게.

그것이 꿈이 아니란 것을 확신하고, 잇키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런데, 스텔라는?"

"여기 있어."

목소리는, 시즈쿠가 앉아있는 곳과 정반대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파이프 의자에 앉은 아리스인과 잇키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스텔라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그 스텔라라 해도 이번만큼은 완전히 푹 잠들은 것 같아."

"스텔라...."

잇키는 누워 있는 스텔라를 바라봤다.

잠을 자며 내는 숨소리는 규칙적이었고, 혈색도 좋았다.

깊은 데미지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행이다."

"자기가 베어 놓고는."

"이, 이상한 말투로 말하지 말아 줘.."

"우후후. 미안~"

그리 사과한 뒤, 아리스인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즈쿠를 향해 말했다.

"그럼 잇키도 눈을 떴으니, 슬슬 우리들은 호텔로 돌아가도록 하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

거기에, 시즈쿠도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녀도 잇키가 눈을 떴을 때까지 기다린 뒤 바로 돌아가려 했던 참이니까.

"응. .....오라버니, 갈아입을 옷은 침대 옆에 놔 뒀어요. 내일 아침 표창식이 있기 전에 깨우러 올 테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그렇게 할게."

"그리고───"

시즈쿠는 잇키의 울퉁불퉁한 손을 작은 양손으로 감싸듯 잡은 뒤,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띠며

"축하드려요, 오라버니. 오늘 오라버니는 지금까지의 오라버니 중 최고로 멋졌어요."

그의 승리를 축복했다.

"응. ....고마워."

"파티는 나중에, 도쿄에 돌아간 뒤에 하자. 좋은 가게를 소개해 줄게."

"기대하고 있을게."

"맡겨만 둬. 그럼 이만~"

"오늘은 푹 쉬셔야 해요?"

그리 말하고, 둘은 의무실에서 나섰다.

은은한 달빛이 비춰져 들어오는 의무실 안.

잇키와 스텔라만이 남았다.

밤의 정적에 들리는 건,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와, 그녀의 숨소리 뿐.

자연히 잇키의 시선은 옆의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스텔라에게 빨려들어갔다.

"..........잇, 키......"

"........!"

갑자기, 스텔라의 입이 잇키의 이름을 불렀다.

눈을 뜬 건가.

그리 생각하고, 잇키는 침대에서 나와 스텔라에게 다가갔지만, 침대에 누워 있던 스텔라는 여전히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기분좋게 잠들어 있었다.

단순한 잠꼬대.

약간 맥이 빠진 잇키는, 그대로 아리스인이 앉아 있던 파이프 의자에 앉았다.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그리 생각하고, 스텔라의 잠든 얼굴을 바라봤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턱은 없었다.

그저───

".........."

가슴에 들어찬 감정들.

오늘이라는 날의 충실함.

한계 정점을 넘어선 극한의 대결, 서로의 투지로 겨룬 소녀의 표정.

그 불타오르는 눈동자를.

사나운 미소를.

그 눈부신 존재감을, 잇키는 떠올렸다.

두근, 두근.

하나씩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고동이 가속되어 갔다. 이 소녀가 있어 준 덕에, 자신은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다.

이 소녀가, 그렇게까지 자신과 온 힘을 다해 싸워 주었으니까.

"스텔라.."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언저리에서부터 벅차오르는 사랑스러운 감정에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감정에 이끌리듯, 잇키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 있던 스텔라를 덮듯 상반신을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슬쩍 만졌다.

그게, 잘못된 행동이었다.

"아, 잇....키... 흐뉴우~~~"

잠든 채인데도, 그게 잇키의 손이란 걸 알 수 있는 것인가. 스텔라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냄새를 묻히려는 고양이처럼 그의 손에 뺨을 부볐다.

"~~~~~~~~~~윽!"

그 스텔라의 행동에, 잇키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터져나갔다.

───이 얼마나 귀여운 소녀란 말인가.

고동은 이미 귀가 멀 정도로 시끄러웠고, 피가 끓어올랐다.

체온이 높아지고, 목이 바싹 메말랐다.

그리고 시선은, 자연히 눈 앞의 촉촉한....

달빛에 비춰 촉촉하게 빛나는 스텔라의 입술에 빨려들어갔다.

