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77)

제 8장

버밀리온이라는 국가

"──────"

목소리, 뒤에서 목덜미를 쓰다듬는, 조소와도 같은 목소리.

스텔라는, 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실을 드링누 채, 거꾸로 공중에 떠 있는 채 옅은 웃음을 띠고 있는 소년.

서로 다른 눈을 가늘게 뜬, 사신의 모습을.

그리고, 사신은 얼어붙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살인희곡》"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스텔라는 확실히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무언가가, 온몸을 갈라나가는 차가운 직감을.

무인인 스텔라는, 알고 있었다.

이 감각은 그야말로, 참격 그 자체.

그는, 참격을 사출했다.

그것도, 한 개만이 아닌 것을.

무수. 이 몸을 잘게 잘라 놓을 정도의, 그물망 같은 참격이, 눈앞에 있는 공중에 매달린 소년에게서, 방사 형태로 펼쳐지는 비전. 그것도, 자신은 물론, 뒤에 있는 루나아이즈나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조차도 삼켜, 잘게 썰어버릴 참격을───

'읏────!'

저지해야 해!

저지하지 못하면, 모두가 죽어!

그리 생각했지만, 스텔라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도 당연하다. 지금의 스텔라의 사고, 그것은, 그야말로 주마등.

절대적인 죽음을 눈앞에 두고, 집중력이 극한을 넘어서, 의식이 연장되어 있는 것뿐이다.

사람이 죽을 때에 발휘되는 집중력에 따라갈 정도의 육체를, 스텔라는 가지고 있지 못했다.

완전한 기습. 대응할 수 없다.

누구도, 이 참극을 피할 수가 없다.

저지할 수 없다.

그렇다.

행주좌와, 한시라도 싸움을 잊지 않은 채, 죽을 때의 집중력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쿠로가네 잇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일도나찰》────!!!!!!!!!!!"

포효.

직후, 얼어붙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스텔라의 몸을 때리는 충격.

잇키였다.

창광을 두른 잇키가 스텔라를 밀쳐냈고, 다가오는 참격을 향해 뛰쳐든 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열백의 기합과 자신의 모든 것을 《음철》에 실어, 휘둘렀다.

아래로부터 수직으로, 건져 올리는 듯한 참격이었다.

그 참격은 무수한 불똥을 튀기며, 수천이나 되는 가느다란 참격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공중으로 튕겨냈다.

이 잇키의 재빠른 응수에 의해, 광장의 키 높은 가로등과 가로수들은 잘게 썰려 나갔고, 하늘을 날던 새들이 육편이 되어 쏟아내렸다. ──하지만,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기적적으로 아무 부상자도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그 사실에,

"아핫  아핫  아핫! 그렇구나~ 이거 굉장한데! 일부러 《살인희곡》의 지근거리로 뛰어들어, 그물이 펼쳐지기 전에 대처를 했던 거야! 그 판단력, 반응력. 그 《비익》이 점찍어 두고 있는 이유를 아주 잘 알았어, 쿠로가네 군."

박수로 잇키의 힘을 칭찬했고, ──옅은 미소로 비웃었다.

"뭐, 그 대가는 컸던 모양이지만 말야."

"허억... 헉, ──큭....!"

오르골의 비웃는 듯한 말과 동시에, 잇키의 온몸에서 선혈이 뿜어져나왔다.

그렇다. 확실히 잇키는 재빠른 판단으로 소년의 기습으로부터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지켜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자신까지는 지켜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온몸을 베여나간 대미지와, 《일도나찰》에 의한 엄청난 소모에 의해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잇키.

그 모습에,

"아────"

스텔라의 시야에, 불똥이 튀었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얼어붙은 시간을 빙해시키고, 타오르는 《비룡의 죄검》을 현현.

그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분노의 범류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소년을 향해 뿜어내기 위해, 달려나갔다.

하지만,

"아핫  여전히 스텔라는 성격이 급하네. 모처럼의 재회이니까 진짜 내 소개를 하는 것 정도는 하게 해 주라."

이 스텔라의 돌격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소년은 초조해하는 눈치도 없이,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려, 다섯 손가락을 살짝 구부렸다.

──그 찰나,

"스텔라! 위험해!!!!!"

"윽────!?"

귀를 때리는 비명에 가까운 루나아이즈의 목소리.

동시에, 바로 옆에서 쇄도해 오는 금색의 빛.

그럴 리가 없다고 돌아본 곳엔,

"역제의 왕도"

금색의 군마에 올라탄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가, 자신의 디바이스인 기사창 《황금전차》를 찔러 오고 있었다.

"윽──!"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쇄도해 오는 기사창을 검으로 받아냈지만, 자세가 좋지 않았다.

발 딛을 곳이 없던 탓에, 스텔라의 몸은 크게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스텔라를 향해 요한은 군마 위에서 뛰어내린 뒤, 곧바로 스텔라의 관절을 제압해 바닥에 쓰러뜨렸다.

"아핫  좀 진정하라구, 스텔라. 괜찮아. 네 애인은 이 정도로 죽을 남자가 아니라구. .....여기서 죽으면, 재미없으니까 말야."

"큭, 읏! 요, 요한 오빠!? 어째서....!"

요한의 행동에, 스텔라는 경악과 항의의 소리를 내질렀지만,

"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해요미안..."

"요, 요한, 오빠...?"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요한의 표정을 보고, 말문이 가로막혔다.

빛이 사라진 눈동자. 메마른 입술이 자아내는,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사죄의 말.

스텔라가 알고 있는, 약간 기가 약하지만, 착하고 밝은, 약간 연상의 우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탁하고, 어둡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건 요한뿐만이 아니었다.

"스텔라....! 읏, 모두들! 지금 당장 이 광장에서 도망쳐!"

잇키에 이어 스텔라까지 쓰러져, 전황이 불리해진 것을 알아챈 루나아이즈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난 권고를 외쳤다.

──하지만,

'도망쳐? 왜?'

'멋진 만남에 건배!'

'자! 노래하자! 자! 춤추자! 쾌활하게, 유쾌하게, 통쾌하게!'

클레이델란트의 사람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누구도 도망치지 않고, 노래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흩뿌려진 새의 피에 젖은 얼굴에, 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이, 이건....."

"아핫  소용없어. 이곳은 이미 내 장난감 상자가 되었으니까."

장난감 상자. 그 말에, 루나아이즈는 알아채게 되었다.

"큭...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 그래, 네 녀석이, 연맹이 보고한 범죄자, 《괴뢰왕》 오르골이냐!"

여기에 소년은 "정답~" 하고 답한 뒤, 공중제비를 한 번 빙 돈 후 착지.

은근히 무례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아시는 바와 같이, 내가 오르골이야. 오늘은 내 초대에 응해 줘서 고마워, 루나아이즈 전하."

".....그렇군, 오늘의 부름 자체가 이미 네 녀석의 함정이었다는 건가. .....하지만 모르겠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범죄결사 《해방군》의 간부가, 이런 소국에 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거냐!"

그리 질문하는 루나아이즈를 향해, 오르골은 멍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방군》? 거기라면 이미 탈퇴했어. 질렸으니까."

"뭐라고...!?"

"그러니 지금의 나는 《해방군》의 입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냐. 난, 그래. ...그저, 스텔라와 놀고 싶어 찾아온 거야."

그리 말하고 오르골은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는 인사는 필요 없겠지. 스텔라와는 한 번, 나의 꼭두각시 인형을 통해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그 때의....!"

이전에 상대를 했던 적이 있었던, 쓰러뜨려야 할 사악.

그것이 눈앞에 나타난 것에, 스텔라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고,

"나와 놀고 싶다고!? 잘도 그런 말을 뻔뻔하게! 너, 이 나라의 사람들한테, 요한 오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분노에 불타는 눈동자로 《괴뢰왕》 오르골을 노려보며, 윽박질렀다.

여기에 오르골은, ──그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기쁜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며,

"아핫  내 능력을 좀 사용해서 인형으로 만들어 둔 거야.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인형으로 말이지. 자, 내가 실을 이용해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건, 스텔라도 이미 알고 있지? 그걸 이용해서 말야. 그리고, 왕자님한테는 청소 도움을 좀 받고 있어. ....이 나라의 왕을 죽인다던가, 이 나라의 강한 기사들을 죽인다던가, 여러 모로 말이지."

