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4화 (74/77)

제 23장

분노의 버밀리온

『지금, 의료반에게서 들어온 연락으로, 《흑기사》의 사망이 정식적으로 확인되었어! 아무래도 《강화재생》으로 자신의 몸을 너무 많이 강화시킨 탓에, 육체가 자가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나 봐. 이거 참, 대체 무엇이 저 《흑기사》를 그런 짓까지 하게 만들었을까? 난 쥐뿔만큼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싸움을 제패한 《낙제기사》는 《흑기사》의 죽은 시체의 얼굴을 닦아주고, 그녀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고 있어. 《흑기사》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는 건가? 아니, 아마 아닐 거야. 이 핸섬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더욱 터프하고 하드한 녀석이라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감상에 젖어 있진 않을 거야. 틀림없이 다음 싸움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시키고 있는 거겠지. ……그래! 이 싸움은 버밀리온 팀끼리의 싸움이었으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클레이델란트 팀의 최후의 1인 《괴뢰왕》 오르=골은 아직 건재하다고! 하지만, ──별로 걱정은 안 드는데 말이지!? 일단 카메라로 살짝 오피스 거리에서 벌어진 《괴뢰왕》과 《홍련의 황녀》의 싸움을 한 번 봤는데, 계속해서 《홍련의 황녀》가 우세를 점하고 있어! 확실히 《괴뢰왕》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이대로만 가면 이 쪽도 결착이 나는 건 시간문제겠구만!!』

'잇키……'

뤼셸 상공에 울려퍼지는 실황의 목소리.

그리고 스텔라와 오르=골은, 잇키와 아이리스의 싸움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텔라는 기사끼리의 결투의 결말이라곤 해도, 사람을 죽인다는 선택을, 잇키가 고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가슴아파했다.

"에에~ 뭐 하는 거야. 누나! 그래서야 곤란하지……! 세계 4위도 진짜 별거 아니네!"

한 편, 오르=골은 여봐란 듯 한숨을 내쉬고, 아이리스를 한심하다는 듯 힐난했다. 이 남자의, 어디까지나 자기본위적인 이 행동도 질릴 정도로 봐 온 탓에, 일일이 분노를 느끼는 것도 귀찮아질 지경이었다.

"그래. 이제 널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이제 도망칠 곳도 없지."

거대한 《비룡의 죄검》을 짊어지고, 오르=골과의 간격을 한 발짝 좁혔다.

오르=골은──이제 도망칠 수 없다.

왜냐면, 그의 뒤엔 높이 100미터를 가볍게 넘는 불꽃의 장벽이 쳐져 있었으니까.

아니, 뒤쪽만이 아니었다.

불꽃의 장벽은 스텔라를 중심으로 반경 30미터를 둘러싼 원기둥 형태로 솟아올라, 오르=골과 그녀를 감싸는 결계가 되어 있었다.

이 불기둥에 의해 오르=골은 이제 만족스레 후퇴할 수조차 없었고, 처음에 스텔라가 오피스 거리의 고층 빌딩을 통째로 날려버린 탓에, 주변 빌딩에 실을 감아 하늘을 날아 탈출할 수도 없었다.

"넌 이제 끝이야!!"

실황이 말한 대로, 지금 이 쪽의 결착도 나려 하고 있었다. 스텔라는 두 날개로 추력을 얻어, 검을 치켜든 채로 불의 장벽에 뒤가 막힌 오르=골을 향해 날아들었다.

거기에, 도망칠 수도 없었던 오르=골은

"아하  아하  아하"

생채기가 가득한 얼굴에, 불쾌한 웃음을 내비쳤다.

그건,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같은 건 물론 아니었다.

"아하  스텔라도 참 멍청하네. 상황이 이렇게나 뻔한데, 이대로 내가 싸워 줄 거라 생각해?"

"으읏……!"

그 직후, 오르=골을 향해 《비룡의 죄검》을 내리치려 하던 스텔라가, 경악의 비명을 내질렀다. 갑자기, 오르=골과 자신 사이에, 잔해더미에 가려진 네 아이가 뛰어나와, 작은 두 팔을 한껏 벌려 오르=골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의 얼굴에, 기분나쁠 정도의 미소를 짓고서.

