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77)

제 17장

부전흉수

잇키와 스텔라가 적과 교전에 들어섰을 무렵.

클레이델란트 왕성 안뜰에 있는 장미 정원에도, 싸움의 불이 켜지고 있었다.

《부전흉수》 타타라와, 《악의 꽃》 아인의 싸움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랑 싸울 생각인 거구나, 피어?"

"당연하지. 네 년은 《검은 집》의 신용에 먹칠을 했지. 그 속죄는 네 년의 목으로 갚아야겠어."

"이해할 수 없네. ....거기에 대체 네 무엇이 있었던 건데?"

"....네 년이 알 필요는 없어."

그리 내뱉고, 타타라는 정원 테이블을 두 동강낸 자신의 디바이스를 들고

"간다. 《땅을 기는 지네》....!"

시동줄을 잡아당겨, 전기톱의 엔진을 켰다. 그리고 으르렁대는 전기톱을 치켜들어, 아인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여기에, 의자에 앉아 있던 아인은

"《수다쟁이 울금화》."

통, 하고 구두 발끝으로 안뜰 지면을 살짝 쳤다. 그 순간, 아인의 등 뒤의 지면을 뚫고 한 송이의 튤립이 나타나, 그 꽃잎은 아인의 정면에 서 있는 타타라를 향했고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크윽!"

타타라의 고막을 찢을 듯한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꽃잎의 중심에서 불꽃과 함께 무언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타타라는 재빨리 반응.

곧바로 옆으로 뛰어 그 무언가를 회피했다.

그 순간, 타타라가 지금까지 서 있던 지면에, 무수한 총상이 생겨났다.

"머신건이냐....!"

《수다쟁이 울금화》는 고개를 움직여 옆으로 피한 타타라를 쫓아, 다시금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사격을 계속했다. 하지만 타타라는, 아인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돌아 달리며, 장미 정원 내에 있는 석상이나 담벼락을 이용해 막아낸 뒤, 조금씩이나마 아인과의 거리를 좁혀 나아갔다.

타타라의 뛰어난 몸놀림을 이용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의 거리 좁히기 승부.

하지만, 아인은 딱히 초조감을 보이지 않고, ──한 번 더 지면을 박찼다.

"《꿰뚫는 청죽》."

"크옷!?"

그 찰나, 타타라가 밟고 있던 지면을 뚫고, 대나무창이 무수히 솟아올랐다.

발 아래라는 사각에서의 기습.

보통 블레이저라면, 이 시점에서 온몸이 꼬치처럼 꿰뚫려 죽었을 터.

하지만, 타타라는 다르다.

그녀는 블레이저이기 전에, 암살자.

어렸을 때부터 이런 갑작스런 위기에 대응하는 훈련을, 신물 나도록 받아 왔다. 그 기술은 의식을 넘어서, 몸에 배어들어 있다.

"────!"

타타라의 몸은 쇄도해 오는 죽창에 대해, 일부러 몸을 경직시키며 방어를 하는 방법을 포기했다. 몸에 경직을 주지 않고, 창끝을 굴러가듯 몸을 돌려, 창의 사이사이로 몸을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이 임기응변에, 죽창은 타타라의 옷과 피부를 살짝 찢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싸우고 있는 적도, 같은 곳에서 배움을 받은 암살자.

이 정도로 《검은 집》의 흉수를 끝장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인의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잡았어."

그건 이미 눈에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나 있었다.

하늘을 뚫을 듯이 나타난 죽창 무리들. 그것이 마치 감옥처럼 타타라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의 움직임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결정적인 찬스를, 《수다쟁이 울금화》는 놓치지 않았고

──사격.

강렬한 머즐 플래쉬를 꽃잎에서 내뿜으며, 씨앗의 탄환을 난사했다. 사방이 죽창의 감옥에 의해 막혀 있는 타타라에게, 이 총알을 피해 낼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 단 하나.

"《완전반사》."

"읏──!"

그녀의 능력을 제외하고는.

타타라는 탄환이 몸을 꿰뚫는 그 찰나, 자신이 지닌 '반사'의 능력을 연속으로 발동.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탄환의 호우를 주변으로 튕겨냈다. 튕겨낸 탄환은 그녀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대나무를 순식간에 산산이 파쇄. 그리고 총탄을 쏘고 있던 《수다쟁이 울금화》도 벌집이 되어 날아갔고

"하아아아압!"

적이 공격 수단을 잃은 그 순간을 찔러, 타타라는 아인과의 거리를 깊이 침식.

그리고 일섬.

전기톱날을 휘둘러, 《꿰뚫는 청죽》으로 타타라를 잡아 놨다고만 생각하여 방심하고 있던 아인의 왼팔을 절단.

하지만, 아인도 《검은 집》의 수재라 일컬어진 암살자.

팔이 절단된 것에 아무런 동요를 내비치지 않고, 곧바로 뒤로 후퇴한 다음

"《대식가 파리지옥》

딱, 하고 남은 오른손으로 손가락을 튕겨, ──자신의 발 아래에 설치해 둔 함정을 기동시켰다. 아인이 물러나기 전에 있던 장소, 지금 타타라가 서 있던 곳. 그곳의 흙을 날려버리며 나타난, 두 장의 나뭇잎.

내부에 예리한 가시를 지닌, 인간 하나 따윈 손쉽게 삼켜버릴 정도로 거대한 파리지옥이었다. 그건 진짜 파리지옥처럼, 퇴로를 차단하고 파리를 녹여 잡아먹는다, 라는 상냥한 구조의 식물이 아니었다. 악어와도 같은 강력한 교근력으로 포획한 먹잇감을 순식간에 씹어 부수는 식물.

모든 것을 잘게 씹어먹는, 식인 식물이었다.

하지만, 그 식물의 가공할 교근력은

"안 먹힌다고...!"

이 적 앞에선 오히려 해가 되었다.

입을 강하게 다무는 힘을 충격으로서 '반사'당해, 《대식가 파리지옥》은 수액을 흩날리며 산산이 터져버렸다. 하지만 그 때엔 이미 아인도 타타라와의 간격을 확보한 채였다. 곧바로 추격을 가할 수 없는 위치까지 도망쳐 있었고, 둘 사이엔 소용돌이치는 패기의 기압이 일시적으로 약해졌다.

"쿡쿡. 대단하네, 피어. 그 울보 피어가 내 팔을 잘라낼 정도로 성장했다니. ...어쩐지 좀 기뻐지는걸? 정말 멋지네. 사람의 성장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내는, 수많은 《마도화》. 그 중의 정예들을 개의치 않는 타타라의 공격을, 아인은 상박의 중간 정도 부위까지 결손된 자신의 왼팔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건 진심이 담긴 칭찬이었지만, 타타라는 기뻐하지 않았다.

"잘난 듯 지껄이지 마. 난 생채기 정도, 네 년은 팔 하나. 어느 쪽이 우세에 서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하다고. .....다음은 목이야. 곧바로 그 수다스러운 아가리를 다물게 만들어 주겠어."

그리 내뱉고, 다시금 몸을 낮추어 돌격 자세를 취했다. 시동줄을 다시금 힘껏 잡아당겨, 엔진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다음 접근으로 승부를 결정짓겠다며, 자기자신을 고무시켰다.

하지만 여기에 아인은

"어머나, 무서워라. ...하지만, 과연 그게 그리 잘 될까?

어디까지나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거기엔, 자신이 눈앞의 적에게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담겨있었다.

그건 타타라의 기분을 상당히 긁었고

"계속 지껄여 봐!"

그 여유로운 얼굴을 목과 함께 잘라내 버리겠다며, 타타라는 다시금 아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 진격은

"........!"

아인의 결손된 왼팔에 벌어진 이변에 의해 가로막혔다. 아인의 왼팔을 통해 한 층 더 큰 피보라가 뿜어지더니, 더욱 벌어진 절단면을, 피에 젖은 가시나무의 줄기가 마치 뱀처럼 감아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줄기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수를 늘리며, 아인을 중심으로 땅을 기며, 안뜰로 퍼지는 가시나무의 융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윽고 타타라의 발치까지도 도달하여, 그녀의 발을 휘감으려했다.

스르륵, 스르륵. 천천히.

"──......!"

타타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줄기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타타라를 쫓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녀의 밝을 얽으려 했다.

"큭....! 으라아아아앗!!"

여기에 타타라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전기톱을 일섬.

자신을 향해 뻗어 오던 가시나무의 줄기를 잘라냈고

"야, 임마! 이 느릿느릿하고 짜증나는 공격은 또 뭐야! 장난치지 말고 진심으로 덤벼!"

너무나도 느리고, 너무나도 의욕 없는 그 적의 공격에 대한 분노를 소리쳤다.

하지만

"쿡쿡.... 목소리에 여유가 없어졌는걸, 피어?"

"큭.......!"

"그것도 그렇겠지. 이렇게 상대가 나오면 곤란할 테니까, 너는."

그것이 허세라는 걸, 아인은 곧바로 간파했다.

"피어. 네 반사는 확실히 강력한 능력이야. 하지만 어떠한 능력이라고 해도 영원히 사용하고 있을 수는 없어. 블레이저의 마력엔 한계가 있으니까. 그건 네 반사도 마찬가지. 그러니 피어, 너는 자신의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충격이 오는 순간에만 반사를 발동시키고 있어. ──따라서 이런 느릿한 움직임으로 서서히 압박해 들어오는 힘에는 무력하지. 그렇지 않아?"

"칫!"

아인의 지적.

그건 그야말로, 타타라의 약점을 맞추고 있었다.

