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7화 (57/77)

제 6장

살육의 밤

유럽 중앙부를 동서로 나눈, 세계 유수의 산세.

알프스 산맥.

그 하늘을 뚫고 솟아 있는 산들의 미궁, 바위와 눈이 가득한 세계를 수놓듯, 한 헬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카자마츠리 재벌》

일본 최대의, 그리고 세계 유수의 자산가인 카자마츠리 가문의 엠블럼이 새겨진 헬기.

엄청난 자금력과 연줄을 동원해 만든 최신예의 헬기는, 산맥 사이를 날뛰며 불어닥치는 난기류에도 끄떡없이, 안정된 비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등산객은 물론, 야생동물조차 드나들지 않는, 산맥의 깊은 곳.

구름을 뚫고 한 층 더 크게 솟아 있는 백봉.

그 산이 바로, 이 세상을 소란에 빠뜨리고 있는 비밀결사──《해방군》의 본거지였다.

하지만,

"....이, 이게 대체.. 뭐야?"

헬기 조종수가 눈 아래에 펼쳐진 광경에 숨을 삼켰다.

내부를 파내어 만든 본거지로 삼은 백봉과, 주변의 산들──

주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모든 것들이, 마치 참수를 당한 것처럼, 정점 부분이 사라져 있었다.

모든 정점 부분은 잘려 미끄러져 떨어져, 산과 산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잘려나간 부분은 마치 칼날로 도려낸 것 처럼 예리해서, 척 보기에도 자연적인 붕괴로는 보이지 않았다.

잘려나간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조종수는 땀이 배어나오는 손으로 조종간을 잡은 채, 백봉의 일부, 헬기의 이착륙용으로 정비되어 있는 평지에, 착지시켰다.

그리고 로터가 회전을 멈춤과 동시에, 헬기 문이 열리고,

──카자마츠리 린나가 눈앞의 붕괴에, 얼굴을 찌푸렸다.

"우와아.. 완전 엉망진창.."

자신이 지금 서 있는 헬기 포트 앞엔, 원래라면 본부 정문인 높이 20미터의 중후한 철문이 있었을 터.

하지만 그 철문은 완전 열어젖혀진 채, 암산과 함께 잘려나가 1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은 채,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문 주변엔 무장한 《신봉자》의 망해가 수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 모두가 격하게 손괴되어 있었고, 그 모두가 사람으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소녀의 눈에 비춰진 건──그야말로 참상이었다.

"아가씨. 발치를 주의해 주십시오."

"응."

한 발짝 먼저 헬기에서 내린 종자 샤를로트 콜데의 손을 잡고, 린나도 그 참극 현장에 내려섰다. 그 린나에 이어, 그녀의 의언니인 사라 블러드릴리도 지면에 내려선 뒤, 얼굴을 찡그렸다.

만년설을 만들어내는 추위 덕분에 다행히 사취(死臭)는 나지 않았지만, 그 광경은──

"....마치 분쟁 지대 같아..."

"마치, 라고 할 순 없지."

"!"

사라의 읊조림을 부정하는 남자의 목소리.

그건, 검붉게 물든 설원의 너머, 이미 그 역할을 다한 정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3일 전. 그야말로 여기선 전쟁이 벌어졌지."

목소리의 주인은 발소리와 함께, 정문 너머의 아랫쪽으로 이어지는 큰 계단을 통해, 셋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하고 짙은 색의 양복, 하얀색 스톨을 나부끼는, 세련된 미.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과 하얀색으로 통일된 머리카락과 수염에선, 상당히 고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곧은 자세와 당당한 근골의 육체, 그리고 그 육체 안에서 타오르는 에너지를 숨김없이 나타내는 눈빛이, 마치 청년과도 같은 활력을 느끼게 하는 노인이었다.

그 노인의 모습을 본 린나는,

"아빠....!"

기쁨에 물든 목소리를 내며 달려나갔고, 노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렇다. 이 노인이 바로, 린나와 사라의 아버지. 그리고, 《카자마츠리 재벌》의 총사이자, 바깥 세계와 뒷쪽 세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채 군림해 있는, 경제의 괴물.

카자마츠리 코우조, 바로 그이다.

"아빠!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아아. 괜찮아. 일이 벌어졌을 때, 나와 《대교수》는 본부에 없었으니까."

자신의 안부를 묻는 딸의 머리를, 코우조는 우락부락하고 큰 손으로 쓰다듬었다.

"....허나, 여기에 있던 자들은 《십이사도》를 포함해 모두가 사망. 해방군 본부는 사실상 함락당했다고 봐도 되겠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라의 질문에, 코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군. 침입자가 누구인지 예측은 가지만, 확증은 없어. 동기도 알 수 없고. 그도 그럴 것이, 《사도》와 《신봉자》 쌍방이, 생존자가 전무하니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사정청취도 불가능하지. 그러니.... 너희들에게 그를 데려오라고 한 게야."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그리 답한 건, 린나도, 샤를로트도, 사라도 아니었다.

그녀들과 같은 헬기에 타고 있던 다른 한 사람.

그는 헬기에서 피의 반점이 꽃피어 있는 설원에 내려선 뒤, 코우조와 마주했다.

"오랜만이군, 츠키카게."

"총사님. 《칠성검무제》에 조력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일본국 총리대신, 츠키카게 바쿠가.

"....기대에 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깊이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해방군》의 수뇌진. 《십이사도》중 한 명인 코우조의 원조를 받으며, 이전의 《칠성검무제》를 무대로 삼은 대개혁, 연맹 탈퇴를 완수해내지 못한 것을.

하지만, 여기에 코우조는 "신경쓰지 말게." 하고 답한 뒤, 고했다.

"네게 실패를 안겨줄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단 걸 알게 됐으니, 그걸로 충분해. 그것보다──"

"네, 《괴뢰왕》이 해방군의 의향을 무시하고, 단독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누설된 정보엔 상당히 수상쩍음을 느꼈습니다만, 상황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절박한 모양이군요. 설마 《해방군》의 본부가 이렇게 되어버릴 줄이야....."