"츠읏.. 아아아아아앗!!!!!!"

검의 궤도를 순간적으로 바꾸는 스텔라.

팔의 건이 뒤틀려 끊어질 정도의, 무리한 거동.

스텔라의 강건한 두 팔은, 이 행동을 가까스로 가능케 만들었다.

빗겨 나간 궤도는, 그 기세 그대로 대지를 후려쳤다.

오피스 거리의 점성이 없는, 포장된 지면은 그 충격을 흡수시키지 못하고, 참격의 연장선상 멀리에 있는 건조물에까지 균열을 만들었다.

격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그리고, 그 먼지 속에서……실루엣들이 나타났다.

무수하게.

멈출 기세도 없이.

마치 어딘가에서 나타나듯이.

만면의 미소가 '지어진', 백 명을 넘는 사람의 무리가.

그들은──오르=골에 의해 꼭두각시가 된,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이었다.

"아하  이거 큰일이네~ 지금 공격으로 지하 쉘터에 구멍이 났나봐~"

『야!!!!!! 《괴뢰왕》!!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비 전투원이 대량으로 전역에 나타났다는, 《연맹》의 입장에선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이 사태에, 실황이 비명에 가까운 분노를 내질렀다.

거기에, 오르=골은 비웃듯 어깨를 으쓱이며

"에에~ 불만을 토로할 거면 스텔라한테 하라구.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힘껏 칼을 휘두르며 날뛴 탓에, 지하 쉘터가 붕괴되어버리고, 모두가 피난을 나온 거잖아. 내 탓이 아니야~"

『개소리는 정도껏 해! 이 X장을 파먹을 새끼야! 저 사람들의 얼굴!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니잖아! 애초에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은 교외 부근으로 피난시켜 두었다고! 이건 중대한 규약 위반──"』

"아, 정말 시끄럽네."

실황의 규탄에, 오르=골은 짜증스럽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귀찮은 파리를 내쫓으려는 듯한 동작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한 줄기 섬광이 밤하늘을 갈랐고, 실황이 타고 있던 헬리콥터를 양단해버렸다.

『너 이 새.... 우와아아아아악───!!』

실황 헬기는 실황자의 비명과 함께 추락했고, 화염의 장벽 바깥쪽에 폭염을 만들며 터졌다.

"룰 따위 이제 상관 없다고. 애초에 이 전쟁 자체가 루나아이즈 양의 제안이 재밌어 보였기에 받아들인 것 뿐이고. 승산이 없는 지금, 내가 일일이 룰에 따라 싸워 줄 이유 따윈 없단 말야. 왜냐고? 난 테러리스트니까! 자, 어떡할래, 스텔라? 이대로 가면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이 네 화염에 통구이가 되어 버릴 거라구~~?"

그 말에 보니, 지면에 난 균열이나 쉘터의 입구에서, 지상을 향해 뗴거지로 나오고 있는 국민들이, 전부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스텔라가 만들어 둔 화염의 장벽을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마술을 해제하지 않으면, 그들은 화염의 장벽에 자신의 발로 기어들어가게 될 것이다.

"────"

스텔라는 곧바로 오르=골을 붙잡아두기 위한 결계를 풀었다. 사라진 화염의 장벽 너머엔,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들은, 감금되어 있던 지하 쉘터를 통해, 오르=골의 인체를 조종하는 노블 아츠, 《꼭두각시 인형》에 의해 끌려나온 것이었다.

──그렇다. 스텔라의 공격을 봉해 놓고, 자신이 도망치기 위해 사용할 1회용 미끼로 쓰기 위하여.

"아하  그럴 수밖에 없겠지! 스텔라는 착하니까~ 자! 인형들아! 스텔라를 붙잡아 내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 줘!"

신호와 함께, 꼭두각시 인형들이 일제히 스텔라를 향해 달려 나아갔다. 셀 수 없을 정도의 군중이, 마치 쓰나미처럼.

하지만, 그들은 비 블레이저.

