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자신의 혼에, 힘껏 맹세했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참새의 지저귀는 소리.
그에 이끌리듯, 잇키는 잠든 의식을 일깨웠다.
열린 눈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
창문을 통해 비춰지는 그 날 하늘은, 기분좋을 정도로 맑게 개어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엄청나게 무거웠다.
마치 납덩이가 된 것처럼 묵직한 몸이, 침대에서 잠겨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의식도 몸처럼, 안구를 통해 아침햇살을 받고 있음에도, 각성의 수면과는 한없이 먼 거리에 있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 잇키는, 심신을 각성으로 이끌기 위해 한 번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짙은 꽃 같은 향기가, 잇키의 비공을 간지럽혔다.
그 향기를, 잇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거기엔 당연한 듯, 그녀가 있었다. 하얀 지체를 어깨까지 이불로 덮은 채,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스텔라의 모습이.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스텔라의 비색 눈동자가 한 층 더 미소에 가까운 모양이 되었고
"일어나셨어요, 여보?"
"윽.....!"
"에헤헤, 한 번 말해 보고 싶었어~"
그 말에, 두근, 하고 심장이 튀어오르며, 얼굴에 열이 띠었다.
스텔라가 입에 담은, 특별한 애정이 담긴 형용.
그걸 들은 순간 잇키의 잠기운 따위는 날아가 버렸고, 떠오르게 되었다.
어젯밤, 여기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그, 그랬었지... 몸이 무거울 만도 하겠구나..'
납득하고, 잇키가 살짝 바라본 너머에 있던 건, 비닐 잔해들이었다.
'설마 진짜로 전부 다 써버릴 줄이야....!'
이미 처음에 보였던 겁먹은 자세나, 배려 따윈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모든 건, 처음 한 번이 끝난 뒤 벌어졌다.
───스텔라에게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가버린 것이다.
마운트 포지션을 취한 뒤,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도 할 마음이 가득한 상태였던 터라,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간 건 스텔라만이 아니었을 터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도라는 게 있지..
시업식 때부터 쭉 이어져 온 금욕 생활이 문제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무리를 하고 난 다음 날, 바로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다음부턴 좀 조심해야지.....'
스텔라의 몸에 빠져 훈련이 게을러져서야 본말전도다.
그리 자신을 꾸짖으며, 잇키는 자신보다 확실히 큰 데미지를 받았던 스텔라를 향해 물었다.
"몸은 괜찮아?"
"아직 좀 아파. 눈치채이지 않도록 걷는 것도 힘들 것 같아. 잇키는 꽤 짐승같은 애였구나? 첫경험을 가지는 여자애를 상대로 그렇게나 할 줄이야.."
"하지만 거기에 관해선 나한테만 과실이 있다곤 할 수 없잖아? 명백하게."
"뭐,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자기도 너무 나갔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던 걸까.
스텔라는 겸연쩍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용의 신진대사로 낫게 할 순 없어?"
"가능은 하지만.... 그래도 얼마간은 이 상태로 놔두고 싶어."
그 답에, 잇키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하면 되는 게 아닌가?
잇키의 입장에서도, 계속 그렇게 아픈 내색을 보이면 죄악감이 느껴지는 점이겠지만───
"그도 그럴 게, 잇키가 날 사랑해 준 증거이니까~"
"~~~~~~윽!"
그런 행복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말을 하니, 더는 붙일 말이 없어져버렸다. 어젯밤에 그렇게나 서로 사랑을 나눴음에도, 사랑스러운 감정에 가슴이 아파 올 정도였다.
───정말, 이 얼마나 잔인한 여자란 말인가.
자제해야겠다.
그녀에게 빠져버리지 않도록..
그리 결심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자신을, 이렇게나 채워주는 여자.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랑스러운 감정을 표현해주지 않고서야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를, 그녀가 알게 해주어야만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 생각하니, 잇키의 손은 자연스레 그녀의 뺨에 닿아 있었다.
스텔라는 저항하지 않았다.
손바닥의 열로 전해지는 잇키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눈을 닫은 뒤, 입술에 감정을 담아 앞으로.
그 입술에 빨려들어가듯, 잇키는 얼굴을 가져가 입맞춤을───
나누려 했던 그 때였다.
'오라버니. 스텔라 양. 벌써 일어나 계신가요?'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밖에서 시즈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히윽!?" "
너무나도 갑작스레 벌어진 그 사태에, 둘은 이상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위험하게도, 그 비명은 밖에 있던 시즈쿠, 그리고 아리스인에게 들려버렸다.
'일어나 있는 모양이네.'
(이, 잇키! 얼른 저기 침대로 돌아가!)
