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클레이델란트 방문
클레이델란트의 제 1왕자, 요한이 루나아이즈에게 걸은 전화.
그 내용은, '《해방군》에 소속해 있는 《괴뢰왕》 오르골이라는 아주 위험한 범죄자가,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 주변에 숨어 있을 것이란, 《국제 마도기사 연맹 본부》가 보내 온 정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양 국민의 왕래가 격해질 전쟁의 날 전에 사전 협의를 하고 싶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요한은 이렇게도 말했다.
머나먼 동양 국가에서 《홍련의 황녀》를 격파함 사무라이. 《워스트 원》 쿠로가네 잇키와 전쟁 전에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한 명의 기사로서, 흥미가 있다고 했다.
요한의 호기심에 비롯된 요청. 루나아이즈로서는, 잇키에게는 티르밋과 밀리어리아의 강화를 우선시해주면 했지만, 클레이델란트에겐 억지로 타국민인 잇키를 대표로 선발한 것을 받아들여주었다는 빚이 있다.
따라서 루나아이즈는 어쩔 수 없이 이걸 승낙하고, 잇키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시리우스를 설득하기 위해 사전에 여러 준비를 했었고, 거기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버밀리온의 대표 선수 자리를 마련해 준 루나아이즈가 부탁을 해 오면, 잇키로서는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잇키와 루나아이즈, 그리고 잇키가 가겠다면 자신도 따라가겠다는 스텔라, 총 셋을 태우고, 황족 전용의 소형 비행기는, 클레이델란트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깜짝 놀랐어요.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은 연맹의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곤 해도,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이니, 좀 더 험악한 사이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왕족끼리 사적인 전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다니 말이에요."
그 항로 도중, 자신이 불려 나온 전말을 듣게 된 잇키는, 솔직한 감탄을 토했다.
여기에, 스텔라도 동의를 나타냈다.
"확실히 듣고 보니 이상하네. 난 어렸을 때부터 요한 오빠랑 같이 놀기도 했으니,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일본에 유학을 가고 난 뒤로, 내가 특별한 케이스라는 걸 아주 잘 알게 됐다구."
그리고, 그런 둘을 향해 루나아이즈가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야."
왜냐면 버밀리온은, 클레이델란트와 전쟁을 벌여 독립을 얻어낸 나라이니까, 라고.
"두 왕족, 그리고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벽은 결코 얕지 않았어. 긴 기간동안 작은 다툼을 계속해서 벌여 왔었고, 국민한테도 상대 국가를 미워하도록 교육을 해 오기도 했지. 그래, 수 백년이나 말야.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자식에게서 손자에게로, 증오를 물려주며, 수백 년이나 상대를 계속해서 미워해 왔지. 자신이 받지도 않은 고통과 굴욕을 이유삼아서 말이야. .....참 미련하기 짝이 없는 인습이라 생각하지 않나?"
시선으로 그 질문을 받고, 잇키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렇네요. 그저.... 용서라는 건, 증오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것이니.."
"그렇군. 미련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
업이 없는 국가 따위는 없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
"하지만 말이다, 30년 전, 그런 미련한 인습보다도, 더 미련한 바보가 나타났지."
"그게, 혹시 아바마마?"
스텔라의 말에, 루나아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들의 아버님인, 시리우스 왕이지. 시리우스 왕은 즉립하자마자 단신으로 클레이델란트에 쳐들어가, 클레이델란트 군을 상대하며, 왕궁까지 들어선 다음, 절연 상태였던 클레이델란트의 클레프 왕을 향해 이렇게 말했어. '내가 싫다면, 니 마음 내키는 대로 싸워 주도록 하지! 그딴 백 년 전의 전쟁 따위가, 일일이 국가를 들먹이며 해야 할 일이냐!' 라고 말야."
"에, 에엑...."
"호, 호쾌하시네요. 한 발짝만 잘못 디뎠다간 국제 문제로 벌어졌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만.."
말문이 막힌 둘을 향해, 루나아이즈는 껄껄 웃었다.
