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77)

-12권에 계속-

작가 후기

오랜만입니다. 미소라 리쿠에요.

낙제기사 11권, 정말로, 정말로 엄~~~~청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주 좀.. 여러 모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만, 그런 도중에도 독자 여러분들이 보내 주신 팬레터나 일러스트 등을 보고, 힘을 얻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일단 감사 인사를.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받은 일러스트는 집필실 방에 붙여 소중하게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만, 드디어 오르골, 버밀리온 양 진영이 모여, 버밀리온 전역 본편이 시작되었습니다.

신 캐릭터,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 1권 때부터 엄청나게 강한 오러를 풍기는 캐릭터도 포함하여, 새롭게 쓸 버밀리온 편은 전투 씬을 많이 넣어 분위기를 달궈 보려고 합니다.(팔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곧바로 죽어 버렸지만 말이죠. 이 사람도 되게 강한데..)

특히 버밀리온 편에선 지금까지보다 더 스텔라에게 초점을 맞춘 전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터인 이 전쟁을, 그녀가 어떻게 싸워 나아갈 것인가. 그 성장을 여러분들도 지켜보신다면, 저도 기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낼 때까지 신세를 진 편집부 여러분, 그리고 삽화를 담당해 주신 온 씨, 감사합니다. 이 미소라, 스케쥴을 낭비한 탓에 마감이 늦어져,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권 때부터 실로 8개월이란 기간을 기다려 주신 독자 여러분. 여러분꼐는 아무리 감사를 드려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올해도 낙제기사의 영웅담을 응원해 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그럼, 12권에서 다시 보도록 하죠.

역자 후기

자궁 ㅋㅋㅋ 씨앗 ㅋㅋㅋㅋ 소설꼬라지 ㅋㅋㅋㅋ

이거 10권인가에 시그너드 계급을 대위라고 번역했던것같은데

제가 잘못본건지 이번 권엔 대장이더라구여;

실화면 씨발 대체 몇계급 특진이야?

서장

제 1황녀의 각오

되돌아가서, 버밀리온 군과 클레이델란트 군이 충돌하기 1시간 전.

버밀리온 육군이 칼디아 시에 포진을 시작했을 무렵.

쿠로가네 잇키와 《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된 버밀리온 황국 제 1황녀 루나아이즈 버밀리온은, 병실 침대 위에서 이번 사태, 즉 클레이델란트가 《괴뢰왕》 오르 골의 마술에 걸린 탓에 버밀리온으로 진군해 온 사태에 대한, 그녀의 부친 시리우스 버밀리온의 대응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 내용은, 마술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자신의 우국 클레이델란트를 돕기 위해, 폭주 진압용 경찰 장비로 무장한 버밀리온군을 동원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녀는 그 결정에

"뭐라고!?"

너무도 경악한 나머지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건, 사실인가!?"

"네! 역시 시리우스 왕이십니다. 전 오늘 이 날만큼 버밀리온에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 적이 없습니다."

"........"

전령인 젊은 병사는 소년처럼 눈을 반짝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자신의 부친다운 선택이라곤 루나아이즈도 생각했다.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는 오늘 이 날까지 역사의 벽을 메우기 위해 서로를 향해 다가가 왔었다. 그리고 지금 이 날만큼 클레이델란트가 버밀리온의 구조를 필요로 하고 있는 순간은 없었다.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보신만을 전념한다는, 자신의 부친은 그런 냉정하고 이기적인 결단을 내릴 남자가 아니다.

그건, 부친의 왕으로서의 미덕이다.

───하지만, 그래도 루나아이즈는 단언할 수 있다.

이 부친의 결정은, 커다란 잘못이라는 것을.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의 전력엔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이쪽의 홈 진영에서 싸우게 된다면, 열악한 장비로라도 전국을 고착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거기에, 지금의 버밀리온엔 《흑기사》가 있다. 그녀는 동맹 본부에 이미 긴급시 개입을 요청했을 터이다. 그 원군은 양과 질 양면으로 클레이델란트를 압도할 것이란 건 명백하다. 그렇다면, 손쉽게 《괴뢰왕》의 손에서 클레이델란트를 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것은 모두 긍정적인 망상. 희망적 관측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원군 측이 곧바로 움직일 리는 없다.

아마도 오늘 하루만큼은 버밀리온이 단독으로 전선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빈약한 경찰 장비로, 말이다.

그건 조종당하고 있는 클레이델란트 군만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은, 그들만이 아니다. 요한 쪽의 배후엔, 그 악마가 있다.

《괴뢰왕》 오르 골.

클레이델란트를 손쉽게 손바닥 위에 넣고 굴리는, 무서운 힘을 지닌 적이.

어쩌면, 그의 동료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력도 보유하지 못한 채 싸운다면 ──틀림없이 커다란 손해가 발생한다. 수 천. 아니, 수 만. 수많은 자들이, 아들을, 아버지를, 가장을 잃게 된다. 만약 적이 스텔라 급의 블레이저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일반 국민조차 휘말려버릴 대규모적인 전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어째서, 어머님께선 말리지 않으신 거지...!?'

부친과 스텔라는 우수한 무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용에 너무 경향되어 있다. 그 자체는 그들의 카리스마이기도 하고, 나쁘기만 한 점은 아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무용으로 국가를 경영해서는 아니된다. 정치란 최고의 전과가 아닌, 최소의 손해에 전념해야 하는 것. 버밀리온도 클레이델란트도 구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실낱같은 기대에 기대어선 안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정을 버리고, 최대 화력의 장비로 방어전을 펼치는 거야.'

왜냐면, 우리 황족은 국민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국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니까.

'막아야 해.'

애초에 이번 클레이델란트와 버밀리온의 전쟁의 지휘권을 맡고 있는 건 자신이다.

이 몸엔, 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방금 만남에서, 오르 골은 스텔라에게 왜곡된 관심을 지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게 어떤 감정으로 인해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가능한 범주는 아니었지만, 적이 스텔라에게 흥미를 갖고 있는 이상, 전쟁 그 자체를 막기는 불가능할 터.

버밀리온 군의 장비를 다시금 통상 병기로 바꾸어, 철저히 항전을 하는 것도, 클레이델란트 군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병사들에게 알려져 있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미, 모든 것이 뒤늦은──

'.......아니, 잠깐만.'

생각에 잠긴 가운데, 루나아이즈의 총명한 두뇌는 한 가지 답을 이끌어냈다.

전쟁을 막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전투'를 막는 것은, 가능하다

'이대로 가면 머잖아 연맹 쪽이 대군을 이끌어 무력 개입을 행해 올 거야.'

《흑기사》의 외모는 오르 골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르 골 진영에 있어서도 별로 좋은 사태라 할 수 없다. 아무리 오르 골 진영에 강력한 블레이저들이 모여 있다 할지라도, 《연맹》은 세계를 둘로 나눌 정도의 거대 조직이다. 그런 것들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은, 너무나도 불리하다

반드시 전멸당할 터.