지금 당장 이 소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키스하고 싶었다.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푹 빠진 연인을 상대로 키스하고 싶다는 건, 자연스러운 것.

언제나 하고 있으니, 스텔라도 용서해 줄 것이다.

그런 제멋대로인 변명으로 잠들어 있는 여성의 입술을 빼앗는 죄악감을 KO시킨 뒤, 잇키는 마치 꽃에 이끌려 날아가는 벌레처럼, 스텔라의 입술을 향해───

"잘 먹겠습니다..."

"에? 밥이야?"

번쩍!

갑자기 떠진 비색의 눈동자와, 시선이 교차했다.

숨결이 닿을 정도의, 접촉 직전의 거리에서.

"...................~~~~~~~~~~~~~!?!?!?"

눈을 뜨니, 눈 앞에 잇키의 얼굴이 있었다.

그 상황은, 스텔라의 머릿속을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자, 잘 잤어, 스텔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쿠헉!?"

섬광과도 같은 무릎찍기가, 잇키의 명치를 꿰뚫었다.

◆◇◆◇◆

"미, 미안해! 잇키! 저, 정통으로 명치에 들어갔는데.. 괜찮아!?"

스텔라는 아직도 엎드린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잇키의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여기에 잇키는

"으, 응..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까.."

라고 답했지만, 얼굴엔 식은땀이 잔뜩 나 있어 전혀 괜찮지 않아보였다. 그런 잇키의 표정에, 스텔라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어 풀죽은 표정을 지었다.

"아우우... 정말 미안해.. 그, 그래도 잇키가 그런 데에 있으니까..

"응. 지금 건 내가 200% 정도로 잘못했어. 그러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잇키가 그리 다시금 말해 주자, 그제야 스텔라는 사과를 멈췄다.

그리고 그 때가 되어서야, 스텔라는 자신이 본 적 없는 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디야?"

"만안 돔의 의무실이야. 시합 뒤에 실려 온 모양이야."

"아아, 이 대회에서 의무실로 실려온 건 처음이라 몰랐어."

그리 말한 뒤, 스텔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구나, 나.. 져 버린 거구나."

그 스텔라의 말에, 잇키는 약간 겸연쩍음을 느꼈다. 자신이 눈을 떴을 때, 스텔라를 이겼다는 충실감을 다시금 느꼈던 것처럼, 지금 스텔라의 가슴 속엔 분한 마음이 들어차 있을 테니까.

그걸 생각하니, 아무래도 자신은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 저기... 나, 좀 밖에 나가 있을까?"

"응? 왜?"

"아니... 역시 오늘 막 시합을 했던 참인데, 그.... 내가 있으면 좀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전혀 그렇지 않아."

하지만 이 잇키의 제안에, 스텔라는 망설임 없이 그리 답했다.

"혹시 잇키, 내가 울 거라 생각했어? 그런 아까운 짓 난 못 해."

"아깝다?"

"그래. 확실히... 가슴 속에 들끓는 듯한 분한 감정은 남아 있지만, 그걸 눈물로 토해낸다니, 아깝잖아. 이 분한 마음은, 날 강하게 만들어 줄 힘이니까. 내 속에 담아둔 채 불태우고, 키워낸 뒤, 잇키를 향해 되돌려 줄 테니까!"

스텔라는 그리 말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힘찬 웃음.

그녀는 진심일 것이다.

이미 내년에 할 복수를 생각하고 있다.

그 긍정적인 태도에, 다시금 생각했다.

───정말로 강한 소녀구나, 하고.

"....역시 스텔라야."

"거기에, 분함만 느끼는 건 아닌걸."

"에?"

"내 예감이, 틀림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스텔라가 말한 예감이란 건, 잇키와 함께라면 어디까지나 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재능의 차이를 생각하자면, 잇키에겐 너무나 무거운 기대.

하지만, 잇키는 이 스텔라의 기대에, 더할 나위 없는 형태로 응해 주었다.

어디까지나 함께 가자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와,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느끼는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스텔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잇키에게, 악수를 건네며

"잇키. 다음에도 쭉, 내게 있어 '가장 멋진' 사람으로 있어 줘야 해?"