타타라의 '반사'는 지금 아인이 행하고 있는, 비단으로 목을 서서히 조이는 공격엔 약하다. 그 힘과 스피드가 언제 정점에 달할지 모르기 때문에, '반사'를 가살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쨌다고. 그런 느려 터진 나무줄기 따위, 노블 아츠를 쓸 필요도 없어! 《땅을 기는 지네》로 죄다 잘라 버려 주마!!"

그렇다.

아인은 확실히 자신의 약점을 간파했다. 하지만, 이런 느린 공격은, 애초에 반사에 의지할 필요조차 없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줄기들을 잘라내고, 아인이 있는 곳까지 돌격하면 그만.

그렇게 생각하려 한 타타라의 귓불을

──날카로운 풍절음이 스쳐 지나갔다.

"큭──! 우옷!"

가시나무 줄기에 의한 채찍질.

가시나무로 된 융단 속에서 올라온 줄기 중 하나가, 타타라의 목을 잘라내버릴 궤도로, 채찍질처럼 날아들어 온 것이다.

이 살의의 접근을 청각으로 느낀 타타라는, 재빨리 발동시킨 《완전반사》로 무사히 넘겼지만

──채찍을 막은 타타라의 표정에, 짙은 초조함이 배어나왔다.

그녀는 알게 된 것이다.

적의 의도를.

그렇다.

"확실히 이런 느릿한 공격으로는 민첩한 암살자를 잡는 건 불가능하지. 하지만... 이렇게 네 움직임을 막기 위한 빠른 공격과, 널 잡기 위한 느린 공격을 동시에 가하게 되면, 너는 '반사'와 '회피'를 계속해서 바꿔 가며 내 공격을 피해야만 해. ...그런 어려운 방법으로, 과연 몇 분을 버틸 수 있을까?"

"읏....!"

직후, 그것이 시작되었다.

꾸물꾸물, 타타라를 포위하고, 발치로 뻗어 오는 가시나무 줄기의 융단. 거기로부터 뻗어 나오는, 카마이타치와도 같은 예리함으로 목을 잘라버리려 쇄도해 오는 채찍.

느린 공격과, 빠른 공격.

이 두 파동과도 같은 형태의 공격이.

타타라의 '반사'는 방어 능력.

상대의 공격을 방아쇠삼아 발동시키고 있는 이상, 공격 타이밍을 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타이밍이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공격을 동시에 반복하게 되면, 그 타이밍을 만족하게 재는 것은 불가능.

공격, 반격, 방어. 그 모든 기점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리듬이 엉망진창이 되어 간다. 처음 몇 분은, 어렸을 적부터 받아 온 훈련에 의해 갈고 닦여진 반사신경으로 이 공격들을 피해 낸 타타라. 하지만, 아인의 지적대로 이건 엄청난 소모를 동반하는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오래 이어질 리는 없었고

"큭!?"

먼저 오른쪽 다리가, 땅을 기는 가시나무 줄기에 의해 사로잡혔다.

"치잇!"

서둘러 오른다리를 휘감아 오던 줄기를 잘라내기 위해 《땅을 기는 지네》를 들어올린 타타라였지만, 디바이스를 든 오른손도, 바로 아래에서 뻗어 온 줄기에 얽혀, 내리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왼발, 왼손까지가 모두 줄기에 사로잡혀버렸다.

"자~ 잡았다~♪"

《악의 꽃》가 입술을 말아올리며 웃었다.

그 미소에 떠 있는 건, 몸서리쳐질 정도의, ──강한 피학심.

"아, 아.. 캬,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직후, 타타라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에게 얽혀 있던 가시나무의 줄기가, 그녀의 사지를 비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두 번의 회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건이 끊어지고, 뼈가 부러져 피부를 뚫고 나와도 계속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릿한 동작이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힘으로 그녀의 몸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마치, 물에 젖은 걸레를 짜듯.

"아아아악! 키, 이이이이이이이아아아아아악~~~~~~~~~~~!!!!!!!"

"아프니? 쿡쿡. 아프겠지. 이렇게 느릿느릿하게 팔과 다리가 비틀리면, 후후. 아주 아프겠지? 내 마음도 아파. 하지만 네 능력 때문에 단숨에 편하게 보내줄 수가 없네. 그러니 먼저 사과해 둘게. 미안해~"

"후욱... 큭..... 아악!?"

"쿡쿡.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는 모양이네."

유열을 감추지 않는 아인의 말.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타타라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대자로 몸이 펼쳐진 상태로 사지가 비틀려, 공중에 들려 있는 자신의 몸. 그 무방비한 몸 주변에, 날카로운 침이 난 무수한 줄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광경은, 이제부터 자신의 몸을 기다리고 있는 지옥을 이해시키기에 충분했고

"천천히, 끌어안아 줄게. 귀여운 피어."

"악, 키익.. 우으으으윽!!!"

"천천히.... 천~천히..."

"아아,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조금씩. 아주 조금씩. 줄기가, 몸을 얽어 갔다. 줄기에 난 무수한 가시가 아주 천천히, 시간을 들여, 몸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짜내어진 엄청난 양의 유혈이 줄기로 이루어진 융단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고문기구 '아이언 메이든'처럼.

타타라는 몇 번이고 '반사'로 여기서 탈출을 시행했지만, 그건 무의미하게 끝나버렸다. 살짝 줄기의 구속이 느슨해졌지만, 그것도 아주 조금의 순간 뿐. 자신을 얽어매는 줄기의 힘은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강해져가고 있다.

반사시킨 힘은 지속적으로 강해지는 힘에 떠밀려, 상황을 타파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암살자로서 고문에 버티는 훈련을 계속해 온 타타라조차도 버틸 수 없는 그 고통에, 그녀는 비통한 절규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악의 꽃》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타타라를 향해 다가가, 그녀의 경직된 뺨에 부드럽게 손을 얹으며

"어머나, 그렇게나 입을 크게 벌리고~ 정말 욕심쟁이라니까, 피어는."

벌려진 구강에, 팔 정도 되는 굵기의 두꺼운 줄기를 쑤셔넣었다.

"쿨럭! 오, 으오, 오옥!?"

"입도 참 작네. 깊은 곳까지 잘 들어가질 않아."

"오, ──오옥, 부, ....오옥, 오우우욱!?!?"

오열을 밀어내며, 목 안으로 쑤셔 들어오는 줄기. 턱이 빠지기 직전까지 벌어진 타타라의 입에 있는 약간의 틈 사이로, 피거품과 토사물이 흘러나왔다.

그건 이미 인간의 허용량을 넘은 고통.

타타라의 눈은 위로 말려 흰 눈을 뜨고 있었고, 동시에 발치에 있던 피웅덩이에 다른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머나, 입에서 토사물을 흩뿌리는 것만이 아니고, 소변까지 흘리다니. 숙녀로서 너무 모자란거 아니니, 피어?"

".....히익, 주, ..........죽어... ......이제, 그만......."

무심코 입에 담은 간원.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그런 간원을 들어 줄 상대가 아니었고

"아하핫! 괜찮아. 아직 안 죽을 테니까. 이 정도로는 죽지 않아. 그 집의 사람들도 여기까진 아직 살아 있었거든. 그러니 좀 더, 좀 더 고통을 줄게. 즐겁지, 피어? 자아. 다음은 실례를 저지른 예의 나쁜 아래쪽 입에, 벌을 줘 볼까?"

그리 말하고, 드레스 치마를 들어올려 타타라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 때.

『야 임마아아아!!!! 잠깐 기다려, 이 XXXX같은 X아!!!!!!!!!』

방금 막 스텔라와 요한의 싸움을 중계하고 있던 실황의 카메라가, 아인의 흉행을 찍고 있었다. 아인은 노골적으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드론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뭐야, 실황 씨? 지금은 전투 중인데."

『FUUUUUUUUUCK!!! 뭐야? 는 무슨 얼어죽을! 이 새디스트가! 대체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이 망할 X아! 어딜 어떻게 봐도 《부전》은 이미 그로기 상태잖아! 싸움을 결정짓는 데에 필요 이상의 의도적인 가격, 전의를 상실한 상대에 대한 피학 행위는 규칙 위반이라고! 실격시켜버린다, 임마!!!!』

어떠한 전쟁이라 해도, 규칙이 있는 법.

특히 이건 《연맹》의 규칙 하에 열리는 전쟁 행위이다.

규칙은 양국의 자유에 간섭되지 않는 범위로, 인도(人道)에 준하여 정해져 있다. 대전 상대에 대한 과잉한 폭력은 그 중에서도 악질적인 행위로 금하고 있는 것. 운영의 재량으로, 단번에 레드카드를 받을 중대한 위반 행위이다. 그건 이번 전쟁 속에서, 실황과 그 자리의 심판 역할을 맡은 부머의 권리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인은 짐짓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그건 착각이야, 실황 씨."

『아앙!?』

"당신도 대표들의 능력 정도는 알아 두었겠지? 그러니 알고 있잖아? 이 능력을 공략하기 위해선, 느릿한 공격으로 점점 소모시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나도 이런 심한 짓을 하는 건 원치 않는다구?"

『큭....』

아인이 말한 대로 실황은 사전 준비로, 대표 10명의 능력에 대한 정보를 모아두고 있었다. 이번도 그렇다. 특히 타타라는 같은 이명으로 《칠성검무제》에 참가하고 있으니, 그 능력의 개요에 대해선 그도 파악해 두고 있었다.

따라서, 적의 능력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행위라는 말을 들으면, 강하게 반문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이건 너무나도....'

잔인하다.

지하 유흥 세계에서 벌어지던 거친 시합의 심판을 맡은 경험이 풍부한 부머조차도, 이 시합의 속행을 꺼리게 만들 정도로.