"잘못 디디지 않았더라도 국제 문제가 됐지. 정말, 바보이기 짝이 없어. .....허나, 클레프 왕은 그런 바보를 보고 생각했다는 모양이더군. 이 재밌는 남자를, 자신은 미워할 수 없다고. 그리고, 눈이 뜨였던 모양이야. 거짓된 분노, 거짓된 증오, 그런 것들을 국민에게까지 강요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이후로 두 나라는 상대국에 대한 적개심을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을 전부 없애버리고, 적극적인 교류를 하며, 조금씩 관계를 개선해 나아갔지. 지금 전쟁도 영토 분쟁이라는 명목을 이어받고 있긴 하다만.... 실질적으로는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엔 별다른 차이는 없어."
"그런가요?"
"그야, 가스전의 권리를 손에 넣은 국가 쪽이, 진 나라 쪾의 인프라 정비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약이 방금 말한 사건 이후로 맺어졌으니까 말이지. 지금은 전쟁이란 건 그저 이름뿐인 공동 연습에 지나지 않아."
"가판대 같은 것도 잔뜩 나오니까 말야~"
그 말을 듣고, 잇키는 먼 나라에서나마 《홍련의 황녀》를 쓰러뜨린 자신의 참전을 클레이델란트 쪽이 받아들인 이유에, 납득을 하게 되었다. 즉, 이 전쟁은 양국의 친목회 같은 것이고, 아득바득 이를 갈며 승리를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상대 쪽도, 이벤트가 더욱 성대해질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바마마가 그런 짓을 했었구나. 옛날에 클레이델란트에 가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소문 정도로만 들었었는데 말야. 어차피 아바마마 일이니까 뭔가 엄청 쓸데없는 짓을 벌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클레프 왕에게 듣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어. 뭐, 어차피 나에게 알려지면 혼만 날 테니 그냥 비밀로 해 뒀던 거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클레프 왕이 그릇이 큰 자가 아니었다면,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되었을 테니 말야."
"하지만, 그런 과거의 인습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 호쾌한 아버님이셨기에,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사이에 맺힌 응어리가 풀릴 수 있었던 거겠쬬."
하지만, 이 잇키의 말에, 루나아이즈는 어깨를 으쓱했다.
"흠, 그건 어떠려나. 그 아버님에게서 '국민감정을 배려하여, 전쟁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서로 절반씩 나눠 갖는 것으로 전쟁을 형해화시킨다' 라는 정치적인 발상이 나올 거란 생각은 도저히 들지 않는군. 난 이 일련의 개혁엔 어머님의 수완이 가해졌다고 보고 있어."
"나도 동감이야. 지금은 내정도 외교도 어마마마이 주도하고 있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틀림없이 흑막은 어마마마일 거야."
'그러고 보니, 전에 스텔라가 말했었지...'
스텔라가 일본에 왔을 때, 강경하게 반대하던 시리우스 왕을 아스트레아 왕비가 감옥에 투옥시켰다고....
그 둘 사이엔, 절대적인 파워 밸런스가 존재하고 있는 듯했다.
'....절대로 어머님을 화내게 만들지 말자.'
"뭐, 그런 고로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는, 과거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왕족들이 주도하여 유화정책을 선택해 왔어. 잇키가 의외롭게 생각한 왕족끼리의 교류도 그 일환이지. 뭐, 당시 꼬맹이였던 우리들에겐 그런 정치적인 것 따윈 상관없이 친하게 지냈었다만."
"요한 오빠는 예전부터 루나 언니한테는 고개를 들지 못했었지. 마치 진짜 남매처럼 말야."
"그럼 스텔라한테도 오빠 같은 존재겠구나?"
여기에, 스텔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요한 오빠는 주변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강한 기사이니까, 자주 훈련도 같이 했었고."
"거의 네가 일방적으로 흠씬 두들겨 맞을 뿐이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루나아이즈는 쓴웃음을 한 번 흘리고, 비행기의 앞유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에게 말했다.
"자아, 보이기 시작하는군. 저것이 클레이델란트의 수도, 뤼셸이다."