미소지으며, 그리 말했다.

그건, ───좋지 않은 행동이었다.

실로, 좋지 않았다.

그 한마디는, 방금 트러블로 일단 진정된 잇키의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이미, 수습할 수가 없었다.

"────으읏!"

"에.. 꺄앗!?"

다음 순간, 잇키는 스텔라가 뻗은 손을 무시하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그대로 스텔라의 몸을 뒤에 있던 침대로 쓰러뜨렸다.

◆◇◆◇◆

"................."

"이, 잇키.....?"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멍해져 있던 스텔라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라타 앉아 있는 잇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텔라의 눈에 비친 잇키는.... 그녀의 눈보다도, 더 새빨간 얼굴이 되어 있었다.

───부끄러웠다.

자신이 지금부터 할 말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이 감정에, 다시금 뚜껑을 덮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니 잇키는, 죄여 들어가는 목을 억지로 움직여 말을 꺼냈다.

"저기... 스텔라. 학생회 분들과 같이 오쿠타마에 갔을 때, 내가 산장에서 했던 말, 기억해? 스텔라의 부모님과 인사하기 전엔, 스텔라랑.... 그.... 야한 건, 할 수 없다고.."

"으, 응... 기억하고 있어. .....엄청, 기뻤으니까."

엄청 기뻤다.

그 말에, 잇키는 다시금 작게 신음했다.

정말 엄청난 말을 했구나, 하고.

아니, 그 시점에서 말한 건 자신의 거짓 없는 본심이었고, 그럴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무리다.

그러니.

"그렇게 폼 잡고 말한 뒤라서 엄청나게 하기 미안한 말인데.. 말야."

잇키는, 스텔라를 향해 사과하듯 말했다.

"그거, 없었던 걸로 해 줘!"

"──────에?"

그 말의 의미를, 스텔라는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잇키에게 밀려 넘어진 이 상황이.

귀까지 새빨개진 잇키의 얼굴이.

뇌내에서 반향하고 있는, 방금 그 말과 이어졌고.

이윽고,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 순간, 잇키의 열병이 스텔라에게도 전염.

뺨이 열을 띠고, 거기서 귀까지 퍼져나간 뒤, 목소리가 반 옥타브 정도 높아졌다.

"그건.. 그, 그거... 그건..... 호호호호호호혹시....~~~~~~~!?"

"뭐, 그.... 그런 거야."

"으읏~~~~~~~~!! 조, 조조조조금만 기다려 봐! 잠깐만! 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잇키!? 진심이야!? 것보다, 너 진짜 맞아!? 내 그 거의 나체 상태의 몸을 보고도 유혹에 지지 않았던 강한 잇키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죽었어."

"죽었어!?"

엄청나게 억지스런 말투였지만, 잇키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의 그에겐, 이렇게나 매력적인 연인 앞에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서 그 상황을 자제해낼 수 있었는지, 당시의 자신의 기분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스텔라와 싸우고, 자신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생각했어. 여기서 나아가는 발을 멈춘다면, 스텔라는 혼자서 위로 올라가 버릴 거라고. 그리고.... 나 이외의 '최강'을 찾아내고, 그와 경쟁할 걸 말야. 하지만.... 그걸 상상했을 때, 난 정말로 싫다고 생각했어. 머리가 어떻게 돼 버릴 정도로, 그 '누군가'가 미웠어. 네 무엇 하나도 다른 누구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아. 네 모든 걸 독점하고 싶어. 그 때 날 움직이게 해 준 원동력은, 그런 마음 하나였어. 그 마음이...... 텅 빈 내 마음에 불을 지펴준 거야. 그리고, 그 불이, 지금도 아직 꺼지질 않아."

잇키는 멈추지 않았다.

그 이상을 말하면, 자신들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진전되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 한마디를, 입밖으로 냈다.

폼 잡는 말 따윈, 내버린다.

조르듯, 애원하듯.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말로 표현했다.

"난 지금, 스텔라를 안고 싶어.....!"

"───────"

그 말에, 잇키를 비추던 비색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거기에 깃든 감정은, 놀람, 당혹, 동요, 그리고──────

"안... 되려나?"

"바보 잇키....."

흘러넘칠 정도의, 환희였다.