줄기에 잡혀 있는 타타라는,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다. 그런 상대에 대한 가격은, 이미 싸움 따위가 아니다.

일방적인 학대.

하지만, 타타라의 전투 불능을 멋대로 선언하는 것도, 부머에겐 불가능했다. 보통 시합이라면 몰라도, 이건 전쟁이니까.

자립한 국가 끼리의 싸움에서, 운영 측인 《연맹》이 선출해 낸 심판이나 실황이, 규칙 위반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전쟁에 있어 《연맹》의 자의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으로 터부시되어 왔다.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부머에게, ──아인이 말했다.

"하지만 안심해. 피어가 항복만 한다면, 나도 이 이상 공격은 가하지 않을 거니까. ....지금 그걸 확인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빈사 상태의 타타라를 다시금 돌아보며

"지금 말한 대로야, 피어. 정면으로 싸워 보고, 너와 나로서는 승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지? 항복하고, ....내 동생이 되는 걸 맹세하렴. 그렇게만 한다면, 이제 더 이상 심한 짓은 하지 않을게. 아니, 그것만이 아니야. 너와 함께라면, 그 재미없던 암살자 가업을 계속해도 난 괜찮아. 네가 무슨 이유로 그 《검은 집》에 미련을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널 위해서라면 나도 힘을 빌려줄게. ...네가 나를 좋아했듯이, 나도 날 따라 강아지처럼 따르던 동생을 아주 좋아하니까. ──자, 답을 들려 줘. 피어."

그리 권하고, 타타라의 목에 쑤셔박아 놓았던 굵은 줄기를 뽑았다.

"오, 욱.. 우웨에에에에엑!!"

줄기가 뽑힘과 동시에 대량의 피와 소화액, 그리고 고기조각이 섞인 탁류가 토해졌다. 그런 꼴로는 말할 수조차 없었기에, 타타라는 잠시간 구토와 기침을 반복했다.

이윽고, 겨우 구토가 멈추었고

"키, 키키킥... 키하.. 하하핫....!!!"

이번엔 쥐여 짜진 사지를 덜렁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명백한, 조소를 담은 투로.

이 타타라의 모습에, 아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뭐가 웃기니?"

그 말에, 타타라는 드문드문한 호흡과 함께

"...정말로,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어. ...네 년은, 뭐든지, 네 년 뜻대로 될 거라 생각하고 있지. ....말했을 텐데. 난 그리 간단히 네 년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말야! 이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공격을 받고만 있던 거라고 생각했냐! 이 머저리 같은 년아!!!"

매도와 함께, ──그것을 발동시켰다.

"《인과반사》───!!!!!!"

"아───?"

그 순간,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장미 정원에서 울려퍼졌고

아인의 전신에서, 물풍선이 터진 것과 같은 기세로 엄청난 선혈이 터져나왔다.

◆◇◆◇◆

"캬, 앗..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부전》 타타라가 어떠한 노블 아츠를 발동시킨 순간, 아인의 몸에서 피가 터져나왔다고!? 아, 아니! 그것만이 아니야!? 이건──...』

드론으로 안뜰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실황은, 이해하게 되었다.

아인의 몸에서 피가 터져나옴과 동시에 벌어진, 다른 한 현상을.

그건

『다, 다 나아 있어! 엉망진창 걸레짝이 된 타타라의 몸이 완전히 치유되어 있어!? 이, 이건... ──아아, 그래! 이건 대미지 '반사'야! 부상을 당한다는 결과. 그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부상을 입힌 상대에게 '반사'시킨 것인가───!』

"바로 그거지. 눈치가 상당히 좋은데그래? 킥킥킥."

역시, A급 리그의 사회를 맡은 건 허울뿐만이 아니라며, 타타라는 속으로 실황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지금 전장에서 벌어진 이해 못할 현상의 이유는, 그야말로 지금 그가 말한 그대로였으니까.

"대, 대미지.. 반사....!?"

"그래. 받은 대미지를, 대미지를 받았다는 '인과'를 상대에게 돌려보내는 것. 그것이 내 비장의 카드── 《인과반사》다."

이전에 하군 학원을 습격했을 때, 《진홍의 숙녀》를 순식간에 쓰러뜨린 노블 아츠가, 바로 이것이었다.

《진홍의 숙녀》 토토쿠바라 카나타는, 공기 중에 먼지와도 같이 미세한 칼날을 흩뿌려놓아, 호흡을 이용해 상대의 육체 내부로 침투시켜, 내부와 외부에 참격을 가하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보통 방법으론 꺾기 어려운 상대.

하지만, 그 힘도 타타라의 《인과반사》 앞에선 무의미했다. 타타라는 카나타에게 받은 전신의 참상을, 그 참상을 입은 인과를 카나타에게 반사시켰다.

이 인과반사는 물리 현상보다 한 층 더 높은 고차원에서 행해지는 반사. 아무리 탁월한 방어술이나 회복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노블 아츠의 무서운 점은 한 가지가 더 있다. 확정적으로 상대에게 큰 대미지를 줌과 동시에, 자신의 외상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야말로,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그야말로, 공방일체의 노블아츠라 할 수 있다.

"뭐, 그 고릴라 때처럼 일격에 의식이 날아가버리면, 반사도 뭣도 없겠지만──, 새디스트인 네 년이니, 날 편하게 죽이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의식을 남겨논 채 한계치까지 날 고문할 건 이미 예상해 두고 있었어. ...그러니, 일부러 한계치까지 참았던 거야. 돌려 줄 대미지를 조금이라도 더 높게, 일격에 이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 이건, 내게 있어 필연의 결과지."

그리 말하고, 타타라는 다시금 전기톱 디바이스를 들었다. 그 날이 향한 곳은, 타타라도 죽음을 각오한 고통에 의해 몸부림치고 있던 아인이었다.

외부와 내부, 이중 손상.

거기에 더불어 사지가 끊어지기 직전까지 비틀려 있다.

방금까지 자신이 처한 꼴이었기에, 타타라는 알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역전 따위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난 타깃에게 고통을 주는 취미 따위는 없어. 일격에 편하게 보내 주마. 망할 언니 년아!"

『공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타타라! 탄숨에 아인과의 거리를 좁혀 들어가는데! 좋아! 이대로 끝장내──』

"사람 깔보지 말라고! 이 망할 꼬맹이 년아아아아!!!!!!!!!!!!"

『 "으읏───!?!?" 』

그 순간, 타오르는 듯한 살기를 품은 아인의 안광과 목소리에, 타타라의 발이 멈추었다.

아니, 얼어붙었다.

그 찰나, 그 일이 벌어졌다.

"자, 지옥을 만들어보자! 《아스타로테》!!"

아인이 자신의 자궁에 심어 둔 디바이스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인과반사》에 의해 몸속에 난 자상을 통해, 피를 흩뿌리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뱀처럼 꾸물거리던 그것은, 나무줄기였다. 아인의 몸 안에서 튀어나온 그 줄기는, 순식간에 아인의 몸을 내부로부터 압박해 터트려버렸고, 아인의 몸의 수천 배나 되는 질량으로 이 세계에 현현했다.

"아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널리 퍼지는 아인의 홍소 속에서, 대지에 뿌리박은 채 하늘을 향해 뻗어오르는 나무.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이윽고, 높이는 약 50미터, 클레이델란트 왕성의 지붕 높이까지 나무를 뻗고, 거기서 위가 아닌 사방팔방으로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만들어내어, 안뜰 전체를 그늘로 뒤덮어 나아갔다.

"이, 이건.....!"

『AMAGING!!! 이게 뭔 일이냐!! 아인의 몸을 찢고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자라났다!!!! 썩은 피부 같은 색의 나무! 그림자처럼 검은 나뭇잎! 마치 마계의 나무 같은, 끔찍한 모습!!!』

"정말, 동감이야. 이런 게 내 생명의 형태라니. 실례이기 그지없어."

"!"

메아리처럼 들려 오는 아인의 목소리에, 타타라는 알게 되었다. 갑자기 아인의 몸을 찢고, 안뜰에 현현한 대목.

그 줄기 가운데쯤에, 아인의 상반신처럼 생긴 굴곡이 나 있다는 것을.

그렇다. 이 나무야말로, 아인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니, 생각도 못 했어. 더러운 언니 년아."

"후후, 내 디바이스 《아스타로테》에 모든 마력을 주어야 비로소 열리는, 《칠흑의 세계수》. 너도 보다 시피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보니 별로 쓰고 싶지 않은 능력이긴 하지만, 의외로 잘 버티다 보니 어쩔 수 없네.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 주겠어. 그리고, 통감시켜 줄게. 피어. 너같은 범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천재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큭!"

그 순간, 타타라는 '두근' 하는, 대기를 살짝 떨게 만드는 고동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칠흑의 세계수》는 뿌리를 통해 이 대지에 무언가를 흘려넣고 있었다.

그건, 악의에 가득찬 마력.

《칠흑의 세계수》의 뿌리에서 나오는 마력은, 순식간에 대지를 물들였고, 세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벌어진 눈에 보이는 변화는, 장미 정원에 열린 장미들이었다.

장미들은 이상한 속도로 성장, 아니, 거대화되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장미는 거대화되어가며 수없이 갈라지는 가지를 만들어냈고, 그 가지를 통해 구근 같은 것을 만들어냈다. 그 구근은 수축과 팽창을 고동처럼 규칙적으로 반복하다가 형태가 바뀌었고, 이윽고 줄기에서 떨어진 다음, ──자신의 '사지'로 땅에 착지했다.