◆◇◆◇◆
클레이델란트 수도, 뤼셸.
정부 관계용 공항에 내려선 잇키 일행은, 거기서 입국 수속을 밟고 있었다.
애초에 당연하게도 VIP 등급이기에, 짐 검사나 귀찮은 질의응답은 생략되었다.
루나아이즈가 관계자들과 두, 세마디 정도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그것이 끝났고, 셋은 게이트를 통과했다.
공항 정문에 나온 리무진에 타고, 뤼셸 중심가로 이동.
요한 왕자와 약속을 해 둔 장소인 광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클레이델란트에 온 잇키는, 그 경관에 숨을 삼켰다.
"이건... 정말 멋진 마을이네요."
광장을 둘러싸듯 나란히 세워져 있는, 아르누보 건축식 건물.
중세 유럽의 마을을 그대로 구현화해낸 듯한, 서양 정서가 넘치는 광경이었다.
그건 사진을 찍는 취미가 없던 잇키에게도, 사진첩에 담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뤼셸은 마을 그 자체가 세계유산이니까 말이지. 볼만하지 않나?"
"네, 정말 멋져요. 마치 중세 속으로 타임 슬립을 해 온 기분이 드네요."
"후후, 아르누보 건축은 그렇게 긴 역사를 지닌 건축식은 아니지만, 동양인이 생각하는 유럽의 이미지에는 딱 맞을 테지. 동양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높기도 해. 모처럼 왔으니, 나중에 스텔라와 함꼐 마을을 산책이라도 해 보는 게 어떻겠나?"
"그거 좋네! 잇키, 그렇게 하자!"
"그렇네. 모처럼 왔으니..."
"뭣하다면 그대로 둘이서 외박까지 하고 와도 괜찮다고? 어차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기에 있을 테니까. 아버님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약속하지."
"루, 루나 언니!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말!"
그렇게, 루나아이즈의 직설적인 말에 스텔라가 얼굴을 붉히고 있자,
"루나아이즈 양!"
셋을 향해, 한 고급스런 옷차림의 청년이 말을 걸며, 달려왔다.
"죄송해요. 혹시 기다리셨어요!?"
눈치를 살피는 듯한 질문하는 청년을 향해, 루나아이즈는 약간 짓궂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아니. 네 일이니 약속 시간보다 30분 전에 올 거라 생각하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기 위해 거기에 맞춰 온 것 뿐이야."
"아, 아하하.... 배려 감사해요."
그리고 스텔라도,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작년 크리스마스였나?"
"그렇네. 반년만이야. 일본에서도 대활약했다고 들었어. 그 《바람의 검제》를 꺾다니. 일본의 《마도기사》들은 강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스텔라야."
"흐흥~ 뭐, 내 적수는 못 됐지만 말야~"
그렇게, 청년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까지 보게 됐으니, 소개를 받지 않아도 잇키는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 금발의 청년이 바로, 자신들을 클레이델란트로 부른 인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잇키가 알아챈 것과 동시에──
"그리고... 그런 강한 스텔라를 두 번이나 쓰러뜨린 게, 당신이지요?"
요한의 푸른 눈동자가, 잇키에게로 향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쿠로가네 잇키 씨. 클레이델란트 제 1왕자,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입니다. 오늘은 제 억지스런 호출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큰 영광입니다."
"《칠성검무제》의 중계는 이쪽에서도 되어 있었기에, 시합은 아주 잘 봤었습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그 스텔라를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싸우다니. 무심코 숨을 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전 스텔라의 힘에 항상 밀리기만 했었으니까요."
".....별말씀을요."
"잇키 씨가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같은 기사로서도 흥미가 있어요. 부디 제게 가르침을 주실 수 있을까요?"
"아, 아뇨.. 저같은 녀석이 도움이 될지 어떨지..."
요한의 어디까지나 정중한 태도에, 잇키는 필요 이상으로 겸손해지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솔직히, 일국의 왕자인 인물이 이렇게까지 예의를 갖추는 건, 반응하기 곤란했다.
그럴 때에,
"인사는 참 기특하다만, 요한."