스텔라는 작게 미소지으며 잇키의 뺨을 향해 손을 뻗은 뒤, 아프지 않을 정도로 뺨을 꼬집었다.

"....그 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그렇다.

계속해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과 인사를 하기 전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준 것은, 확실히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여자로서 자신을 요구한다는 사실에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잇키만 바란다면, 자신은 언제나───

쭉 그리 생각해 왔다.

그러니.

"그러니, 지금.... 난 정말 기뻐...."

비색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따스한 눈물.

자신의 모든 걸 긍정해 주는 그 눈물의 빛은, 잇키의 용기가 되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스텔라.....!"

"아, 그래도 좀만 기다려 봐!"

하지만 서두르는 잇키를, 스텔라는 힘으로 꾹 밀어냈다.

"스텔라?"

설마 이 타이밍, 이 흐름에 대기 지시를 내릴 줄은 몰라서, 잇키는 곤혹함에 빠졌다.

그런 잇키를 향해, 스텔라는 살짝 의심스러워하는 듯한 시선을 향한 뒤, 물었다.

"잇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대로 '그거'는 준비해 뒀어?"

"'그거'라니.....?"

흉내내듯 되묻는 그 질문에, 스텔라는 "그, 그러니까 그거...!" 하고 입을 우물거리며, 조금씩 끊어지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화, 확실히 나도 잇키가 그렇게 말해 줄 건.. 기다려 왔다구?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학생이니까.. 서로 부모님하고 제대로 인사도 못 했고.... 난 내년에도 잇키와 싸울 거니까, 그... '생겨 버리면' 안 되잖아?"

"......아."

거기까지 듣고, 아무리 그 둔감한 잇키라도 알아챘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건 준비해 두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잇키는 자신의 경솔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미, 미안! 나란 녀석은 정말... 마음만 앞서나가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잇키는 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우우우....."

스텔라가 힐난하는 듯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걸 느끼고, 잇키는 미안하다는 듯 앓는 소리를 냈다.

스텔라가 화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건, 남자인 자신이 신경써야 할 것.

그 중요한 걸 신경쓰지 못하고, 욕망만으로 앞서 내달렸다는 것.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게 없더라도, 파서 들어가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한심함에,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강행할 수도 없었다.

"그, 그럼... 지금 당장 사 올 테니까..."

엄청나게 꼴사나운 이야기로 보이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잇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자, 잠깐!"

그런 잇키의 팔을, 스텔라가 잡았다.

"여, 여자애를 이런 마음이 들게 만들고 이제 와서 방치해 놓는다니, 감점 요소야! 그것도 아주 큰 감점! 딱히 지금 당장 사 오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그래도 그럴 수는.."

"됐대도! 조금만 기다려 봐."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리 말한 뒤, 스텔라는 침대 옆에 있던 서랍에, 갈아입을 옷과 함께 들어가 있던 화장품 파우치를 열었다. 그리고, 잠시 그 안을 뒤진 뒤 찾던 것을 잡은 뒤,

───마치 결의를 다진 것 같은 침묵 뒤, 모기가 기는 목소리로

"....이거, 써.."

그리 말한 뒤, 파우치에서 사각형 비닐에 밀봉된 물건을 꺼내들어, 잇키에게 건넸다.

"─────윽!?"

사용해본 적은 없었지만, 잇키도 지식은 있었다.

그리고, 그건 틀림없는, 지식으로서 알고 있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지금 나온다는 건...

"스, 스텔라, 혹시.. 계속 준비해 뒀던 거야?"

"~~~~~~~~~윽!"

그 질문에, 스텔라는 불을 뿜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따, 따따따딱히 계속해서 기대해 왔다던가, 그런 건 아니라구!? 아니라니깐!? 그저, 그... 애, 애인이 언제 요구해 와도 괜찮도록 준비를 해 두고 있었던 것뿐이라구! 그래, 그건 황녀로서 당연한 에티켓이야!"

'다, 당연한 거구나.. 황녀란 건 대단하네..'

"호, 혹시 날... 품위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 절대 안 해!"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어 오는 스텔라를 향해, 잇키는 바로 부정으로 답했다.