(아, 스텔라의 옷은 어디에...)
(입을 시간 같은 거 없어! 주워서 숨겨 둬! 난 침대에 있는 이 비닐들 치울 테니까!)
(알았어.....!)
잇키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던 스텔라의 옷을 움켜쥔 뒤, 그대로 자신의 침대로 뛰어들어, 그걸 이불 속에 숨겼다.
그것과 동시에 의무실 문이 열리고, 시즈쿠와 아리스인이 들어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라버니? 스텔라 양?"
"둘 다 잠은 푹 잤어? ......어머나?"
하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리스인이 걸음을 멈추고
"흐음~ 헤에~ 그렇구나~"
어쩐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그 모든 걸 알아챘다는 듯한 표정을 보고, 스텔라는 폭포처럼 땀을 쏟으며
"뭐, 뭘 그리 히죽거리는 거야, 아리스!?"
"응~? 딱히 히죽거리진 않았는데~ 그저 어젯밤은 참 좋았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뿐이야."
"아아아아아아아무짓도 안했는데!?"
하지만, 그런 스텔라의 반론에 시즈쿠가 "무슨 말씀이세요" 하고 껴들어 왔다.
"두분 다 그렇게 즐거운 듯 싸우셨으면서."
"아, ───그, 그 쪽 말이구나?"
"그 쪽?"
"아, 아무 것도 아냐!"
"........?"
'스텔라.... 거동이 너무 수상해...'
이대로 가다간 위험하다.
그리 생각한 잇키는 시즈쿠를 향해 말을 걸어, 그녀의 주의를 스텔라에게서 돌렸다.
"시즈쿠, 고마워. 이렇게 일부러 깨우러 와 줘서."
"아니요, 이 정도로 감사받을 일은 아닌 걸요. ......원래라면 그렇게 열심히 싸우셨으니 좀 더 주무셨으면 하지만, 표창식 시간을 생각하면 슬슬 아침밥을 먹으러 가야 할 거라 생각했던 것뿐이에요."
"그, 그렇구나. 그럼 옷을 갈아입고 준비할 테니 밖에서 기다려 줄래?"
어디까지나 자신의 몸을 걱정해주는 동생의 선의에, 가슴에 금이 가는 듯한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표정을 고정시킨 잇키는, 시즈쿠에게 퇴실을 권했다.
이 말에, 시즈쿠는 의아함을 갖지도 않고
"알겠습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가자, 아리스."
그리 말하고, 발을 돌렸다.
───이걸로 일단..
"그런데, 스텔라 양.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건데, 당신의 침대 아래에 버려진 고무풍선 같은 '그건' 뭔가요?"
"에에!?!? 말도 안 돼! 방금 전부 주워서 버렸───── 아....."
그 순간, 모든 게 끝나버렸다.
스텔라가 들여다 본 침대 아래엔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부주의스럽게 흘러나온 그 말은, 심증을 확증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내용이었고───
"스텔라...."
"아~아~"
남성진은 포기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고,
여성진은 그 표정이 창백해졌다.
한 쪽은 초조함으로, 다른 한 쪽은 핏기가 가실 정도의 분노로.
"아~ 그렇군요... 역시 그런 거였군요~... 두 분의 상태가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입만으로 미소짓고 있던 시즈쿠의 눈동자에 도깨비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녀를 중심으로 방 안의 기온이 영하까지 급하했다.
빠지지지직..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창문에 서리가 얼어붙었다.
"시, 시즈쿠...... 저기, 있지..... 이건, 그........."
그런더 도중, 스텔라는 어떻게든 시즈쿠를 설득해보려 했고
"아뇨아뇨, 다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거잖아요? 어젯밤, 오라버니와 그렇게 진지하게 싸우신 스텔라 양에게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때에, 두 분은 밤의 일도수라를 드래곤 팽으로 즐기고 계셨다는 거잖아요?"
"그, 그게 말이지!? 시즈쿠한테는 때를 봐서 확실하게 말하려고 생각했.....!"
"유언을요?"
"그게 아니...."
"그렇군요. 유언은 필요없다는 거군요."
설득하려 해 봤자, 애초에 한 번 불이 붙은 시즈쿠를 설득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음 순간엔, 모든 창문이 시즈쿠로부터 불어닥치는 녹색 마력광에 날아갔고.
"그럼 지금 당장 죽어버려어어어어어어어어!!!!!!!!!!"
"갸아아아아아!!"
"잠깐! 시즈쿠! 좀 진정───"
"캬앙──────!!!!!!"
"히익! 죄송합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잇키! 왜 거기서 물러나는 건데~~~~~!!!!!"