잇키와 요한 사이에 떫은 표정을 지은 채 루나아이즈가 껴들어 왔다. 그리고,
"스카프가 비뚤어져 있어. 몸단장엔 주읠르 하라고 언제나 말하고 있잖나. 넌 외모가 좋은 만큼, 그런 갖춰지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인다고. 자, 움직이지 마. 고쳐 매 줄 테니까."
"자, 잠깐만요, 루나아이즈 양. 부끄럽다구요, 남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모습을 애초에 보이지 않게 신경쓰도록 해. ....거기에, 네가 자신의 지위도 생각지 않고, 지나치게 겸손하게 인사를 건네 온 탓에 잇키의 태도가 경직되어 버렸잖나. 정도 조절은 확실히 신경쓰도록 해. 그게 진정한 예절이라는 거야."
스카프를 고쳐 매며, 그야말로 잇키가 느꼈던 어색함의 원인을, 루나아이즈가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루나아이즈에게 지적을 받은 요한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챈 듯,
"아, 아하하... 루나아이즈 양한테는 역시 당할 수가 없다니까."
잇키를 향해 "미안해." 하고 사과한 뒤, 루나아이즈가 스카프를 고쳐맬 때까지 얌전히 직립부동 자세를 유지했다.
그런 둘을 보고, 스텔라는 잇키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그치? 진짜 남매같지 않아?"
라고.
하지만, 잇키가 그 광경에 품은 이미지는, 조금 달랐다.
'아니.... 이건 남매라기보다는........'
꼬르으으으으으으으윽..........
"아.."
갑자기, 네 명의 귀에 이음이 들려왔다.
루나아이즈는 눈썹을 경련시키며, 그 소리의 발생원, 스텔라를 노려보았다.
"....스텔라, 너 말이다...."
"어, 어쩔 수 없잖아! 점심도 아직 안 먹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한창 때인 소녀가 배에서 나는 소리를 그렇게 성대하게 내면 쓰나."
"어, 어쩔 수 없잖아! 용의 힘이 눈뜬 뒤로부터 연비가 나빠졌으니까! 내 탓 아니거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변명을 하는 스텔라를 보고, 요한은 미소를 지으며,
"그러고 보니 마침 점심 시간이네. 어때? 그 범죄자에 대한 대책 협의를 하기 전에 식사라도 하지 않겠어? 지금은 전쟁이 가까운 날이니 광장에 가판대가 나와 있으니, 거기서 말야."
그렇게, 셋에게 제안했다.
여기에, 스텔라는 곧바로 찬동했다.
"찬성! 괜찮지? 루나 언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 그 뱃소리가 또 나게 된다면 수습할 도리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 바로 요앞에 있으니까, 걸어가도록 할까?"
이렇게 넷은 이번에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 열리는 회장, 뤼셸 국립 투기장 가까이에 있는 중앙공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짧은 거리이긴 했지만, 이 나라의 왕자와 이웃 나라의 공주가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은 당연히 주목을 모았고, 넷이 걸어가는 곳 양쪽 길가엔 인파가 생겨났다.
아! 왕자님이다!'
'버밀리온의 공주님도 있어!'
'직접 봐도, 역시 둘은 미남미녀네....'
'꺄~ 루나아이즈 님~! 멋져!!'
'시합 기대하고 있습니다! 뭐, 이번에도 이기는 건 우리 나라겠지만요!'
"무슨 말을! 올해부터는 나도 대표에 들어가니까, 각오하고 있으라구!"
좌우로부터 날아들어 오는 환영의 목소리에 손을 흔들며, 소리내어 답하는 스텔라와 루나아이즈.
그 광경은 실로 평화로웠고, 과거의 응어리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양국의 왕족이 적극적으로 행해 온 유화 정책의 성과가 엿보였다.
하지만,
'어, 라....?'
그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잇키는, 강렬한 위화감에 걸음을 멈추었다.
인파 속.
부자연스레 뚫린, 『구멍』이 있었다.
공백의 공간───
'아니, 아니야.'
공백이 아니다.