《꼭두각시 인형》에 의해 다소 신체능력이 향상되어 있다 하더라도, 고작 그 정도일 뿐. 그들이 천, 만이 모인다 하더라도, 스텔라의 용의 힘 앞에선, 그저 한 손에 떨어져 나갈 자들일 뿐.

하지만, 그들은 궤도 없는 악의에 휩쓸렸을 뿐인 국민들. 스텔라에게 있어, 이들은 구해야 할 사람들이다.

용의 힘 앞에, 인간이란 너무도 약한 존재.

조금이라도 쓰게 된다면, 죽게 되어 버릴 것이다.

아니, 불꽃을 몸에 두르는 것도 위험할 정도.

따라서, 스텔라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저항하지 않은 채, 스텔라의 몸은 사람의 탁류에 휩쓸렸고

"멍청한 건 네 쪽이야."

눈 앞의 상황에, 조금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스텔라가 그리 말한 순간,

그 일이 벌어졌다.

"으랴아아아아아아아아압!!!!!!"

"에에!?"

스텔라를 짓눌러버린 인간의 탁류가, 막혀 버렸다. 갑자기 전장에 나타나 탁류를 막은, 붉은 핫피를 입은 단체.

그것은──

"드디어 우리 차례구먼! 기다리다 지칠 정도였다고!!"

"시리우스 버밀리온……!?"

그렇다. 버밀리온에 있을 터인 스텔라의 부친. 시리우스와, 황실 친위대 멤버들이었다.

"황실 친위대! 몸으로 클레이델란트 녀석들을 막는 게야! 우리 공주! 우리 희망! 우리 아이돌에겐 손가락 하나 못 대게 하라고!!"

"L·O·V·E! 스텔라!"

"L·O·V·E! 스텔라!"

"Lovely! Lovely! 스텔라!"

" " "휘유우우우우우우우우~~~~~~~~~~~!!!" " "

이상한 열기가, 전장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발 붙잡아 두는 건 맡겨만 두라고! 《별의 대해》!!"

"그 사이에 밀리가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한테 마킹해 둘 테니까, 구속은 당신들한테 맡길게~"

" " "오옷!!!!!" " "

스텔라의 친구, 티르밋과 밀리아리아가 소속되어 있는 버밀리온 군도, 어느 틈엔가 전장에 그 모습을 드러내, 탁류를 만들어내고 있는 클레이델란트 국민을 붙잡아 두는 데에 참가하고 있었다.

티르밋은 물질을 통과하는 능력을 응용하여, 도로를 늪지 같은 상태로 변화시켜, 국민의 전진을 늦추었다.

그리고 완만해진 사람의 탁류의 흐름 속에서, 밀리아리아가 그 탁류의 중심, 오르=골이 다수의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 둔 허브 같이 보이는 인물에, 마킹을 했다.

방식은 알고 있다.

그녀는 칼디아에서의 싸움에서, 잇키가 하는 방식을 가까이서 직접 보았으니까.

'전장은 비가 내리는 날의 호수면과 같은 거에요. 지휘관을 시점으로 둔 '움직임'의 파문이, 전장 전체에 퍼져 나아가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 파문의 시점에, 반드시 허브가 존재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엔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고향에서 이렇게 큰 사건이 벌어졌는데, 모르는 채로 있을 수 있겠어?"

풍부한 재능이, 고향의 위기에 의해 개화했다.

밀리아리아는 타고난 시력을 살려, 《꼭두각시 인형》의 허브를 계속해서 특정. 페인트탄을 머스킷 총 형태의 디바이스를 이용해 발사하여, 자신의 아군들에게 목표를 알려주었다.

그 마킹을 토대로, 시그너드가 통솔하는 버밀리온 군과, ──그들과 합류한 《연맹군》의 병사들이 허브를 구속.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을 서서히 오르=골의 마술로부터 해방시켰다.

"스텔라 님! 그들은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스텔라 님은 오르=골을! 이 어리석은 전쟁의 원흉을 처리해 주세요!!"

스텔라가 나아갈 길을 막는 모든 장해는, 지금 여기서 처리되었다. 이 눈앞의 광경에, 오르=골은 이전에 뤼셸에서 《흑기사》가 스텔라 일행을 데리고 도망쳤던 때의 일을 떠올리고, 혀를 찼다.