"네가 이전에 말했던 미래시도 있으니,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행동에 잘못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무엇이 벌어진 건지, 확실한 정보를 손에 넣고 싶군. 《역사》를 관장하는 네 디바이스. 불확정한 미래의 역사를 능동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과거는 그 제한에 걸릴 일이 없겠지. 네게는 이 장소의 과거를 보고 와 주었으면 한다네. 가능하겠나?"

"물론입니다. 그건 일본이라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는 제게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리 말한 뒤, 츠키카게는 기도하듯 눈을 감고, 오른팔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신 외엔 불가능한 일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즉,

"만상을 비춰라. ──《월천보주》"

그의 부름에, 그의 혼이 응했다.

공중에 들어올린 손의 앞쪽 공간에, 달의 푸른 빛을 연상시키는 빛이 생겨났고, 서서히 집속.

옅게 반짝이는, 주먹 크기의 수정석이 구현화되었다.

《월천보주》

인물이나 장소의 과거,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인과 간섭계 디바이스.

츠키카게는 오른손 앞에 체공해 있는 그 디바이스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수정구의 표면에 파문이 일었고, 금색 물방울이 한 방울, 지면에 떨어졌다.

그의 눈앞엔, 3일 전의 참극이 펼쳐져 있었다.

◆◇◆◇◆

"으아아아아악!!!"

"히, 히익! 히이이이이익!!"

"젠장! 젠장!! 대체 뭐냐고! 빌어 처먹을!!"

밤이 드리워진 설산에 메아리치는, 비명과 총성.

교차하는 탄환의 폭풍.

무장한 《해방군》의 병사──《신봉자》들이, 본부 앞에서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적은, ....같은 무장을 두른 《해방군》의 병사들이었다.

"갑자기 아군을 사살하다니, 네 놈들, 대체 뭐 하자는 짓거리야!!"

분노의 고함과 함께 정문 앞에 진열을 갖춘 30명 정도의 병사들이, 기관총 응사를 퍼붓고 있었다.

조준은, 바위와 눈이 깔린 경사면을 기어 올라가고 있는, 자신과 같은 30명 정도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이 주변의 초계에 나서 있을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임무를 포기하고, 정문 앞에 대거한 뒤, 갑자기 정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었다.

《신봉자》는 바깥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이 모인 집단.

같은 《신봉자》끼리 총격 사건이나 살인 사건은 드물게 일어나는 편이다.

하지만──이번은 좀 분위기가 달랐다.

"아, 아니야! 아니라고! 몸이..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다고오오오!!!"

"제, 제기랄...! 저 꼬맹이야! 저 꼬맹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

"우리들을 쏘지 마! 저 꼬맹이를! 저 꼬맹이를 쏴 죽여!!"

정문 앞을 지키는 병사들의 응사를 받고 있는 자들이, 비통한 고함을 외쳤다.

이쪽을 향해 사격을 퍼붓고 있으면서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건가. 헛소리 하지 말라고, 정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처음에 그리 외쳤고, 높은 곳에 진열을 갖춰 지형의 이점을 살린 채 응사하고 있었지만, 그 겁에 잔뜩 질린 배신자들의 표정을 보고, 정문의 병사를 지휘하는 대장은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깨달았다.

"꼬맹이라고?"

대장은 그 호소에, 배신자들이 총기에 장착해 놓은 머즐 플래시가 비추고 있는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보았다.

배신자 병사들이 있는 곳의 뒤쪽.

이 설원을 맨발로 걸으며,

"Row, Row, Row you boat, Gently down the stream~♪"

(저어라, 저어라, 배를 저어라. 부드러운 물살에 떠내려 가듯이)

Merrily, Merrily, Merrily, Merrily, Life is but a dream~♪"

(즐겁고, 재밌게, 인생은 꿈처럼 즐거운 거야'

누구나 어렸을 시절 불렀던 동요를 흥얼거리는, 작은 몸집의 인물을.

등산객은 커녕 야생동물조차 들어서지 않는 이런 험한 곳을 맨발로 걷고 있는 인간.

명백히,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저 녀석인가!!"

대장은 재빨리 기관총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위협도, 경고도 없이.

대장은 곧바로 그 소년이, 이 이상한 전장의 중심이라고 간파했던 것이다.

하지만,

" " "으아아아아아아악!!!!!!" " "

"뭣!?"

대장이 쏜 총탄은, 그 소년에게 닿지 않았다.

본인은 확실히, 저 소년을 조준한 채 방아쇠를 당겼는데,

"뭐, 뭐 하는 거야! 이 빌어먹을 새끼야!!"

이 무슨 일인가, 그의 총은 그의 곁에 진열을 갖춘 동료 병사의 전열을 향해 불을 뿜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군의 공격을 받고, 수많은 병사들이 피를 뿜으며 설원에 쓰러졌다.

"배신할 생각인 거냐....! 대장, 당신까지!"

"아, 아니야! 난 확실히 저 꼬맹이를 조준하고...."

"어이없는 소리를──우오... 우오옷!?"

그리고, 이상은 대장 한 명이 아닌, 정문을 지키는 모든 병사에게 전파되었다.

그 뒤엔, 아비규환의 지옥이 펼쳐졌다.

병사들은 무차별 난사를 퍼부으며, 서로를 죽여대기 시작했다.

총알이 전부 떨어지면, 나이프를 뽑아들어 자신의 목을 긋기 시작했다.

겹겹이 쌓여 가는 시체, 설원이 적색으로 물들어갔다.

그 지옥 속을,

"Row, Row, Row you boat, Gently down the stream~♪"

(저어라, 저어라, 배를 저어라. 부드러운 물살에 떠내려 가듯이)

If you see a crocodile, Don't forget to scream~♪

(혹시 악어와 만나게 된다면, 비명을 지르는 걸 잊어선 안 돼)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년은, 그저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리고, 마침내 본부 바깥 쪽을 수비하고 있던 병사들은, 대장을 남겨두고 모조리 죽어버렸다.

그 이상한 광경을 보고, 대장은 알게 되었다.

타인을 인형처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블레이저》의 존재를.

"너....! 아니, 당신은, 설마...!!"