잇키는 시각만이 아닌, 오감을 열어, 그 『구멍』을 주시했다.
소리의 흐름, 대기의 웅덩이, 기척──
부자연스럽게 결손된 시각정보를 채워넣으니, 보이기 시작했다.
배어 나오듯, 떠올라있었다.
시각만으로는 공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곳.
거기엔,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잇키 이외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거기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조차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멀리서 이쪽을 좌우 다른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여성.
그 자세, 두르고 있는 분위기를, ──잇키는 알고 있었다.
'저 사람은.... 하지만, 어째서 '저 사람'이 여기에...?'
"잇키?"
"와악....!"
모든 집중력을 그 여성에게 향하고 있을 때, 스텔라가 어깨를 건드려 와, 잇키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왜, 왜 그래? 멍하니 서 있고...."
그 잇키의 과잉한 반응에 스텔라 쪽도 깜짝 놀라, 곤혹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여기에 잇키는 "아, 아니..." 하고 애매한 답을 한 뒤, 방금 여성이 서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방금 여성이 서 있는 곳에는 이미 다른, 이 마을의 마을사람들이 서 있었고, 여성의 모습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아냐."
"정말.. 그렇게 멍하니 서 있으면 두고 간다?"
"미, 미안. 조심할게."
잇키는 스텔라에게 사과한 뒤, 걸음 속도를 올렸다.
◆◇◆◇◆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국경선.
버밀리온 쪽의 약간 높게 올라와 있는 언덕 위에, 일면이 아름다운 황색으로 물들어 있는 장소가 있었다.
버밀리온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꽃 수출에 일조하는, 광대한 해바라기 농원이었다.
"야~ 올해도 예쁘게 폈네~"
"아아, 벌통 안에도 극상의 꿀로 가득 차 있어."
"이번 여름은 기온이 낮아서 잘 자랄까 불안했었는데, 축제에 안 늦게 펴서 다행이야."
해바라기 밭을 관리하고 있는 마을의 여자들이, 멋드러지게 핀 해바라기를 꺾으며, 안도를 흘렸다. 여기서 채취한 꽃은, 모두 클레이델란트에 무상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리고 축제──즉,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전쟁에 동반되는 양 국민의 친목회 자리를 채색하는 데에 쓰이는 것이다. 꿀은 가판대의 과자에 이용되어 사람들의 혀를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고, 꽃은 퍼레이드 차량에 장식되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줄 것이다.
"클레이델란트 사람들이 기뻐해 주면 좋겠는데 말야."
꽃을 꺾고 있던 마을 소녀가 그리 말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은 뒤 클레이델란트 쪽을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어머?"
소녀는 시야에, 묘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저기, 엄마. 오늘 공동연습 같은 게 있었나?"
"연습?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데, 갑자기 왜?"
의아한 표정을 짓는 모친을 향해, 소녀는 솟아 있는 언덕 위에서, 멀리 펼쳐져 있는 클레이델란트의 평야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봐. ──클레이델란트 쪽에서, 저렇게나 많은 전차가 나와 있다구?"
◆◇◆◇◆
뤼셸의 큰 가도를 10분 정도 나아가자, 잇키 일행의 눈앞엔 크게 열린 공간이 펼쳐졌다.
맑게 갠 여름하늘 아래, 시원하게 녹색 잔디가 펼쳐진 공원.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장엄한 석조 원형 건축물.
그곳이, 이번 전쟁의 회장이 되는, 뤼셸 국립 투기장이다.
1주일 후, 잇키와 버밀리온 대표들은, 이곳에서, 요한이 이끄는 클레이델란트의 대표팀과 겨루게 된다.
그 날에 앞서 공원 여기저기에 가판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전쟁의 날을 기다리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붐비고 있었다.
"와아~ 저거 봐! 잇키! 이 와플, 딸기도 크림도 이렇게나 많아!"
"엄청나네. 마치 케이크 같아."