그런 실례스러운 걸 생각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실수가 스텔라로 인해 구원받았으니, 고마울 지경이었다.

"고마워. 다음부턴, 착실히 내 쪽에서 준비해 둘게."

"그렇게 해 줘. .....사 오는 거 진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으니까.."

약속할게, 하고 고개를 끄덕인 잇키는 스텔라의 손에서 그걸 받아들었다.

그 뒤

'어라, 상상한 것보다 꽤 두꺼워───'

그 순간, 접혀 있던 모든 '그것'들이 주루룩, 하고 중력에 이끌려 10배 정도로 그 부피를 늘렸다.

'대체 몇 번을 상정해 둔 거야, 이거!?!?'

아무래도 10개 셋트로 구입한 것 같았다.

───뭐, 뭐... 한꺼번에 산다고 해도, 이걸 한 번에 쓰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건 아닐 것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동요하는 마음을 향해 그리 말하며, 잇키는 그 중 하나를 뜯어낸 뒤 개봉구를 손으로 잡아 찢었고,

투둑, 하고 비닐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소리였다.

".....정말로, 지금부터.... 하는.... 거지?"

"....으, 응......"

준비가 끝나고 난 뒤, 다시금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스텔라의 얼굴을 똑바로 직시할 수 없었다.

그건 스텔라도 마찬가지여서, 잇키를 살짝씩 젖은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시선이 마주치면 곧바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런 걸 3분 정도, 말없이 계속해버렸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 시선만을 돌리고 있어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나 용기를 짜내 말했잖아.

'이럴 땐, 남자가 제대로 해 나가야지...!'

그러니, 잇키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결의한 뒤, 침대 위에서 스텔라와 마주앉은 뒤───

"스텔라!"

"네, 넵!"

"모, ....모자란 몸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여러 모로 안쓰러운 느낌인 채로, 둘의 첫 밤이 시작되었다.

◆◇◆◇◆

하얗고 청결한 침대, 둥글게 말아 놓은 이불에 상체를 베개삼아 누워 있던 스텔라를, 푸른 달빛이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그 옅은 빛이, 의무실로 옮길 때 갈아입힌 하얀 원피스 위로, 그녀의 몸의 요철을 어둡게 나타내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였지만, 머리가 불타 버릴 것 같았다.

이상한 이야기였다.

저것보다 더욱 노출된 모습을 본 적이 있었을 터인데.

하지만, 이번엔 그걸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게 된다.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입술로, 그녀의 모든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걸 의식하니, 긴장감과 고양감에 날뛰는 심장을 억누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무리도 아니다.

이 소녀를 좋아하게 된 뒤로 쭉, 이렇게 될 날을 애태워 기다려왔으니까.

"부끄러워......."

그건, 스텔라도 같을 것이다.

사이즈가 작은 건지, 아니면 신장에 비해 가슴 크기가 너무 큰 탓인지, 팽팽해진 가슴 부위를 빠른 속도로 상하시키며 긴장되어 있는 스텔라였지만, 잇키를 바라보는 촉촉한 눈동자엔, 확실한 기대감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를 불안감.

자신이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를 흥분.

두 감정이 뒤섞여, 요염하고 관능적인 빛.

그러니, 잇키는 거기에 응했다.

주저나 부끄러움 따윈 떨쳐버리고, 누워 있던 스텔라를 향해 덮어 누르듯 앉은 뒤 그녀의 옷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자, 잠깐.."

잇키의 손가락이 가장 위쪽 단추에 닿으려는 때, 모기가 기어가는 소리로 제지를 가했다.

"저, 저기... 나.... 지금, 브래지어... 안 차고 있어..  ....................그러니까, 갑자기 시작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아래쪽부터, 부탁해...."

"미, 미안..."

스텔라의 그 부탁에, 자기도 모르게 사죄해버렸다.

지금 건 딱히 사과할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이제 뭐가 뭔지조차 잘 모르게 돼버렸다.

하지만, 일단 스텔라가 싫어하고 있으니 위에부터 벗기는 건 금지다.

위부터라 해도, 아래부터라 해도 하는 건 결국 같다.

그렇다면, 스텔라의 마음에 부담이 가지 않는 쪽이 더 좋을 것이다.

