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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55화 (55/892)

55화. 반만 맞은 점괘

“아이고! 손님 여러분, 다들 진정하십시오! 저희 주루의 음식은 안전합니다. 절대 음식에 문제가 있을 리 없습니다!”

다급해진 주인장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는 다른 손님들을 진정시키며, 문 귀퉁이로 다가왔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무슨……?”

“주인장!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가까운 의원이 어디인지나 빨리 알려주세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피에 물든 식탁을 보던 주인장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왼쪽으로 꺾어서 쭉 가시다가,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꺾으시면 저잣거리가 나올 겁니다. 저잣거리 맨 끝에 안인약방(安仁藥房)이 있어요!”

“고맙습니다. 다들 침착하세요! 이 도사께서는 오랜 시간 굶주렸다가 급하게 음식을 섭취하여 지병이 도진 것이지, 음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주인장,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잔돈은 넣어 두시지요!”

빠르게 말을 마친 계연이 어린 도사 제문에게 말했다.

“잘 쫓아와야 한다!”

어린 도사가 그 말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도 전에, 계연은 발을 떼었다. 주변을 둘러싼 손님들을 뚫고 주루 문을 나선 그는 순식간에 거리로 나왔다.

“어어? 같이 가요!”

제문은 외치며 헐레벌떡 그 뒤를 따랐다. 제문이 주루 문을 나와 눈을 들었을 때, 계연은 청송도인을 업고 이미 주루 근처의 길목에 다다라 있었다. 깜짝 놀란 제문이 필사적으로 그들을 따라 달려갔다.

계연은 아무런 경신술도 발휘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펄펄 나는 것처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등에 사람을 업고 내달리는 와중에도 그는 끊임없이 궁리했다.

‘용한 실력을 가졌건만, 피까지 토하다니.’

청송도인이라는 자는 점술의 결과를 감당할 만큼 강인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자의 몸이 점술의 결과를 감내할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이 이자의 점술 능력을 설명해주는 셈이었다.

천기누설(天機漏洩).

계연의 머릿속에 이 단어가 번뜩였다.

하지만 제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송도인은 기껏해야 몸집이 좋을 뿐, 근본적으로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심지어 무공도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세간에 기량이 있는 점쟁이라면 모두 그와 같을까, 아니면 제선이 유독 특출난 걸까?’

지난 생의 계연은 점술을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용한 점쟁이들이 앞날을 잘 맞추는 건 사실이었다. 보아하니, 이 세계도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았다.

계연은 잠시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어쨌든 자신의 사주를 봐주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것인데, 고작 밥 한 끼와 목숨을 맞바꾸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지 않은가!

영기를 주입했지만, 계연의 등에 업힌 제선의 입가에는 여전히 피가 아른거렸다.

‘이대로 죽으면 안 돼요!’

이번에는 여우를 구할 때보다 훨씬 순조롭게 의원을 찾을 수 있었다. 안인약방으로 뛰어 들어간 계연은 다짜고짜 ‘사람 살려’라며 소리쳤고, 안에 있던 늙은 의원이 허둥대며 달려 나왔다.

약방 점원들도 손을 거들며, 청송도인 제선을 내실(內室) 침상에 눕혔다. 머지않아, 어린 제문 또한 숨을 헐떡이며 약방에 도착했다.

* * *

안인약방 내실.

늙은 의원이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맥을 짚고, 눈꺼풀을 들어 눈동자를 살폈다.

“의원님, 저희 사부님…….”

“쉿! 진찰하시는 거 방해하면 안 돼!”

계연이 제문을 말리는 가운데 늙은 의원이 제문과 계연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기혈이 부족하고,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무림 고수에 의해 급소를 찔려, 혈 자리가 막혔소. 연명하려고 세간의 보약을 복용하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약효 또한 모두 떨어졌소이다. 우선 훈증법과 침술을 병행할 테니, 두 분께서 무공과 혈 자리를 아신다면 저를 도와주시지요!”

“의원님. 살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계연이 재빨리 두 팔 걷고 나섰다.

“좋습니다. 그럼 환자의 옷을 벗겨주시오. 나머지 분들은 모두 나가 주시지요. 목(木)아, 가서 훈증 준비하고, 약(若)이 너는 침을 가져오너라!”

잠시 후, 안인약방 내실에는 치료를 담당하는 몇 사람만 남게 되었다. 제문 또한 점원의 손에 이끌려 외실(外室)로 나왔다.

일흔은 훌쩍 넘은 의원이 침을 쥐고 날카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는 계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힘 있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이 혈을 눌러, 삼초(*三焦: 횡경막 위의 가슴 부위)를 막으시오. 절대 숨이 새어나가선 안 됩니다! 이제 침을 놓을 겁니다!”

“네!”

계연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지난번 뱀 요괴와 맞서 싸울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그의 전신을 휘어 감았다. 그의 손가락이 제선의 혈 자리를 차례대로 짚었다.

늙은 의원은 계연이 짚고 지나간 혈 자리에 침을 놓아 자극을 주었다. 한 단계씩 진행될 때마다, 옆에 있던 제자가 뜸을 놓았다.

얼추 반 시진(*半時辰: 약 1시간) 정도가 지나자, 군데군데 침을 맞은 제선은 마치 한 마리 고슴도치처럼 변해버렸다.

“선생. 조금 이따가 침을 뺄 테니, 진기를 넣어 심맥을 보호해주시오!”

“네!”

계연은 땀을 닦을 겨를도 없었다. 의원과 제자가 제선의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계연은 피수술을 펼쳤다. 계연의 피부와 몸에 흐르던 땀이 밀려 내려가, 그의 발아래로 흘러 모였다.

침을 통해 기를 불어 넣기를 반 각(*半刻: 약 7~8분).