기쁜 듯 들떠 있는 스텔라의 시야 너머.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와플 위엔, 생크림이 소용돌이를 그리며 발라져 있었고, 과일이 여봐란 듯이 올라와 있었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소스가 발라져 있는 것도 있어서, 일본의 가판대에서 팔고 있는 소박한 와플과는 이질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가 아닌, 그야말로 완전히 케이크였다.
딱 보기에도 묵직한 맛을 자랑하고 있어서, 단 것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이 될 것이다.
단 것을 좋아하는 스텔라는 곧바로 "아저씨! 이거 하나 주세요!" 라고 주문과 지불을 마쳤고, 그 자리에서 한 입을 베어문 뒤, 환희를 내질렀다.
"아앙~ 으음~~~~...! 딸기의 새콤달콤한 맛! 진짜 맛있어~~~!"
"하하핫! 버밀리온의 용(龍)공주 님께선 정말 맛있게 먹어 주는군그래. 보고 있는 이쪽이 다 행복해질 지경이야. 자, 초콜릿 와플도 서비스!"
"진짜요!? 고마워요, 아저씨!"
그런 스텔라와 가판대 점주의 대화를 바라보며, 루나아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로 올 때까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3개, 크로크무슈를 4개나 먹어 놓고 또 먹는 건가... 잇키, 얼른 결혼해서 저걸 좀 일본으로 데려가 줘. 이대로 가다간 저 녀석의 식비를 위해 예산 수정안을 내야만 할 것 같으니까."
이 루나아이즈의 진심인 건지 농담인 건지 모를 볼멘소리에, 관계자인 잇키는 쓴웃음을 지었고, 방관자인 요한은 즐겁다는 듯 웃었다.
"아하하. 스텔라는 정말 옛날부터 잘 먹었으니까."
"뭐든지 정도라는 게 있지. 나 참, 위속에 블랙홀이라도 들은 건지, 원."
"하지만 다행이야. 잘 즐기고 있는 모양이라서. 잇키 군도 마음껏 먹도록 해. 여긴 내가 낼 테니까."
"에, 그런.. 미안한 걸요."
"내 억지로 인해 여기로 와 준 거잖아. 그 정도는 해 줘야 왕자로서의 체면이 서지."
그리 말하고, 요한은 스스럼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루나아이즈의 고언을 듣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잇키로서는 이 정도로 편하게 대해 줘야 대화를 하기가 쉬우니, 다행이었다.
"그럼, 사양 않고.."
요한의 배려에 감사하며, 잇키도 가판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라아~ 그기에 있는 거, 혹시 요한 아이가?"
일행을 향해, 여성의 목소리가 날아들어 왔다.
누구지? 하고 잇키가 목소리가 날아온 쪽을 바라보자, 거기엔 네 남녀가 있었다.
"너, 공무 시간 중에 이런 데에서 뭐 하는 거야? 땡땡이?"
"설마~ 미라나 루크도 아니고."
"그래. 요한은 그런 짓 안 해."
"하지만 봐 봐. 여자들을 데리고 있잖아. 대체 어떤... 아니, 다시 봤더니 루나 씨잖아?"
"아, 진짜네! 그럼, 저기에 있는 빨간 머리 아는 스텔라가!?"
그리고 가벼운 말투로 말을 걸어 오는 이 넷의 존재를 알아챈 스텔라는,
"루크 씨에 미라 씨! 거기에 리드 씨랑 에나리스 씨도! 오랜만이에요!"
그렇게, 미소로 답했다.
아무래도 넷은 스텔라와 친한 사이인 듯했다.
"뭐고뭐고? 우째서 둘이 여기 있는 기고? 전쟁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지 않았나?"
이 넷 중 한 명, 단발의 여성의 질문에, 요한이 답했다.
"내가 불렀어. 그.. 너희한테도 말했었잖아? 《연맹》이 이 부근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를 하라고 했던, 범죄자 말야. 전쟁이 시작되면 양국간의 사람들이 모이는 수는 엄청나게 많아져. 경비 연휴를 취하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말이지."
"그 녀석이 어떤 목적으로 잠복해 있는지, 혹은 목적 자체가 없는 것인지,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상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해방군》의 간부급이지. 주의한다 하더라도 손해볼 건 없을 테니까 말이다."
