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99화 (99/892)

99화. 영령한 검이 귀신을 돕다 (2)

수많은 구혼삭이 산을 훑고 지나갔고, 이를 피한 요괴들이 잠깐 여유를 부릴라치면 수십 개의 사슬이 날아왔다. 이에 더해 귀신들의 신령한 빛이 요괴들을 노려오며 요괴들의 정신을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귀신들의 공격이 아니라, 요괴와 귀신들이 맞붙는 중에도 시종일관 공중에 떠서 지켜보는 선검의 존재였다. 요괴들 모두…… 아니, 이 자리의 어떤 존재도 저 검의 공격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요괴들은 안절부절못하며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버티지 못한 이는 반쪽 얼굴의 요괴로, 수십 개의 구혼삭에 의해 그의 혼이 몸 밖으로 끌려 나왔다.

뱀요괴는 이미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 요괴 동굴 깊은 곳으로 도망치려 했다. 동굴 지하에는 수맥이 흘러서, 이를 이용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어딜!”

두명부 성황신의 법체에 달린 팔이 끝없이 길어지며 그의 손이 점점 크게 변했다. 그는 동굴 깊은 곳으로 도망친 뱀요괴를 뒤쫓아 이를 이용해 동굴뱀의 머리를 틀어쥐었다.

“쉬익……! 홍씨 부인 너 때문에……! 이 해골 요괴야, 너는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쿠궁! 쾅!

큰뱀은 소리치며 동굴 안에서 미친 듯이 몸을 뒤틀었다. 동굴이 있는 와풍산의 봉우리가 이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렸다.

* * *

와풍산과 인접한 세 현의 백성들은 쾅쾅 연달아 내리치는 천둥과 함께 산을 뒤덮은 음산한 구름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은 점차 저녁 시간에 가까워져, 산 근처 촌락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솟아올랐다.

백성들은 이따금 와풍산 방향을 바라보았다. 음산한 구름은 아직 흩어지지 않았지만, 천둥 치는 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참 괴상하기도 하지, 저기 해가 아직 떠올라 있는데도 와풍산만 우중충하다니. 벼락이 저리 오래 쳤으니, 비는 또 얼마나 오려나?”

“허, 산골짜기 날씨가 그렇지 뭐!”

촌락의 백성들은 한쪽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자기 집 아낙네들이 저녁밥이 다되었다고 알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비가 오려나?”

“아직 모르지, 좀 이따 저녁밥 먹고서도 구름이 물러가지 않으면, 밖에 널어놓은 옷들을 거둬들이세.”

“음, 그래야겠어!”

와풍산 바깥의 촌민들이 아직 이야기를 나누던 때, 산 안쪽 요괴들의 형세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반면 요괴의 혼이 뽑혀 나간 후, 다음 차례는 뱀요괴였다. 요괴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그녀는 산을 벗어나 동굴로 도망치려다가 본래의 모습 그대로 두명부 성황신에게 잡혔던 것이다.

수많은 구혼삭이 연달아 날아와 뱀요괴의 혼이 불안정하게 흔들려서, 한순간 혼이 신체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자 곧바로 더 많은 구혼삭이 날아와 요괴를 붙잡았고, 각 저승 기관의 귀신들이 저승사자와 함께 요괴의 혼을 끌어당겼다.

최후에 남은 요괴 둘은 두 성황신과 다른 귀신들 모두와 대면하게 되었고, 당연히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해가 떨어지기 전, 지평선 너머에는 붉은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와풍산 깊은 곳, 흑풍골 근처는 쓰러진 나무들과 굴러떨어진 돌들로 어지러웠고, 일어난 흙먼지는 아직도 공기 중에서 가라앉지 않고 떠다니고 있었다.

계주 양 부(府)의 귀신들과 요괴들 간의 싸움은 막이 내렸다. 혼이 끌려나간 요괴 둘은 체포되었고, 또 다른 둘은 혼비백산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것이다.

와풍산 상공에 떠 있던 넝쿨검은 가로로 누워 검집으로 들어갔고, 이에 하늘을 뒤덮던 검의(劍意)가 일시에 거둬지며 별이 총총 떠 있는 하늘이 그제야 맑게 보였다.

귀신들은 검의가 사라진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선검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선검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한 줄기 흐르는 빛으로 화하여 고공으로 떠올랐다. 그 후 점차 귀신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며 하늘 저편으로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저 선검의 주인이 어떤 고인(高人)인지는 몰라도, 다행히 선검의 도움이 있어 오늘 이렇듯 순조롭게 요괴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혹 검광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보셨습니까?”

“분명 아주 먼 곳이겠지요.”

이토록 많은 성황신이 함께 모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으므로, 이들은 산을 중간에 두고 양쪽에 서서 몇 마디 잡담을 나누었다.

두 부의 저승 관리들과 음양사 기관장은 요괴 동굴로 들어가 내부를 조사했다. 그들은 내부에서 깊은 원한이 느껴지는 곳을 찾았고, 곧 깊은 어둠 속에서 백골 수백 구를 발견했다. 이는 양 부의 모든 성황신과 그 수하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다만 죽은 이들은 다른 부나 주에서 끌려온 백성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수의 백성들이 요괴의 입속에서 죽어 나갔는데, 양 부 저승의 관리들이 어찌 조금의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겠는가? 이 사건은 저 요괴들이 저승의 빈틈을 너무 잘 이용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밤의 장막이 내려오자, 양 부와 각 현의 성황신들은 와풍산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서서 서로를 향해 공수했다.