"그래, 《날개의 재상》의 《창천의 문》……! 누나가 그 때 클레이델란트에 있었던 건, 이걸 설치해 두기 위해서였어……!"

"타타라가 가르쳐 줬어. 전쟁이란 내가 지금까지 싸워 온 시합과 달리, 주변의 상황이 승부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이지.  ……클레이델란트의 모든 것들이 네 수중에 있는 이 상황에서, 네가 위기에 몰리게 된다면 이렇게 나올 것이란 건 손쉽게 상상이 갔지. 그럼, 처음부터 이쪽도 그걸 염두에 두고 군을 대비시켜 두는 게 당연하겠지?"

버밀리온 군은 그저 버밀리온 내에서 스텔라들을 응원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황의 급변에 대비해, 《연맹군》의 생존자와 합류하여, 군대를 재편성한 뒤 대기하고 있었다. 오르=골이 '연맹의 룰 하의 전쟁'을 벗어날 수단을 쓰기 시작할 때, 《연맹》의 지시 하에 《흑기사》가 뤼셸 각지에 설치해 둔, 디바이스와 디바이스 사이를 순간이동하는 공간 이동 능력 《창천의 문》을 이용해, 전군이 한꺼번에 전장의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연맹》은 무수한 국가의 집합체. 여러 의도가 얽혀 있으니, 가벼이 《연맹》 단위의 군사 행동을 일으킬 수는 없어. 일부 인간이 《연맹》의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소송을 받게 된다면, 《연맹》 그 자체에 위기가 오게 되니까. 하지만, 비 블레이저들을 위험에 내모는 행위는, 《연맹》이라는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의 의의를 부정하는 행위. 테러리스트를 등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야. 지키는 척만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규 전쟁을 벌이고 있던 지금까지와는 이미 완전히 다른 상황이란 말이지. 이런 중대한 위반을 범했으니, 강제 개입을 벌여도 그 누구도 불만을 토로할 수 없어.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얕은 잔꾀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멍청이는 네 쪽이야. 《괴뢰왕》 오르=골!"

"크으읏…… "《살육──》!!"

"내버려 둘 것 같아?"

"앗!"

눈앞의 사람들을 포화 공격으로 일소시키려 한 오르=골에게, 스텔라는 재빨리 도약했다. 그리고 지금 막 쏘아 내려 한 무수한 실을 움켜쥐어, 강하게 당겼다. 스텔라의 힘에 의해 오르=골의 오른팔이 앞으로 들렸고

"캬아아아아아악!!!"

그 오른팔에, 스텔라는 《비룡의 죄검》을 내려쳐, 상완 부분을 베어 날려버렸다. 오르=골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근접 거리로 다가온 스텔라를 뿌리치려 왼손을 들었지만

"아……,"

그 왼손을, 스텔라는 등 뒤의 날개를 이용해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비룡의 죄검》을 내리친 낮은 자세로부터 몸을 옆으로 돌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횡방향 일섬.

그 공격으로, 오르=골의 두 다리를 허벅지 아래로 잘라버렸다. 사지를 잃은 오르=골을 지탱해 줄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중력에 이끌린 채로, 지면을 향해 자유낙하하는 오르=골의 몸을, 스텔라는 멱살을 잡아 공중에 매달았다.

그리고

"아, 알았어! 알았어요! 이제 항복! 항복할게요! 제가 졌어요! 이제 두 번 다시 나쁜 짓은 안 할게요! 그러니까 죽이지 말아줘!!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창백한 얼굴로 목숨 구걸을 시작하는 오르=골에게, 스텔라는

"알았어."

"에!?"

"'그가' 그 잠꼬대 같은 말을 들어 준다면 말이지!!"

냉혹한 표정으로 그리 말하고, 오르=골의 몸을 하늘로 내던졌다.

용의 힘에 의해 하늘 높게 던져진 오르=골.

하늘을 빙빙 도는 시야 속에서, 그는 한 실루엣을 사로잡았다.