그렇다면 그 부분에야말로, 교섭의 여지가 있다.

'당초의 예정대로 연맹 조약 속에서 전쟁을 행할 것이란 입장을 내세워, 강제 개입을 막겠다는 교섭을 해야겠어.'

전쟁의 규모를 대표전까지 축소시킬 수만 있다면, 국민을 국외로 피난시킬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버밀리온이 패배한다 하더라도, 국민의 목숨은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수의 유리함을 버린다는 선택은 버밀리온의 승률을 대폭으로 깎는다는 것이고, 동시에 클레이델란트를 구해낼 확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되긴 하지만...

『안심해, 요한! 네가 혼자서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 때엔 내가 도와줄 테니까!』

'미안하다....'

어렸을 적에, 과연 자신이 왕의 자리를 맡을 수 있을까, 하고 불안을 토로하던 요한에게 답해 준 말을 떠올리며, 루나아이즈는 쓰디쓴 표정을 짓고 입속으로 사과했다.

맹세도, 우정도, ....이 몸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에 비하자면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은, 단 하나 뿐.

그것을 가슴에 품고, 루나아이즈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루나아이즈 님. 아직 움직이시면..."

"지급히, 헬기 준비를 하도록 병원장에게 전하도록."

"네!? 무, 무슨 말씀──"

"클레이델란트로 향한다. 이건 제 1황녀로서의 명령이다."

젊은 병사의 말을 가로막고, 유무를 가리지 못할 강한 어조로 루나아이즈는 그렇게 명했다.

제 10장

황족으로서의 책무

" " "에....!?" " "

오르 골의 『실』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클레이델란트 군과 대치하고 있던 버밀리온의 병사들. 위협에 맞서 싸우던 그들의 눈앞에, 그 변화는 갑자기 벌어졌다.

"뭐지? 갑자기 클레이델란트 군이 움직임을 멈췄는데?"

그렇다. 갑자기 클레이델란트의 병사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지면에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그 모두가 말이다.

중앙 조종 체계를 파괴당한 것도 아닐 터인데 어째서일까, 하고 당혹해 하는 병사들.

그 가운데,

"저건...."

한 층 더 높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와, 《칠성검왕》 쿠로가네 잇키. 이 둘은 머나먼 서쪽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의 존재를 알아챘다.

"오르 골, 거기에 루나아이즈 누님!?"

──한 편 그들과 하늘 위에서 대치하고 있는 《홍련의 황녀》 스텔라 버밀리온도, 눈 아래에 펼쳐진 전장의 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버밀리온은 연맹 가맹국으로서, 클레이델란트 신 정권의 선전포고를 정식적으로 수락. 연맹 규약대로, 군대에 의한 전투가 아닌, 쌍방이 현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전력으로 선발된 《마도기사》 5명을 내세워 대표전을 벌여 전쟁의 자웅을 겨루기로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규약에 따라 행해지는 정규 전쟁 권리의 행사이며,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 영토 내의 《국제 마도기사 연맹》에 의한 비상 사태 개입을, 양 정부는 일절 허가하지 않는다.'

갑자기 오르 골과 함께 나타난 루나아이즈에게서 고해지는 말들.

그것과 눈 아래 상황에, 머리가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스텔라는

"연맹의 개입을 거부하다니, 무슨 말이야! 루나 언니!"

물어 봐야 할 인물에게, 질문을 던질 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어째서, 루나아이즈가 오르 골과 함께 있는 것인가.

그 질문의 모든 것들을.

거기에 답한 건, ──하늘을 거니는 황금 군마에 타고 있던 클레이델란트의 신왕(新王),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였다.

그는 친애를 담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스텔라에게 고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스텔라. 클레이델란트는 어리석은 구 정권이 맺은 비밀 협정을 일소하여 빼앗긴 영토와 긍지, 그 모든 것들을 되찾기 위해 버밀리온과의 전쟁을 결의했어. 그리고, 루나아이즈 양은 시리우스 왕에게서 물려받은 권한으로, 그것을 수락했지. 오해와 정보의 오차로 인해 불행하게도 군대의 충돌이 벌어졌지만, 방금 클레이델란트를 찾아온 루나아이즈 양과 협의하여 양국은 다시금 규약에 따른 전쟁을 하기로 합의했어. 따라서 《연맹》이 껴들어 올 이유는──"

"닥쳐!!"

그 요한의 말을, 스텔라는 날카로운 일갈로 막아버렸다. 그리고 불을 뿜을 듯한 분노에 타오르는 눈동자로, 요한의 옆을. 공중에 서 있던 백발의 소년, 《괴뢰왕》오르 골을 노려보았다.

"그 이상 요한 오빠의 목소리로 헛소리를 지껄이기만 해 봐...!"

요한이 이미 오르 골의 마수에 떨어져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지금 요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 오르 골에 의한 것이다. 지금은 오르 골이 요한을, 완전히 복화술 인형처럼 조종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그것은, 한 개인에 대한 최대급의 모욕.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스텔라의 분노에, 오르 골은 마치 장난을 들킨 아이처럼 혀를 내밀며

"아하   참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연맹의 눈도 있으니 체면치레 정도는 하고 싶었는데 말야."

겸연쩍은 투도 없이 말하며, 지상을 올려다보고 있는 네네를 살짝 흘겨보았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진심으로, 방금 그 변명 같은 말로 《연맹》의 개입을 막으려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허울 좋은 말 따위가 통하진 않을 것이라 스텔라는 속으로 단언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변명에 지나지 않다.

믿을 이유 따윈 없다.

그럴 터였는데──

"지금 그가 말한 그대로야. 난 지금 클레이델란트로 향하여, 싸움의 규모를 축소할 협의를 하고 온 참이야. 그리고, 현재 행해지고 있는 전투 행동을 중지하여, 《연맹》이 정한 규약대로의 대표전을 벌여, 양국의 대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로 합의했지."

자신의 언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어째서 그런 짓을...! 《연맹》은 이미 100만 규모의 구원군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언니의 행동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스텔라는 힐문했다. 거기에 루나아이즈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침착한 목소리로.

"100만이라. 정말 믿음직하군. 아주 크고, 정말로 많고, ──그리고 늦을 것만 같아."

"───큭!"

스텔라가 놓치고 있던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대군세가 느긋하게 이곳으로 오는 사이, 클레이델란트 군이나 이 녀석들을 막고 있는 건 누구지? ....너도, 그런 힘을 버밀리온 군이 있는 곳에 구사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 못 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테지. 하물며 지금의 버밀리온 군엔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어."

"읏... 그건...."

그 말을 듣고, 스텔라의 안색이 파래졌다.

《사막의 사신》의 일격에 의해 무너진 지반.