의원은 쉼 없이 제선의 등을 주물렀다. 일흔은 훌쩍 넘은 나이 든 의원은 땀을 뻘뻘 흘렸지만, 한시도 쉬지 않았다.

‘영안현 동 의원보다 대단한 분이셔!’

계연은 이곳의 의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치료는 한 시진(*一時辰: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지난번 붉은 여우를 살릴 때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었다. 계연은 마치 현대의 대수술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처치가 끝나는 동안 계속 제선은 침상에 누워있었다. 여전히 얄팍한 숨을 헐떡이긴 했지만, 그의 호흡은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후……. 살리지 못할 줄 알았습니다. 강호 고수의 내공과 진기는 과연 신비롭군요. 저도 연습해 봐야겠습니다!”

지친 의원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땀을 닦으며 감탄했다.

계연은 의원의 잘못된 이해를 지적하지 않았다. 의원이 내공을 배운다면, 영기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본디 무림에도 의술과 무공에 모두 고명한 자들이 꽤 많았으니 말이다.

“의원님, 도사께서 언제쯤 깨어날 것 같습니까?”

“글쎄요……. 그러나 지금은 바람을 쐬어선 아니 됩니다. 만약 고뿔에 들기라도 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가 되는 것이니까요. 우선 지켜보도록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 * *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안인약방 내실.

정신을 잃은 제선의 몸에는 얇은 이불이 덮여 있었고, 옆에는 단향목 향로가 놓여 있었다.

계연과 제문, 그리고 약방의 점원이 제선의 옆을 지켰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의원은 외실에서 약방을 보았다.

바로 그때, 제선이 서서히 의식을 차렸다. 내실의 지붕이 제일 먼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허억! 물…… 물…….”

푹 잠긴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옆에 있던 세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가 가져올게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점원이 따듯하게 우려낸 보양차를 가져왔다. 제문은 침상 귀퉁이를 붙잡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사부님! 흐흐흑……. 그러게 함부로 말씀하시지 말라고 그랬잖습니까? 흐윽…….”

점원이 헐레벌떡 차를 가져오더니 침상에 누워있는 제선의 머리를 살며시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기 물이요, 물! 조심, 조심, 천천히 드세요!”

따뜻한 물을 들이마시니, 그제야 제선은 몸이 편안해지며 살 것 같았다. 그가 눈물을 그칠 줄 모르는 제자를 토닥이며, 아무런 말 없이 서 있는 계연을 바라보았다.

“하……. 한 치 앞도 모르는 운명은 함부로 점쳐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점친 것은 선생의 죽음이 아닌, 저 자신의 죽음이었나 봅니다…….”

계연이 미안한 마음에 공수하며 말했다.

“이런 일을 겪으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입을 열어 말할 수 있을 정도니 목숨은 부지한 셈이었다. 계연이 가벼운 농을 덧붙였다.

“일이 이리되었으니, 도사께서 다시는 제 관상과 손금을 보지 않으시겠군요.”

제선이 파르르 떨리는 왼팔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금을 따라 흐른 피가 옅은 혈흔을 남겼다.

“아니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선생의 관상을 보았습니다…….”

그 말에 계연마저 당황하고 말았다. 어린 도사 제문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어쩜 이렇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물이 더 마시고 싶은데 한 그릇만 더 떠다 주시겠습니까?”

“네, 물론이지요!”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 아리송해하던 점원이 제선의 요청에 도자기 그릇을 들고 털레털레 뛰어나갔다.

그가 자리를 비키자, 제선의 시선이 다시금 계연에게로 향했다.

“허헛……. 하아……. 선생의 상을 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볼수록 마음이 혼란스러워질 뿐입니다. 아마 손금 또한 그럴 것 같군요. 선생……. 당신께서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시지요?”

어린 도사 제문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계연을 바라보았고, 계연의 눈썹이 움찔했다.

“청송도인, 우선 안정을 취하세요. 앞으로 이렇게 아무 말이나 하시는 습관은 고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계연이 동문서답으로 말했다.

제선 또한 눈치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방금 자신의 질문이 ‘아무 말’에 속하리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지요. 좋은 말만 골라서 하고, 나쁜 말은 하지 않고, 해야 할 말은 하되,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않아야지요…….”

제문은 옆에서 입술을 들썩였지만, 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계연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선의 대답이 왠지 익숙했다.

“차 여기 있습니다!”

약방 점원이 종종걸음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점원에게서 제문이 물그릇을 건네받아, 조심스레 사부에게 먹여주었다.

한편, 외실에 있던 늙은 의원이 환자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들어왔다.

침상 옆에서 제선의 안색을 꼼꼼히 살피고 맥을 짚던 의원은 그제야 환자의 생명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병세가 실로 괴이하군요. 열화로 인한 것 같으나, 증상이 상당히 다릅니다. 목숨은 부지하였지만, 몸은 한 해쯤 지나야 완전히 회복할 것입니다. 그간 절대 약을 걸러선 안 됩니다!”

“목숨을 부지한 걸로도 충분합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의원님!”

충분히 숨을 고른 제선이 의원을 향해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의원은 환히 웃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내실을 떠났다.

계연은 제선에게 편히 쉬라고 당부한 뒤, 늙은 의원을 따라 외실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계연은 또다시 의원을 칭찬하며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뒤이어 그는 쇄은자를 꺼내 진료비를 내며 의원에게 약을 지어달라고 말했다.

늙은 의원의 제자 하나가 쇄은자의 무게를 재고, 다른 제자는 약을 지었다. 계연은 비범한 의술을 지닌 노의원과 짧은 담소를 나누었다. 담소의 주제는 제선의 병세와 계연의 관심사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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