루나아이즈의 보충 설명에, 요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 F랭크에 상당하는 마력밖에 없으면서, 《홍련의 황녀》를 쓰러뜨린, 머나먼 일본에서 와 준 사람이 있어. 1분 1초라도 빨리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말이지."
아까부터 홀로 외부에 놓여 있던 잇키를, 화제에 올렸다.
"잇키 군. 소개할게. 이들은 나와 같은 클레이델란트의 대표 기사야."
'역시.....'
서 있는 자세, 그리고 스텔라들의 반응을 보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잇키? 에, 글타는 건 그짝 아가 이번에 게스트로 참전한다고 예전에 말했던, 강한 조력자가?"
지금까지 잇키를 전혀 보지 않았던 듯했다.
깜짝 놀라는 단발, 그리고 네 명을 향해,
"일본에서 온, 학생기사 쿠로가네 잇키입니다. 이번엔 버밀리온의 대표로서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잇키는 고개를 숙였다. 거기에 대해 네 사람도,
"어이쿠, 이거 정중한 인사를. 내는 미라. 잘 부탁한데이~"
"난 리드. 그리고 이쪽이 아내인 에나리스입니다. 우리 둘 다 시합은 아주 잘 봤어요. 그렇게나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시합은 처음 봤습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응. 엄청났어."
각각 자기소개로 답했다.
하지만, 한 명. 삐죽삐죽 곧추선 머리칼의 몸집 작은 남자는, 잇키를 재보려는 듯한 시선으로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하지만... 척 보기엔 그렇게 강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말야. 한방에 쓰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상당히 실례스런 말을 했다.
여기에, 스텔라는 도발스런 웃음을 입가에 그리며,
"잇키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다간 큰 코 다칠 거라구요, 루크 씨. 큰 코 다친 내가 직접 말하는 거니 틀림없어요."
어쩐지 여봐란 듯이 답했다.
그런 스텔라의 반론에 루크라 불린 작은 몸집의 남자는 껄껄 웃으며,
"《홍련의 황녀》의 보증이 붙은 남자인가. 재밌는데? ──나는 루크.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스텔라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우리들과 싸워 이기고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말이지. 내 참, 이미 21세기나 된 이 때에 '대체 어디 부족의 이야기냐, 그거?' 하고 웃었지만 말이다. ....., 뭐, 안됐네. 우리들은 한 나라의 프라이드를 짊어지고 있어. 상당히 검을 잘 쓴다고 들었지만, 고작 학생 따위한테 질리는 없지. 지금부터라도 시리우스 왕을 설득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두라고."
그리, 잇키를 도발했다.
아무래도 그는 이 넷 중에서도 가장 다혈질적인 성격인 듯했다.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진짜였고,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솜털이 타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뿐만이 아닌, 루크의 확실한 실력이 만들어내는 위압감일 것이다.
보통 기사라면, 이 위압만으로도 위축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루크 자신도 또한, 사적인 이유로 이 전쟁에 참가해 온, 자신의 주제도 모르는 녀석을 여기서 짓눌러 주겠다는 생각으로 위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장외 전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니요. 그럴 수는 없어요."
《워스트 원》 쿠로가네 잇키는, 보통 기사가 아니었다.
그는 또박또박한, 일섬을 가하는 듯한 말투로,
"전 맹세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 어떠한 시련이라도 반드시 넘어서 보이겠다고. 그러니, 지지 않아요. 당신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도 무겁겠지만, 제가 짊어지고 있는 것도 제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 싸움에 임하고 있는 각오와 결의.
그것은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늠름하게 답했다.
"────헤에.."
그런 잇키를 향해, 루크는 감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후후. 시시한 장외 전술 따윈 헛수고야, 루크. 이 남자, 척 보기엔 온화한 소년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강철로 이루어진 듯한 강고한 자아를 지니고 있어. 그 굳건함은 우리 아버님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야. 말로 뒤흔들어버릴 수 있을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그런 것 같네. 같은 계집같이 생긴 남자라 해도 우리 왕자님과는 엄청나게 다른 것 같네."