그에 의해 한 도시와 함께 통째로 지면에 삼켜져버린 클레이델란트의 병사들. 그런 힘을 지닌 《블레이저》가 모든 힘을 구사하여 날뛰게 되었다간, 비극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손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긍지도 중요하지만, 우리들은 신이 아니야. 모든 것들을 구원해낼 수는 없어. 우선순위를 착각하지 마. 무엇보다 먼저 지켜야 할 건 국민의 생명이야. 우리들 황족은 만사에 있어서도 그걸 가장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책무가 있어. 당초의 예정대로 전쟁을 벌이면 1주일의 유예가 발생하지. 그 사이에 국민을 안전한 국외로 대피시킬 수도 있을 거야. 그렇게만 한다면... ──최악의 경우 전쟁에 패배하여 버밀리온이 멸망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생명은 지킬 수 있겠지."

"윽........"

버밀리온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그리 말한 언니의 목소리에, 스텔라는 등골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담긴, 무거운 각오.

루나아이즈는 자신들, 즉 버밀리온 황족의 멸망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최악의 결말조차 계산에 넣고, 그러면서도 최악의 결말에 다다르는 그 때까지 《국민》을 지킬 방법을 생각하여, 실행했다.

오르 골 진영을 쓰러뜨려,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 모두를 구해낸다. 그런 덧없는 기대에 매달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방법을. 황족의 긍지를, 국민을 지킨다는 책무를, 설령 죽는다 할지라도 다하기 위하여.

"────"

그러니, 황족으로서 해야 할 선택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터.

반론의 여지는, 없다.

스텔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그래 봤자 그런 건 우리들에게 있어 알 바가 아니지만 말야."

그런 스텔라에게, 오르 골은 뒤이어 말했다.

"그저... 솔직히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이렇게까지 연맹의 행동이 빨랐던 건 예상외였어서 말야. 모처럼 이렇게 스텔라와 놀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는데, 이대로 그 녀석들이 방해를 해 온다면 재미없지. 이길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눈앞을 날아다니는 파리처럼 귀찮아질 테니까 말야. ....즉, 예정대로 양구그이 전쟁을 대표전이라는 형태로 행한다는 전하의 제안은 우리에게 있어서도 이득이 되지. 그러니 우리도 동의한 거야. 납득이 가?"

"............."

양측의 시점에서의 설명.

여기에 스텔라는, 확실히 이 제안은 쌍방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제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뭘까, 이... 석연찮은 느낌은.'

확실히 말이 되는 교섭이긴 했지만, 실로 기분이 나빴다.

이해는 해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어떤... 아주 중대한 어떤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때.

"뭘 니 멋대로 결정짓고 난리야, 이 새끼야...!"

불꽃의 날개로 하늘을 날던 스텔라의 바로 옆을, 검은 돌풍이 지나갔다.

그것은

"《사막의 사신》....!"

전신에 검은 옷을 두른, 거친 머리칼의 남성.

세계에 최강의 용병이라 알려져 있는 《블레이저》.

《사막의 사신》 나짐 알 살렘이다.

모래폭풍을 타고 하늘로 올라온 나짐은, 짜증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와 함께 오르 골에게 레프트 펀치를 날렸다. 이것을 오르 골은 자신의 주변에 펼쳐 둔 실의 결계 ──《거미집》으로 얽어, 직격을 막았다. 하지만, 최강의 용병은 이걸로 멈추지 않았다.

나짐은 아무렇지도 않게 실에 얽혀버린 왼주먹에 억지로 힘을 넣어, 오르 골을 지키고 있는 《거미집》을 뚫고 이번엔 오른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오르 골이 입고 있던 파카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쪽은 지금 막 불타오를 참이었다고....! 거기에 물을 끼얹을 생각이라면 네 녀석부터 죽여버리겠어, 《괴뢰왕》....!"

"아하   텐션 참 높네. 저 《야차 공주》가 아주 맘에 들었나 봐?"

이미 살의 이외의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핏발 선 눈.

나짐은 진심이다.

애초에 동료 의식 따위 없는, 외톨이 늑대의 공동체. 말 하나라도 잘못하게 된다면, 나짐은 오르 골에게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오르 골은 낭패한 기색도 없이, 평소의 여유로운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럼 지금 버밀리온에 있는 《동맹》의 세력에 한해서 이 전쟁에 난입하는 것을 허가한다, 라는 건 어떨까?"

──그런 제안을, 입에 담았다.

" "읏....!?" "

이 쪽도 기존의 오더를 변경해서 대표로 나와 너를 넣을 거야. 버밀리온의 오더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평하지 않겠지. 거기다 정규 대표전을 벌인다면 《야차 공주》와의 즐거운 싸움 도중에 연맹의 방해를 받을 일도 없을 거고. 너에게 있어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

"........"

이 오르 골의 제안에, 나짐의 살기가 잦아들었다.

그에게도, 극상의 사냥감을 앞에 두고 방해를 받게 되는 건 불쾌할 테니까.

하지만

'역시, 뭔가가 이상해.....'

이 오르 골의 말에, 스텔라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던 정체 모를 이질감이 더욱 늘어났다. 루나아이즈가 제안한 쌍방에게 이득이 될 대표전. 거기에 어디까지나 긍정적이며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오르 골.

그것이, 실로 기분이 나빴다.

대체 자신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스텔라. 하지만 그런 그녀 옆에서

"《야차 공주》에게 있어서도, 애초에 우리들과 싸우기 위해 이 나라에 온 거니까 문제는 없겠지?"

오르 골은 시야를 스텔라 뒤로 살짝 향해,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스텔라가 그 시선을 쫓자, 거기엔 중력 조작의 힘으로 하늘에 떠 있던 《야차 공주》 사이쿄 네네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는 웃지 못할 농담을 들은 듯,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연맹 규약에 따라 전쟁을 하겠다는 변명을 할 생각인가 보네. 하지만, 이쪽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자인 네 녀석들이 클레이델란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제 개입의 이유로서충분한데 말이지?"

"뭐, 그 때엔 우리들도 떨어지는 불똥을 치워낼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이 있는 클레이델란트 국민들의 안전은 좀 보증할 수 없겠는걸~"

"인간방패, 라는 거군."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지~"

그렇게밖에 해설할 수 없잖아, 하고 네네는 불평을 터트렸다.

즉, 오르 골은 클레이델란트의 국민을 방패삼아 《연맹》에게 이 연극과도 같은 전쟁에 어울려 달라는 요구를 해 오는 것이다. 이 오르 골의 요구에, 네네는 잠시간의 침묵 후, 낮은 톤의 목소리로 물었다.

"연맹의 규약은 전쟁에 일반 시민이 휘말리는 것을 금지하는 것만이 있는 게 아냐. 자국민에 대한 정부의 횡포를 금하는 규약도 있지. ....규약에 따른다는 척을 할 거라면, 그 쪽도 지켜야겠지?"

그건, 《연맹》이 개입을 물렀을 경우, 클레이델란트 국민들의 생명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질문이었다.

거기에 오르 골은

"물론이지."

아무 주저없이 답한 다음, 오른손목을 마치 무언가를 떠내는 동작으로 스윽 들어올렸다. 그 순간, 나짐에 의해 무너진 지반이 만들어낸 붕괴에 휘말렸던 클레이델란트군 병사들이 메마른 모래 위로 서서히 떠올랐다.