줄기로 만들어진 사자, 늑대, 악어, 뱀──

『What the hell!? 난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갑자기 장미 정원의 장미가 정글 처럼 거대화하나 했더니, 거기서 괴물들이 줄줄이 튀어나왔어! 그 수는 100, 아니! 200!? FUCK! 어이없을 정도의 수의 괴물이 타타라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아아아악!!』

"이건 《마도화》... 이 주변 일대의 평범한 식물들을 《마도화》로 바꿔버린 건가."

"그래. 토양을 마력으로 오염시키는 것으로 주변의 식생들을 자유자재로 바꿔버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이 《악의 꽃》의 비장의 카드 《칠흑의 세계수》의 힘! 이 이명 그대로, 세계를 바꿔버릴 수 있는 힘이지!"

아인이 그리 고한 직후, 《칠흑의 세계수》에 의해 만들어진 장미의 괴수들이 타타라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자가 휘두르는 발톱.

늑대의 이빨.

악어의 턱.

뱀의 가시 달린 똬리 조이기.

이 엄청난 수로 포위해 오는 공격을, 타타라는 자신의 특기인 몸놀림으로 회피.

『인과반사』에 의해 대미지는 이미 회복한 후. 타타라의 움직임은 아무 막힘없이 경쾌했다.

하지만, ──상대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수의 폭력에 짓눌려, 타타라의 몸놀림은 서서히 제한되어갔다. 타타라는 피하는 것만이 아닌, 자신을 향해 쇄도해 오는 장미의 괴수들을 전기톱으로 썰어 응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그녀에게 있어 악수였다.

두 동강 난 장미의 괴수는, 절단면을 통해 새로운 반신을 만들어내, 그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사방팔방이 포위되어 압살되는 것은 시간문제.

방법을 궁리하는 타타라.

하지만, 장미의 괴수들은 타타라에게 묵고의 시간을 용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달려들어 왔고, 마침내 한 마리의 사자가 타타라의 목에 이빨을 들이밀었다.

여기에, 타타라는 마지막 방어수단을 펼쳤다.

하지만

'크르렁────!!!!!!!!!!'

"크윽!?"

타타라는 경악했다.

사자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발톱의 힘. 그리고 자신의 가냘픈 목을 물어뜯으려 하는 턱의 힘.

거기에 맞춰 《완전반사》를 펼쳤는데, 사자는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타타라의 정면을, 보이지 않는 벽을 긁어 대듯 발톱과 이빨을 세워, 타타라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빨이 부러지건, 다리가 찢겨나가건, 온 힘을 다해서.

'《완전반사》를, 억지로 뿌리치려 하고 있어....!'

그리고 사자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다른 장미의 괴수들도 타타라를 향해 쇄도하여 이빨을 드러냈다.

실로 위험한 상황.

이 위기에, ──타타라는 한 가지 선택을 했다.

"커, 허억!?"

그 직후, 사자가 아닌 타타라의 몸이 크게 튕겨나가, 지면을 굴렀다.

『오오! 이거 대단한데! 타타라! 《완전반사》를 자신에게 향해, 발을 딛으려 한 힘과 괴물의 발톱에 담긴 힘을 디바이스로 받아내어, 괴물의 포위망 바깥으로 몸을 튕겨냈다아앗!』

물론, 원래라면 상반되어 있을 벡터를 가진 힘을 전부 자신에게 왜곡시킨 이상, 모든 충격은 아무 방어도 없이 고스란히 타타라의 몸을 관통하게 된다.

그건 강한 고통이 되어 타타라를 덮쳤지만, 각오만 하고 있다면 참아낼 수 있을 정도. 타타라는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지도 않은 채, 곧바로 낙법을 취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고

'좋아썽, 이대로 일단 《칠흑의 세계수》의 범위 밖으로...!'

"밖으로 도망치자, 그렇게 생각했어?"

"!"

"아하핫! 뭘 놀라고 그러니? 너 정도의 범인의 생각 따위, 전부 다 뻔하다고!"

"윽!"

안뜰 밖으로 뛰쳐 나가려 했던 타타라에게, 아인의 홍소가 들려왔다.

동시에, 타타라의 진행 방향에 이변이 벌어졌다. 거대화된 장미 정원의 장미들이 엄청난 속도로 덩굴을 뻗어, 줄기로 만들어진 담벽으로 타타라의 진로를 가로막은 것이다.

줄기의 담벽. 줄기에 난 예리한 가시가, 그 끄트머리에 '봉오리'를 만들어냈다.

그 봉오리는 영상을 빨리감기하듯 순식간에 자라났고, 형형색색의 튤립이 피어났다.

그것은

"《수다쟁이 울금화》──!!"

이해와 동시에, 고막을 때리는 비명의 합창이 내뿜어지며, '그것'이 쇄도했다. 눈부시게 세계 일면을 뒤덮는 머즐 플래쉬와 함께, 쓰나미와도 같은 일제사격.

이미 몸놀림 하나로 회피할 수 있는 밀도를 지닌 탄막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호우 하나하나를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단련되어 있는 타타라의 동체시력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다.

'침착해! 한 발 한 발이 몸에 닿는 타이밍을 전부 파악하기만 한다면!'

방어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을 고무시키며, 타타라는 날아오는 탄환, 《수다쟁이 울금화》의 씨앗 중, 자신의 몸에 명중하게 될 궤도에 있는 55개의 씨앗에, 정확하게 《완전반사》의 타이밍을 맞춰 튕겨냈다.

하지만

"크읏, 아악!?"

그 직후, 타타라의 몸에서 피보라가 뿜어졌다.

온몸이 탄환에 꿰뚫리는 대미지에, 타타라의 무릎이 무너졌다. 그리고 이 결정적인 한 순간을, 그녀의 적은 놓치지 않았다.

타타라의 등 뒤, 그 지면이 터졌다. 재빨리 시선을 돌린 타타라가 본 것은, 《칠흑의 세계수》의 굵은 뿌리. 토양을 흩뿌리며 나타난, 3미터나 되는 두께를 자랑하는 뱀과도 같은 뿌리였다. 뿌리는 공중에서 꿈틀대다가 크게 휘어지더니, 타타라를 향해 채찍질을 가해 왔다.

무릎을 꿇은 타타라는, 이 갑작스런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다.

가능한 건 오직 하나 뿐.

타타라는 반사적으로 능력을 펼쳤고

"《완전반──》"

하지만, 저항은 무의미했다.

《칠흑의 세계수》의 뿌리는 《완전반사》채로, 타타라를 날려버렸다.

능력의 발동이 늦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스텔라 때와 같았다.

극히 단순하게, 힘에 밀린 것뿐이다.

'버티고 들어오는 거냐....!'

그렇다. 장미 괴수들도 그렇고, 《수다쟁이 울금화》의 총격도 그렇고, 그리고 지금 채찍질도 마찬가지. 《칠흑의 세계수》의 공격의 모든 것들은, 타타라의 실력으로 되받아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큰 실력차가, 거기에 존재해 있었기 때문에.

"쿨럭! 콜록! 윽, 키이익....!"

"하핫! 아하! 캬하하핫! 방금까지는 그렇게나 자신 있어 하더니, 꼴 사납네. 피어! 그래! 넌 그렇게 걸레짝같이 땅에 굴러다니고 있는 게 어울려! 내가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수조차 없었던, 《검은 집》의 낙제생 따위인 네게 말이야!"

전신을 때리는 타격의 충격에 경련하고 있던 타타라에게, 아인의 홍소가 쏟아졌다. 《칠흑의 세계수》가 만들어낸 괴물들이, 움직임이 멎은 먹잇감을 잡아먹기 위해 쇄도했다.

드디어, 절체절명의 위기.

그런 가운데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이라...."

타타라는,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떠올리고 있었다.

그 아인의 말에, 자신의 과거, 《검은 집》에서 보냈던, 머나먼 옛날의 정경을.

◆◇◆◇◆

지금은 세계적인 범죄 결사가 되어 있는 《해방군》보다도 더 먼 옛날부터 존재하며, 활동을 계속해 온 암살 조직.

역사의 전환점이 된 암살 사건 중 거의 모든 것들에, 그들이 벌인 짓이라는 소문이 떠 있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재지도, 구성원도 모든 것이 수수께끼에 싸여 있는, 그늘 속 세계보다 한 층 더 깊은 곳, 나락 속에 존재하는 무장 세력.

그것이 타타라가 살아간 집. ──《검은 집》이었다.

그곳은 바깥 세상에서 '버려진' 어린 소녀들을 모아, 《검은 집》의 암살자로서 사육시키고 있었다.

《검은 집》의 당주의 친딸인 타타라도 마찬가지.

그 이유는, 그녀들은 필요에 응하기 위해 어느 나라의 누구라도 되어야 했기 때문에.

《검은 집》의 소녀들에게, '개인'이라는 자의식은 불필요한 것.

따라서, 어른들은 《자매들》이 '개인'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 암살자로서의 교육은, 정신면만이 아닌 육체면에 있어서도 철저했다.

특히 언급해야 할 부분은, 제공되는 식사 쪽.

식사는 요리가 아닌, 영양소에 일절의 부족함이나 잉여분이 남지 않도록, 모두 영양제로 공급된다. 매일 행해지는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 주에 한 번 신체 측정을 행해 개체의 성장을 관리하고, 필요한 영양소를 필요한 양만큼 섭취시킬 뿐.

이렇게 철저한 품질 관리로 암살자로서 완벽한 심신을 만들어내어, 《자매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녀들은 기술 면의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훈련은 극히 과혹했다.

기본적인 전투 훈련에서도 《환상 형태》의 사용은 용납되지 않았고, 언제나 진검승부로 다른 《자매들》과 어른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중상을 입는 것은 일상다반사. 특훈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면, 상처를 입더라도 곧바로 《재생조》로 치료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의 자매들은 그렇지 못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소독이나 지혈, 봉합 따위의 기본적인 치료만 받게 되고, 그 다음엔 다음 훈련까지 방치.