대장은 총알이 다 떨어진 총을 내던지고, 권총을 상대에게 조준한 채 자신의 안에 싹트기 시작하는 느낌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냐면, 그 《블레이저》는 원래라면 자신의 아군이었을 테니까.

대장은, 혼란을 감출 수 없었다.

거기에, 피에 젖은 설원을 걸어 나아가며, 그의 눈앞까지 걸어온 소년은,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in the bath~

(저어라, 저어라, 배를 저어라, 힘들면 목욕을 하자)

If you see a spider, Don't forget to laugh~

(혹시 거미와 만나게 된다면, 웃는 걸 잊으면 안 돼)

노래를 부르며, 후드 너머의 동안에 떠 있는 보조개에 검지손가락을 댄 채, 미소를 띠었다.

당신도 웃자고, 마치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그러자, 대장의 입술이, 자신의 의사에 반한 채 한계치보다 더욱 말려 올라갔고...

다음 순간, 대장은 자신이 쥐고 있는 권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댄 채 발사하여, 사망했다.

공포에 얼어붙은 미소를, 죽어 굳어버린 얼굴에 띤 채.

◆◇◆◇◆

자신 이외의 모두가 죽어버린 험난한 산에 우두커니 선 채, 후드를 뒤집어쓴 소년 《괴뢰왕》 오르골은,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하긴~ 능력도 없는 《신봉자》가, 최고간부 《십이사도》중 하나인 내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야."

그런데 덤벼 오다니,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위이다.

아니, 애초에 《해방군》의 최고간부인 자신에게, 그들은 어째서 총구를 향한 것일까.

문득, 거기까지 생각한 뒤, 오르골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진짜 모습으로 이 본부에 온 적은, 한 번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아핫! 그럼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리는 없겠구나! 아~ 미안미안~ 깜빡했지 뭐야. 하지만, 용서해 주겟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거니까~"

오르골은 발치에 있던 사체에게, 딱히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 투로 사과한 뒤, 해방군 본부 정문 앞으로 걸어갔다. 밀어 여는 구조인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철문은, 한 쪽만 해도 약 20톤의 무게가 있었고, 블레이저가 아닌 사람은 물론, 일반적인 《블레이저》정도로는 미동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초중량을 향해, 오르골은 양손을 얹고,

"나 왔어~!"

마치 나무로 된 문이라도 열어젖히는 듯, 가볍게 밀어 열었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들! 죽여버려!!!!!!!!!"

바깥의 소동을 듣고 대기하고 있던 50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오르골을 향해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기관총은 물론, 대전차 라이플에서 로켓런처까지.

지니고 있는 모든 화력을, 문을 열어 본부로 들어오려 하는 적을 향해 퍼부었다.

"쏴! 계속 쏴!! 다 떨어질때까지 계속 쏴버려! 《블레이저》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어! 《십이사도》 오르골은 배신자야! 산 채로 돌려보내지 마!!"

" " "오오옷!!!" " "

사격은 조금의 쉴 틈도 없이, 수십 초에 걸쳐 이어졌다.

사람 한 명에게 사용하기엔, 너무도 지나친 폭력.

설령 물리공격에 어느 정도의 내성을 지닌 《블레이저》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사격을 받는다면 무사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불행하게도, 상대는 일반적인 《블레이저》가 아니었다.

《각성》을 겪은 《마인》──오르골은 철과 화염의 폭풍우 속에서, 그만의 독특한, 비뚤어진 미소를 그렸다.

"아핫  아핫  아핫!  이런 수많은 축포로, 내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 주다니, 정말 기쁜 마음이 드는걸!"

"아, 안 먹힌다고!?"

"아, 아니야! 애초에 맞질 않고 있어! 전부... 튕겨내고 있어!!"

"이, 이럴 수가! 이런 정도의 탄막을, 어떻게...!?"

경악하는 병사들을 향해, 오르골은 미소를 지으며 고했다.

"이런 멋진 축하 인사엔, 답례를 해야겠지?"

그리 말한 뒤, 오르골은 병사들을 향해 오른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오른손 중지와 엄지를 맞댄 뒤,

"《살인희곡》"

───딱, 하고 울렸다.

그 메마른 소리는 신기하게도 마치 폭포처럼 총성 속을, 바위산을 뚫고 나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을 뚫고 지나갔고,

" " "───────" " " "

그 직후, 50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비유로 말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스테이크용 고기 같은 작은 모양의 고깃조각이 되어, 바닥에 무너져내렸다.

"에고~ 한 명도 못 피한 거야? 재미없게스리~"

자신의 노블 아츠 한 번에 전멸한 병사들의 잔해를 보고, 오르골은 낙담을 보였다.

"선생님한테 불려가서 처음이 본부에 왔을 때엔, 무서운 아저씨들이 무서운 무기를 들고 있어 솔직히 좀 겁먹었었는데, 결국은 《폭군》이라는 지지대에 빌붙고 있을 뿐인 허접한 녀석들이었네. 본부 경비를 이런 사람들한테 맡겨야 할 수밖에 없다니, 《해방군》의 인재부족도 심각한가 봐."

이제 자신의 길을 막을 적은 없었다.

오르골은 고깃조각에서 배어나오는 피웅덩이를 횡단하여, 입구에 있는 내리막 계단을 향했다.

'이런 이지 모드 게임이라면, '그들'을 기다리게 할 필요 없이 혼자서도──'

하지만, 오르골이 해방군 본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려 한, 그 찰나.

"으읏────!?!?"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하고 예리한 충격이, 오르골을 덮쳤다.

그 충격에 그의 작은 몸은 지면에서 종잇장처럼 가볍게 떠올랐고, 입구까지 날아가버렸다.

공중에서 몸을 빙 돌려, 바닥에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뚝뚝, 하고.

그의 발치에 몇 방울의 피가 떨어졌다.