“여러분들, 이번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저희 모두 돌아가야 하겠지요. 이 요괴 무리는 실은 제가 담당하는 부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저 뱀요괴가 욕하던 해골 요괴가 바로 그 사건의 범인으로, 혹 춘혜부로 이들을 데려가 심문한 뒤 그 결과를 여러분께 알려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춘혜부 성황신은 양쪽과 전방의 다른 성황신들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조(趙) 대인(*춘혜부 성황신)께서는 예를 차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춘혜부는 계주의 주부이니, 춘혜부로 데려가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요.”

두명부 성황신이 찬성했고, 기타 다른 현의 성황신들도 동의했다.

“고맙습니다, 이(李) 대인(*두명부 성황신). 다른 성황신들, 감사합니다. 훗날 또 뵙겠습니다!”

“여러 성황 대인들. 다음에 뵙겠습니다.”

“또 뵙지요.”

이런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든 것으로, 여러 성황신은 서로 인사한 뒤 날아가거나 공간 이동으로 사라졌다. 와풍산 깊은 곳은 온통 파괴되어 엉망으로 남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흑풍골의 위치 때문에 백성들은 골짜기 근처로 오지 않았고, 골짜기 밑의 동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켜켜이 쌓인 백골의 언덕을 보고 누군가는 놀라 죽었을 것이다.

와풍산의 음산한 구름은 해가 진 뒤에 곧 흩어지고, 천둥소리도 이제 완전히 멈추었다. 산 근처 백성들은 이에 산 저편에 떠 있는 별들까지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마음을 놓고 계속해서 자신들의 집 정원에 옷을 널어놓았다.

* * *

춘혜부 과거 시험장 근처의 계향객잔에서는 드디어 열이 내린 윤재성이 몸을 일으켰다. 저녁 시간임에도 그는 방 안에서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등불에 의지해 서책을 보고 있었다.

“허어……. 요괴를 건드렸으니 이를 어쩐다? 계속 춘혜부에 있을 수도 없고, 가족은 어찌하고 힘들게 얻은 공명(功名)은 어쩌지……?”

어젯밤 성황신이 현몽했던 일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해가 뜨자마자 기억에서 사라졌을 테지만, 윤재성은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만난 춘혜부 성황신도 그 요괴의 내력을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포부를 펼칠 기회를 힘들게 얻었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요괴에게 먹힌다면 그는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성황당에 가서 호신 부적이라도 받아올까?’

오후에 춘혜부의 지주는 사람을 보내어 병세가 어떤지 물으며 윤재성의 상태를 살폈다. 그때 윤재성은 신경이 쇠약한 상태로 앞일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가 병이 나서 그런 줄로 여겼다.

‘만약 계 선생님이 여기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눈앞에 놓인 서책의 글자를 바라보면서도 윤재성은 여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차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며 눈이 감겼고, 그는 어느새 책상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 * *

“윤 해원, 윤 해원!”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윤재성은 급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방 안에는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검은 관복을 입은 두 관리가 서 있었다. 관복의 양식이 약간 오래되고 기이한 데다, 높이 솟은 관리의 모자에는 글자가 있었다.

한 관리의 모자에는 ‘야순일부순(*夜巡日不巡: 밤에는 순찰하고 태양 아래에서는 다니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었고, 다른 한 관리의 모자에는 ‘관음불관양(*管陰不管陽: 저승의 일을 살피고 이승의 일은 관여하지 않는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속으로는 비록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는 일어나 공수하며 물었다.

“두 분 나리께서는……?”

윤재성이 먼저 묻자, 관리로 보이는 두 사람도 그를 향해 공수했다.

“윤 해원, 춘혜부 성황신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해원께서 괜찮으시다면 저희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정말로 저승의 관리였다니!’

윤재성은 매우 놀랐다.

“두 분 나리, 혹시 소생 윤재성의 수명이 다 되었습니까?”

“하하하! 윤 해원, 두려워하지 마세요. 수명이 다된 것이 아니라, 성황신께서 일이 있어 뵙고자 하시는 것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일이 끝나면 저희가 다시 이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게 아니면 되었다. 윤재성은 정신을 다잡은 후, 저승에서 온 관리들을 따라 나갔다. 신기하게도 그는 몸이 문을 통과하는 감각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객잔을 나와 거리를 통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윤재성은 어느새 안개 속을 걷고 있었다. 그는 저승의 관리들을 따라 천천히 저승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속세의 범인(凡人)에게 있어 이는 정말로 특별한 체험이었다. 수많은 귀신 관리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과 저승의 판관이 공문을 읽는 모습,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채찍 소리와 끔찍한 비명도 들려왔다. 비록 그에게는 사방이 흐릿하게 보였지만, 저승 세계의 번잡함을 조금이라도 체험할 수 있었다.

가장 귀에 꽂히는 비명은 한 여인에게서 나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에 담긴 처참함이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윤 해원, 저 비명은 한 흉악한 요괴가 지르는 것입니다. 저것은 수많은 사람을 잔악하게 해쳤기 때문에 형벌이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지요.”

“오, 그렇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윤재성은 질문하거나 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저승의 관리를 따라 대전(大殿)에 도착했다. 춘혜부 성황당 안의 대전과 매우 비슷한 건물로, 안쪽에는 성황신이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윤재성은 즉시 예를 차리며 성황신을 향해 공수하며 몸을 숙였다.

“영안현에서 온 윤재성이 성황신을 뵙습니다.”

성황신은 자리에서 내려와, 한쪽의 탁자에 앉았다.

“윤 해원은 어서 예를 거두고 이쪽에 앉으시게.”

긴장한 얼굴의 윤재성을 보며 성황신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윤 해원, 이전에 자네를 습격했던 요괴는 이미 육체와 영혼이 모두 소멸했네. 다른 요괴들도 전부 체포하거나 멸하였으니, 다시는 사람을 해칠 수 없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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