진통제 처방 같은 건 바랄 수 없다.

마치 아픈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강해지라고 말하듯.

자상이나 열상을 입은 《자매들》은, 타들어가는 상처의 고통에 언제나 시달리게 된다.

실내, 복도, 그 모든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고통에 신음하는 소녀들.

전투 훈련이 끝난 뒤의 《검은 집》은, 그야말로 이 세상의 지옥이라는 말이 걸맞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5번》이라는 호칭을 받고 있었을 때, 생활하던 세계.

그리고, 그녀의 일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별로 성장이 좋지 못했던 그녀는, 운동신경이 좋다고 할 수 없었기에, 매일매일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 날도 그랬지.

'윽, 으윽.. 으으윽~~~.......'

총격을 회피하기 위한 훈련.

발사된 총탄을 피해내지 못해 복부에 두 발의 총상을 입은 피어는, 저녁노을이 들어오는 안뜰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탄환을 적출해내기 위해 절개된 복부의 고통에 떨고 있었다.

참기 힘든 고통 속에서 떠올리고 있던 건, 연수로 한 번 가게 된, 바깥 세상의 정경.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의, 어린아이의 표정.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뺨을 들어올린, 그런 표정.

미소.

──그렇게 배웠다.

행복, 을 느낄 때, 인간은 그런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웃은 적 따위는 없다.

미소를 짓는 훈련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웃어본 적은 없었다.

행복 따위, 느껴본 적은 없으니까.

여기에, 그런 건 없다.

여기엔 아픈 것과, 무서운 것밖에 없다.

자신은 어째서, 저기에 태어나지 못했을까.

자신은 어째서, 이런 데에 태어났을까.

자신의 경우에 대한 비탄이 그 비참한 마음을 가속시켜, 꼭 감은 눈을 통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 때였다.

'또 울고 있니? 울보 피어야.'

'......!'

못 말리겠다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비색 하늘을 등지고, 눈물에 흐려진 시야 속에 서 있던 건, 《자매들》 중에서도 《1번》이라 불리는, 연장의 소녀.

'정말 한심하네. 그렇게 아픈 게 싫으면 제대로 피하면 될 것을.'

'....시끄러워. 언니가, 내 기분을 알 것 같아...!'

그리 퉁명스레 말하고, 아인은 팔짱을 끼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뭐, 난 훈련에 있어 언제나 모든 과목에 1등이고, 이미 '일'도 맡아 하고 있는 천재니까~ 《선별》도 엄청 쉽게 생존할 거니까~? 평범한 사람의 고민은 잘 모르겠네~'

'........'

실로 짜증을 돋게 만드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것에 잘못된 점은 없었다.

아인은 지금 자신이 그렇게 말했듯, 언제나 모든 과목과 모든 분야에 있어 1등을 놓치지 않는, 진정한 천재였다. 《검은 집》이 지옥으로 바뀌는 전투 훈련 뒤에도, 다친 모습 따위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간.

곧 있으면 찾아올 '선별'── 《검은 집》의 암살자로서의 최종 시험이기도 한 《자매들》끼리의 살육전 속에서도, 틀림없이 그녀는 살아남을 것이다.

자신들을, 죽이고.

그런 미래를 생각하니,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도 고통이었다. 그러니, 아인에게서 눈을 돌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돌리려 했다.

하지만

'농담이야~'

그건, 불가능했다.

갑자기 뻗어 온 아인의 두 손이, 자신의 뺨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의하려 할 틈도 없이, 자신의 입술이 입술에 의해 가로막혔다.

''으읏~~~~~!?'

너무나도 갑작스런 아인의 행동에 눈을 깜빡이며 경악했다.

하지만, 피어도 모자라나마 암살자.

아인을 곧바로 떨쳐내고

'뭐, 뭐 하는 거야! 임마!!'

그 항의에 아인은 '쿡쿡' 하고 놀리듯 웃었다.

'어때? 첫키스의 맛. 아주 달콤하지?'

'아앙!? 무슨 말을── 으읏....!?'

그 직후, 거칠어지려던 목소리는 목을 통해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다. 입안에, 느껴본 적 없는 미지의 충격이 생겨났기 때문에.

겹쳐진 입술을 통해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그것.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달콤한 맛인 프로틴의 수십 배나 되는 달콤함.

코를 통해 느껴지는, 은은한 고소함.

이건 대체──

'헤에~ 피어도 웃으면 꽤 귀엽네.'

'.....에?'

그 지적을 받고, 뺨에 손을 대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신의 입술이 말려 올라가 있다는 것을.

그것은, 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행복'이었다.

그러니, 알고 싶었다.

이 행복의 정체를.

'자, 잠깐! 이게 뭐야! 이런 거, 난 모른다고!'

덤벼대듯 질문하자, 아인은 주머니 속에서 구깃구깃한 포장지를 꺼내, 가르쳐주었다.

'초콜릿이야.'

'이게....?'

'그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거나, 훈련에서 1등을 따 내면 받을 수 있어. 뭐, 만년 꼴찌인 피어는 몰랐겠지만.'

'훈련에서... 1등을 따내면....'

초콜릿의 이름 정도는, 수업으로 들었기에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 널리 보급되어 있는 간식.

하지만, 그런 것이 이 지옥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니──

'어때? 조금은 자신의 경우에 희망을 찾아냈니?'

'!'

'쿡쿡. 뭘 놀라고 그래. 인간 관찰은 암살자의 기본 기능, 하물며 난 천재이니까, 피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정도는 다 알고 있어. 고작 해 봐야, 자신의 경우를 저주하고 있었겠지. 왜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 하고 말야.'

'우으.....'

모두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 거기에 따른 겸연쩍은 마음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그런 자신에게, 아인은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분에 넘치는 고민이야. 피어.'

'......에?'

'확실히 여긴 열악한 환경이고, 우리들의 경우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살아 있어. 암살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 죽어버리면 방금 너처럼 웃을 수도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에 있어 삶에 보람을 찾는 것은 네 자신이 할 일이야. 그저 살아가는 대로 살아갈 뿐인 인간은, 진정한 행복이나 충실감은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

그건 어떤 경우 속에서 태어난 사람이건 똑같다고, 아인은 말했다.

'....뭐, 일단 초콜릿의 맛은 마음에 들은 것 같으니, 다음 훈련부터 1등을 목표로 좀 더 힘써보는 게 어때?'

'누, 누가 마음에 들어했다고...'

'정말 맛있다구~ 이 정도로 달콤~한 초콜릿을 혀 위에서 굴리면, 방금 느낀 것의 몇 배나 되는 강한 풍미와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 퍼져서~'

'꿀꺽...'

'쿡쿡, 아인은 참 알기 쉽다니까~'

'시, 시끄러! 언니도 그거 때문에 1등 따려고 발버둥치는 주제에...!'

놀림감이 된 것에 대한 분함에 참지 못해 답하자, 아인은 한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부정으로 답했다.

'응? 설마. 난 그렇게 단 걸 좋아하지 않아. 내 삶의 보람은 다른 데에 있어.'

'그래?'

그 부정엔, 솔직히 놀랐다.

《검은 집》에 이 이상의, 이것 이외의 '행복'이 존재할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으니까.

그건 대체 무엇일까.

신경이 쓰여 물어보자, 아인은 자신의 발치에 놓인 물뿌리개를 들었다.

그리고, 안뜰의 화단에 물을 주며, 답했다.

'내 삶의 보람은, 이렇게 매일 이 화단을 돌보는 거야. 기억하니? 3년 전까지, 이 안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여기에 있는 꽃은 전부 내가 키운 거야. 난 매일매일, 이 꽃들을 돌보기 위해 생존해 왔어. 열심히 돌본 꽃들이 예쁘게 피어나는 걸 보면, 아주 행복한 기분이 드니까.'

'....그런 거야?'

'여자력이 참 부족하네. 그런 꼴이어서야 미인계 쓸 때 고생한다?'

솔직히, 자신은 잘 모르겠다.

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꽃을 돌보고 있는 아인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보여서...

부럽다. 그렇게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 날 이후부터였을까.

그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가기 위해 마음을 쏟은 것이.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행복, 포상으로 받을 수 있는 초콜릿을 향해서.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선, 언제나의 훈련에서 1등을 지켜야만 한다. 하지만, 그 때의 자신에겐, 그걸 해내기 위한 실력이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제, 자신의 경우를 절망할 뿐인 나날에는 질렸으니까. 그렇기에, 그 나날들을 타파할 힘을 갖추기 위해, 아인을 참고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매들》의 수석.

시범삼기엔 더할 나위 없는 존재.

일상에서부터 훈련까지, 언제나 아인을 바라보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했다. 운 좋게 같은 반이 되었을 때엔, 수치를 참으며 직접 가르침을 갈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인은 살짝 놀리는 투로 응하면서도,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 아인의 조력도 있었기에, 자신의 실력은 그 뒤로 3년간만에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훈련에서 1등을 따내는 것이 흔해질 정도로.

하지만 ──아직 아인에게만은, 전혀 상대가 되질 않았다.

그걸 분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건, 틀림없이....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에게 아낌 없이 기술을 가르쳐주고, 그럼에도 자신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언니를.

그리고, 그랬기에.

강한 존경심을 품고, 쭉 좇아 왔던 모습이었기에.

──자신만이, 아인의 이변을 알아챘던 것이다.

가장 처음 느낀 위화감은, 능력을 이용하지 않는, 단검만을 이용한 전투 훈련 때였다. 아인과 같은 조가 된 《자매》의, 몸 몇 군데에 상처가 얕게 난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아인은 흘러넘치는 재능을 활용해, 여러 국면에 있어서 최선을 선택해 나아가는 소녀였다.