그리 판단하고, 잇키는 스텔라의 무릎팍에 있던 단추에 손을 대, 하나씩 풀어나갔다.

소중한 보물의 포장을, 흠집이 나지 않도록 벗겨 가는 것처럼.

톡,

톡────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스텔라의 하얀 지체가 아래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둥근 무릎.

적당히 살집이 붙은 하얀 허벅지.

꾸욱, 하고 허벅지 안쪽을 조여 놓은, 간소한 환자용 속옷만으로 덮여 있는 둔덕.

그리고, 새하얀 배 위에서, 호흡에 맞춰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꿈틀거리는 작은 배꼽.

'우와......... 이거, 위험해............'

모공에서 땀만이 아닌, 피까지 뿜어져 나올 정도의 흥분에, 잇키는 알아챘다.

자신이 엄청난 지뢰를 밟아버렸다는 것을.

위에서부터 조금씩 벗겨 나아간다는 공정은..... 솔직히, 상상 내, 상정해 두던 일이었다.

이전에 산장에서 경험했던 적도 있다.

각오는 다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수순은 전혀 상정치 못했다.

같은 정보였을 터인데도, 순서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인상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 따라서,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서서히 들어오는 그 시각정보가, 이성을 불태우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꾹 닫아 놓은 허벅지를, 난폭하게 열어젖히고 싶었다.

새하얀 배를 쓰다듬으며,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그 피부를, 손톱으로 훑고 싶었다.

그런 난폭한 욕구가,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서 벅차올라 온몸을 불태웠다.

그리고─── 배꼽치에 있던 단추를 풀었을 때.

머리에 불똥이 일었다.

스텔라의 호흡에 맞춰 가슴팍이 한층 더 높게 부풀어올라, 가슴에 있던 단추 언저리부터 양옆구리까지 전부 열리고, 옷에 끼어 괴로운 듯 떨고 있던 가슴의 아랫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윽─────!"

찰싹.

마치 떡처럼 부드럽게 빚어진 하얗고 둥근 살집에, 시선이 빨려들어갔다.

....대체, 얼마나 부드러울까.

끓어오르는 욕망이, 호기심이, 그의 손가락을 이끌었다.

"윽.."

중지 끝이 가슴 피부에 닿자, 스텔라가 살짝 몸을 떨었다.

눈을 꾹 감은 채, 비명을 억누르려 입을 꾹 닫고 있었다.

하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그럼, 허락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에 닿은 손가락에, 힘을 살짝 더 주었다.

그러자, 아무런 저항 없이 손가락이 가슴 속으로 물컹, 하고 들어갔다.

자신의 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성의 감촉에, 등골이 전율했다.

이어서 잇키는 중지만이 아닌, 검지도 함께 스텔라의 가슴에 얹었다. 그리고, 떡처럼 부드럽게 빚어진 가슴 아랫쪽을, 호를 그리는 라인으로 쓰다듬었고,

───그대로, 가슴 아래를 손으로 잡았다.

"히읏!"

가슴 바깥쪽이 만져진다.

그 처음 느끼는 감각에, 스텔라의 루비같은 눈동자가 곤혹감에 부릅떠졌다.

하지만, 저항의 말은 내지 않았다.

그러니, 잇키도 멈추지 않았다.

가슴에 댄 손을, 슬쩍 움직였다.

손가락 지문을 통해 티끌 하나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피부.

손가락 옆면에 느껴지는,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럽지만, 확실한 질량.

따스했다.

손가락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 ~~~~~~~~~읏, 아아..."

가슴 바깥쪽이 만져지는 그 감촉에, 스텔라의 몸에 작은 반응을 보였다.

젖은 입술을 통해,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걸, 좀 더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잇키는 가슴 아래로 파고든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가슴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 순간

", 읏, 큿!"

스텔라의 몸이 튀어오르며, 동시에 마지막 단추가 튕겨나가듯 풀렸다.

그러자, 억눌려 있던 가슴이 흔들, 하고 튀어올랐고, 그 충격으로 옷이 크게 벌어졌다.

하지만, 다 벗겨지진 않았다.

좌우로 벌어진 옷은, 가슴 끝에서 멈춰 있었다.