그리 말하고, 루나아이즈의 곁을 가리켰다.

그 가리킴 너머로, 루나아이즈가 시선을 향했다.

거기엔, 요한 이외의 대표 4명, 루크 일행이 무표정으로 서 있었고,

다음 순간, 손발이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그리고 끝으로, 눈과 귀, 코에서 새카만 피가 끈적하게 흘러나왔다.

" "~~~~~크윽!!!" "

그 모습에, 스텔라와 루나아이즈는 알게 되었다.

루크 일행이... 오늘 자신과 만났을 때엔, 이미 사체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아핫  아핫! 왕자님도 처음엔 "그만 해~!" "하지 말아 줘~!" 라며 반 광란 상태가 되어서 저항했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한 번 신경에 얽혀 버린 내 실에선 도망칠 수 없을 테니까. 지금은 완전히 얌전해져선 혼자서 뭔가를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상태가 되어버렸어. 혹시 부서져 버린 걸까~? 아핫"

아무 숨김없이 고해지는, 악마의 소행.

의사에 반한 흉행에 계속해서 사과를 반복하는 요한의 모습.

요한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 모든 걸 스텔라가 이해한 순간──,

"죽여 버리겠어!!!"

"읏!?"

스텔라보다도 빠르게, 그녀가 지금 막 입에 담으려 한 말과 함께, 루나아이즈가 호신용 단검을 뽑아들고 오르골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루나 언니! 안 돼!!!"

너무나도 무모했다. 루나아이즈는 블레이저조차도 아니었으니까.

냉정한 그녀라 생각하고 있던 언니의 성급한 행동에 스텔라는 냉정을 되찾고 외쳤지만,

"읏, 아앗──!?"

늦었다.

루나아이즈는 오르골의 곁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의 보이지 않는 실에 얽혀버렸다.

그리고, 오르골은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만족스레 쳐다보며,

"아핫  좋은 반응인데~ 혹시, '그 쪽도 똑같았던' 걸까~?"

"크흑~~~~~~~!!!!!!"

"이거 좋은데! 그럼 내가 너희들의 사랑의 큐피트가 되어 주겠어. ....뭐, 그래도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놔 두기로 하고, 지금은 좀 얌전히 있어 주어야겠어. 오늘은 스텔라와 놀러 온 거니까."

그리고, 오르골이 그리 고한 뒤, 루나아이즈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크, 윽, 으읏....!"

공중에 떠오른 루나아이즈가, 괴로운 신음을 흘렸고, 자신의 목을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실이,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알아챈 스텔라는,

"그, 그만 해! 네가 증오하고 있는 건 나잖아! 루나 언니나 다른 사람은 아무 관계도 없어! 나한테 직접 덤벼 오라고!!"

오르골을 향해 외쳤다.

그 외침에, 오르골은 깜짝 놀란 듯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에? 증오한다고? 내가, 스텔라를?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왜냐니, 그 때, 널 쓰러뜨린 게 나였으니까.... 그 때에 앙심을 가진 거 아니야!? 그 보복을 하기 위해 온 거 아니냐구!?"

자신과 오르골 사이에 있는 인연은, 《칠성검무제》에서의 일막 외인 없다.

그러니, 그 보복을 하러 온 게 아닌가, 하고 스텔라는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오르골은 "설마!" 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부정을 표시했다.

"오히려 난 그 때 스텔라의 상냥함에, 고고함에 사랑을 느껴 버렸다구! 이 얼마나 멋진 여성인가! 하고 말야!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스텔라 이외엔 내 누나밖에 없었어. 그런 사람을 미워하다니,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스텔라를 향해, 오르골은 아무 주저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왜냐니, ──재밌으니까지."

".........하?"

"방금 스텔라가 말했잖아. 모두들 평화로운 것을 좋아한다고. 다투는 것보다 서로 마주보고 웃는 게 훨씬 좋다고. 하지만 있지, 나는 달라. 난 사람이 괴로워하거나, 상처입는 것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

"────윽!"

"사람이 죽어갈 때, 괴로워하는 표정에 뜬 미련이나 후회를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죄여 들지. 남아 있는 유족의 슬픔을 상상하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슬퍼지지. 개중에서도 내 힘으로 사람을 살해했을 때, 실을 통해 전해 오는 마음의 통곡, 감정이 깨져 나아가는 떨림은.... 말로 다할 수가 없어. 힘들고, 슬프고, 괴로운 감정... 그런 것들이 너무도 재밌어! 그게 내가 좋아하는 애가 느끼는 거라면 더욱 그렇지! 그러니, 딱히 스텔라를 미워하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반대라구. 아아.... 기대되는데. 스텔라는 어디까지 부서지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아빠나 엄마를 죽일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까? 언니는 어떠려나? 잇키 군을 고문해 죽여버린다 할지라도, 그런 고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울며 사죄하고, 길가의 개처럼 복종의 자세로, 용서를 구걸할까? 아핫....  그런 꼴사나운 스텔라라니.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구...."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열이 담긴 시선을 보내 오는 오르골.

여기에 스텔라는, 자신이 담을 수 있는 한의 증오와 혐오감을 담아, 내뱉었다.

"그래, ....잘 알았어. 싫을 정도로 잘 알았다구. 네 녀석이 얼마나 미친 녀석인지를 말야!"

하지만, 오르골은 그 말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한 층 더 즐겁다는 듯 웃었고,

"아핫  부정하지는 않겠어. 확실히 난 망가져 있지. 하지만, 망가져 있다 하더라도 나도 한 사람이야. 이 세상에 태어난,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이라구. 주변 사람들을 위해 아무 즐거움도 없는 인생을 보내다니, 어이없는 말이지. 남을 부숴버리지 않으면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나한테도, 즐겁게 살아갈 권리가 있지. 그러니 그걸 위해서

스텔라의 아주 소중한 『나라』를 전부 부숴버리러 왔어....!"

그런, 불길한 말을 입에 담았다.

"무, 무슨 의미야, 그게!"

"아핫  아핫. 말 그대로의 의미야. 사실, 벌써 시작되었어. 스텔라가 여기서, 이곳에 사는 모두들을 지킨다고 말한, 그 사이에! 내가 조종하는 클레이델란트 군에 의한 버밀리온 대침공이 말야!"

"뭐... 라고!?"

"믿고 있던 이웃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총구를 들이댄다면, 버밀리온 사람들은 상당히 놀라겠지? 깜짝 놀라고, 도망치다가, 언젠가 반격을 가해 올 거야. 믿었는데, 잘도.. 잘도...! 하고 말이지.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죽이다 보면, 이제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거야...!"

그 순간, 스텔라의 뇌리에, 한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지켜야 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는 광경이.

그건, 츠키카게가 보여준, 악몽에 필적하는 절망이었고──

"헛소리 지껄이지 마아아아아아아아아─────!!!!!!!!!!!!"

스텔라의 전신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자신에게 용의 힘을 깃들게 하는 노블 아츠, 《용신빙의》.

신화의 세계 속에서, 어떠한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힘으로, 스텔라는 오르골의 인형이 되어 자신의 관절을 꺾어 쓰러뜨리고 있는 요한을 힘으로 밀어낸 다음,

"그런 건 내가 용납 못해! 지금 여기서! 네 녀석의 숨통을 끊어 그 어이없는 계획을 막겠어!"

자신이 지켜야 할 것에 위해를 가하려 하는 적을 향해, 날아들듯 도약했다.

거기에, 오르골은 오른손을 스텔라에게 향해, 거미줄로 얽어매려 했다.

하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무리 얽어매도, 스텔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 속박을 전부 끊어버리고, 전진.

돌진의 기세를 조금도 죽이려 하지 않고, 똑바로 거리를 좁혀, 순식간에 오르골의 지근거리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불꽃이 깃든 《비룡의 죄검》을, 혼신의 힘을 다해 내리쳤다.

조금의 용서도 없는, 상대를 살해하기 위한 참격.

조준 따위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가할 필요도 없었다. 용의 힘이 담긴 이 참격엔, 사람은 스치기만 해도 목숨이 날아가버릴 테니까!

이걸, 오르골은,

"아핫  엄청난 힘이네. 이거, 내 실로는 막을 수도 없겠는데? 이대로 가면 죽어 버리겠네~ 어떡해야 하나~ 아, 맞다."