그건, 오르골의 오른쪽 뺨에 난, 찢어진 곳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안개비처럼 쏟아지는 총탄도, 불어닥쳐 오는 폭풍도, 그 모든 것들을 가벼이 받아낸 오르골의 철벽의 수비. 그의 주변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거미줄》. 그걸 뚫고 날아온 일격은──

"....아핫  아핫  아핫. 뭐야~ 하드 모드에 보스까지 있었잖아~"

오르골은 뺨에서 흘러나온 피를 닦고,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을 뿜으며 계단을 올라오는 적의 모습을, 서로 색이 다른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도》의 외투를 몸에 두른, 척완의 거구. 그것은──

"오늘은 본부에 있었구나. 발렌슈타인 선생님.

◆◇◆◇◆

계단을 전부 올라온 뒤, 오르골과 대치한 《척완의 검성》 발렌슈타인 경은, 매와도 같은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배신자에게 물어보았다.

"오르골. 네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무슨 생각이냐니, 뭐가?"

"모든 게 말이다. 멋대로 우리 눈과 귀를 조작하는 것을 포기하는가 했더니, 이번엔 본부에 공격을 가해 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말이다."

"무슨 생각~? 으응~? 무슨 생각이냐니?"

발렌슈타인의 강한 위압을 담은 힐문에, 오르골은 고개를 갸웃하며,

솔직한 동기를 답했다.

"왜냐니, 질렸으니까지."

"....뭐?"

"《해방군》에서 인형을 이용해서, 여러 인물을 연기하고, 전쟁을 벌이고, 전쟁을 부추기고, 그 반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잘 연기해서 평화를 지킨다거나 하는 건, 꽤 재밌었다구? 여러 사람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건 꽤나 자극적이었거든. .......하지만, 이제 질렸어. 뭐라 해야 하나? 습관화가 되어 버렸다 해야 하나? 그러던 때에 말이지, 애들 약속 같은 이런 재미없는 임무 속에서, 난 그녀와 만났어!"

오르골은 열띤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그녀를 연상했다.

"날 짓밟고, 내려다보는 그녀. 그 비색의 눈동자 너머로 보이는, 타오르는 의분. 난, 무심코 홀려 버렸어. 그리고, 생각했지. 그 눈을 더럽혀버리고 싶다고. 그 아이의 고고한 마음에, 오물을 묻혀, 썩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품은 건, 누나 이후였어! 내가 사랑하는 누나. 내가 사랑했던 누나. .....아아, 그래. 난 틀림없이,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 거야. 그러니, 가야만 해. 그녀가 있는 곳에. 지금 당장. 하지만───"

말을 한 번 끊은 뒤, 오르골은 허공에서 발렌슈타인 쪽으로 시선을 돌린 다음, 이어 말했다.

"그런 걸, 선생님과 다른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겠지? 내 방해를 해 오겠지? 그런 거, 엄청 짜증나니까.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전에, 오래된 장난감은 처분하기로 한 거야. 그러니 죽여도 되지? 선생님한테는 감사하고 있고, 아빠처럼 존경하고 있지만. 죽여도 되는 거지? 선생님도 알고 있잖아? '더욱 우수한 존재가 자신을 관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을 이 세상의 유일한 진실이라 알려준 건 선생님이니까 말야!"

그리고, 오르골은 천천히 양팔을 벌려, 열 손가락을 펼쳤다.

그것이, 오르골의 임전태세라는 걸 알고 있는 발렌슈타인은,

"....그렇군. 잘 알았어."

그에 응하듯, 왼팔에 들고 있던 대검을 등에 짊어지듯 고쳐쥔 다음, 험하게 말했다.

"네 녀석은 그렇지 않아도 다루기 힘든 제자였지만, 머리도 극히 악화된 모양이군. 모든 게 맘에 안 들어. 덤벼들 상대도 분간치 못하는 광견 녀석.... 네 녀석이 갖고 있는 방향성 없는 악의. 이유도 구별도 없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파멸을 흩뿌리고 다니는 그 왜곡된 혼은, 세상의 질서를 부정하는 우리의 힘이 될 거라 생각하여 네 녀석을 《해방군》에 끌고 왔건만.... 실패였군. 내 인생 최대의 오점이야. 자신의 실태의 결과는, 자신의 검으로 씻어내야 하는 법.....!"

여기에, 오르골은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음을 터트렸다.

"씻어내? 자신의 검으로?  아핫  뭐야뭐야? 선생님, 혹시, 날 죽이려는 거야!? 고작 B랭크 학생기사한테 져 버린 선생님이!? 《폭군》과 같은 《마인》인 이 나를!? 아핫  아핫  아핫! 덤벼들 상대를 분간하지 못하는 게 대체 어느 쪽이려나!? 늙어버린 모양이네! 발렌슈타인 선생님!!"

그 직후,

"읏──!"

발렌슈타인을 비추는 조명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경악하며, 뒤를 돌아본 발렌슈타인은, 보게 되었다.

자신의 뒤에서 팔을 휘두르고 있는, 바위 거인의 모습을.

《기계장치의 신》

실(絲)로 만들어진 디바이스를 무기물에 묶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괴뢰왕》 오르골의 노블아츠.

오르골은 대화를 하여 발렌슈타인의 이목을 끌었고, 그의 배후에 있던 암벽을 잘라내, 거대한 바위 인형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발렌슈타인도 그 존재를 이제야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바위 인형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팔을 가로로 휘둘러, 발렌슈타인을 후려쳤다.

직격을 받은 발렌슈타인의 몸은 종잇장처럼 날아가, 암산 벽면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오르골은 적의 치명적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햐핫~~~~~~!!!!!!!!"

바위 인형을 조종해, 그는 벽에 내동댕이쳐진 발렌슈타인에게 추가 공격을 가했다.

바위 주먹의 연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가했다.

암벽에 균열이 내달렸고, 동굴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도 괘념치 않고.

그리고, 발렌슈타인을 곤죽으로 만들며, 오르골은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아핫  아핫  아핫! 그 아무도 나의 '행복한 인생'에 방해따위 하게 놔두지 않겠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그래. 쾌활하게, 유쾌하게, 통쾌하게 말야!"

자신이 올바르다는 것을.

여기에,

"헛소리는 끝났나?"

발렌슈타인은, 방금과 아무 다를 바가 없는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에....!?"