그렇다.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따라서, 그 끄트머리는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주변의 새하얀 가슴과, 명백히 색소가 다른 부분의 반 정도가 노출되어 있었고

───깨물어봐도, 좋아.

잇키는 갑자기, 이전에 같은 상황에 스텔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확실히, 이전에 그런 말을 들었다.

───즉, 언질은 되어 있다는 것.

이미 승낙받은 상황이라는 것.

그럼, 사양할 필요 따윈 없다.

깨물어 보자.

"자, 잠깐...!"

그럴 순 없다.

이건, 스텔라가 해도 된다고 한 것이니까."

기다릴 수가 없었다.

잇키는 가슴 끄트머리에 걸려 있던 옷을 치우려 했지만

"읏, ......너무 부끄러워서, 가슴이.. 부서질 것 같아...."

"──────,"

억지로 멈췄다.

거의 비명이라고 해도 좋을 그 목소리에, 움직임을 멎게 만들었다.

가슴팍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스텔라의 얼굴로 향하자, 스텔라는 얕은 숨을 가쁘게 들이내쉬며, 젖은 비색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흘러내릴 정도의 양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속눈썹을 젖게 만든 그 눈물에 담긴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한 번 허락을 하긴 했지만, 역시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스텔라는 오늘 이외에도 계속해서 노력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용기를 짜내어, 여자로서의 자신을 보여준 것이다.

더욱 강하고, 깊게, 자신과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그 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정말로, 애타게 기다려왔던 것이다.

그 헌신을 생각하니, 온몸을 지배하고 있던, 수욕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난폭한 감정이 전부 날아가버렸다.

그 대신 그의 속을 채운 건, 근질거릴 정도의 사랑스러움이었다.

이 아이는, 상냥하게 대해 주고 싶어.

쭉 기다려왔던 오늘이라는 날을, 무서운 추억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

"스텔라....."

"읏....!?"

잇키는 옷에 댄 손을 떼고 그녀의 위에 올라탄 뒤, 스텔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정욕에 맡긴, 깨물어 버릴 듯한 난폭한 키스가 아닌, 언제나 스텔라와 나누던, 서로의 온기를 교환하는 정도의 입맞춤.

"............."

그걸 몇 번 반복하니, 스텔라의 몸에서 긴장이 빠져나갔다.

언제나 하던 입맞춤의 감촉에, 안도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걸론 안 된다.

왜냐면, 오늘은.... 평소 하던 것 정도론 끝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잇키는 입맞춤을 더욱 깊게 했다.

".......!"

미끌.

입술을 열어, 스텔라의 입속에 자신의 혀를 밀어넣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관능적인 자극에, 스텔라의 몸이 살짝 튀어올랐다.

하지만, 이런 깊은 입맞춤도, 처음은 아니다.

스텔라도 공포를 내비치진 않았다.

바로 잇키의 혀를 받아들이듯 자신도 혀를 움직였다.

평소처럼.

───하지만, 평소라면 여기에서 끝이 났다.

"읏....."

스텔라는 이윽고 알아챘다.

행위는 평소와 같았지만, 그 시간이 다르다는 것을.

평소였다면 입술을 뗼 시간이 이미 지나 있었음에도, 잇키는 계속했다. 입술을 떼지 않았다.

놓치지 않았다.

달콤한 사탕을 혀로 굴려 녹이듯, 그녀의 이성에 직접 혀를 기었다.

날름거리며.

그리고 녹여 갔다.

집요하게.

"~~~~~~~~~~읏~~"

질척질척...

점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밤의 의무실에 울려퍼졌다.

둘의 타액이 거품이 날 정도로 뒤섞여, 입술에서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걸 흘리는 걸, 잇키는 용납치 않았다.

스텔라의 턱을 들어, 그 모든 것을 그녀의 목에 흘려넣었다.

꿀꺽, 꿀꺽..

그가 하는 대로, 둘의 흥분이 녹아들은 액체를 삼키는 스텔라.

그건, 목 안쪽에서 타들어가는 듯한 열을 내며, 스텔라의 척수를 달구었다.

그리고, 동시에 잇키는, 스텔라의 무릎까지 닫혀 있던 허벅지에 손을 가져간 뒤, 쓰다듬었다.