"난 몰라~"
"캬악~~~~~!!!!!!!"
이렇게, 의무실에 피의 블리자드가 불어닥쳤다.
◆◇◆◇◆
그리고, .....길고 긴 칠성검무제에도 막을 내릴 때가 찾아왔다.
'일본 전국 합계 8개교에서 선발된 정예 32명에 의한, 단 한 정점을 둘러싼 싸움. 그 모든 시합이, 어제의 결승전을 끝으로 종료되었습니다. 극한의 치열함과 함께 열린 26시합. 그 모든 것들이 아주 멋진 내용이었다는 걸,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칠성검무제 운영위원회, 카이에다 유우조의 연설이, 아직 어제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회장에 울렸다.
모두의 시선은 카이에다가 아닌, 그의 앞에 진좌해 있는 철(凸) 형태의 표창대에 주목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부터 거기에 오를 선수들에게.
그들은 그 때가 찾아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영관을 수여받을, 이 대회의 주역들의 등장을.
그리고.
표창될 상위 3명 중 한 명, 시노미야 아마네가, 시합이 끝난 후 공격을 가한다는 악질적인 반칙을 범한 탓에 자동적으로 3위로 올라서게 된 쿠로가네 오우마는, 이미 어제 오사카를 떠난 탓에 이 자리엔 없었지만, 남은 둘, 쿠로가네 잇키와 스텔라 버밀리온은 이미 대기실에 들어서 있었다.
"헥.. 헥.. 진짜... 그 바보 시즈쿠! 진심으로 공격해도 정도가 있지! 내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구, 정말.....!"
"괘, 괜찮아, 스텔라?"
잇키는 파이프 의자에 푹 쓰러져 앉아 헥헥거리며 가쁘게 숨을 내쉬는 스텔라의 등을 어루만졌다. 스텔라는 방금까지 계속해서 시즈쿠에게 쫓겨다녔던 것이다.
"솔직히 방금은 어떻게든 도망쳤지만, 후환이 두렵네.."
"다음은 나도 확실하게 설명해 둘게."
하지만 이 잇키의 말에, 스텔라는 한 번 심호흡을 하여 숨을 가다듬은 뒤
"그건 됐어."
그리 부정으로 답했다.
"왜?"
"시즈쿠를 이해하게 만드는 건, 내 책임이니까."
"그렇진 않아. 이건 둘의───"
하지만, 잇키의 그 말에 스텔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해. 그건 알고 있어. 알고는 있지만.. 나 혼자서 하고 싶어."
그건 아주 오래 전부터, 스텔라가 결심했던 것이다.
당연하다. 그렇게나 잇키를 사랑했던 소녀에게서, 잇키를 빼앗아 가는 셈이니까.
이것만은, 자기 혼자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시즈쿠에게 당당해질 수 없어. 그러니 이것만큼은 잇키의 손을 빌리지 않을 거야."
이 스텔라의 말에, 잇키는 납득했다.
정말, 이 소녀다운 책임감이다.
이런 점을, 잇키는 정말 좋아했다.
그러니, 잇키는 그런 스텔라의 등을 밀어 주기로 했다.
"....알았어. 잘해 봐."
"뭘 다른 사람 일처럼 말하는 거야?"
"에?"
방금 막 자신이 하겠다고 말해 놓고 나온 이 답에, 잇키는 역시나 곤혹한 표정을 띠었다. 하지만, 스텔라가 남 일이 아니라고 말한 것엔 확실히 이유가 있었다.
"기억 안 나? 토카 선배와의 시합 뒤에, 들었잖아? 우리 아버님 말을."
"..............아.."
그 말을 듣고, 잇키도 떠올리게 됐다.
논리 위원회의 폭주에서 시작된 스텔라와의 스캔들 사건.
그 마지막에, 버밀리온 국왕, 즉... 스텔라의 부친에게서, '칠성검무제가 끝나면 버밀리온 황국으로 인사하러 오렴' 이라고, 스텔라를 통해 연락받은 것을.
"그, 그러고 보니... 그랬지..."
확실히 전혀 다른 사람 일같지가 않았다.
그것도, 완전히 자신 쪽이 더 고비였다.
"덧붙여 말하자면, 1주일 뒤에 이미 비행기 예약을 잡아 뒀어."
"으에에에에엑!?"
"애초에 결정된 일이었잖아?"
"아, 아니.. 뭐, 그렇긴 하지만... 마, 마음의 준비가.. 적어도 1주일만 더 늘려 줄 수 없어?"
"이 나라의 군대가 1주일 정도 노력한다면 가능은 하겠지."