인간이 곤죽이 되기엔 충분한 타격을 가했을 텐데.

그런데, 조금의 데미지도 느껴지지 않는 발렌슈타인의 목소리에, 오르골은 숨을 삼키고, 바위 인형에 의한 타격을 멈춘 뒤, 충격으로 인해 일어난 모래먼지 너머를 응시했다.

발렌슈타인은──서 있었다.

생채기 하나도 없이.

그렇다. 바위 인형의 주먹은, 그의 주변에 있는 암벽만을 때리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

그 질문을 생각할 여유를, 발렌슈타인은 주지 않았다.

"《참산(斬山)검》

일섬.

《척완의 검성》은 몸을 돌리듯, 검을 휘둘렀다.

그 일섬은 그의 앞에 서 있던 바위인형을, 마치 버터처럼 가벼이 절단.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그 이름이 나타내듯, 해방군 본부에 존재하는 백봉을 통째로, 주변 산맥의 꼭대기들과 함께 잘라냈다.

"윽──와, 앗!"

절단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꼭대기들.

그리고 펼쳐진, 만천의 별하늘.

땅이 뒤흔들릴 정도의 파괴의 광경에, 오르골은 말문이 막혔고,

──그 동요를 찔러, 발렌슈타인이 크게 파고들었다.

"윽... 《살인희곡》....!"

이 공세에, 오르골도 곧바로 영격.

손가락을 튕겨, 방금 병사들을 고깃조각으로 만들어버린 노블 아츠, 자신의 주변에 펼쳐둔 실을 사출하는 광범위 제압 참격을 가했다.

───그러나,

"────"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수천을 넘는 실에 의한 참격은, 발렌슈타인의 몸에 닿자마자 모든 실들이 미끄러져 나감으로 인해, 그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발렌슈타인은 참격의 망을 손쉽게 빠져나온 뒤, 대검을 치켜들고,

"흐음!"

오르골을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오르골의 주변엔 그의 디바이스인 실로 인해, 탄환 한 발조차 통과시키지 않는 철벽의 결계가 쳐져 있었다. 산을 베어내는 일격이라 할지라도, 마력으로 더 우위에 서 있는 《마인》 오르골의 디바이스를, 발렌슈타인이 절단해낼 수 있을 리는 없었고, 그 내리쳐진 검은 거미줄에 의해 가로막혔다.

발렌슈타인은 검을 내리친 뒤에 빈틈을 내보이고 있었다.

오르골은 그 빈틈에 응수하듯, 실을 조종했다.

하지만,

'어라!?'

오르골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실이, 어딘가에 걸려 있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마찰력──1000%. 네 녀석의 실은 이미 잡혀 있다."

그리 고한 뒤, 발렌슈타인은 내려친 대검을 횡으로 회둘렀다.

대검에 걸린 실의 결계는 그 움직임에 이끌려 끊어졌고,

"우, 우흑!?"

발렌슈타인은 거구의 리치를 살린 발차기를, 무방비해진 오르골의 복부에 꽂았다.

작은 몸집의 오르골의 몸은, 마치 축구공처럼 멀리 날아가, 지면을 수십 미터 구른 뒤 암벽에 부딪혔다.

"쿨럭! 콜록! 아야아~......"

"정말 멍청한 꼬맹이 녀석이로군. 《각성》을 거친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능력의 상성차라는 《블레이저》끼리의 싸움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니."

실망조차 느끼는 모멸을 내뱉으며, 발렌슈타인은 다시금 오르골을 향해 쇄도했다.

여기에, 오르골은 자세를 바로잡아 일어서려 했지만,

"어, 라..? 일어설 수가 없.... 어.... 미끄러져!?"

"당연하지. 네 녀석의 발치는 이미 조금의 마찰조차 존재하지 않으니까."

"마찰... 아아... 그러고 보니 선생님의 능력은 확실히────"

"이제 와서 알게 되었나, 멍청한 녀석. 내 검은 『마찰』을 지배하지. 참격을 가하건 조종을 하건, 상대의 몸에 접촉시키지도 못한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네 녀석의 『실』의 능력과, 만물의 물리적 접촉을 거절할 수 있는 내 『마찰』의 능력엔, 절대적인 상성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 《각성》의 유무 따윈 문제조차 되지 않아. 네 녀석의 능력은 말 그대로, 이 내게는 닿지조차 못할 테니까."

일어설 수조차 없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절대적인 죽음.

오르골은 이 궁지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의 실을 이용해 자신을 공중으로 끌어올리려 했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발렌슈타인에 의해, 전장의 천정은 물론 주변의 높은 산이 모두 잘려나가, 실을 묶어둘 곳이 사라져버린 것을.

"아  하..... 너무하네, 선생님... 아이를 상대로, 진지하게...."

뒤의 수를 계속해서 읽는 노회한 발렌슈타인의 공세에, 오르골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기에 발렌슈타인은 농담 하나조차도 답하지 않고,

"다른 제자라면 기대를 배신한 것에 분개해하며, 자신의 손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운명에 탄식했겠지만... 오르골, 난 네 녀석에게 조금의 기대조차도 하고 있지 않아. 네 녀석은 방대한 힘을 지녔을 뿐인, 망할 미치광이 꼬맹이에 지나지 않아. ....이제야 자신의 오점을 씻을 수 있어, 그야말로 시원한 기분이 드는군."

오르골의 목을 치기 위해, 검을 치켜들었다.

"죽어라."

정도, 자비도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선고.

오르골은 알고 있다.

발렌슈타인은 다음 순간에, 아무 주저도 없이 검을 내리쳐, 자신의 목을 마치 채소라도 썰 때처럼 아무 감개도 없이 잘라버릴 것이라는 걸.

그런 확실한 살의를 앞에 두고,

"아핫  아핫  아핫....!"

오르골은 즐겁게 웃었다.

발렌슈타인의 발차기로 인해 손상을 입은 내장에서 뿜어나오는 피를 토하며.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포자기에 빠진 것인가.

.....그게 아니었다.

어째서냐면, 오르골의 웃음은..... 조소.

발렌슈타인에 대한 비웃음에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웃기지?"