그 움직임엔, 일절의 막힘이나 낭비 따위는 없었다.

낭비가 없다는 것은, 과잉하지 않다는 것.

자신에게도, ──그리고 상대에게도.

그 날, 아인이 싸웠던 《자매》와 아인의 실력차를 미루어보면, 그녀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터.

실제로, 아인은 그렇게 해 왔다.

《검은 집》의 훈련에서 그녀를 상대한다는 것은, 반드시 지기는 하더라도 아무 부상 없이 부드럽게 지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 날은 달랐다.

상처를 입은 본인조차, 아인과의 차이가 좁혀졌다고 생각하며 순순히 기뻐했고, 아인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극히 기분 나쁜 광경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분 나쁜 느낌은 날이 지날수록 도가 더해졌다.

같은 일이 그 뒤로 매일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고요하고, 아무 막힘 없이 흐르는 야상곡과도 같은 아인의 행동에, 군데군데 유리를 긁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노이즈가 섞여들기 시작했고, 그 소음은 서서히 고막을 때릴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둘이서 한 분쟁 지대의 반 정부군 거점의 섬멸 임무를 맡았을 무렵

'....언니, 뭐 하는 거야... 그거, 설마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쿡쿡. 얘, 피어. 생명을 먹고 피는 꽃이라니,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

산채로 타깃을 '화분'으로 만들어, 눈구멍을 통해 핀 장미를 쓰다듬고 있는 피에 젖은 아인을 바라보고, 자신의 안에 있던 위화감은 결정적인 것으로 굳혀졌다.

──아인이 이상해진 것.

타깃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그녀.

그것은 암살자로서, 너무나도 의미없는 행동.

그저, 쾌락 살인자에 지나지 않는 그것이었다.

자신이 지금껏 모범으로 삼아 온 언니가,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대체, 아인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뭐, 환경이 이렇다 보니 마음이 부서지는 《자매》가 나오는 것도 드물지는 않았다. 아직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이용해 망가지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저 언니가 그런 경우에 속할 인물인가?

신경이 쓰여 어찌할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되었다.

따라서 그 날, 자신은 안뜰에서 언제나처럼 꽃을 돌봐주고 있던 아인을 찾아갔다.

'어머나, 피어. 그 쪽 조에선 네가 1등이라고 하던데? 대단한걸?'

'.....다른 녀석들이 못난 것뿐이야.'

언젠가 그 날처럼, 석양에 물든 안뜰. 거기서 아인과 마주한 채, 인사를 대충 마치고 그녀를 찾아간 목적을 꺼냈다.

'저기, 언니. 너 요즘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됐냐니?'

'얼버무리지 마. ....이런 말을 하면 또 우쭐댈 테니까 하고 싶지는 않지만, 네 일은 언제나 완벽했어. 잠입도, 전투도, 암살도, 그 모든 움직임에 조금의 낭비가 없었다고. 언제나 최고의 효율을 내는 행동을 취했지. ....하지만, 요즘은 아니야. 답잖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산 채로 타깃을 가지고 놀다니, 그건 시간낭비잖아.'

그런 건 너답지 않은 거 아니냐, 라는 질문을 하는 피어에게, 아인은 '그래..' 하고 혼잣말처럼 말한 뒤

'후후, 피어는 알아챘나 보구나? 그냥 멍하니 내 뒤만을 쫓은 건 아닌가봐?'

자신의 변조를 알아챈 것을 인정했다.

.....변화를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자매》들이 겪은 정신붕괴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건, 그 이유이다.

뭔가, 사생활 속에 뭔가 분만(憤?)이 쌓일 거리라도 있었던 것인가. 그리 묻는 자신에게, 아인은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을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다.

'피어. 암살자에게 있어 가장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

'그건 양심이야. 우리들은 타인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이후로도 쭉 그럴 거고. 그런 우리들에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따위, 몸을 무겁게 만드는 짐짝 밖에 되지 않아. 타인을 신경쓰는 감정 따위, 우리들의 정신을 괴롭게 만드는 가시에 지나지 않아. 그런 건 버리는 게 좋지. ...그러니 나는, 나를 죽이기로 했어.'

'......하아?'

'지금, 내 안에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살인이라는 잔학한 행위를 즐기는, 이 지옥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적절한 인격이 형성되어 있어. 지금의 나를 대신하는, 새로운 내가 만들어지고 있지.'

'──크윽!'

자신을 죽이기로 했다.

처음 들었을 때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어 나온 말로 인해 알게 되었다.

'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거야! 그만 둬! 그런 거는!!'

자신도 모르게 목을 통해 튀어나온 질책은, 비명에 가까웠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인이 아인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려 하고 있다. 거기에, 마음이 얼어붙을 정도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자신이 격하게 낭패에 빠져 있는 한 편, 아인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냉정한 채로

'무리야. 왜냐구? 난 천재니까. 피어도 말했잖아? 내 일엔 낭비 같은 게 없었다고. 내 재능은 지금까지 쭉, 이 지옥에서 생존하기 위해 최적의 방법을 골라 왔었어. 그래.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행동의 최적화가 끝나게 되면, 다음은 정신의 최적화가 시작되는 것은 자명한 섭리. ......말하자면, 언젠가 이렇게 되는 건 필연적이었던 거야.'

그리 말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돌봐 온 화단의 꽃을 쓰다듬었다.

'.....말라 버렸네. 그렇게나 예뻤는데.'

어딘가, 아쉬워하는 듯이.

그 모습에, 덧없는 옆모습에, ──알게 되었다.

이미 아인은, 자신의 마음에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어, 언니는... 거기에 만족하는 거야!? 그런 정신 나간 인격에 사로잡힌 자신이 된다니...! 자신이 사라지는 거라고! 그걸로 만족하는 거야!?'

이쪽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쭉, 그녀의 뒤를 쫓아왔었다.

그녀가 사라진다면, 자신은 누구를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가.

그런 자신에게, 아인은

'그러고 보니, 피어. 이렇게 안뜰에서 너와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 날 너에게 키스를 한 날 이후로 처음이네. 그 뒤로, 삶의 보람은 찾았어?'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언니! 지금 질문하고 있는 건 나──'

'답해 줘. 부탁이야.'

'──!'

항의의 목소리는, 아인의 강한 어조에 가로막혀, 마지막까지 맺어지지 못했다. 지금은 아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째서....

불만은 남아 있었지만, 아인의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시선에 마지못해 대답했다.

'....삶의 보람이라니, 그런 대단한 건 아니야.'

그런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지만

'단, 이 빌어 처먹을 경우 앞에 내가 꺾일까보냐, 하는 기개만은 가지게 됐어. 난 이미 수없이 사람을 죽여 왔고, 수없는 죽음을 보아 왔어. 난 그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이제 와서 보통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야. 그건 해선 절대로 안 되는, 최악의 '도망'이라고 난 생각해. 나는, 내가 죽을 때까지 암살자로서 살고, 암살자로서 개죽음을 당할 거야. 그렇게 자신의 경우를 끝까지 관철해 나아간다면, ...이 빌어먹을 인생에도 조금이나마 긍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까.'

답을 해 가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하고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언니의 페이스에 휘말려선 안 된다.

지금은 아인에게, 자신을 없애 버린다는 멍청한 짓거리를 말려야 한다.

그리 생각하고, 다시금 아인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래. 그거 좋네♪'

눈앞의 아인의 표정에, 말을 잃었다.

그건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기쁜 것 같은, 그리고, 어딘가 구원을 받은 것 같은 표정이었고...

'그럼 다음 주에 있을 '선발' 따위에 죽을 수는 없겠네. 프로로서 살아남고, 계속 살아가지 않고서야..... 인생이 헛되어 버릴 테니까. .....그러니 피어. 지지 마. 설령, 바뀌어 버린 나를 상대하게 되더라도, 절대로───'

"....그래. 말할 필요도 없지."

◆◇◆◇◆

머나먼 과거의 기억. 이젠 없어져버린 그 동경의 존재를 향해 나지막이 말한 뒤, 타타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말을, 그 때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더라면.

가슴을 스쳐 지나가는 건, 그런 어찌할 수 없는 후회였다.

하지만, 5년 뒤인 지금이 되어서야, 그 때 그녀에게 말한 삶의 보람에, 자신의 진심이 담긴 느낌이 들었다.

'오옷! 《부전》 타타라 유이! 디바이스를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상당히 엄청난 일격을 정통으로 맞아버린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무뿌리의 타격에 의한 대미지는, 아직 몸속에서 둔탁한 메아리를 울리고 있었다. 몸은 납처럼 무거웠고, 한 쪽 귀의 고막은 이미 찢어져, 소리가 멀게 들렸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로는 《완전반사》로 상쇄해 낼 수는 있었다.

....아직 몸은 움직인다.

아직, 자신은 살아 있다.

그렇다면, 목숨이 다할 때까지 '프로'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이 결정한 자신의 길이니까.

....답지도 않게 멋부려 봤으니, 그녀에게 보여주도록 하자.

그 날, 그녀가 달콤한 물을 준 씨앗이, 어떠한 꽃을 피워냈는지를.....!

"간다, 언니."

"어머나. 이제야 그 '망할' 이라는 말을 빼고 제대로 불러주다니, 지금 와서 자신의 분수를 알게 된 거야?"

이 말에, 타타라는 《땅을 기는 지네》의 시동줄을 당겨, 으르렁대며 회전하는 톱날을 들이대며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달려갔다.