희열에 입술을 말아올리며, 말했다.

“네 소중한 사람에게 막아 달라고 해야겠네.”

그 순간, 스텔라와 오르골 사이에 인영이 껴들어 왔다.

“잇키!?”

그렇다. 오르골은 《일도나찰》의 소모와 대미지로 인해 기절한 잇키를 조종해, 방패로 삼은 것이다. 오르골의 기습을 단신으로 받고, 소모된 잇키에게 오르골의 지배에서 벗어날 힘 같은 것은 없었다. 잇키는 오르골의 잔혹한 의사에 조종당한 채, 스텔라의 참격 앞에 내세워졌다.

여기에, 스텔라는 팔을 멈추려 했지만,

'안돼... 멈출 수가 없어...!'

스텔라 자신의 근육을 찢어 가며, 참격을 거두려 했다.

용의 힘에 의한 일격은, 이미 최고속에 달해 있었다.

그 속도, 그 힘. 이미 스텔 자신의 의사로도 거둘 수가 없었고,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

용의 일격이, 무방비한 잇키의 어깨를 내리쳤다.

순간 격진이 광장 전체를 뒤흔들었고,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잇키가 딛고 있는 돌바닥을 분쇄.

주변의 잔디를 통째로 뒤집어놓았다.

지반조차 함몰시킬 강격.

직격을 받은 잇키는, 멀쩡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럴 터였다.

"에......?"

하지만, 잇키는 서 있었다.

어깨에 내리쳐진 《비룡의 죄검》은, 그의 피부에 생채기 하나조차 내지 못했다.

그 이유, ──칠흑의 갑옷이, 잇키의 전신을 뒤덮어, 그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갑옷은, 스텔라도 본 적이 있는 갑옷이었다.

"이 갑옷, 설마...!"

"《무적갑주》──!?"

오르골이 경악과 함께 그 이름을 입에 담은 찰나,

주변 인파에서, 질풍과도 같은 하얀 그림자가 오르골을 향해 쇄도했고,

──갑옷과 같은 색, 칠흑의 헬버드를 내리쳤다.

"크윽!"

오르골은 이 기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로 날렸지만, 살짝 늦었다.

헬버드의 거대한 칼날은 오르골의 오른팔을, 팔꿈치 아래부분을 통째로 빼앗았다.

호를 그리며 뿜어나오는 피.

낙하하는 오른팔.

동시에, 기절한 잇키와 루나아이즈를 포박한 실이 풀려, 지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깜짝 놀랐네. 설마 벌써 이 나라 안에 있었을 줄이야."

오른팔을 잃은 오르골은, 잇키와 루나아이즈를 지키려는 듯 앞으로 나선 자신과 같은 청색과 적색, 각기 다른 눈동자를 가진 여성을 향해, 친근함조차 느껴지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아이리스 누나."

◆◇◆◇◆

"이 갑옷에, 이 도끼..... 당신, 설마 그 때 만났던 《흑기사》야....!?"

갑자기 참전해 온 하얀 머리칼의 여성.

그 장비에, 스텔라가 질문했지만,

"......"

여성은 스텔라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만으로 답한 뒤, 《괴뢰왕》오르골에게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한 편, 그녀에게 오른팔이 잘려나간 오르골은,

"《동맹》이나 《연맹》에서 방해를 놓으러 올 거라 생각해서, 국민의 눈을 이용해 경계는 해 뒀었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역시 누나는 대단해~"

그렇게 여성──《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의 은밀행동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 칭찬에 아스칼리드는 눈썹 하나 꿈쩍 않고,

"....별로. 마력에 모든 걸 의지하는 블레이저의 허점을 찌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담담하게, 인간미가 없는, 마치 기계와도 같은 말투로 답하고, 도끼날에 묻은 피를 털었다.

그런 애정 없는 답에 오르골은 한 번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렇네. 난 무술 방면에 관해선 완전 문외한이니까. 아마 자고 있을 때 암살을 당해도 몰랐을 거야. ──하지만, 누나는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났어."

조롱하는 듯한 웃음으로 입가를 비틀었다.

"대충, 숨은 채로 내가 있는 곳을 찾아내서 기습이라도 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 찬스를 버리고 스텔라나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나타나다니. .....여전히 정말 착한 누나라니까."

"........."

여기에, 아스칼리드는 그저 말없이 오르골과 대치해 있었다.

말로 답은 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오르골의 지적은,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스칼리드는 누구보다도 오르골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맞붙어 싸운다면, 불리한 상대라는 것도.

그러니, 마을 속에 숨어, 오르골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찾고 있었다.

눈앞의 적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하여.

그런 아스칼리드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은 피해야만 할 상황인 것이다.

이걸, 오르골은 모두 꿰뚫어보고,

"그래서, 그런 착한 누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아가려나~? 그런 짐을 세 개나 떠안고, 내게 이길 수 있으려나~? 나와 제대로 맞붙어 싸운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한 순간, 모든 힘을 방출시켰다

.

자신의 혼. 그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것이다.

그 순간, 마치 지옥의 도가니가 열린 것처럼, 오르골의 작은 몸에서 농밀한 악의와 해의를 품은 검은 안개 형태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고, 광장 전체를 뒤덮었다.

"어차피 한 번 망가진 장난감. 상당히 난폭하게 다뤄줄 건데, 괜찮지? 누나는 착하니까 말야~"

푸르렀던 하늘은 순식간에 흐릿해졌고, 빛이 사라진 지금, 납덩이와도 같이 무거운 공기만이 남아있었다.

그건, 마치 피처럼 끈적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점성을 지닐 정도로 농밀했고,

"아────......."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스텔라는 말을 잃고 있었다.

블레이저의 마력은, 자신이 짊어진 운명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런, 운명을 무기로 삼는 힘을 지녔기 때문일까.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은 이해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눈앞에 있는 적.

그것으,

──사람의 형태를 한,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이전에, 츠키카게가 말했던, 섭리에서 벗어난 존재.

《마인》.

그야말로, 이 남자가 그것이라고, 누구보다도 우수한 마력량을 지닌 그녀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길 수 없다.

지금 싸우면, 자신은 확실히 이 자리에서 살해당한다.

이전에 경험했던 적이 없을 정도로 농밀한 죽음의 직감에, 스텔라는 호흡의 자유조차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세계를 잔뜩 덧칠할 정도의 검은 마력의 범류 속에서,

"────"

《마인》 아스칼리드는 늠름하게 선 채, 한 행동을 취하여,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 라는 오르골의 도발에 답을 했다.

그건, 품에서 꺼내든 한 자루의 단검──

"큭──!"

어렴풋이 백광을 뿜는, 척 보기엔 『열쇠』처럼 보이는 나이프.

그걸 본 순간, 오르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구!"

오르골은 남은 왼팔을 휘둘러, 실에 의한 참격을 아스칼리드 일행에게 방사시켰다.

하지만, 한 발짝 늦었다.

실의 참격이 아스칼리드의 목을 베어버리는 것보다도 빠르게,

"《개문》, 플레어베르그로."

주문을 영창하며, 아스칼리드는 손에 든 단검을 발치에 힘차게 꽂았다.

그러자 지면에 꽂힌 나이프에서 하얀 섬광이 뿜어져나와 아스칼리드를, 잇키 일행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엔,

마치 처음부터 넷은 여기에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렸다.

그저, 공중을 나부끼는 무수한 깃털을 남긴 채.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그 광경에, 오르골은 재미없다는 듯 혀를 찼다.

"....쳇. 《날개의 재상》 녀석, 분위기 개기는."

그는 이 현상을 일으킨 기사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알 수 있었다.

이미 그 넷은, 클레이델란트 내에 없다는 것을.

"....플레어베르그라면.. 버밀리온의 황도였나? 에휴.. 모처럼 이렇게 여기서 스텔라랑 함께,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이 멸망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초대했는데, 다 망쳤네."

투덜거리며, 오르골은 자신의 잘려나간 팔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뚝뚝 피를 흘리는 절단면을 강제로 맞춘 뒤, ──피부, 살, 뼈, 모든 것을 실로 봉합.

순식간에, 오른팔의 기능을 회복시켰다.

"뭐, 하지만... 괜찮겠지."