눈썹을 찡그리는 발렌슈타인.

여기에, 오르골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답했다.

"아핫  웃긴 게 당연하지. 그야 선생님은, 그렇게까지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저 방대한 힘을 가졌을 뿐인 미치광이 꼬맹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그런 사람이, 선생님과 정정당당하게 일대 일 승부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거야!?"

"으으윽─────커, 허억!?!?!?"

그 순간,

발렌슈타인의 흉부를 뚫고, 그것이 튀어나왔다.

맥박치는 발렌슈타인의 심장을 쥐고 있는, 검은 팔이.

"역시 당신은, 너무 늙었어. 발렌슈타인 선생님."

◆◇◆◇◆

흉부에 격통이 발생한 순간, 늑골을 뚫고 튀어나온 검은 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없던 발렌슈타인, 아연히 그 팔을, 그 손에 쥐여져 있는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잠시 후, 변화가 일어났다.

쥐여 있던 심장이, 검은 장갑을 낀 손 안에서, 급속하게 말라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기를 잃고, 메마른 토마토처럼 쭈글쭈글 말라가고 있는 심장.

지금 이, 자신을 덮친 현상을 가능케 하는 힘.

발렌슈타인은, 딱 하나, 알 수 있던 게 있었다.

"이, 럴.. 수가...! 이 능력은.... 설, 마.....────.."

하지만, 그의 이해는 말에 실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발렌슈타인의 전신도, 그의 심장처럼 급격하게 말라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수분을 잃은 피부는 격자 형태로 갈라졌고, 안구는 내용물이 사라진 얇은 막이 되어 흘러내렸고, 몸은 쭈그러들었다.

그리고, 미이라처럼 말라 가는 발렌슈타인의 얼굴을, 그의 가슴에서 뻗어 나온 두 손이 잡았고.

──찢어버렸다.

그러자 발렌슈타인의 갈라진 몸 안에서,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수분이 부족해 푸석푸석한 두발에, 온통 검은색으로 통일된, 음습한 옷차림의 남성.

그 남자를, 오르골은 환영했다.

"여어. 와 줄 거라 믿고 있었어. 《사막의 사신》"

이 오르골의 가벼운 환영에, 《사막의 사신》은──

"....여어, 는 얼어죽을 헛소리야. 이 멍청한 자식이."

쓰러져 있는 오르골의 멱살을 한손으로 움켜쥔 다음 들어올린 뒤, 핏발 선 분노가 담긴 눈으로 노려보며

"와앗! 폭력 반대...!"

"남을 불러놓고, 뭘 멋대로 뒈지려고 하고 있는 거야? 사람 깔보냐? 엉?"

"지, 진정하구.. 네가 구해 줬으니 된 거 아니야?"

"내가 안 왔으면 뒈졌을 거라고."

"필요할 때에 필요한 장소에 모여 주다니, 우리들은 아주 좋은 팀이 될 것 같네."

"칫....!"

"어디까지나 능글맞은 오르골의 태도에, 질책하는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했을까.

《사막의 사신》은 오르골의 몸을 내던졌다.

"아야야... 에이, 정말 난폭하다니까."

"누가 팀이란 거야. 닭살돋게. 내가 여기에 온 건, 네 놈이 벌일 『전쟁』과 『약속』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약속?"

"시치미 떼려고 하지 마.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 그 평화롭기 짝이 없는 국가를 멸망시키고, ──그 모든 것들을 내가 손에 넣는다. 그런 약속을 했었잖아. 네 놈이 그렇게 말했기에 나는 네 놈의 악취미에도 어울려주고 있는 거라고? 혹시 그게 거짓말이었다면... 발렌슈타인 할아범 대신, 내가 네 놈을 죽여 버릴 테다."

"아아, 그거 말이지? 물론 진짜야. 내가 원하는 건 스텔라 뿐이니, 남은 다른 것들은 죽이건, 범하건, 지배하건, 모두 네 맘대로 해도 좋아."

이 오르골의 답에, 《사막의 사신》은 사나운 미소를 띠며,

"크큭, 좋아. 꼬맹이한텐 흥미 따윈 없으니까. 내 나라를 손에 넣기 위해, 네 놈의 악취미에 한 손 거들어 주도록 하지."

오르골을 향한 협력을 다시금 약속받았다.

"그렇게 결정이 났으니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 따윈 없어. 얼른 남은 쓰레기들을 정리하러 가자고. 즐겁디 즐거운 전쟁에, 쓸데없이 끼어드는 녀석이 있다면 흥이 식어 버릴 테니까."

그리고 《사막의 사신》은 해방군 본부로 이어지는 내리막 계단을 향해 걸어나갔다.

아니, 걸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나, 『살육』에 대가를 원하다니, 속물이구나? 이러니 저속한 『용병』은 싫다니까."

"구후? 구후훗...!"

계단을 올라온 두 지인의 모습에, 발을 멈췄다.

"켁. 《해방군》의 뒤나 닦아 주는 《암살자 일족》이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냐."

"어머나. 실례되는걸. 그 하찮은 사람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 오늘 내가 여기에 있을 리도 없잖아?"

"《악의 꽃》. 거기에 『B.B』도 와주었구나!"

이 두 남녀.

날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흑발의 여성과, 마치 오뚜기처럼 비만체의 남자를 본 오르골은 환영의 말을 했다.

거기에 『B.B』라 불린 비만은 "히잉~!" 하고 어금니를 드러내며 말처럼 웃었고

"이쪽이야말로. 멋진 제안 고마워. 감사하고 있다구. 《괴뢰왕》."

《악의 꽃》이라 불린 흑발의 여자는, 오늘 이 초대에 감사를 표했다.

그런 그녀에게, 오르골은 질문했다.

"본부 안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건, 혹시 벌써?"

여기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안에 있는 사람들은 《폭군》 이외에 모두 정리해 뒀어. 이런 식으로 말이지."

살짝, 옆으로 비켜서 그녀의 등 뒤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한 무리에게 길을 양보했다.

올라온 무리의 얼굴을, 오르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척완의 검성》 이외의 《십이사도》, 그 중 오늘 본부 안에 있던 7명.