스텔라의 말의 의미.

푸른 빛을 가르고 나온, 황금의 빛을.

그 빛은──

"요한……!"

"《역제의 왕도》───!!!!"

《창천의 문》를 열고, 황금의 마차에 탄 기사가 쏜살과도 같이 하늘을 질주했다. 《괴뢰왕》에 의해 조종당해, 바라지 않던 살육을 범한 클레이델란트의 왕자.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가.

그와 함께 황금의 군마 위에 걸터앉은 루나아이즈 버밀리온의 부축을 받고.

이미 잃은 친구와 가족, 국민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여.

오르=골은 물론 여기에 자신을 지키려 했다. 어디까지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발버둥치려 했다.

하지만

'팔도, 다리도, 없어……!'

이미, 모든 건 뒤늦은 때.

그를 지켜줄 건 아무것도 없다.

그를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모든 걸 배신하고, 모든 걸 업신여기고, 모든 걸 부숴 온, 이 이기적인 남자에게,

──대가를 치를 때가 온 것이다.

"시, 싫어어어어어!! 죽고 싶지──"

새되게 울려퍼진 피명.

그 절규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직후, 하늘을 질주하는 기병의 푸른 창광이 그의 입을 찌르고 들어가, 머리를 산산이 부숴버렸으니까.

◆◇◆◇◆

하늘을 내달리는 기병에 의해 머리가 날아간 오르=골의 몸은, 스텔라, 요한, 이 싸움에 관련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간의 체공 후 지면으로 자유낙하하여 추락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산하는 고깃덩이.

검붉은 피. 움찔거리는 몸.

그 모든 것들은, 히라가 레이센 때와는 다른, 진짜 인간의 잔해.

이긴 것인가.

진짜로, 이 악마에게 이긴 것인가.

그 질문에 답을 내준 건, ──오르=골에 의해 사로잡힌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이었다.

"어, 라……"

"우, 움직인다……! 몸이 움직여!"

"저, 정말이다! 자유다!! 요한 님이 우리들을 구해 주셨어!!"

타인의 육체와 의식의 네트워크를 끊어, 육체의 권한을 박탈시키는 오르=골의 노블 아츠 《꼭두각시 인형》이,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멀쩡한 의식 그대로 조종당하고 있던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이, 자기 자신의 권한을 되찾은 환희에 끓어올랐다.

그것을 보고, 그들을 막고 있던 버밀리온과 《연맹》의 연합군도 알게 되었다.

"시리우스 님!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이!"

"그래……! 《괴뢰왕》이 죽어 마술이 풀린 게야……!"

"그렇다는 건……!"

『그런 거지!!!』

갑자기 끼어든, 노이즈가 들어간 목소리는, 오르=골에 의해 추락당한 실황의 것이었다. 부머는 기침을 하면서도 마이크를 향해 소리쳤다.

『Fuck! 그 망할 자식, 잘도 내 헬기를……! 멱살 잡고 죽탱이를 후려갈겨 주고 싶지만, 헤헷. 아무리 그래도 없는 얼굴을 때릴 수는 없겠지! 《홍련의 황녀》에 의해 던져진 다음, 요한 크리스토프 폰 콜브랜드의 돌격이 작렬! 그 망할 자식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사망 확인이나 의료반을 보낼 필요조차 없어! 내 일은 그 Fucking 인형 오타쿠 새끼가 전쟁을 포기한 시점에서 끝났지만, 여기까지 함께 했으니 중계를 보고 있는 너희들을 위해서, 마지막으로 끝맺어 주겠어! 《홍련의 황녀》와 《괴뢰왕》의 싸움은 《홍련의 황녀》의 완전 승리! 이것으로, 클레이델란트 팀의 잔존 병력은 제로! 따라서, 이 전쟁은! 버밀리온 황국의 승리다아아아아앗───────!!!!!!!!』

" "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 "

뤼셸 상공을 가득 채우는 환희와, 승리의 포효.

버밀리온의 국민들은 나라에 찾아온 난이 끝난 것을, 클레이델란트의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몸이 빼앗긴 공포에서 벗어난 것을,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 광경에, 스텔라는 그제야 디바이스를 해제시키고, 어깨의 힘을 뺐다.