곧바로, 잔혹한 미소를 되찾았다.

이미 전쟁은 벌어졌다. 이미 막을 수는 없다.

설령, 클레이델란트 군이 조종당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해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은, 꺼뜨려야만 할 테니까. 전장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사라지는 장면들을 피로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전쟁 속에서, 양국의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소용없는 발버둥을 치며,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해 절망에 빠진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또한 나름대로──

"정말, 재밌을 것 같아   아핫"

◆◇◆◇◆

"윽....!"

뿜어져 나오는 하얀 빛에, 눈을 감는 스텔라.

이윽고, 눈꺼풀을 뚫을 정도의 빛의 범류가 멎었고, 눈을 뜨자,

──스텔라의 눈 앞엔, 그녀가 아주 잘 아는, 고향의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 여기는... 플레어베르그의 중앙공원!? 어, 어떻게!"

방금까지 맑개 개인 클레이델란트의 수도 안에 있었을 텐데.

스테라와 아스칼리드, 그리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잇키와 루나아이즈. 이 넷은, 순식간에, 아직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버밀리온으로 이동한 것이다.

너무나도 곤혹한 나머지 굳어 있는 스텔라를 향해, 아스칼리드가 툭하니 말했다.

"《창천의 문》"

"!!"

"국제 마도기사 연맹 부장── 《날개의 재상》 노먼 크리드에게서, 여기로 파견되기 전에 몇 자루 정도 빌려 왔어. 유사시에 도주용으로 쓰기 위해서."

"노먼 크리드...."

스텔라는 국제 마도기사 연맹 가맹국의 왕족이다.

《흰수염 공작》의 오른팔인 《날개의 재상》의 소문과 그의 능력에 대해선 들었던 적이 있다.

노먼 크리드의 디바이스 《창천의 문》. 그건, 777자루의 단검의 디바이스이며, 그는 이 디바이스에서 다른 디바이스로, 설령 지구의 반대편이라고 해도 순간이동이 가능한, 마치 하늘을 나는 날개를 연상케 하는 전이계 능력의 최고봉이라는 것을.

세상에 둘이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아스칼리드가 말하는 건, 사실일 터.

그러나,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저쪽엔 아직 요한 오빠나 다른 사람들이 있다구!"

이 도주는, 클레이델란트에 수많은 우인을 지닌 스텔라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였다.

그녀는 눈을 크게 부릅뜨며, 아스칼리드를 향해 윽박질렀다.

"지금 당장 나를 뤼셸로 돌려보내! 모두를.. 요한 오빠를 구해야...!"

하지만, 여기에 아스칼리드는,

"안 돼."

더 이상의 추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거절로 답했다.

그리고,

"어, 어째서...!"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좌우 다른 색의 눈으로 덤벼 오는 스텔라의 하반신을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에, 스텔라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지면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것을.

"크윽~~~~~~~~!!!!!"

알아챈 스텔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가 떨려 말을 잘 듣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신이 지닌 운명은 커. 하지만.... 동생은, 《각성》을 겪은 《마인》. 이 세상을 둘러싼 운명의 섭리에서 벗어난 존재. .....지금의 당신으로는, 이길 수 없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걸 한 번에 보고 알아챈 건 당신의 실력이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어."

"그렇다고 해서... 큭!"

그렇다고 해서 우인들을 내버려 두고 도망칠 수는 없다.

그리 답하려다, 스텔라는 깜짝 놀랐다.

"잠깐 기다려 봐. 당신, 지금 《동생》이라고... 그리고 그 녀석도 당신을..!"

확실히── 누나라고 불렀었다.

잘 보니 얼굴 생김새도, 회색이 살짝 깃든 하얀 머리칼도, 청색과 적색의 눈동자도, 쏙 빼닮았다.

이 사실에, 스텔라는 등골에 냉수라도 끼얹어진 듯, 차가운 땀이 흘러내렸다.

설마── 하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스텔라는 아스칼리드를 향해 검을 치켜들고, 외쳤다.

"당신, 설마.... 그 녀석의 아군이야!?"

여기에, 아스칼리드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젓고,

"그래. 그것은 내 동생이고, 난 그것의 누나. ....하지만, 아군은 아니야."

그렇게,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적대관계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혔다. 확실히 아스칼리드가 말한 대로, 그녀가 자신들의 적이라면 그 타이밍에 참전해 올 이유는 없었다. 아스칼리드와 대치하고 있을 때의 오르골의 태도에서도, 두 사람이 적대관계라는 것은 거의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신용할 수가 없어...! 갑자기 나타난 사람의 말 따위를..!"

그렇다.

오르골의 아군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여자가 자신의 아군이라는 보증은 없는 것이다. 이전에 자신과 잇키를 공격해 온 것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신뢰가 가는 인물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스텔라는 한 층 경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그런 스텔라에게,

"딱히 나를 믿지 않아도 좋아. 단, 날 힐문하는 것보다, 지금 당신에겐 해야만 할 일이 있을 터."

아스칼리드는 알려주는 듯이 그리 고했다.

딱──그 때였다.

갑자기, 시끄러운 경보음이 황도의 구름 낀 하늘에 울려퍼졌고,

'긴급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지, 지금 막, 버밀리온을 향해 클레이델란트가 선전포고를 해 온 것을, 버밀리온 정부가 공표했습니다...! 포고의 내용을 낭독하겠습니다!

"클레이델란트의 신성한 영토를 부당하게 약탈하고 있는 비겁한 버밀리온과 그 자손들에게 고한다. 매국노 클레프가 네 녀석들과 결탁하여 만들어내고 있던 거짓된 평온은, 내 검으로 쳐부쉈다. 허언에 가득한 밀약은 이미 의미 따위는 없고, 클레이델란트의 대의를 막을 자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될 건, 클레이델란트의 긍지를 되찾기 위한, 정의의 투쟁이다. 클레이델란트의 신 왕국,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

'방금 막 이 성명과 함께 클레프 왕의 유해가 외무성에 전해졌고, 동시에 클레이델란트 육군에 의한 대규모 영토 침범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태를 알아채고, 정부는 비상사태 선언을 발령. 시그너드 대장이 지휘하는 황국 육군을 영격에 파견하여──'

"읏───, 무슨 짓을....!"

버밀리온 내에 존재하는 전 옥외 방송기기에서 흘러나오는, 긴급방송.

그건, 오르골의, 악마의 시나리오가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단느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어째서!? 어째서 당신의 동생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스텔라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그리고 부조리한 사태에 동요하여, 모든 원흉인 남자의 혈연이라고 말한 아스칼리드의 멱살을 잡아올리며 힐문했다.

여기에, 아스칼리드는 저항하지 않고, 한 마디만을,

"말했을 터. 『재밌으니까』. 그저 그것 뿐. 동생의 행동에 그 이상의 이유 따위는 없어. 동생은 누군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무엇보다도 재밌어해. 살인도, 전쟁도, 동생에게 있어선 당신들이 영화나 외식을 하는 정도의, 극히 당연한 오락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아."

"그런, 사람이...... 크윽~~~~~..."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던 건, 스텔라 자신도 이미 보았으니까.

오르골의 몸에서 뿜어나오던 농밀한 마력의 안개. 거기에 담긴, 『해의』를. 쇼핑몰을 습격한 테러리스트. 윤리 위원회의 아카자. 그리고 《흉운》 시노미야 아마네. 이쪽에 『해의』를 지닌 채 덤벼 오는 적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았지만, 《괴뢰왕》 오르골은 그 어떠한 자들과도 달랐다.

그들의 행동엔, 그들 나름대로의 동기가, 이쪽에 『해의』를 지니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금전욕. 출세욕. 증오. ──스텔라도 알 수 있는, 《행동원리》가.

하지만, 오르골은 달랐다.

그 남자의 《해의》에는, 인간다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정말로, 순수하게, 재밌으니까.

타인을 상처입히는 것이.

마치, 호흡을 하는 것처럼.

처음 보았다. 그런──이유도, 최저한의 방향성조차도 없는, 그저 궤도 없이 흩뿌려대기만 할 뿐인, 순수함조차 느껴지게 만드는 『해의』는.