오르 골이 자신의 실로 땅 속에 묻혀 있던 그들을 꺼낸 것이다.

이 행동으로

"이걸로 믿어주겠어?"

오르 골은 네네에게 물었다.

여기에, 네네는 혐오를 드러내며 답했다.

"누가 네 놈들 따위를 믿을까보냐고."

"아하  역시?"

"하지만... 알았어. 이 장난질에 어울려주도록 하지. 《재상》은 우리 쪽에서 설득하도록 하겠어."

《연맹》의 존재의의는 '힘 있는 자는 힘 없는 민중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겐 민중의 생명만큼 우선시해야 할 건 없는 것이다. 클레이델란트 국민은 현재 오르 골 진영의 수중에 있다. 그들의 생명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상대편의 말을 얼마나 신용할 수 있을지는 수상쩍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네네는, 《연맹》의 기사로서 그리 판단했다.

"역시나야. 이야기가 잘 통한다니까. 특공으로 쳐들어온 게 당신이라 다행이었어."

여기에, 오르 골은 기쁜 듯 손뼉을 치고 나짐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됐으니, 여기선 일단 한 번 물러나주지 않겠어?"

"칫......"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라 해도, 오르 골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해 하면서도, 나짐은 자신의 몸을 모래로 바꿔 바람에 흩날리듯 공중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먼저 클레이델란트로 돌아간 듯했다. 그걸 지켜본 다음

"그렇게 됐으니, 그 쪽도 물러나 주겠어? 《악의 꽃》."

오르 골은 《실》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던 버밀리온 황궁에 기습을 가한 다른 한 동료, 《악의 꽃》, 아인에게 철수 지시를 보냈다.

이 지시에 황궁에서 《홍련의 거친 사자》 시리우스 버밀리온과, 자신을 쫓아 온 자신의 여동생, 《부전》 타타라 유이, 이 둘과 대치하고 있던 《악의 꽃》은

"후후. 뭐, 좋아. 이 쪽도 마침 생각지 못한 서프라이즈가 벌어진 참이니까. 오늘은 이만 물러나고 다시금 찾아오도록 하겠어."

그리 말한 다음, 팔에서 나타난 장미 줄기를 휘둘러, 가까이 있던 창문을 벽채로 분쇄했다. 둘에게 등을 향한 다음 거기로 몸을 내던지려 했다.

그 뒤로

"도망치는 거냐?"

타타라 유이는 도발했지만, ──《악의 꽃》은 깊은 조소를 띤 표정으로 돌아보며

"따라올 거면 상대해 주겠어. 시리우스 왕을 돕기 위해 내 앞에 나타나, 기습이라는 천재일우를 놓친 지금의 네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따라오도록 하렴."

"........."

여기에 타타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암살자로서 《검은 집》에서 특훈을 받은 그녀의 세포가, 《악의 꽃》 말이 반론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란 걸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 여러분. 평안하시길."

그 침묵이 일고 있는 사이, 《악의 꽃》은 부서진 외벽 구멍으로 몸을 공중에 날렸다. 뒤늦게 그 구멍으로 달려간 타타라가 본 것은, 거대한 민들레 씨앗에 탄 채 북쪽 하늘로 사라져가는 언니의 모습이었다.

◆◇◆◇◆

'그럼 폐하, 멤버가 정식적으로 결정되면 연락해 줘. 아, 하지만 약속대로 스텔라는 반드시 참가시켜야 해? 나라와 나라를 건 싸움에 황족이 참전하지 않는 건 체면상 꼴사납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즐거움이 사라져버릴 테니까.'

《괴뢰왕》 오르 골은 해방된 루나아이즈에게 그런 말을 남기고, 무사한 병사들을 데리고 클레이델란트로 물러갔다. 그 뒤, 칼디아에 포진하고 있던 버밀리온 군은 부상자의 치료에 총출동하여 전념했다.

버밀리온의 병사는 물론, 부상 때문에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클레이델란트의 병사들도.

특히 클레이델란트의 병사는 시리우스의 명령 하에, 비 살상 무기에 당했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은 자는 적었지만, 오르 골의 타인을 조종하는 노블 아츠, 《꼭두각시 인형》의 후유증 탓인지, 의식에 격한 혼동이 일어 자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자가 거의 없었다.

철수는, 후방 지원부대의 차량이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 대기 중인 시간 속에, 쿠로가네 잇키는 자신의 연인의 모습을 찾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조국에서 벌어진.... 본격적인 전쟁.

몸도 걱정이었지만, 그보다 더 그 현장을 맞닥뜨린 그녀의 마음이 더 걱정이었다.

"──찾았다."

한 층 더 눈에 띄는 홍련의 머리카락.

황폐한 전장 속에서, 그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스텔라..."

루나아이즈와 함께 철수 준비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스텔라에게, 잇키는 말을 걸었다. 여기에 스텔라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잇키의 모습을 인식한 다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잇키. 다행이다! 다친 데는... 괜찮은 것 같네."

"응. 아스칼리드 양이 또 치료해 주었으니까."

"정말 엄청난 힘이지── 《무적갑주》. 역시 세계 4위의 《흑기사》야. 고맙다고 인사해 둬야지. ...지금 아스칼리드 양은 어디 있어?"

"지금은 다른 중상자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어."

"그래. 그럼 방해할 수는 없겠네."

《괴뢰왕》의 불온한 행동을 감지하고 미리 버밀리온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연맹》 소속의 기사이며, 《괴뢰왕》 오르 골의 육친. 《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는 《불굴》의 개념을 다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건 절대적인 강도를 자랑하는 갑옷 형태의 디바이스 《무적갑주》로서 현현하여, 강도로 몸을 지킴과 동시에 장비한 자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뛰어난 치유력을 부여해주는 이능력.

그 치유력은, 《ips 재생조》를 아득히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어서, 온갖 외상을 순간적으로 재생시킨다. 이 자리에 그녀가 있는 건, 버밀리온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스텔라는 그 행운에 감사하듯, 한 번 눈을 감은 다음 잇키를 바라보고

"잇키도 고마워."

하고 살짝 웃으며 머리를 숙였다.

"티르 애들한테 들었어. 그 쪽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잇키가 활약해 준 덕에 중앙 대로에 위치해 있던 부대의 피해가 적어졌다 하더라구."

하지만 그 감사의 말에, 잇키의 표정은 살짝 흐려졌다.

"아니, 그건 내 힘이 아니었어. ...모두 아스칼리드 양 덕분이야. 그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도 이미 죽어 있었겠지."

"그래도, 버밀리온을 위해 사력을 다해 준 건 변함없잖아."

그러니까, 고마워.

스텔라는 잇키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를 전한 뒤

"잇키만이 아니야. 모두가 필사적으로 싸워 줬어. 온 힘을 다해 주었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원형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 칼디아 시.