그 누구나가 바깥 세계의 대부호이거나, 국가의 중한 자리를 맡고 있는, 유명한 자들이었다.

하지만,

"우후후... 예쁘지?"

그 모습은, 완전히 변모해 있었다.

아슬아슬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오는 7인의 신사들의 몸엔, 꽃이 피어 있었다.

코와 입, 귀 같은 구멍은 물론, 이미 안구가 밖으로 흘러나와 덜렁거리는 눈구멍, 그리고 살과 피부를 뚫고, 몸 여기저기에까지.

장미꽃이.

적황청, 삼색의 아름다운 장미꽃이 흐드러져 피어 있었다.

그 모습을, 《악의 꽃》은,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늘진 세상의 일 따윈 이제 질렸어. 돈을 위해 《살인》을 하다니, 목숨에 대한 모독이야. 사람의 목숨이란...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있는 거라구. 그렇지 않아?"

"이건... 혹시 살아 있는 거야? 이런 상태로?"

"우후후. 그래. 잘 알아챘네."

오르골의 이해에, 《악의 꽃》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말수가 많아졌다.

이건 자신의 능력에 의해 배합한 마도화이고, 산 사람의 간장 속에 씨를 심어 폭발적으로 성장. 기생한 인간의 피를 영양분삼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이라고.

"그리고 이 아이의 멋진 점은, 당신도 눈치 챘듯이, 광합성으로 글리코겐을 생성하여 뿌리내린 간장에 보내주는 것을, 기생하고 있는 인간을 절대로 죽이게 놔두지 않아. 사지의 신경은 전신에 뻗은 가시로 인해 갈가리 찢겨나가고, 자신의 의사로는 어느 곳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상태지만, 내장을 움직이는 신경이나 통각은 결코 망가뜨리지 않은 채, 몸 내부를 꿰뚫고 있는 가시로 계속해서 격통을 보내 숙주의 대사를 촉진시켜, 강제적으로 생존시키지. .....어때? 아주 멋진 아이이지 않아?"

그렇게 《악의 꽃》은 자신이 배합한 마도화를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여기에, 오르골은 크게 수긍했다.

"응. 상당히 좋은 취미라 생각해. 난 그런 거 되게 좋아."

그런데,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

"좋은, 냄새..."

서서히, 《B.B》가 피에 젖은 장미의 냄새에 이끌려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마도화에 흥미를 가진 것에, 《악의 꽃》은 더욱 기분이 좋아진 듯

"어머나, 《B.B》. 당신도 이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거야? 좀 더 귀여워해 주라구."

라며 권했다. ──그러나

"맛있을 것 같아~♪"

"아."

다음 순간, 누군가가 제지할 틈도 없이, 《B.B》는 피에 젖은 장미를 꺾어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아이, 달아라~"

그 《B.B》의 행동에, 《악의 꽃》은 그 단정한 얼굴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꽃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야만인하고는, 손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에, 에이... 《B.B》도 나쁜 뜻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오르골은 《B.B》의 유일한 우인으로서 《악의 꽃》을 달래고 있었다.

"그래서? 네 년이 《십이사도》를 다 정리했다는 건, 남은 건 그 《폭군》뿐이라는 건가."

《사막의 사신》이 《악의 꽃》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악의 꽃》은 수긍으로 답했다.

"그래. 저 7명은 블레이저조차 아닌 그저 악당일 뿐이지만, .....《폭군》은 세계를 삼등분하는 《마인》니까. 어딜 어떻게 해도 그는 나 혼자선 버거울 것 같으니, 《옥좌》에는 가지 않았어."

"한심하기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네. 그도 그럴 게, 가장 큰 작업이 될 테니까."

"뭔 개소리야. 이미 늙다리가 된지 반세기나 지난 놈인데. 이 내 주먹으로 저세상으로 보내주겠어."

내뱉듯 말하고, 《사막의 사신》은 자신을 고무하는 듯, 주먹의 뼈를 우두둑 울렸다.

하지만, 그런 《사막의 사신》을,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 거야."

오르골이 제지했다.

"....? 무슨 말이야?"

돌아온 답에, 오르골은 답했다.

"왜냐면.... 《폭군》은 본부에 없으니까."

그리고, 오르골은 셋에게 고했다.

그의, 극하게 첩보를 다루는 데에 어울리는 능력으로 얻게 된, 《해방군》의 비밀.

《십이사도》 중에서도 셋.... 카자마츠리 코우조와 《대교수》, 그리고 또 다른 한 명 외엔 모르고 있는, ──《폭군》의 현재 소재에 대하여.

그걸 들은 《사막의 사신》과 《악의 꽃》은 처음, 경탄에 눈을 부릅떴고,

다음 순간──웃음을 터트렸다.

"풉, 아하핫! 뭐~야 그게! 너무하잖아!"

"큭큭큭, ....그것 참, 발렌슈타인 할아범도 곱게 성불은 못할 것 같군."

"그러게 말야. 뭐, 그러니까,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끝났다는 거지."

《해방군》은 이미 자신들을 방해할 힘을 갖고 있지 않다.

뒤를 신경 쓸 우려는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남은 건.... 즐기기만 할 뿐.

거기서, 오르골은 다시금 자신의 부름에 응하여 모여 준 셋을 향해, 말했다.

"내 부름에 응해 여기 이곳에 모여 주었다는 건... 너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라고 생각해. 즉... 세상은 재미없다, 라고 말이지."

" " "────" " "

"누구나 한결같이 말하지. 나쁜 일을 해선 안 돼요. 남에게는 착하게 행동합시다. 사랑합시다. 그것이, 인생을 아름답게 꾸며 줄 행복이라고 말야. ......그럼, 거기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어떡하면 좋은 거지?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들은, 어떡하면 좋은 거냐고. 그런 우리들에게, 세상은 이렇게 말하지. 자신을 억누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헤실거리며, 모래를 씹는 듯한 맛도 재미도 없는 인생을 살라고. .....정말 너무하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우리들은 죽어 있으라고 하는 거잖아. 세상은, 제멋대로야. 그러니, 우리들도 참고 있을 필요 따윈 없어. 그 녀석들의 제멋대로인 생각에 어울려 줄 이유 따윈 없어. 왜냐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룰은 원래라면 하나 뿐이니까. 강한 자가, 자신을 관철시킬 수 있다, 그 섭리 하나만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거리낄 이유 따윈 아무것도 없다.