"아하하! 글제? 요한은 곧바로 다른 사람의 말에 놀아나 버리니까 말이다!"
"윽..."
"맘에 들었어. 잇키! 좋은 시합을 하자고는 않겠어. 온 힘을 다해 짓눌러 주지!"
"바라던 바입니다."
그렇게, 다시금 인사를 나누는 둘을 향해, 주변에서 시합 전에 양국의 대표가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는 진풍경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민중들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휘유~! 멋지다! 일본인 형씨! 엄청난 배짱인데!'
'클레이델란트도 버밀리온도 둘 다 파이팅! 응원하고 있다고!'
'좋았어! 요한 왕자! 모처럼 양국의 대표가 모여 있잖아! 뭔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오늘은 오늘이라는 날을 기념해야 하지 않겠냐고! 여기엔 먹을 것도 술도 잔뜩 있으니까 말이다!"
'오오! 그거 좋은데! 모두들, 마음껏 먹고 가라고!'
"....에, 하지만 그건..."
이제부터 중요한 회의가 있으니, 하고 거절하려 했던 요한이었지만,
그걸, 루나아이즈가 제지했다.
"고마워요. 버밀리온을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루나아이즈 양..."
"좋지 않아? 전쟁은 1주일 뒤. 경비의 협의도 일각을 다투는 급한 일도 아니고, 모처럼의 후의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잖나."
"루나아이즈 양이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습니다."
"역시 루나아이즈 씨는 먼가 달라도 다르다! 말이 잘 통한다니까~!"
이렇게 가판대가 늘어서 있는 광장에선, 조촐한 파티 준비가 시작되었다.
가판대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요리를 만들었고, 음악을 연주하며, 오늘이라는 날의 만남을 기뻐했다.
뭐, 가벼운 구실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텔라 일행에 대한 호의가 없었다면 이렇게 파티를 열어 준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좋네...'
이 따스한 광경에, 잇키는 뺨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왜 그리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잇키?"
"아, 아니... 루나아이즈 양한테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다시금 보니 굉장하구나, 싶어서. 몇 백 년이나 다투고 있던 나라의 사람들이, 이렇게나 사이가 좋아지다니 말야."
영토 문제. 역사 문제.
그건,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만이 끌어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잇키는 그다지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날이 들려 오는 뉴스를 통해, 일본도 같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고, 거기에 대한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그렇기에,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관계는 아주 귀중하고, 희소하고, 얻기 힘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스텔라는 "그래?"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난 그다지 신기하게 느껴지진 않는데."
"그래?"
스텔라는 당연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모두들이, 다투틑 것보다 웃는 편이 훨씬 좋잖아?"
그리고, 파티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툼 같은 건 어느 시대에나, 아주 일부의,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의 제멋대로인 생각으로 인해 일어나는 거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화를 바라고 있는데, 그 일부의 제멋대로인 녀석들이, 그 착한 사름들의 마음을 모두 짓밟는 거지. ....그런 건, 용서치 못해.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 난 기사가 되었어."
작은 국가엔, 강한 기사가 필요하다.
대국의 의사에, 짓눌리지 않기 위하여.
어떠한 악의가 날아온다 할지라도, 거기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하여.
그리 말하는 스텔라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아마,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머나먼 날의 자신──
"그렇구나. 스텔라가 지키고 싶은 건, 버밀리온만이 아니었던 거구나."
"응."
수긍하고, 스텔라는 크게 두 팔을 벌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포옹하듯이.
그리고, 큰 소리로──
"난 지금의 버밀리온이 좋아! 클레이델란트가 좋아! 여기에 살고 있는, 모두가 좋아! 그러니까... 지켜내 보이겠어. 어떠한 나쁜 녀석보다도 강해져서! 그런 악몽의 미래에서부터도! 이 부근에 숨어 있다는 범죄자에게서도! 《괴뢰왕》인지 《뢰괴왕》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이 뭘 생각하건,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누구도 상처입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미안, 그거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