'부상을 당한 타타라가 앞으로 나아간다!!! 거대한 검은 나무로 변한 아인을 향해 망설임 없는 돌격! 이건, 이번 한 합으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결의의 질주!!! 하지만──'

"위세만으로 어떻게 뒤집을 수 있을 실력차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나무에서 조소가 메아리침과 동시에, 장미의 괴수들이 달려나가 타타라의 눈앞을 메웠다. 그리고 일제히 달려들어, 그녀의 질주를 막았다.

압도적인 수의 폭력. 그 모든 것들을 무자비하게 집어삼키는, 쓰나미와도 같았다.

그 정신이 멀어질 것 같은 장해를 앞에 두고

'알겠니, 피어? 네게는 모두 세 가지 낭비가 있어.'

타타라는... 입가에 미소를 그려냈다.

'가장 먼저 첫 번째 낭비는 힘의 낭비. 이건 체력을 낭비한다는 의미도 있고, 반대로 체력을 너무 아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자신이 지금부터 수행할 미션의 행정. 거기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에서부터 목적 달성까지 필요한 체력을 역산해내어, 남을 체력도, 낭비도 없는 최고의 신체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

'──아아, 알고 있어.'

《칠흑의 세계수》와의 거리는 척 보기에, 직선 거리로 50미터.

그렇다면, 50미터의 질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할 뿐.....!

방법은 있었다.

단 하나.

그 방법을, 타타라는 어금니 뒤를 혀로 튕겨내어 선택했다.

"읏───!"

그 순간, 타타라를 집어삼킨 쓰나미가, 폭발했다.

산산이 흩어지며.

"뭐라고....!"

"우오오오오오오오옷───!"

장미의 괴수들을 찢어발기는 건, 다름 아닌 쇠가 갈리는 소리를 내는 타타라의 《땅을 기는 지네》였다.

타타라는 장미의 괴수의 발톱을, 이빨을, 그 모든 것들을 피해냄과 동시에, 톱날로 반격을 가하며, 질주를 계속했다.

멈추지 않는다.

괴수 무리를 가르며, 타타라는 일직선으로 아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건 원래 그녀의 실력으로 해낼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신체 능력, 판단력, 결단력.

그 모든 것들이 타타라라는 개인의 능력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그렇기에, 동문인 아인은,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 《천사의 가루》를 쓴 거구나...!"

《천사의 가루》.

그것은, 《검은 집》의 암살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최후의 카드의 이름. 한 번 사용하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편도 티켓.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자신이 가진 모든 잠재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대신, 뇌와 몸에 엄청난 장애를 가져다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각성제'이다.

물론, 그런 걸 사용하는 건 연맹 관리 하의 전쟁 속에선 당연히 규칙 위반이겠지만

'애초에 나나 너나, 햇살 속에 살아가는 그런 녀석이 아니야! 반칙이라는 째째한 소리는 하기 없기라고!'

"멍청한 아이...!"

자신의 목숨을 불태우며, 마침내 괴수들의 포위를 빠져나간 타타라의 모습에 독설을 내뱉으며, 아인은 계속 공격을 가했다.

《칠흑의 세계수》에 의해 오염된 토양. 그 곳에서 자신의 주변에 100을 넘는 수의 《수다쟁이 울금화》를 개화시킨 뒤, 사람 하나를 죽이는 데에 있어 너무도 과잉한 탄막 사격을 가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수없이 계속되는, 천을 찢는 듯한 비명이 겹쳐졌고, 셀 수 없을 정도의 총탄이 뿜어져 나왔다.

이 총탄의 선을 앞에 둔 타타라는

'두 번째 낭비는, 시간의 낭비야. 전투 시간의 압축은 신체 능력 향상으로 이어져. 그저 만연히 몸을 움직이며, 한 순간, 1초라도 낭비를 해선 안 돼. 언제나 전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을 전부 분석해내어, 계속해서 사고하고, 지금 이 순간을 최고 효율로 해결해낼 수 있는 최적의 답을 언제나 모색하도록 해.'

"《완전반사》....!"

"소용없어! 방금 일로 배우지를 못했니, 피어!? 《칠흑의 세계수》를 발동시킨 지금, 네 반사 따위는 아무런 장해도 되지 못──, 으읏!?"

그 찰나, 아인의 조소가 경악으로 바뀌었다. 눈앞의, 어찌 해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그것은

『어이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악의 꽃》 아인의 총격이 명중되질 않고 있어! ──아니, 안 맞는다기보다는, 조준이 안 되고 있다고!!! 총탄은 타타라의 주위를 꿰뚫을 뿐, 단 한 발도 저 여자가 서 있는 사선을 만들어내질 못하고 있어!!!! 타타라, 피어오르는 모래먼지 속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아인과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아아아앗!!!!!!!!』

"이, 이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물론, 아인이 일부러 빗나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현상은, 타타라가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현상이다.

'빙고...!'

쏟아지는 총탄의 호우 속에서, 사람 한 명 정도의 넓이를 지닌,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달려나가며, 타타라는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취한 것을 확인했다.

《수다쟁이 울금화》를 필두로 삼는 아인의 《마도화》는, 제각각 모두 이형의 개체를 지니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아인이 자신의 손발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수다쟁이 울금화》는 대체 어떻게 타깃을 조준하고 있는가.

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답은, 사격 전에 들리는, 비명과도 같은 새된 소리.

암살자로서 특훈을 받는 과정에서, 청각을 갈고 닦은 타타라였기에, 알 수 있었다.

저건, 고주파였다.

《수다쟁이 울금화》는 사격 전에 높은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러, 《반향 정위》로 타깃의 위치를 특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부딪혀 반향되는 '소리'를 이상한 곳으로 반사시키면, 《수다쟁이 울금화》의 조준을 어지럽힐 수 있다.

그리고, 이 타타라의 계산은 정확히 적중했다. 그녀는 아인의 목숨을 향해, 한 발 더 깊게 전진했다.

'앞으로, 15미터.....!'

하지만

"완전히 부처 손에 놀아나는 원숭이 같네, 피어."

"──!"

"《마도화》 하나 넘어선 정도로 뭘 그리 잘난 기분이 들은 걸까? 너, 지금 누구의 손바닥 위에 있는 건지는 이해하고 있어? 《칠흑의 세계수》가 발동된 지금, 주변 일대의 토양은 모두 내 몸의 일부나 마찬가지. 네게 도망칠 곳 따위는 어디에도 없단 말이야!"

그 직후, 타타라의 발치, 아니, 주변의 지면 모든 곳이 터져나갔다. 오염된 토양을 밀어올리며 모습을 보인 건, 예리한 끄트머리를 지닌 대나무창들이었다.

《꿰뚫는 청죽》.

그것이 《칠흑의 세계수》의 주변 30미터 범위의 지면 모든 곳에서, 하늘을 향해 뚫고 올라왔다. 타타라에게 일절의 회피를 불가케 하는 밀도로.

이 《꿰뚫는 청죽》도 《칠흑의 세계수》의 은혜에 의해, 이전보다도 더욱 큰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수다쟁이 울금화》나 장미의 괴수처럼, 타타라 정도의 반사로 되받아칠 힘이 아니었고,

──피보라와 함께, 무언가가 죽창 위에 꿰뚫려 있었다.

그것은, 찢겨진 타타라의 왼팔.

"이걸로────........!?"

끝났다.

그런 아인의 확신.

하지만, 그것은 다음 순간에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대나무숲이 벌목되어, 타타라가 그 중앙을 돌파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꿰뚫는 청죽》의 찌르기에 왼팔이 뜯겨나갔고, 옆구리와 허벅지, 한 쪽 귀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 만신창이의 꼴이 되었음에도.

'세 번째 낭비는 여유의 낭비야. 넌 너무 여유를 부리려 하고 있어. 피어.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멋지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내거나, 화려하게 극복해내는 것이 아니야. 확실히 타깃의 목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 그렇다면, 억지로 피할 필요 따윈 없어. 여유를 가질 필요도 없지. 좀 더 아슬아슬해도 좋아. 이쪽의 목숨에 위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약간 각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칠흑의 세계수》의 공격력을 완전히 반사하는 것은 불가능.

따라서, 타타라는 아주 약간, 창의 궤도를 바꿔낸 것이다.

이쪽의 목숨에 위협이 가해지지 않을 정도까지.

하지만, 손상은 컸다.

두 다리는 가까스로 몸에 붙어 있을 뿐이고, 신경은 이미 끊어져있었다. 오른쪽 귀를 꿰뚫릴 때 깊게 파인 것인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질 않았다.

목숨만은 지켜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죽어 있다.

제대로 움직이는 건, 이미 오른 팔 하나 뿐.

하지만

'살이나 뼈 따윈 그냥 줘 버려. 우리들은 암살자. 완벽하게 이기지 않아도 좋아. ──반드시 이기면 그만이지. 그것뿐이야.'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남은 10미터의 거리를 좁히기엔, 그걸로 충분하다.

타타라는 앞으로 넘어지듯 대나무숲을 돌파.

몸이 앞으로 쓰러지는 찰나, 디바이스를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지면을 내리쳤고, ──넘어지는 에너지를 반사. 몸을 앞으로 날려보내는 힘으로 바꾸어내, 거의 굴러가듯 남은 10미터의 거리를 좁힌 뒤, 전기톱의 날을 《칠흑의 세계수》의 뿌리에 박아넣었다.

"....겨우, 닿았어."

목적을 달성한 충실감에, 타타라는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했고

"──────그래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날을 들이대는 타타라에게, 아인은 실소를 흘렸다.

"닿았어? 그래, 그렇네. 확실히 닿았네? 하지만, 그것 뿐이야? 그걸로 끝이냐고!?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팔이 뜯겨나가고, 그런 걸레짝같은 꼴이 되어서, 모기가 한 방 무는 정도의 공격을 하고 만족했어!? 아하하핫! 거 참 꼴사나운 달성감이네, 피어!!"