"동생은, 이상할 정도로 크나큰 힘을 지닌 아이. 사상도 없거니와, 주장도 없어. 그저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유쾌범에 지나지 않을 뿐. 당신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야. 심심함을 달랠 것이 없을 때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기에 손을 댄 것뿐. 그것뿐이야."

"큭..."

"하지만, 어떤 하찮은 이유이건, 동생은 당신에게 눈독을 들였어. ...동생은 당신을 괴롭게 하고, 슬프게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가해 올 거야. 이 전쟁도 그 중 하나. 이대로 가다간,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의 무고한 시민들끼리, 그것의 악의에 놀아난 채 살해를 당하게 되겠지."

그건,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용납해선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멈출 수 있는 건, 진실을 아는 당신 뿐..."

그렇다. 자신뿐인 것이다.

이것이 클레이델란트의 침략 전쟁이 아닌, 단 한 명의 범죄자에 의해 벌어진 사태라는 것. 그걸 알고,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건 자신 뿐이니까.

부친에게 이것을 전하여, 양국의 군사충돌을 피해야만 한다.

죽인 쪽도, 살해당한 쪽도,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입게 되어버린다.

──한 악마의, 하찮은 오락 때문에.

'그런 걸, 내가 용납할 것 같아...!'

"큭!!"

스텔라는 아스칼리드의 멱살을 놓고, 곧바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부친 시리우스 왕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푸쉬음을 반복할 뿐이었고, 연결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연결되질 않아! 어째서!"

"아마, 지금 선전포고로 인해 회선이 패닉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아스칼리드의 말을 듣고, 그게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 스텔라는 부끄러움에 빠졌다.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친교는 깊다.

클레이델란트에서 버밀리온에 와 있는 사람도, 그리고 그 반대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이나 우인의 안부를 확이나기 위해 일제히 연락을 취했을 것이고, 회선이 펑크가 난 것이다.

전화에 의한 연락은 불가능.

비상사태 선언을 냈다는 건, 시리우스와 아스트레아는 황궁에 있을 터이다.

스텔라는 그리 생각하고 뛰어나가려 했지만, 이 자리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잇키와 루나아이즈를 떠올렸다.

이 둘도 병원에 데려가야만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을 우선해야──

그리 고민에 빠져 있던 스텔라에게,

"둘은 내가 병원에 데려갈게. 그러니──"

아스칼리드가 재촉하듯 고했다.

둘을 업고 가는 것. 그것 자체는, 스텔라에게 있어 손쉬웠지만, 당연히 속도는 떨어진다.

아주 약간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조차 아까웠다.

똑바로, 최속으로 왕궁으로 향해야 한다.

이러고 있는 지금 사이에도, 양국군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스텔라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스칼리드의 제안에 주저를 나타냈다.

《괴뢰왕》 아스칼리드가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탁해. 난 이 이상.... 동생의 악의에 상처입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아."

다시금 고해 오는 아스칼리드의 말.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창홍색의 눈동자에, 스텔라는 확실한 필사를 느꼈다.

자신은, 아스칼리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의 악의에 상처입는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그녀의 눈, 거기에서 배어나오는 진지함은──믿어도 좋다고 느껴졌다.

그러니,

"알았어! 둘을 부탁해!"

스텔라는 잇키와 루나아이즈를 아스칼리드에게 맡기고, 단신으로 달려 나아갔다.

멀리 보이는 버밀리온 황궁을 향해서.

◆◇◆◇◆

눈 깜짝할 새에 멀어져가는 스텔라의 뒷모습.

그걸 바라보던 아스칼리드를 향해,

"....역, 시... 공항 앞에 있던 건, 당신이었군요. 아스칼리드 양."

말을 걸어온 건, 쓰러져 있던 쿠로가네 잇키였다.

아스칼리드의 블레이저로서의 능력은, 《불굴》.

그리고, 그녀의 디바이스 《무적갑주》엔, 장착자의 상처를 무한하게 치료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 힘이, 《살인희곡》으로 인해 무수히 베여 나간 잇키의 몸을 치료했고, 체력조차도 회복시킨 것이다.

그는 반신을 일으켜, 《무적갑주》의 투구를 벗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위기 속에서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아마.. 모두, 죽었을 테지요."

그러니,

"진심으로, 감사를.......?"

하지만, 거기서 잇키의 말이 끊겼다.

올려다 본 아스칼리드의 서 있는 자세에, 수상쩍은 분위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그녀는, ──마치 굳어 있는 것처럼, 스텔라가 떠나간 곳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하고.

"아스칼리드 양....?"

그리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읏~..... ...히익, 아앗...."

갑자기, 아스칼리드의 무릎 아래가 무너져내리며, 쓰러졌던 것이다.

"무, 무슨 일이에요!? 어딘가, 다친 데라도──"

깜짝 놀라, 잇키는 비틀거리면서도 아스칼리드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었고,

"읏──!"

그녀가 흘리고 있는 차갑게 식은 땀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다친 게 아니야. 곧 멎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자신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던 잇키를 향해 아스칼리드가 돌아보고, 그리 답했다.

핏기가 가신, 새파란 표정으로.

그 표정을 본 잇키는,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다친 곳은 없었다. 아스칼리드의 몸을 떨게 만들고 있는 건,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마도, 그 적, 오르골에 대한...

"부탁이야...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줘."

"하, 하지만..."

"괜, 찮아. .....이 떨림은, 나의 죄. ...내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생존했다는 의미를 잊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니까. 괜찮아."

아스칼리드는 몇 번이고 거듭해서 괜찮다고,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마치 자기 자신에게 그리 말해 주듯, 읊었다.

"이 임무는, 내가 해내야만 해. 모두의 원한은, 반드시, 내가..."

"아스칼리드 양.."

그 아스칼리드의 모습에, 잇키는 사라져가는 의식 속에서, 멍하니 들은 오르골의 말을 떠올렸다.

──나와 제대로 맞붙어 싸운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아스칼리드와 오르골.

이 남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딱 하나 명백한 것이 있었다.

그건 아스칼리드가.. 이렇게나 강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자신들을 위해 오르골 앞에 나타나고, 그리고 지금 이 때까지 늠름하게 서 있는 채, 스텔라가 해야 할 행동을 알려 주었다는 사실.

그러니, 잇키는.

"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그리 답하고, 이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떨리는 아스칼리드의 굽은 등을 어루달래 주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진정할 수 있도록.

"......고마워."

그 잇키의 배려에, 아스칼리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만들어냈다.

◆◇◆◇◆

'잠깐, 뭐야! 지금 방송은!'

'클레이델란트의 요한 왕자가 선전포고를 했다는 거잖아.'

'어째서!? 그 요한 왕자가 어째서 버밀리온에 전쟁같은 걸 걸어 오는 거냐고!'

'그런 건 내가 알고 싶다고!'

'어쨌든 황도 사람들은 자택에서 대기하라고 했으니까,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자고!'

이웃나라에서 날아들어온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에, 버밀리온 황도, 플레어베르그는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 누구나가, 초조와 혼란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시국.

그런 황도의 하늘을,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이 활공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잇키가 그랬듯, 황도 건물의 지붕을 발판삼아 뛰어넘으며, 똑바로 왕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일반적인 길을 통해 가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더 빨리 성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달려 나아가던 도중, 아래에 보이는 황도의 혼란에, 스텔라의 초조는 더해져만 갔다.

얼른, 빨리──

요한의 그 선전포고가, 한 사악한 범죄자가 꾸민 것이라는 것을, 클레이델란트의 사람들에게, 버밀리온을 해할 마음은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

하지만,

"읏, 이건....!"

가까스로 성 주변에 도착했을 때, 스텔라의 발이 멈췄다.

이 시간대엔, 언제나 개방되어 있었던 성의 정문이 굳게 닫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려다보는 정문 앞에는, 무장한 셀 수 없을 정도의 병사들이 서 있었다.

이웃나라에서 갑자기 날아들어온 선전포고라는 비상사태에, 경비 레벨이 한계까지 올라간 것이다.

물론 스텔라가 아래로 내려가, 병사들에게 말을 하면 문제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만 해도 이 정도의 경비.

성 안. 시리우스가 있는 황궁 안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체크포인트가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런──

'그런 여유 따위, 나한테는 없다고!'

스텔라는 곧바로 정문을 통한 귀환을 포기.

시선을 위로 올렸다.