거기에 앉아 있는, 부상당한 병사들을.

그녀의 홍련의 눈꽃에 떠 있던 건, 깊은 감사와, 긍지──

"그래도...... 흑... 83명.... 83명이나 죽어버렸어...!"

피를 흘리는 것 같은, 비탄의 눈물.

"스텔라....."

"루나 언니가 지금 이 생각을 해내지 못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야! 살해당했을 거라구! 내가 약했기 때문에! 못 지켰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강했다면! 그런 망할 녀석들 따위보다 좀 더 강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스텔라, 그건 아니..."

"아니긴 뭐가 아냐!"

그리 외치며, 스텔라는 자신의 가슴을 강하개 내리치며 잇키에게 물었다.

"잇키! 난 뭐야!? 난 버밀리온 황국 제 2황녀, 스텔라 버밀리온이야! 이 몸, 이 검은 버밀리온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버밀리온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리 결정했어! 그렇게 결정하고 오늘까지 갈고닦아 온 검이야! 그리고, 난 강해졌다고 생각했어! 어떤 위협이 오더라도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결과가 이 꼴이라구!"

뭐가 《홍련의 황녀》냐.

뭐가 세계 최고의 마력이냐고.

"난.... 겁먹어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

수만 명의 규모의 부대끼리 부딪힌 결과로 치자면, 83명의 사망자는 적은 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83명이나, 지켜낼 수 없었던 것이다.

83명만큼의 가족을, 깨뜨려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이,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스텔라를 짓눌렀다.

"이대로는 안 돼...! 좀 더, 좀 더 강해져야 해....! 적어도, 그 녀석들과 동귀어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도 못 해서야, 이 검에, 이 목숨에.. 의미 따위는 없어!!"

".........스텔라...."

자신의 몸을 꼭 끌어안고, 하얀 팔에 손톱을 박아넣고 있던 스텔라의 모습에, 잇키는 이를 갈았다.

나쁜 예감은, 적중하고 있었다고.

저번에, 츠키카게에게 언젠가 찾아올 절망스러운 미래의 장면을 보았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나라를 짊어지고 있는, 국민의 생명을 짊어지고 있는, 그 너무도 강한 책임감 때문에,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약함을.

좋지 않은 정신상태였다.

어설프게나마 《마인》이라는, 인과의 범주의 바깥에 서 있는 존재를 알게 된 지금이였기에 더욱.

'....이 상태는, 위험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리를 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과잉 부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자신을 쓸데없이 상처 입힐 뿐이고, 백해무익한 생각이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지금의 그녀에게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냉정함을 지킬 수 있을 리가 없지.'

지금 스텔라는 자신의 가족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째서 가해져 오는지도 모를 폭력에 의하여.

그 분노를, 그 증오를, 억누를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스텔라는 황족이다. 그 몸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 그 무게를, 일반인인 잇키는 상상하는 것 외엔 불가능하다.

같이 공유할 수는 없다.

그런 자신이, 지금의 스텔라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제기랄.....!'

자신을 책망하는 스텔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

자신이 있으니 괜찮다.

그런 장담을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분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은, 실물의 전쟁. 그 전장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한 건, 스텔라만이 아니었다.

"....미안해. 감정적으로 나와버렸어. 잇키한테 따질 말은 아니었는데.."

잠시 무거운 침묵 후, 스텔라는 다시금 잇키에게 사과했다.

여기에, 잇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냐. 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지금의 스텔라가 얼마나 괴로울지는 상상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스텔라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을, 스텔라가 느끼고 있을 고통을, 적어도 말로나마 공유하고 싶어."

그리 말하고, 스텔라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감정적으로 되어 있는 스텔라를 타이르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뿐.

그 실로 스텔라를 소중히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나오는 격려의 말에

".......고마워."

스텔라는 아주 약간 미소를 되찾고, 그의 손수건을 받아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마침 그 때였다.

"루나아아아!!!! 스텔라아아아아아아아!!!!!!!!!!!!!!"

둘이 자주 듣던 굵직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철수 부대를 데리고 온 스텔라의 부친, 시리우스 버밀리온이 헬기를 타고 칼디아 시로 오고 있었다.

◆◇◆◇◆

시리우스는 헬기의 착륙도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지면에 점프한 다음, 자신의 딸들에게 달려왔다.

"둘 다 무사한 게냐!? 다친 덴 없느냐!?"

여기에 스텔라와 루나아이즈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우리들은 괜찮아. 피해도... 전투 규모를 생각해 보면 적은 편이야. 그것보다 그 쪽은? 우리들이 없는 사이에 습격이 벌어졌다고 했는데, 어머님이나 다른 사람들은 괜찮아?"

"그래. 의외의 타이밍에 나타난 조력자 덕분에, 이쪽은 그렇게 큰 중상자는 나오지 않았지. 나도 《재생조》 덕분에 이렇게 멀쩡하단다. 지금은 여보야가 혼란 수습에 나서고 있지.... 지금 쯤이면 진정이 되었겠군."

"조력자?"

짚이는 데가 없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스텔라.

하지만 시리우스는 스텔라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것보다!" 하고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루나! 혼자서 클레이델란트에 교섭을 나서다니, 너무 무모한 게 아니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어쩔 뻔 했어!"

제대로 호위도 거느리지 않고 클레이델란트에 있는 오르 골을 만나러 간 루나아이즈를 질책했다. 하지만 여기에 루나아이즈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늠름히 대답했다.

"대표전을 당초의 예정대로 벌일 것이란 겉치레를 내세우면, 상대편은 《연맹》의 증원을 막을 수 있고, 이쪽은 국민을 피난시킬 시간적 유예를 벌 수 있지. 전투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축소시키는 건 둘에게 있어 이득이 되는 이야기야. 거기에 교섭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난 행동을 벌인 것뿐이지. 애초에 무슨 생각이냐는 말은 이쪽에서 하고 싶은데, 아버님. 그대로 빈약한 장비로 싸움을 속행했다면, 버밀리온 군에 얼마나 많은 희생이 날 거라 생각했던 것이지?"

"으음... 하지만 우리들이 조금만 더 버텨냈다면, 《연맹》의 증원이...."

"자국민을 지키는 것이 바로 황족의 책무. 그렇다면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우국을 위해 최대의 전과가 아닌, 자국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 그 외엔 없어. 애초에 아버님이 처음부터 병사들에게 경찰 장비를 지급하여 전투를 벌인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지만 않았다면, 내가 이런 일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나 참, 어머님은 뭘 하고 계셨던 건지."

"그, 그치만 말이다..."

이웃나라인 클레이델란트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결단한 시리우스.

클레이델란트보다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한 루나아이즈.

긍지와 생명.

둘 다 한 쪽만 선택하기 어려운 소중한 것.

둘의 판단은, 어느 쪽도 잘못되어 있지 않다.

단, 결과적으로 루나아이즈의 대답한 교섭이, 규격 외급의 힘을 지닌 나짐과 다른 블레이저들에게서 버밀리온 병사들의 목숨을 지켜낸 사실이 있다.