"............"

"뭐, 하지만 무리도 아니겠지. 넌 고작 해 봐야 '반사 능력자'. 상대의 힘을 이용해야만 그 능력이 발휘되는 애니까. 너 혼자의 힘으로, 이 대지에 뿌리내린 웅대한 《칠흑의 세계수》를 잘라낼 수 있을 리가 없지. 방금 그 《인과반사》를 쓰려고 해도, 이렇게까지 체적이 늘어난 내겐 아무런 대미지도 줄 수 없겠지? 무엇을 어떡하든 간에, 네게 승산 따위는 없어!"

그렇다. 아인이 말한 대로였다.

확실히, 타타라의 톱날은 아인에게 닿았다.

하지만, 그것 뿐.

《완전반사》도, 《인과반사》도, 《칠흑의 세계수》에겐 통하지 않는다.

타타라에겐, 아인에게 쓸 카드가 없었다.

그렇기에 아인은, 남은 10미터의 거리에서 영격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나무숲을 기어나온, 타타라의 꼴.

거기서 어떠한 형태의 역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한 눈에 간파했으니까.

"....정말, 쓸데없는 발버둥이었네."

그리 말하고, 아인은 《칠흑의 세계수》의 나무줄기에서, 두 가닥의 두꺼운 나뭇가지를 뻗었다. 나뭇가지는 좌우로 성장하여,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고,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악마의 손과도 같은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천사의 가루》를 쓴 이상, 살아 있어도 분뇨를 흘릴 뿐인 폐인이 되는 결말 뿐. 아무리 그래도 그런 꼴을 보고 싶진 않으니, 일격에 죽여주겠어. 벌레답게, 납작하게 만들어서 말야! 이걸로 이별이라니, 정말 안타깝네. 피어!!!!"

그리 고하고, 악마의 손을 타타라를 향해 내리쳤다.

이 싸움에, 결착을 짓기 위해서.

하지만

"....아아. 그건 나도 동감이야."

'!'

이미 눈앞에 닥쳐 온, 자신의 죽음.

그걸 앞에 두고, 타타라의 표정은 아직도 충실감에 가득해 있었다. 정말로, 그런 모기가 한 방 무는 정도의 공격을 가한 것만으로, 만족한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아인은 부정했다.

이 낙제아라고 해도, 그 《검은 집》의 암살자이니까. 타깃을 끝장내지 못한 채, 충실감을 느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인가.

당연하다.

이 작은 벌레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쪽의 목숨을 확실하게 끊어 놓을 수단.

맹독을.

하지만, 그건 대체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 찰나의 시간 속에서 아인의 뇌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건, 그래. 마치

"틀림없이 언니는 거기에 없겠지만, 이미 내 말 따윈 들리지 않겠지만, ....이게 마지막이 될 테니 딱 하나만 말해 두겠어."

──주마등처럼.

"고마워. ───잘 가라고."

"!"

위험하다.

아인의 재능이 경종을 울리며, 내리치던 악마의 손에 가속을 넣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타타라가 《땅을 기는 지네》의 시동줄을 한계치까지 잡아당겨, 뿌리를 찢어발긴 뒤

"《별의 심판》."

아인의 질문도, 눈에 비춰지던 장면도, 귀에 닿는 소리도,

생명도──

그 모든 것들이, 백아의 세계 속에서 갑작스레 터져나가며, 사라졌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새조차 없이.

◆◇◆◇◆

'으윽───!?'

타타라와 아인의 전투를 촬영하던 드론을 통해 흘러들어오던 영상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 찰나, 인간의 청력의 허용을 넘은 소리가, 충격으로 바뀌어 클레이델란트의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실황 헬리콥터를 때렸다.

격하게 흔들리는 헬리콥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실황은 흔들리는 헬리콥터 밖으로 몸을 내밀었고

『JEJUS!?!?!?』

그것을 보았다.

클레이델란트 수도 뤼셸 중앙.

타타라와 아인, 이 둘이 싸우던 왕성은 통째로 날아가버렸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나 있는 광경을.

'대체 뭐냐! 이 핵미사일이라도 떨어진 듯한 꼴은!! 성도! 《칠흑의 세계수》도! 모든 것들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고!!! 그 상황에서 이런 폭발을 아인이 일으킬 이유는 없어... 그렇다는 건 타타라가 한 짓인가!? 아니, 하지만 그녀는 '반사 능력자'! 이런 폭발을 대체 일으키게 한 거야!? 제기랄! 면목 없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가!!'

혼란에 빠진 실황이었지만, 이 뤼셸 중심부를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 타타라라는 그의 추측은, 적중해 있었다.

이 참상은 타타라가 자신의 남은 모든 힘을 이용해 발동시킨, 일종의 노블 아츠에 의해 벌어진 것.

....《완전반사》도, 《인과반사》,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

《완전반사》는 《칠흑의 세계수》의 힘 앞에선, 고작 공격을 빗겨나가게 만드는 정도가 한계. 《인과반사》는 체적의 차이 때문에, 아무리 많은 피해를 돌려준다 할지라도 생채기 하나에 지나지 않을 터.

타타라는 이미 자신에게 통할만한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위협이 되지 않을 터.

아인의 예측.

그건──잘못되어 있었다.

확실히, 타타라는 '반사 능력자'.

상대의 힘을 이용해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따라서, 이용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그 전력은 대폭 감소된다.

하지만, ──있었던 것이다.

설령 상대의 공격을 반사하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이용할 수 있는 힘이.

그건 너무도 당연히 존재하는, 수많은 자가 의식하는 것을 잊고 있는 힘.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확실히 존재하는, 세계를 지배하는 커다란 힘.

공전 운동.

──우주를 나아가는 별의 힘이다.

시속 10만 킬로미터로 알려진 공전 속도.

그 힘을 모두 반사하지 않더라도, 아주 약간이라도 그 힘을 적을 향해 돌려낼 수 있다면?

원래 나아가야 할 흐름에서 이탈된 힘의 잔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쇠망치가 되어 적을 심판한다.

그것이, 타타라의 노블 아츠.

《별의 심판》.

왕성을 날려버리고, 《칠흑의 세계수》를 통째로 소멸시킨 힘의 정체이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만, 그런 수준의 힘의 간섭을, 술자 본인이라고 해도 지근거리에서 받은 타타라도, 무사할 리가 없다.

처음부터 《별의 심판》을 쓰지 않은 건, 이 노블 아츠는 그저 자폭기술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별의 심판》의 여파에 휘말린 타타라는, 거대하게 난 크레이터 끄트머리에, 너덜너덜해진 채로 쓰러져 있었다.

'.....소리, 안 들려.....'

올려다보니, 시야 속에 하늘엔 실황 헬리콥터가 떠 있었다.

쓰러진 자신을 향해, 헬리콥터 밖으로 몸을 내민 실황자가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원래라면 시끄러워야 할 헬리콥터의 소리도.

모든 것들이.

《별의 심판》의 반동으로, 청각이 이미 망가져 있는 것 같았다.

'팔은...... 당연한가...'

어깨 너머로부터의 감각이 없었다.

무사하길 기대하는 것이 바보일 것이다.

'....다리는...... 어이쿠야...'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상상보다 더 끔찍한 참상에 타타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죽겠구만. ......것보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게 오히려 더 기적이야.'

쇼크사하지 않은 건, 전부 《천사의 가루》의 덕분일 것이다.

그 마약엔 고통을 둔하게 만들어주는 진통 작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약을 쓴 시점에서 이미 폐인이 될 것은 확정이기에, 덕분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하지만.... 마무리는, 지을 수 있었어...'

《검은 집》의 신뢰에 먹칠을 한 모반자.

그것을, 처리해낸 것이다.

그 집에서 쓰러진 《자매들》이나, 그 집의 암살자에 의해 살해당한 자들. 그 망해 위에 서 있는 인간으로서, 해내야 할 일은 해낸 느낌이 들었다.

'선별'의 생존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이 죽는 꼴은

'───아..'

거기까지 생각하고, 타타라는 떠올렸다.

'네가 죽으면, 난 울 거야. 펑펑 울 거야. 이래도 얌전히 죽을 거냐, 라는 기세로 성대하게 국장을 치를 거야. 말해 두겠는데, 우리 나라 국장은 진짜 어이없을 정도로 시끄럽거든?'

그 에델베르크에서의 노천 목욕 중에 스텔라가 일방적으로 내민 약속을.

'....정말, 그 고릴라... 어이없는 약속이나 해 대고 말야...'

암살자에 국장을 치른다니, 전대미문이지만, 그 여자라면 저질러 버릴 것 같다. 힘들게 《검은 집》의 암살자로서의 인생을 다하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죽음을 그런 어이없는 소동을 벌이며 장례를 치른다니, 더할 나위 없는 부끄러운 죽음이다.

지금껏 수없이 자신의 사정으로 타인을 죽여 온 사람에게는, 있어선 안 될 최후.

정말, 어이없기 짝이 없었다.

그 어이없음을, ──살짝 기쁘다고 느껴 버린 자신이, 너무도 어이가 없었고

'젠장...... 알았다고......!'

타타라는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전신에, 가능한 한의 전력을 담았다.

이미 의식의 태반을 뒤덮기 시작한 소실.

두 번 다시 깨지 못할 잠에, 목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다시금 그 여자 앞에 서서, 그 여자가 얼마나 쓸데없는 참견을 한 건지 통감시켜 주기 위해서.

그러니, 그걸 위해서라도──

'....그 녀석을, 절대로 죽게 놔두지 마..... 쿠로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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