올려다 본 곳은, 높게 뻗어 있는 성벽 너머에 있는, 황궁의 창문.

그 광경에, 스텔라는 뇌리에 어떠한 것이 스쳐 지나갔다.

"괜찮아, 나라면, 할 수 있어...!"

이전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자신의 진정한 힘'을 알게 된 지금이라면...

그리 자신을 고무하듯 중얼거리고, 스텔라는 자신의 두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깨를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고, 등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며, 한 이미지를 연상했다.

사람에겐 없는 것.

하지만, 『용』인 자신에게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

날개의 이미지를.

"윽!"

그 순간, 스텔라는 견갑골이 밀려 올라가는 고통을 느꼈고,

"아아아아───!!!!"

그녀의 등에서, 한 쌍의 붉게 타오르는 불꽃의 날개가 나타났다.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이 자랑하는 능력── 《드래곤》.

용의 힘을 그 몸에 현현시키는 이능을 이용해, 스텔라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고열의 날개는 그야말로, 원래 스텔라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기관이었고, 스텔라는 확실히 거기에 자신의 뜨겁게 달궈진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움직일 수 있다. 자유자재로.

자신의 기억이 아닌, 세포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날, 아라아아아아아!!!!!!"

스텔라는 지붕을 활주로삼아, 공중으로 몸을 내던졌다.

공중에 내던져진 스텔라의 몸은,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한 순간일 뿐.

한 번, 불꽃의 날개가 날갯짓을 한 순간, 용의 힘이 중력이라는 이름의 사슬을 끊어, 스텔라의 몸을 하늘로 힘차게 밀어올렸다.

그리고, 높게 솟은 성벽을 손쉽게 넘어, 그대로 일직선으로 황궁의 창문을 향했고──

창문을 와장창 깨뜨리고, 황궁 안으로 뛰쳐들었다.

"무, 무슨 소리야!?"

"설마 미사일!? 아, 아니.. 누군가가 있어!?"

"적습이다! 쏴라! 죽여!!!"

갑자기 황궁 내에 울려퍼지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곧바로 병사들이 달려와 창문을 타고 들어온 것이 누구인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총을 들이밀었고,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너무나도 갑자기 시작된 클레이델란트와의 전쟁에, 모두들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진정해!!"

스텔라는 힘찬 목소리로 일갈했다.

여기에, 병사들의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멈췄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것이, 자신들의 공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스, 스텔라 님!"

"어째서! 확실히 방금, 클레이델란트로 출발하셨다고...!?"

깜짝 놀라는 병사들.

그리고,

"뭐라!? 스텔라라고!?"

그런 병사들을 이리저리 치우며, 시리우스도 달려왔다.

그는 클레이델란트에서 고립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딸의 무사한 모습을 바라보고,

"오오오! 무사했었구나! 스텔롸아아아아아아아아!!!!!!!!!!!!!!!"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스텔라를 포옹하려 달려 나아갔다.

──하지만,

"에잇!"

재회의 포옹은, 스텔라의 카운터와도 같은 손바닥 공격에 의해 저지당했다.

"푸, 흡! 어, 어째서...."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그렇게, 지금은 재회를 기뻐할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버밀리온 군과 클레이델란트 군이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전에, 클레이델란트 군에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러니, 스텔라는 버밀리온의 국정을 지휘하고 있는 실질적인 지도자인 모친, 아스트레아를 찾았고,

"스텔라!"

"어마마마!"

국제 마도기사 연맹 버밀리온 지부장인, 다니엘 단달리온과 함께 이쪽을 향해 달려온 모친을 보게 되었다.

"잡히지는 않았구나... 아아, 다행이야."

"응. 연맹에서 온 《흑기사》의 도움을 받아서, 《창천의 문》을 이용해 이쪽으로 돌아왔어."

"그랬구나. 그런데, 루나랑 잇키 씨는?"

"그 둘도 같이 버밀리온에 돌아와 있어. 하지만 둘 다 좀 다친 곳이 있어서 여기엔 올 수가 없었기에, 《흑기사》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지."

"다, 다쳤다고!? 루, 루나는! 루나는 괜찮은 게냐!"

"루나 언니 쪽은 괜찮아. 좀 기절한 것 뿐이니까. 잇키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지만... 괜찮아. 그 정도로 죽을 남자는 아니니까."

왜냐면 그 남자는, 운명조차 뒤집어버리고, 자신에게 이긴 남자이니까.

"일단, 황족을 인질로 잡히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흑기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이 소동은, 역시 본부에서 연락이 들어온, 그 범죄자가 관여되어 있는 것인가요?"

이 단달리온의 질문에 스텔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고,

"아바마마, 어마마마! 들어 주세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

황궁에 도착한 뒤, 양친과 재회를 한 스텔라는, 자신이 클레이델란트에서 본 모든 것을 전했다.

클레이델란트가 정부나 군, 국민까지 《괴뢰왕》 오르골의 지배 하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이 선전포고나 영토 침범은 모두, 오르골의 유희에 의해 벌어진 흉행이라는 것을.

.....그 사악한 손에 의해 현 국왕 클레프가 살해당했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것을 전한 순간,

"크윽──!"

황궁에 격진이 울렸다.

황궁 내의 석조 기둥 중 하나를, 시리우스가 주먹으로 부숴버린 소리였다.

"망할 자식이!!!"

"아바마마..."

시리우스의 거체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와, 주변의 광경을 일그러뜨렸다.

함께 양국 유화를 해내 오던 우인이 죽었다는 것에서 비롯된 분노가, 몸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다.

"고마워요, 스텔라. .....클레이델란트도 엄청 큰일이 났었던 거구나."

"《괴뢰왕》 오르골. 그 힘은 이전부터 연맹 내에서 위험시되어 있었습니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커다란 행동을 벌일 실력을 지니고 있었을 줄은... 《해방군》은 대체 무슨 짓을 벌일 심산인 걸까요."

"그 녀석은 이미 《해방군》을 탈퇴했다고 했어.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 그 죽어 마땅할 녀석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는 건, 틀림없어. 그런... 닥치는대로 주변을 상처입히는 악의는, 처음 봤어. 그 녀석은 틀림없이 정말로, 그저 우리들을 괴롭게 만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

그 사악한 남자에겐, 이 모든 건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의 입장으로 예를 들자면, 밖으로 나가 영화를 보는, 그런 정도의 오락.

그런 정도의 감각으로,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을 멸망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도저히 간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아바마마! 어마마마! 지금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클레이델란트 군은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우리들이 쓰러뜨려야 할 상대는 한 명 뿐이라구! 그러니 부탁해! 지금 당장 이걸 전선에 있는 모두들에게 알려 줘! 클레이델란트 군과 싸워선 안 돼! 이대로 가다간 조종당하고 있을 뿐인 사람들을, 우리들의 친구를 우리 손으로 죽이게 되어 버릴 거야! 그렇게 된다면, 둘 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거라구...!"

그게 그 사악한 악마가 그려낸 시나리오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저지해야만 한다.

그렇게, 스텔라는 아스트레아를 향해 진언했다.

거기에, 아스트레아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네. 스텔라가 말한 대로야. 그런 어이없는 일은 벌어져선 안 돼."

"그치! 그러니까──"

"하지만, 이걸 전선에 있는 모두에게 알릴 수는 없습니다."

평소의 온화한 말투와는 다른, 왕비로서의 위엄을 숨김없이 드러낸, 날선 말투로, 스텔라의 진언을 물렀다.

◆◇◆◇◆

"에......"

오르골의 악마의 시나리오. 그 내용을 전선에 있는 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자신의 진언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질 거라고만 생각했던 스텔라는, 아스트레아의 거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 어째서!? 왜냐구!? 모두들,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라니까!?"

스텔라는 극히 동요한 듯 덤벼들었다.

여기에, 아스트레아는 비통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은 뒤, 말했다.

"....스텔라. 유감스럽지만, 적에게 적의가 있고 없고는 이미 관계가 없어."

"무, 무슨 말이야!?"

"설령 어떠한 이유가 있건, 클레이델란트 군은 무기를 들고 버밀리온 영토를 침략하여, 그 총구를 이쪽에 들이대고 있어.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도, 주민을 피난시키기 위해서도, 전투는 피할 수 없어. 하지만 그런 때에.... 클레이델란트 군이 조종을 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전선에 있는 병사들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해?"