"………후우.."

"스텔라."

그런 스텔라의 곁에, 황금의 군마가 내려왔다.

"요한 오빠………"

군마는 사금과도 같은 임광이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남은 건 기수인 요한과, 그를 어깨로 부축하고 있는 루나아이즈였다. 요한은 루나아이즈의 부축을 받으며, 스텔라를 향해 걸어간 뒤,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스텔라 덕분에……모두의 원수를 갚을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자기 다리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무리나 하고 말야."

"……하하, 정말. 꼴사납지. ……정말, 한심해… 난, 아무것도 지켜낼 수 없었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친구들도……국민들도……흑..."

요한의 입에서 오열이 흘러나왔다.

이 싸움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잃었다. 그 상처는, 원수를 갚는 것으로 다 치유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루나 언니를 지켜 줬잖아."

스텔라는 말했다.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건, 절대로 아니라고.

"아무리 울어도, 후회해도,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아. 하지만……우리를 반드시 지켜봐 주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엉망이 될 때까지 《괴뢰왕》과 싸운 요한 오빠를, 한심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구. 혹시 누군가가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요한 오빠가 있지도 않을 저주로 자신을 책망하여, 루크 씨나 다른 사람들을 원령으로 만들어냈을 때의 이야기라구."

이 스텔라의 지적에, 요한은 다시금 오열을 흘렸다.

"……그들이 상냥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영원히 기억하라는 말이니? ……그건, 괴로워.."

"알고 있어."

"나 혼자서는……다 떠안을 수 없어."

"하지만, 요한 오빠는 혼자가 아니잖아."

"읏!"

"나도 버밀리온의 국민 모두를 지켜낼 수는 없었어. 오르=골이 죽은 지금도, 그 괴로움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지. 하지만……나도 혼자가 아닌걸. 울고 싶을 때, 괴로울 때, 날 지지해 줄 사람이 있어. 그러니, 괜찮아."

스텔라의 말에, 요한은 자신을 아직 부축해주고 있는 루나아이즈를 바라보았다. 이 시선에, 루나아이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똑바로 자신을 바라보며, 요한을 부축하고 있었다.

"……고마워…………"

그 감사는, 누구에게 향한 것일까.

그리 읊은 요한의 눈엔, 아주 약간 생기가 돌아와 있었다. 그의 변화에, 스텔라는 안도하고

"감사 인사는 모든 게 정리되고 나서 하라구. 클레이델란트 사람들은 아직 혼란에 빠져 있을 거야. 우리 아빠나 다른 사람들만으론 수습할 수가 없을 거야. 요한 오빠가 나서 줘."

"알고 있어. ……루나아이즈 양. 미안하지만."

"맡겨 줘."

스텔라는 함께 걸어 나아가는 둘이, 인파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봐 배웅했다. 그 뒤 하늘을 올려다보며, 먼 하늘 너머에서 이 싸움을 지켜봐주고 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전부, 끝나───"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eam~♪

(저어라, 노를 저어라. 부드러운 이 물의 흐름에 떠다니듯)

Merrily, Merrily, Merrily, Merrily, Life is but a dream~♪

(즐겁게, 즐겁게. 인생은 꿈처럼 즐거운 거야)

─────

"으으읏──────!?"

그 직후, 스텔라는 전신의 피부가 끓어오를 정도의 오한에 전율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바람이 불듯, 어디에서 들려오는 지도 모르게, 대기를 진동시키며 들려왔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이 목소리는, 들릴 리 없는 목소리.

왜냐면, 이 목소리의 주인은 지금 막, 더할 나위 없을 형태로 죽었을 터인──

"아…………!"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eam~♪

(저어라, 노를 저어라. 부드러운 이 물의 흐름에 떠다니듯)

If you see a crocodile, Don't forget to scream~♪

(만약 악어를 만나거든, 비명을 지르는 건 잊어선 안 돼.)

────

서둘러 목소리의 주인인 망해를 돌아보고, 스텔라는 말문을 잃었다.

오르=골은 죽어 있었다.