그건, 1주일 이내에 가지 않으면 전쟁으로 번질 거란 말인가요!?
"설마 제 2황녀라곤 해도 한 나라의 공주님을 차지해 놓고, 도망치거나 그렇진 않겠지~?"
"우우..."
"우리 아버님은 시즈쿠와 견줄 정도로 무섭다구~? 열심히 해봐, 우.리.여.보♡"
이미 완전히 도망갈 길은 막혀 있었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여,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잇키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오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럼 지금부터, 제 62회 칠성검무제, 표창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여러분, 입상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딱 이야기가 일단락될 때쯤, 카이에다가 자신들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이 말에, 스텔라는 파이프 의자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난 뒤, 잇키를 향해 돌아서고
"그럼, 가자. 잇키!"
그리 말하고, 그에게 손을 건넸다.
표창은 우승과 준우승 따로 열릴 터였다.
그러니, 적어도 입장 정도는 같이 축복을 받자.
"......응."
그 스텔라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잇키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둘은 같은 게이트를 통해 손을 잡은 채 입장했다.
그 순간───
'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기다렸다는 듯, 박수갈채가 둘을 향해 쏟아졌다.
'잇키 군! 축하해~~~~~!!!!!'
'아, 저거 봐! 저 둘! 손 잡고 있어~!'
'휘익~ 휘익~ 잘 어울린다~~~~!!!!!'
'스텔라 전하! 다음 년엔 꼭 복수해요!!'
'둘 다 진짜 대단했어~~~~!!!!'
그 축복 속에서, 둘은 손을 잡은 채 꽃이 깔린 길을 걸어나갔다.
이윽고, 둘이 카이에다와 표창대 사이에 서자, 서서히 환성이 잦아들고, 이윽고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엄숙한 정숙이 깔렸다.
그걸 기다린 뒤, 카이에다는 본 대회의 준우승자의 이름을 불렀다.
'하군 학원 1학년. 스텔라 버밀리온.'
"네!"
이름을 불린 스텔라가 잇키의 손을 놓고, 카이에다를 향해 걸어나갔다.
'위 사람은 제 62회 칠성검무제에, 놀라운 실적을 남겨 준우승을 거두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 표창합니다. ───축하해요.'
"─────"
스텔라는 카이에다가 내민 상장을 양손으로 받아들고, 일례.
이어서, 발을 빙 돌려 관객들을 향해서도 일례했다.
여기에, 관객들은 말없이 큰 박수로 답례했다.
그 박수 속에서, 스텔라는 그대로 똑바로 표창대로 걸어나가, 두 번째로 높은 표창대에 올라섰다.
───정말 늠름하고, 당당한 자세였다.
역시, 무대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다시금 의식 같은 침묵이 깔렸고.
'하군 학원 1학년. 쿠로가네 잇키.'
순서는, 드디어 잇키에게 돌아왔다.
"네!"
정적 속에서, 씩씩하고 큰 소리로 대답한 뒤, 걸어나갔다. 스텔라처럼 무대에 익숙하진 않았지만, 자세가 좋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스텔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늠름하고 당찬 모습이었다.
그리고, 카이에다는 잇키가 자신의 앞에 서자, 그에게 표창했다.
'당신은 제 62회 칠성검무제에, 치열한 싸움을 이겨 나가 정점에 올라섰습니다. 그 실적을 상장과 《칠성검왕》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여, 여기에 표창하겠습니다. ......축하해요.'
상장과 함께, 이 나라에서 가장 강한 학생기사라는 칭호를.
───그건, 잇키가 쭉 향해 왔던 목표.
그 순간, 잇키의 가슴 속엔 수많은 감정이 일었다.
쿠로가네 료마와의 만남.
그 뒤로 이어진, 단련의 나날들.
도장을 둘러싼, 몇 번이고 살해를 당할 뻔한 미로 물든 기억.
갇혀 지내듯 살았던, 하군 학원에서의 1년간.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된 소녀와의 만남───
지금, 그 나날에 대한 한 가지 답이, 확실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자신이 걸어온 수라도는, 결코 잘못된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잇키는 만감을 가슴 속에 담고, 상장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박수는 일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우승자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것을.
"쿠로가네."
잇키가 그 임무를 다하게 하기 위해, 카이에다 옆에 서 있던 하군 학원 이사장 신구지 쿠로노가, 한 물건을 잇키에게 건넸다.
그건, 잇키가 단장으로서 토도 토카에게서 건네받은, 하군 학원의 교기였다.
잇키는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약속했던 것이니까.