"어떻게 되냐니, ...........아.............."

"그들은 틀림없이, 주저할 거야. 그저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고, 소리 없는 말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 우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그리고... 그 주저는, 틀림없이 버밀리온 군에 커다란 피해를 가져오겠지."

아스트레아의 논리에, 스텔라도 알게 되었다.

확실히, 모친이 말하는 대로였다. 이런 이야기를 전선에 있는 시그너드와 그녀가 지휘하는 병사들에게 알리게 된다면, 그녀들은 다시는 클레이델란트 군에게 총구를 들이댈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한 편, 조종당하고 있는 클레이델란트 군에겐 용서 따위는 없다.

그런 양군이 충돌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할 터.

"클레이델란트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건 맞아. 하지만, 우리들은 버밀리온의 황족. 버밀리온 시민의 생명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책무가 있어. 그러니, ....거기에 방해가 될 정보는,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전선에 보낼 수는 없어."

"하지만! 그, 그치만! 이, 이런 건...."

스텔라는 아스트레아의 결정에 반론하려 했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스트레아가 하는 말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황족으로서 올바른 판단이었기 때문에.

타국의 사람들의 생명, 자국의 사람들의 생명. 저울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타국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국 사람들을 위험에 내몬다니, 그것 자체가 황족으로서, 국가로서의 도리에 맞지 않는 행위이다. 스텔라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클레이델란트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스트레아의 주장을 반박할 논리로서 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무슨 방법이 없는 거야...!?'

아무래도, 떠오르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유소기 때, 클레이델란트에 숨어들어갔던 때의 추억을.

딱히 특별하게 마음에 남는 커다란 무언가가 있던 건 아니다.

클레이델란트를 위해, 목숨을 내버리고 싸워야 할 은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길가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해 오고, 가판대에서 뭔가를 사면 사탕 하나를 더 얹어주고, ....요한도, 클레프 왕도, 루크와 다른 사람들도, 그 모두들이, 어렸을 적 자신에게 자상하게 대해 주었다.

그리고, 그런 어렸을 적의 추억이 더해지고 더해지던 도중, 생각하게 되었다.

클레이델란트를 포함한, 지금 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계를 지키고 싶다고.

그런데, ──그것을 국민을 위해서라고 해도, 내버려도 좋은 것인가.

자유를 빼앗기고, 바라지도 않는 전쟁에 내몰리게 된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향해 소리 없는 도움을 필사적으로 부르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크윽.....!!"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스텔라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런 스텔라의 상냥함을.... 지켜보는 아스트레아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냥함만으로는, 상냥함에 발이 붙들릴 뿐이어선, 소중한 걸 지킬 수는 없다.

정계인은 이따금씩 상냥함을 떨쳐버리고, 철저히 이성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

특히, 스텔라는 버밀리온의 최고전력.

이다음에, 클레이델란트 군과의 전면충돌이 된다 할지라도, 소수정예만으로 오르골 토벌을 나설 때에도, 반드시 스텔라의 힘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니, 아스트레아는 결단을 내렸다.

스텔라의 망설임을 떨쳐버리기 위해, ──먼저 전선에 나간 버밀리온 황국 육군에게, 영토 깊이 침입해 온 클레이델란트 군을 향한 선제공격을 허가할 것을.

일이 벌어진 다음에도 계속해서 망설일 정도로, 자신의 딸은 약하지 않다.

그렇다면, 잔혹한 결단은 자신이 내리도록 하자.

그것이, 어른의 책임이니까.

그리 결심하고, 아스트레아는 황궁의 방 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군용 회선 단말기를 바라보았다.

거기서,

"여어! 시그너드인가! 나다! 알겠나, 잘 들어! 클레이델란트 군은 조종당한 채 억지로 전쟁애 내몰리고 있을 뿐이야! 상대에게는 적의 따윈 없으니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말라고!"

그 단말기를 통해, 먼저 전선에 나선 황국 육군 대장 시그너드를 향해, 자신이 지금 막 숨기려 했던 모든 정보를 흩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 아바마마!?"

"시리우스!?"

이 시리우스의 행동엔, 곁에 있던 스텔라나 단달리온까지도 경악의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그런 주변의 반응 따윈 괘념치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 그대로의 의미야. 방금 스텔라가 돌아와선, 상대쪽의 상태를 보고받았어. 클레이델란트는 요한 꼬맹이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이전에 연맹에서 연락을 해 온 그 범죄자에 의해 놀아나고 있는 게야. 즉, 이 싸움 자체가 헛된 싸움이라는 게지! 시그너드! 이런 사람 우습게 보는 어이없는 놀이 따위에 어울려 주지 말라고! 방어전 같은 것도 벌이지 마, 영토 같은 건 얼마든지 줘버려! 주민을 지키며, 모두를 데리고 얼른 황도로 돌아와! 잘 들어! 아무도 죽이지 마! 아무도 죽게 놔두지 마! 우리들이 해치울 상대는 거기엔 없어! 이건, 국왕 명령이다!"

그리 육군을 지휘하는 시그너드에게 강하게 명령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빠...."

"여보야가 말한 것이 올바르다는 건, 이 미련한 나도 잘 알 수 있어. 허나... 승복할 수가 없어! 왜냐면... 지금 이 때만큼 클레이델란트가 우리들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던 때는 없었다고! 그럴 때에, 우리만 생각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주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지금까지 보내 온 시간은 대체 뭐가 된다는 말이야!"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은, 오랜 옛날부터 서로를 미워하며 다퉈 온 인습을 극복하고, 대등한 우인이 되기 위해 손을 잡아 왔다.

황족만이 아니다. 국민도 또한, 모두가 노력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손바닥 뒤집듯 클레이델란트를 내버려 버린다면───

"우리들이 대등한 우인이 될 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게야. 적어도, 우리 자신이 그걸 용납하지 않겠지."

시리우스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건, 참을 수 없다고.

그러니.

"버밀리온은 이성보다도 인의를 관철한다! 이 30년을, 양국민이 함께 걸어 온 시간들을! 난 무엇 하나 헛되이 만들지 않겠어! 전 부서에 전달! 클레이델란트는 우리들이 구한다! 지금 저 멀리서 제멋대로 놀고 있는 망할 얼간이는 우리 손으로 해치운다! 그리고, 그 망할 얼간이의 목을 잘라 클레프의 묘에 바쳐 주겠어!"

그것이, 버밀리온의 대의라고, 시리우스 버밀리온은 드높이 선언했다.

그런... 스텔라가 사로잡혀 있던 이성 따위는 조금도 괘념치 않는다는 듯 내쳐 버리고, 그녀가 선택하고 싶었던 선택을 해 준 시리우스를 향해,

"아바마마아──!!!!"

스텔라는 뛰쳐들듯 포옹했다.

"우오!? 뭐, 뭐냐. 스텔라, 갑자기!?"

"고마워요... 나, 아바마마의 아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오, 오오... 어, 어쩐지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하니 좀 부끄럽구만...."

시리우스는 그 위엄 가득한 얼굴을 구기며 쑥스럽다는 듯 말하면서도, 스텔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 버밀리온의 창은 스텔라, 네가 될 게야. 힘을 빌려 줄 수 있겠느냐?"

스텔라의 답은, 당연히 하나 뿐이었다.

"물론이지! 클레프 왕, 루크 씨와 다른 사람들의 원한은, 반드시 갚아 주겠어!"

"...여보야도, 미안하구먼. 난 역시 여보야처럼 똑똑한 사람은 될 수 없나보이.."

"상관 없어요~... 클레이델란트에서 우리 여보가 날뛰었을 때에도 그랬죠. 내가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내 말 같은 건 듣지도 않았으니까요. 혼자서 멋대로 벌이고, 끝내는 엄청 다치고 돌아오고 말이죠. 어이없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제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여, 역시 화나 있는 게야, 여보?"

"당연하죠. 그 뒤로 쭉,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잖아요. 여보에 대한 건 모두 다 꿰뚫어 보고 있다구요."

흘깃, 하고 반쯤 뜬 눈으로 시리우스를 흘겨보는 아스트레아.