따라서 둘의 논쟁은, 시리우스가 불리했다.

하지만, 그런 둘의 대화를 곁에서 바라보며

'....뭘까. 역시, 기분이 나빠..'

스텔라는 다시금 그렇게 생각했다.

루나아이즈의 주장은 이론적이어서, 한 퍼즐이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잘 관찰해 보면 마치 완전히 다른 형태의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이 일었다.

"납득할 수 없다, 라는 표정이네. 스텔라."

"!"

가슴 속에서 느껴지고 있던 의아함에 표정을 찡그리고 있던 스텔라에게, 어느 새엔가 뒤로 다가온 《야차 공주》 사이쿄 네네가 말을 걸어 왔다.

"하지만 그 감은 틀리지 않았어."

"네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일본에서 달러가 통하지 않고, 미국에서 엔화가 통하지 않듯, ......악마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악마의 통화'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심심풀이로 전쟁을 벌이는 저 미친 녀석들이, 지금 와서 '이익' 따위를 신경쓰며 움직일 것 같아?"

"윽.....!"

네네에게 그 지적을 받고, 스텔라는 자신의 가슴 속에 검게 피어오르고 있던 질문이, 확실한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을 느꼈다.

그야말로, 그녀의 말대로였다. 스텔라는 보았던 것이다. 오르 골의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궤도 없는 악의를. 스텔라 버밀리온에게 집착하고 있는 그 모습은, 말뿐이다. 그 남자의 악의엔, 특정한 방향성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흑기사》 아이리스 아스칼리드는 말했다. 너무 심심했었기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으니 거기에 손을 뻗은 것이라고.

그저, 그것 뿐이라고.

누구든 상관없다.

뭐든지 상관없다.

순수하게, 단순하게,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고, 부수는 것을 좋아하니까. 완전히, 논리에 동떨어진 행동을 취하는 정신이상자.

무구한 사악.

그런 악마가, 지금 와서 이익 따위에 이끌리며 행동할 리가 없다. 행동할 것이란 생각이 도저히 들질 않는다.

실제로, 오르 골은 《사막의 사신》의 위협에, 손쉽게 네네 쪽 진영의 참전을 인정했다. 유리한 부분을, 자신의 손으로 내버린 것이다.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르 골은 루나아이즈의 교섭을 승인했다.

그건 즉──

"공주님. 넌 대체, 그 악마에게 무엇을 지불했지?"

그런 악마에게 있어 가치가 있을 대가를, 루나아이즈가 지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네네의 추리는, ──적중해 있었다.

루나아이즈는 확실히 지불했던 것이다.

논리 따위에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악마를 움직이기 위한, 악마의 통화를.

....루나아이즈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그것을 지불하겠다는 제시를 했을 때, 오르 골의 상궤를 벗어난, 희열에 가득찬 모습을.

잔혹한 유열에 핏발선 눈을.

그녀는 그런 대가를 교섭 재료로 내걸어, 휴전을 얻어온 것이다.

이 이상, 국민에게 전쟁의 불길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지만...

"....저는, 버밀리온 제 1황녀로서의 책무를 다한 것뿐입니다."

루나아이즈는 네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의 안에 넣어 두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건, 모두가 알 필요가 없는 것이었기에.

"루나 언니..."

그 표정에, 그녀를 잘 알고 있던 스텔라는 비장한 각오를 엿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이상 언니에게 추궁을 계속한다 하더라도, 저 입이 열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건 네네도 같이 생각했던 것일까. 네네는 작은 어깨를 과장스럽게 으쓱이며,

"뭐, 됐어. 지나간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해 봤자 별 수 없을 테니까. 거기에, 확실히 《연맹》의 증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건 뼈아프긴 해도, 꼭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순 없지. 대표전에 이기기만 한다면 만사 오케이라는 건, 아주 알기 쉬운 상황이라 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하자구."

그리 말하고, 다시금 루나아이즈에게 물어봤다.

"일단 물어보겠는데, 『양국의 대립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다』 라고 말한 이상, 걸고 있는 건 유전의 권리 따위는 아니겠지?"

◆◇◆◇◆

지금 막, 눈앞의 문제 해결로 화제를 바꾸는 네네.

여기에, 루나아이즈는 긍정의 말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건 클레이델란트 구 정권과의 결정사항이었기 때문입니다. 클레이델란트 신 정권은... 체면상 버밀리온의 독립을 비판하며, 클레이델란트에 병합되기를 요구하며 선전포고를 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 싸움에 걸고 있는 건 우리 국가 그 자체가 되었지요."

"말 그대로, 국가의 존망을 건 전쟁이라는 거군."

"그리고 그 외에도 구 정권과의 결정사항에서 변경된 점이 몇 가지 정도 있습니다."

"어떤 거?"

"일정과 함께 대표는 5명이라는 사항은 구 정권과의 결정사항을 답습하는 것으로 일치해 있지만, 전쟁의 형식과 개최장소가 변경되었습니다. 원래 올해의 전쟁은 각국 대표 5명의 기사가 팀을 이뤄 이기는 단체전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신 정권과의 전쟁은 클레이델란트 수도를 무대로 삼은 배틀 로얄로 바뀌었지요."

"시가지에서의 혼전이라. ....뭐, 그 녀석들의 성격을 따져 보자면 당연하겠네."

이 네네의 읊조림에, 둘의 대화를 곁에서 듣고 있던 잇키도 내심 동의했다.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그걸로 얌전하게 물러갈, 예절 바른 녀석들은 아닐 테니까.

배틀로얄.

최후의 1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이 형식은, 그들의 취향으로 선발되었을 것이다.

"상대편의 인원은 결정났어?"

"이미 들었습니다."

"대충 예상은 가긴 하지만, 일단 좀 말해 볼래?"

"《괴뢰왕》 오르 골. 《사막의 사신》 나짐 알 살렘. 《B.B》. 아버님들을 습격한 《악의 꽃》이라 불리는 블레이저. ....그리고, 클레이델란트의 신왕, 《황금의 바람》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입니다."

그 멤버에 네네는 "뭐, 그렇겠지." 하고 수긍했다.

대표 멤버가 5명이라면, 클레이델란트 측의 멤버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경쓰이는 점은...

"저기, 루나아이즈 누님. 오르 골이 물러갈 때, 약속대로 스텔라를 멤버에 넣으라고 했었습니다만... 버밀리온 측이 스텔라를 멤버에 넣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확정되어 있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루나아이즈는 잇키의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배틀로얄로 방식을 변경하는 것과, 스텔라의 참전. 그것이 대표전을 받아들이는 조건이라고 하더군. ...부탁해도 될까, 스텔라?"

루나아이즈는 살짝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비상시라곤 해도 아무 상담 없이 위험한 입장에 자신의 동생을 내세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루나아이즈에게 스텔라는 의연한 표정으로

"그런 말 할 필요도 없어."

그리 답했다.