하지만, 결코 그 끄트머리엔 닿지 않았다.

닿을까 말까한 애매한 자극으로, 허벅지 안쪽을 매만졌다.

시작은 무릎 쪽.

서서히, 아주 천천히, 왕복을 반복하며 둔덕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속옷 바로 옆에 손가락이 도달했을 무렵.

잇키는, 허벅지가 살짝 경련하기 시작하는 것을, 손가락을 통해 느꼈다. 스텔라의 눈을 바라보니, 거기엔 방금 느꼈던 공포와 함게 흥분이 뒤섞여, 녹아들어가는 듯한, 시점조차 애매한 눈이 되어 있었다.

하얀 지체는 안쪽과 바깥쪽의 자극에 의해 열을 띠었고, 벚꽃색으로 홍조되어 있어, 땀과 함께 스텔라가 강한 흥분상태가 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달콤한 향기를 내고 있었다.

몸과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는 증거이다.

"이제 괜찮아?"

".........응.."

"무서우면 말해 줘. 스텔라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몇 번이고 해줄 테니까."

".....이제, 괜찮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스텔라는 녹아들어가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

멍한 눈은 집점도 애매할 텐데, 그래도 그 시선은 열심히 잇키를 향한 채,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그 열심인 모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워서, 잇키는 세 번, 스텔라의 입술에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리고, 입술을 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옷을 벗겼다.

달빛 아래에서, 살짝 벚꽃색으로 물든 나체가 나타났다.

가련한 목덜미.

여성스러운 가느다란 팔.

그리고, 몸을 뉘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 퍼지지 못한 채 탄력을 갖고 있는 가슴과,

그 끄트머리에, 옷을 벗길 때 스친 자극에 의해 부들부들 떨리는 핑크색 유두.

그 아름다움에, 잇키는 숨을 삼키는 것도 잊어버렸다.

"정말 아름다워....."

뇌수가 타들어간 탓에, 진부한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물어 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하반신은, 이미 아플 정도로 바지 안에서 부풀어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잇키는 자신을 타일렀다.

숨을 들이쉬는 걸 잊고 있어도, 스텔라에 대한 배려는 잊지 않았다.

거기서 멈춘 뒤, 마지막 확인을 했다.

쇄골 아래에 묻은, 입에서 흘러나온 타액을 손으로 훑어낸 뒤, 오른쪽 유두에 발랐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듯.

그러자,

"아아.....응..."

처음으로, 스텔라의 입에서 명백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손을 떼 보니, 만져진 유두의 형태가, 왼쪽의 그것과는 명백히 달라져 있었다.

손을 대지 않은 왼쪽 유두와, 타액에 젖은 채 충혈되어 있는 오른쪽 유두.

그 너무나도 선정적인 언밸런스가, 잇키의 이성을 강타했다.

───괴로웠다.

숨이 거칠어진다.

관자놀이가 아팠다.

솔직히, 이 이상 참는 건 괴로웠다.

───하지만, 지금이면 되는 거야? 정말로 지금이면 되는 거야?

그도 그럴 것이, 경험이 없었다.

경험이 없기에, 몰랐다.

괜찮다곤 말하고 있지만, 지금 맺어지게 되면, 스텔라의 몸에 상처가 나지는 않을까.

그리 고민하던 잇키의 목덜미에,

───스텔라의 팔이 아래쪽에서 부드럽게 감겨 왔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잔뜩 부드럽게 해 주어서.. 정말로, 이제 괜찮으니까.."

그러니, 이제 참지 않아도 되니까───

"잇키가 내게 하고 싶은거, 전부... 해 줘........"

"────윽.."

그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이제 망설일 필요는 없다.

되돌릴 수도 없다.

달빛 아래.

두 인영이 녹아들었다.

열을 띠고, 겹쳐졌다.

무엇이 자신이고, 무엇이 그녀인가.

그것조차도 모를 정도로, 강하고 깊게 끌어안고 있었다.

내는 목소리엔 이미 의미 따윈 없었고, 입술은 그저 필사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 도중,

쿠로가네 잇키는... 맹세했다.

이 소녀를, 절대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가 쿠로가네 잇키라는 남자를 선택해 준 것을, 결코 후회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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