당연하다.

사지는 절단되었고, 머리는 날아갔고, 그 여파로 횡격막을 통해 장기는 전부 훼손되어,

죽어 있었다.

죽었음에도, 일어나 있던 것이다.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eam~♪

(저어라, 노를 저어라. 부드러운 이 물의 흐름에 떠다니듯)

If you see a spider, Don't forget to laugh~♪

(만약 거미를 만나거든, 방긋이 웃는 걸 잊어선 안 돼.)

────

머리가 없는 채로, 장기도 없는 채로, 다 드러난 척추에, 흩어진 살조각들과 잔해더미를, 실을 이용해 억지로 이어붙인, 악취미적인 오브제와도 같은 꼴로.

그런 꼴로, 적의를 담아, 팔과 같은 것을 휘둘렀다.

적의 너머엔──

"요한 오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에!?"

"스텔라!?"

간발의 타이밍이었다. 휘둘러진 팔에서 쏘아진 은빛 섬광이 요한과 루나아이즈에게 닿기 직전에, 스텔라가 끼어들어 둘을 지켜냈다.

밤공기를 찢은 예리한 은빛 섬광을, 두꺼운 《비룡의 죄검》을 방패삼아 막아냈다.

하지만

"읏, 카학!"

그 직후, 엄청난 충격이 《비룡의 죄검》을 넘어 스텔라에게 엄습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실에 의한 참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쇳덩이가 부딪힌 듯한 충격.

용의 여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몸을 꿰뚫는 충격에 폐 속의 공기가 짜여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것이, 스텔라의 재빠른 행동을 제압했다.

행동이 멎은 스텔라에게, 추가 공격이 날아왔다.

두 합, 세 합, 네 합, 검을 휘둘러 어떻게든 막아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스텔라의 모든 여력을 짜내어야 가까스로 받아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파괴력.

이런 참격에,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났다간.

"크읏……!"

그 소름끼치는 상상에, 스텔라는 자신을 내몰아 쇄도해 오는 참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너무도 필사적이어서, 알아채는 것이 뒤늦었다.

알아챘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큿, 악!!"

쳐낼 때마다, 조금씩 스텔라의 몸을 얽어매고 있던 영체의 거미줄이 갑자기 실체화.

스텔라의 온몸에 파고들어, 조여오기 시작했다. 물론 스텔라도 이것을 끊어버리기 위해 힘을 내 봤지만

'이럴, 수가……어떻게, 이런……!'

경악.

방금까지 용의 힘으로 어렵지 않게 끊어 버렸던 오르=골의 실.

그것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방금 그 참격도 그렇고, 격이 다를 정도로 힘이 늘어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스텔라아아아아아아!!"

여기서, 전장에 있던 시리우스들도 사태의 급변을 알아챘다. 곧바로 디바이스를 들고, 스텔라에게 가세하려 달려왔다.

───하지만,

"여기로 오면 안 돼!! 모두들, 도망쳐어어어어!!!!!"

스텔라는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이것을 가로막았다. 자신을 속박하는 이 힘이, 지금까지의 오르=골의 힘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건, 위험하다.

이 스텔라의 판단은 옳았다.

《괴뢰왕》 오르=골.

어둠의 세계에서 거미줄을 뻗어, 세상을 마음대로 조종해 온 남자.

그 힘의 본분은, 전투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런 용도로 쓰는 쪽이 의의가 있다는 말일 뿐. 한 나라의 모든 국민들을 지배 하에 놓는 것이 가능한, 격이 다른 총량. 그 격이 다른 총량을 자랑하는 힘을 한 곳에 모으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을 구사하여, 단 한 명. 자신의 몸을 괴뢰화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이 바로, 지금 스텔라가 눈앞에 있는 현실이었다.

《괴뢰왕》 오르=골의 비장의 카드.

살아있는 도중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사후에만 발동이 가능한 최강, 최악의 노블 아츠.

자신의 죽음조차 초월하여, 이 세상에 파괴와 절망을 흩뿌리기 위한 악의의 궁극.

그 증오,

그 구현,

그 이름은,

───《사령유희》───

"자. 피날레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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