"부탁이고 뭐고, 버밀리온의 전쟁에 내가 참가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난 버밀리온의 검이니까. 이 나라에서 제멋대로 날뛰어준 빚은 내가 갚도록 하겠어. 반드시...!"

"힘차니 참 보기 좋네그래~"

스텔라의 위세 좋은 대답에, 네네가 껄껄 웃으며

"그리고, 나짐에게 그리 말했으니... 나도 당연히 고정이겠지?"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희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야 돕고말고. 그걸 위해 온 거니까. 그리고 지금 버밀리온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전을 인정한다고 했으니, 그 망할 오르 골 꼬맹이를 잘 알고 있는 아이리스도 멤버로 넣어도 괜찮겠지?"

"버밀리온의 입장에선, 부탁할 수만 있다면 두 말할 것도 없지요."

"아이리스도 임무를 받고 온 거니 거절하진 않을 거야. 이제 남은 건 둘인가.

하고 네네는 《홍색선》 끄트머리로 턱을 톡톡 찌르며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였다.

이 네네의 말에

"저도 참가하겠습니다."

잇키는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미 루나아이즈 누님과 시리우스 왕께 허가는 받았습니다. 저도 대표로서 참가하겠어요."

"잇키..."

"쿠로 꼬맹이. 지금은 상황이 달라. 여자친구 앞에서 폼 잡을 거면 좀 더 다른 상황에서 해 주었으면 하는데 말이지. 이건 진짜 전쟁이라고?"

잇키의 진언에, 네네는 상대의 각오를 재는 듯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 왔다. 하지만, 잇키는 그 시선에 물러나지 않고 말로 답했다.

"지금 와서 그런 각오를 물어 오다니, 유감이네요. 저도 헛되이 《칠성검왕》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애초에 기사란 스포츠맨이 아닌, 전사이다. 평소 수업에도, 《칠성검무제》에서도, 모두 전쟁이 벌어졌을 때 국가나 힘없는 자들을 지키기 위한 단련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연인의 조국이 궁지에 빠져 있다. 자신을 인정해 준 사람들의 몸에, 위험이 닥쳐 있다. 지금껏 갈고 닦은 검기를, 지금 쓰지 않고 언제 쓸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지금 버밀리온에 있는 기사 중이라면, 저도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겠죠. 순위 상으로 정한다 하더라도 제가 참전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거에요."

각오와 도리.

둘을 나타낸 잇키에게

"....오케이. 백점만점에 꽃잎까지 달아 줄 대답이야. 일본 지부엔 내가 말해 둘게."

네네는 빙긋이 웃으며 참전을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실제로 쿠로 꼬맹이가 한 말은 모두 맞으니까. 거기에 무엇보다, 쿠로 꼬맹이에겐 '자격'이 있어. ──자, 4명이 결정됐으니 남은 건 한 명인데.. 어떡할까?"

"마지막 한 명은 당연히 내가 되겠지. 난 이 나라의 왕이며 기사이니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시리우스가 나섰다.

딸에게 맡겨만 둘 수 없다는 듯, 아버지의 위엄을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네네는

"됐어, 필요없어."

신랄한 즉답으로 답했다.

"뭐, 뭣이!?"

"그치면 솔직히 말해서 그건 상대한테 승 하나를 던져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깐. 그럴 거면 차라리 한 명 부족하게 참전하는 게 낫지. 배틀로얄이라면 더욱 필요없어. 자기 몸도 못 지킬 녀석이 참전해 봤자 폐만 될 거고."

"저, 정말 숨김 없이 말하는 선생님이구만!?"

일침과도 같은 전력 외 통고에 충격을 받는 시리우스. 확실히 좀 더 골라 할 말은 충분히 있었겠지만, 그 말 자체에 틀린 점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은

"....뭐, 그건 스텔라에게도 할 수 있는 말이지만."

"................."

갑자기 네네에게 고해져 오는 그 말에, 스텔라의 표정에 험악함이 깃들었다.

"《B.B》나 《황금의 바람》 정도라면 몰라도, 스텔라는 불행하게도 오르 골에게 점이 찍혀 있어. 그 녀석과는 필연적으로 싸움이 붙게 되어 버릴 거야. 그리고.... 지금의 스텔라가 그 녀석과 대치하게 된다면, 일단 3분 정도도 못 버티고 죽게 되겠지."

".........."

"아무 답도 못 한다는 건, 자신도 어느 정도 자각은 하고 있다는 건가?"

거기에, 스텔라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자각하고 있어요."

클레이델란트에서의 급습에서 시작된, 방금의 소동. 그 속에서, 《괴뢰왕》과 《사막의 사신》이 내뿜는 존재감에, 자신의 '죽음'을 느낀 사실을.

자신이 나아갈 운명이라는 길의 종착지. 거기에 위치해 있는 나락을 들여다 본 듯한, 절망감을.

"그것이 《마인》과의 싸움이야.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세계에 있는 인과조차 뚫고 나가 자신을 관철하는 악마와 맞서 싸우는, 그런 싸움이라고. 지금의 스텔라에겐.... 조금 과분한 싸움이야. 경험치, 실력, 그 모든 방면에서 차이가 너무 커. 그러니, 스텔라는 이 싸움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데에 전념하도록 해. 내가 책임지고 대표전이 벌어질 때까지는,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스텔라를 단련시켜 줄 테니까. 뭐, 상당~히 과혹한 특훈이 되겠지만 말야."

그리 말하며, 네네는 스텔라의 어깨를 두들겨 주려 했다.

──하지만, 그 손이 스텔라의 어깨에 닿기 전에, 스텔라가 답했다.

"모처럼 해준 말이지만, 거절하겠어요. 네네 선생님."

명확한 거절을.

"....거절한다, 라는 건 무슨 뜻이지, 스텔라?"

"방금 말했짢아. 난 버밀리온의 검. 지금까지의 단련도, 지금까지의 싸움도, 내 모든 건 버밀리온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온 거야. 그런 내게 버밀리온의 적을 앞에 두고 도망만 치기 위해 얻을 힘 따위엔, 의미가 없어. 그런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나 다름없지. 그럴 거면, 그런 힘 따윈 차라리 필요없어...! 내게 필요한 건, 그 녀석들에게서 버밀리온을 지키기 위한 힘이니까...!"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마음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스텔라. 오늘 하루만에 몇 번이나 죽을 뻔했어? 지금 이 자리에서 네가 연명하고 있는 건, 네 자신의 힘 덕분이라는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 네네의 엄한 물음에, 스텔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알고 있어. 나와 그 녀석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1주일만에 좁히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네네 선생님이 특훈을 해준다 하더라도, 내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한계라는 것도. ──하지만, 단 한 명.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난 알고 있어.

그리 말한 뒤 스텔라는 시선을 ──북쪽 평지로 향했다.

"다행히 버밀리온은 북유럽에 위치해 있어. '그녀'가 살고 있는 《검봉》, 에델베르크는 바로 눈앞에 있지.

"스텔라, 그 말은...."