"내키는 대로 죽이자. 내키는 대로 빼앗자. 내키는 대로 먹어치우는 거야. 내키는 대로, 바라는 대로, 우리들은 우리들의, 단 한 번 밖에 없는 멋진 인생을 즐겨 보자고. 쾌활하게, 유쾌하게, 통쾌하게 말야!"

"너한테 들을 것 까지도 없어."

"그래... 즐겨 보자구."

"구후훗♪"

이 셋의 답에, 오르골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빙 돌렸다.

"그럼, 가자. 우리들의 힘으로, 이 세상을 좀 더 즐겨 보는 거야!"

그리고, 어둠의 세계 속에 사는 악귀들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햇살 가득한 세계. 클레이델란트로.

◆◇◆◇◆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해방군 본부에서 벌어진 참극.

그 모든 것을 역사에서 읽어낸 츠키카게는, 경악에 물든 채 중얼거렸다.

"뭐를 보았지, 츠키카게?"

질문을 해 오는 코우조를 향해, 츠키카게는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전했다.

그 모든 것을 듣고, 코우조도 예상보다 더 나쁘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이 사태에, 동요를 나타냈다.

"《괴뢰왕》의 모반까지는 예상대로였지지만, 《악의 꽃》에 《B.B》, 거기에 더불어 그 《사막의 사신》까지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는 것인가. 거기다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을 멸망시킨다고? 대체 어째서...."

"《괴뢰왕》은 《히라가 레이센》의 몸으로서, 스텔라 공주와 접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마남으로 인해 《괴뢰왕》은 스텔라 공주에게 어떠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 테지요."

즉 그것은, 최악의 미래를 피해기 위해서라고 해도, 뒷쪽 세계의 힘을 빌려 온 자신의 책임이다.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일은 한시를 다툽니다. 전 곧바로 연맹에 이 일을 보고할 생각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여기에, 코우조는 수긍으로 답했다.

"내 쪽에서도 연맹에 같은 정보를 흘리도록 하지. 진의를 캐 볼 수고가 덜어지도록 말야."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사태는 상상보다 더 절박한 모양이야. 어쨌든 너는 연맹에 연락하여 《날개의 재상》을 동원하도록. 녀석들이라면, 이런 상황도 잘 극복해낼 수 있을 테니. 난 생존해 있는 《십이사도》와 연대하여 《해방군》을 재립할 테니. 지금 세계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에 있어, 《해방군》이라는 제 3세력의 존재는 꼭 있어야만 해. 잃을 수는 없어."

《괴뢰왕》의 폭주는 이윽고 바깥 세상에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세상의 여론이 《해방군》의 전멸로 기울게 될 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해방군》이라는 제 3세력이 사라진다면, 《연맹》과 《동맹》두 세력이 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막을 장해가 사라지고, 세상은...... 츠키카게가 꿈에서 본 절망의 미래로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건,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만 한다.

이 코우조의 생각에,

"알겠습니다."

츠키카게도 이해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 때.

"앗!"

어른 둘이 세상의 종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한 편, 린나가 무엇을 떠올렸다는 듯 큰 소리를 냈고, 샤를로트를 향해 질문했다.

"샤를! 그러고 보니 《워스트 원》과 《홍련의 황녀》는, 지금 버밀리온에 있다고 하지 않았어!?"

"확실히, 이전에 뒷풀이 파티를 하였을 때, 그런 말씀을 하셨었지요."

"읏....!!"

이 린나의 말에, 사라도 안색이 새파래졌다.

확실히, 『이치방보시』에서 열린 승리 축하 파티에서, 둘은 이런 말을 했다.

여름방항의 남은 시간을 써서, 버밀리온에 가겠다고.

그렇다. 《괴뢰왕》이 향하고 있는, 그 버밀리온을.

"나, 잇키의 전화번호, 알고 있어...!"

둘이 위험하다.

곧바로 알려야만 한다고, 사라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연결되질 않아... 어째서...."

그리고, 연결되지 않는 건 사라의 핸드폰뿐만이 아니었다.

연맹 본부로 연락을 취하려 하던 츠키카게의 핸드폰도, 같은 꼴이었다.

"제 핸드폰도 터지질 않는군요. 방금 습격으로 인해 통신설비가 망가진 것일까요."

"그건 이상한 말이군. 내가 너희들과 연락을 했을 때엔 통신설비는 멀쩡했을 터──"

그리 코우조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었다.

"카자마츠리 님! 긴급사태입니다!"

안색이 새파래진 《신봉자》중 한 명이, 다섯이 모인 곳을 향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보통 일이 아닌 그의 모습에 되묻는 코우조를 향해, 《신봉자》는 새파래진 얼굴로 보고했다.

"방금 막, 서북부 감시초소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무장 헬기가 3기, 본부를 향해 급속 진행중!"

"뭐라고!?"

"기종은, 록벨 사 제, 알바트로스! 카탈로그 스펙의 약 3배 속도, 이걸 소유하고 있는 세력은 한 곳밖에 없습니다! 침입자는, 미국 초능력 부대──《사이온》...... 《초인》 에이브라함 카터입니다....!"

" " " 으읏.....!" " "

세상을 삼등분하는 세력 중 하나. 대국끼리가 연맹을 맺은 《동맹》 내에서도 최강의 남자.

그런 남자가, 해방군 본부에 몸소 향하고 있다.

그건...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사표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제행무상, 인가..."

카자마츠리 코우조. 뒷쪽 세계 속에서 지금 세상의 형태를 쭉 지켜 온 이 남자는, 이해하게 되었다.

시대가, 세계가, 별의 운명이, 크게 꿈틀거리며 움직이려 하는 것을.

그걸 막을 수단은, 이미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미안하네, 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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