그는 상장을 일단 쿠로노에게 맡겨둔 뒤, 그 대신 교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스텔라의 옆, 표창대의 가장 높은 곳,
───칠성의 정점에 올라선 뒤
그걸, 하늘 높이 들었다.
───그 직후
' ' '────────────으으으읏!!!!!!!!!' ' '
"윽......!"
마치 폭포와도 같이 쏟아지는 박수갈채의 물보라에, 온몸을 얻어맞았다.
'쿠로가네 군, 진짜 최고야!!'
'여어! 새로운 《칠성검왕》!'
'다음 년에도 반드시 응원하러 올게~~~~!'
'진짜 멋졌어! 잇키 군!'
관객석만이 아닌, 회장 밖에서도 들려오는 갈채.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수만에 달하는 축복.
그리고 물론, 모르는 사람의 축복만이 있던 건 아니다.
잇키가 잘 아는 자들도 또한, 정점에 올라선 그에게 축복을 보냈다.
"상당히 좋은 그림이야~!!"
"부우우우~...."
손을 흔드는 아리스인, 그 옆에서 볼을 한껏 부풀린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린 채 살짝씩 박수를 보내는 시즈쿠.
"쿠로가네 군, 축하해!!"
"..........흥."
재미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앉아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자리까지 와 준 쿠라시키 쿠라우도, 그리고 적어도 은인의 표창식만큼은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에, 쿠라우도의 관계자임을 내세워 회장 안으로 들어선 아야츠지 아야세.
"고마워요! 쿠로가네 군!"
"역시 이 《속도중독》에게 이긴 남자야!"
아카츠키 습격 때, 온 힘을 다해 자신들을 지켜 준 하군 학원 학생회의 모두들.
그리고───
"여어, 쿠로가네! 내년엔 안 질 테니깐 각오해 두라고!"
"유우는 유년을 할 생각인 거야?"
"아... 그라네.. 내는 내년에 참가를 못하지... 어떡하노?"
"오히려 그 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묻고 싶구먼."
이 칠성검무제라는 무대에서, 단 하나의 정점을 두고 겨뤘던 호적수들.
그런 그들의 축복을 받고, 잇키는 다시금 결의했다.
───강해지자.
이 축복과, 《칠성검왕》이라는 칭호에, 부끄러움 없는 자신으로 있기 위하여.
계속해서, 쭉.
그리고───
이 축복으로, 칠성검무제 최후의 프로그램이 종료.
카이에다가 일동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이것으로 제 62회 칠성검무제를 마치────'
하지만, 그 때였다.
" " "잠깐 기다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
그 순간, 수십 개나 겹쳐진 똑같은 소녀의 목소리가, 회장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며, 수십 명의 사람이 펜스를 넘어 링으로 달려왔다.
그 광경에, 회장에 있는 누구나가 경악에 물들었다.
그건, 너무나도 갑작스런 돌발사태가 벌어진 점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수십 명이나 되는 난입자가, 똑같은 모습을 한 소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똑같은 사람이, 저렇게나 많이!?'
물론이 사태에 어른들은 바로 대응했다.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소녀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소녀들은 기사들에게 잡힌 순간, 차례대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분신 《노블 아츠》였다.
소녀는 분신을 이용해, 순식간에 어른 기사들의 방어 라인을 돌파.
표창대에 서 있는 잇키와 스텔라 앞에 달려왔다.
그 난입자의 모습에, 둘은 아연함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그 난입자가
"당신은....!"
"쿠사카베 씨!?"
둘의 친구이며, 같은 반 급우.
하군 학원 신문부 소속, 쿠사카베 카가미였으니까.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둘이 질문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더 이르게, 쿠사카베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외쳤다.
"스텔라! 선배 옆에 서! 계속해서 거기에만 서 있으면 안 되지!"
" "─────읏!" "
그 말의 의미를 스텔라와 잇키가 이해하는 데엔, 시간 따윈 필요 없었다.
"스텔라!"
"응...!"
카가미가 렌즈를 둘에게 향함과 동시에, 스텔라는 지금까지 짓고 있던 늠름한 표정을,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미소로 바꾸며, 잇키가 서 있는 표창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잇키는 그런 스텔라를 한 치의 균형도 잃지 않은 채 끌어안아, 그 몸을 지탱했다.
계속해서 이어질, 쿠로가네 잇키의 기사도.
그걸 함께 걸어나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연인이자 라이벌을.
그 나란히 선 둘의 모습에, 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마치 지그소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것처럼, 신기한 납득을 얻었다.
아아, 그렇구나───.
하고.
싸움의 결과.
승패는 변할 일 없이, 기록으로 남았다 할지라도.
이 둘의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둘과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쭉.
─────영원히.
"자! 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