시리우스는 여기에 극히 낭패한 표정을 보였지만, ....아스트레아는 다음 순간, 험악한 표정을 부드럽게 풀고,

"....하지만, 아무리 화내도, 아무리 어이없어 해도, 자신의 올바른 길이라 믿고 똑바로 살아가며, 언제나 무리를 하고, ...그럼에도 모두에게 미소를 짓게 해 주죠. 그런 여보야를, 전 지금이나 옛날이나 무척 좋아한답니다."

"그, 그럼...!"

"네♪ 저도 마지막까지 우리 여보와 함께 가겠어요."

아스트레아는 미소지으며, 시리우스의 결정에 대한 이해를 나타냈다.

클레이델란트와의 유화도, 그런 시리우스의 기질이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아스트레아는 알고 있었으니까.

'이것이... 버밀리온의 피, 라는 거겠죠.'

이성을 선택하지 않은, 선택하려 하지 않은 부녀를 바라보고, 아스트레아는 생각했다.

아스트레아는 시리우스에게 시집을 가기 전, 대학에서 역사를 배우고 있었다.

그러니,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버밀리온이, 이성으로 만들어진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이 나라는, 한 귀족이, 자신의 책임도, 따라야 할 왕도, 수많은.. 자신이 지켜야 할 『이성』들을 내버린 채, 그저 한결같이 자신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약한 국민들을 위해 싸워 만들어진 국가이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엔, 이성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인의.

그것이, 버밀리온인 것이다.

이 둘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나라의, 이 나라로서의 뿌리. 그 가장 소중한 것을.

'그게 약간, 아주 약간, 부러워.'

혈연자가 아닌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 이성을 우선시해버리니까.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도 가능한 것이 있다.

시리우스에게 부족한 『이성』은 자신이 나서도록 하자.

그리 결심하고, 아스트레아는 둘에게 고했다.

"클레이델란트를 구한다.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겠죠."

여기에, 곁에 서 있는 단달리온도 수긍했다.

"괴뢰 상태로 변해버린 클레이델란트 군은 기다려주지 않을 겁니다. 시그너드와 병사들이 전력으로 후퇴한다 할지라도, 주민의 피난 유도를 하기엔 분담 행동으로 나선다 해도 늦어질 테지요. 언젠가 반드시 잡혀 버릴 겁니다. 일단 눈앞에 닥쳐든 클레이델란트 군을 어떤 방법으로 다치게 만들지 않고 저지할 수 있는 것인가. 그걸 생각할 필요가 있겠군요. 모든 원흉인 《괴뢰왕》을 치는 것이 가장 확실하긴 하겠지만, 상대가 클레이델란트 내에 있는 이상, 어떻게 해서든 양국의 군사 충돌이 먼저 벌어지게 되어버리겠지요."

이 단달리온의 말에 시리우스는,

"생각해둔 게 있는데, 《환상형태》로 공격을 가하는 건 어떤가?"

그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인체에 대해 무해한 《환상형태》라면, 아무 손상 없이 병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이 시리우스의 의견에, 단달리온은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효과는 없을 겁니다. 《환상형태》에 의한 대미지는 강한 암시에 의해 벌어지는 현상. 그 암시에 의해 본인의 몸에 아무런 손상을 가하지 않고, 의식을 빼앗는 구조로 되어 있지요. 허나.... 스텔라 님의 이야기를 듣는 한, 상대는 살아 있는 인형으로 변해 버린 병사라는 것이 되겠지요. 자신의 의사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의 의식에 공격을 가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겁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텔라도, 아버지의 의견에 대해 단달리온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전에 자신도 《환상형태》를 이용해 조종당하던 《얼음의 냉소》를 저지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얼음의 냉소》를 조종하고 있던 꼭두각시 인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방법이다.

《환상형태》가 무해한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에 한한 것. 물체에 관해선 충분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그 특성을 살려 《얼음의 냉소》를 조종하고 있던 꼭두각시 인형 《히라가 레이센》을 파괴, 조종하던 실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물리적으로 《얼음의 냉소》를 실의 지배에서 해방시켰던 것이다.

결국, 그 《히라가 레이센》도 《괴뢰왕》의 중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 잠깐, 허브라는 건....'

그 때, 스텔라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일본에서 알게 된 지인이 말했던 적이 있었어. 《강선 능력자》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형을 조종하려면, 허브 역할을 세워두는 것이 기본이라고. 오르골은 지금 클레이델란트에 있으니, 이번에도 그 녀석은 그 중계 역할을 이용해 클레이델란트 군을 조종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 그럼 그 중계 역할만 어떻게든 처리한다면, 모두를 다치게 하지 않고 저지할 수 있을 거야!"

"정답이야."

'에...!'

스텔라의 의견을 긍정한 목소리는, 단달리온의 것도, 부친의 것도, 모친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억양이 적은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를, 스텔라는 알고 있었다.

설마, 하고 돌아봤고, 거기엔.

《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와, 쿠로가네 잇키. 둘이 서 있었다.

"아스칼리드 씨...! 거기에 잇키도! 다친 데는 괜찮아!?"

스텔라는 곧바로 잇키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의 몸상태를 확인했다.

여기에 잇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답하고,

"응. 아스칼리드 씨의 《무적갑주》 덕택에 말야."

"아, 그렇구나..!"

그 말을 듣고, 스텔라도 떠올리게 되었다. 자신들에게 습격을 가해 왔을 때 보여준, 《무적갑주》가 자랑하는 《불굴》의 개념에 의한, 무한 재생의 존재를.

그 힘이 갑옷을 두른 잇키에게 작용해, 상처를 치유한 것이다.

"그럼, 진짜 이제 다 괜찮은 거 맞지?"

"응. 걱정 끼쳐서 미안."

"에에잇! 네 안부 따윈 어찌됐든 좋아! 루나는!? 루나는 어디 있는 게야!?"

윽박지르며, 시리우스가 잇키와 스텔라 사이로 껴들어 왔다.

그 시리우스에게, 잇키는 루나아이즈의 소재를 답했다.

"루나아이즈 양은 병원에 있습니다. 가벼은 저산소뇌증으로 인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만 생명에 별다른 위험은 없었고, 저희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 눈을 뜨셨지요. 단, 의식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 오른발에 염좌를 입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 그렇군... 염좌, 분인가. 다행이군."

시리우스는 깊은 안도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버렸다.

뒤에 있던 아스트레아도, 안도의 한숨을 흘렸지만, 곧바로 풀린 표정을 바로잡고,

"《흑기사》 양. 정답, 이라는 말은, 스텔라가 말한 대로, 중계 역할을 쓰러뜨리면 클레이델란트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라는 말이 되는 건가요?"

화제가 돌아가지 않도록, 지금 당장 협의를 계속했다.

여기에, 아스칼리드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래. 《괴뢰왕》은 중계 역할을 세워 놓는 것으로 의사적인 관절을 늘려, 실의 움직임의 패턴을 다양화시키고, 수많은 사람이나 물체를 조종할 수 있어. 이번에도 《괴뢰왕》은 군대 속에 몇 명 정도, 혹은 몇 백 명 정도를 중계 역할로 세워놓고 있을 거야. 그 중계 역할을 구속하여 움직임을 봉하기만 한다면, 그 중계의 지배하예 놓여 있던 병사들은 《괴뢰왕》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지. 단....."

"다, 단.. 뭔가?"

"중계 역할이 되어 있는 사람을 구별해내는 건 아주 어려워. 엄청난 집중력과 갈고 닦인 관찰력. 그리고 경험이 뒷받침된 실전 감각이 필요해. 아마, 지금 이 나라 안에 있는 기사 중에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나와 지부장.... 그리고 이 남자. 이 셋 뿐이라 생각해."

그리 말하고, 아스칼리드는 시선만으로 잇키를 가리켰다.

하지만,

"하지만, 고작 세 명만으로는 인원 수가 부족해. 일단, 스텔라 공주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전에 본부에 연락을 넣어 놓긴 했지만.. 도착까진 시간이 걸릴 테니 그다지 기대할 수는 없을 거야."

이쪽을 향하 다가오는 클레이델란트 군은 만이라는 수를 넘는다.

중계 역할의 수도 세 자릿수에 달할 것이다.

셋으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

거기서──, 라며 아스칼리드의 말에 껴들어 온 건, 잇키였다.

"거기서, 제게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만. 들어 줄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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