에델베르크.

발트 3국 중 한 나라, 에스토니아에 있는, 고도 9천 미터를 넘는 세계 최고봉. 거기에 살고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다. 스텔라는 잇키의 설마,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자신을 고무시키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도전할 거야.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강한 검사인, 《비익》 에델바이스에게."

◆◇◆◇◆

버밀리온과 클레이델란트의 대규모 충돌이 벌어진 날의 밤.

일단 황도 플레어베르크에 돌아간 다음, 스텔라는 쉬지도 않고, 1초도 아깝다는 듯 제트기에 타 에스토니아로 향했다.

"저기, 선생님. 스텔라는... 괜찮을까...?"

네네 옆에 서 있던 시리우스가 불안스럽게 말했다. 여기에 네네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글쎄올시다. 나는 아주 착한 선생님이지만, 충고를 무시하고 뛰쳐나가는 녀석의 목숨까지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

"으, 으음..."

"하지만 뭐, 아이리스에 쿠로 꼬맹이도 같이 갔고, 애초에 《비익》은 무턱대고 자신의 진짜 힘을 발휘할 녀석도 아니야. 목숨을 잃지는 않을 거야. 십중팔구로 손쉽게 거절당하는 것으로 끝.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소모한 다음 어슬렁어슬렁 관광만 즐기다 돌아오게 되겠지."

네네의 '특훈'으론 1주일만에 《마인》들과의 차이를 좁힐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과혹한 사선에 몸을 내던져, 잠재능력의 각성을 노린다. 스텔라가 초조함 속에서 이끌어 낸 그 발상은, 결코 잘못되어 있지 않았다. 극적인 진화는, 언제나 궁지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실전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익》이 스텔라를 받아들여 주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비익》에게 있어, 스텔라의 사정 따위는 상관이 없을 터. 따라서, 스텔라의 이 초조한 상태에 어울려 줄 이유 따위는 없다.

거기다....

"아마, 운 좋게 에델베르크에서 《비익》과 만난다 할지라도, 다가갈 수조차 없을 거야, 스텔라는."

자신이 《사막의 사신》을 상대로 무모한 공격을 가하려 했던 스텔라에게 했던 것처럼. 《마인》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 진정한 특성을.

"그, 그렇다면.. 스텔라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그저 시간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닌가!?"

"뭐, 거의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그럼 어째서 선생님은 좀 더 강하게 나서서 말리지 않은 게야!? 시간낭비라면 일부러 세계 최강의 검사에게 도전하다는 위험한 꼴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을!?"

그 시리우스의 항의를, 정말 완벽한 정론이네. 하고 네네는 생각했다. 실제로, 네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힘으로 스텔라를 붙잡아 두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네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호위로 쿠로가네 잇키와 아이리스 아스칼리드를 동행시킨다는 조건으로 그녀의 무모한 도전을 허락했다.

어째서일까.

그 이유를 입에 담자면

"기대하고 있으니까, 려나."

네네는 떠올렸다.

──그럴 거면, 그런 힘 따윈 차라리 필요없어...!

그리 말하며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때의 스텔라의 모습을.

그녀는 떨고 있었다.

《마인의 영역》을 알게 되고, 피아의 실력차를 알게 되고, 손 쓸 도리도 없이 겁을 먹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스텔라는, 확실한 실력을 지닌 기사이다.

《괴뢰왕》이나 《사막의 사신》에게, 자신의 '죽음'을 극명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과, 다시 한번 상대한다.

그건 안전줄도 없이 나락을 향해 몸을 내던지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다리는 떨리고, 마음은 얼어붙고, 혼은 비명을 내지르고──

그럼에도, 스텔라는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홍색의 눈동자에 깃든 용기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이전에 자신에게 가르침을 갈구하던 그녀의 모습과 아주 똑같았다. 자신의 상정을 극히 초월한, 고귀한 개화를 본 그 때와.

그렇다면, 다시금 그 때처럼

"나는 스텔라가 쿠로 꼬맹이에 비해 실력이 모자라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 오히려 나는 스텔라를 더 좋게 보고 있어. 그러니 믿기로 한 거야. ...스텔라가, 그 때처럼.. 내 하찮은 상상 따위를 손쉽게 넘어서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강하게 되어 돌아올 것이라... 그렇게 말이지."

그리 말하고, 네네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참 감정적인 판단이었다. 불리한 도박이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뭐. 안심하라고, 스텔라 아빠. 혹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돌아온다 하더라도, 이번엔 배틀 로얄 방식이니 내가 붙어서 보호하도록 하겠어. 스텔라도, 이 나라도 말이야."

──그 책임을 져야겠지.

그리 마음먹고, 네네는 시리우스에게 질문했다.

"그래서, 헬기 준비는 이미 끝난 거지?"

"아, 아아. 칼디아로 향할 헬기라면 방금 말했던 대로 포트에 착지시켜 두었다만, 정말로 그런 데에서 컨디션 조절을 할 셈인 게야? 선생님은 버밀리온을 위해 싸워 주는 것이니 특훈 시설이라면 얼마든지───"

"거절해 둘게. 모두 다 박살날 게 뻔하니까."

"하?"

상대는 그 세계에서 손을 꼽을 《마인》들.

특히 세계 최강의 용병──《사막의 사신》은 자신의 금기인 《패도천성》을 상쇄해낼 정도의 실력자이다. 네네에게 있어서도 이 정도의 상대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일 경험은 손끝만큼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극한까지 자신을 갈고닦아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특훈 시설은 너무도 좁을 것이고, 너무도 약할 것이다. 그녀의 힘은 강대하면서도, 강력하기에. 실내로 한정시켜 둘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애초에 황폐해져 있는 폐허나 황야 쪽이 염려할 부분이 없기에 안성맞춤일 터.

그러니 네네는 시리우스의 협력을 거절하고, 헬리콥터 포트로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아, 이런."

거기서 네네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리우스에게 말해 두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도와줄 거라면, 이것 하나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줘."

우뚝 멈춰선 다음, 시리우스를 돌아봤다.

그리고, 말했다.

"1주일간, 아무도 내 주변에 접근하지 말라고. ──말야."

"윽───!"

그리 말하고, 네네는 다시금 시리우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헬리콥터 포트로 걸어갔다. 그 때 네네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고,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냉혹함조차 느껴질 정도의 살기를 눈에 띠고 있었다. 이미 네네는, 자신 속의 스위치를 켜두고 있었던 것이다. 시리우스는 그 뒷모습을, 살랑이는 긴 머리칼을, 그저 우두커니 선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경악에 얼어붙어있었고, 이마엔 식은땀이 배어나왔다. 스위치를 전투 태세로 바꾼 《야차 공주》의 기운에 압도된 것이다.

그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시리우스의 심박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뭐, 뭐였던 거지. 지금 거는.....'

환각인 것일까.

혹은,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네네의  머리에 한 순간 보인, ──검은 불꽃처럼 일렁이는, 한 쌍의 거대한 '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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